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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나? 도서관 : 정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정당 정책이 게재되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정당정책에서 각 정당의 10대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앞서 3월 6일 한국도서관협회에서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대비하여 도서관 정책제안서를 배포한 바 있다. 정당 정책들 중 도서관과 관련된 정책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사실확인 각 홈페이지에서 직접 검색하였으나,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정당 정책이 있을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59개 정당 중 10대 정책을 등록한 30개 정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연합, 국민의미래,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자유통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가가국민참여신당,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가자환경당, 공화당, 국민주권당, 노동당, 노인복지당, 대한국민당, 대한민국당, 미래당, 새누리당, 새진보연합, 여성의당, 우리공화당, 통일한국당, 한국농어민당, 한류연합당, 한반도미래당, 홍익당, K정치혁신연합당은 10개 정책 모두에서 “도서관”을 키워드 검색해보았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조국혁신당, 진보당, 노동당, 새진보연합은 홈페이지에서도 총선 정책란에 들어가 “도서관”을 검색해보았다. 10대 정책: 녹색정의당, 반공정당 코리아, 노인복지당 우선, 10대 정책에서 도서관이 검색되는 것은 녹색정의당, 반공정당 코리아, 노인복지당뿐이었다.  녹색정의당은 “3. [보건복지, 문화관광, 농림해양수산] <돌봄> 돌봄복지국가 - 아동부터 노인까지 생애통합돌봄”란에서 “□ 예술노동의 권리 보장, 지역마다 '문화마을'” 중 “도서관 지원 확대, 사서 인력확충 및 처우개선”, 반공정당 코리아는 “2. 족보종친회청 설치, 고대역사연구원설치, 원구단, 장충단 복원,  마. 역사도서관 설치 사. 역사 시험 복원”,  노인복지당은 “대학마다 장학제도를 확충하고 과학기자재 및 도서관을 확충하여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돋움 시킨다.”라는 공약을 찾아볼 수 있었다. 홈페이지 총선 정책: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다음으로 홈페이지에서 총선 정책란에서 도서관이 검색되는 것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이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역 맞춤형 학교복합시설(수영장, 도서관 등)을 확대하겠습니다" 라는 제목만 검색이 되고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민생회복, 미래 성장 부분에서 도서관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볼 수 있었다. 민생회복 부분 민생을 촘촘히 챙기겠습니다 13) 공공건물과 폐교 등을 활용하여 대학(연합)기숙사 5만호를 확충하겠습니다. *공공 택지개발사업에 연합기숙사 설치 포함 -기숙사 내에 공공도서관, 공영주차장, 체육장 등 주민편의 시설 설치하여 대학생‧주민 공유   민생회복 부분 3.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준비하겠습니다 16) 국민을 위한 문화예술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현 정부에서 폐지‧축소된 국민수혜 문화예술정책 복원 -지역 문예회관연합회, 문화원연합회, 박물관‧미술관 등의 문화예술 강좌, 마을도서관, 출판사업 지원 복원   미래성장 부분 7. 저출생 문제 해결 3)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지자체 협력형 온동네 초등돌봄 지자체 협력형 온동네 초등돌봄 (재능학교)을 도입하겠습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온동네 초등돌봄 도입 -지자체의 인프라를 활용해 학교 공간 외 다양한 지자체의 유휴공간에서 수업(지역 스포츠 센터, 도서관, 체험학습, 지역 명소 등에서 수업 진행) 녹색정의당에서는 3월 21일 올라온 문화예술 공약에서도 도서관과 관련한 정책을 찾아볼 수 있었다. 문화예술 웹자보 공약에서도 도서관이 언급되어 있었다. 10. 독서문화를 진흥하겠습니다 -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장서 동네서점 우선 구매 제도 확대 - 작은 도서관 설립 확대, 도서관 운영 지원 확대 - 도서관 상주 작가 사업 확대: 작가에게 창작공간과 일자리 제공, 지역 주민에게 글쓰기 강좌 등 문화프로그램 제공 - 도서관별 사서 인력 확충 및 처우 개선 - 모든 도서관 운영형태(지자체 운영, 교육청 운영, 민간위탁 운영 등)에 적용되는 사서 표준임금 기준 및 노동조건 기준 마련 지역구 공약 단, 각 지역구에서 나온 국회의원들은 도서관 건립 공약을 내세운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만 하더라도 광진구갑, 동대문구을, 중랑구을, 성북구갑, 도봉구을, 서대문구을, 마포구을, 강서구갑, 동작구갑, 동작구을, 강남구갑, 강남구을, 강남구병, 송파구갑, 송파구병, 강동구갑, 강동구을 등이 있었다.  새로운미래에서는 도서관과 관련하여 광주 북구을에서 공공도서관과 학교에서 EBS 교육 온라인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이 있었다.  도서관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동래구 후보는 사교육을 보완할 ‘공공도서관 네트워크 구축’ 공약이다.  진짜 ‘도서관 정책’은 어디에? 지역구에서 나온 국회위원들은 도서관 건립 공약을 내건 경우가 많았는데, 정작 정당 정책에서는 도서관과 관련한 정책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도서관 정책이 있다면 그에 대한 평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평가할 단계가 아니라 우선 있는 정책부터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서관을 건립하는 공약을 내세운다는 것은, 도서관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정당 정책이 없다는 것은 도서관을 건립만 할 뿐 그 안의 내용을 무엇으로 채워야할 지가 없는 것이다. 녹색정의당처럼 사서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이 아니더라도, '독서문화 진흥'이나 '도서관 운영 지원 확대', '도서관 프로그램 확대' 등 도서관의 내부를 채우는 공약도 필요하다. 도서관은 건물만 필요하지 않다. 도서관 3요소에는 공간(시설)뿐만 아니라 자료와 사람(사서, 이용자)이 포함된다. 있는 도서관은 재건축하고, 없는 도서관은 새로 짓는 정책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도서관이 몇 개인지 건물 개수만이 아니라, 도서관 발전에 대한 정책과 그 실효성 역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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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 무임승차 공약 갑론을박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만든 개혁신당이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 대표는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적자를 해결하고, 미래 세대의 짐을 덜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는데요. ‘노인 무임승차 제도와 지하철 적자의 관계’는 꽤 오래 곪은 논쟁입니다. 지하철 적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노인 무임승차는 정말 폐지되어야 할까요?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1980년 70세 이상의 요금을 50% 깎아주는 것으로 시작해, 1984년 65세 이상의 요금을 100% 깎아주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중앙정부에서 도입했지만 정부 차원의 비용 마련 대책이 세워지지 않아, 지하철 운영사와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하게 됐습니다.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교통공사)는 1995년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에 대해 국고보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무임승차를 왜 폐지하자는 건데? 주장 1️⃣ 무임승차 때문에 지하철이 계속 적자야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5년간 약 3.8조의 적자를 냈습니다. 다른 지역 지하철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지하철 운용사와 지자체는 지하철 적자의 핵심 요인이 무임승차라고 말합니다. 고령화로 무임승차 비용 부담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건데요. 무임승차 제도가 도입된 1984년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연령층은 2022년 17.5%까지 늘었습니다. 반론 🚫 지하철 적자는 무임승차 때문이 아니야 대한노인회는 지하철 적자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지하철은 열차 편성 수가 정해져 있어 노인 무임승차 때문에 운영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요. 대한교통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무임승차 인원은 매년 증가하지만, 열차 편성 수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수송 원가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요금이 적자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은 지난해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2061원을 썼는데, 지난 9월까지 기본운임은 1250원이었습니다. 노인들에게 요금을 받더라도 요금 인상 없이는 적자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주장 2️⃣ 대도시 노인들만 혜택을 받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무임승차 혜택이 지하철로 제한돼 지역 간 차별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도시철도가 없는 농어촌 지역 노인들은 혜택을 못 받는다는 겁니다. 반론 🚫 무임승차 제도가 가진 사회적 편익을 생각해야 해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 간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임승차를 유지하면서 지역 간 교통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임승차 제도의 사회적 편익을 고려한 것인데요. 한국교통연구원은 2012년 무임승차 제도의 비용 대비 효과가 60~80%에 달한다는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노인들의 외부 활동이 활발해지면 자살·우울증 예방, 의료비 절감 등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폐지밖에 답이 없나? 개혁신당의 무임승차 폐지 대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 지하철, 버스, 택시 모두 이용 가능한 연 12만원 선불카드 지급 ✅ 선불 카드를 다 쓰면 현재 청소년과 동일한 40% 할인 요금 적용 ✅ 예상 비용: 연간 1.2조 연 12만원이면 서울 지하철을 한 달에 약 7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무임승차의 사회적 편익을 보완하기엔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게다가 연간 1.2조의 예상 비용은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으로 추산되는 약 8000억보다도 많은 금액입니다. 무임승차의 편익은 유지하고, 비용 부담은 줄이기 위해 논의되는 다른 방안들도 있습니다. 🧐 폐지 대신, 조금 바꿔보는 건 어때?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이자: 무임승차 규정이 처음 생긴 40년 전과 비교해 ‘노인’의 개념이 달라진 것을 반영하자는 겁니다. 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만 70.5세라는 설문 결과도 있습니다. 대구시는 단계적으로 무임승차 연령을 올려 2028년 70세 이상으로 설정할 계획입니다. 무임승차 시간대를 조정하자: 영국 런던 지하철은 만 60세 이상 노인에게 오전 9시 30분 이후에만 무임승차를 할 수 있게 합니다. 출퇴근 시간은 노인 승객의 주요 이용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대한노인회에서도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 지하철 비용을 다시 분배하자 지자체들은 무임승차 요금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왔습니다. 무임승차 제도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국가 복지 정책으로 추진됐으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작년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부의 무임승차 비용 보전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기재부는 확고한 반대 입장입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 공기업이 관리하는 도시철도는 요금액 결정도, 비용 부담도 지자체의 몫이라는 겁니다. 2022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무임승차 요금 예산 지원에 합의했으나,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무임승차를 폐지하더라도 지하철 적자 해소를 위해선 요금을 인상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지난해와 올해 지하철 요금을 각각 150원씩 인상했지만(올해 1550원), 원가(2020년 기준 2061원)를 보전하기엔 여전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요금을 단번에 많이 올리기엔 시민들의 부담이 큽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만큼 지하철 적자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관점이 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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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상담센터에 가면, 어떤 사람이 나를 상담하는 걸까?
이 연구는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부재’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들여다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구가 어려워서 연구원정대에 참여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김은빈이라고 합니다. 연구원정대에서 마련한 버닝 클럽을 신청하고,  리버뷰 회의실에서 리버를 등진 자리에 앉아, 글 쓰는 부담에 시달리다 몇자 적습니다. 한참을 어떤 제목이면 독자와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따위로 째깍거리는 커서만 노려봤어요. 함께 있던 J님에게 만약 우울해서 동네 상담센터에 간다면, 센터 문 앞에서 무슨 생각부터 떠오르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의 경계 없는 질문에도 발그레한 미소를 띠며 곰곰이 생각을 보태주었어요. “아무래도 상담사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오히려 그녀가 나에게 상담 효과가 보장되겠냐고 묻는 듯했습니다.  대대로 심리상담의 경쟁업종은 점집이었습니다. 과거를 탁탁 맞추고, 미래를 탁탁 알려주는 대로 믿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안심되고, 그렇게 살아봄 직한 희망이 생기니, 불안할 때마다 용한 무당에게 찾아가 효험을 보는 일이 그리 어색하지도 않지요. 하지만 누군가 점집이 아니라 상담센터를 찾았을 땐, 효과성을 일으키는 게 귀신이 아닌 다른 것이길 기대합니다. 바로 그 ‘다른 것’이 ‘과학’입니다. 과학은 우리 사회에선 곧 직업에 전문성을 부여해주는 근거이지요. 그러니 결국 ‘내가 이해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불안은 상담이 과학에 근거한 전문성이 담보된 행위인지 되묻는 질문입니다. 누구나 상담센터 문을 열었을 땐, 이곳에 나를 나아지게 할 ‘전문성이 보장된 상담사’가 거기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동네 상담사는 전문가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대답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법’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없답니다! 1. 지금부터 연구를 소개합니다.   상담사가 내뱉은 한 마디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지난 직장에서 일하며 이제 더는 못하겠다, 생명의 심지가 바싹바싹 타는 기분이다 싶은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있길래 주변에 알리고 저도 신청했죠. MMPI-2 간이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으러 교대역 어딘가에 있다는 오피스텔로 향했습니다. 중년 여성이 의사 가운을 입고 반갑게 저를 맞이하더군요. 요즘은 개인 센터에서도 전문가임을 강조하려고 가운을 입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사에게 제 상태와 직업을 설명했어요. 그때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사회복지사이자 상담사로 만나는 활동을 들은 상담사는 인지부조화가 왔는지 업무에서 쓰는 용어를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본인의 세상에선 제가 풀어낸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이는 눈치였습니다. 아무래도 상담사는 저를 비혼주의자 페미니스트로 본 듯했어요. 갑자기 상담사는 저에게 “결혼할 생각은 있나요?”라고 생뚱맞게 질문했습니다. 으잉? 싶었지만 성실하게 답해줬지요. 네, 라고요. 그러자 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정말 다행이네요. 일과 생활을 분리해 잘하고 있으시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 여성단체, 성매매 뭐 이런 단어가 조합되어 상담사의 머릿속에 남은 궁극의 단어는 ‘결혼’이었나 봅니다. 저는 무척 화가 나서 온종일 친구들에게 상담사를 험담했습니다. 그녀가 입은 흰 가운이 무색하게, 그녀의 말은 전문가로서의 신뢰성을 부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상담사를 만났을 때, ‘상처받을까 봐’ 걱정되진 않아야 하지 않을까? 제가 일하던 곳은 심리지원단을 운영했습다. 폭력에 처한 여성을 구조하고 여성이 원한다면 심리상담을 지원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내담자 배경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심리지원단 멤버가 될 수 없다는 기조가 있었어요. 심리상담 업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 관련 국가 자격증이 없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선 학회 민간자격증이 암묵적으로 통용되요. 그중 우리끼리 가장 공신력 있다고 봐주는 자격증은 한국 심리상담학회와 한국 상담학회가 발행하는 자격증입니다. 팀장은 상담센터 출신으로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여성들에게 심리상담 연계하는 건 그 자격으론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팀장은 상담사가 학회 자격증이 있다 한들 다시 한번 자체 ‘검증’하지 않으면, 여성이 상담사로부터 상처받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심리상담’은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심리학은 과학이야! 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저의 지도교수가 들으면 노발대발할 언사였습니다. 상담사가 생애주기별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겪어야만 상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리학은 과학이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행위로서 상담한다고 교수는 누누이 주장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심리상담의 효과성 논쟁은 미국에선 애초에 끝난 일이었습니다. 1977년 Smith와 Glass는 상담심리 치료 효과와 관련한 연구를 메타 분석해서 상담 및 심리치료 효과 크기를 d=. 68로 추정했습니다. 이후 메타 분석 연구가 일관되게 심리치료의 절대적 효과성을 드러내 주고,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상담이 심리적 문제해결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이 교차 검증되었어요.(유성경, 2018) 이는 이제 상담이 효과가 있어? 라고 물으면, 그럼 그렇고말고! 하고 답해도 괜찮다는 뜻이랍니다. 하지만 이 과학이 증명한 효과를 저의 전 직장에서는 다시 ‘검증’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담사라는 사람을 불신하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고 말았어요. “상담사가 내 상황도 모르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되는 거예요? 상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내담자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어버렸거든요.  누가 전문가인가?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2023년 12월 5일. 보건복지부는 국민 마음 건강 프로그램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2024년부터 대폭 예산을 증가, 투입해서 ‘2027년까지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정신건강정책 '예방-치료-회복' 전단계 관리로 대전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2023.12.05) 여기서 ‘심리상담’을 수행하는 전문인력은 누구일까요? 보도자료에서는 ‘전화 대응 개선을 위한 상담원’, ‘전문심리상담사 채용’, ‘상담심리 또는 EAP 전문자격증 보유자’라고 일관되지 않은 자격조건을 나열합니다. 그리고서 마지막에 ‘정신건강 전문 요원 양성 및 처우개선’이라는 주제로 또 다른 자격 명을 설명하지요. 자, 그러면 나는 이제 누구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면 되는 걸까요? 과연 이 중에 어떤 자격이 ‘심리상담’을 가장 잘한다고 보장해줄까요? 과연 정부는 나열된 자격조건 중 한 가지라도 있다면 심리상담을 수행하기 충분한 전문성을 가졌다고 간주하고 있는 걸까요? 현재 정신건강 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양하게 불리는 자격을 일일이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자격이 어떤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지도 알아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러한 의문을 남기는 정책이 보도자료로 발표되는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어요. 바로 ‘심리상담’ 관련 법이 부재하다는 현실입니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과 불안,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같은 충격적인 사회적 재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와 적응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한 해결사로 ‘심리상담’은 자주 콜링 되지만, 심리상담은 법의 규제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공공정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도 ‘정신건강복지법’(약칭)에 포함되지도 못한 채, 공적 관리 감독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랍니다. 이러한 사태는 정책 수행 주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불건전한 서비스가 건전한 정신건강 관련 심리서비스 전달 체계와 경쟁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에 혼란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더는 심리상담을 무법지대에 두지 말고, 제대로 법제화하여 심리상담 서비스 공급체계를 공공영역으로 포섭해야 합니다. (김영환, 2022)  2. 이전에는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다섯 번째 심리서비스 관련 법안이 발의 되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2009년, 2012년 학교 상담 법제화를 추진하였으나 자동 폐기되면서 심리상담 모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문 상담’ 영역 NCS 개발과 함께 2013년 정신보건법 일부개정 시기에는 심리상담 자격증을 공인된 국가 자격으로 만들려고 시도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지요. 이후 관련 학회는 심리상담 모법 필요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서 2022년까지 총 4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각 법안별로 “무엇이 전문성인가?”, “누가 전문가인가?”를 놓고 전문가 집단 간 입장이 갈라지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법안은 계류되고 말아버리죠. (김인규, 2022) 이에 입법조사처는 4개 안의 조율을 권고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만우, 2021)  2023년 5월엔 기존 발의안을 통합하여 ‘국민 마음 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 서비스 지원법안’을 다섯 번째로 발의했으나, 9월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심리상담’ 영역에 대해 재정의하고, 학위 자격조건을 학사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권고받았어요. 합의체 중 한 곳인 한국 상담심리학회는 권고된 자격조건에 동의하지 않고,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한국 상담학회는 국가직 무능력표준(NCS)을 근거로 심리상담을 ‘사회복지, 종교’에 해당하는 비의료적 성격의 전문 서비스로 표명하며, 예방, 발달, 성장을 지향하는 예방 사업을 수행하고, 비의료 영역에 전문상담사 우선 배치 하도록 요구하는 중이랍니다. 또한 이 학회는 앞서 보도자료로 발표된 ‘정신건강 정책 혁신방안’에서 정신 보건 전문 요원이 우선 배치 혹은 증원되고, 민간자격을 소지한 상담사들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사업 방향에 문제를 제기한 상황입니다.  법이 없는 동안 상담 업계는 도떼기시장이 되고 말았다. 심리서비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집단 간 합의가 요원해질수록 대중이 접하는 심리상담 영역에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심리서비스 자격증 및 센터 개소 자격 규제가 부재하여 어떤 센터가 양질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둘째,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심리서비스 전문가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어요. 이에 따라 심리서비스 전문가 역량 및 윤리 의식이 부재한 상담사가 센터를 운영하는 비윤리적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는 상담 관련 학회들이 주장하는 ‘내담자 복지’ 즉, ‘내담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주요 가치를 훼손하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죠. 셋째, 심리서비스 관련 허위광고 규제가 부재합니다. SNS만 열어봐도 부정확한 심리학 및 정신건강 정보가 무분별하게 쏟아지지요. 윤리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담 후기 등을 이용한 마케팅은 그대로 소비자에게 노출되어 비윤리적 환경을 조성합니다. 내담자가 안전하게 양질의 서비스를 선택하려면 상담 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 자체를 정비하는 시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제는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이야기하자. 심리서비스 관련 법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해외 법령과의 비교, 법의 방향성, 법 세부 항목의 형태에 치중된 편이었어요. 예를 들어, 법제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거나, 미국, 호주, 일본, 대만과 같은 해외 법안과의 비교, 자격증의 최소 응시 자격, 업무독점형 혹은 능력인정형 자격 형태 등이 연구되었습니다. 이렇듯 기존 연구는 ‘누가 전문가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의 필요성에는 내담자가 저질의 서비스를 경험하지 않도록 4,000개에 육박하는 민간자격증을 제한하고, 환경을 정비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계류되는 이 순간에도, 비전문적, 비윤리적 상담은 내담자에게 음흉한 손길을 뻗쳐 실시간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거든요. 이 상태로는 내담자가 도저히 ‘어딜 가야 효과가 있다는 상담을 받을 수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 문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된 법이 제정되어야 하는가’와 함께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도 논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시장에서 소비되는 심리상담 서비스의 행태를 분석하여 실제로 소비자가 어떤 심리상담 서비스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를 통해 전문가 집단과 정부 부처, 그리고 대중이 ‘왜 이 법이 필요한지’에 대해 마음을 모을 수 있다면, 이슈 파이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3. 연구는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 ‘심리상담’의 겉모습을 주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간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계류되는 상황에 따라 ‘규제되지 않는 심리상담이 어떻게 비전문적, 비윤리적 행태를 보이는지’를 탐색하고자 했어요. 일차적으로 ‘시장에서 심리상담이 돈이 되기 시작하자 업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어요!’라고 설명할 생각입니다. 나아가 ‘그러니 우리 이제 좀 마음을 모아 법을 통과시켜 봅시다’라고 설득할 만한 당위성 마련까지 시도해 보고려고요! 이를 위해 업계 종사자끼리 공유하는 우물 안 시야에서 벗어나 대중이 보는 심리상담 업계는 어떠한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대중이 상담을 알게 되는 루트 중 하나는 인터넷 정보라고 추정했어요. 수많은 정보 중에 연구할만하고, 대중도 신뢰할 만한 자료는 ‘언론 보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상을 살피고자,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비윤리적, 비전문적 상담행위 실태는 어떠한지 살펴봤답니다.  빅카인즈(BIGKINDS)를 이용한 신문 기사를 확인했다. 신문 기사를 모아 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빅카인즈(BIGKINDS)를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수집 범위는 학교 상담 법 제정이 시작되었던 최초 연도인 2009년 1월 1일부터 연구를 수행하는 시점인 2023년 11월 31일까지로 잡았어요. 15년에 걸쳐 보도된 국내 기사가 대상이 되었습니다. 기사를 발간한 언론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내일신문, 매일경제, 머니 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등 총 11개 일간지를 포함했습니다. 기사는 ‘학교 상담사’, ‘심리상담 AND 성폭력’, ‘심리상담 AND 윤리’, ‘심리상담 AND 법제화’, ‘심리상담 AND 자격증’ 총 5개 키워드 중 하나 이상 포함된 관련 기사로 추출했습니다. ‘심리상담’, ‘상담’과 같이 대표적인 키워드를 단독으로 검색하는 경우, 학교, 자격증, 프로그램 홍보 기사가 다수 수집되어 쓸만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키워드를 결합하여 검색어를 세분화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수집된 기사 총 2,598건을 연구분석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수집된 기사는 윤리규정을 대조하여 선별 기준을 도출하고, 최종 분석 대상을 선별하여 내용 분석과 언어 네트워크 분석을 할 예정이랍니다.   4.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연구는 언론에 나타난 심리상담 현장의 모습을 통해 내담자가 경험하는 심리상담 환경 실태를 들여다보며 다음과 같은 결과에 이르길 기대합니다.  첫째,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비윤리적, 비전문적 상담행위 실태를 확인한다. 수집된 기사에서 키워드별로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전문성’이었습니다. 이는 지속해서 심리상담의 전문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하지요. 특히, 4,000개에 달하는 민간자격증이 남발하는 실태는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공인된 국가 자격증인 ‘임상심리사’와 ‘청소년 상담사’가 심리상담 영역을 포괄하지 못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상담심리학회와 한국 상담학회의 자격증이 우세해지면서, 학회 자격증의 험난한 자격요건을 피하려고, 비표준화 수련 과정을 내세운 민간자격증이 우후죽순으로 등록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쉽게 딸 수 있는, 몇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자격증이 바로 그것입니다. 몇몇 민간자격증은 8시간 만에 자격증을 발급하기도 해요. 이를 악용하여  비양심적 행위자가 오픈 채팅을 열어 자격증과 함께 저렴한 상담료를 홍보하면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안타까운 실태가 확인되었습니다. (“1시간에 10만원, 우울증 상담해드려요”...상담 자격증, 반나절이면 취득?, 권선미, 2023.07.31.) 이처럼 서비스 이용자들이 ‘누가 전문가인지’알지 못하게 되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 현장을 취재한 한 기자는 “심리상담 업계는 도떼기시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너도나도 돗자리 깔고 전문가 행세하는 수준입니다. 가짜가 진짜보다 많습니다”라고 일갈하며 무분별한 심리상담 환경을 평했습니다. (“무조건 합격이세요” 엉터리 심리상담사, 기자도 땄다 , 강창욱 외, 2022.05.23.)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제로 성범죄나 금원 편취와 같은 사기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해준다며 성폭행한 유명 심리상담사, 강진구, 2018.09.10.; 성범죄자도 몸치료 OK... 엉터리 법에 무법천지, 강창욱 외. 2022.06.04.) 심리상담을 이용하고자 하는 내담자는 이미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고자 절박한 심정으로 상담을 신청하지요. 이들을 대상으로 비전문적, 비윤리적 행위를 넘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자가 등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심리상담사 자격에 의해 처벌할 방법도, 다시는 센터를 개소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방법도 없습니다. 게다가 과학적 입증이 되지 않은 정보나 공개되면 안 될 심리검사지 정보, 내담자 동의 없이 내담자 상담 내용이 포함된 후기를 SNS에 게시하여 홍보하는 등 심리상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이 윤리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쏟아져 나오기까지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이용자는 누가 전문성이 있는 상담자인지 구별하지 못해서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심리상담에 반복해서 노출되고 맙니다. (심리사냐 상담사냐... 심리상담, 법이 없다, 강창욱 외, 2022.06.09.) 이러한 환경은 서비스 이용자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양산하여, 심리적 고통에 처해도 심리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게 만들고, 치료를 미루는 결과를 낳아 심리적 문제가 고착되는 악영향에 이를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둘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확인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비전문적, 비윤리적 실태는 ‘전문가 자격’, ‘센터 개소’, ‘광고 홍보’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 자격을 제한하기 위한 공인된 국가 자격증 신설, 센터 개소 자격 규제, 허위광고 규제가 포함된 법률안이 필요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업무독점형 면허 자격증 형태는 정신건강 영역의 타전문가 집단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 전문 요원이 저항하는 상황입니다. (의협 '심리상담사법' 반대... "교육 표준화, 인증평가 구축이 우선", 송수연, 2022.05.20.) 그들은 심리상담사 배출 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수련 과정이 전문가를 양성할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고 있어요. 따라서, 면허형 자격증을 주장하려면 상담사를 양성하는 현행 교육과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심리서비스 전문가 교육과정으로 개편하고 근거 기반 심리상담을 보장해서, 양질의 상담을 제공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자격증이 국가 자격증으로 발급되는 것과 동시에 가장 시급한 일은 센터 개소 자격의 제한입니다. 현재는 별다른 규제 없이, 음식점을 개업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으로 심리상담센터가 개소됩니다. 즉, 누구나 심리상담센터를 개설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심지어 자격증이 없어도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 동네에는 누가 운영하는지 알 수 없는 심리상담센터가 아무런 규제 없이 버젓이 영업 중인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이용자는 ‘자격에 대한 정보’ 없이는 어떤 센터가 양질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져요. 현실적으로 서비스 이용자가 일일이 센터 상담사의 학위와 자격증의 공신력 여부를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은 비경제적이기도 하지요. 병원이나 법률사무소는 주인장 실력 여부와 관계없이 자격 명칭만으로도 공인된 전문가가 의료 혹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듯이, 심리상담센터 개소에도 이와 같이 센터를 개소할 수 있는 주체의 자격 제한이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심리서비스 관련 허위광고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심리상담 정보는 정신건강을 지키기는 데 큰 방해 요인입니다. 이는 넓게 보자면 공익을 저해하는 행동으로도 볼 수 있어요. 정신건강은 실질적으로 생명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강력한 제한을 펼쳐 허위 정보를 줄여야 합니다. 5. 이 연구의 앞날은?! 연구의 최종 골인점은 ‘내담자 복지’다. 저는 심리상담 서비스가 필요한 누구나 거주지 근처에 있는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면 평균 이상의 공인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꿈 꿉니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종사자라면 힘을 합해 우리 사회의 안전한 상담 환경을 구축해야 할 전문가적 소명이 있다고 믿거든요. 서비스 이용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정신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농후한 환경은 심리상담 윤리의 제1원칙이나 다름없는 ‘내담자 복지’에 위배합니다. 심리상담사 개인이 아무리 윤리적 행위를 할지라도, 구조와 환경이 비윤리적이라면 내담자는 환경으로 인해 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인 상담행위는 실시간으로 내담자를 위협합니다. 그러니 심리상담사는 우리에게 찾아온 내담자를 지키고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과 법률 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디, 정신건강 관련 집단 내에서 조속한 법제화의 필요성이 공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아가 위협적인 상담에 노출되고 있는 대중에게도 이 법의 필요성이 공감되길 원합니다. 누구나 이 문제를 공감할 수 있는 빠른 길은 바로 황폐한 상담 환경이 ‘나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라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는 종사자와 서비스 이용자 양측에게 법의 부재가 어떤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지 밝히는 데 의의를 둡니다. 지난 6개월간 한주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세미나를 준비해준 연구원정대의 도움을 힘입어 연구할 내용이 준비되었어요. 상냥하고 친절한 코치진의 정성에 무한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현장에 있는 동료 연구자들에게 준비된 내용을 공유하고, 정교하게 자료를 분석하여 ‘독자에게 읽히는 논문’을 쓰고자 합니다. 지금 이 노력은 어쩌면 동해 바다에 자갈 한 덩이 던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여전히 현장에서부터 몸으로 느낀 차별이 더는 ‘잠시 약해진 이들’에게 전달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우리 동네 아무 상담센터나 찾아가도 당신이 안전하다는 확신, 그런 세상. 그거 하나예요. 이 진심이 이 연구의 전부랍니다.  초보 연구자의 하염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김영환(2022). 심리상담사법 제정의 방향. 법과 정책연구 김인규. (2022). 상담 법제화 과정 연구. Korean Journal of Counseling, 23(3), 1-18.  박한우 & Loet Leydesdorff. (2004). 한국어의 내용분석을 위한 KrKwic 프로그램의 이해와 적용. Journal of The Korean Data Analysis Society (JKDAS), 6(5), 1377-1387. 유성경. (2018). 상담 및 심리치료의 핵심 원리. 학지사 이만우. (2021). 비의료 심리상담 법제화 논의 : 통합을 위한 원칙과 과제. 이슈와 논점 성현모, & 이상민. (2022). 심리상담 법제화의 방향성. 입법과 정책, 14(1), 195-219. 최윤주, 전예빈, 신예림 & 이수비. (2023). 신문에 보도된 고독사에 관한 탐색적 연구, 2012년 2022년 기사를 중심으로.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51(1), 117-144 한승희. (2019). 도서관에 대한 언론 보도 경향: 1990~2018 뉴스 빅데이터 분석. 정보관리학회지. 36(3). 7-36. Wampold, B. E., & Imel, Z. E. (2015). The great psychotherapy debate: The evidence for what makes psychotherapy work. New York, NY: Routledge. ** 신문기사는 글에서 링크를 활용해 직접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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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서비스분야 외국인력 도입의 진실과 거짓
가사서비스 분야 외국인력 도입의 진실과 거짓 최영미(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1. 경과 지난 해 9월 28일, 오세훈 시장은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은 월 38-76만원 수준이므로 저출생문제 해결을 위해 저임금 외국인력을 도입하자고 국무회의에서 제안했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시대전환 조정훈의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 배제를 골자로 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노동, 이주, 여성단체 등 각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몇몇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자 드디어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른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도입을 주문했다. 그동안 미적거리던 노동부는 직후인 5월 25일 이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열었으며 7월 31일에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시범사업안을 발표했다.   2. 시범사업의 내용 정부는 도입인력에 대해 E9비자를 적용하기로 했다. E9은 이전의 ‘산업연수생 제도’가 각종 비리와 인권 침해의 문제를 야기하자 ‘고용허가제’로 전환함에 따라 만들어진 비자이다. 이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하게 하는 제도이다. 고용허가제의 운영원칙은 ‘보충성의 원리(내국인 우선 구인노력 의무 부과, 매년 적정 수준의 도입규모 결정 등)’를 기반으로 정부가 인력을 보내는 송출국과 협약(MOU)을 체결하고 산업인력공단이 프로세스를 관할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외국인력과 ‘근로계약’을 맺는 형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최저임금을 비롯하여 노동법이 적용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입국 뒤 산업인력공단이나 지정 교육기관에서 외국인 취업교육을 받아야 하고 귀국시 필요한 비용에 충당하기 위해 보험이나 신탁에 가입해야 한다. 사용자는 퇴직금 지급을 위해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기숙사를 제공해야 하며(기숙사 비용부담은 의무가 아님) 보증보험, 상해보험 등에 가입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정부는 서울시 전역을 대상지역으로 하여 올해 하반기에 필리핀에서 100명을 도입해 최소 6개월 이상 시범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인력을 채용할 기업 요건은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에 따라 정부 인증을 받은 제공기관으로 한정하며, 관련 경력`지식, 연령, 언어능력, 범죄이력 등을 검증하고 취업 전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외국인력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용자들은 직장을 다니며 육아부담을 지고 있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이고 입주형 근로가 아닌 통근형 근로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3. 시범사업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    1)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 지난해 9월 오세훈시장의 주장에서는 ‘저출산’을 정책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런데 2021년 현재 세계 238개국 중에서 홍콩은 저출산 1위, 싱가포르는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어느 사이엔가 저출산보다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촉진’이 목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콩, 싱가포르가 외국인력을 도입한 것은 1970년대 산업화과정에서 내국인력을 노동시장에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고 당시 홍콩의 인구는 약 400만, 싱가포르는 약 200만의 극소인구 국가로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연구자들은 2000년대 들어서 이들 국가에서 외국인력 도입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증가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1년 가까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 논의의 국가적 정책 목표는 무엇이란 말인가.    2)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제 ‘저임금 값싼 노동력’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주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쳐도 주휴 및 각종 수당 지급, 사회보험료 사용자 부담분에 기업의 이윤을 합치면 이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 비용은 월250만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과연 이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가구는 어떤 가구일까. 정부가 발표한 20-40대 맞벌이, 한부모가정 중 얼마나 가능할까. 외국인력도 마찬가지이다. 값비싼 서울에서 숙소 비용에 식대, 교통비, 귀국 비용 등을 합치면 실질임금은 줄어들 것이다. 이를 감안하여 서울시는 숙소비, 교통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1.5억원의 추경예산을 확보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일하는 내국인 가사노동자들도 본인이 값비싼 주거비용, 교통비를 부담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자. 현재 이용자 일부 자부담으로 중앙정부는 ‘아이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지방정부는 한부모, 임산부를 시작으로 맞벌이에 이르기까지 ‘가사돌봄서비스’를 도입하는 중이다. 이러한 공공정책을 통해 국민의 돌봄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도모하는 것이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3) 정말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가 정부는 공청회에서 외국인력 도입 필요성으로 내국인력이 지속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먼저 수도권에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에서는 아직 그렇지 않아 지역 격차가 있다. 다음으로 왜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지 원인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수요(구인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 일자리의 불안정, 낮은 사회적 대우로 인하여 공급(구직자)쪽에서 진입을 꺼려하거나 진입했다 해도 이동이 심하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가사서비스 분야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된 이후 70년 이상 개인간 거래에 머물며, 퇴직금과 사회보험은커녕 직업훈련조차 마련되지 않은 분야이다. 개인 가정에서 일을 하다보니 업무범위도 불분명하고 이용자의 무리한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고 사건사고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경력으로 인정을 못받으니 이러한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사람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이 실시되어 조금씩 노동시장을 바꿔가는 중이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고령화를 예로 드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 50대 이상 여성들의 중요한 일자리로 작동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은 한국은 오히려 이 분야의 노동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건강한 고령자들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이상에서 외국인력 도입사업의 개요와 문제점을 간략히 정리했지만 이밖에도 무수한 문제가 제기된다. 제조업과 달리 가정 안에서, 가정생활과 가구원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어소통은 잘 될 것인가,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일할 수 있는가, 가정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은 잘 보장될 수 있는가, 이것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하고 대우가 낮은 가사서비스 시장을 하위 노동시장으로 고착시키는 것은 아닐까, 결혼이민여성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등국민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얘기를 할 시간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남녀 공히 육아휴직의 원활한 사용, 주거와 교육격차의 해소, 돌봄시설과 서비스의 확대처럼 그동안 합의되어 온 정책을 조속히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각계각층에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만큼 준비 없이 돌출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국가이건 실태조사와 최소 3-4년 이상의 준비기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실태조사, 수요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시범사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생산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력 도입에서 핵심 원칙은 보충성과 평등의 원칙이라고 믿는다. 보충성은 내국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함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고, 평등은 그렇게 도입된 외국인력에게는 내국인 노동자와 똑같은 보호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내리꽂기식 시범사업이 아니다. 당장 이해관계자를 모아 초고령화시대, 인구절벽의 시대를 앞두고 외국인력 도입의 필요성과 조건에 관해 진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공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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