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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2023-10-08) 고현석 | 영어 번역가 번역은 옮김보다는 만듦에 가깝다. 하지만 번역자는 뭔가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대우와는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H6s픽사베이 번역 일을 처음 시작하고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작업에 할애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당시 매우 어렵게 얻은 일거리를 붙잡고 하루 12시간 넘게 번역에 매달렸다. 그렇게 몇년 동안 일하면서 나름 노하우도 생기고 번역료도 어느 정도 받게 됐지만, 이젠 허리 통증 등 몸이 안 좋아져 장시간 작업하기 힘들다. 초기의 절반쯤이나 일할까. 나는 주로 과학 단행본을 번역한다. 처음에는 긴 호흡의 글과 싸움하는 게 쉽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신문사와 뉴스통신사에서 일하면서 짧은 글을 쓰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역은 원저자의 문장을 매우 충실하게 우리말로 옮겨야 하는, 매우 지루한 작업이다. 가끔 원저자가 잘못된 내용을 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원문을 뜯어고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약간 고민하다 결국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뒤 편집자와 나중에 상의하기로 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 광고 늘 마감에 쫓기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외국어 문장을 우리말로 옮긴다는 것이 애초 가능한 일인지 하는 생각을 쓸데없이 많이 하게 된다. 어떤 날은 어떻게 번역해도 문장들이 죄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Absence of evidence is not evidence of absence.” 내게 번뇌를 일으키게 만드는 전형적인 문장이다.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이 영어 문장을 직역에 가까운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라고 옮길 것인지, 조금 풀어서 “증거가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옮길 것인지 며칠을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풀어서 번역하면 이해는 쉽지만 원저자의 글맛을 살리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이런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다. 몇년 번역 일을 하면서 요령이 생겼거나, 무감각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광고 광고 하지만 지금까지 이야기한 문제들은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생계형 번역가인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수입, 즉 번역료와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수십권 책을 번역하면서 계약서에 명시된 날짜에 번역료를 받은 경우는 몇번 안 된다. 지급일에 입금을 기다리다 출판사에 연락하면 담당 편집자는 매우 미안해하면서 다음 달 또는 그다음 달에 반드시 지급하겠다고 약속한다.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출판사와의 관계에서 을인 처지이기에 다음에 주겠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담당자에게 밉보이면 차후에 내게 일거리를 주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번역 단가 문제도 크다. 내 경우 초보 딱지를 떼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된 몇년 전에 받던 번역료와 지금 받는 번역료가 거의 같다. 심지어 1990년대와 비교해도 거의 같은 수준이다. 번역료 책정에는 물가상승 요인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번역 단가를 올리기 위한 협상은 위험하다. 그러다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경험을 한두번 하며 웬만해선 출판사가 제시하는 단가에 맞추는 것이 결국 이득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광고 가끔 원서를 검토해달라는 의뢰를 받곤 한다. 출판사에서 책이 얼마나 시장성이 있을지 판단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번역자에게는 계륵 같은 일이다. 책 전체를 읽고 출판사가 원하는 양식대로 정리해야 하므로 원서 검토에 걸리는 시간은 동일 매수의 번역 원고를 작성하는 시간보다 길다. 그럼에도 며칠 시간이 필요한 검토 의뢰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검토비 명목으로 주는 10만~20만원보다도 출판이 결정될 경우 자신이 번역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몇년 동안 번역 일을 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언제 이 일을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모든 프리랜서가 그렇듯이 번역가도 일거리가 더는 들어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산다. 그럴 때마다 이번 책만 마감하고 차분하게 미래를 생각해 보자고 결심하지만,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음 책을 번역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좌절하곤 한다.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이 문장도 어떤 번역가의 손을 거쳤으리라. 그 번역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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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인공지능 행위자의 적절한 관계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5월 둘째 주 by 🤔어쪈 1. AI가 읽는 AI가 쓴 자소서 어떤 내용의 글이든 막힘없이 휘뚜루마뚜루 써내는 생성형 AI 기술이 알게 모르게 깊이 침투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채용 시장입니다. 구직자 입장에서 구인 공고에 맞춰 수없이 많은 지원서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니 마다할 리 없지요. 덕분에 기업들은 지원자 수가 훨씬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을 구하는 회사 입장에서 꼭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서류 심사 대상이 많아진 만큼 검토 업무가 늘어났고, 심지어 지원서에 적은 내용을 면접에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생성형 AI로 작성한 서류를 탐지하기 위한 AI를 도입하는 중이죠. 한 국내 기업은 작년 하반기 자사 AI 서류평가 솔루션으로 분석한 약 27만 건의 자기소개서 중 11% 이상이 ‘챗GPT를 표절했다고’ 주장합니다. 95%의 정확도를 자랑하지만 22%의 오탐지율은 분명 낮은 수치가 아닐텐데요. 특히 오탐지된 지원서를 기업이 그대로 불합격 처리할 경우, 지원자 입장에서는 공들여 쓴 서류가 단지 AI가 썼다고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AI지만 생산성 증대는 커녕 애먼 피해자만 속출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됩니다. 🦜더 읽어보기 교수님, 정말 AI가 아니라 제가 직접 썼습니다..! (2023-09-04) 뉴욕시, 세계 최초 채용 AI 규제 (2023-07-10) 2. (미국이 뽑은) 생성형 AI의 12가지 그림자 여러모로 미국의 AI 정책의 열쇠를 쥐고 있는 NIST (미 국립표준연구소) 에서 AI에 대한 4개 문서를 연달아 발표했습니다: 1) AI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의 생성형 AI 프로파일; 2) 생성형 AI 및 파운데이션 모델의 안전한 소프트웨어 개발 프레임워크; 3) 합성 콘텐츠의 위험 완화 방안; 4) 글로벌 AI 표준 논의 참여 방안. 모두 작년 백악관이 발표한 AI 정책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로, 미국 정부는 NIST에 AI 안전성, 보안성, 신뢰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표준, 우수 사례 마련을 맡긴 바 있습니다. 이 중 첫번째 문서를 좀 더 살펴볼까요. 위험 기반 접근법 (risk based approach) 이 사실상 AI 규제의 방법론적 기준으로 자리잡으면서 AI의 위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관건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일찌감치 NIST에서 AI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Risk Management Framework; AI RMF)를 만들어 국제 표준을 제시하려고 하는 중이죠. 이번에 발표한 ‘생성형 AI 프로파일’은 AI RMF를 AI의 하위 분류 기술에 적용한 첫 사례 보고서입니다. 해당 문서에서 식별한 생성형 AI의 12개 주요 위험(허위 정보 및 유해 콘텐츠 생성, 프라이버시 및 지적재산권 침해 등)은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지만, 첫번째로 화생방 및 핵무기 정보 제공 문제를 앞세운 것은 눈에 띱니다. 또한 NIST가 여러 종류의 위험을 어떻게 구분했는지, 또 해당 위험 완화를 위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지 미리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향후 AI 규제와 표준이 어떻게 자리잡을 지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AI 에이전트를 쓰고 싶지만, 대하고 싶진 않다면? 현재 AI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를 고르라면 단연 ‘AI 에이전트 (agent)’일 겁니다. 최근 오픈AI CEO 샘 알트만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완성도 높은 AI 에이전트가 킬러 앱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듯,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 기술을 앞세워 AI 에이전트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봇 계정, 게임의 NPC (비플레이어 캐릭터), 고객센터의 ARS (자동응답시스템) 를 떠올려보면 AI 에이전트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AI 에이전트는 지능형 또는 생성형 ‘행위자’로 직역되기도 하는데, 이는 곧 사람이 할법한 말과 행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합니다. 많은 AI 회사가 ‘당신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특정 행위]는 AI에게 맡기세요’라고 속삭이고, AI 에이전트의 사용자에게 이는 분명 솔깃한 제안입니다. 하지만 기업도 사용자도 놓치기 쉬운 부분은 그 [특정 행위]가 AI 에이전트를 직접 마주할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 읽어보기 참을 수 없는 목소리의 가벼움 [전치형의 과학 언저리] (한겨례, 2024.05.02) 4. 더 이상 실존하지 않는 인류의 실존 위협 연구소 우리에겐 <슈퍼인텔리전스 (Superintelligence)>라는 책 저자로 유명한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이 이끌던 옥스포드 인류미래연구소 (Future of Humanity Institute, 이하 FHI) 가 문을 닫았습니다. 19년간 명맥을 이어온 것에 비해 다소 조용한 마지막이었습니다. 기존 홈페이지는 종료 안내와 검색창만 남긴 채 사라졌고, 조촐한 아카이빙 웹사이트만 남았습니다. FHI는 철학과 소속이었지만 특정 학문 분과보다는 비슷한 사상, 특히 효과적 이타주의 (effective altruism) 나 장기주의 (longtermism) 에 기반한 연구소였습니다. 연구소장 닉 보스트롬의 초지능 담론을 비롯한 인류에 대한 실존적/파국적 위험 (existential-catastrophic risk) 이나 인간증강 (human enhancement) 과 같은 주제를 비교적 일찍이 다뤄왔고, 특히 실리콘밸리의 주목과 후원 아래 초지능 내지는 AGI (인공일반지능) 의 위험 담론을 주도해왔습니다. 때문에 FHI에서 태동한 사상은 현재의 AI 안전과 AI 거버넌스라는 이름으로 AI 윤리 논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윤리 레터에서도 초기부터 지적해왔듯, 그 추종자들이 당장의 AI 기술이 가진 문제점 대신 먼 미래에 대한 사고실험에만 관심과 자원을 쏟도록 유도하고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FHI의 유산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소식 그.래.서! 이번 5월 21일(화)부터 AI 윤리 북클럽은 <AGI 담론 비판>을 주제로 시즌 2를 진행합니다. AI 윤리 레터를 통해 종종 읽은 글과 논의한 내용을 전해볼게요!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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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내 지갑을 얇디 얇게 만드는가
물가가 ‘겁나게’ 올랐다. 식자재, 과일, 외식비 등 전반적 물가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올라버렸다. 뉴스 기사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진 2.9%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일반 시민들이 물가 상승 둔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외식, 장보기가 겁나는데.  물가 상승률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올해 4월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대비 3.5% 상승했다. 농축산물 등 과일, 채소, 식자재 가격이 고공상승을 하기 때문에 외식비도 오르는 것이다.  생활물가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가격도 오르고 있다. 쿠팡,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멤버십 요금을 다달이 지불하는 이용자들은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자동결제라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면, 지난 1년 전과 비교하여 구독 서비스 가격을 비교해 볼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은 10,450원에서 14,900원으로 약 40%, 쿠팡 와우 멤버십은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60%가량 올랐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쿠팡이 쏘아올린 플랫폼 기업의 생존전쟁해외 플랫폼 기업의 가격 인상 건은 차치하고, 가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현황만 짚어보자. 지난 4월 13일, 쿠팡이 와우 멤버십 서비스 가격을 60% 가까이 인상했다. 기존의 4,990원이던 멤버십 요금을 7,890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쿠팡은 자신만만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데에 이어 충성 소비자를 꽉 잡고 있으니 거침이 없었다. 총선 이전에 쿠팡이츠에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음식배달 플랫폼에 가격전쟁을 시작했다. 이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울며 겨자 먹기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다 총선 직후인 18일만에 쿠팡이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쿠팡은 쿠팡이츠 무료배달 정책으로 맞은 손실을 멤버십 요금으로 메꾸고자 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는 음식 배달 외에 다른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어디서 출혈을 메꿀지 치열하게 고민 중일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매우 높은 확률로 플랫폼에 입점한 배달 점주들에게 기업 손실이 전가되고, 이후에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사용료가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주간조선, 2024.05.03) 현재 쿠팡이 쏘아 올린 온라인 플랫폼 업계 가격경쟁에 여러 앱마켓이 소비자 끌어들이기를 위해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 플랫폼들이 너도나도 당일배송, 무료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경험할 수 있도록 대폭 행사 중이다.  플랫폼 전쟁의 끝은 시장 독점4월 총선 전, 음식 배달 플랫폼들의 가격경쟁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러나 요즈음의 앱 마켓 경쟁(같은 전쟁)은 다소 심각해 보인다. 그 후폭풍이 어떨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무언가 새로운 ‘정책’이라며 기존의 서비스들을 묶음 판매할 것이고, 그로 인해 높은 수수료가 책정될 것이다. 기업이 가격을 정하면 소비자는 돈을 내야 한다. 스포츠 생중계, 음식 배달 등 기존에 플랫폼의 영역 밖에 있던 서비스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플랫폼이 구축해 놓은 디지털 시장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앱 마켓이 깔아놓은 판은 빠져나오기 힘들다. 더 구체적으로는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즉시 배송’과 같은 서비스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빠른 속도와 앱 구조에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비스에 적응한 소비자들은 구독을 끊지 못하고 기꺼이 - 혹은 어쩔 수 없이 - 멤버십 요금에 지갑을 연다. 기업의 목표는 ‘성장’이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최종 목적지는 ‘시장 독점’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게는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한정된 소비자를 최대한 자사로 끌어들이는 미션이 주어진다.  물가는 ‘원래’ 오르는 게 아니다다시 물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덮쳐오는 물가 상승의 파도 속에서, 무엇이 나의 지갑을 지속적으로, 또 ‘의도적으로’ 얇게 만드는가. 식자재 물가 상승의 원인을 짚기는 어렵다. 유통과정이 복잡하고 분쟁, 환율 등 국제적 요인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식량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해결책을 내기도 어렵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인상은 맥락이 다르다.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유통은 기업 확장과 성장률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유튜브가 영상 콘텐츠와 연관 없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장’하고, 쿠팡이 앱 마켓과 연관 없는 음식 배달, OTT 서비스 등으로 ‘확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초기에 의도적으로 적자를 내더라도 소비자를 끌어들인 후 안정권에 진입하면 서비스 이용료를 올리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통상 전략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일상 중 많은 활동이 디지털 시장의 ‘상품’으로 변한다. 기업의 서비스가 편리함으로 삶의 질을 높여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여러 긍정적인 부분도 물론 있다. 그러나 입구는 있지만 출구가 없는 서비스를 과연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오늘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시장은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다. ‘불만 있으면 안쓰면 그만’의 태도는 과거의 일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 일상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플랫폼에 입점한 수많은 상인들의 생계를 쥐고 있다.  서비스 요금은 ‘그냥’ 오르지 않는다. 철저히 기업의 관점에서, 기업의 전략에 따라 오른다. 성장은 무한할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가격 경쟁, 그다음 행보는 과연 우리의 모습을 얼마나 바꾸어놓을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대비가 되어있나.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에 잡아먹히지 않을, 서비스의 ‘도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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