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여성혐오 범죄’ 배경엔 ‘여성혐오 구의원’이 있다
지난 8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30대 남성이 30대 여성을 금속 재질 너클로 폭행하고, 성폭행한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피해자 여성은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9일 사망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관악구 홈페이지에는 이번 사건을 두고 관악구의 최인호 구의원 이름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최 구의원이 내세운 ‘여성안심귀갓길 전면 폐기’ 정책 때문입니다. 최 구의원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정책 하나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최 구의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최인호 구의원이 업적으로 내세운 ‘여성안심귀갓길 전면 폐기’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안심귀갓길 전면 폐기 정책부터 살펴보시죠. 최인호 구의원은 작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를 통해 ‘여성안심귀갓길 전면 폐기’를 본인의 업적으로 내세웠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최 구의원이 했던 발언 중 일부는 아래와 같습니다.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는다고 해서 실질적인 치안이 강화되느냐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문구를 본다고 해서 여성들이 안심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은 남성들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안심귀갓길을 폐지하고 구민들에게 모두 시안을 강화하고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안심 골목길 사업으로 대체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 구의원은 이런 발언과 함께 여성안심귀갓길 폐기를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더 나아가 “제가 의정 활동을 하면서 여성가족과에 있는 페미니즘 사업 같은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손 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최 구의원의 발언은 실현됐을까요? 2023년 관악구 예산을 살펴보니 여성안심귀갓길 관련 예산이 포함됨 ‘함께 든든한 여성안심마을 조성’ 예산은 약 5,665만 원이 삭감됐습니다. 비율로 환산하면 전년도 대비 47.3% 감소였습니다. ‘전면 폐기’는 아니어도 절반 가까이 ‘대폭 축소’된 겁니다. 관악구에서 벌어진 사건에도 ‘잘못 없다’ 주장 최인호 구의원이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삭감 후 관악구에선 아이들도 자주 다니는 생태공원에서 여성 대상 성폭행 살인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자연스레 시민들도 최 의원에게 책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관악구 의회의 시민 참여마당에는 최 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 구의원은 어떤 입장일까요? 애석하게도 최 구의원은 자신의 발언, 행동,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최 구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범죄가 발생한 해당 지역구 의원은 아니지만 여성안심귀갓길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안심골목길 예산을 증액했다는 사실로 여초사이트에 좌표가 찍혀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이때다 싶어 광인처럼 날뛰는 성특권파시즘 세력과 타협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라며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아마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다양한 생각을 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오늘 할 얘기의 핵심은 이제부터입니다. 최 구의원이 내세운 정책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최 구의원과 같은 정치인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더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같이 시계를 조금 뒤로 돌려보려 보시죠. 2019년 보고서 속 ‘최 모 학생’과 2023년 ‘최인호 구의원’ 시계를 2019년으로 되돌리고, 잠깐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4년 전 저는 당시 다니던 직장에서 언론 보도 비평 보고서를 쓰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헌고등학교에서 일부 학생이 ‘페미니즘 사상독재’, ‘정치적 사상독재’를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과 이를 다룬 언론 보도 비평 보고서 ‘‘인헌고 정치편향 교육 논란’…언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를 작성했습니다. 4년 뒤 저는 최인호 구의원의 이름을 마주하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에서 이 이름을 봤는지 기억해냈습니다. 2019년에 작성했던 보고서 속 ‘최 모 학생’이 2023년 ‘최인호 구의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최 구의원은 인헌고 재학 중 본인이 활동하던 동아리가 폐지되자 ‘페미니즘 사상독재’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주장은 ‘정치적 사상독재’로 이어졌습니다.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런 주장이 나왔는지 궁금하시죠?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최 구의원을 비롯한 학생들이 ‘왈리’라는 이름의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성평화를 주장하는 이 동아리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활동했습니다.  동아리의 활동 내용이 알려지자 학교 내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졌습니다. 동아리의 활동이 ‘성평화’라는 이름으로 여성혐오 담론을 확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동아리의 지도교사는 문제를 확인하고 지도교사에서 물러났고,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지도교사가 없는 동아리 왈리는 해체됐습니다. 왈리의 구성원이었던 최 구의원은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을 조직하고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동아리 해체를 ‘페미니즘 사상독재’라고 규정했습니다. 이후 학교 운동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두고  ‘정치적 사상독재’까지 주장을 확장했습니다.(운동회에서 벌어진 사건과 관련된 자세한 맥락은 2019년에 정리한 보고서를 참고해주세요) 여성혐오 동아리원이 여성혐오 정책 창시자가 됐다 여기서부턴 제 개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저는 최인호 구의원의 여성안심귀갓길 폐기 정책이 고등학생 시절 이미 완성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최 구의원이 회장으로 활동했던 왈리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같이 보시죠. 성폭력? 잘못된거 나도 알아. 누가 모른대? 없어지면 정말 좋겠지. 나도 동의해. 그런데 성범죄가 없어지는 사회가 올 수 있을까? 응, 올 수 있지. 네가 XX 깊게 잠든 꿈속에서.성범죄의 피해자가 대부분 여자인거? 인정해.  그리고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거야. 여자가 성범죄를 당해야 마땅하다는게 아니라 그냥 성범죄라는 것 자체가 여성 피해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이건 바꿀 수 없는 '사실'이야. 그냥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생겨먹은거지. XX 더럽고 역겹고 추악하지? 맞아! 인간은 그런 존재야.여성들이 가지는 공포감? 어느정도 공감해. 나도 가끔 밤에 밖을 지나다닐때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있더라고. 그런데 우리나라 치안율 세계 1위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우리나라만큼 안전한 나라가 없다고. 아무리 안전한 나라라고 해도 여성 대상 범죄가 없는게 아니니까 무서울 수 있지. 인정해. 그런데 그 공포심이 우리 사회와 비추어 봤을때 어디까지가 실제하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피해망상인지는 확실히 해야한단 말이지. 우리나라 정말 객관적으로 봤을때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왜 여성안심귀갓길 폐기 정책이 왜 4년 전에 완성됐다고 이야기했는지 이해가 되셨나요? 4년 전 여성혐오 동아리를 만들었던 최인호 학생이 4년 뒤 여성혐오 정책을 펼치는 최인호 구의원이 된 셈이죠. 여성혐오 담론을 또다시 마주하는 씁쓸함 저는 최인호 구의원의 여성안심귀갓길 폐기 정책이 명백한 여성혐오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최 구의원이 내세운 여성안심귀갓길 폐기 정책의 필요성은 논리가 없습니다. 최 구의원이 과거부터 해왔던 주장대로라면 여성은 성범죄의 주된 피해자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주된 피해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안심귀갓길’은 범죄 예방 효용성이 입증된다면 아주 적절한 정책입니다.  최 구의원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여성안심귀갓길이 치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제 통계는 달랐습니다. MBC의 팩트체크 꼭지 ‘알고보니’의 보도 ‘여성안심귀갓길, 문구만 써놔 효과 없다?’를 보면 여성안심귀갓길과 유사하고, 일부는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된 범죄예방 환경조성사업을 분석한 결과 “사업 시행 이후 이들 지역의 살인, 강도, 절도 등 5대 범죄는 해마다 큰폭으로 감소해 서울 전체보다 감소폭이 훨씬 컸”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물론 인과관계는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최 구의원의 주장이 틀렸다는 근거자료가 있는 겁니다. 최 구의원의 이름과 여성혐오 담론을 다시 마주하게 돼서 씁쓸합니다. 2019년에 보고서를 쓰면서 노골적인 여성혐오 담론을 마주하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2019년에 최 구의원의 활동을 전교조 비난 등 자신들의 정치활동에 이용했던 정당과 무책임하게 전달하기 바빴던 일부 언론이 만든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여성혐오 담론 확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던 저에게도 책임이 있을 겁니다. 가장 뼈아픈 사실은 노골적으로 여성혐오를 내세운 인물이 한국 정치에 발을 들였고, 정책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게 현실이 됐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당의 공천, 의회의 논의 등 여러 절차가 있었음에도 여성혐오 정치인과 정책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가 한국 사회와 정치권에 발을 들여 일으킨 문제의 대표사례로 기록되고 끝나길 바랍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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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4.0이 예측한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2017년 작성된 독일은 노동 4.0 백서를 통해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등장 등 미래에 펼쳐질 변화를 앞두고 노동 시장의 대응 방안을 정리했습니다. 최근 제제 캠페이너님이 정리해주신 ‘독일의 '노동 4.0'을 알고 계신가요?’를 읽어보시면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제 캠페이너님의 글을 읽으며 노동 4.0의 내용 중 플랫폼 노동 관련 내용을 조금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 문제를 배달 플랫폼의 사례로 정리하면서 노동 4.0에 등장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설명과 좋은 노동을 위한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2017년의 독일이 고민한 플랫폼 노동의 미래 독일은 2년간 노동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대화, 연구를 진행해 노동 4.0 백서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노동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은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요. 2017년 독일의 예측은 2023년 한국 사회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 상품을 구매하던 사람이 자신의 중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배달의 민족을 통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던 사람이 배달 노동자로 활동하는 사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노동 4.0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도 함께 정리했는데요. “승자 독식 형태의 독점 현상”, “이웃, 동료 간의 협력도 디지털 플랫폼 경제 구조에서는 약화” 등입니다. 특히 플랫폼의 성장으로 발생한 생산 수익의 분배 과정에서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이윤에 대한 세금 부과”가 필요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독일이 예측한 플랫폼의 확산이 2023년 한국 사회에서 등장했듯이, 독일이 우려한 현상도 한국 사회에 나타나고 있을까요? 독일의 해법이 현재 한국 사회에도 필요할까요? 한국 사회의 배달 앱 사례와 함께 살펴보시죠. 배달의 민족으로 입증된 노동 4.0의 예측 음식 배달 앱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일 겁니다.(저도 애용자 중 하나고요)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배달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배달 앱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2021년) 매출은 2조88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5654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고요. 물론 올해 발표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조사 등 배달 앱 이용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를 전달한 매경이코노미 기사를 보면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은 “배달 시장 전체 MAU(월별 이용자수)의 66.8%”를 기록했습니다. 경쟁업체인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하락했지만 배달의민족은 점유율이 올랐습니다. 3사의 경쟁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 4.0의 우려와 같이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플랫폼이 독점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너무 좌절하긴 이릅니다. 노동 4.0에 등장한 우려 외에 비전도 현실화 된다면 그나마 괜찮은 상황이라 할 수 있겠죠. 노동 4.0에선 5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와 사회 안전망 확보”인데요.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좋은 노동으로의 통합”, “다양한 노동 유형의 표준화”, “노동의 질 유지”, “공동 결정, 노동자의 참여, 기업 문화를 함께 고려하기”도 비전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배달 앱 시장의 1인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노동 4.0에서 제시한 비전을 지키고 있을까요? “9년간 배달비 3000원 동결”, 거리로 나온 노동자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그 중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항목 하단에 담긴 내용이 눈에 띕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에게 회사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중략) 우아한형제들은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가운데, ‘고객 창출’ 및 ‘고객 만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이 비전은 배달의민족 소속 배달 노동자인 ‘배민라이더’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해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서비스 ‘배민1’을 핵심 기능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핵심 서비스를 현실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배민라이더들은 정작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 소속 라이더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배달 플랫폼 노동조합은 노동절인 5월 1일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왜 거리에 나오게 됐을까요? 배달플랫폼 노조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기본 배달료입니다. 배달플랫폼 노조는 기본 배달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아니 배달료가 이미 5천 원 가까이 되는데 배달료를 더 올리라고?’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면 어플리케이션 배달료에서 배달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비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한테 받는 배달료 엄청 올려서 수익을 늘렸으면 기업이 다 챙기지 말고, 배달 노동자에게도 정당하게 수익을 분배하라’는 겁니다. 지난 4월 19일 열린 파업 찬반투표 돌입 기자회견을 전달한 매일노동뉴스 기사에 따르면  노조는 “배달의민족 영업이익은 4천200억원인데, 라이더는 9년동안 기본료가 3천원으로 동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창의 노조위원장은 업주와 소비자가 배달료를 더 내는 것이 아니라며 “배달의민족이 받는 배달비 6천원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 비율을 늘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해보면 배달의민족은 자사 비전에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업무 환경을 강조했지만 배달 노동자들에겐 이런 업무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노동 4.0에서 이야기 했던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비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 4가지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거둔 막대한 성공과 이윤은 노동자에게 재분배되지 않고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죠. 우리는 이렇게 막대한 이윤을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을 이대로 바라만 봐야할까요? 이윤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 어떻게 해야할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큰 이윤을 창출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등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외 각국도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해야 했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디지털세’를 해결책으로 꺼냈습니다. KDI 경제정보센터는 디지털세를 “기업이 디지털 형식으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으면 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해당 국가가 일정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의 조세”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 세금은 거대 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세금을 회피하는 조세회피를 대응하기 위해 도입이 고려되고 있지만, 기업의 이윤 독식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도입을 추진중인 곳은 유럽연합인데요. 2020년 9월 5일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거대 IT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의 진정한 승리자이므로 유럽에서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18년부터 디지털세 도입의 필요성을 짚으며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습니다. 물론 회원국 간 입장차이, 과세 대상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의 통과 등 걸림돌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도입에 대한 의사 합치 발표를 하며 필요성은 합의된 상태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바이든 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시행하면서 유럽연합의 디지털세와 조금은 다르지만 유사한 방향을 가진 조세정책을 마련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세 도입 동향을 다룬 법률신문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급과 소비가 점점 더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구조가 갖춰지는 만큼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은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독일이 노동 4.0을 통해 지적한 것과 같이 디지털화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배달플랫폼 노동조합은 어린이날인 이번 주 금요일 경고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을 경고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번 파업에 동참하며 어린이날엔 배달의민족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하는 캠페이너가 계신다면 이번 파업에 동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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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과 정유라 SNS 받아쓰는 언론 보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특정 산업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저는 그 중 하나가 직업 윤리라고 생각합니다. 산업 종사자들에게 직업 윤리가 없다면 잠시 호황기를 맞더라도 오래 갈 수 없고, 침체기에 들어선 후엔 회복할 수 없게 됩니다. 이 관점에서 한국 사회 최고 불신 대상인 ‘언론’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한국 언론의 언론 윤리 이대로 괜찮을까요? 글 싣는 순서 조민과 정유라 SNS 받아쓰는 언론 보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자님, 기사 속 그 코멘트는 정말 전문가 의견인가요? ‘기레기’에서 시작된 기자 비하 문화로 언론 보도가 좋아질까요? 가이드라인 만들고 안 지키는 기자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언론에는 시민 참여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을까요? ‘“양갈래 머리 잘 어울리네”…‘말괄량이 삐삐’ 변신 조민 패션 ‘화제’’ 이런 기사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 씨의 SNS를 꽤나 자주 마주쳤는데요. 사실 저는 조민 씨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울분 토한 정유라, 조민 공개 저격…“북 콘서트나 쫓아다니는 누가 더 부러워”’ 이런 기사를 접하다보면 조민 씨의 일상을 넘어서 국정농단의 중심인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의 반응까지 알게 됩니다. 언론 윤리 이야기를 시작하며 여러분과 처음으로 나누고 싶은 소재는 ‘SNS, 커뮤니티 받아쓰는 언론 보도’입니다.   SNS, 커뮤니티로 출근하는 기자들 SNS를 옮기는 기사가 최근에 등장한 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관련 의혹 보도에서 인용된 진중권 광운대 교수의 SNS가 있는데요. 당시 진 교수가 조 전 장관의 임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SNS에 게시하면 언론이 이를 옮기는 보도 양상이 보였습니다. 이후에도 유명인 SNS는 기자들의 단골 맛집(?)이었는데요. KBS '질문하는 기자들Q'가 2021년 11월 한 달 동안 유명인 페이스북 받아쓰기 기사를 분석해보니 “모두 6,020건”, “하루 평균 200건”의 받아쓰기 기사가 나왔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겠지만 상당히 많은 양의 보도가 유명인의 SNS를 옮기는 방식으로 쓰였다는 증거입니다. 기자들의 단골 맛집에는 커뮤니티도 있는데요. 미디어오늘 ‘‘커뮤니티 받아쓰기’ 언론, 이대로 괜찮은가‘의 분석을 보면 “기사 80%가 ‘커뮤니티 받아쓰기’인 기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부 언론사는 ‘온라인팀’으로 불리던 조직이 별도의 계열사로 분리되어 커뮤니티 받아쓰기 기사 양산 체제를 갖췄고요. 이런 현상은 저널리즘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끝없는 가벼움’…SNS, 커뮤니티발 기사가 만든 문제들 SNS, 커뮤니티를 출처로 한 기사가 유발한 문제를 먼저 정리해보려 하는데요. 문제 사례를 같이 보시죠. 2021년 7월 뉴스1 ‘핫팬츠 女승객 쓰러졌는데 남성들 외면…3호선서 생긴 일 '시끌'’은 ‘지하철 내에서 여성 승객이 쓰러졌음에도 남성 승객들이 성추행 누명을 우려해 돕지 않았다’는 커뮤니티 게시글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기사가 발행된 후 사회 갈등 사안으로까지 논란이 커졌는데요. 이 기사 사실이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뉴스1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연합뉴스 ‘[팩트체크] '3호선서 쓰러진 여성, 남성들이 외면' 보도는 가짜’를 보면 사건 접수 및 대응 주체인 서울교통공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한 대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 당시에는 “신고를 받고 대기하던 역무원이 쓰러진 여성을 승강장으로 옮겨 구호 조치를 했”고, “자신을 의사라고 알린 남성이 여성을 도왔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쓰러진 여성을 돕는 분위기였다”는 현장 역무원들의 반응이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 한 커뮤니티에 해당 사건을 119에 최초로 신고했다고 주장하는 누리꾼이 등장해 보도를 반박하기도 했는데요. 독자를 비롯해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언론인권센터는 논평 ‘취재 없는 기사가 맥락 없는 혐오와 갈들을 부추긴다’에서 해당 보도를 아래와 같이 지적했습니다. 지난 5일, 보배드림 커뮤니티 게시글이 뉴스1을 통해 기사화됐다. (중략) 뉴스1은 해당 게시글에 <핫팬츠 女승객 쓰러졌는데 남성들 외면...3호선서 생긴 일 ‘시끌’>이라는 제목을 붙여 기사화했다. 이후 많은 언론사에서 해당 기사를 받아쓰면서 온라인 상의 젠더 갈등에 불을 붙였다.(중략)이번 사건은 서울교통공사나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되지 않았다. 특히 최근 여성과 남성 사이의 갈등이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젠더 이슈는 매우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사들은 갈등을 증폭시킬 게 뻔한 사건을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했다. SNS, 커뮤니티발 기사 왜 끊임없이 나올까? 사례를 확인했으니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앞서 확인한 문제 사례는 저널리즘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크게는 ‘황색 저널리즘’이라 불리는 선정적인 가십성 보도의 양산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언론에 대한 반감이 증가하고, 자연스레 불신도 커졌을 겁니다. 더 말하지 않아도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일이 아니라는 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왜 SNS, 커뮤니티발 기사가 끊이지 않는 걸까요? 문제의 원인을 찾고 싶다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확인해야겠죠. 한국 언론 문제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가 ‘조회수 경쟁’인데요. 2022년 기자협회보와 한겨레신문 미디어전략실은 포털 뉴스 페이지뷰를 확인하는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2021년 말 기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모바일제휴를 맺은 매체 73개의 기사 일간 페이지뷰를 조사해 분석한 건데요. 내용을 정리한 기사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읽힌 뉴스, 대부분 '저질·연성화' 뉴스’를 보면 대부분이 질이 낮은 기사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보다 자세한 분석 결과는 페이지뷰 상위 1~20위 기사를 정리한 결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질 낮은 기사들 사이에 SNS, 커뮤니티발 기사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읽힌 기사 5위 조선일보 ‘‘전신 피멍’ 아옳이, 대학병원 검사 결과는 ‘반전’’는 유튜버가 올린 영상을 그대로 전달한 기사입니다. 이어 8위 한국경제 ‘"레깅스만 입고 자주 외출하는 딸이 걱정돼요"’는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확인조차 불가능한 출처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이외에도 페이지뷰 상위권에 오른 다수의 보도가 SNS, 커뮤니티발 보도였습니다. 이유가 조금 명확하게 보이는 듯 합니다. 좋은 저널리즘과 거리가 멀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전달해 오보의 위험이 있음에도 조회수가 높게 나온다는 겁니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언급한 조민, 정유라씨의 SNS가 끊임없이 기사로 등장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조민, 정유라의 SNS를 옮기는 것이 ‘다수가 클릭하는 기사’로 쓸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활용되고 있는 겁니다.   언론 윤리 훼손하는 SNS, 커뮤니티발 보도 시민이 막을 순 없을까 결론을 정리해보죠. SNS, 커뮤니티발 보도는 한국 언론의 현실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를 전문으로 다루는 기자와 언론사가 등장했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혐오와 갈등 조장, 언론 불신 확산과 같은 저널리즘 훼손이었습니다. 당연히 ‘취재를 통해 기사를 작성한다’는 언론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일이기도 하죠. 종합해보면 ‘클릭수’라는 이유로 언론인들이 스스로 직업 윤리를 외면한 결과였습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해 수많은 언론인 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저널리즘이 실종된 한국 언론 현실에 대해 ‘반성한다’, ‘개선하겠다’고 이야기 해왔습니다. 하지만 언론인들의 다짐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욱 연성화된 보도가 쏟아졌고, 자정작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인들이 주도적으로 언론 윤리를 바로 세우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SNS, 커뮤니티발 기사 문제도 언론인들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저널리즘의 구현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를 뉴스 소비자인 시민의 주도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청사진을 당장 ‘짠!’하고 내놓을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사소한 변화부터 만들어보면 좋겠습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그런 의미로 저는 언론 윤리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선정적 기사 클릭 안 하기’를 제안해봅니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질이 낮은 기사가 양산되는 원인에는 ‘클릭수’가 있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책은 그들의 목적이자 생존수단인 클릭수를 주지 않는 것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클릭하는 기사의 성향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특정인의 감정적 발언이 그대로 들어간 제목, 클릭을 유도하는 선정적인 제목, 유명인의 이름을 노골적으로 부각하는 제목 등이 포함된 기사의 클릭을 멈추는 겁니다.  물론 제 제안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댓글을 통해서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유명인의 SNS, 커뮤니티 게시글을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언론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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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 하는 이유
팩트체크는 우리에게 왜 필요할까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국내에 알려진 계기로 이른바 ‘가짜뉴스’를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와 오보 등이 확산되며 정보의 검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팩트체크는 이른바 ‘가짜뉴스’를 척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팩트체크는 허위조작정보와 오보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정보를 마주하는 우리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성장은 시민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가 되고, 정보의 공유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언론이나 전문 교육 등에서 접할 수 있던 정보는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을 통해 스마트폰만 있다면 어디서든 접할 수 있게 됐다. 누구든 정보를 평등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은 큰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을 만났을 때 누구든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양날의 검으로 변신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양하게 등장했던 허위조작정보와 오보의 피해 역시 쉽고 빠르게 정보를 확산하는 기술의 역효과로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는 수많은 정보 중 어떤 정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답을 주는 것이 팩트체크다. 이 글에서는 국내 팩트체크의 현황과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 하는 이유를 간략하게 풀어보려 한다.   시민은 언론사 팩트체크 결과물의 ‘소비자’로 머물러야 할까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 하는 이유를 짚기 전에 국내 팩트체크 현황을 간략하게 먼저 다뤄보려 한다. ‘팩트체크’라는 용어의 확산은 JTBC의 저녁종합뉴스 <뉴스룸>과 함께 이뤄졌다. JTBC는 저녁종합뉴스에서 팩트체크 꼭지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팩트체크도 뉴스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JTBC의 사례를 보며 다른 매체들이 팩트체크 보도를 작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치인의 발언을 비롯해 다양한 실생활 정보를 검증하며 팩트체크 전문매체를 지향하는 뉴스톱의 활약도 ‘팩트체크’를 사회에 알린 계기였다. 개별 언론사의 활약 외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SNU팩트체크도 존재한다. SNU팩트체크는 JTBC, 뉴스톱 등 다양한 언론사와 제휴해 검증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이 뉴스 페이지에서 팩트체크 기사를 종합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눈치가 조금 빠른 독자라면 지금까지의 설명에서 공통점을 찾았을 것이다. 바로 ‘언론사’가 쉼 없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뉴스,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우리는 언론이 팩트체크 기사 쓸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까? 시민은 언제까지나 팩트체크 기사의 ‘소비자’로만 머물러야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정보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검증됐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허위조작정보와 오보 앞에서도 검증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면 두려울 이유가 없다. 당신이 팩트체커가 돼야하는 이유와 모든 시민이 팩트체커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다 그렇다면 시민은 어떻게 팩트체커가 될 수 있을까?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팩트체크도 교육과 경험을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역량과 기술을 펼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 재단법인 팩트체크넷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민의 팩트체크 역량 강화와 시민 참여 팩트체크 활성화를 위해 2020년 11월 동명의 플랫폼을 오픈해 운영중이다.   팩트체크넷은 제휴 언론사 소속 언론인을 비롯해 환경, 데이터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팩트체커와 팩트체커 양성교육 이수자, 팩트체크 공모전 수상자 등으로 구성된 시민팩트체커를 합쳐 50여 명의 팩트체커가 활동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회원이라면 누구나 검증이 필요한 정보를 제안할 수 있고, 제안된 정보는 팩트체크넷에서 활동중인 팩트체커들이 검증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나도 시민팩트체커로 활동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을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가 될 수 있고, 돼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역시 한 명의 시민이고, 모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 자료를 활용해 팩트체크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혼자서 하는 어려운 팩트체크를 넘어 함께 정보를 검증하는 협업 팩트체크 문화는 모든 시민이 팩트체커가 되는 것만큼 중요하다.   물론 팩트체크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이라면 교육을 통해 천천히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 팩트체크넷에서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팩트체크 프로젝트, 팩트체커 양성교육을 진행중이다. 프로젝트, 양성교육에서는 팩트체크 과정에 대해 배우고, 팩트체크 결과물을 전문 멘토의 자문을 거쳐 직접 작성해볼 수 있다.   다양한 허위조작정보에 맞서기 위해선 보다 많은 팩트체커가 필요하다. 허위조작정보의 다양한 해결책 중 가장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해결책은 바로 ‘당신이 팩트체커가 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작년에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 웹매거진에 보냈던 원고를 주섬주섬 꺼내봅니다. 시민 참여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팩트체크넷은 올해 초 운영을 중단하고, 재단법안 해산 절차에 돌입했는데요.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실험의 최종 결과와는 별개로 시민과 전문가의 협업을 통해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직접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은 당연히 수년간 경험을 쌓아온 전문 언론인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검증에는 전문 언론인이 생각하지 못한 관점과 접근방식도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시민과 언론인을 포함한 전문가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했습니다. 시민 참여 팩트체크 활동에 참가한 시민들은 "생각보다 팩트체크가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했습니다. 시민 참여 팩트체크는 '정보의 확산은 빠르지만 검증은 느리고, 그만큼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피해가 커진다'는 걸 시민들이 느끼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모든 시민은 팩트체커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고, 근거가 있는 발언인지 판단하고, 제시한 근거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선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직접 체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팩트체크넷은 운영이 종료되었지만 앞으로는 캠페인즈에서 많은 팩트체커가 등장하길 기대합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처럼 당분간은 언론과 팩트체크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보려 합니다. 마음 속으로는 '매주 하나씩 써보자!'라고 다짐하고 있지만 아이패드에 적은 글감들을 꾸준히 완성시킬 수 있을지는 저도 못믿는 제 성실함에 달린 것 같네요. 산책 하면서, 샤워 하면서, 퇴근하며 지하철에서 뉴스를 보다가 당장 떠오른 5가지 물음표를 첫 시리즈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한국 언론의 언론 윤리 이대로 괜찮을까요?' 정도가 되겠네요. 언론(보다 정확히는 저널리즘)과 팩트체크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캠페인즈에서 즐겁게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