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지역 언론이 없다면, 지역은 어떻게 될까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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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출처 : 영화 1987 네이버 클립

1987년 민주화 운동이 있기 전, 각 언론사에는 보도지침이 내려졌다. 정부가 특정 사안 보도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보도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한다면 어떻게 보도를 해야하는지 내려졌다. 언론은 이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몰랐다.

1980년 대 당시 내려왔다는 보도지침 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당시 정권이 보도지침을 만들면서까지 언론을 탄압했던 이유는 중앙 집권적 권력을 더욱 곤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언론은 시민의 눈과 귀였다. 신문에 담긴 기사로 소식을 접하던 당시엔, 이러한 통제가 중요했다. 지금처럼 SNS가 없던 시기였기에, 언론이 통제 당하면 시민의 눈과 귀가 막힌 것과 다름 없었다. 권력은 점점 중앙화됐고, 언론 역시 중앙지라고 부르는 것과 소수 광역 지역 일간지만 존재했다. 언론 통제를 해야 하는데, 신문이 많아지면 통제가 어려우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민주화운동과 함께 달라졌다.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뒤, 수 많은 지역 언론이 생겼다. 1988년 12월 1일에 ‘홍성신문'이 창간한 이후, 1996년까지 9년 간 전국적으로 600개 지역 신문이 생겼다. 소수의 신문이 아닌, 신문의 다양성이 갖춰진 것이다.

지역 신문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민의 참여를 이끄는 게 지역언론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또한, 지역의 이슈를 공론화하고 지역사회의 감시와 견제, 지역 정보의 생산과 기록, 지역민과의 교류 및 연계, 공론장 형성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출처 : 청양신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수립 연구(2022)’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역종합일간지는 129개사, 지역종합주간지는 2021년 기준 575개사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많은 지역 신문이 있는지 몰랐다. 이렇게 많은 지역신문이 있음에도 잘 모르는 건, 우리나라 언론이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10대 일간지를 우리나라의 대표 신문사라고 한다. 10대 일간지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문화일보가 있다.

벌어졌던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소위 <조국사태>라고 일컬어지는 일이 있었을 때 7개 일간지에 속하는 신문사들은 하루에도 10개씩 단독보도 했다. 포털이 ‘조국’ 두 글자로 도배되던 때였다. 

해당 사태가 있었을 때, 한 사람에 대한 너무 많은 보도로 다른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내용은 전혀 볼 수 없던 게 기억난다.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도 중요했지만, 당시 보도들을 보면서, 중앙에서 하나에 사건에, 하나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보도를 한다면 그 안에 지역 이슈가 들어갈 틈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개인적으로 지역에 가면 그 지역 당일 신문을 읽는 편이다. 올해 2월에 찍은 사진.

지역신문의 이야기는 단순히 그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게 아니다. 지역의 이슈는 중앙으로 전달되어 알려지기도 한다. 또한, 지역신문은 해당 내용을 계속해서 추적해 알린다. 2007년 12월 7일에 발생한 삼성중공업의 태안바다 기름유출 사고 이후, 15년 동안 태안신문은 2,000건이 넘는 보도를 꾸준히 해왔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도 한번의 이슈화로 끝나면 그걸로 끝이다. 꾸준한 보도와 지적이 있어야 반면교사 삼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이슈를 만들어 공론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지역의 이슈는 점점 쪼그라들어 소멸될지도 모른다. 지역민의 마지막 민원창구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지역자치를 위해 탄생한 지역신문이 사라진다면, 그 지역의 이슈는 없고 중앙의 이슈로만 도배되어 버리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까 우려가 된다. 우려가 우려로 남고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중앙에 있는 시민으로서 지역 언론에 대해 말한다는 게 사실 부끄럽다. 지역에 갈때마다 지역 신문을 사서 읽는 것을 제외하고, 내가 지역 신문을 응원하는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역 신문의 위기가 비단 그 신문사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 신문의 위기는 지방 소멸과도 연관되고, 지역 이슈와도 연관되며 지방 자치에 대한 문제와도 연관된다.

다양한 문제가 얽히고 설킨 지역 신문의 위기를 이 글 하나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부디 한 사람이라도 지역 신문의 문제가 모든 것과 연결되는 문제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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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마을미디어가 지역언론으로서 활성화되면 더 좋겠어요!
지역 언론이 지역민의 마지막 민원 창구라는 말이 공감되네요. 지역 내에서의 이슈는 중앙에서는 외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 언론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고 있죠. 사실 저도 제가 사는 동네에 대한 신문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요... 오늘은 꼭 들어가서 살펴보아야겠네요.
메인 언론에서 너무 큰 이야기만 다루면 정말 우리 삶 주변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는 사라질 수 있겠다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저희 지역에는 어떤 신문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네요.
같은 사안이라도 해당 지역의 시민과 수도권의 시민이 느끼는 격차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을 담기 위해서도 지역 언론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물론 지역 언론에서 벌어지는 광고 협박 등 고질적인 문제들도 해결되어야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