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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고민하는 활동가들 여기여기 붙어라 👍
지난 2월 25일, 노동에 관심이 많은 활동가 두 명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시민단체 활동가 여섯 명을 초대했습니다! 망원의 성미산알루(무료로 공간을 내어주신 사장님 감사합니다🙏) 에 모여 '노동'과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3시간 내내 이어진 성토대회에 허덕이며 녹취록을 풀었습니다😂 한달동안 울고 웃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정리해보았는데요, 일부를 캠페인즈에도 소개합니다!  이 글에서는 볼 수 없는 기획의도와 기록 전문 한 눈에 확인하기👀 모든 구성원의 대화는 알록달록한 가명으로 기록했습니다. 🍎함께 하고 싶은 빨강 씨🍋 쎄한 노랑 씨 🍊 뻗치기 중인 주황 씨 🥦 어쩌구한 초록 씨 🫐 내려놓은 파랑 씨🥑 지켜보는 남색 씨🍇 날아가고 싶은 보라 씨 🤔 각 단체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파랑 | 저희 단체는 얼마 전 급성장했어요. 그래서 요즘 과도기인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팀장회의에서 사업이 결정이 되는 편이에요. 저희는 거기서 나온 결정에 맞춰 실무를 하고요. 저희 팀은 팀장님이 그래도 대표님에게 사업의 목적을 계속 묻고 그래서 결국 방향성을 알아내주셔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실무를 시작하기 전에 이 사업의 의미를 팀원들과 같이 얘기해서 만들어가고 시작하시죠. 하지만 조직에는 그렇지 않은 팀이 더 많아요. 그냥 팀장회의의 결정을 100% 수용해서 시작하죠. 그래서 방향성에 대한 맥락이 잘 공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단체는 규모도 큰 편이고 팀도 많이 나눠져 있어서 일단 자기 팀에서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거예요. 그러면 팀들끼리 집행하는 활동과 결정에 차이가 생기기도 해요. 예를 들어 이 팀에서 내보낸 콘텐츠는 A 입장인데, 다른 팀 콘텐츠에서는 그거랑 미묘하게 다른 의견의 B 입장으로 나온다든지… 그럴 때 조정을 하는 시간이 있긴 한데, 그 조정 자리에 누가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달라지죠.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조직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거예요. 🍋노랑 | ’파랑‘의 팀은 관련한 문제를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조직에 이야기 해보았나요? 🫐파랑 | 네. 운이 좋게도 제가 속한 팀이 조직의 상황을 꽤나 예민하게 보고, 그래서 문제 제기를 자주 하는 편이에요. 조직에서 ‘저 팀 무섭다’ 이런 얘기를 좀 듣기도 해요. (모두 야유) ‘이걸 왜 하느냐’고 질문을 하면 그게 되게 공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나봐요. 조직 내에서도 이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 못하면 안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한 참여형 사업들인 경우가 많잖아요. 내부조차 설득이 안 되는데 어떻게 진행할 수 있냐는 기본적인 질문이죠. 그래서 계속 점검하는 건데 그냥 ‘무섭다’고 피드백이 오니까 위축되기도 해요. 특히나 팀장 회의에서는 대표를 견제하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팀장들 중에 결정에 의문을 가지거나 점검하는 사람이 없어요. 내부에서 관련해서 문제 제기를 한 동료들이야 많았죠. ‘방향성을 잘 모르겠으니 더 설명해달라’ 라고 말하는 사람들, 물론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그 사람들은 이미 지쳐서 나가 떨어졌어요. 문제 제기했던 사람들만 자꾸 떠나게 돼요. 그런 사람들이 계속 못 남아 있게 만드는, 튕겨나가버리는 그런 조직 분위기가 있죠. 계속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걸 그냥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게 계속 반복이 되니까 되게 감정의 고립이 쌓이네요. 그래서 제가 하고자 했던 일이 거버넌스를 만드는 거였어요. 개인이 얘기하게 하지 말고 논의 거버넌스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있어요. 🍎빨강 | 문제 제기를 자꾸 면담으로 풀려고 하는 것에 불편함이 있어요. 그 자리는 문서화 하는 시간도 아니고 하니까 변화와 책임이 부재하죠. 그래서 열린 회의자리에서 다시 한번 얘기를 꺼내기도 해요. 그럼 이런 말을 하면서 다시 면담으로 또 빼는 거죠. “왜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얘기해요? 이런 식으로 풀지 말고 나한테 면담 먼저 요청해야 되지 않나요?” 여러 명 있는 자리에서 몰리게 되는 상황에 대한 기피감이 있는 것 같아요. 🍊주황 | 그럴수록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집단행동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활동가로서 꼭 더 열린 자리에서 말하라고 제안하고 싶어요. 면담으로만 해결하면서 그렇게 계속 정보를 리더들만 알게 되는 거잖아요. 그 리더만 활동가들의 얘기를 다 알고, 활동가들 사이의 칸막이를 높이는 거잖아요. 여기서 나온 대화들이 어디까지 정확히 책임져지고 실행될 건지를 흐리는 거잖아요. ‘여기서 다 얘기했으니까 끝이야’라는 명분만 쌓아가거나… 저는 여기서 꼭 정치활동이 개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동가들끼리 이런 얘기들을 나누고, 우리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끔 해야 되는 거죠. 우리들의 목소리를 더 분명히 하는 전략들을 좀 더 짜야 되지 않을까요? 모두 결정 단위에 대한 견제기구가 딱히 없는 것처럼 보이네요. 그럼 활동가 스스로 견제해야 될 것 같은데요. 사업도 좀 안 해버리고 이러면서, 진짜 이 운영진들이 무서워하는 게 뭔지 알고 그걸 통해 투쟁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일단 기본원칙이죠. 이 문제의식을 좀 명확히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구체적인 사례도 정립하고. 🍎빨강 | 우리가 다 같이 모여서 문제 제기한 경험과 사례, 선례… 뭐가 없으니까 매번 개인 의견으로 몰리고, 개인 면담으로 빼고… 사실 저 그래서 면담 왕이에요. (웃음) 이게 처음 한두 번 반복될 때는 맨날 면담 자리에서 울었는데 이젠 울지도 않게 되더군요. 🍋노랑 | 너무 공감해요. 면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이게 의미있게 문제 제기로 흘러가느냐, 그냥 개인의 투정으로 흘러가느냐가 결정되잖아요. 면담 상대가 어떤 감수성을 가졌는지, 어떤 리더십을 가졌는지에 따라서도 조직 소통방법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죠. 솔직히 이건 조직한테도 손해같거든요. 시민단체는 규모가 조금이나마 커지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작은 단위인 팀 소통으로 전환하는데, 운영진들이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주황 | 의식은 같이 갖고 있지만 문제 제기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들의 경우, 그 문제 제기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나요? 어쨌든 조직에 맞서는 거니까. 🍎빨강 | 그런 것도 조금 있어요. 우리는 운영진이 되게 권위적이고 몰아치는 타입이기도 해서요. 그런 자리가 사실상 너무 부담스럽고 어려운 동료들도 많은 거죠. 사실 운영진, 리더들한테 면담 요청 오면 개인 활동가들은 당연히 너무 부담되죠. 특히 연차가 적을수록 더더욱.이번에 퇴사하시는 분들이 사실 제일 많이 총대를 메고 제일 많이 얘기했던 사람이거든요. 끝내 퇴사하시는 걸 보고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라는 반성이 저뿐만 아니라 동료들 사이에서 생겨나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팀에서 문제 제기를 할 때 쉽게 개입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기도 하죠. 워낙 따로 움직여서. 이게 늘 개개인의 문제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연대가 어려운 것 같아요. 🍊주황 | 반박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계속 쌓으면서 이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계속 조직 내에 살아있게끔 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 그때도 이랬지’ 하면서 사라진 문제가 되지 않고 해결을 위한 노력이 기억되게 하는. 우리도 오랫동안 혼자 싸우다가 퇴사하신 분처럼 되면 안 되잖아요. 이제 또 하나의 선례가 쌓여버렸으니까 ‘우리 이 꼴 나기 전에 한번 제대로 다시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여러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랑 |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주적 같은 존재, 뭐 사람이든 권력이든 제도든, 그런 상대가 있잖아요. 그것과의 싸움에 몰입하다 보면은 내부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아니 자잘하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되기 쉬운 투쟁들이 엄청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의 외침이 조직의 외부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고 혼자 자기검열하는 게 커지기도 하고요. 대부분 이 조직의 활동에 지지해서 들어오는 활동가들이 많으니까. 그런 생각들이 계속 우리를 옥죄지 않나 생각해요. 🤐지금의 노동, 괜찮으신가요? 🥦초록 | 이 단체는 개인 활동가들이 느끼고 있는 책임감이 너무 높아요. 동료들의 평균치가 높으니까 내가 거기에 다다르지 못하면 안 된다는 감각들이 막 생기거든요. 밤, 주말에 일하는 거 너무 기본이고요, 주중 근무시간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냥 막 아무때나 업무 메신저가 울려요. 그거에 대해 무시하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요. 언제 올려도 바로 소통이 되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조직 분위기가 살짝 있는 것 같아요. 🍋노랑 | 사실 조직이 막 개인의 책임감을 강요하지 않는 건 맞아요. 그런데 또 활동가가 눈치 받지 않고 오롯이 자기만의 선택으로 과로를 하냐? 그건 당연히! 아니거든요. 가끔 운영진이 반복되는 과로를 개인의 몫으로 말하곤 하는데, 그걸 멈추게 하는 것도 조직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방관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도 책임이죠. 제가 일하는 곳이 그래도 꽤 오래된 조직이거든요. 그런데 ‘빨강’이 말씀하신 것처럼 규정이 정말 많이 없어요. 특히 개인 활동가의 안전한 노동 환경에 대한 건 거의 없어요.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야만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죠. 규정을 만드는 과정 속에 있다보면 사실 이걸 필요로 하는 동료들이 되게 많았구나 느끼게 돼요. 그런데도 한번도 제안된 적이 없었던 거예요. 이유를 여쭤봤는데 놀라운 답들을 주셨어요. ’이 단체를 믿으니까.’ 저 또한 이 단체를 너무나 믿지만요, 지금 정말 위험한 상황인 것 같아요. 이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버틸 만한 힘이 안 생긴다는 답도 들었는데요. 생각보다 ‘이유가 있겠지’ 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들이 엄청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저희는 다른 팀과의 소통이 조금 어려운 조직인데요. 개개인에게는 팀 문화가 곧 조직 그 자체로 느껴지게 돼요. 그렇게 조직에서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 거죠. 팀 안에서 괴로운 점이 생기면 풀 곳이 딱히 없거든요. 저는 문제 제기를 했을 때 가장 듣기 싫었던 대답 2개를 다 들었어요. ‘조직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선택이네요.’ '원래 이 판은 그렇게 굴러가요.’ 저는 이 말처럼 시민단체의 문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제가 또 주섬주섬 개인적인 경험을 꺼내요. 그렇게 ‘원래‘처럼 비영리단체가 굴러가다가 누군가 상처를 받은 사례들이요. 분명 이 조직에서도 있었지만 외면해온 사례들이기도 하겠죠. 당신들이 조직을 너무 안전하다고 믿고 이상적으로 생각해서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심지어 내 경험까지 끌고 와서 설득해야 하는거죠. 나도 이 조직을 리더들만큼 아껴서 하는 제안이라는 걸 증명하는 행위를 굳이 해야 하는, 저한테는 가장 상처받는 순간들이죠. 🥦초록 | 그냥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하나의 마을이에요. 진짜 신뢰도 200%의 마을. 그게 부담스럽거나 아니면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 사람들은 그냥 하나둘씩 나가는 거죠. 🍊주황 | 그렇게 믿음으로만 가면은 결국 어떤 사건이 터져버리고, 그 후에야 ‘우리가 믿음으로 갔던 게 이렇게나 아무것도 없는 것이었구나를 알게 되면 상처받고 조직이 와해되고 이렇게 가는 길이잖아요. 뭔가 그렇게 되기 전에 뭔가 하는 게 진짜 중요할 것 같긴 하네요. 진짜 개선과제 많을 것 같은 조직인데요. 조직에 일체화되어 있지 않은 동료가 좀 많이 필요해 보이네요. 활동가로서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정말 과로해선 안 돼요. 하다 죽어요. 진짜요. 근데 “조급해하지 마” 또는 “너 지금 잘하고 있고 당연히 이만큼 하는 게 너무 당연해”라고 말할 수 있는 상급자가 아마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그러면 스스로라도 그 메타 상급자를 머릿속에 만들어가지고 얘기를 자기한테 해줘야 되거든요. 아니면 친구들끼리 얘기를 하면서 계속 그거를 실제로 안정시키는 작업들이 필요하고. ‘활동가’라는 어떤 사명감 때문에 과로가 부채질 되는 경향이 있단 말이에요. 좋은 중간 관리자를 만나면 이 얘기를 해줄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생각하면서 가야 해요. 이 기준선이 자꾸 높아지는 건 결국 조직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좀 이런 말 통하는 동료를 계속 찾아보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해요. 표준의 기준선을 높이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게 되네’라는 말, 되게 무서운 말이네요. 개별 활동가가 다 투쟁의 책임을 떠맡으려 하지 말고, 말 좀 통할 만한 동료들을 계속 찾아야 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진단이 내려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요즘 고민이 무엇인가요? 🍎빨강 |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같이 일을 하면서 “우리 저기로 나아갑시다”여야 되는데 “망하지만 말자”라고 얘기하며 넘어가는 순간이 많아요. 배에 물이 막 들어오는데도, “괜찮아, 손으로 막아! 배 아직 안 가라앉았어!“ 🍋노랑 | 활동가들은 자기자신을 일반적인 노동자라고 감각하지 않는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린 의미있는 일 하고 있으니까!’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정 중 하나니까!’ 이런 사명감으로 과로와 이 이상한 체계들을 용서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시민단체가 겪는 외부 상황도 안 좋은 시기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주황 | 어떤 조직이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의 변화가 잘 일어나야 해요. 밖으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민단체는 특히나 이 얘기가 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에서 우리도 계속 배우고 생각이 바뀌고, 우리의 문화에 대한 자아성찰이 계속 이루어져야 외부활동에도 좋은 작용이 되며 이어지기 마련인데, 왜 우리는 늘 이에 대한 고민과 토론을 제일 뒷순위에 둘까요. 서로를 믿는다는 이유로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는가… 이런 생각들과… 조직의 장기적인 플랜을 생각했을 때 너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으면 일부러 시간을 배정해서 ‘이건 우리 챙기고 갈게요’라고 할 수 있는 판단이라고 보거든요. 그거는 나는 당연히 이 업무 영역에서 포함시켜서 당연히 기본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일의 영역은 판단하기에 따라 되게 다르고 ‘일을 어디까지는 하지 말자’도 사실 우리가 결정 내리기 마련인데 그 결정에서 늘 얘가 뒷전인 지점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리더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생기죠. 🍎빨강 | 뭐랄까… 동료를 잃는 거 너무 슬프지 않아요? 나는 함께 마음을 나눈 사람들 떠나는 게 제일 속상해요. 🍊주황 | 이제 앞으로 장기적으로 동료를 안 잃기 위해서 행동해야지요. 그래서 꼭 지속가능성 있는 활동을 하길 바랍니다. 저도 지금 견디는 중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것에 좀 능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진짜 잘 쉬는 사람인 것 같아요. 활동가 버튼이라는 거, 끄면 또 꺼지더라고요. 이렇게 ’멈추는 것까지도 내 활동이다‘ 생각해요. 선언이야, 선언. 지금 내가 잘 먹고 잘 쉬는 것도 내 활동의 일환이다. 그래서 안식월 제도 같은 게 진짜 필요한 것 같아요. 일부러 고의적으로라도 활동을 끄도록. 🍎빨강 | 최근에 그런 말을 들었어요. 안식월이 대부분 3년차 이상부터 생기잖아요. 물론 개개별의 휴식의 목적도 있지만, 3년차면은 중간관리자이거나 조직에서 그만큼 중요한 실무 위치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 사람이 한달동안 부재해도 조직이 굴러갈 수 있는 연습을 하는 목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노랑 | 너무 중요하네요. 저는 그만큼 연차가 안 쌓였는데도 이미 낸 휴가를 반납해야 했던 날들이 많았는데… 우리 조직 그 연습 너무 필요해요. 🍇보라 | 저는 일하면서 그런 질문을 못 던져봤던 것 같아요. ‘이거 왜 해야 되지?’ 나조차 꺼낼 수 없는 질문이었다는 게 좀 오늘 느꼈던 점이에요. 위에서 내려오면 그냥 했던 거지. ‘이걸 왜 해야 되고 우리가 뭘 위해서 이걸 하고 있지’가 안 잡혀 있기도 하고요. 저는 요즘은 고민했던 게 계약직과 정규직으로 일하는 차이예요. 왜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줘야 되는지 이런 게 몸으로 납득이 되는 게 있었어요. 🍋노랑 | 조직이 비정규직 다루는, 특히 시민단체가 비정규직 활동가 다루는 태도는 진짜 너무 별로인 것 같아요. 그냥 일손 부족할 때 막 불렀다가 프로젝트 끝나자마자 손절, 이런 느낌이죠. 🍇보라 | 사업 목적에 대한 납득이 없으면 ‘여기서 뭘 배울 수 있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그럼 내가 여기에 계속 있어도 되는가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조직이 명확히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는 게 너무 필요하다고 느껴요. 내가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의 확고함과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거를 맞춰나가고 싶은데 조직의 방향성이 없으니 이조차 어려워요. 그게 또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뭔가 기획해서 제안을 역으로 하면 될 것 같긴 한데 그조차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인가에 대한 판단이 없어요. 그러니까 일을 벌려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이런 것도 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내 의견을 반영해 줄 수 있는 회의 공간이 있으면 얘기를 하겠는데, 역량 발휘하고 싶은 욕구와 나의 위치가 일치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들어요. 저는 곧 계약이 만료되고, 조직에 변화를 만들고 싶어도 계약직이라는 신분이 뭔가 도전하기에 좀 어려운 거죠. 🫢우리의 활동이 건강하게 지속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주황 | 조직문화 진단을 의무화했으면 좋겠어요. 이행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받는다든지 벌금을 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성희롱 예방교육을 직장 의무교육에 포함하듯이 조직 문화에 대한 것도 의무교육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노랑 | 동료들과 얘기를 많이 해야 되는 것 같아요. 같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더라도 당장 옆에 있는 동료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나랑 같은 고민을 누군가 하고 있다는 걸 알기만 해도 괜히 힘이 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하나의 투쟁으로, 변화의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서로에 대한 돌봄의 감각을 회복할 수 있고요. 그래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게 당장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네요. 조직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대안을 찾아 요구하는 것은 저한테 그 다음 단계로 느껴져요. 🍇보라 | 동료와 친구 사이 이런 균형도 되게 어려운 주제인 것 같아요. 동료와 친해질 수 있는가. 어디까지 얘기할 수 있는가. 🍋노랑 | 저한테는 그것도 진짜 최대 고민이었어요. 일에 대한 어려움이 사적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되게 쉽잖아요. 이걸 오픈할 정도의 관계가 되어야 결국 그 모든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초록 | 저는 교육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완전 필요해요. 내가 이 조직을 위해서 배워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 역량을 채워줄 수 있는 교육이 또는 기회가 제공 됐으면 하는 게 있어요. 뭔가 나랑 같이 나아지려고 하는구나 하는 느낌도 같이 받고요. 🫐파랑 | 전 노조가 생기면 좋겠어요. 요즘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 만날 때마다 물어요. “너네 노조 있어? 어떻게 운영돼?” 아까 ‘동료와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는 동료랑은 친구 안 하거든요. (웃음) 저는 동료는 어디까지나 동료라고 생각을 해요. 일터에서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건 친구가 아닌 동료끼리만 할 수 있는 얘기잖아요. 제가 자주 조직 관련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같은 불만이 있는 동료들이 저를 찾아오더라고요. 그렇게 뭔가 미묘한 네트워크 같은 게 생겨요. 이 네트워크를 조금 더 공식적인 기구로 만드는 것을 최대 목표로 가지고 있어요. 일단은 노조 관련 스터디부터 시작을 할까 해요. 동료들과 노동에 대해서 같이 비슷한 감각을 깨우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단체는 뭔가 끈끈함이 있는 조직은 아니라서 결국 모든 것이 자기 선택으로 치부되거든요. 그게 사실은 다 조직의 고도의 전략으로 짜여있는 느낌이 좀 들어가지고요. 한 활동가가 혼자 인사팀을 만나러 가거나 조직에 무언가를 얘기하거나 할 때 외롭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게 일단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형식적으로라도 그리고 최소한이라도 그런 면담에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던가… 그런 점이 체계화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주황 | 현재 사측과 투쟁 중인 00단체도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에 한 달 전부터 교육을 공부했대요. 자꾸 이런 조직 이야기가 후순위로 밀리고 그러다 보니까 바깥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계속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오늘 집담회 같은 시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디자인할 사람 필요하면 디자이너 채용하고 개발할 사람 필요하면 개발자 채용하는 것처럼, 사실상 시민단체에도 HR 전문가가 좀 더 많이 자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활동가들은 대부분 ‘내가 당장 필요하니까 내가 해당 역량 쌓아서 해결한다‘ 이렇게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여요. 그리고 그런 전문가들이 있으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그것도 어렵기도 하고… 하여튼 이런 노동 환경이 좀 당연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글에서는 볼 수 없는 기획의도와 기록 전문 한 눈에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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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때문에 나를 자른다고요?" 다가올 ‘AI 기술실업’에 맞서 지켜야 할 것은?
‘AI 기술실업’에 맞서 지켜야 할 것   고아침1) AI윤리레터2) 필진, AI 연구자   AI발 기술실업의 본격화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이 콜센터 협력업체를 줄이면서 상담사 240여 명이 해고 위기에 몰렸다.3) 인공지능(AI) 상담이 늘고 콜센터 콜수가 줄었다는 이유다. AI 시스템 도입에 따른 기술실업의 전개 방식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골자는 이렇다. 1) 기존 상담사 업무를 (일부) 자동화하는 AI 시스템을 도입한다. AI 시스템 위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상담원 연결은 어렵게끔 한다. 2) 콜 수가 줄어들었으므로 상담사 인력을 감축한다. 향후 AI 자동화가 예상되는 분야일수록 인력 충원을 삼간다. 3) 상담사의 상담 기록을 언어 데이터 삼아 AI 시스템을 개선한다. 상담사의 데이터 제공은 평가와 연동하여 거부하기 어렵게 한다.   AI 자동화를 매개로 하는 불안정노동 확산 속에서 노동자는 이중의 불이익을 당한다. 우선 자동화 도입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노동이 불안정해진다. 위 사례에서 상담사들은 노동조합과 여론의 압박 덕에 고용승계가 되었지만, 급여 조건이나 근무환경이 악화하였다.4) 한편, AI 시스템 구축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노동자가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그 수혜를 입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시스템을 도입한 고용주다. AI 시스템 오작동의 불편이 소비자 및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덤이다.   생성형 AI 기술의 부상과 자동화 도입의 유행 속에서 기술실업도 잦아지고 있다. 언어 학습 서비스 듀오링고는 생성형 AI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올해 초 계약직 직원 약 10%를 해고했다.5) 드롭박스, IBM, 구글 등 테크업체들이 경쟁하듯 AI 도입을 명목으로 대량 해고를 감행하는 가운데, AI 기술을 만드는 노동 또한 위태로운 것은 마찬가지다.6)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호주 데이터 라벨링 업체 에펜에 ‘전략적 검토’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7) 수천 명의 하청 근로자가 영향을 받으리라는 것이 알파벳 노동조합의 의견이다.   AI의 일자리 대체는 필연적인가? 인간에 준하거나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등장하여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기정사실인 듯한 분위기 속에서 기술실업 소식은 더욱 자주 들려올 것이다. 기술실업은 정말로 어쩔 수 없는 흐름일까? 여기에는 AI 기술 발전에 대한 상당한 낙관론, 기술이 등장한 이상 노동력 대체는 불가피하다는 기술결정론적 가정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두 가정 모두 비판적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22년 한 승객은 에어캐나다 웹사이트에 적용된 챗봇에 할인 규정을 문의했다가 챗봇이 지어낸 잘못된 규정을 안내받아, 예정에 없던 비싼 비행깃삯을 냈다. 그는 민사 소송을 냈고, 항공사는 보상 명령을 받았다. 8) 생성형 AI에 기반한 자동화는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을 가지며, 언제 어디서 오류가 나타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불확실한 기술을 믿고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일까. 에어캐나다는 결국 해당 챗봇을 웹사이트에서 제거했다. 위와 같은 오류는 생성형 AI 기술이 절대적 정확성보다는 통계적인 그럴싸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이른바 ‘환각 hallucination’ 현상이다. 기술 발전을 낙관하는 이들은 ‘앞으로 AI 환각 문제가 해결되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곧잘 구사하지만, 현재 기술 패러다임에서 그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이 쓴 것 같은 글을 생성하거나 복잡한 자료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AI 기술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자동화’의 복음은 언제나 얼마간의 과장광고와 함께 찾아온다. 식당 키오스크나 소셜미디어 필터링 알고리즘처럼, 겉보기에 그럴싸한 자동화 기술이 실제로는 뒤에서 인간 노동의 보조를 받아야만 작동하는 ‘가짜 자동화’는 기술의 역사에서 곧잘 찾아볼 수 있다.9) 기술적 성취를 과대포장하고 인간의 노동을 비가시화하는 경향은 노동자의 지위를 약화하고 자본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   현재의 AI 기술에서 ‘가짜 자동화’는 어떤 형태를 띨까? 우선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라벨링하고, 모델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출력 데이터를 필터링하는 수많은 ‘유령 노동자’가 있다.10) 알파벳이 계약 해지한 에펜의 근로자도 여기에 해당하며, 이러한 노동은 남반구의 저임금 노동 인력에 의해 수행되곤 한다. AI 모델은 학습 시점의 데이터에 고정되기 때문에 최근 자료를 반영하려면 데이터 노동을 지속해서 필요로 한다. 더구나 요즘의 거대 생성 모델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컴퓨터 자원과 전력을 소모한다. 모델을 구축하는 데도, 모델을 사용하는 데도 막대한 에너지가 쓰이고 모델을 구동하는 데이터 센터가 소모하는 냉각수의 양도 만만치 않아, 생태적 영향 또한 요주의 대상이다. 11) 기술적 진전이 현재의 속도를 언제까지나 유지하리라 섣불리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다.   소수만 이득 보는 기술실업, 그에 맞서는 새로운 흐름 AI 기술이 순탄히 발전하여 인간을 대체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더라도, 그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은 여러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기술실업 또한 저절로 발생하는 불가피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취하는 구체적 행동에 달려 있다. 그러면 우리는 누구를 위해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 모두의 상생과 공영을 위하는 쪽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몫을 없애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쪽인가? 안타깝게도 현재 보이는 양상은 후자에 가깝다. 하지만 노동자에 적대적인 방향으로 AI 기술이 적용되는 현재의 흐름에 대항하는 움직임 또한 등장하고 있다. 소수 카르텔에게 이권을 가져다주고 다수에게 손해를 끼치는 기술에 저항하는, 일종의 신-러다이트 운동이다. 2023년 미국 작가조합(WGA)과 배우조합(SAGAFTRA)이 각각 진행한 파업은 애초 처우 개선을 두고 시작했으나, 갈수록 생성형 AI 기술이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었다.12) 파업에 참여한 이들은 작가들의 대본이나 배우들의 움직임 등 노동의 결과물이 AI 학습 자료로 쓰이거나, 인간이 창작을 주도하는 대신 AI로 생성한 초안을 수정하는 보조적 역할로 밀려나는 처우 악화를 경계했다. 긴 파업 끝에 각 조합은 합의안을 통해 AI 기술 활용 시 준수해야 할 규범을 이끌어냈다. 작가조합의 합의안에는 AI 생성물에 크레딧을 부여하지 않고, 제작사가 작가에게 AI 사용을 강요할 수 없으며, 대본 등을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3) 배우조합의 경우에는 AI 활용시 명시적 동의 및 알 권리 보장, 고용 축소를 목적으로 하는 AI 활용 금지, 기술 이슈에 관한 정기적 논의에 배우가 참여하는 등의 합의안을 도출했다.4)   프리랜서 노동자인 작가와 배우들이 AI를 매개로 노동권을 약화하고자 한 제작자연합을 상대로 벌인 투쟁은, 인간 노동자와 AI 사이의첫 본격적인 싸움이었던 셈이다. 이를 통해 도출된 구체적인 활용 방식에 관한 합의도 인상적이지만,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데 있어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남긴 중요한 선례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생성 AI 기업을 상대로 창작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AI의 노동 위협에 대한 저항은 폭넓게 퍼져가는 모양새다. AI 도입이 단지 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저항의 전선 또한 맹렬히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술 도입이 노동자의 권익을 약화하지 않도록 상생을 실천할 것, 그리고 도입 과정의 논의와 의사결정에 노동자가 참여할 것. 앞으로 마주할 ‘기술실업’의 전망 앞에서 우리 사회가 힘써 지켜야 할 사항들이다.   1) https://scalarvectortensor.net 2) https://ai-ethics.stibee.com 3) 주영재, 「업무만 가르치고 빠져라? AI발 해고 ‘올 것이 왔다’」, 『경향신문』, 2024. 1. 7.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1070900021. 4) 김온새봄, 「국민은행 콜센터노동자들 “AI로 업무강도 높아져···고용불안도 여전”」, 『참여와혁신』, 2024. 2. 14. https://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88 5) 김서현, 「편의로 소환한 AI에 자리 뺏긴 사람들」, 『메트로신문』, 2024. 1. 15.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40115500614. 6) Lakshmi Varanasi, "Big Tech jobs are on the line after Google, IBM, and Dropbox say they're leaning into AI", Business Insider, 2023. 5. 6. https://www.businessinsider.com/dropbox-ibm-google-big-tech-companiesai-in-layoff-memos-2023-5 7) 조재용, 「"챗봇 할인 안내, 항공사 책임" 결정에…에어캐나다, 차액 보상」, 『연합뉴스』, 2024. 2. 16. https://www.yna.co.kr/view/AKR20240216053600009. 8) Astra Taylor, "The Automation Charade", Logic(s) 5, 2018. 8. 1. https://logicmag.io/failure/the-automation-charade/ 9) 이송희일, 「[이송희일의 견문발검] 챗GPT와 디지털 식민지」, 『미디어오늘』, 2023. 2.26.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715. 10) 곽노필, 「대화 한 번에 ‘생수 한 병씩’…챗GPT의 불편한 진실」, 『한겨레』, 2023. 5. 3.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1090180.html. 11) 곽노필, 「대화 한 번에 ‘생수 한 병씩’…챗GPT의 불편한 진실」, 『한겨레』, 2023. 5. 3.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1090180.html. 12) 박재령, 「끝맺은 할리우드 파업이 우리에게 남긴 것」, 『미디어오늘』, 2023. 11. 16.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3842.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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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대신 잡은 피켓, 아나운서의 투쟁기록
  이산하 ubc울산방송 아나운서   2020년 11월 30일, 모든 악몽이 시작됐다. ‘혹시 결혼 계획은 있나?’, ‘(뉴스를 같이 진행하던) 기자 선배가 내려왔으니 같이 내려와야 그림이 좋다’, ‘뉴스를 안 하면 생활이 힘들지 않겠어?’ 이런 것들은 해고 사유가 될 수 없다.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5년 넘게 진심을 다해 일했던 회사를 떠나야 했던 이유조차 모른다. ‘해고’에 대한 나의 대답은 “왜요?”, 예스맨이었던 내가 회사에 처음 제기한 반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팀장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프리랜서에게 업무지시를 않겠다’, ‘누가 이산하 씨랑 친하냐’, ‘나는 말을 섞지 않겠다’, ‘품질이 떨어진다’라는 말도 들었다. 5년여간 매주 해왔던 취재 업무를 시키지 않았고, 동료 아나운서의 휴가로 인한 대타, 코로나 확진자 정보 등 업무 변경사항을 말해주지 않았다. 홈페이지 내 아나운서 소개란에서 삭제하고, 주말당직을 배제하려고도 했다. 이런 팀장의 괴롭힘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건 또 다른 괴롭힘과 해고였다. 상무는 ‘딸 같아서 그렇다’고 퇴사를 종용했고, 재평가를 하겠다며 뜬금없이 ‘오독 개수를 세겠다’고 했다. 누군가는 정수기에서 물을 뜨고 있던 나를 치고 가기도 했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걸어 다니라고도 했다. 결국 개편을 이유로, 2021년 4월 2일 해고를 당했다. 그리고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해고통지서는 당연히 받지 못했다.   2021년 11월 15일, 복직 첫 날 ubc울산방송에 2015년 12월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상캐스터, 뉴스앵커, 취재기자, 라디오dj, 라디오뉴스, 리포터, 영어아나운서, 사내행사 진행, 주말당직 등 거의 모든 방송 업무를 수행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도 나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원직복직 명령을 내렸고, 회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출근해서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소지품 검사였다. 주머니까지 확인했고, 모욕감을 느꼈다. 그리고 ‘노동위 판정은 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네가 직원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막말과 함께 ‘4시간짜리’ 복직명령서를 줬다. 회사는 하루 4시간 단시간 근무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거나 ‘적격성이 부족하면 계약해지’ 등 독소조항이 담긴 차별계약서를 제시했다. 또 내가 가진 능력이나 회사가 갖는 기대치를 봤을 때 “최저 시급만 안 주면 된다”고 했고, 지금까지도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책정한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 처음 통장에 찍힌 금액이 140여만 원이었다. 압박하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실제로 나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상무실로 불려가기도 했다.   9년째 작성하지 않은 근로계약서 2022년 12월, 행정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확정판결을 받고도 제대로 된 근로계약조차 맺지 못한 채 여전히 끔찍한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오히려 괴롭힘과 고립은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회사는 지난해 9월, 라디오뉴스를 폐지했고, 12월에는 하나 남았던 날씨 방송마저도 폐지했다. 그리고 1월 5일, 거듭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이전 업무와는 무관한 편집요원으로 일방적인 부당인사발령을 냈다. 여전히 6시간 단시간 근무일뿐만 아니라, 휴게시간은 30분이라 다른 직원들과의 식사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3년 전, 해고를 당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방송을 하지 못하는 명확한 이유조차 듣지 못했다. 무늬만 프리랜서일 때는 정규직처럼 온갖 방송 업무를 다 시키더니 근로자로 인정받은 지금 오히려 ‘회사에 너의 자리는 없다’고만 말한다. ‘자질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너랑 일하기 싫어한다’ 등의 말로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그리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라’는 뻔뻔한 태도와 ‘편집교육을 받지 않으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또 해고할 수 있다’는 보복성 갑질은 나를 거리에서 1인 시위하도록 내몰았다.   2024년 1월 15일, 회사 앞에서 시작된 1인 시위 회사의 과오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상황을 되돌리고 명확한 계약서를 쓰라’는 법적취지를 거스르고 시대에 역행하는 곳, 이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방송국이었다. 하지만 방송국은 ‘정의를 말하는 곳’이고, 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 방송 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자 방송국은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다. 프로그램별로 진행자를 뽑거나 1년 계약직, 운이 좋으면 2년 계약직이 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지만, 회사는 ‘말려 죽이기’ 작전을 벌이고 있다. 3년 전 나를 괴롭혔던 팀장은 여전히 팀장 자리에 앉아 있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무뎌지지는 않는다. 부당한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나는 아무 곳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이 되었다. 정규직도 무기 계약직도 아닌 ‘애매한 신분’이라며 노조가입도 거절당했고, 비정규직 동료들은 내가 올린 SNS 게시물에 좋아요조차 누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하 10도의 추위에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왜 내가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그 진실은 외면당한 채, ‘돈이 목적일 것이다’, ‘언론플레이다’ 프레임이 씌워진 채 나는 오늘도 버티고 있다.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차별 없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진실은 승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하는 곳은 진실을 말해야 하는 방송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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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형 최저임금제? 청년들 떠나는데 정신 못차린 강원도
들어는 보았나, 강원도형 최저임금제 누군가 저에게 최근 가장 어이없던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고개를 들어 강원연구원을 보라고 할 것입니다. 지난 1월, 강원연구원에서 공개한 정책 자료에 ‘강원도형 최저임금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서 ‘강원도형 최저임금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보다 더 낮은 수준의 임금을 말합니다.   ‘만약 강원특별자치도(이하, 강원도)에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제를 도입할 경우, 지역별 경제 상황에 맞춘 최적의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 즉, 다른 지역 대비 낮은 최저임금 설정을 통해 기업들이 강원도 내로 이동할 유인이 발생하고, 이는 지역 내 인구 유입과 지역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강원연구원 정책자료 '정책톡톡' 2024-01  ‘기업천국’을 꿈꾸는 강원의 싱크탱크 해당 자료는 강원연구원 소속 양은모 연구원이 지난 2023년 9월 ‘기업천국 세미나’에서 발제한 내용을 옮긴 것이었습니다. 기업에게 천국같은 강원특별자치도를 만들기 위해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세미나에서는 최저임금 뿐 아니라 전기요금, 상속세와 관련한 발제도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 낮추면 기업 온다”…‘기업천국 노동지옥’ 강원?(24.01.17)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강원도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라면, 강원연구원의 정책자료를 꼼꼼히 읽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호기심에 읽어봐야겠다면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읽는 동안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으며, 화가 치밀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심약자는 주의를 요합니다.🥲 <정책 자료 일부 요약> ‘최저임금의 무조건적이고 급격한 인상은 고용주의 고용 부담을 증가시켜 근로자들이 일할 기회를 상실하는 고용 참사를 야기’ ‘단순히 법정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급격한 인상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논의가 증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률’과 ‘최저임금 미만율’ 때문에..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감당이 어려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가 필요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제 도입으로 법정 최저임금 적용이 어려운 기업들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월평균 임금이 오히려 감소하는 근로자들 보호 가능’ 위의 내용에 대해 조사해봤습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최저임금 인상률은 ‘급격’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된 2018년에 비해 최근에는 그래프의 변화가 확연히 적죠. 2017년 대선에서 여러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었던 일이 무색할 만큼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물가는 많은 사람이 체감하는 것처럼 꾸준히 증가했는데도 말이죠. 생활을 영위하는 데 드는 지출이 커지는 데 비해 수입이 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수준 높은 정책이 필요해😮‍💨 강원연구원의 정책자료가 공개된 직후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1월 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강원자치도는 저임금, 소규모 사업장 등 열악한 일자리가 많아 노동 인구의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향해 “헛소리에 현혹될 시간에 강원도의 노동자들이 더 안전하고, 더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수준 높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라고 의견을 전했습니다. 계절처럼 돌아오는 논쟁 아예 우리 지역 임금을 깎자는 제안이 파격적이긴 하지만, 사실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것이 바로 최저임금 논쟁입니다.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제는 지난 2023년 6월,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도 노동계에서는 즉각 대응하며 우려를 표했고요. 최저임금을 지자체 별로 결정하게 하자는 의견도 이전부터 있었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최저임금을 설정하기 위해 참고할 통계와 연구 자료부터 마땅치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노동계 일부에서는 경영계에서 자꾸 최저임금 차등제를 언급하는 것이 정말 차등제도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점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나는 그냥 너의 말이 웃긴다🙂 제 주변의 강원도 거주 청년들에게 강원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들려주자 그들은 실소부터 터뜨렸습니다. “그럼 강원도 왜 살아, 다른 데로 가란 거네.” 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안그래도 강원지역은 유입인구보다 유출인구가 많고 특히 청년층이 많이 빠져나가며 지역 소멸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만, 지역의 중장기 발전 정책에서 청년층 유입을 위한 유의미한 노력은 찾기 힘듭니다. 최저임금이 여러 경제, 사회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최저시급이 곧 최고시급인 일자리에서 경험을 쌓고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청년세대일지 모릅니다. 지역 발전과 인구 유입을 필요로 하면서 청년들의 밥줄과도 같은 최저임금을 쉽게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은 청년 세대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요? 👀청년세대가 강원도를 떠나는 이유 누가 남겠는가 강원연구원의 자료에서는 다른 나라들도 지역별 차등 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외국 여러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지역별 차등 임금제는 최저임금 기준보다 더 높은 임금을 설정하도록 합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노동자의 유입을 유도하고, 오랫동안 일하며 숙련된 노동자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과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죠. 다른 지역보다 지역민의 임금을 깎아서 기업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시행하지는 않습니다. 정책 자료에 적힌 ‘발생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대책 마련 필요’ 라는 문구는 공허할 뿐입니다. 인구 유출과 지역 낙인효과에 대해 강원연구원은 모르지 않습니다.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업을 위해 더 낮은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강원연구원은 강원도민의 생활수준과 기업 유치 중 무엇을 우선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경영계가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차등화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적 본말전도 현상이다. 기업이 살기 위해서 사람이 삶의 일부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모든 기업이 지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최저치이다. 청년 구직자 희망 꺾는 '최저임금 차등적용(23.06.15) 강원연구원은 기관의 설립 목적을 ‘지역단위의 정책개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지역경제·사회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기업천국세미나’ 뿐 아니라 ‘도민천국세미나’ 같은 행사도 주기적으로 개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공공기관으로서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현실을 직시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역발전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끝내 지역에 누가 남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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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해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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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故 김재순 산재사망 사고진상조사 중간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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