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팩트체크] 가정용 도시가스 가격이 오르는 동안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은 11개월만에 내렸다는 언론 보도, 사실일까요?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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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물어보고, 찾아보고, 확인해서 정리합니다.
팩트체크
도시가스 가격, 가정용 오르는 동안 산업용은 내렸다?
한국도시가스협회의 요금표를 확안한 결과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은 2023년 1월 인하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원료비 연동제에 의한 가격 인하였습니다.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의 인하 시점보단 한국의 미수금 제도 등 공공재로서 도시가스를 다루는 방안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여러분은 이번 달 난방비 얼마 나오셨나요? 비교적 최신 설비가 갖춰진 곳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인 저는 도시가스 비용이 4만 원 정도 나왔습니다. 고지서에 포함된 사용량 그래프를 보니 작년 1월과 올해 1월 사용량이 비슷했는데요. 비용은 1만 원 정도 올랐습니다. 작년 이맘때 요금이 3만 원 정도였으니 30% 이상 오른 셈이죠.

 

SNS, 커뮤니티 등을 보면 대다수의 시민이 저처럼 난방비 인상을 체감한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에서 나온 소위 ‘난방비 인증샷’을 그대로 전달한 보도들도 등장했는데요. 한국경제 ‘"20평 아파트 12월 관리비 51만원"…'난방비 폭탄'에 멘붕’ 등의 보도를 보면 50만 원부터 90만 원까지 관리비가 크게 올랐다는 사례를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커뮤니티에서 ‘산업용 도시가스 비용이 인하됐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대부분 가스신문의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 11개월 만에 인하’를 전달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일반 시민들이 내는 난방비는 크게 오른 사이 산업용 도시가스 비용은 인하됐다는 기사가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분노를 유발했습니다. 가정용 도시가스 가격이 오르는 동안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은 인하됐다는 정보는 사실일까요? 같이 확인해보시죠.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은 올해 1월에 인하됐을까?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이 인하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출처가 된 정보부터 살펴봐야겠죠. 커뮤니티 게시글의 출처인 가스신문 기사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출처로 “민수용을 제외한 상업용과 도시가스 발전용 도매요금이 국제유가와 환율 인하로 천연가스 원료비가 내려 1월부터 도매요금을 인하했다고 전달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의 보도자료 게시판에서 같은 내용의 발표가 있었는지 찾아봤는데요. 해당 내용의 보도자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도시가스’, ‘산업용’ 등의 키워드로 검색을 해봐도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 인하 관련 내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자가 보도자료가 아닌 개별 취재를 통해 해당 정보를 습득했을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보도의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서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구글 검색을 활용해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을 검색해봤는데요. 검색을 통해 한국도시가스협회의 도시가스 요금표를 찾았습니다.

 

한국도시가스협회는 도시가스 사업자들이 소속된 단체인데요. 홈페이지에 매월 용도별 도시가스 요금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요금표를 확인한 결과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올해 1월 인하됐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인하폭도 동일합니다.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이 올해 1월 인하됐다는 정보는 사실입니다.

 

기준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동절기)

22년 12월

33.2550

23년 1월

31.2843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 인하 배경은 ‘원료비 연동제’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시민의 난방비는 올리고, 산업용은 인하했다’는 점에 분노하셨을 수 있는데요. 오늘은 사실 여부보다 배경을 알아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사실 앞서 살펴본 기사에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 인하 배경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바로 “천연가스 원료비가 내려 1월부터 도매요금을 인하했다”는 대목인데요. 가격 인하의 배경이 된 ‘원료비 연동제’라는 비용 측정 방식에 대한 설명입니다.

 

원료비 연동제는 원자재인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에 따라 도시가스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인데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도시가스 가격도 오르고, 반대로 원재재 가격이 하락하면 도시가스 가격은 내려가는 제도 정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이 인하된 것도 원료비 연동제가 적용된 결과입니다.

 

다만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은 꾸준히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해왔기 때문에 가격 인하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2021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보도자료 ‘2021년 5월 주택용,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 동결’을 보면 “겨울철 가격상승 물량이 최근 해소되면서 인하요인이 발생하여”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이 전월 대비 인하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1월과 같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가격이 조정됐다는 발표입니다.

 


공공재 성격을 강화한 한국의 ‘미수금 제도’

해외에선 가정용 도시가스에도 원료비 연동제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료비 연동제로 도시가스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비중이 높았던 독일은 한 달 사이 가격이 70% 이상 인상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미수금 제도를 활용해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요. 판매 가격이 천연가스 수입 가격보다 싼 경우 발생하는 적자(미수금)를 쌓아두고, 수입 가격이 내려가면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원자재 가격이 600원일 때 판매 가격을 500원으로 유지해 발생한 100원의 적자를 원자재 가격이 400원으로 떨어지는 시기에도 판매 가격을 500원으로 유지해 회수하는 겁니다.

 

2021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국내 경제 상황이 나빴던 시기 다들 기억하시죠? 이 시기에 한국 정부가 난방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정용 도시가스 가격을 동결할 수 있었던 것도 미수금 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원자재 가격이 인하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미수금 회수의 방법이 사라진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원료비 원동제와 미수금 제도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SBS 팩트체크 꼭지 사실은 ‘"문 정부만 요금 안 올려서…" 팩트체크 해보니’를 읽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난방비 논란에도 대책 없는 윤석열 정부

앞서 언급한 원료비 연동제와 미수금 제도는 윤석열 정부의 난방비 논란 입장에도 등장합니다. 난방비 논란 보도 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겨울 가스요금 급등은 요금인상 시기를 놓친 상황에서 LNG 가격이 폭등한 결과임’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정부에서 인상된 국제가격을 반영하지 않았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분은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윤석열 정부 입장의 입장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정부의 잘못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 상황으로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정부의 인식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식은 장기화 되는 러시아 침공을 비롯해 유사한 원자재 상승 위기의 해결책이 아닙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발표한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저는 결국 이 발언이 거대양당이 문제 해결은 뒷전에 둔 채 책임 공방만 펼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발표한 대책에서도 비슷한 접근이 보입니다. 정부는 난방비 대란 대책으로 에너지바우처를 통한 취약계층 지원과 난방비 절감을 위한 절약 현장 지원 등을 내세웠습니다. 정부가 정한 소수의 취약계층에 일시적인 난방비를 지원하고, 대다수의 국민은 난방비가 많이 나오지 않게 도시가스를 덜 쓰도록 돕겠다는 태도인데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시점에만 유효한 단기적 해결책뿐입니다.

 

물론 단기적 난방비 지원은 해외에서도 나온 대책입니다. 원료비 연동제로 가격이 크게 오른 독일은 모든 국민의 난방비를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와 독일 정부는 지원의 맥락이 다릅니다. 독일은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난방비 가격이 크게 오르자 전국민을 대상으로 제도 시행을 발표했습니다. 독일 내 여론 악화의 영향도 당연히 반영된 결과이지만, 정부가 공공재 가격 상승의 책임자라는 걸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윤석열 정부와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대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국민 여론이 나빠지자 정부는 난방비 경감 대상을 더 확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려한 것과 같이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정부가 여론에 따라 우왕좌왕 흔들리는 모양새가 나온 것입니다.(KBS 인터뷰에서 난방비 논란의 해결책으로 ‘원전 확대’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의 발언도 큰 문제라 생각하지만, 앞서 언급한 문제의 종합본이라 느껴져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공재 비용 상승 해결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석열 정부의 대응과 달리 난방비 논란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국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비중이 낮지만 천연가스를 100% 수입하는 국가입니다. 유럽국가들처럼 당장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고생하지 않더라도 전쟁 장기화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공재 가격 조정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인 셈입니다.

 

정부의 대책이 묘연하다면 현명한 해결책을 위해 시민사회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천연가스를 난방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의 의견도 조금씩 엇갈리는데요. 가격을 인상하고 충격완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과 가정용 도시가스 가격은 유지하고 산업용 도시가스 가격 인상으로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에너지 소비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논의와 토론에 도움이 될 보다 자세한 전문가 의견은 오마이뉴스 ‘"난방비 폭등은 문재인 정부 탓" 국힘 주장 '대체로 거짓'’, 한겨레 ‘‘난방비 압박’ 당분간 계속…“소비 줄이고, 주택 단열 개선 나서야”‘ 등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공재 가격 상승의 가장 큰 피해는 취약 계층에게 발생합니다. 난방비의 문제가 누구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비용 상승의 체감은 올해 난방비와 같이 대부분의 계층에게 발생하기도 합니다. 당장 벌어진 난방비 논란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짧게는 올해 여름엔 폭염으로 인한 전기세 대란이 벌어질 것이고, 매해 비슷한 문제를 마주해야 할 겁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공재 가격 조정,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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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주신 댓글을 보다가 정리를 하면서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을 조금 풀어보면 토론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남깁니다.

저는 도시가스와 같은 에너지 관련 분야는 1도 모르는 사람이라서 정리하면서 꽤나 애를 먹었는데요. 자료를 찾다가 해외국가들은 천연가스 대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자연스레 검색을 통해서 찾아봤는데요. 신기하게도 유럽국가들 중 프랑스와 독일에서 유사한 흐름이 보였습니다.

바로 '국유화'인데요. 프랑스는 작년 7월 여름에 전력공사 전면 국유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관련 내용을 다룬 연합뉴스 기사, 프랑스는 2000년대 중반 가스공사 EDF를 부분 민영화했는데 이를 다시 국유화 하는 과정입니다) 독일도 작년 12월 가스 수입업체 유니퍼를 국유화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다룬 한겨레 기사)

물론 프랑스의 경우 마크롱 정부가 원전 건설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국유화를 진행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독일의 사례도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제금융으로 해결할 수 없자 국유화 절차에 들어간 경우입니다. 그럼에도 두 국가가 연이어 에너지 관련 기업을 국유화 했다는 건 동일한 맥락이 있다고 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시작된 펜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예상이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는 시대에서 에너지는 시장경제의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재로서 다뤄져야 하고, 그 주도권을 정부가 가져야 다수의 국민에게 충격을 주지 않는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공기업에서 '미수금'이라는 안정적인 제도를 갖춰놓았습니다. 덕분에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에너지가 공공재로서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는데요. 다만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더라도 난방비로 인한 충격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제도를 잘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가 됐다고 보입니다. 적어도 정부가 미수금이 문제라고 주장하려면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국민을 설득해야 하겠죠. 지금처럼 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려서 미수금을 온전히 국민에게 떠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에너지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시선에서 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입니다. 대책과 함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객관적인 자료로 인상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토론과 설득이 필요한 문제가 점점 더 늘어나는 기분이네요...

미수금 제도가 있다는건 처음 알았네요. 본문에도 언급하셨지만 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환경 탓'이 이번 난방비 대란의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했는데요. 내부에서도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네요. 

미수금제도는 지금껏 가스비 폭등 및 폭락에 대응하고 공공요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활용되어 왔던 제도이고, 가스공사가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수금 털어내기'가 어째서 현 정부의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 되어야 하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 산업용 가스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비판하려면 가정용도 그런 식으로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의 가스비 대란에는 여러 가지 국제정세까지 얽혀 있어 이해하기도, 해결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가스비를 올리고 만다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개탄스러울 따름이네요....

이연주 비회원

난방비 문제 관련해서 폭탄 맞았다는 이야기만 듣고 원인이나 해결책을 어떻게 찾을지 어려웠는데,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당국자들이 공공재란 무엇인가부터 다시 배워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마음입니다....

김영민 비회원

한국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비중이 낮지만 천연가스를 100% 수입하는 국가군요. 대부분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안에서 부의 분배 문제를 고민합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의 국제적인 부의 이동입니다. 

우리 에너지 자립 수준을 올리는 방법도 함께 고민하고 병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수금 제도'라는 좋은 제도가 있었군요. 잘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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