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예능 속 부당노동행위, 이대로 괜찮을까요?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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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봐, 제제. 태양을 뜨겁게 달구자고"

tvN <서진이네>는 <윤식당> 시리즈에서 이사로 활약한 이서진이 사장으로 승진하여 해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장사에 진심인 이 사장을 필두로 정 이사, 박 부장, 최 인턴, 김 인턴까지 5명이 나름의 직급 체계를 갖추고 가게를 운영하는 컨셉입니다. 2화에서 PD가 “지금 노조 결성이 코앞이에요”라고 하자 (과몰입한) 이 사장은 “서진이네에 노조는 용납할 수 없어”, “노조가 결성된다 싶으면 얘를 임원으로 올릴거야”라고 말 합니다. “임원은 노조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출처: 유튜브 'tvN' 채널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한 단체 및 연합단체입니다.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근로자를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단체인 만큼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구체적으로는 대표이사, 이사회, 본부장 등 사업의 경영담당자를 비롯하여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 결정 또는 업무상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 근로자에 대한 인사, 급여, 징계, 감사, 노무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에 관한 기밀사항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자 등을 의미합니다. (고용노동부, 2022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 매뉴얼, 29-30쪽) 

한편, 우리 노동조합법 제81조에서는 사용자가 할 수 없는 행위로 불이익 취급,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 개입, 단체교섭 거부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나온 것과 같이 ‘승진’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볼 것인지 판단 기준을 제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활동을 혐오하거나 노동조합활동을 방해하려는 의사로 노동조합의 간부이거나 노동조합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근로자를 승진시켜 조합원 자격을 잃게 한 경우에는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인바, 이 경우에 근로자의 승진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의 여부는 승진의 시기와 조합활동과의 관련성, 업무상 필요성, 능력의 적격성과 인선의 합리성 등의 유무와 당해 근로자의 승진이 조합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누9418, 판결) 

앞서 본 것과 같이 <서진이네>의 사용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을 용납할 수 없고, 노동조합이 생긴다면 직원을 승진시키겠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서진이네>에서 직원의 노동조합 결성과 관련하여 사장이 직원을 승진시켰다면, 그 승진은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따른 승진,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려는 취지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예능을 예능으로 보자’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스쳐간 10초의 방송 그 이상의 고민을 주는 지점인만큼 한 번은 짚어보고 싶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부정하는 내용까지도 예능으로 수용해야 할까요? 

현행법상 금지되는 행위의 구체적인 방법을 발언하고 방송하는 것이 세계를 선도하는 K-콘텐츠의 내용이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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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보통 이서진이 풍자의 대상이어서, 노조를 기어코 방해하려는 기업인을 풍자하는 거라고 느꼈는데... 글을 읽다보니 그 반대로 느낄 수도 있겠네요. 노골적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정부를 경험하다보니 이 장면이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겠단 생각도 들구요. 

읽으면서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문제일까 고민했어요. '결국 발언이 중심이 되니 출연자의 노동관이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지만 결론은 '모두에게 전달되는 방송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편집하지 않은 제작진의 노동관이 문제다'였습니다. 권력자, 기득권의 희화화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드러내고 지적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소수자, 권력이 없는 약자의 희화화는 차별과 혐오, 선입견을 조장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 제기에 '프로불편러'와 같은 단어를 언급하며 문제를 지적한 사람을 공격하는 반응들이 종종 나오는 걸 봤습니다. 미디어는 공익성을 바탕에 두고 꾸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프로불편러'가 있어야 자정작용이 이뤄지고, 더 건강한 콘텐츠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수용자가 '요즘은 이런 것만 해도 혐오래, 이러니까 방송이 재미가 없지'와 같은 반응을 보일 때면 미디어의 변화와 시청자의 인식 개선 중 어떤 것이 앞서 나가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기도 하지만요) 앞으로 이런 미디어 비평이 더 늘어났으면 합니다.

다른 구성원 한 명이 "그건 부당노동행위야"라고 말하고 자막이 크게 들어가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이건 뭐 노조를 풍자의 대상으로 보는 것인지…… 대기업을 풍자하는 것도 모자란 마당에.. 선을 넘었네요. 아주 많이… 너무 자기한테 과몰입해서 이게 재미있을거라 생각해서 편집안한것 같은데… 어우 최악이네요.

실제로 저런 일이 벌어지는데, 저런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웃을 수 없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예능이 유쾌하지 않으면 실패한 것 아닐까요!

나영석 씨의 예능을 잘 보지는 않지만 저도 이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런 발언이 방송을 타는 것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좀 부끄러워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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