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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동물권, 총선에서도 핫할까?
동물권이란  동물권(動物權, 영어: animal rights)은 비인간동물 역시 인간과 같이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 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개념이다.  위키백과  나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어린이였던 나는 동물이 귀여워서 좋아하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여운 동물들이 많았고 그 가여운 동물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그 시절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실천부터 했다. 간식을 챙겨 다니거나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사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묻어주었고, 길을 배회하는 길 개들을 집으로 데려와 밥과 물을 주었다. 내 손에 닿는 따뜻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좋아서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동물을 만지는 행위는 하지 않으려 애썼다. 지금 나의 동물권에 대한 관심은 어릴 적 동물을 가여워한 마음부터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동물학대들 오랜 시간 비인간 동물을 향한 혐오 범죄 뉴스들을 매일 접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하게 잔인한 방법으로 비인간 동물들을 죽이고 학대한다. 그 방법은 날로 악해지고 있다. 법적제재가 연약한 만큼 그들은 더욱 당당해진다. 그뿐 아니다. 전시 동물의 비위생적인 상태와 동물 특성에 맞지 않는 생활공간으로 고통받고 있다. 관리 또한 미비하여 작년은 얼룩말 ‘세로’의 동물원 탈출과 올해는 생태체험장 ‘타돌이’의 탈출 기사가 크게 났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재미난 해프닝 정도로 기사들이 도배 되었고, 이들이 나오게 된 경위와 탈출 후 다시 잡혔을 무력감 같은 감정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세로의 탈출 이후 해당 동물원에는 세로를 보기 위한 인파로 북적거렸으며 그 수는 평소 방문객의 수를 뛰어넘었다.  이에 “스타탄생”이라는 기사도 여럿 났다.   얼룩말 세로를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들이다. 대부분 인간 중심적인 해석으로 세로를 보고 있으며 그것을 인간의 흥미유발로 휘발시킨다.  또한 지금까지 동물을 전시하고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동물원 생태체험장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 단계가 매우 쉬웠기 때문에 아무나 만들 수 있었다. 따로 관리감독도 미비했기에 폐관을 하고도 전시동물을 보살피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의 뉴스를 왕왕 볼 수 있었다. 지난 2월 대구의 한 동물원의 경우 자금을 이유로 닫은 이후  최소한의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다치고 아픈 동물들의 울음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최소한의 관리도 되지 않고 불만 켜져있는 실내동물원> <관리가 전혀되지 않는 모습> 또한 번식장의 동물들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기에도 부족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번식장 같은 경우는 허가 번식장과 무허가 번식장으로 크게 나뉘는데 그 형태는 별반 다르지 않다. 뜬 장에서 오물의 악취와 발이 빠진 채로 이동은 커녕 제대로 서있을 수도 없는 환경에서 살아간다.식용개를 사육하는 사육장  뜬 장에 갇혀 7시간을 보낸 기자르포를 본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적 불편함은 당연하고 심리적 불안감이 심하였다고 했다. 직접적인 경험으로 뜬 장에 있는 강아지들이 가질 심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농장 동물과 비인간 동물 관련 행사와 축제의 실태까지 얘기하자면 비인간 동물의 사회적인 문제는 무궁무진하다. 총선과 동물권 4월 다가올 이번 총선이 이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동물권 감수성이 높아진 만큼 총선에 동물 관련 공약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각 정당들의 공약들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게 정리된다.  더불어 민주당은 당차원에서 동물학대 행위자 사육권 제한, 반려동동물 공장 제한, 농장동물과 동물원 시설 개선 등을 발표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해결 될 가능성이 있는 과제들이다. 물론 반대 세력이 있고 기존의 업자들의 반발이 예상 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섬세하게 법제화 시킨다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녹색정의당은 펫숍 금지, 동물보건소 설치, 동물 학대 축제 폐지, 야생동물의 삶터 존중 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동물권과 복지에 조금 더 중점을 두었다. 환영 할 만한 공약이 눈에 들어오는데 야생동물 삶터 존중에는 도시에 인간과 공존하는 길고양이나 비둘기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든다. 인간과 가까운 환경에 사는 동물들이기에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 이미 도시가 그들의 삶터가 되었고 함께 살아가야 할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국민의 힘은 후보 개인이 공약을 발표했다.  각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공통으로 반려동물 보건소 건립, 24시간 응급 공공 동물병원 설립,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 등이 있다. 반려동물 공약이 주를 이룬다, 동물권 그 자체로의 공약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많아진 만큼(600만에 이른다.) 그에 맞추어 나온 공약임을 알 수 있다.문제들은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대처 방법이나 제도적인 방향은 보수적인 수준이라 생각한다. <동물자유연대제공> 그렇다면 우리는 만족해야할까? 먼 나라 코스타리카에선 2016년에 이미 버려진 개를 위한 생추어리가 만들어져 좋은 자연환경에 살며 사회화 훈련을 받고 입양을 기다린다. 스페인의 투우 역시 폐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도 사지말고 입양, 산천어 축제 반대, 소싸움 무형문화재 지정 저지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두 법제화가 된다면 조금 더 빨리 없어질 수 있는 학대이다. 모란시장의 식용개 판매를 몰아내고 개식용 금지법안이 통과 된 만큼 이제는 다음 단계에 성큼성큼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도 있다.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들을 사지 않고 입양하는 것, 전시 동물들이 있는 공간을 소비하지 않는 것, 동물학대 축제를 소비하지 않고 반대하는 것 그리고 동물권을 이야기 할 때 인간중심적인 생각인지 고민하는 것 이다. 그리고 비인간 동물들이 있던 자리 원래 살아가야 하는 곳에 살아가게 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동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고 원한다. 하지만 아직 동물을 소유물로 여기거나 물건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목소리를 포기하거나 낮추거나 이쯤 하면 됐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비인간 동물을 위한 완벽한 방법이 있다면 끝까지 싸워야 한다. 방법을 강구하고 지금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연대를 보내며 지지 않음을 결속 할 것이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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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시, 동물원 (청주시립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캠페인즈에서는 매 달 우리 사회에서 집중하여 다루고, 토론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선정합니다. 지난 8월 이슈인 ‘동물권’에 대해 많은 캠페이너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남겨 주셨습니다. 동물권 이슈에는 ‘동물원'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요, 캠페인즈팀은 현장의 목소리도 듣고 싶었습니다. 이에 청주시립동물원에 재직 중인 김정호 수의사에게 인터뷰와 함께 시민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요청했습니다. ‘수의사계의 이국종'으로 불리는 청주시립동물원 김정호 수의사의 이야기입니다. 1. 현재 청주동물원에서 동물사육팀장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청주동물원에서 일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수의대 시절 <아웃오브아프리카>라는 영화 보고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야생동물 수의사로 일하고 싶었지만 당시 야생동물과 관련된 직업은 동물원 수의사가 유일했습니다. 야생동물의학 대학원 재학중 학생실습을 갔던 청주동물원으로 부터 상근 수의사를 제안 받고 입사했습니다.   2. 캠페인즈에서 시민들이 ‘동물권’으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데요. 수의사로서 경험한 동물권 관련 문제나 사례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동물원 야생동물은 야생의 습성으로 아픈 곳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인내심이 많은 친구들은 아픈 곳이 발견되면 심각한 경우가 많죠. 야생동물은 종이 많기도 하고 관련 의학 자료도 부족해 치료시 힘든 상황이 많습니다. 이럴 때 살려보려는 노력과 편하게 안락사 시켜주자는 상반된 의견이 있게 됩니다. 안락사는 방법 상 수의사로서 오히려 쉬운 결정일 수 있어요. 마취하고 안락사 약물을 넣으면 되거든요. 그러나 살려보려는 노력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가더라도 결과가 안 좋을 때도 많아요. 치료 과정 중 동물의 고통이 수반 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험과 자료가 축적되면 언젠가 좀 더 많은 동물을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3. 최근 일어난 동물원/동물농원 탈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물원은 야생동물에게는 결국 갇힌 좁은 곳이지요. 그러나 동물원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한다면 최소한의 복지를 마련해 주어야겠지요. 요즘 밥과 물을 안 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자 사순이는 무리동물입니다. 혼자 있으면 고립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 있고요. 얼마 전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사자 바람이를 데려와 청주동물원의 기존 사자들과 합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바람이는 운이 좋은 편이지만 어떤 개인과 기관이 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고요. 결국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보장해 주는 것은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원이 생긴지 백 년이 넘어 2017년 동물원법이 제정되고 2023년 12월 전면 개정안이 발효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동물원법이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를 보장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8월 경북 고령군의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가 1시간 만에 사살되었습니다. 사순이의 경우 목장주가 환경청, 동물원에 인계하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하는데요. 대안으로 ‘생츄어리’의 필요성을 묻는 지은 캠페이너의 투표에 참여해 보세요!    4. ‘동물원 허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허가제는 적정 면적, 채광, 은신처 등 서식환경에서부터 전문인력, 보유동물의 질병관리, 안전관리, 교육 및 체험 계획, 복지증진을 위한 풍부화 프로그램과 치료를 위한 긍정강화훈련(메디컬 트레이닝)등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아무나 동물원을 할 수 있었던 등록제는 많은 동물의 희생이 따랐습니다. 이제라도 허가제가 되어 동물들의 최소한의 삶을 위한 요건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환영합니다. 동물원을 어떻게 설명하고 소비해야 할까요? ‘동물을 위한 동물원, 허가제로 시작할 수 있을까?’ 롱롱 캠페이너의 투표에 참여해 보세요.   5. 동물원에서 동물권 향상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전면개정되는 동물원법은 5년간의 유예기간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여전히 동물먹이 주기 체험 등이 이루지고 있습니다. 체험을 위해서는 동물들이 배고픔을 감내해야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에 이런 사실을 알려 사업주가 동물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체험이 이익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또한 동물원이 잘하는 일은 게시판, 관련 영상 및 기사에 댓글로 응원해 주시고 못하는 것은 조치 요청을 하시면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공영 동물원은 시민의 의견에 영향을 받습니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건전한 동물관련 시민단체 등에 기부를 통해 동물권 향상을 위해 결집된 행동을 하게 하는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6. 동물이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동물원 동물은 반려와 야생 어느 중간쯤 있습니다. 오래 전 사람이 인공포육을 한 호랑이는 큰 고양이 같습니다. 반가운 사람을 보면 창살을 부비며 좋아합니다. 웅담채취용으로 농장에서 길러지다 구조된 반달가슴곰들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야생성 있는 동물들은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주어야 비로소 안심하게 됩니다. 동물들이 행복해 하는 지점은 다양합니다. 앞으로도 종의 특성을 학습하고 한 개체를 세심히 관찰하고 이해하면 무엇에 더 행복을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동물에 대해 많이 공부해야 더 잘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 동물의 슬픔이나 고통을 인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체적/행동적 신호는 무엇일까요? 육체적 고통은 어느 정도 수의학적 판단과 컨트롤이 가능한데 가장 어려운 것은 정신적인 것입니다. 열악한 곳에 갇힌 동물은 강박행동을 하다가 그 이상의 스트레스의 역치를 넘으면 되려 무기력해집니다. 곰농장의 곰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거나 아주 낮다고 합니다. 반면 잘 관리되는 동물원의 곰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그 중간쯤이구요. 생의 의지가 전혀 없는 무기력한 동물들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안 좋습니다.   8. ‘동물원의 존폐’에 대해 토론하는 사람들에게 김정호 수의사님은 어떤 말을 던지고 싶으신가요? 혹은 어떤 질문이 필요할까요? 현실적으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동물원을 지금 당장 없앨 수는 없습니다. 없앨 수 없다면 어떤 곳으로 쓰여져야 하는가를 고민했으면 합니다. 청주동물원이 답은 아니지만 한 사례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청주동물원의 목표는 “보호받아야 할 야생동물을 데려오는 보호소와 나갈 수 있는 야생동물은 치료 및 재활 훈련을 거쳐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치료소"입니다.  실천 과제로 4R(Rescue, Responsibility, Release, Reduction), E(education)을 들 수 있습니다. 토종야생동물을 구조(rescue)하고 데려와서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책임지고(responsibility) 나갈 수 있는 야생동물은 치료 및 훈련을 통해 자연으로 복귀(release)시킵니다. 또한 난방이 필요한 외래동물은 자연감소 되고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토종 야생동물의 보호로 난방비 등의 에너지 감소(reduction)를 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시민교육(education)으로 녹여내려고 합니다. 즉 RE로 “다시 동물원”입니다.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의 탈출과 사망이 발생하지만 보호 역할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동물원 폐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투표에 참여해 보세요! 김정호 수의사는 전시 형태의 동물원에 대한 우려를 하면서도, 당장 지낼 곳이 마련되지 않은 동물원 속 동물들을 가장 걱정했습니다. 동시에 시민들에게 동물원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달라 부탁했습니다.  여러분은 김정호 수의사 그리고 동물원에게 어떤 질문을 남기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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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R로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 가능하다!
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 TNR로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 가능하다 ❜ <주요 용어 설명> TNR: Trap(포획)-Neuter(중성화)-Return(제자리방사). 길고양이를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하여 중성화수술 후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 케어테이커: 길고양이에게 밥과 물을 제공하며 돌보는 사람 지자체 TNR: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포획자(또는 케어테이커)가 TNR 대상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지정동물병원에서 중성화수술을 한 후 제자리방사하는 활동 영역 동물: 먹이 자원과 은신처를 중심으로 대체로 일정한 영역 내에서 살아가는 동물   고양이는 약 1만여 년 전부터 인간 주거지 또는 인근에 발생하는 쥐 등 설치류나 음식쓰레기를 먹이 자원으로 삼아 함께 살아 왔습니다. 고려시대 여러 기록물에서 고양이에 대한 기록이 발견될 정도로 고양이는 오랜 시간동안 우리와 삶의 환경을 공유해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길고양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들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모든 고양이들은 집고양이(Domestic cats)입니다. 그러나 길고양이는 법적 지위가 혼동되고 있으며 눈엣가시에 천덕꾸러기 신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의 특징은 사람을 보면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양이가 본래 섬세하고 예민한 탓도 있지만 사람에 친화적이지 않은 야생성이 강한 고양이들은 특히 사람이 활동하는 시간대를 피해 주로 밤에 활동하게 됩니다. 이런 성향 탓에 길고양이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음흉한 동물이며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불길한 동물이라는 식입니다. 사람의 기준과 잣대로 정해놓은 이미지로 인해 미움받기도 하며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새끼 때 사람이 어떻게 길들이는지에 따라 사람에 대한 친화도가 결정됩니다. 생후 2개월 이내에 사람에게 많은 돌봄과 보살핌을 받으며 사람과 접촉한 경우 친화적인 성격으로 성장합니다. 반면 사회화 시기에 사람을 접하지 못한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보면 피하거나 가까이 오지 않는 야생성이 강한 성격으로 성장합니다. 야생성이 강하다는 것은 길위에서 고양이가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 충분히 혼자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닌, 사람에 길들여지지 않은 성격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을 포함해 모든 동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생식 활동을 합니다. 사람이나 소, 코끼리처럼 오랜 임신기간을 가지고 하나만 낳아 기르는 전략을 쓰는 동물이 있는 반면, 고양이는 짧은 임신기간에 여러 마리의 후손을 낳아 번성시키는 전략을 취합니다. 임신기간은 60일~63일이고, 보통 3~8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며 출산 후 약 2개월 후에 임신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길고양이의 개체수 조절을 위해 ‘여러 마리’를 ‘자주’ 낳아 기르는 고양이의 특성을 감안해야하며, ‘불임수술’이 중심이 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한 불임수술은 과학적 근거를 가진 효율적 지점에서의 개입임이 분명합니다.   길고양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보호 vs 혐오 민원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보호법에 길고양이의 중성화수술 후 제자리 방사 근거를 마련하였고 2002년 경기도 과천시를 시작으로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TNR을 시행하였습니다. 2008년 서울시 전체가 본격적 TNR을 시행하여 국가의 사업, 즉 정부에서 시행하는 지자체 TNR이 이후 전국적으로 순차적으로 퍼져 시행되었습니다.   유튜버 새덕후의 주장에 따르면 전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의 70%를 일시에 중성화하지 않으면 TNR이 효과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은 우리 국토 전역에 공기나 화학물질처럼 균질하게 분포하고 있지 않으며 세균처럼 이분법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도 않습니다. 고양이는 느슨한 영역을 가지는 영역동물로서 은신처, 먹이, 우호적 환경, 짝짓기 할 동료 등 여러 조건들이 충족되는 곳에 콜로니를 형성하여 서식합니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군집별 집중적 중성화는 당연히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간과된 것입니다.   중성화수술을 하면 개체수 조절뿐 아니라 암컷의 경우 자궁축농증, 유선종양, 유선염을 예방하고 수컷은 전립선염, 고환암 등 질병을 막아줘 동물 복지를 높아줍니다. 또한 발정기때의 고양이 특유의 소음을 막아주고 수컷의 경우 영역을 영위하기 위한 싸움이 줄어들게 되어 사람이 느끼는 불편을 줄이고 동물이 받게 될 스트레스도 결국 줄여줍니다. TNR은 길고양이의 복지 향상뿐 아니라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도모하기 위한 인도적인 방법이며 길고양이 개체수를 0까지 줄이기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도심 곳곳에 존재하는 길고양이의 적정한 개체 수가 관리될 수 있도록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개체수를 조절하는 활동입니다.   카라는 작년에 1,500명 이상의 케어테이커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케어테이커들은 길고양이에게 먹이 제공과 TNR 뿐 아니라, 아픈 길고양이 구조 및 치료, 입양 활동에도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케어테이커의 89%가 TNR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지자체 TNR을 하지 않는 케어테이커도 무려 33% 가까이 되었습니다. 바로 지자체 TNR 후 수술 덧난 경험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케어테이커가 사비를 들여 직접 중성화수술을 해주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TNR 경험이 없는 케어테이커의 경우 무려 86.5%가 향후 TNR 실시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며 TNR 교육이 있다면 83.2%가 교육 참여 의사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부의 TNR에 대한 홍보, 교육 등 보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수년간 카라에 제보된 지자체 TNR 자료를 보면 지자체 TNR 후 길고양이가 임신한 사례, 수술 후 발정하는 사례, 수술 후 덧남 사례 등 문제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동물의 안전이 고려되지 않는 주먹구구식의 TNR이 우리나라 곳곳에 지속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고양이 중성화사업(지자체 TNR)을 주관하며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에서는 사실상 각 지자체에 TNR사업을 맡기기만 했을 뿐 효율적으로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관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고양이가 단순히 싫다, 소음이 듣기 싫다는 등의 민원 처리에 급급한 TNR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군집별로 집중적으로 TNR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TNR의 방법을 간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각 지자체별 TNR 예산도 들쑥날쑥하며 효율적인 TNR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길고양이 개체수가 정말 조절될 수 있는 것인지 비판하는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이에 올해 3월, 농림축산식품부는 '길고양이 중성화 효과성‧전문성 강화를 위해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및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 를 마련해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 공무원, 동물보호단체, 수의사회 등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지자체, 농림축산식품부)가 책임지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하는 실효성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합니다.   2021년 서울시 발표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 길고양이 개체수는 2015년 첫 조사를 시작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입니다. 2015년 약 20만마리, 2017년에는 13만 마리, 2019년 11만 마리, 2021년에는 9만마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케어테이커의 꾸준하고 꼼꼼한 관리하에 진행되는 TNR 사업으로 개체수 증가를 막으며 일정 영역안에서 고양이들이 사람과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016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의 한 공원 내 공식급식소의 경우, 약 5년째 길고양이 TNR율 7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약 30마리 이상이었던 개체 수가 2023년 현재는 20마리~ 23마리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TNR은 국가에서 보다 실효성있는 TNR 정책 및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를 마련하여 제시해야합니다. 그 속에서 케어테이커들이 자발적이며 적극적으로 TNR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합니다. 이미 국가의 정책으로 시행되고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 TNR 자체를 문제시하기 보다는 정부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안 제시 마련이 우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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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동물을 같이 키운다고?
작년에만 반려동물 13만 마리가 버려졌습니다. 구조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버려지는 동물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3년 미국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동물 유기의 주된 원인은 원하지 않는 반려동물의 출산, 행동 문제, 재정적인 문제 등이 있으며 추가적으로 가족의 알러지, 자녀 출산 등이 있습니다(Foundation Affinity, 2023).  반려 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많아짐에 따라 자녀와 함께 키우는 가구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한 편으로는 아이와 반려 동물을 함께 키우는 것이 위험하거나 건강에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번 글에서는 아동과 반려 동물, 그 중에서도 반려견을 함께 키우는 것과 관련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합니다. 사회적 기술의 향상 반려견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동의 자존감과 자기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반려견과의 긍정적인 관계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신뢰를 주기도 합니다. 또한 비언어적인 소통, 연민, 공감능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2019.1.AACAP). 개를 키우는 가정의 아이들 : 감정 표현 능력 높음, 사회적 교류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 낮음, 반사회적 행동 보일 가능성 감소, 또래와 갈등 생길 가능성 감소, 친사회적 행동 보일 가능성 증가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은 개를 키우는 가정의 자녀가 사회적 행동을 습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헬스 조선의 기사에 따르면 연구팀은 연구대상 중 개를 키우는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을 분리했고, 개를 키우는 가정의 경우 자녀가 개와 함께하는 활동의 빈도를 조사했습니다. 이후 부모가 자녀의 사회적 행동 등을 평가하는 방식의 설문조사를 통해 생활환경을 확인했습니다. 연구 결과 “개를 키우는 가정의 아이들은 감정 표현이 더 풍부하며, 사회적 교류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23% 낮은 것으로 밝혀졌”고,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30%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나눔, 공유, 배려와 같이 사려 깊은 행동을 통칭하는 ‘친 사회적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34%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2021.05.21. 헬스조선). 친구가 주는 편안함 반려동물과 함께 자는 것이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캐나다 컨커디어대학 PPHP(Pediatric Public Health Psychology) 연구진은 연구대상을 반려동물과 취침을 하는 빈도에 따라 세 개의 그룹으로 분류했습니다. 이후 취침시간 등을 바탕으로 수면의 질을 분석하고, 설문을 통해 잠들기 전 과정, 수면 공간 등과 함께 반려동물과의 취침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분석 결과 “대부분 평가 항목에서 세 그룹 사이에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자는 것이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며 이는 반려동물의 존재가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친구로 생각하고 함께 자면서 편안함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습니다(2021.06.03.헬스조선). 면역계의 균형  피부염 등 습진에 덜 걸린다 임신 기간 중 반려견을 기른 어머니의 아이들은 아토피성 피부염 또는 습진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고 합니다. 특히 임신 중 개를 기르는 환경에 노출된 어머니를 둔 아이가 두 살이 되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습진에 걸릴 위험성이 낮으며 이 효과는 보통 10세 전후까지 이어집니다(Eapen, A.A. et al, 2022). 5-15세 사이에 반려견과 함께 지내면 장내 미생물과 면역계 균형이 잘 유지됩니다. 최신 연구에 의하면 반려견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장이 건강해 크론병에 걸릴 위험도 적습니다. 크론병은 소화계를 따라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소화기관 전체에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은 소장과 대장이 연결되는 부위에 발병합니다. 크론병에 걸리면 간헐적 설사 탓에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은 크론병 발병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며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생활이 영향을 끼치는지도 분석했습니다. 크론병 환자와 가족 등 4,3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5~15세 사이에 강아지와 함께 지내면 장내 미생물과 면역계 균형이 잘 유지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강아지와 동거하는 것이 크론병 발병 위험을 낮추는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이 튼튼해지고 면역력이 강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윌리엄스 터핀 박사는 "어릴 때 미생물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으면 면역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2022.05.25.헬스조선). 반려견과 아동의 관계에 있어 분명 조심해야할 부분도 있고, 도움을 주는 부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무조건적인 우려나 두려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려견과 자녀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이가 극대화 되면 반려견의 우울이나 심하면 유기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아동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함께하게 될 때 도움을 받거나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나요? 혹은 출산이나 결혼 등의 삶의 변화를 겪으면서 반려 동물을 계속 기르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면, 실제 아동과 반려 동물과 함께 가족을 꾸리며 살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자유롭게 의견이나 경험을 나누어 주세요.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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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가 헌법소원을 한다고요?
8월 31일 오늘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지 일주일이 되는 날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환경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국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여론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헌법소원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헌법소원 청구인에 ‘고래’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민변은 지난 8월 16일 후쿠시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정부의 부작위 및 불충분한 공권력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즉,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본정부의 결정과 행위가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과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임에도.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헌법소원 청구인에는 제주 해녀와 어민, 수산식품업자 등을 포함한 시민 4만여명과 생태계 대표 ‘고래’ 164개체가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인간 뿐아니라 수많은 생물이 피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는 만큼 고래 역시 생명권 등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기에 생태계를 대표해 고래를 헌법소원 청구인이 된 것이죠.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110개체, 밍크고래 및 큰돌고래 54개체가이번헌법소원청구인에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고래의 소송 후견인으로서 해양단체 핫핑크 돌핀스가 지정되었습니다.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 단장인 김영희 변호사는 고래를 청구인으로 둔 것에 대해 "단지 상징적 의미만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동물도 소송 당사자로 인정되도록 노력하는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연합뉴스, 2023.07.09) 🐐 동물을 청구인으로서 소송했던 국내 사례 동물이 헌법소원의 청구인으로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그간 민사소송에서는 동물청구인의 사례가 종종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제기된 민사소송이나 행정 소송에서 법원은 청구인으로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아왔습니다. 동물은 원고 적격이 없다며 소송이 기각되었다는 의미입니다. 2004년, 경남 양산 천성산 터널 착공과 관련해 환경 단체는 부산지방법원에 공사 금지 가처분을 신청을 했습니다. 터널 공사로 자신의 서식지 및 환경을 침해받는 ‘도롱뇽’을 소송 당사자로 내세웠는데요. 1심·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일관되게 도롱뇽의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원심이 도롱뇽은 천성산 일원에 서식하고 있는 도롱뇽목 도롱뇽과에 속하는 양서류로서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대법원 2006. 6. 2.자 2004마1148,1149 결정 [공사착공금지가처분] [공2006.7.15.(254),1240] 2018년에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막으려는 소송에 설악산에 서식하는 산양 28마리가 원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해당 소송을 제기한 동물권 연구 변호사단체 피앤알(PNR)은 케이블카 추가 설치로 산양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산양을 원고인단에 포함했는데요. 서울행정법원 역시 “산양들은 야생 동물로서 당사자 능력이 없다”며 산양의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한겨레, 2023.07.10) 🤨 동물의 청구인으로서 법적지위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되어있습니다. 민법 98조에서 물건을 ‘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2021년 법무부는 법무부는 민법 98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의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 했으나, 아직 통과되지는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연물에 구체적인 법인격을 부여하고자 하는 본격적인 시도는 제주의 남방큰돌고래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초로 제주에서 논의된 ‘생태법인’ 개념을 아래에서 설명해드릴게요! 🐬 생태법인 생태법인이란 자연과 동식물 가운데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대상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법률상 자연은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자연인과 법인과 같은 ‘법인격체’인데요. 자연인이라 함은 우리와 같은 사람을, 법인은 기업이나 재단 등을 의미합니다. ‘법인’이기 때문에 사람이 아닌 기업과 재단 역시 사람과 같이 자신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받았을 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제주의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이슈였는데요. 앞서 법인에 대해 설명한 논리와 같이, 돌고래가 생태법인으로 지정되면, 대리인을 통해 돌고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주체가 됩니다. 2017년 뉴질랜드 의회는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삶의 터전인 황거누이강에 법인 지위를 부여한 바 있고요. 🌎 동물이 청구인으로서 인정받은 해외사례 1979년 미국 하와이 주정부는 하와이의 한 환경단체가 하와이 내 서식하는 희귀새 빠리야(palilla)와 공동원고로 빠리야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인 빠리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와이 주정부가 위기종 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하며 1심 판결문에서 The Palila seeks the protection of this Court라고 판시하며 ‘빠리야가 이 법원의 보호를 구한다’고 적었습니다. (네이버 법률, 2023.07.16)  이외에도 2016년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카리브해로 흘러 들어가는 리오 아리뜨강을 법적 주체로 인정했고, 2018년 콜롬비아 대법원은 “아마존 지역의 환경보호 실패로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됐다” 25명의 청년들이 대통령과 정부기구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동시에 콜롬비아 대법원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마존 강은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판시했어요. (한겨레, 2023.07.10) 현재 헌법재판소는 민변이 제기한 이 헌법소원의 사전심사에 돌입했습니다. 사전심사란 헌법소원이 요건을 충족했는지 살펴보는 절차로, 이를 통과하고 나면 전원재판부에 회부되 헌법재판소의 본격적인 심리가 시작됩니다. 심리 여부를 결정하는 데 까지는 한달 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요. 동물이 소송의 주체가 되는 것, 나아가 동물에 법 인격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법적으로 동물의 당사자력이 인정되는 것은 또 어떤 가능성을 가져올까요? 여러분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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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는 고통을 느낄까?- 다큐 [씨스피라시]를 통해 바라보는 동물권
‘그가 사랑하는 바다가 죽어간다. 인간이 그 경이의 세계를 파괴한다. 그리하여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나간 감독. 그가 맞닥뜨린 것은 전 세계에 걸친 부패의 그물이었다.’ (출처: 넷플릭스 [씨스피라시]) 위 글은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인기 다큐멘터리 1위에 오른 ‘씨스피라시’의 줄거리 인데요, 제목 ‘Seaspiracy’는 바다를 뜻하는 Sea와 음모를 뜻하는 conspiracy를 합쳐 만든 단어입니다. 바다에 관한 음모라는 뜻이죠. 과연 바다에는 어떤 음모들이 있을까요? 🐟 유령어업 일반적으로 바다의 물살이(물고기)를 아프게 하고 죽게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은 우리가 버린 빨대, 스티로폼 등과 같은 생활 쓰레기입니다. 다큐에서는 이런 생활 쓰레기보다도 더 물고기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어업에서 나온 쓰레기입니다.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와 같은 쓰레기들이 해양 생물을 잡아 크게 다치거나 죽게 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유령이 물살이를 잡는다는 뜻에서 ‘유령어업’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물살이가 단순히 폐그물에 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걸린 물살이가 죽어서 미끼가 되어 더 큰 물살이가 연쇄적으로 유입되어 죽어나간다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또한 제주도 바다에서는 그물에 걸려 꼬리가 잘린 돌고래도 종종 발견된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어획량의 10%에 달하는 해양생물이 유령어업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 물살이 남획 바다에 있는 생물들에게 치명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 중 기름 유출 사고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태안 앞 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었죠. 그 당시에 123만명 국민들이 가서 기름띠를 제거하는 봉사를 했을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 2010년에 이 사고의 62배에 달하는 규모의 사고가 발생했었습니다. 바로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석유 유출 사고입니다. 이 사고는 미 역사상 최악의 해상 원유유출 사태로 꼽힐 정도로 생물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죠. 그런데 여기에서 충격적인 사실은, 멕시코만에서 조사했을 때 하루 어업으로 죽어나간 동물의 수가 몇 달 간의 기름 유출로 죽은 동물의 수보다 많다고 다큐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남획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지속적인 어업생산량 감소로 정부에서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설정하여 단속해오고 있습니다. 오징어의 경우,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어린오징어 생존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조업과 판매, 소비가 지속되자 금지체장을 12cm에서 15cm로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 이러한 남획의 문제는 물살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큐에서 정말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상어가 지느러미가 없는 상태로 바다 바닥에서 몸부림 치고 있는 장면인데, 상어 지느러미와 같이 딱 필요한 부분만 잘라서 팔고 나머지는 그대로 바다에 던지기 때문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입니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다가 굶은 상태로 서서히 죽어가게 됩니다. 이런 경우를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시간 당 1만 1천에서 3만 마리의 상어가 죽어나간다고 합니다. 보통은 상어가 사람을 해친다고 생각을 많이 하여 굉장한 공포의 대상이지만, 실제로 상어가 사람을 죽이는 수는 1년에 10명 정도라고 합니다. 오히려 상어에게 사람이 공포의 대상인 것 같네요. 상어를 잡는 이유는 샥스핀이라는 상어 지느러미 요리 때문인데요, 사실 샥스핀은 무색, 무미, 무취이고 영양가도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높은 중금속도 함유하고 있는데도 단지 희귀하다는 이유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샥스핀 요리를 어이없는 죽음을 부르는 요리라고 칭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무분별한 남획은 바다에 사는 생물들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 🐡 물살이도 고통을 느낄까? 이렇게 물살이가 많이 죽어나간다는 말을 들어도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포유류와 다르게 물살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텐데요, 물살이는 정말로 고통을 느끼지 못할까요? 다큐에서는 물살이가 몸통 옆의 측선으로 물 속의 섬세한 움직임을 감지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여러 마리가 한마리처럼 움직이며 이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따라서 물살이는 굉장히 예민하며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물살이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자료들도 존재합니다. 어류학자와 동물학자가 무지개 송어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험 과정에서 무지개송어의 입 주변에 벌침의 독이나 식초를 주입하자 송어는 수조의 벽면과 바닥에 주둥이를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 행동이 포유류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하는 동작과 유사하다는 점을 봤을 때 물살이도 고통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더욱 신기한 점은 진통제를 주사하자 이렇게 입을 수조에 문지르는 행동을 그쳤다고 하네요. 🐠 물살이도 동물일까? 현재 동물복지를 위한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동물’에는 물살이가 포함되어 있을까요?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법의 적용 대상에 어류를 포함하고는 있지만, 식용 어류는 제외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단지 식용이라는 이유로 생명을 무분별하게 다뤄도 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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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축산을 바꾸기 위해선
전쟁 이후 탄생한 축산법 제 2차 세계대전은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특히 유럽은 전쟁으로 온 땅이 폐허가 됐다. 삶의 터전이 사라졌고, 수 많은 사람이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조차 삶의 고난이 꾸준히 지속됐다. 전쟁이 고달픈 이유 중 하나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식량은 부족하고, 먹어야 할 사람은 많다. 해결책은 제한된 식량을 고르게 분배하는 것이다. 배고픈 만큼 먹는 게 아니라, 주어진 만큼 먹어야 한다. 배급제의 시작이다. 전쟁의 배급을 위해선 인간에게 줄 음식이 있어야 했다. 때문에 가축을 기르는 수를 제한해 인간이 먹을 식량을 확보해야 했다. 가축의 수가 제한 된 이유다. 또한 가축은 군인들의 식량으로 함께 전쟁터로 이동하곤 했다. 육류는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서였다. 향후, 이런 부분에서 발전 된 것이 지금의 통조림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가축 수 제한이 풀리자 축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치솟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그에 맞는 생산 방식이 필요했다. 같은 공간에 1마리의 닭을 키우던 걸, 3마리, 4마리로 늘려서 키우고, 1개 우리에 1마리 돼지가 아닌, 1개 우리 5마리 돼지로 늘려서 키웠다. 그러자 수요를 맞출 수 있게 됐고, 새로운 축산 방식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공장식 축산>이다.  1964년, 공장식 축산을 고발하다 공장식 축산은 최소 비용으로 달걀, 우유, 고기 등 축산물의 생산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물을 한정된 공간에서 대규모 밀집 사육하는 축산의 형태다. 이러한 축산 형태는 1964년 영국의 동물복지 활동가이자 작가였던 루스 해리슨의 책, <동물기계>에 의해 최초로 고발된다. “나는 이 책에서 새로운 형태의 축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생산라인 방식의 축산, 공장식 축산이다. 여기서 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는 1960년 대 영국의 공장식 축산 현황을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자라는 소, 닭, 병아리, 돼지가 어떻게 생활하고 고기가 되는지 이야기한다. 인간이 1년 동안 가장 많이 먹는 동물이 닭이라고 한다. 1960년 대, 병아리들은 닭이 되기 전에 이런 모습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벽 안쪽에 더 많은 상자들이 쌓여 있다. 상자 하나에 열두 마리. 상자 안의 병아리들은 도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관람석에서 보듯 볼 수 있었다. (중략) 시간이 거의 다 됐다. 상자에서 꺼낸 병아리의 다리를 컨베이어 벨트에 거꾸로 매달아 묶는다.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병아리들이 놀라지 않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깃털을 잘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축자의 손까지 가는 데는 컨베이어 벨트의 배치 방식이나 속도에 따라 1~5분 가량 시간이 걸린다. 병아리들은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움직이면서 소리 없이 부리를 벌렸다 닫았다 한다. 모두 두려움에 질린 것이다.”* 닭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작은 케이지에 수 많은 닭이 있다보니, 그 안에서 서열이 나뉘었다. 본래 닭은 서열이 있다. 높은 서열의 닭은, 낮은 서열의 닭을 쪼며 공격한다. 넓은 공터가 있고, 피할 곳이 있다면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좁은 케이지 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먹이통이 모자라면, 쪼기 서열이 높은 닭들이 서열이 낮은 닭들이 먹이통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지킨다. 약한 닭들이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다는 위험을 제외하더라도, 극도로 과하게 밀집한 환경은 깃털 쪼기와 카니발리즘이라는 악행을 발생시키는 데 이바지 한다.”* 그리고 당시 영국 축산업은 닭이 다른 닭을 쪼지 못하도록, 그들의 부리를 잘랐다. 본능을 자르는 공장식 축산 앞서 영국의 닭 사육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건, 공장식 축산이 동물들의 본능을 죽인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그들의 본능 배출을 위해 가축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본능 행동을 없애기 위해 가축의 신체를 잘라 버렸다. 신체가 잘리기 전부터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두려움을 느꼈지만, 소용 없었다. 본능을 자르는 공장식 축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 만큼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저렴한 비용에 많은 걸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가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논리다. 저렴한 비용에 최대한 많은 걸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가 동물에게 진행된 것. 동물이 생물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 받았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한편, 이러한 논리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공장식 축산에 대한 고발은 2023년 현재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6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찬성과 반대가 끊임없이 이야기 되는 이슈다. 사람이 바뀌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한 변화는 없다.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지만, 구매는 하지 않는 사람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이에 따르면, 국민 중 94.7%가 공장식 축산을 개선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실제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구매했다는 비율은 36.4%로 ⅓ 수준으로 집계됐다.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40.5%, ▲‘일반 축산물보다 가격이 비싸서 26.6%, ▲판매하는 곳을 찾기 힘들어서 21.1%, ▲일반 축산물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가 14.1%로 나타났다. 출처 : 동물자유연대 한편, 동물복지 인증 계란을 구매한 비율도 7.1%로 나타났다. 현재 계란은 사육환경 표시지에 따라 계란 껍질에 1~4 숫자를 표기하게 되어 있다. 숫자 ‘1’은 닭을 방사해 기르는 사육환경, 숫자 ‘2’는 실내의 평사에서 기르는 환경, 숫자 ‘3’은 기존의 공장식 축산보다는 개선된 케이지, 숫자 ‘4’는 공장식 축산 방식의 좁은 케이지 환경에서 생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 대중에게 표시제가 잘 홍보가 되지 않아서 구매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숫자 4라고 표시해놓고,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판매하는 업체들도 있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판매자가 말하는 방식대로 이해하게 되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장식 축산 개선 동의가 높은데 반해, 실제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40.5%, ▲‘일반 축산물보다 가격이 비싸서 26.6%가 나온 것은 주목된다. 이는 공장식 축산을 개선해아 한다는 응답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방관이 공장식 축산을 키운다 “악한 일이 벌어지려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동조가 필요하다. 동물을 무한정 착취하는 체제는 경제 관계자들은 물론 이 같은 상품을 소비해 이에 동조하는 공모자들이 있기 대문에 유지가 가능하다. 이에 더해 사회적 방관이 이 체제를 키운다. 대다수 시민은 동물의 적이 아니라, 동물 착취를 못 본 척 방관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성과 정신적 삶에 방어의 울타리를 칠 수 있는 개인들이기 때문이다.”** “저렴하게 고기를 먹겠다는 사람의 욕망은 공장식 축산은 반대하면서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는 저렴한 고기는 받아들임으로써 공장식 축산을 일반화한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동물정치를 연구하는 코린 펠뤼숑은 책, <동물주의 선언>을 통해 우리 사회의 동물윤리가 어떤 점이 문제인지, 문제 인식을 넘어 실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사견으로 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는 “동물의 삶은 지옥이고 이 지옥은 인류의 작품이며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온갖 악행을 보여준다"**라며 동물에 대한 착취는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하는 착취,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착취와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물이 행복하면, 인간 역시 행복해질 수 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질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변화를 시도할 때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을 위한 사회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동물에게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장애물 중 하나는 동물 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저항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이들의 반발이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현재 인간 사회는 동물을 도구로 생각하는 종차별주의에 기반하여 건설되었기 때문에 동물의 권익을 옹호하는 것은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이다. 따라서 동물의 권익을 옹호하고 동물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는 사람은 사회 각층에서 일어나는 반발, 때로는 매우 폭력적일 수도 있는 반발에 놀라거나 분노하지 말아야 한다. 동물을 착취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사회에서 자신의 기반을 마련해 온 사람들의 정체성, 삶, 역사가 문제화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동물의 악독한 고문관이라도 되는 양 적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새롭게 도래할 정의로운 사회에서 그들이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그가 제시하는 실질적 방법은 공장식 축산 업자들이 자유 방목형으로 변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이러한 지원조차 없다면 축산업자들은 경제적 논리로 인해 계속해서 공장식 축산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실제 축산업자 역시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도살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한 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이들이 미래에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모든 걸 싸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노동력이라도 상관없다. 값싼 노동력에 의지하고, 그것만을 추구하는 한 공장식 축산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하면 공장식 축산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폭발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개발됐다. 그리고 그 수요는 점차 커졌고, 공장식 축산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자본주의 논리가 전제되어 있고, 값싸게만 생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생산되는 환경은 어떻든 상관없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이 인식은 소비자의 행동까지 지배해, 공장식 축산이 잘못된 건 알지만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게 한다. 아이러니하게 이 공장식 축산을 바꿀 수 있는 건 동일하게 경제적 논리를 펴서 축산업이 바뀔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방관이 아닌 응시와 직접적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동물을 시작으로 우리 인간 사회에서 만연해 있는 착취의 시스템도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시스템은 인간이 인간을, 강대국이 약소국을 착취하는 시스템과 비슷하다. 그리고 동물에게 가해지는 공장식 축산은 그 모든 악행을 한데 모은 곳이다. 그 모든 악행이 모인 곳이 변화한다면, 어쩌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 변화를 위해선 오늘의 행동이 필요하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동물기계>(루스 해리슨/ 에이도스/ 2020) p.13, 57, 58, 79, 80 **<동물주의 선언>(코린 펠뤼숑/ 책공장더불어/ 2019) p.15, 26, 94, 111, 117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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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과 관련 있는 다양한 이야기
1 갈색개 사건 영국의 최전성기를 상징하는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 1819~1901, 재위 1837~1901)은 동물 생체실험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이 시기 영국에서는 동물 생체실험에 반대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런 법안이 왜 논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특히 생물학이나 의학을 가르치는 학자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여왕이 세상을 떠나기 전인 1900년, 스웨덴 여성 리찌 린드 아프 하게비(Lizzy Lind af Hageby, 1878~1963)와 라이자 카터리네 샤르타우(Leisa Katherine Schartau, 1876~1962)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스퇴르 연구소를 방문해 상처 입고 병든 동물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스웨덴 반 생체실험협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생체실험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직접 의사가 되기로 하고 런던 여자 의예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1903년 2월, 런던대학 생리학 교수 어니스트 스털링(Ernest Henry Starling, 1866~1927)은 전기 자극을 통해 침샘 자극이 혈관 자극과는 별개로 움직인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몸무게 6kg 정도의 갈색 개가 실험대에 올랐습니다. 이 개는 의학도들을 위한 교보재로 이미 여러 번 개복이 된 바 있는 개였습니다. 그 개는 60명의 학생들 앞에서 생체실험을 당했고 마지막에는 학생 중 한 명인 헨리 핼릿 데일(Henry Hallett Dale, 1875~1968)이 췌장을 제거하고 개의 심장에 칼을 꽂아 사망케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리찌와 샤르타우가 난입하면서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갈색개 사건(Brown Dog affair)이라고 합니다. (헨리 핼릿 데일은 훗날 세포간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발견해 신경은 전기 자극이 아니라 화학 변화에 의해 전달됨을 밝혀 노벨상을 받았다.) 리찌와 샤르타우는 동물생체실험에 반대하는 변호사 스테판 콜리지(Stephen Coleridge, 1854~1936)를 찾아갔습니다. 스테판 콜리지는 두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런던대학 생리학 교실을 ‘동물 생체실험을 했다’라며 고소했고 이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지요. 콜리지는 이들이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은 위법이며 의학, 생물학 연구자들이 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그 동안 런던의 의학/생리학 교실에서 행해진 생체실험을 날짜별로 기록해둔 리찌와 샤르타우의 일기, 그리고 사건 당일의 증언은 매우 확실해 증거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니스트 스털링의 매형으로 역시 생리학을 가르쳤던 윌리엄 베일리스(William Bayliss, 1860~1924)는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 이미 죽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으며 교실에 난입한 두 여성은 수업 전체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자기들 마음대로 사건을 만들어 터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1903년 11월 25일, 재판장 리처드 웹스터(Richard Webster, 1842~1915)의 주재 아래, 배심원들은 25분간의 회의를 통해 런던 생리학 교실에 대해 유죄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윌리엄 베일리스는 피해 배상금 2천 파운드, 법정 비용 3천 파운드를 지불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이는 재판 다음날에 어니스트 스털링이 모두 지불했습니다.) 이후 이 판결을 기념하기 위해 생체실험 반대 운동가들은 갈색개 동상을 세웠는데 의대생들은 끊임없이 몰려가 동상을 파괴하려고 했습니다. 의대생들의 계속되는 폭력행위 때문에 영국에서는 사회주의자, 여성주의자, 노동조합원, 자유주의자들이 연합을 해 동상을 사이에 두고 계속되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는데 재판 이후 약 10년에 달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전부 묶어서 갈색개 사건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동물권과 관련된 (거의) 최초의 운동인 갈색개 사건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지금도 이런 식으로 동물을 학대해가며 교육을 하는 의대나 생물학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직도 동물 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2 생태사회주의(Eco-socialism)와 사이토 코헤이 환경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사상의 갈래를 담은 과거의 글입니다(https://campaigns.do/surveys/127). 시간 여유가 있으시면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생태사회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무리 빨라도 68혁명, 보통은 1980년대 이후로 잡습니다만, 그 이전에도 사회주의와 생태계 사이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안 한 사람은 없습니다. 레닌(Влади́мир Ильи́ч Ле́нин, 1870~1924)이 그들을 싫어하고 숙청했기 때문에 조용히 사라졌을 뿐이지요. 아마 가장 최근에 활동하고 있는 이름이 알려진 생태사회주의자 중에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사람은 일본의 사이토 코헤이(斎藤幸平, 1987~)일 것입니다. 도쿄대학 이공계로 진학했다가 미국 웨슬리언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철학 석사,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철학 박사를 받고 지금은 도쿄대학에서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가 이공계에 입학해 정치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꾼 데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때 종종 지적되었던 문제 ‘왜 도쿄 전력이 후쿠시마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주목하면서 도시의 전력 과잉 소비를 지탱하기위해 지방에 발전소를 떠안기는 현상에서 격차의 문제, 계급의 문제를 발견하고 전공을 바꿨다고 합니다. (好書好日.2023.02.09.) 사이토 코헤이는 맑스가 말년에 자연과학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맑스의 노트에서부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사이토 코헤이는 지구를 희생시키며 더욱 부유해지는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후 변화로 폭염과 폭한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빵빵한 냉난방 속에서 기후 변화를 느끼지 않고 있지요. 모든 피해는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받고 있습니다. 사이토 코헤이는 이런 구조 속에서 자본주의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사이토 코헤이는 계급 문제와 환경 문제가 서로 부딪치지 않으며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노예주와 노예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로 이르기까지. 사이토 코헤이는 이런 경제 구조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전반이 인간 문명 이외의 주변부, 경계지역을 수탈하며 이루어져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사이토 코헤이는 ‘녹색 성장’이라는 것도 이런 식의 착취, 외주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탈성장’입니다. 일단 사이토 코헤이는 환경 문제 속에서 피해를 받는 모든 존재를 ‘환경 프롤레타리아’라고 합니다. 우리 환경 프롤레타리아들은 지루하고 어려운 싸움이 분명한 환경을 위한 탈성장 투쟁에서 단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가난한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주지 말 것, 여유 있는 자들이 생활 방식을 바꿀 것, 각자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지나친 부담이 없는 최저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3 동물에게도 시민권을? 캐나다의 철학자 윌 킴리카(Will Kymlicka, 1962~)는 『주폴리스(Zoopolis, 2011)』라는 책을 통해 이전의 동물권 논의는 도덕적 영역에만 머물러 있음을 비판하고 동물 보호의 법적/정치적 성격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1)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경우: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동물들에게는 그들의 관심, 선호가 최대한으로 고려될 수 있는 공동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 인간과 똑같은 시민권은 아닐 지라도 동물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며 식재료, 의류 목적의 동물 사용을 금지할 것. 2) 야생동물의 경우: 야생동물에게는 그들이 사는 지역에 대한 주권을 부여해 번식과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 3) 1과 2의 중간인 경우 - 도시에 살지만 인간이 기르지는 않는 동물(비둘기, 쥐, 길고양이, 각종 곤충 등)은 그들이 인간 사회를 거부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그에 맞는 권리를 고민해야 한다. 동물의 시민권과 주권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도시에 사는 비가축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4 후쿠시마와 동물 요즘 가장 이슈가 되는 뉴스 중 하나가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지요. 이와 관련해 어딘가에선 해산물을 못 먹게 된다, 어업 종사자들은 앞으로어떻게 살아야 되는 거냐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그분들도 일차적인 피해자이지요. 이건 부인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일차적인 피해자가 있습니다 바로 피폭을 당하는 비인간 생물들입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파 사고 직후, 사람들은 차마 동물들을 챙길 여유도 없이 몸만 빠져 나와 피난을 갔습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물론 소 돼지 닭 같이 목적을 가지고 길러지는 가축들 모두가 후쿠시마에 방치되었습니다. 이런 동물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전부 살처분이었습니다. 어차피 이 지역에서 길러진 동물로 고기를 가공해 판다고 해도 누군가가 사먹을리도 없거니와 이 지역의 농축산물을 다른 지역으로 판매 하는 것 자체가 이때는 금지 되어 있었습니다. 또 야생동물이나 농장에서 도망친 동물둘이 방사능 물질을 아주 소량이라고 해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구요 그래서 일본 정부는 이 지역에 동물 전부를 순차적으로 살처분 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의 사단법인 고향과 마음을 지키는 친구 모임(故郷と心を守る友の会) 회원으로 재난 지역의 버려진 동물들을 기르는 일을 하고 있는 타니 사츠키(谷さつき)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큰 피해를 입는 건 언제나 힘없는 약자잖아요. 사람은 피난이라도 갔지만 동물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계속해서 피폭을 당한 거죠. 이 점에서 반려동물, 가축, 야생동물 모두 피해자입니다. (한국일보.2016.02.22.) 5 해월 최시형 동학의 두번째 교주 해월 최시형은 경주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 고아가 되어 종이 만드는 일을 하다가 철종 12년인 1861년에 최제우를 만나 동학에 들어가게 됩니다. 1863년에 최제우가 그를 동학의 다음 교주로 결정을 했는데 1864년에 최제우가 혹세무민의 죄로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최시형은 안동, 울진 등을 전전하며 숨어서 포교를 했는데 이 시기는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참으로 혼란한 시기였습니다. 동학 교인 중에 충남 홍주 사람으로 동학에 들어간 뒤 경남 진주, 경북 영해 등을 전전하던 이필제(1825~1871)라는 사람이 최시형의 말을 듣지 않고 황제가 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며 충북 진천, 경남 진주, 경북 영해에서 농민운동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문경에서 최제우의 신원 복권을 요구하며 봉기를 준비하다가 발각되어 능지처참을 당하게 됩니다. 최시형은 이 일로 또 숨어 살아야했습니다. 1892년부터 93년 사이에는 전봉준 등이 흥선대원군과 내통하며 고종을 폐위하고 새 왕을 세울 계획을 꾸몄는데 최시형은 동학이 대원군에게 이용당할 것을 우려하며 이에 반대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최제우의 신원 복권 요구, 즉 교조신원운동은 계속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894년 고부 접주 전봉준이 중심이 되어 일어난 동학 농민 운동에 대해서도 최시형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만 후에 청나라와 일본 군대가 조선에 주둔하자 최시형은 모든 동학 교도들에게 외세와 싸울 것을 명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동학농민운동은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에게 학살을 당하며 끝이 나게 되었지요. 이 일로 최시형도 숨어 다니게 되었는데 1898년 강원도 원주에서 동학교도 송경인의 밀고로 체포되어 사형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최시형는 최제우의 시천주 사상을 넓혀 각자 자기 안의 하느님을 기르라는 양천주 사상을 전개했는데 이 와중에 등장한 것이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로 하늘을 먹는다’ 사상입니다. 최시형은 이 세상 모든 생명에는 하느님이 있다고 말하며 우리가 식물이나 동물을 섭취하는 것, 생태계의 먹이사슬은 ‘하늘로 하늘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월신사법설』「이천식천」) 하늘로 하늘을 기른다는 것은 우리가 먹고 활용하는 자연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를 알고 그 하늘의 값을 늘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하늘로 하늘을 기르는 것도 아니면서 자연의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은지요. 읽어볼만한 책 1 사이토 코헤이(斎藤幸平), 『칼 맑스의 생태사회주의: 자본, 자연, 그리고 끝나지 않은 정치경제학(Karl Marx's Ecosocialism: Capital, Nature, and the Unfinished Critique of Political Economy)』, Monthly Review Press, 2017.   - 한국에선 2020년에 『마르크의 생태사회주의: 자본, 자연, 미완의 정치경제학 비판』이름으로 번역되어 두번째테제에서 출간되었습니다(역자 추선영). 2 사이토 코헤이, 『인신세의 자본론(人新世の「資本論」)』, 集英社新書, 2020. 한국에서는 2021년에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다다서재에서 출간되었습니다(역자 김영현) 3 윌 킴리카(Will Kymlicka), 『주폴리스(Zoopolis)』,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아쉽게도 한국에는 번역이 없습니다. 대신 2023년에 책공장더불어에서 나온 『동물노동』이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이 책은 2019년에 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나온 『Animal Labour: A New Frontier of Interspecies Justice?』의 번역입니다. 4 『해월신사법설(海月神師法說)』「이천식천(以天食天)」. 한국에서는 천도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천도교 홈페이지).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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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하면 동물권을 보호하는 건가요?
1년 동안 인간이 가장 많이 먹는 동물 순위가 있다. 1위부터 10위까지 동물 중 익숙한 동물도 그렇지 않은 동물도 있다. 간략한 순위는 이렇다. ▲1위 닭 5백억 마리, ▲2위 오리 26억 마리, ▲3위 돼지 13억 마리, ▲4위 토끼 11억 마리, ▲5위 칠면조 6억 4천만 마리, ▲6위 양 5억 2천만 마리, ▲7위 염소 4억 마리, ▲8위 소 2억 9천만 마리, ▲9위 물소 2천 4백만 마리, ▲10위 낙타 170만 마리. ‘닭, 오리, 돼지, 소’ 처럼 익숙한 동물도 있고, 토끼, 염소, 물소, 낙타처럼 익숙하지 않은 동물도 있다. 익숙하든 익숙하지 않든, 인간이 수 많은 육류를 소비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실제 1인당 육류 소비량도 상당하다. OECD가 발표한 2021-2022년 1인당 육류 소비량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1인 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약 32kg이었다. OECD 평균은 22kg이었다. 닭, 오리 등 가금류의 대한민국은 1인당 18kg을 소비했고, OECD 평균은 31kg이었다. 수치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약 900,000,000kg의 닭을 1년 동안 먹는다는 말이 된다. (단순 계산을 위해 우리나라 국민을 5천만 명이라고 했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1년에 500억 마리의 닭이 먹힌다는 수치가 이해가 된다. 1년에 500억 마리, 상식적으로 멸종하지 않는 게 이상한 수치다. 인간이 그렇게 열심히 먹고, 먹고, 또 먹어도 멸종하지 않는 건 닭을 기르는 사육 시스템에 있다. 닭은 먹히기 위해서만 닭장 속에서 길러지고, 자연적인 성장속도보다 더 빨리 길러지고, 알을 낳고, 태어나고, 죽는다. 고기로 태어나서. 어느 작가의 도축장 노동 이야기 몇 년 전 읽은 책을 꺼냈다. 읽고난 뒤,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내 식탁에 올라오게 되는지 어설프게 나마 알게 된 책이다. 책의 몇 구절이다. “동정심도 그저 호감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닭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대신 이것들을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짓밟은 다음 저 산 너머로 차버리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만약 내가 이 닭들에 대해서 책으로 읽었다면,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었다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내 눈앞에 있었고 너무나도 역겨워 보였기 때문에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것 말고는 다른 태도를 취할 수가 없었다. 케이지란 도구는 갇힌 쪽이나 가둔 쪽 모두에게서 최악의 자질을 이끌어 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무감각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10동에서부터 차례대로 작업했는데 얼마나 많은 닭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수백 마리는 될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정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손에 ‘투두둑’ 하고 닭의 명줄이 끊어지는 느낌이 전해져도 정말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릴 때만큼의 감정도 소모하지 않고 닭의 목을 비틀었다. 내 발 주위는 무도병에 걸린 것처럼 사지를 흔들어대는 닭으로 가득했다. 잠깐, 정말 찰나의 100분의 1 정도의 순간 동안 예전의 일기에 적어놓은 그런 감정들, 미안함, 불편함, 찝찝함 같은 것들이 느껴질 것 같았지만 금세 짜증과 피로에 묻혔다. 이런 식이면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는 전국 도축장을 돌아다니며 일했고, 글을 썼다. 그가 돌아다닌 도축장에선 닭, 돼지, 개를 길렀다. 식용이었다. 현실은 처참했다. 돼지들은 냄새와 육질을 위해 거세 당했고, 닭들은 알을 낳기 위해 길러졌고, 너무 빨리 태어나는 바람에 눈이 없거나, 다리를 저는 등 온전하지 못한 병아리로 태어났다. 그렇게 된 병아리들은 폐사됐다. 온전히 태어났다고 해도, 식용으로 빨리 길러지다 밥상으로 올라갔다. 도축장 어디에도 동물을 동정하는 마음은 없었다. 앞선 글에서 알 수 있듯, 그 곳의 동물이란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감이었고, 냄새나고 역겨운 것일 뿐이었다. 닭과 돼지 뿐만이 아니라, 개도 마찬가지였다. 식용으로 길러진 개의 뒷다리가 30cm 찢어지든, 눈이 당구공만큼 붓든 상관 없었다. “그저 따끔하고 말아"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들의 삶과 이유라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도축장에서 태어난 닭, 돼지, 개는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식용으로 길러졌다. 태어난 목적이 먹히기 위함이었다. 동물의 의사는 없었다. 애초 인간과 동물은 언어적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강형욱처럼 수년 간의 공부와 수련으로 동물 행동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라면 모를까, 비전문가가 쉽게 동물 행동 의미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기는 어렵다. 동물의 식용 사육 환경을 알고난 누군가는 육식을 끊고, 채식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 실제, 채식을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도축장 환경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애초 육식이 없다면 동물 도축 환경을 말할 이유도 없다. 동물 보호를 위한 채식 채식은 육식과 비교해 장점이 있다. 일단, 앞서 가볍게 살펴본 도축 환경이 없다. 기형아로 태어나는 병아리가 없고, 폐사되지 않는다. 억지로 사료를 먹는 환경도, 한 마리가 있어야 할 케이지 안에 10마리 씩 낑겨서 서로가 서로를 밟는 환경이 없다. 도축 되지 않으니, 돼지와 개의 울부짖는 소리가 없다. 또한, 채식은 육식에 비해 환경적 부담도 덜하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LEAP(Livestock, Environment and People ) 프로젝트 팀 연구에 따르면, 비건 채식은 하루에 100g 이상 육퓨 포함 식단보다 탄소배출, 수질 오염 및 토지 사용이 7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물다양성 파괴 66%, 물 사용량은 54%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비영리 단체 ‘EAT’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재 육식 상황을 유지하려면 지구 2.3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채식이 정답인 듯 보인다. 실제 국내 채식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 정확한 채식자 규모는 파악할 수 없지만, 실제로 커지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각종 채식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물론 시장의 변화가 무작정 동물을 위하기 때문이라고 믿어선 안 된다. 시장은 수익에 민감하기 때문에, 향후 수익 시장이 될 곳에 미리 진입해 선점한다는 쪽으로 보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한편으로는 육식에서 채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채식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채식, 정답일까? 리어 키스(Lierre Keith)는 20년 동안 비건 생활을 하다가 채식에 대한 믿음이 잘못된 지식에 근거했다는 걸 깨닫고 책, <채식의 배신>(원제 The Vegetarin Myth)을 썼다. 그는 책을 통해 채식의 잘못된 점을 도덕적, 정치적, 영향학적으로 반박한다. 채식주의가 지속가능한 사회, 생명 존중 등 좋은 의미를 갖고 있지만, 무지와 오해로 인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채식은 영향학적으로 인간에게 이롭지 않다. 육류를 줄이고, 곡물식, 채식을 하게 될 경우 인슐린 과다 분비와 고혈당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이어 비건 식단은 우울증, 면역학적 질환, 저혈당, 식이장애 등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극단적인 비건 식단을 하던, 비건 인플루언서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또한, 농업에서도 곡물 수학기에 수 많은 토끼와 쥐 들이 추수기계에 죽는다고 말한다. 채식하는 사람들이 직접 죽이지 않았지, 실은 동물이 죽는 환경에서 먹는 건 동일하다고 말한다. 이어 농업 역시 환경을 파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며, 환경을 이롭게 한다는 게 잘못됐다고 말한다. 알고 먹자 채식을 하면 동물과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동물을 생각하지 않는 환경에서 길러저 식탁에 온 고기를 먹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도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론 정답 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개인의 생각과 신념에 따라 본인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걸 추구하는 것이다. 채식이 내 몸에 맞는지, 육식이 내 몸에 맞는지, 내가 먹는 곡물과 식물이 자란 환경은 어떤지,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서 내게 왔고 내가 먹는 것인지 알고 먹고, 알고자 한다면 그게 개인에게 가장 맞고 이로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고기로 태어나서>를 쓴 한승태 작가는 본인의 책을 통해 채식이 옳다, 채식을 하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또한, 그가 본 도축 환경이 결코 좋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내 밥상에 왔는지 알고 먹자라고 말했다.  내게 맞는 게 뭔지 알고자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육식이든, 채식이든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육식과 채식 그 어느쪽도 동물권을 보호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깊이 파고들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동물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피해를 입힌다고 생각한다. 이때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식단이 어떤 과정과 환경을 거쳐 내게 왔는지 고민하는 게 아닐까 싶다. 또 그 고민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부디, 사람들의 밥상머리가 조금 더 무겁고 고민되길 감히 바래본다. 또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시대의 창/ 2018) p.19, 154, 414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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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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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동물원, 허가제로 시작할 수 있을까?
올해 12월부터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올해 12월 14일부터 동물원 운영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됩니다. 2022년 11월 통과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서식환경 ▲전문인력 ▲보유동물 질병·안전관리 계획 ▲휴·폐원시 동물 관리 계획을 갖춘 후 시·도시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동물원 허가제’는 정부가 정한 동물복지 사항 준수해야만 정부가 동물원 운영을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과거에는 특정 서식을 등록하면 되었던 것에서 좀 더 규정이 세부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오락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동물 대상의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의 부적절한 체험활동과 이동전시도 금지됩니다. 또 허가된 동물원, 수족관을 제외한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도 할 수 없어요. 이에 따라 라쿤, 미어캣, 거북이 등을 전시하는 동물카페 운영은 금지됩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로 규정되는 개와 고양이 등은 제외됩니다. 다만 지자체에 올해 12월 13일까지 신고한 시설은 오는 2027년 12월까지 전시금지 조치가 유예됩니다. 4월 현재 환경부에 등록된 동물원 수는 108개입니다. 경기도가 20개로 가장 많고 제주도 12개, 서울 5개 순입니다. 여기서 정의되는 동물원은 흔히 떠올리는 공영동물원뿐만 아니라 실내 동물원, 카페형 동물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제정돼 2017년 5월부터 시행 중인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에 따라, 보유한 동물종이 10종 넘거나 개체 수가 50마리 넘으면 동물원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그 범위가 넓고 수가 많은 편입니다. 2027년까지 유예기간, 동물원 인식개선도 중요 기존에 등록된 108개의 동물원은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갖습니다. 환경부가 자세한 평가기준을 마련중이며 각 동물마다 생태(생활방식, 필요시설)에 알맞는 환경과 질병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어요. 이후 동물원 허가제 정착 후 동물원의 평균 수준이 올라간 후에는 동물원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현재 동물원 허가제에 적합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긴 유예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동물원의 운영이 어려워지거나 폐업을 하는 경우 동물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는데요. 이를 위해 환경부는 국립생태원 근처에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보호시설 2개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과거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을 탈출한 사건으로 동물원 존폐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한 언론사에서 진행한 동물원 존폐 설문에서 국민 61.5%(5036명 대상)는 동물원 존립에 찬성했습니다. 가장 많은 존립 이유 ‘멸종 위기종 보호 및 생태 지식 획득’에 답한 응답자가 33.1%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폐지 직후 마땅한 대안이 없다’(29.1%), ‘동물원들의 끊임없는 환경 개선이 대안’(16.2%) 순으로 응답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폐지해야 하는 응답으로는 ‘좁은 우리 등 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27.8%)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VR·AR 등이 대안’(27.8%), ‘전시·오락 등 동물 학대’(16.6%) 순으로 응답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로 동물에게 좋은 동물원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면서,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환경을 비롯한 동물권을 보장한다면 대안으로의 동물원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동물원이 있을까요? (국립과천과학박물관 블로그 2023.06.23.)  (뉴스토마토 2023.04.10.) 동물을 위한 동물원이 있냐고요? 있습니다.  미국 달라스 주에 위치한 ‘Dallas World Aquarium’은 몰입전시(immersion exhibit)로 유명합니다. 동물을 위한 동물원을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몰입전시가 있습니다. 몰입전시는 동물의 자연 생태를 최대한 유사하게 제공하는 전시기법으로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동물의 생태환경에 있는 느낌을 줍니다. 자연 환경에서의 경관뿐 아니라 소리까지 재현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동물들이 야생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자연에 가까운 전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동물들의 스트레스 감소와 자연번식에 크게 기여하기도 합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전시 조성 때문에 처음 온 관람객들은 동물을 잘 찾아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도 합니다. 또 동물들에게 최대한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동물이 아파도 초기에 포획하기가 어려운 것도 단점 아닌 단점입니다. 예를 들면, 조류가 진료실에 온다는 건 정말 많이 아파서 도망가기가 어려운 상태인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해요. (데일리벳 2015.02.04) 한국에도 청주동물원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동물원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물원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동물,원’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이기도 합니다. 또 최근 김해에 위치한 한 동물원에서 관리소홀로 인해 갈비뼈 사자로 알려진 바람이가 옮겨 간 동물원도 청주동물원입니다. 청주동물원은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동물 보존관 지원 사업’을 통해 국비 15억원 등 21억원 사업비를 들여 오는 2025년까지 천연기념물 동물을 위한 자연방사 훈련장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더해 동물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장비도 구입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목숨이 위태로운 독수리·올빼미 등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한 뒤 재활훈련을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해요. 영구장애로 자연에 돌아가지 못하는 개체는 동물원에서 보호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경향신문 2023.04.27) 동물원, 어떻게 설명하고 소비하면 좋을까요 우리는 동물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소비하지 않는 것은 어려운 방법이고, 동물들에게도 무조건적인 답이 아닐 수 있어요. 우선 동물원에 동물을 보고 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동물원에 가도 동물을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동물원은 사람 뿐 만 아니라 동물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동물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쇼나 동물을 만지고 타고는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가족, 친구, 연인과 “동물원에 사자 보러 갈까?”보다 더 좋은 질문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원래 동물은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왜 이 동물들은 동물원에 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동물을 보러가자는 말을 하기는 어려울 거에요. 동물원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오락시설이 아닌 동물과 사람을 위한 공간임을 설명할 말을 함께 고민해봐요.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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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 고기 아닌 생명으로 마주한 돼지들
작년 여름, 우연히 알게 된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마침 돌봄 활동가 보듬이 2기를 모집 중이었다. 당시 유기견묘 보호소 봉사를 하며 동물권에 관한 관심이 커졌던 때였기에 보호소와 생추어리의 차이가 궁금했던 것은 물론, 개와 고양이처럼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진 ‘반려동물’과 달리 ‘음식’으로 생명력 없이 만나온 세월이 훨씬 긴 돼지와는 돌봄으로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7월부터 12월까지 2020년 4월에 설립된 국내 1호 생추어리에 거주 중인 돼지, 대한민국 최초 공개 구조된 동물해방의 ‘새벽’과 안락사의 위기에서 구조된 강인한 생명력의 ‘잔디’를 만나게 되었다. *웹사이트 : https://www.dawnsanctuary.kr/ 인스타그램 : @dawnsanctuary/ 책 :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를 통해 새벽이생추어리와 두 돼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보호소, 동물원과 달리 생추어리는 입양, 전시, 관람, 교육, 연구 등 공간 존재의 초점이 인간이 아니다. 자신의 특성과 성향에 맞는 삶을 찾아 평생 온전하게 여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공간을 자유로이 개방하지 않으며, 적절하고 안전한 돌봄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생추어리의 목적이자 목표이다. 늘 다짐하는 것이 있다. 생추어리는 새벽과 잔디가 주인인 곳이며 나는 방문객임을 잊지 말자, 이들의 행동과 감정을 인간 중심적인 시선으로 판단하려는 것을 경계하자. 그동안 비인간동물과의 관계에서 그들을 인간동물의 기준으로 아는 ‘척’ 할 때가 많았기에 위 내용을 바탕으로 사전 교육을 받고 돌봄의 순간마다 곱씹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탁 트인 녹색 풍경과 고스란히 느껴지는 계절감에 지침을 잊고 마냥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곳은 얼핏 평화로운 듯 보이나 하루하루가 투쟁인 곳임을 잊지 않고자 한다. 주 1회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이들과의 만남 및 돌봄이 이루어진다. 현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활동가 새생이와 돌봄을 하는 활동가 보듬이는 네이버 밴드를 이용하여 돌봄 내용을 공유하고 이어나간다. 저녁밥을 주고 아침밥을 만들어 놓기, 물 주기, 건강 및 행동 살피기(기분, 눈, 다리, 대변 등), 여름에는 벌레 퇴치제를 뿌리고, 겨울에는 찜질팩을 챙겨주기, 간식 및 아늑한 집을 위해 근처 풀과 건초, 낙엽을 주기, 대변 줍기, 생추어리 내부 관리(장화 세척, 흙 정리) 등의 돌봄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어두컴컴해져 새벽과 잔디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부족할 때도 많다. 돌봄 초반에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돼지는 무엇을 먹을 수 있지? 먹으면 위험한 음식은 무엇일까? 무얼 좋아하지? 의 물음을 가지고 인터넷에 검색한 결과,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온통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는 법’, ‘반려견이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의 부위’와 같은 글투성이였다. 황당하고 답답했다. 아, 새벽과 잔디는 딱 생추어리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이 밖에서는 살아있음에도 그 삶을 인정받지 못한 채 죽음이 당연한 존재구나. 콩, 보리, 오이, 고구마, 호박, 비트, 사과, 자두 등 돼지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큰 이를 가진 새벽에게는 채소를 자르지 않고 주는 편이며, 이가 약한 잔디에게는 한입 크기로 잘게 썰어 준다. 둘의 몸 크기 차이만큼 식단의 양도 현저히 다르다. 새벽이는 새벽이답게, 잔디는 잔디답게. 시원한 물을 좋아하는 새벽과 달리 잔디는 무더운 여름에도 미지근한 온도를 선호한다. 잔디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 코로 밀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건네는 반면, 새벽은 조심스레 천천히 알아가려는 편이며 낯선 대상을 경계한다. 그 조심성은 추운 겨울날에도 이어지는데, 온 땅이 꽁꽁 얼었을 때 걷다가 미끄러질까, 얼음이 깨질까, 울퉁불퉁한 땅 때문에 발을 다칠까 싶어 울타리 근처로 밥을 들고 와도 저 멀리 집 근처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인간이 일방적으로 다가가는 돌봄이 아닌 서로 관계를 쌓아가는 돌봄. 이러한 새벽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새벽에게 나의 목소리가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새벽아, 내 목소리 기억해? 다음 주에 또 올게’ 하며 꾸준히 이름을 불렀다. 그저 밥 챙겨주는 사람에 불과하여 긴장 속에 아슬했던 우리의 관계는 돌봄 마무리가 가까워지자 서서히 변화했다. 밥이나 물, 풀을 들고 있지 않음에도 ‘새벽아’ 부르며 울타리를 따라 쭉 걷자 ‘컹’하고 외치며 새벽도 함께 그 옆으로 발을 맞추었다. 서로의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컹컹컹 말하는 새벽은 편안해 보였다. 몸이 닿는 것을 허락하여 코와 등으로 손길을 차분하게 느끼는 그의 모습은 나를 향해 입을 딱딱 부딪치며 불편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만남 초반과 확연히 달랐다. 이렇게 우리가 더욱이 연결되어 서로를 돌보고 ‘오늘도 너와 내가 무사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은 안도감과 함께 더 오래 살아내 보자는 힘을 쌓아준다. *진흙 목욕을 하는 새벽과 루팅을 하는 잔디의 모습   날이 더울 땐 진흙 목욕을, 코로 땅을 파는 루팅을 하며 입을 쩝쩝거리기도, 짚을 열심히 뭉치고 정리하며 잠자리를 만들고, 딱딱하고도 말랑한 코로 밀면서 의사표현을 하고, 우다다 신나게 달리기도 한다. 인간의 몇 배나 큰 덩치의 돼지가 축구공을 가지고 놀며 달리는 모습이 상상되는가.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자유로이 움직이는 돼지들을 바라보고 몸을 맞닿는 순간들을 보내며, 이들의 목소리를 모두 차단하고 몸을 부위별로 나누어 먹는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음이 더욱이 이상하고 끔찍했다. 특히 다리가 약한 잔디의 발과 다리를 주물러주다, 생추어리 밖 곳곳에 전시되어 판매 중인 ‘족발’을 마주할 때마다 잘린 몸과 얼굴이 함께 그려졌다. 주변에 지워지고 사라진 얼굴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는 사라진 얼굴들의 행방에 의문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불편한 감정이 따르겠지만 함께 들추어 일상을 균열 내어 보자고 조심스레 손을 내밀고 싶다. 아는 얼굴과 이름의 돼지들을 만남에도 같은 이름의 ‘고기’라는 일부 덩어리를 보았을 때, 살아 움직이는 새벽과 잔디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생추어리에서의 경험은 분명 종과 종 사이의 경계를 흐려 상상의 범위를 확장해 주었다. 그러나 폭력이 무관심하게 일상이 되어버린 환경에서 지내며 이 감각이 다시 무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함께 사는 삶을, 상호 돌봄을 지향하는 공동체의 확장이 필요하다. 생후 6개월이 되면 죽임을 당하는 대부분의 돼지와 달리, 새벽은 지난 7월 9일에 4번째 생일을 맞았다. 고기 아닌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새벽과 잔디를 넘어 더 많은 동물에게 주어지길 바란다. 이들은 ‘고기’로 태어나지 않았다. 모두 자신의 본질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죽음이 아닌 삶을 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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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동물윤리: 돌봄의 생태공동체를 향해
수백 년 전, 여성들은 왜 동물에 관심을 가졌을까? 몇 차례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주로 페미니즘 이론을 강의하기 때문에 수강자 대부분이 여성인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카라>에서 동물권을 주제로 강의할 때 성비의 특성에 좀 둔감했다. 수십 명이 참여하는 동물권 교육프로그램에 남성은 고작 서넛이었다. 얼마 뒤에 우연히 에코페미니스트 수전 그리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인터뷰의 첫 질문이 환경단체나 동물권리운동 단체에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였다. 그러게, 왜일까? 최초의 페미니스트 중 한 명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1787년과 1788년에 쓴 교육에 관한 책에서 동물에 대한 존중과 연민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스트 마거릿 풀러는 1845년 저작에서 여성적 문화가 통합된 더 나은 사회는 동물 도살을 포함한 모든 폭력이 종식되고 채식을 하는 사회라고 언급했다. 프랜시스 파워 코브는 1875년 최초의 동물보호운동단체인 <생체실험동물보호협회>를 설립했고, 1898년에는 <생체실험폐지를위한영국연합>(현 Cruelty Free International)을 설립했다. 샬롯 퍼킨스 길먼의 1915년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 『허랜드』는 동물들이 착취도 수탈도 감금도 당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여성들의 세계를 다룬다. 제1물결 페미니스트들은 주로 여성의 참정권과 교육받을 권리, 직업을 가질 권리 등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러 제1물결 페미니스트들이 채식주의를 주장하고 동물원 동물의 해방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계몽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았지만 남성 철학자들이 동물을 이성 능력도 영혼도 없는 기계로 여겨 실험과 조작의 대상으로 보았던 반면, 페미니스트들은 동물이 지닌 감각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윤리적으로 대우할 것을 주장했고, 더러는 동물이 고유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어째서 그렇게 일찍부터 동물의 고통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19세기의 영국 반생체실험 운동을 연구한 코럴 랜스버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줄에 묶인 채 생체실험자의 칼을 받는 모든 개나 고양이는 여성들에게 그들 자신의 조건을 떠올리게 한다.” 현대의 여성들은 18-19세기의 여성들보다는 많은 권리와 자유를 확보했고, 현대의 동물들은 더 이상 마취도 하지 않은 채 해부를 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둘 다 여전히 폭력과 차별, 착취에 노출되어 있다. 여전히 동물과 관련된 강연이나 캠페인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현대의 여성들도 동물들에게서 자신을 보는 것일까?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동물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 이유가 ‘비슷한 처지’ 때문만이 아니라, 여성들이 역사적으로 책임져왔던 노동이 생명체를 낳고 기르고 보살피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으로서 에코페미니즘 가부장제나 자본주의는 생명체를 노동력이나 자원, 소유물이나 정복의 대상으로만 보는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 차별받는 집단인 여성은 이 체계 안에서 꼭 필요하지만 저평가된 일을 할당받았다. 임신, 출산, 육아, 가사노동, 돌봄노동은 본능이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대가도 없이 혹은 최저 수준의 임금만 받고 여성이 해야만 하는 일로 여겨졌다. 이런 노동의 영역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주요한 장소이다. 하지만 이곳은 또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담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내가 아닌 타자를 낳거나 기르거나 돌보는 노동에 익숙한 사람은 다른 존재의 감각, 감정, 필요와 욕망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다른 존재에게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더 깊이 있고 책임 있는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이런 일들을 더 많이 훈련해 왔고, 이 역량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종과의 관계에서도 발휘된다. 이런 역량의 체득과 실행이야말로 지금 지구가 처한 위기상황의 관건이다.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위기 속에서 아무 책임도 없는 수많은 동물종이 멸종되고 서식지를 잃는 등 삶의 조건을 빼앗기고 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문제를 과학자와 행정관료와 정치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이 전문가들이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서 어떤 정책과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하려면, 우리가 민주적 대화를 통해 협의하고 동의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어떤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까? 기후위기를 일으킨 사고방식과는 다른 관점이어야 하지 않을까? 고차원적인 이성을 지닌 인간이 다른 모든 종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그래서 인간이 다른 동식물을 소유하고 통제하고 조작할 권리를 갖는다는 생각, 다른 생명체들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처분할 수 있다는 생각과는 반대되는 사고방식이 필요한 게 아닐까? 다른 동물들의 육체와 여성의 육체는 완전히 도구화해도 된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관점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태적 돌봄을 생각하는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즘 안에서 그런 새로운 관점과 틀을 발견해왔다. 그것은 바로 돌봄윤리이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종의 육체와 필요, 욕망을 이해하고 충족시키며, 나 자신을 포함해 이 육체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고 풍요롭게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윤리, 관계 속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 하려고 하는 윤리가 돌봄윤리다. 페미니즘의 돌봄윤리는 인간은 독립적인 개인이고 필요에 따라 모여서 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의존하고 서로를 돌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 돌봄윤리는 윤리적 행위가 원칙과 의무에 매이기보다는 맥락과 관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윤리적 행위는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존재가 나와 함께 잘 살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이다. 이것은 단지 나와 가까운 사람들만 고려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 공동체 전체와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름 모르는 여성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리면서 만든 반도체가 든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동물의 서식지를 불태워 만든 밭에서 생산된 밀을 먹으며, 내가 배출한 쓰레기는 중국이나 필리핀 등지에 수출되어 가본 적 없는 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아동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이 문제들은 단지 우리가 서로의 권리를 보장하거나 침해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들은 나의 삶의 방식이,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의 여러 구조적 조건들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여, 더 나은 삶의 양식과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데 개입하는 책임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윤리는 또한 정치학이다. 돌봄윤리는 사회구조 안에서의 다층적인 권력관계, 차별과 배제의 맥락을 고려하고, 돌보는 자와 돌봄을 받는 자 사이의 위계를 살핀다. 누구에게 돌봄이 전가되고 누구는 돌봄을 받기만 하면서도 받지 않는 척 할 수 있는지, 각자가 놓인 성별, 계급, 인종, 장애, 연령 등의 맥락에서 어떤 돌봄이 어떻게 수행되고 분배되어야 하는지 묻는다.   다른 종들과 함께 생태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이 되길 가장 유명한 동물윤리학자인 피터 싱어와 톰 레건은 모두 동물윤리가 동물에 대한 사랑이나 연민 등 감정에 의한 것으로 비춰질 것을 걱정했다. 이들은 동물윤리는 철저히 합리적인 철학적 성찰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사랑은 단지 비합리적이고 그저 개인적 감정에 불과한 것일까? 수전 그리핀에 따르면 “만약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통제하려고 그것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창출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참된 앎은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말이겠다. 돌봄윤리는 사랑에서 비롯된 참된 앎과 책임 있게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윤리적 의지,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 판단능력, 관계 맺고 있는 이들과 함께 잘 살기 위해 공동체의 문제들에 개입하는 정치적 적극성을 요구한다. 개인의 윤리적 행위의 원칙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관계망의 맥락과 다양성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종합적 판단능력도 요구한다. 자기희생의 돌봄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관계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관계를 끝내는 용기도 돌봄의 일환이다. 현재 우리가 다른 동물종과 맺고 있는 관계는 어떤가? 일방적인 폭력과 착취의 관계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대신 돌봄을 주고받는 생태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성에게, 비주류 인종에게, 빈곤한 이들에게 값싸게 떠넘겨왔던 돌봄노동을 모두가 나눠지고 그 가치와 의미를 재평가하는 것이 그 지름길이 될 것이다. 돌봄의 관계 당사자에 다른 종들과 생태계 전체를 포함시킬 때라야 우리 자신도 진정으로 돌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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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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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 실험실 동물 500만 마리 가까이 희생. 이대로 괜찮은가
“끼이이이이이익” (손톱으로 유리창을 그으는 것 같은 소리) 토끼가 약물을 주사 받고 너무 고통스러워 내는 비명소리이다. 온순하고 조용하기만 한 것 같은 토끼가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일반 사람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공간인 동물실험실. 여기서 일어나는 생명의 희생을 줄여 나갈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매년 늘어나는 실험동물 희생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매년 국내 실험동물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동물실험윤리제도가 도입, 시행이 된 2008년 이후 동물보호법에 근거하여 매년 발표 되어오고 있다. 가장 처음 실험동물 통계가 발표된 2008년 기록에 따르면 그해 76만 마리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 후 이 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며 가장 최근 발표된 2022년 자료에 따르면 499만 마리가 실험으로 희생되었다. 실험에 쓰인 동물의 종으로는 마우스, 랫트와 같은 설치류를 비롯하여 토끼, 원숭이류, 개, 고양이, 돼지, 소와 같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을 포함한다. 우려되는 수치는 가장 극심한 고통이 야기되는 실험인 고통등급 E에 이용된 동물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고통스러운 화학물질 등에 노출이 되어도 진정제 또는 통증완화제가 주어지지 않고 약물에 대한 상처 등의 반응을 보이거나 죽음에 이르는 실험에 이용되었다. 동물실험이 늘어나는 것은 동물실험을 하는 시설이 늘어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기관에서는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수를 보면 2020년 449개소 설치, 2021년 481개소 설치, 2022년 517개소 설치로 늘어나고 있다. 실험실에 한번 들어간 동물은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럼 실험동물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물이 있는 실험실의 수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물이 없는 실험실이라면 어떻게 실험과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일까.  동물이 없는 실험실, 대안은 무엇인가 동물실험에는 3R 원칙이 있다. 실험동물을 대체(Replacement) 하고, 실험되는 동물의 수를 감소(Reduction) 하고, 실험 과정에 있어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개선(Refinement)이다. 이 3R 원칙은 1959년에 러셀과 버치에 의해 처음 소개가 되었고, 동물실험을 하는 관계자라면 꼭 숙지해야 할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도 ‘대체하고, 최소한 동물을 사용하고,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3R 원칙이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 원칙이 만들어진 63 년 전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의 혜택을 상상도 하기 어려울 때였다. 물론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수를 줄이고 복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물을 이용하여 사람의 치료제를 만드는데 종간 차에서 오는 불일치로 인해 동물을 완전히 ‘대체’하는 Replacement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과학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물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법은 실제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람의 세포를 배양하여 시험물질이 사람의 피부에 닿을 시 반응을 살펴보는 방법, 사람의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하여 실제 장기 기능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는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기술이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예시이다. 또한 USB 크기 정도의 칩에 사람에서 유래한 세포를 배양하여 혈액이 흐르는 혈관 등과 같이 실제 사람의 신체를 모사하는 구조를 만드는 장기칩(organ-on-a-chip) 기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장기칩은 여러 개를 연결하여 여러 장기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반응을 연구할 수 있는 멀티장기칩(multi-organs-on-a-chip) 기술 연구도 활발하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 모델링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화학물질의 성질 분석 및 인체 독성에 대한 예측 등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대체시험 방법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이 된 사례도 있다. 독성평가에 있어 글로벌 표준시험법을 제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실제로 사람 유래 물질을 이용한 피부, 눈 등에 대한 독성 자극 시험법을 개발하고 과학적인 검증을 하여 이러한 방법이 활용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방법의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는 새로운 법이 필요한 이유 2013년~2015년은 국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 통과를 위해 국내 기업과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시기이다. 유럽연합에서 화장품에 대한 모든 동물실험 금지가 시행되며 유럽으로 수출을 앞둔 국내 화장품 기업은 동물실험을 안 한다는 인증을 받기 위해, 소비자들은 동물실험을 안 하는 브랜드를 찾고자 동물보호단체에 문의를 했다. 화장품은 기존에 안전성이 입증된 수많은 원료들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새로운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된 직접 사용하는 제품을 고를 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을 찾고자 목소리를 모았다. 그렇게 해서 화장품법이 개정되며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정작 동물실험이 많이 이루어지는 산업과 연구 분야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화장품에 관련된 동물실험에 대해서만 제한을 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을 위해 안전성과 독성 평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2015년 시행되며 등록을 위해 동물실험을 새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화학물질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여러 독성 시험을 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법은 비단 화평법 뿐만이 아니다. 농약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의료기기법, 의약품의 규격과 기준을 고시하는 약전, 화학제품안전법 등 여러 소관 부처의 다양한 법률이 있다. 법률 외에도 연구, 개발을 위해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교육, 연구기관을 지원하는 것은 국내 대부분의 정부기관에서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법(농림식품부 소관)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식약처 소관)에서는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 문구는 현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사람의 세포를 배양하여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인체조직 모델을 이용한 방법과 같이 실제로 대체시험방법이 개발되어도 이를 활용할 인프라가 부족하여 정작 현장에서 활용이 안 되고 있는 문제점이 생겼다. 오가노이드, 장기칩의 경우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시험 자료를 정부측에서 검토를 하고 승인을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어야 지속적인 연구와 활용이 이루어질 텐데,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는 컨트롤 타워 부재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 와중에 해외 제약회사에서는 장기칩 기술을 이용하여 약물 후보 물질을 평가할 정도로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동물실험을 대신한 방법을 이용하기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2년 12월 미국 현대화법(Modernization Act) 통과를 통해 세포 기반의 시험법 또는 컴퓨터 모델링 등의 동물실험 대체 방법을 이용해 새로운 약품의 안전성이나 효능을 평가받는 것이 가능 해졌다. 동물실험을 한 결과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대체 방법을 이용한 결과도 정부에서 검토를 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으로 인해 대체 기술의 개발과 활용 분야가 활발해질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동물실험 결과의 부정확성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려움 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첨단 기술의 활용을 넘보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관련 업계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연구자들은 동물실험 결과의 한계를 극복하고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국에서도 동물대체시험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국내의 현황과 해외의 흐름을 반영하여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020년 발의되었다. 약 3년여간 국내 관련 업계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부처들과 이야기하며 한국에서도 동물대체시험방법 개발과 이용까지 모두 촉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마련 및 체계적인 연구 지원과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인 체계 필요성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법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인해 2022년에는 유사한 법안인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이어서 발의되었다. 법률안의 주요 내용 ▲ 동물대체시험법이란 첨단 기술 등을 이용하여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나 동물 수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정의 ▲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관계 중앙행정기관과의 장과 협의를 거쳐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를 위한 5년 기본계획 수립 ▲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사항 심의를 위해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  ▲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 운영의 법적 근거 마련 지난 5월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는 오가노이드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신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바이오 기술은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규제 정부기관에서 실제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데이터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실제 현장에서 활용이 되어야 한다. 동물대체시험법 촉진을 위한 제정 법안은 관련 부처와 관계 기관들이 이러한 장기적 전략과 계획을 논의할 수 있는 위원회 운영을 명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신기술 도입과 활용을 위한 체계 수립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 없이 늘어나고 있는 실험동물 수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하고 사람에 대한 예측이 높은 대안 방법을 만드는 기술을 활성화하는 동물대체시험법 촉진을 위한 제정법안 통과로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윈-윈 법안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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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의 장면을 위해 ‘마리아주’는 죽었다
마리아주가 죽었을 때 그의 나이는 네 살이었다. 약 2년 여 간의 경주마 생활을 뒤로 하고 말 대여 업체에 팔려간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주인공 말의 대역으로 드라마 현장에 투입된 마리아주는 낙마 장면을 위한 고의적인 연출로 머리부터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사고를 당했다. 심한 충격을 받고 쓰러진 채 바닥에서 내리 헛발질을 하던 마리아주의 발목에는 로프가 묶여 있었다. 촬영 신호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 마리아주가 겨우 몇 발짝 내달렸을 때 뒤쪽에 서있던 스텝 여럿이 로프를 힘껏 잡아당겼고, 마리아주는 고개가 꺾이며 고꾸라졌다. 예상치 못한 사고에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몸부림치던 말은 일주일 만에 목숨을 잃게 된다. 우리에게는 ‘까미’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다. 몇 달의 시간이 흐른 뒤 방영한 드라마에서 마리아주가 등장한 시간은 고작 3초 가량에 불과했다.  아니, 사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대로 끝나서는 안됐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벌어진 죽음을 마주하며 사람들은 예전부터 느껴왔던 불편한 감정을 떠올렸다. 그 사고는 단지 어느 운 없는 동물 하나에게만 일어난 예외가 아닐거라는, 슬프지만 분명한 짐작이었다. 모두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랐고 미디어 전반에 걸친 각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처음으로 사건을 공론화했던 동물자유연대가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리자 20만 명 넘는 시민들이 이에 동의했다. 그 결과 정부는 "2022년 상반기 중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현장에서 실행하도록 모니터링하겠다" 약속했고, 그 작업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 후 1년 반,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인 미디어 출연 동물보호 가이드라인  그러나 사건이 가져온 파장에 비해 변화는 미미하기만 했다. 협의체 구성원 중 대다수는 미디어 업계 관계자였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가이드라인 제작에 부정적이었다. ‘가이드라인’이라는 호칭 자체에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2022년 상반기에 두 차례 있었던 회의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촬영에 동원한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범위를 파악해 실효성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작해보고자 했던 의도는 찾을 수 없었다. 본론은 꺼내지도 못한 채 고작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 만을 역설하기 바빴고, 지금은 그마저도 중단된 상태로 일 년 넘게 답보 중이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동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새로운 제약에 발목 잡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까 우려했다. 촬영 현장은 대체로 열악하기 마련이라 사람에 대한 처우도 엉망이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쉽게 말해 사람도 힘든데 동물까지 어떻게 챙기냐는 뜻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동물의 안전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동물을 출연시키지 않으면 된다. 아직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만약 마련된다 해도 그 안에는 아주 기본적인 사항만 담길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안전을 위한 담당자를 따로 지정한다거나 대기 시간에는 동물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 같은 것들 말이다. 고작 이 정도 항목조차 부담된다면 살아있는 동물을 촬영에 동원하지 않는 것이 맞다. 어떠한 영상물도 생명의 가치보다 귀할 수는 없고,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합당치 않은 일이다. 가이드라인은 종착지 아닌 시작일 뿐 앞서 언급했던 마리아주를 이용한 낙마 장면이 방송으로 송출되자 많은 시청자들이 말의 안위를 걱정하며 방송국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남겼다. 촬영 과정에서 고의적인 사고를 일으켜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었음에도 짧은 시간 출연한 동물의 안전을 우려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인식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반면 촬영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그런 사고가 있었음에도 해당 장면을 그대로 내보낼 만큼 동물을 이용하는 데에 무감각했다. 그곳에서 동물은 너무 오랜 시간 방송을 위한 소품처럼 다루어졌고, 말 한 마리의 죽음으로는 이를 바꾸기에 역부족이었다. 수많은 이들의 분노가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었건만 그토록 격렬한 흔들림에도 세상은 바뀐 것이 없었다. 이대로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마리아주의 죽음은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촬영 현장에서 희생되었을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동물들과 앞으로도 이어질 고통은 또 무슨 낯으로 마주하겠는가. 그러한 마음으로 동물자유연대는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 페이지를 개설했고, 지금까지 5천명 가까운 시민들이 동참했다. 모아진 서명은 정부에 전달하여 조속한 가이드라인 제작을 요구할 계획이다. 제작부터 이러저러한 난항을 겪으며 그 완성을 간절하게 기다리게 되었지만, 사실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우리의 종착지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많이 기울어진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다. 동물을 고작 ‘방송을 위한 소품, 흥미 유발 소재, 연출 도구’로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미디어의 동물 착취는 계속될 것이다.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 이제는 TV 방송 뿐 아니라 개인 방송, OTT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더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만약 미디어가 지금과 같이 아무 제약도 없이 동물을 수단으로 마음껏 이용하게 둔다면 다른 분야에서 동물의 위치 역시 그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디어는 동물 권익 향상에 있어 상당 부분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어떠한 측면에서는 동물의 지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은 그 양날의 검을 올바르게 다루게 할 최소한의 장치다. 미디어가 동물을 인간보다 하찮은 존재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엄에 대해 더 많이 살피고 고려해야할 약자로서 여기며 감수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그제야 비로소 마리아주의 이야기는 끝맺을 수 있을 것이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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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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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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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없애야 할까요?
코로나19 당시, 수 많은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맞았다. 예방접종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 몸에 병원균을 주사해 면역계에 학습시키고, 실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계가 반응해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방접종 원리를 처음 발견한 건 ‘루이 파스퇴르'다. 파스퇴르 우유가 떠오르는 그 이름이다. 파스퇴르가 예방접종 원리를 생각한 건, ‘닭 콜레라' 때문이었다. 콜레라는 급성 설사, 발열 등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 병이다. 닭과 같은 조류에도 마찬가지다. 조류 콜레라의 경우 치사율이 70~80%로 높다. 파스퇴르는 콜레라에 걸린 닭이 특정 세균에 감염됐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콜레라 닭으로부터 세균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이것을 살아 있는 닭에 주입함으로써 콜레라 예방을 할 수 있었다. 홍역, 독감, A형 간염, B형 간염, 코로나19 등등 각종 질병의 예방접종 원리가 태어난 배경이다. 인류가 맞는 예방 접종은 실로 다양하다. 국내 한정으로 제한해도 꽤 많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맞는 필수 예방 접종은 총 18 가지다. 아래 종류다. △폴리오, △백일해, △홍역, △파상풍, △결핵, △B형간염,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수두, △일본뇌염,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A형간염, △사람유두종바이러스, △장티푸스, △신증후군출혈, △디프테리아 익히 들어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경우에 따라 예방접종을 맞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나열된 질병 예방접종을 맞는다. 그렇다면, 개발된 예방접종 백신을 아무런 실험도 하지 않고 인간에게 접종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몇 가지 시험을 거친다. 대표적 예가 동물실험이다. 동물실험으로 탄생한 백신들 동물실험으로 개발 된 대표적 백신은 소아마비, 결핵, 풍진, 홍역 등이다. 전국민의 70% 이상이 맞은 코로나19 백신 역시 동물실험을 거쳤다. 앞선 필수예방접종 목록에 결핵, 풍진, 홍역 등을 감안하면 최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동물실험의 혜택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동물실험을 한다고 해서, 아무런 동물을 무작위로 잡아서 하는 건 아니다. 실험실의 쥐, 강아지,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실험의 대상이다.  2021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총 488만 252마리가 동물실험에 사용됐다. 이는 2020년 414만 1,433마리에 비해 70만 마리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이 쓰인 개체는 설치류로 353만 7,771마리가 사용됐다. 이후 어류 92만 3,772마리, 조류 31만 6,021마리, 기타 포유류가 6만 9,155마리 사용됐다. 설치류 중 가장 많이 사용된 동물은 쥐로 316만 4,837마리가 동물실험을 당했다. 흔히 아는 빨간 눈의 흰 쥐다. 동물실험은 고통 정도에 따라 A부터 E단계까지 나뉜다. 이중 생물을 이용하지 않는 A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단계에서 모두 쥐가 쓰인다. 마취,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는 E단계에서 가장 많이 쓰였다. 앞선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 약 164만 마리가 E단계에 쓰였다.  동물실험 연구가 끝나면, 이들 대부분은 안락사 된다. 안락사 방법은 다양한데, 대개 치사량의 약물 주입, 고농도 이산화탄소 흡입 또는 물리적 경추 탈구로 안락사 시킨다. 경추 탈구의 경우 약대에서 실제 실험을 하기도 한다. 가장 손쉽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이다. 백신 개발에만 동물실험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우주로 간 지구 최초의 생물은 초파리였다. 이후, 다양한 동물들이 갔다. 1949년 원숭이 알버트가 발사되어 우주로 갔고, 비행은 성공했지만 착륙 중 사망했다.  1957년 7월에는 소련이 강아지 치간과 데지크를 로켓에 태우고 우주로 발사했다. 이들은 고도 110km까지 비행 후, 무사히 생환했다. 1957년 11월에는 강아지 라이카가 우주선에 탑승했다. 소련은 또다시 우주선을 발사했고, 이번에는 치간과 데지크보다 더 높은 211km까지 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라이카는 돌아오지 못했다. 애초 소련은 돌아올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라이카를 우주선에 태워 보냈다. 이후 미국은 1961년 지구 최초로 유인원을 우주로 보낸다. 침팬지였던 햄은 비행선에 탄 뒤 준궤도 비행에 성공 후 생존 귀환했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비행 중 예기치 못한 변수로 우주선의 최대 속도가 빨라졌고, 햄은 예정된 4.9분 대신 6.6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겪어야 했다. 착륙시에도 신호가 잠시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햄은 무사 귀환했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과학자들의 실험과 연구 덕분이었다. 물론 닐 암스트롱 개인의 노력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 위대한 도약을 위해 앞서 진행된 동물실험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모든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희생된 동물이 있었고 동물실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든다. 동물이 온 몸을 바쳐 인류를 위해 아낌없이 준 것일가? 아니면, 인간이 동물을 아낌없이 빼앗은 걸까? 동물이 인간에게 아낌없이 준 걸까요? 아니면 인간이 동물을 아낌없이 빼앗은 걸까요? 출처 : [차클마스터클라스] '아낌없이 주는 동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의학 발전 뒤의 실험동물?|장구 교수|JTBC 201123 방송 댓글 캡쳐. 2023.08.08 동물실험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두 개의 댓글을 봤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이었다. 두 댓글이 인상 깊다. 첫 댓글은 “아낌없이 주는 동물"이 아니라 “아낌없이 빼앗는 인간" 아닐까요? 였다. 두번째 댓글은 이랬다. “애초에 동물실험이 아예 없었더라면 니들이 유튜브를 보면서 댓글을 달 수 있는 세상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댓글은 동물실험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전자는 동물실험이 윤리적으로 잘못됐고, 인간의 폭력성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반면, 후자는 동물 실험 덕분에 인류 발전이 있었고, 인류 발전을 위해선 동물실험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엿볼 수 있다. (댓글 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론 아닐 수도 있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 동물 실험은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동물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할까? 두 말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우리가 맞는 백신 역시 동물실험을 거쳤고, 그 덕분에 질병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또한, 동물실험 덕분에 우주라는 원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또한, 글에서 다루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쓰는 화장품에도 동물실험이 진행 중이다. 물론 이는 최근에 안 하겠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간의 안전을 책임지는 백신, 인간의 미(美)를 책임지는 화장품, 누군가의 꿈 어쩌면 인류 전체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우주의 꿈 뒤에는 모두 동물실험이 있었다. 이러한 동물실험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동물실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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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반려견을 사시겠습니까?
저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동물과 관련된 글을 쓸 일이 있으면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항상 제 첫 반려견이었던 ‘해피’의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반성과 속죄의 뜻으로 해피를 언급합니다.   30년 전 어린이였던 저는 엄마에게 집 근처에 있는 ‘애견샵(그 당시에는 펫샵보다는 애견샵이라고 불렀습니다)’에서 ‘파는’ 요크셔테리어를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해피가 요크셔테리어인 줄도 몰랐습니다. 금색과 회색의 긴 털이 아름답게 섞인 조그마한 강아지가 예뻐보였죠. 저는 엄마를 4개월간 졸랐고, 엄마는 ‘애견샵’에서 ‘30만 원’을 주고 요크셔테리어를 ‘사’주었습니다. 30년 전의 30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돈의 가치를 몰랐던 저는 그저 해피와 함께 돌아오는 길이 행복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밥도 주고 물도 주고 해피와 놀던 저는 해피의 배에 길게 난 10센치미터쯤 되는 흉터를 발견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임신과 출산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그저 ‘배에 흉터가 있나보다’하고 말았는데 30년이 지나 PNR에서 활동하면서 해피 배에 있는 길다란 흉터 자국이 무엇인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해피가 어떻게 작은 동네의 펫샵까지 흘러들어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애견샵, 강아지를 파는 곳, 강아지를 사는 사람과 같은 단어가 눈에 걸리셨을 겁니다. 30년 전에는 당연히 강아지는 애견 또는 애완견이라고 불렀고 돈으로 사고 파는 대상이었습니다. 그 이후부터 아주 천천히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살 수 있는 애완견’에서 ‘입양하는 반려견’이 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이 물건에서 생명의 가치를 갖는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사지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매우 익숙한 시대입니다.   반려동물이 생명을 가진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어디서 오는지까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또는 반려견이 어떻게 공급되는지 알더라도 귀여운 강아지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이유로 펫샵에서 ‘비싼 돈을 주고’ ‘품종이 있는’ 귀여운 반려견을 입양하기도 합니다.   펫샵에 전시되어 판매를 기다리는 강아지들은 허가를 받았건 받지 않았건 ‘번식장’에서 나와 경매를 통해 가격이 매겨진 뒤 펫샵으로 들어옵니다. 허가여부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번식장은 오로지 품종견 또는 말티푸, 폼피츠, 골든두들 등과 같이 유행하는 믹스견을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생산하기 위하여 열악한 환경에 개들을 방치하고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합니다.   개의 임신기간은 약 9주이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소형의 귀여운 품종의 개들은 통상 1회에 2~4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소형견을 기준으로 할 때 1년 중 임신이 가능한 횟수는 약 2회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개 1마리가 1년간 낳을 수 있는 강아지는 약 4~8마리 가량입니다. 흔히 펫샵에서 판매하는 강아지는 품종에 따라 50만 원에서 200만 원 또는 그 이상의 비용을 받습니다. 대략 평균적으로 한 마리당 100만 원을 받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펫샵에서 강아지를 사는 사람들은 어린 강아지를 선호하므로 2~3개월령 내의 강아지들이 판매될 것이고, 그 이상 나이가 들어 강아지가 성장하면 판매가치가 없어져 펫샵의 손해가 되니, 강아지가 판매되지 않아 손해가 나는 비용도 강아지의 판매 가격에 포함하여 책정되어 있을 겁니다. 경매장에서 낙찰되는 강아지의 금액은 판매되는 금액의 30~40%가량일 것으로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강이지 1마리의 원가는 약 30만 원가량입니다.   이제 다시 번식업자의 입장에서 수익을 계산해보면, 개 1마리가 1년간 최소 4마리, 최대 8마리의 강아지를 낳으므로 경매장에서 강아지를 팔아 얻는 수익은 최소 120만 원에서 최대 240만 원입니다. 번식업자의 입장에서는 개를 1마리만 키워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니, 한 번에 많은 수를 키우게 됩니다. 출산을 위한 암컷과 흔히 말하는 순종을 만들기 위한 수컷이 필요하므로 50마리, 100마리 이상의 개들을 사육하면서 발정제와 자궁수축제를 놓습니다. 이렇게 많은 개체를 사육하니 정상적인 관리가 힘들 수밖에 없어 뜬장(개의 배설물이 장 아래로 빠지도록 격자무늬 철망으로 만들어진 장)에 3~4마리의 개들을 넣어두는 것입니다.   번식업자에게 개는 수익을 내는 수단일 뿐이므로 정상적인 먹이 공급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음식물 쓰레기를 받아 개에게 공급하는 번식장도 있습니다. 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번식장 내의 환경이 좋지 않아 개들은 당연히 질병을 얻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여 죽는 경우가 허다하고, 번식업자는 개의 사체를 뜬 장 아래 버려두거나 구석에 쌓아 방치하기가 부지기수입니다. 우리가 반려견을 보며 생명 존중과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반려견이 공급되는 번식장에서는 사람에 의한 동물학대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번식장에서 태어나 살아가다가 죽거나, 경매장으로 반출되는 강아지의 모든 삶에서 동물학대를 받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펫샵에서 우리가 손쉽게 만나는 귀여운 생명은 동물학대의 대가와도 같습니다.    이래도 반려견을 사시겠습니까?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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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이란?
1 一切畏刀杖 모든 것은 폭력을 두려워한다 一切皆懼死 모든 것은 다 죽음을 두려워한다 以自量比較 자신의 마음에 견주어 보아 勿殺教他殺 죽이지 마라, 죽이게 하지도 마라 Sabbe tasanti daṇaḍassa sabbe bhāyanti maccuno Attānaṃ upamaṃ katvā na haneyya na ghātaye 一切畏刀杖 모든 것은 폭력을 두려워한다 一切皆愛生 모든 것은 다 삶에 미련을 둔다 以自量比較 자신의 마음에 견주어 보아 勿殺教他殺 죽이지 마라, 죽이게 하지도 마라 Sabbe tasanti daṇaḍassa sabbesaṃ jīvitaṃ piyaṃ Attānaṃ upamaṃ katvā na haneyya na ghātaye. (『법구경法句經 Dhammapada』「도장품刀杖品 Daṇḍa-vaggo」) 2 동물권(動物權, Animal Right)이란 말 그대로 동물의 권리입니다. 그러면 무슨 권리인가? 감각을 가진 모든 동물이 인간에 있어서의 유용성과는 상관 없이 도덕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조금 더 알기 쉽게 이야기하면 각각 개별 생명이 존중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지역을 막론하고 근대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이런 이야기를 새삼 왜 또 하느냐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구 중심의 근대와 그 이전부터 내려온 기독교 사상은 자연과 문명, 인간과 자연을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인간이 자연을, 문명이 자연을 정복해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해왔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1장 28절) 창세기의 이 구절은 초대 교부 중 한 명으로 영지주의(그노시즘)에 맞서 싸웠고 삼위일체 교리의 형성에 큰 영향을 준 리옹의 이레네우스(Ειρηναίος Λουγδούνου)가 『사도적 선포의 논증(Demonstratio apostolicae preaedicationis)』에서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든 것은 그리스도의 등장을 예견한 것이고 이는 인간이 신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며, 이것은 곧 인간이 신의 초월성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신의 모습과 닮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우리 인간은 우리의 필요에 따라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이 이후에 인간의 우월성이나 자연에 대한 정복 권리 같은 것을 비판한 신학자들도 계속 등장했지만 이들은 일단 세력을 얻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논리가 더 진전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성경도 텍스트이니까,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그런 차원에서 기독교가 자연과 인간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가 자연 파괴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가톨릭도 개신교도, 전근대 사회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의 확산과 자연파괴의 정당화에 근거를 제시해주었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일부와 이에 반대하지 않은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을 생각하면 기독교에는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동물권에 대한 논의는 이런 배경에 대한 반성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3 동물의 권리, 생명의 평등에 대해서는 시대마다 지역마다 구구한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지면상 그런 이야기는 각설하기로 하고, 이야기를 대폭 줄여서 현대에 있어서 동물권 논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그 시작은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 1946~)가 쓴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 1975)』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피터 싱어의 주장의 시작은 우리가 흔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로 잘 알고 있는 공리주의입니다. 공리주의는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모든 존재에게 평등한 이익이 갈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터 싱어는 공리주의 원칙을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도 확장한 것입니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고통을 덜 느낄 권리, 생명을 유지할 권리의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물의 감정이 어떠한 것인지, 동물의 지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우리는 추측을 할 뿐이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물의 권리가 인간의 권리와 무조건 같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존 욕구와 고통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마음까지 다를까?’라는 점을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피터 싱어는 이와 함께 종차별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어떤 존재가 특정한 종(種)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종에 따라 외양도 행동의 모습도 다 다릅니다. 하지만 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면 평등한 배려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존재가 종 때문에 이런 평등에서 배제되는 것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합니다. 피터 싱어의 생각에 따르면 동물의 권리는 그들의 지능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끼리 지능 지수를 가지고 차별하는 것을 나쁘게 여기지요. 동물도 마찬가지 입니다. 동물의 지능이 인간보다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물이 고통을 덜 느끼거나 생명에 대한 욕구가 인간보다 적은 것은 아닙니다. 피터 싱어는 이런 차원에서 육식을 배제하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행위(대표적으로 동물실험)를 비난합니다. 4 또 한명의 중요한 철학자가 있습니다. 미국의 철학자 톰 레건(Tom Regan, 1938~2017)과 그의 저서 『동물권 옹호(The case of Animal rights, 1983)』입니다. 톰 레건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생명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서 끝이 나는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삶의 주체성이나 이성의 유무는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영유아나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 지적 장애를 지닌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화를 냅니다. 그 이유는 생명을 가진 자에게 행해지는 폭력 그 자체가 나쁘기 때문이지 거기에 이성이나 지능, 주체성 같은 것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가 비판하는 것은 결과를 중시하는 사상입니다. 예를 들면 동물 실험 같은 것입니다. 동물 실험이 비록 잔인한 면이 있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경제나 과학 뿐 아니라 윤리적인 결과까지)는 매우 크기 때문에 동물 실험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지요. 톰 리건은 이런 시각을 비판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그는 이런 예를 듭니다. 부자인 친척을 죽이고 그 재산을 챙겨서 사회에 기부를 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이롭다고 해도 우리가 그의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죠. 톰 리건은 이런 점에서 피터 싱어가 취하고 있는 공리주의적 동물관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합니다. 톰 레건은 육식을 자제하고 동물실험이나 사냥을 금지해야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어떤 이로움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 생명을 죽이는 것은 나쁜 일이라는 도덕적인 사실, 오로지 그것 때문입니다. 5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 게리 로렌스 프랑시옹(Gary Lawrence Francione, 1954~)이라는 법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동물 복지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모두 동물 착취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런 제도 안에서는 동물에 대해서 이런 걸 하지 마라 저런 걸 하지 마라 아무리 말한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아 그러면 그거 빼고 다 하면 되겠구만!’이라는 생각 밖에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사람으로서의 동물(Animals as Persons, 2008)』에서 동물권에 대한 철학에 기반하여 “소유물로써의 동물의 위치”, “동물의 권리와 동물 복지의 차이”, “동물의 특성이나 지성 유무에 의한 차이는 없을 것”을 법에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6 보통 동물권의 철학적 기반이라고 하면 피터 싱어의 공리주의와 톰 레건의 권리론, 두 가지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공리주의적 입장은 최대행복이나 평등이라는 공리주의 원칙을 동물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통과 쾌락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것을 종차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즉, 동물도 인간과 같은 고통, 쾌락, 삶의 욕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동물에게도 이와 관련되어 인간과 같은 평등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동물을 괴롭지 않게 도살하는 것 같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톰 레건의 입장은 윤리 교과서에서 ‘정언명령’이라고 나오기도 하는 칸트의 의무론의 연장이며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입니다. 칸트가 말한 ‘인격 존중의 의무’를 ‘생명 존중의 의무’로 바꾼 것입니다. 우리가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에 대해서 비판할 때 거기에 대해서 구구한 논의와 그래서는 안되는 여러 이유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같은 ‘인간’이니까 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톰 레건의 입장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같은 ‘생명’이니까. 생명을 해치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니까. 이런 저런 이유로 생명을 해쳐서는 안되고 동물을 존중해야 하고 어쩌구 하는 순간, 우리는 그 이유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톰 레건의 입장은 명확하고 명쾌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종의 이러한 선언에서 구체적인 방안이나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공리주의적 입장은 결과를 중시합니다.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 모든 생명에게 평등하게 이익이 돌아가는 게 명확하게 눈에 보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톰 레건의 권리론은 결과 보다는 행위에 주목합니다. 결과가 다소 더디다고 해도 우리가 생명 존중이라는 지고한 가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7 자잘하게 들어가면 동물권에 대해서는 해야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동물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가 같은 것이라면, 동물과 인간이 똑같이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는 정말로 동물을 구하고 인간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 있겠냐는 반문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또 스페인의 투우나 일본의 포경 처럼 동물의 권리를 위해 전통과 문화를 폐지하라는 것이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육식이나 가죽옷 같은 것에 반대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물실험을 통한 의학/의료기술의 발달보다 동물권이 더 중요하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8 읽어볼 책 1) 피터 싱어 저, 김성한 역, 『동물 해방』, 연암서가, 2012 2) 피터 싱어, 엘리자베스 드 퐁트네, 보리스 시륄닉, 카린 루 마티뇽 저, 유정민 역, 『동물의 권리』, 이숲, 2014  3) 임종식, 『동물권 논쟁 - 피터 싱어·탐 레건 그리고 제3의 해법』, 경진출판, 2021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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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동물은 안전할까요?
제목엔 가장 대중적 미디어인 TV를 넣었지만, 요즘은 TV보다 넷플릭스 같은 OTT나 유튜브, 틱톡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훨씬 더 많이 봅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보고 싶은 영상을 쉽게 볼 수 있죠. 여러분은 어떤 영상을 자주 보시나요? 저는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동물 관련 영상을 많이 봐요. 가끔 반려동물의 일상을 찍은 영상도 보는데, 그럴 땐 거의 인간 초전도체가 되어 저항 0의 상태로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에 빠져들곤 합니다. ?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은 동물 영상을 보실 때 동물의 안위가 걱정됐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 장면은 동물에게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 ‘동물이 스트레스 받지 않았을까?’ 따위의 걱정들이요. 인터넷, SNS, 동영상 플랫폼 등 미디어가 확장되며 미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주체들도 확장됐고, 동물의 출연도 크게 늘어났는데요. 귀엽고 사랑스런 동물을 보여주는 영상도 많지만, 동물에게 위협이 되고 스트레스를 주는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뉴미디어들이 동물을 대중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주고 있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함께 보실까요. 1. 동물을 생명이 아닌 소품·음식으로만 대합니다. ‘하늘 던지기 챌린지’를 아시나요? 귀여운 동물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는 사랑스런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챌린지에 참여했는데요. 동물도 고소공포증이 있기에 하늘로 높이 던지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요. 실제 동물을 던졌다 잘 받지 못해 동물이 다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소품처럼 사용한 챌린지였어요. 반려동물이 아닌 식용으로 구분되는 동물들은 상황이 더욱 참담합니다. 닭, 돼지 같은 동물은 살아있는 장면에서도 치킨이나 삼겹살로 표현되기 일쑤고요.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리는 늑대거북, 뉴트리아 등은 혐오스럽고 우리에게 필요 없다는 편견 때문에 유튜버들이 잡아서 요리해 먹는 영상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생태계 교란종 자체가 인간중심적 용어인 데다, 생명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동물을 희화화합니다. 고양이에게 살아있는 물고기를 주는 것은 반려동물 일상을 찍는 유튜버들이 즐겨 찾는 레퍼토리입니다. 물 밖을 벗어난 물고기가 고통스럽게 펄떡이는 모습에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자막을 달고, 그것을 바라보는 고양이를 한층 더 귀엽거나 호기심 어린 것처럼 표현하기도 합니다.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는 사고로 장애를 입은 진돗개에게 ‘뒷다리 파업’이라는 자막을 달아 많은 사람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어요. 동물이 고통스럽거나 긴장한 모습을 인간 입장에서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전혀 재미있지도, 즐겁지도 않습니다. 3. 동물 구매를 조장합니다. 귀여운 동물이 미디어에 자주 보일수록 사람들은 동물을 반려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실제 한 예능에 장모치와와가 출연하고 나서 펫숍에서 장모치와와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1년 뒤엔 유기동물 보호소에 버려진 장모치와와가 많아졌다는 기사가 났고요. 미디어에 출연하는 품종 동물들은 대부분 반려동물 공장이라 불리는 펫숍에서 생산·판매됩니다. 많은 동물들이 강제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곳입니다. 생명을 물건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어요. 한 해에 버려지는 동물이 10만 마리가 넘지만 미디어는 여전히 사람들의 동물 구매를 부추깁니다. 4. 동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거나 의인화하여 편견을 생산합니다. 올해 가장 핫했던 동물을 꼽는다면 얼룩말 세로를 빼놓을 수 없겠죠. 아프리카 초원에서 볼 법한 얼룩말이 도심 주택가에 나타나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세로를 두고 ‘부모님을 잃고 반항심에 캥거루랑 싸운 뒤 동물원을 탈출했’고, ‘외로운 세로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주었다’며 해피엔딩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는데요. 사실 세로는 울타리를 부순 게 아니라, 이미 부서져 있는 울타리를 나간 것이었고요. 무리생활을 하는 얼룩말에게 암수 둘이서만 지내도록 하는 건 적절한 해결책도 아닙니다. 세로에게 필요한 건 ‘여자친구’가 아니라 얼룩말에게 적합한 환경과 훈련이었습니다. 동물원의 총체적인 관리와 훈련의 부실을 미디어는 마치 세로의 문제인 양 잘못된 정보로 포장하고 불필요한 의인화로 호도하여 동물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생산한 사례였습니다. 카라는 실제 동물이 출연하는 영상을 촬영하는 미디어 종사자들에게도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동물이 촬영현장에서 스트레스 받았는지’에 대해 59%의 종사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변했고요. 13%의 동물은 촬영 중 죽거나 다쳤으며, 촬영을 위해 고의로 동물에게 해를 가한 경우도 8%나 되었습니다. 64%는 현장에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없었고, 35%는 동물 전문 스태프가 없었다고 답변했습니다. 동물을 촬영할 때 동물의 습성과 안전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0년 카라는 미디어 속 동물의 안전과 권리를 위한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를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가이드라인으로, 감독, 프로듀서, 작가, 1인 미디어 제작자에게 동물을 학대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촬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더불어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청자에게도 동물 학대 영상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며, 학대 영상을 신고하는 방법까지 알차게 담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디어 가이드라인 책자는 카라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어요.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동물의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하는 것들이 정말 많고 까다롭기도 합니다. 이걸 다 어떻게 지키냐고요? 지키기 힘들다면 실제 동물을 출연시키지 않고 CG나 만들어진 소품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카라는 실제 동물 출연 대신 CG 처리나 소품 활용을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최우선으로 권유하고 있습니다. 좋은 예로 가수 미노이 씨의 ‘잠수이별’ 뮤직비디오에는 실제 금붕어가 아닌 로봇 금붕어가 나온답니다. 촬영에 동원되는 동물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시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카라는 올해 초 ‘동물 출연 미디어 모니터링 본부’(이하 동모본)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 미디어에 나오는 동물의 안전이 걱정되는 사람 누구나 동모본 홈페이지에 접속해 제보하실 수 있고요. 동모본에 올라온 제보를 카라가 모니터링해 제작사에게 동물이 안전한 환경에서 촬영했는지 질의하여 답변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미디어의 역할과 책임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동물들이 출연하는 영상을 보고 즐기기만 한다면 미디어의 동물 학대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미디어에 출연한 동물의 안위가 걱정됐던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혹시 내가 본 이 영상이 동물학대는 아니었을까 고민했던 경험도 좋아요. 우리의 불편한 마음, 걱정하는 마음이 쌓이는 과정이 모든 생명의 안전과 권리를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 순간부터 프로 불편러, 프로 걱정러가 되신 여러분, 환영해요!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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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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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동물에게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요?
네이버 영화 : <동물, 원> 스틸컷  최근 <동물, 원>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청주에 위치한 동물원을 배경으로,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사육사, 수의사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준다. 동물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는 걸 추천한다. 서두에 미리 밝히자면, 필자는 동물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어릴적을 제외하곤, 동물원에 가본 적이 없다. 이유는 명확하다. 자연에 있어야 할 동물들이 좁은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고, 동물을 전시하고 소비하는 것을 동물들이 원할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다.  동물과 직접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내가 우리 안에 갇혀 있고 사람들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면 내 기분이 어떨까? 좋지 않을 것이고, 기분이 나쁠 것 같다. 동물들도 그런 걸 느낀 것인지 아닌지. 얼마전 서울대공원의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을 탈출해 3시간 만에 잡혔다. 세로는 진정제와 마취제를 7차례 투여 받았다. 2018년에는 대전 동물원의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고, 4시간 30분 만에 사살됐다.  동물원에서 동물 탈출 소식이 있을 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격분해서 말한다.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고. 자연에 자유롭게 풀어놔야 할 동물들을 우리 안게 가둬두는데, 기분이 좋겠냐고. 동물원은 전부 없어져야 한다고. 그렇다면, 동물원은 없어져야 할까? 동물원은 필요가 없을까? 동물원은 어떤 역할을 할까? 그리고 시민은 그런 동물원을 소비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동물원의 사전적 정의 네이버 국어사전에 동물원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동물원은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현존동물 중 극히 일부의 살아있는 동물을 수집하여 사육하고 번식시켜 일반인에게 관람시키는 사회교육시설이다. 동물원은 동물들을 자연서식환경과 비슷하게 만든 일정한 격리공간에 전시시킴과 동시에 살아 있는 동물들의 관람을 통하여 일반인들에게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동물원은 일반인들에게 동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높이는 사회교육시설이다. 교육을 위해 동물원의 사육사는 동물의 습성과 특성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그들은 동물원이 개장 하기 전, 개장 후에도 지속적으로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고, 치료를 하고, 종 번식을 위해서 움직인다.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의 개체 수를 늘리고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동물원에서는 동물의 습성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동물원 환경을 개선하고, 사라져 가는 종을 복원해 방사하고, 서식지를 보호하고, 관람객에게 생태 교육을 하고 있다.”* 네이버 영화 : <동물, 원> 스틸컷  실제 이렇게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고, 증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을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라고 한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2조 2항에 따르면, 멸종위기 동물이란, 자연적·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 수가 현격히 감소하거나, 소수만 남아 있어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야생생물을 말한다. 해당 법률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말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68종)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214종) 등 모두 282종을 지정·관리하고 있다.  국내 서식지외 보전기관은 강원지역 6곳, 서울·경기·인천지역 5곳, 전라지역 3곳, 충청지역 5곳, 경상·대구·부산지역 6곳, 제주지역 3곳 등 전국에 모두 28곳이 지정돼 있다. 앞서 사전적 정의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동물원은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훈련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동물원을 통해 동물과 친숙해 질 수 있다. 친숙해진 동물이 있다면, 그것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어떤 동물들이 존재하는지 모르면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가능성도 낮다.”* 물론, 그 중에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사람이 더욱 친숙하고, 자연적으로 살아갈 방법이 없는 동물도 있다. 청주동물원에 있는 동물원에서 태어나, 인간이 더욱 친숙한 동물도 있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모르는 동물을 다짜고짜 자연에 풀어줄 수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자연에 동물을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그들이 우리 안에 사는 환경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이런) 동물원은, 없어져야 한다 모든 동물원이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선정되어 운영되는 건 아니다. 과거 체험형 동물원들은 동물학대 논란이 있었다. 거북이 등에 아이가 올라타고, 동물의 꼬리를 함부로 만지고, 천적이 바로 옆에서 울고 있어서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또한, 일부 체험형 동물원은 폐업 당시 쓰레기, 오물이 널부러져 있는 환경에 동물들을 방치했다. 쩝쩝 거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하루 종일 쩝쩝 거리는 사람과 밥을 먹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화병이 날 것이다. 하물며 천적의 소리가 옆에서 울리는 데 스트레스 받지 않을 동물이 있을까. 이런 환경이 계속 될 경우, 동물원 속 동물들에게는 자연에서 나타나지 않는 정형행동이 나타난다. 우리를 계속해서 돈다든지, 털을 뽑는다든지 하는 등 행동이다. 이런 논란이 되는 곳에서 동물들이 계속 살아간다면, 동물은 행복하지도 않고,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동물원 소비도 없어져야 한다 “동물원은 야생 동물을 동물원에 데려다 놓고, 자연의 위대함을 얘기를 해줘야 하는 곳이거든요. 자연에 대한 경의를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지, 동물을 조그만 우리에 가둬놓고 놀리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물, 원> 중 한 사육사의 말) 1987년에 방영된 아기공룡 둘리에서는, 둘리가 동물원 코끼리에게 돌멩이를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코끼리는 돌멩이를 주워먹고, 화를 낸다. 직접적으로 돌멩이를 던지는 사례가 지금은 없겠지만, 여전히 동물원에서 동물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당장 모든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라고 말한다면, 아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동물원은 동물원만의 순기능이 있다.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는 동물들에게 터전을 제공하고, 건강을 보살펴주고, 먹이를 주며 재활을 돕고 그들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순기능이다. 이러한 순기능이 있는 이상, 동물원을 쉽게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인간이 아닌 동물들의 생각이다. 이건 쉽게 알 수 없다. 인간의 말로 아무리로 물어본다 한들, 동물들은 알아들을 수 없고, 인간 역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내가 하는 행동이, 과연 동물들에게 이로울 것인지, 아닌지 먼저 생각해보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내가 주는 먹이고, 내가 동물을 쓰다듬는 행동이 과연 동물로 하여금 행복하고, 이로울 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무작정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동물원에 있어야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걸 알고 그들의 상황을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물원에 가면 쉬는 동물을 방해하지 말고 조용히 바라만 봐야 한다. 동물원을 산책하듯 둘러보면서 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느끼고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동물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에버랜드의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났을 때, 수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일본에서도 동물원 판다가 중국으로 돌아갈 때, 수 많은 사람이 배웅을 왔다고 한다. 푸바오에 가졌던 관심의 일부만이라도, 이렇게 바라보면 어떨까.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볼 때, 먼저 그들이 왜 동물원에 있을 수 밖에 없는지, 그들은 동물원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본래 있던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동물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는 것. 그것이 진짜로 동물원의 동물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동물에 대한 진짜 교육을 하고 받는 시설이 되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면 진짜 동물원 나들이가 한층 더 의미있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어떤지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동물원은 계속 있어야 할지, 없어져야 할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의견을 듣고 싶다. *<동물원에 동물이 없다면> (노정래/ 다른 /2019) p.46, 47, 48, 157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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