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우리 동네 상담센터에 가면, 어떤 사람이 나를 상담하는 걸까?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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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존중하고, 자유는 넓어지는 길을 고민합니다.

이 글은 사회문제해결형 연구훈련플랫폼 NAOITH의 "2024 연구원정 LAUNCH Conference"에서 발표될 내용을 발제문의 형태로 작성한 글입니다.


연구원정대 버닝 클럽



이 연구는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부재’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들여다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구가 어려워서 연구원정대에 참여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김은빈이라고 합니다. 연구원정대에서 마련한 버닝 클럽을 신청하고,  리버뷰 회의실에서 리버를 등진 자리에 앉아, 글 쓰는 부담에 시달리다 몇자 적습니다. 한참을 어떤 제목이면 독자와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따위로 째깍거리는 커서만 노려봤어요. 함께 있던 J님에게 만약 우울해서 동네 상담센터에 간다면, 센터 문 앞에서 무슨 생각부터 떠오르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의 경계 없는 질문에도 발그레한 미소를 띠며 곰곰이 생각을 보태주었어요. “아무래도 상담사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오히려 그녀가 나에게 상담 효과가 보장되겠냐고 묻는 듯했습니다. 
대대로 심리상담의 경쟁업종은 점집이었습니다. 과거를 탁탁 맞추고, 미래를 탁탁 알려주는 대로 믿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안심되고, 그렇게 살아봄 직한 희망이 생기니, 불안할 때마다 용한 무당에게 찾아가 효험을 보는 일이 그리 어색하지도 않지요. 하지만 누군가 점집이 아니라 상담센터를 찾았을 땐, 효과성을 일으키는 게 귀신이 아닌 다른 것이길 기대합니다. 바로 그 ‘다른 것’이 ‘과학’입니다. 과학은 우리 사회에선 곧 직업에 전문성을 부여해주는 근거이지요. 그러니 결국 ‘내가 이해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불안은 상담이 과학에 근거한 전문성이 담보된 행위인지 되묻는 질문입니다. 누구나 상담센터 문을 열었을 땐, 이곳에 나를 나아지게 할 ‘전문성이 보장된 상담사’가 거기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동네 상담사는 전문가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대답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법’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없답니다!


1. 지금부터 연구를 소개합니다.

 

상담사가 내뱉은 한 마디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지난 직장에서 일하며 이제 더는 못하겠다, 생명의 심지가 바싹바싹 타는 기분이다 싶은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있길래 주변에 알리고 저도 신청했죠. MMPI-2 간이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으러 교대역 어딘가에 있다는 오피스텔로 향했습니다. 중년 여성이 의사 가운을 입고 반갑게 저를 맞이하더군요. 요즘은 개인 센터에서도 전문가임을 강조하려고 가운을 입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사에게 제 상태와 직업을 설명했어요. 그때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사회복지사이자 상담사로 만나는 활동을 들은 상담사는 인지부조화가 왔는지 업무에서 쓰는 용어를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본인의 세상에선 제가 풀어낸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이는 눈치였습니다. 아무래도 상담사는 저를 비혼주의자 페미니스트로 본 듯했어요. 갑자기 상담사는 저에게 “결혼할 생각은 있나요?”라고 생뚱맞게 질문했습니다. 으잉? 싶었지만 성실하게 답해줬지요. 네, 라고요. 그러자 그녀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정말 다행이네요. 일과 생활을 분리해 잘하고 있으시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 여성단체, 성매매 뭐 이런 단어가 조합되어 상담사의 머릿속에 남은 궁극의 단어는 ‘결혼’이었나 봅니다. 저는 무척 화가 나서 온종일 친구들에게 상담사를 험담했습니다. 그녀가 입은 흰 가운이 무색하게, 그녀의 말은 전문가로서의 신뢰성을 부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상담사를 만났을 때, ‘상처받을까 봐’ 걱정되진 않아야 하지 않을까?

제가 일하던 곳은 심리지원단을 운영했습다. 폭력에 처한 여성을 구조하고 여성이 원한다면 심리상담을 지원했어요.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내담자 배경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심리지원단 멤버가 될 수 없다는 기조가 있었어요. 심리상담 업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 관련 국가 자격증이 없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선 학회 민간자격증이 암묵적으로 통용되요. 그중 우리끼리 가장 공신력 있다고 봐주는 자격증은 한국 심리상담학회와 한국 상담학회가 발행하는 자격증입니다. 팀장은 상담센터 출신으로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여성들에게 심리상담 연계하는 건 그 자격으론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팀장은 상담사가 학회 자격증이 있다 한들 다시 한번 자체 ‘검증’하지 않으면, 여성이 상담사로부터 상처받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심리상담’은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심리학은 과학이야! 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저의 지도교수가 들으면 노발대발할 언사였습니다. 상담사가 생애주기별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겪어야만 상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리학은 과학이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행위로서 상담한다고 교수는 누누이 주장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심리상담의 효과성 논쟁은 미국에선 애초에 끝난 일이었습니다. 1977년 Smith와 Glass는 상담심리 치료 효과와 관련한 연구를 메타 분석해서 상담 및 심리치료 효과 크기를 d=. 68로 추정했습니다. 이후 메타 분석 연구가 일관되게 심리치료의 절대적 효과성을 드러내 주고,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상담이 심리적 문제해결에 이바지한다는 사실이 교차 검증되었어요.(유성경, 2018) 이는 이제 상담이 효과가 있어? 라고 물으면, 그럼 그렇고말고! 하고 답해도 괜찮다는 뜻이랍니다. 하지만 이 과학이 증명한 효과를 저의 전 직장에서는 다시 ‘검증’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상담사라는 사람을 불신하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하고 말았어요. “상담사가 내 상황도 모르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되는 거예요? 상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내담자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어버렸거든요. 

누가 전문가인가?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2023년 12월 5일. 보건복지부는 국민 마음 건강 프로그램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2024년부터 대폭 예산을 증가, 투입해서 ‘2027년까지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어요. (정신건강정책 '예방-치료-회복' 전단계 관리로 대전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2023.12.05) 여기서 ‘심리상담’을 수행하는 전문인력은 누구일까요? 보도자료에서는 ‘전화 대응 개선을 위한 상담원’, ‘전문심리상담사 채용’, ‘상담심리 또는 EAP 전문자격증 보유자’라고 일관되지 않은 자격조건을 나열합니다. 그리고서 마지막에 ‘정신건강 전문 요원 양성 및 처우개선’이라는 주제로 또 다른 자격 명을 설명하지요. 자, 그러면 나는 이제 누구에게 상담을 받으러 가면 되는 걸까요? 과연 이 중에 어떤 자격이 ‘심리상담’을 가장 잘한다고 보장해줄까요? 과연 정부는 나열된 자격조건 중 한 가지라도 있다면 심리상담을 수행하기 충분한 전문성을 가졌다고 간주하고 있는 걸까요? 현재 정신건강 서비스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양하게 불리는 자격을 일일이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자격이 어떤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지도 알아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러한 의문을 남기는 정책이 보도자료로 발표되는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어요. 바로 ‘심리상담’ 관련 법이 부재하다는 현실입니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과 불안,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같은 충격적인 사회적 재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와 적응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한 해결사로 ‘심리상담’은 자주 콜링 되지만, 심리상담은 법의 규제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공공정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도 ‘정신건강복지법’(약칭)에 포함되지도 못한 채, 공적 관리 감독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랍니다. 이러한 사태는 정책 수행 주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불건전한 서비스가 건전한 정신건강 관련 심리서비스 전달 체계와 경쟁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에 혼란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이제는 더는 심리상담을 무법지대에 두지 말고, 제대로 법제화하여 심리상담 서비스 공급체계를 공공영역으로 포섭해야 합니다. (김영환, 2022) 



2. 이전에는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다섯 번째 심리서비스 관련 법안이 발의 되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2009년, 2012년 학교 상담 법제화를 추진하였으나 자동 폐기되면서 심리상담 모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문 상담’ 영역 NCS 개발과 함께 2013년 정신보건법 일부개정 시기에는 심리상담 자격증을 공인된 국가 자격으로 만들려고 시도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지요. 이후 관련 학회는 심리상담 모법 필요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서 2022년까지 총 4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각 법안별로 “무엇이 전문성인가?”, “누가 전문가인가?”를 놓고 전문가 집단 간 입장이 갈라지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법안은 계류되고 말아버리죠. (김인규, 2022) 이에 입법조사처는 4개 안의 조율을 권고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만우, 2021)  2023년 5월엔 기존 발의안을 통합하여 ‘국민 마음 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 서비스 지원법안’을 다섯 번째로 발의했으나, 9월에 보건복지부로부터 ‘심리상담’ 영역에 대해 재정의하고, 학위 자격조건을 학사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권고받았어요. 합의체 중 한 곳인 한국 상담심리학회는 권고된 자격조건에 동의하지 않고,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한국 상담학회는 국가직 무능력표준(NCS)을 근거로 심리상담을 ‘사회복지, 종교’에 해당하는 비의료적 성격의 전문 서비스로 표명하며, 예방, 발달, 성장을 지향하는 예방 사업을 수행하고, 비의료 영역에 전문상담사 우선 배치 하도록 요구하는 중이랍니다. 또한 이 학회는 앞서 보도자료로 발표된 ‘정신건강 정책 혁신방안’에서 정신 보건 전문 요원이 우선 배치 혹은 증원되고, 민간자격을 소지한 상담사들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사업 방향에 문제를 제기한 상황입니다.

 법이 없는 동안 상담 업계는 도떼기시장이 되고 말았다.

심리서비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집단 간 합의가 요원해질수록 대중이 접하는 심리상담 영역에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심리서비스 자격증 및 센터 개소 자격 규제가 부재하여 어떤 센터가 양질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둘째, 국제 기준에 미달하는 심리서비스 전문가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어요. 이에 따라 심리서비스 전문가 역량 및 윤리 의식이 부재한 상담사가 센터를 운영하는 비윤리적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는 상담 관련 학회들이 주장하는 ‘내담자 복지’ 즉, ‘내담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주요 가치를 훼손하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죠. 셋째, 심리서비스 관련 허위광고 규제가 부재합니다. SNS만 열어봐도 부정확한 심리학 및 정신건강 정보가 무분별하게 쏟아지지요. 윤리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담 후기 등을 이용한 마케팅은 그대로 소비자에게 노출되어 비윤리적 환경을 조성합니다. 내담자가 안전하게 양질의 서비스를 선택하려면 상담 서비스가 제공되는 환경 자체를 정비하는 시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제는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이야기하자.

심리서비스 관련 법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해외 법령과의 비교, 법의 방향성, 법 세부 항목의 형태에 치중된 편이었어요. 예를 들어, 법제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거나, 미국, 호주, 일본, 대만과 같은 해외 법안과의 비교, 자격증의 최소 응시 자격, 업무독점형 혹은 능력인정형 자격 형태 등이 연구되었습니다. 이렇듯 기존 연구는 ‘누가 전문가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의 필요성에는 내담자가 저질의 서비스를 경험하지 않도록 4,000개에 육박하는 민간자격증을 제한하고, 환경을 정비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계류되는 이 순간에도, 비전문적, 비윤리적 상담은 내담자에게 음흉한 손길을 뻗쳐 실시간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거든요. 이 상태로는 내담자가 도저히 ‘어딜 가야 효과가 있다는 상담을 받을 수가 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이 문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된 법이 제정되어야 하는가’와 함께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도 논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시장에서 소비되는 심리상담 서비스의 행태를 분석하여 실제로 소비자가 어떤 심리상담 서비스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를 통해 전문가 집단과 정부 부처, 그리고 대중이 ‘왜 이 법이 필요한지’에 대해 마음을 모을 수 있다면, 이슈 파이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3. 연구는 어떻게 진행할 생각인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 ‘심리상담’의 겉모습을 주목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간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계류되는 상황에 따라 ‘규제되지 않는 심리상담이 어떻게 비전문적, 비윤리적 행태를 보이는지’를 탐색하고자 했어요. 일차적으로 ‘시장에서 심리상담이 돈이 되기 시작하자 업계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어요!’라고 설명할 생각입니다. 나아가 ‘그러니 우리 이제 좀 마음을 모아 법을 통과시켜 봅시다’라고 설득할 만한 당위성 마련까지 시도해 보고려고요! 이를 위해 업계 종사자끼리 공유하는 우물 안 시야에서 벗어나 대중이 보는 심리상담 업계는 어떠한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대중이 상담을 알게 되는 루트 중 하나는 인터넷 정보라고 추정했어요. 수많은 정보 중에 연구할만하고, 대중도 신뢰할 만한 자료는 ‘언론 보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상을 살피고자,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비윤리적, 비전문적 상담행위 실태는 어떠한지 살펴봤답니다. 

빅카인즈(BIGKINDS)를 이용한 신문 기사를 확인했다.

신문 기사를 모아 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빅카인즈(BIGKINDS)를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수집 범위는 학교 상담 법 제정이 시작되었던 최초 연도인 2009년 1월 1일부터 연구를 수행하는 시점인 2023년 11월 31일까지로 잡았어요. 15년에 걸쳐 보도된 국내 기사가 대상이 되었습니다. 기사를 발간한 언론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내일신문, 매일경제, 머니 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등 총 11개 일간지를 포함했습니다. 기사는 ‘학교 상담사’, ‘심리상담 AND 성폭력’, ‘심리상담 AND 윤리’, ‘심리상담 AND 법제화’, ‘심리상담 AND 자격증’ 총 5개 키워드 중 하나 이상 포함된 관련 기사로 추출했습니다. ‘심리상담’, ‘상담’과 같이 대표적인 키워드를 단독으로 검색하는 경우, 학교, 자격증, 프로그램 홍보 기사가 다수 수집되어 쓸만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키워드를 결합하여 검색어를 세분화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수집된 기사 총 2,598건을 연구분석 대상으로 간주했습니다. 수집된 기사는 윤리규정을 대조하여 선별 기준을 도출하고, 최종 분석 대상을 선별하여 내용 분석과 언어 네트워크 분석을 할 예정이랍니다.

 


4.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연구는 언론에 나타난 심리상담 현장의 모습을 통해 내담자가 경험하는 심리상담 환경 실태를 들여다보며 다음과 같은 결과에 이르길 기대합니다. 

첫째,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비윤리적, 비전문적 상담행위 실태를 확인한다.

수집된 기사에서 키워드별로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전문성’이었습니다. 이는 지속해서 심리상담의 전문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하지요. 특히, 4,000개에 달하는 민간자격증이 남발하는 실태는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공인된 국가 자격증인 ‘임상심리사’와 ‘청소년 상담사’가 심리상담 영역을 포괄하지 못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 상담심리학회와 한국 상담학회의 자격증이 우세해지면서, 학회 자격증의 험난한 자격요건을 피하려고, 비표준화 수련 과정을 내세운 민간자격증이 우후죽순으로 등록되기 시작했습니다. 소위 ‘쉽게 딸 수 있는, 몇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자격증이 바로 그것입니다. 몇몇 민간자격증은 8시간 만에 자격증을 발급하기도 해요. 이를 악용하여  비양심적 행위자가 오픈 채팅을 열어 자격증과 함께 저렴한 상담료를 홍보하면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안타까운 실태가 확인되었습니다. (“1시간에 10만원, 우울증 상담해드려요”...상담 자격증, 반나절이면 취득?, 권선미, 2023.07.31.) 이처럼 서비스 이용자들이 ‘누가 전문가인지’알지 못하게 되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담 현장을 취재한 한 기자는 “심리상담 업계는 도떼기시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너도나도 돗자리 깔고 전문가 행세하는 수준입니다. 가짜가 진짜보다 많습니다”라고 일갈하며 무분별한 심리상담 환경을 평했습니다. (“무조건 합격이세요” 엉터리 심리상담사, 기자도 땄다 , 강창욱 외, 2022.05.23.)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제로 성범죄나 금원 편취와 같은 사기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해준다며 성폭행한 유명 심리상담사, 강진구, 2018.09.10.; 성범죄자도 몸치료 OK... 엉터리 법에 무법천지, 강창욱 외. 2022.06.04.) 심리상담을 이용하고자 하는 내담자는 이미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고자 절박한 심정으로 상담을 신청하지요. 이들을 대상으로 비전문적, 비윤리적 행위를 넘어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자가 등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심리상담사 자격에 의해 처벌할 방법도, 다시는 센터를 개소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방법도 없습니다. 게다가 과학적 입증이 되지 않은 정보나 공개되면 안 될 심리검사지 정보, 내담자 동의 없이 내담자 상담 내용이 포함된 후기를 SNS에 게시하여 홍보하는 등 심리상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격적 마케팅이 윤리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쏟아져 나오기까지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이용자는 누가 전문성이 있는 상담자인지 구별하지 못해서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심리상담에 반복해서 노출되고 맙니다. (심리사냐 상담사냐... 심리상담, 법이 없다, 강창욱 외, 2022.06.09.) 이러한 환경은 서비스 이용자에게 좋지 않은 경험을 양산하여, 심리적 고통에 처해도 심리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게 만들고, 치료를 미루는 결과를 낳아 심리적 문제가 고착되는 악영향에 이를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둘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확인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비전문적, 비윤리적 실태는 ‘전문가 자격’, ‘센터 개소’, ‘광고 홍보’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 자격을 제한하기 위한 공인된 국가 자격증 신설, 센터 개소 자격 규제, 허위광고 규제가 포함된 법률안이 필요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업무독점형 면허 자격증 형태는 정신건강 영역의 타전문가 집단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 전문 요원이 저항하는 상황입니다. (의협 '심리상담사법' 반대... "교육 표준화, 인증평가 구축이 우선", 송수연, 2022.05.20.) 그들은 심리상담사 배출 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수련 과정이 전문가를 양성할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고 있어요. 따라서, 면허형 자격증을 주장하려면 상담사를 양성하는 현행 교육과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심리서비스 전문가 교육과정으로 개편하고 근거 기반 심리상담을 보장해서, 양질의 상담을 제공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자격증이 국가 자격증으로 발급되는 것과 동시에 가장 시급한 일은 센터 개소 자격의 제한입니다. 현재는 별다른 규제 없이, 음식점을 개업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으로 심리상담센터가 개소됩니다. 즉, 누구나 심리상담센터를 개설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심지어 자격증이 없어도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 동네에는 누가 운영하는지 알 수 없는 심리상담센터가 아무런 규제 없이 버젓이 영업 중인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이용자는 ‘자격에 대한 정보’ 없이는 어떤 센터가 양질의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져요. 현실적으로 서비스 이용자가 일일이 센터 상담사의 학위와 자격증의 공신력 여부를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은 비경제적이기도 하지요. 병원이나 법률사무소는 주인장 실력 여부와 관계없이 자격 명칭만으로도 공인된 전문가가 의료 혹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듯이, 심리상담센터 개소에도 이와 같이 센터를 개소할 수 있는 주체의 자격 제한이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심리서비스 관련 허위광고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심리상담 정보는 정신건강을 지키기는 데 큰 방해 요인입니다. 이는 넓게 보자면 공익을 저해하는 행동으로도 볼 수 있어요. 정신건강은 실질적으로 생명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강력한 제한을 펼쳐 허위 정보를 줄여야 합니다.



5. 이 연구의 앞날은?!


연구의 최종 골인점은 ‘내담자 복지’다.

저는 심리상담 서비스가 필요한 누구나 거주지 근처에 있는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면 평균 이상의 공인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꿈 꿉니다. 정신건강을 다루는 종사자라면 힘을 합해 우리 사회의 안전한 상담 환경을 구축해야 할 전문가적 소명이 있다고 믿거든요.

서비스 이용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정신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농후한 환경은 심리상담 윤리의 제1원칙이나 다름없는 ‘내담자 복지’에 위배합니다. 심리상담사 개인이 아무리 윤리적 행위를 할지라도, 구조와 환경이 비윤리적이라면 내담자는 환경으로 인해 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인 상담행위는 실시간으로 내담자를 위협합니다. 그러니 심리상담사는 우리에게 찾아온 내담자를 지키고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과 법률 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디, 정신건강 관련 집단 내에서 조속한 법제화의 필요성이 공감을 얻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나아가 위협적인 상담에 노출되고 있는 대중에게도 이 법의 필요성이 공감되길 원합니다. 누구나 이 문제를 공감할 수 있는 빠른 길은 바로 황폐한 상담 환경이 ‘나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라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는 종사자와 서비스 이용자 양측에게 법의 부재가 어떤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지 밝히는 데 의의를 둡니다.

지난 6개월간 한주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세미나를 준비해준 연구원정대의 도움을 힘입어 연구할 내용이 준비되었어요. 상냥하고 친절한 코치진의 정성에 무한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현장에 있는 동료 연구자들에게 준비된 내용을 공유하고, 정교하게 자료를 분석하여 ‘독자에게 읽히는 논문’을 쓰고자 합니다. 지금 이 노력은 어쩌면 동해 바다에 자갈 한 덩이 던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 해도, 저는 여전히 현장에서부터 몸으로 느낀 차별이 더는 ‘잠시 약해진 이들’에게 전달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우리 동네 아무 상담센터나 찾아가도 당신이 안전하다는 확신, 그런 세상. 그거 하나예요. 이 진심이 이 연구의 전부랍니다. 

초보 연구자의 하염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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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2022). 상담 법제화 과정 연구. Korean Journal of Counseling, 23(3),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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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2021). 비의료 심리상담 법제화 논의 : 통합을 위한 원칙과 과제. 이슈와 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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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전예빈, 신예림 & 이수비. (2023). 신문에 보도된 고독사에 관한 탐색적 연구, 2012년 2022년 기사를 중심으로.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51(1), 117-144

한승희. (2019). 도서관에 대한 언론 보도 경향: 1990~2018 뉴스 빅데이터 분석. 정보관리학회지. 36(3). 7-36.

Wampold, B. E., & Imel, Z. E. (2015). The great psychotherapy debate: The evidence for what makes psychotherapy work. New York, NY: Routledge.

** 신문기사는 글에서 링크를 활용해 직접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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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컨퍼런스가 끝난지 벌써 2주가 지났네요! 뒤늦게 댓글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워낙 발표가 간략했고, 연구 주제를 소개만 한지라 저를 지지해 줄 분이 따로 있을까 싶었다가, 응원해주신 마음을 이번주 초에 전해 받고 많이 놀랐습니다. 액수와 관계없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벅참이 무척 컸어요. 후원금은 꼭 앞으로의 연구에 사용해서 응원해주신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함부로 쓸 수 없는 통장에 고이 모셔두었답니다. 😂


오늘 제가 저장을 꾹 누른 릴스가 있어요. 1분동안 "그냥 하면 돼"라는 메시지가 계속 나오는 릴스였습니다. 저는 대중 앞에 나서서 제 이야기를 꺼내길 무척 주저하는 사람입니다. 연구원정대에 참여해서 블로그에 계속 글을 올리기도 부담스러웠고, 학교가 아닌 불특정 다수로 발표를 하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저지르고 나니까 끝이 있더라고요. "그냥 하면 되는" 거였나 봅니다. 누가 나를 틀렸다고 할까봐, 혹은 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위축되고, 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에 자신이 없어질 때면 응원해주신 마음이 담긴 통장을 들여다 볼게요! "내 첫 목소리에 반응해준 사람이 있어"라는 기억이 저의 항해에 순풍이 되어주길, 행운의 깃발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Q&A 시간에 "상담사들의 품질 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요. 저는 사실 업계 사정을 소상히 아는 사람이라서 "잘 안되고 있어요"라고 단순히 이야기했지만, 말하고보니 오해가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품질 관리 = 자격 관리'일텐데요. 아예 되지 않고 있는 건 아닙니다. 상담 업계에서 인정되고 있는 자격증이 몇 가지 있어요.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자격증, 청소년 상담사 국가자격증. 이 세 가지가 국가 정책 운영 시, 가장 많이 '최소 자격'으로 요구되는 자격증입니다. 그 외에도 상담 분야는 아니지만 정신건강 분야의 한국임상심리학회의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 임상심리사 국가자격증, 정신건강정문요원도 함께 최소 자격으로 라인업 되는 편입니다. 상담센터를 고르실 때 지금 언급된 곳의 자격증이 있는지 확인하시면, 어느 정도 업계에서는 인정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겠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제가 "잘 되지 않아요"라고 드린 이유는, 자격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글에서 표현한 저의 사례같이 일부 사회적 편견이 그대로 드러날 만한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를 만나는 상담 훈련은 상담사별로 역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즉, 자격증이 있는 상담사는 상담에 대한 기본 지식과 치료 행위를 수련받긴 했으나,자격 취득 이후 자신의 역량을 얼마큼 키워나길는지는 개인의 성실함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해당 자격증으로 걸러진 공공서비스에서도 여전히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편견이 상담실 안에서 드러나는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이 부분을 개선하려면 사실 법제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정기적인 상담자 윤리교육과 보수교육이 병행되어야 하고, 특히 보수교육 중 다문화와 사회정의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발표할 때 말씀드린 '저의 연구 보따리'에는 법 뿐 아니라 상담자 윤리와 교육에 대한 연구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Q&A 마무리할 때쯤 꼭 하고 싶었는데, 워낙 시간이 부족한지라 첨언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혹시라도 뒤늦게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면, 이 이야기도 함께 읽어주세요!


아무쪼록 응원하는 입김으로 제 등을 밀어준 따뜻함에 꼭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발표를 들어주신 여러분도, 주저하고 계신 일이 있다면 "그냥 해보세요!". 끝나면 뭐라도 되어 있더라고요! 우리 같이 "그냥 해보는 사람" 한 번 해봅시다! 💚

 jay_kim님! 관심 가져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해주신 "내부 학회 간 의견수렴이 명확하지 않은 것의 해결 방법"은 댓글이 올라왔을 때부터 보고 고민했습니다. 쉽게 답하기 어려웠는데요. 그 문제야말로 지난 3~4년간 꾸준히 논의되어 오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상태이긴 합니다. 상담과 관련된 여러 단체들 중에 법제화 논의에 합류 가능한 학회만 남은 상태예요.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가 주축이 되어서 법제화에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학회는 몇 년간 꾸준히 설문을 진행하면서 학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보여왔습니다. 이 부분은 긍정적이긴 하나 진척된 상황이 별로 없고, 시간이 오래 되면서 점점 학회원 다수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상태입니다. 계류 중인 법을 강하게 견인하고 이슈를 만드는 역할은 어쩔 수 없이 양학회에서 모두 활동하는 중진들이 영향력을 발휘해줘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 내년에 이르기까지 법제화와 관련된 인물들이 학회 위원활동을 활발히 진행할 것 같습니다. 정신건강 영역에서 상담이 어떤 포지셔닝을 할지는 결국 논의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협상을 주도하리라 예상합니다.


까칠이님! "민간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라는 질문 잘 받았습니다. 저도 결국 상담서비스는 시장경제 안에서 소비되면서 열등한 상담은 줄어들고 유능한 상담이 선택 받아갈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장경쟁으로 인한 안정화를 가정할 때, 한 가지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어요. 바로 변수로 작용하는 '상담의 효과성' 문제입니다. '상담 효과성'은 상담사가 생각하기에 효과적인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과 내담자의 만족도가 차이가 발생하는 기간이 있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이를 '저항'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마음은 치료로 향하는 아주 결정적인 시기에 기존의 부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고자 하는 강력한 항상성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저항'을 일으킵니다. 이때 상담에 대한 만족도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면서 상담이 중단되거나 상담사를 비난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항'은 치료가 되고 있다는 사인이거든요. 저항이 발생해서 중단된 상담이 열등한 상담이라고 볼 수 없는 거지요. 물론 매 회기 만족하며 끝나는 상담도 좋은 상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효과적인 상담이라고 치자면,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는 두 상담에 대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까요? 만족도 평가는 '매회기 만족하며 끝난 상담'이 더 만족도가 높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같은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들이 몇 가지 더 있어요. 그래서 일반 마케팅과는 달리 상담은 '소비자가 만족한 상담이 항상 우월하다'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게 지금 4,000개에 육박하는 자격증이 난무하는 상황, 비전문적 상담인데도 불구하고, 상담이라 할 수 없는 상담이 진행되었으나 소비자 입맛에 맞췄기 때문에 후기가 좋은 상담이 나오는 상황, 내담자 후기를 윤리적 검토 없이 마케팅에 활용하는 센터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혼란한 시장 상황이 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어떤 상담이 좋은 상담이냐"라는 철학적인 문제가 하나 더 질문되긴 하지만 이러한 딥한 질문을 차치하고서라도 '비전문적 혹은 비윤리적 상담'은 필연적으로 '심리상담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양산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혼란한 시장 상황을 정리해주는 '약간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즉, 불공정한 혹은 비윤리적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쟁환경을 깨끗이 청소해주는 작업이 필요한 거지요. 그게 법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같이 손도 못댄 상태로 혼란스러워진 상황을 정리해주는 역할로 법을 생각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상담을 받다가 상처받을까 걱정한다는 부분이 엄청 공감되어요. 저도 항상 그래서 상담자 눈을 제대로 못 보고 진심을 다 말하지 않게 되는데 이게 상담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어쩌다 속 얘기 비슷한 걸 얘기하면 정말 '비전문적'인 대답이 돌아오고 그때마다 성실하게 실망하게되어요. 이 글을 읽으니까 왜 그렇게 아쉬운 상담 경험이 많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조금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까칠이 비회원

연구자분의 삶에 기반한 문제의식도 너무 너무 너무 공감되고, 문제를 바라보시고 분석하시는 관점도 너무너무 동의됩니다.

다만 법을 만드는 것이 과연 최고의 해결책일까?? 라는 질문이 듭니다. 생태계 안에서 민간이 스르로 해결할 수 있다면(법제화, 제도화보다는 어렵겠지만요)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규제되지 않는 심리상담”의 “비전문적, 비윤리적 행태”로 인한 문제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국가 자격증 신설, 센터 개소 자격 규제, 허위광고 규제가 포함된 법률안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심리상담 서비스를 “내담자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도 이해하게 되었네요.


다른 수많은 억압적인 구조적 조건들도 연관되어 있겠지만, 근대 이후, 개인주의화(indiviualization)가 심화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말씀해주신 문제의식들에 따라 모든 분들이 내담자, 혹은 잠재적 내담자라 보고 사회복지/사회안전망 마련 차원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두 늦깍기로 상담공부를 하려 학부를 다녔고 졸업했지만 진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중도포기를 하고 지금이 되었네요, 은빈대원님을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연구자님이 쉽게, 하지만 전문적으로 상황을 설명해주셔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심리서비스 관련 법이 필요해'보다 '법이 부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생각해보자는 질문의 방향 덕분에 나의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내담자로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꼭 안전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요. 공부할 때에도 현장에서도 '그래서 사회복지의 전문성은 뭐냐? 어떻게 측정할거냐?'라는 이야기를 지겹도록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을 대하는 직업에 대한 전문성 측정은 많은 학문의 숙제인 것 같은데요. 아정님이 써주신 글을 읽다보니 심리서비스 분야는 논의가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사람의 심리, 개인적인 심리를 다루는 서비스에는 전문성이 더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중에 상담사가 있는데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실습, 임상 경험도 쌓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사람과 8시간 이수로 취득 가능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은 확실히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결국엔 법의 문제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고민되는 것은 어떤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내부 학회 간 의견수렴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제도를 만드는 걸림돌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혹시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심리상담에 관해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었군요..! 저도 심리상담을 받아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비싸고', '비싼데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지 확실치 않고' , 이런 점들 때문에 포기했었거든요. 그게 다 지적하신 문제와 연결돼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관련 법이 필요하겠네요.
이안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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