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선거 때만 찾아오는 쪽방촌... 우리를 병풍 삼지 마십시오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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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불평등 심판, 온전한 주거권 실현을 위해 2024 총선주거권연대가 주거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더 안전한 살 곳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22대 총선] 여기, 주거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어요!
2024 총선주거권연대 연속기고
첫 번째, 동자동 쪽방 주민의 이야기

노동, 빈곤, 종교, 청년, 주거시민단체 등은 부동산 정책만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무분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저지하고 주거불평등 심판, 온전한 주거권 실현을 위해 ‘2024 총선주거권연대’를 출범하였습니다. ‘2024 총선주거권연대’는 주거권 역행 후보 선정, 주거 분야 공약 평가 활동에 이어 주거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2024. 3. 19. 쪽방 홈리스 주거권 요구 기자회견
홈리스주거팀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 어렸을 때 다들 불러보셨죠? 제가 특별히 ‘두꺼비 사랑’이 남다른 것도 아닌데, 이 나이가 되어서 이렇게 애타게 이 노래를 부를 줄은 몰랐습니다. 왜 이 노래를 했는지는 아시나요? 도대체, 사람 살기에 적합하지 않고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이 쪽방을 언제 새집, 공공임대주택으로 바꾸어 줄 겁니까?

알을 품은 두꺼비가 독사를 만나 싸우다가 잡아먹히면 죽기 전에 뱃속에서 독을 쏘아 독사도 죽게 만든답니다. 그러면 두꺼비 알들이 두꺼비 어미와 독사를 먹이 삼아 튼튼히 자란다고 합니다.

마치 이 이야기 속 ‘두꺼비 집’처럼, ‘헌 집’, ‘쪽방’에 살던 많은 주민의 희생이 따르고 있습니다. 이제 ‘새 집’, 공공임대주택이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이 속히 지어지지 않으면, 헌 집, 쪽방에 사는 주민들은 다 죽고, 다 떠나게 생겼습니다. 이게 말장난, 거짓말이 아닙니다.

2021년 2월 5일, 정부에서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 이래로, 지금까지 88명의 동자동 쪽방 주민들이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병상에 누워 위독한 가운데 하루하루를 버티고 계신 주민들도 있습니다. 3년간 동자동을 아예 떠나 서울의 다른 동네로, 심지어 저 멀리 지방으로 이사 나간 주민들도 있습니다. 동자동에 살다 이사 가서 거기서 돌아가신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언제 개발이 되냐? 되긴 되는 거냐?”

동자동 주민들이 자주 묻는 말입니다. 동자동 주민들은 사실, 기다리는 게 일인 사람들입니다. 잘 기다립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누추하고 작은 방에 누구라도 찾아오나 사람을 기다립니다. 행정관서에 뭘 신청하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병원에 가서 진료 차례와 의사를 기다립니다. 쪽방상담소 온기창고에서 물건 타려고 줄 서서 기다립니다. 그래도 그건 몇 달, 며칠, 몇 시간이죠.

그런데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한 이래로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무려 3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이거 어쩌자는 겁니까? 동자동 주민들을 위해 한다는 공공사업이라면서 주민들 다 떠나고 다 죽은 뒤에 하려는 겁니까?


2024. 3. 19. 쪽방 홈리스 주거권 요구 기자회견
홈리스주거팀


3년이 지나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꿈쩍도 안 하고 있으니 동자동 주민은 분노합니다. 평온한 주민들 마음 들뜨게 해놓고, 말 없는 정부의 모습이, 또 말로만 공약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한심합니다. 다 그만두고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하루 속히 시행하십시오. 약자들을 병으로 쓰러지게 하지 말고 좋은 환경에서, 깨끗한 새집에서 맘 놓고 살 수 있게 빨리 지구지정 하십시오.

정부는, 이번 총선에 나오는 후보들, 정치권은 자기들 필요할 때만, 이런 선거 있을 때만 쪽방에 찾아옵니다. 자기들 얘기만 하고, 사진 찍으러 올 거면 차라리 오지 마십시오. 가난한 이들을 병풍 삼지 말고, 주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다른 것 필요 없습니다.

우리 동자동 주민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조용히 가만히 기다리기만 한다고 이뤄질 수 없는 게 공공주택사업이구나, 우리의 주거권은 우리 힘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것이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동자동에 공공임대주택이 지어져서 기분 좋게 입주하는 그 날까지 계속 목소리 낼 것입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를 계속할 것입니다.


이 글은 차재철(동자동 쪽방 주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교육홍보이사) 님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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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내용과는 다를 수 있지만, 몇 년 전 읽은 책 두 권이 있습니다. ⟪사당동 더하기 25⟫와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였습니다.

전자는 사당동 철거부지에서 살다가 공공임대주택으로 가게 된 분들의 이야기였고, 후자는 집이 없이 떠도는 홈리스 분들을 인터뷰한 사례집이었습니다.

두 개 책을 읽으며, 새삼 내가 모르는 철거민과 홈리스 분들의 애환이 많다는 걸 알게 됐었습니다. 지금 써주신 글도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선거철에 고시원을 방문해서 말 그대로 넋을 잃어버린 후보를 기억합니다. 그들의 주거와 우리의 주거에 너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요? 우리의 표가 그들에게는 너무 당연해져버린걸까요? 누군가의 삶이 담긴 이 주거 문제를 진실하고 일상적으로 다룰 정치가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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