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강원도형 최저임금제? 청년들 떠나는데 정신 못차린 강원도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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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소비자 아니고, 선명한 효비자 / 흩어진 나의 조각을 모아 빛나는 선물을 만드는 창작자

(출처: unsplash)


들어는 보았나, 강원도형 최저임금제

누군가 저에게 최근 가장 어이없던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고개를 들어 강원연구원을 보라고 할 것입니다. 지난 1월, 강원연구원에서 공개한 정책 자료에 ‘강원도형 최저임금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서 ‘강원도형 최저임금제’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보다 더 낮은 수준의 임금을 말합니다. 


 ‘만약 강원특별자치도(이하, 강원도)에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제를 도입할 경우, 지역별 경제 상황에 맞춘 최적의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 즉, 다른 지역 대비 낮은 최저임금 설정을 통해 기업들이 강원도 내로 이동할 유인이 발생하고, 이는 지역 내 인구 유입과 지역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강원연구원 정책자료 '정책톡톡' 2024-01 



‘기업천국’을 꿈꾸는 강원의 싱크탱크

해당 자료는 강원연구원 소속 양은모 연구원이 지난 2023년 9월 ‘기업천국 세미나’에서 발제한 내용을 옮긴 것이었습니다. 기업에게 천국같은 강원특별자치도를 만들기 위해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세미나에서는 최저임금 뿐 아니라 전기요금, 상속세와 관련한 발제도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 낮추면 기업 온다”…‘기업천국 노동지옥’ 강원?(24.01.17)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강원도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라면, 강원연구원의 정책자료를 꼼꼼히 읽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호기심에 읽어봐야겠다면 주의하실 점이 있습니다. 읽는 동안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으며, 화가 치밀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심약자는 주의를 요합니다.🥲

<정책 자료 일부 요약>

  • 최저임금의 무조건적이고 급격한 인상은 고용주의 고용 부담을 증가시켜 근로자들이 일할 기회를 상실하는 고용 참사를 야기’
  • 단순히 법정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급격한 인상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논의가 증가’
  •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률’과 ‘최저임금 미만율’ 때문에..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감당이 어려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가 필요
  •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제 도입으로 법정 최저임금 적용이 어려운 기업들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월평균 임금이 오히려 감소하는 근로자들 보호 가능’

위의 내용에 대해 조사해봤습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되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최저임금 인상률은 ‘급격’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폭으로 인상된 2018년에 비해 최근에는 그래프의 변화가 확연히 적죠. 2017년 대선에서 여러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었던 일이 무색할 만큼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물가는 많은 사람이 체감하는 것처럼 꾸준히 증가했는데도 말이죠. 생활을 영위하는 데 드는 지출이 커지는 데 비해 수입이 늘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삶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출처: 최저임금위원회)


수준 높은 정책이 필요해😮‍💨

강원연구원의 정책자료가 공개된 직후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1월 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강원자치도는 저임금, 소규모 사업장 등 열악한 일자리가 많아 노동 인구의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향해 “헛소리에 현혹될 시간에 강원도의 노동자들이 더 안전하고, 더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수준 높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라고 의견을 전했습니다.


(출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강원지역본부)



계절처럼 돌아오는 논쟁

아예 우리 지역 임금을 깎자는 제안이 파격적이긴 하지만, 사실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것이 바로 최저임금 논쟁입니다.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제는 지난 2023년 6월,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도 노동계에서는 즉각 대응하며 우려를 표했고요. 최저임금을 지자체 별로 결정하게 하자는 의견도 이전부터 있었지만,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최저임금을 설정하기 위해 참고할 통계와 연구 자료부터 마땅치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노동계 일부에서는 경영계에서 자꾸 최저임금 차등제를 언급하는 것이 정말 차등제도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이점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고 판단하기도 합니다.



나는 그냥 너의 말이 웃긴다🙂

제 주변의 강원도 거주 청년들에게 강원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들려주자 그들은 실소부터 터뜨렸습니다. “그럼 강원도 왜 살아, 다른 데로 가란 거네.” 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안그래도 강원지역은 유입인구보다 유출인구가 많고 특히 청년층이 많이 빠져나가며 지역 소멸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만, 지역의 중장기 발전 정책에서 청년층 유입을 위한 유의미한 노력은 찾기 힘듭니다. 최저임금이 여러 경제, 사회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최저시급이 곧 최고시급인 일자리에서 경험을 쌓고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청년세대일지 모릅니다. 지역 발전과 인구 유입을 필요로 하면서 청년들의 밥줄과도 같은 최저임금을 쉽게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은 청년 세대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요?

👀청년세대가 강원도를 떠나는 이유



누가 남겠는가

강원연구원의 자료에서는 다른 나라들도 지역별 차등 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외국 여러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지역별 차등 임금제는 최저임금 기준보다 더 높은 임금을 설정하도록 합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노동자의 유입을 유도하고, 오랫동안 일하며 숙련된 노동자들의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과 지역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죠. 다른 지역보다 지역민의 임금을 깎아서 기업을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시행하지는 않습니다.

정책 자료에 적힌 ‘발생가능한 문제들에 대해 대책 마련 필요’ 라는 문구는 공허할 뿐입니다. 인구 유출과 지역 낙인효과에 대해 강원연구원은 모르지 않습니다.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업을 위해 더 낮은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강원연구원은 강원도민의 생활수준과 기업 유치 중 무엇을 우선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경영계가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차등화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적 본말전도 현상이다. 기업이 살기 위해서 사람이 삶의 일부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모든 기업이 지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최저치이다.
청년 구직자 희망 꺾는 '최저임금 차등적용(23.06.15)



강원연구원은 기관의 설립 목적을 지역단위의 정책개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지역경제·사회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기업천국세미나’ 뿐 아니라 ‘도민천국세미나’ 같은 행사도 주기적으로 개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공공기관으로서 소임을 다 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현실을 직시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역발전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끝내 지역에 누가 남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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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 비회원

이게 다 대도시 월급이 세서 그렇다. 특히 대기업. 대기업 일자리를 늘리고 월급은 줄여 강원도 청년들이 강원도에서 일해도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끔 정부는 조치를 취하라. 대기업 월급을 250으로 고정시키면 지방에서 월급 200받는것과 비슷하니 다들 서울로 안빠져나갈것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월급을 측정하자.

감자새끼들 비회원
행동강령 및 운영정책에 따라 가려진 코멘트입니다.

너무 공감합니다..저라도 강원도를 떠나고 싶을 거 같아요

아마 제생각인데 가계대출때문에 임금을 제때제때 못주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 부채더미때문에 값싼 노동력을 원한다.
여기서. 신용카드 폐지해야하고. 디지털 카드도 폐지해야합니다.
=> 현금유동성 확보후에. 부채탕감 가능!

지역화폐 부활!도 괜찮구요!

임금착취,회식강요문화,이상한곳에 돈 허비 , 비효율적 사회구조만. 잘 저기된다면 땡큐죠.

수평적 기업, 개방형 커뮤니티로 가야해요!

솔직히. 말하면 청년자존감 박살낸게. 기성세대입니다.


사생활,개인공간,자유 존중해야해요!.

남과 날 비교질을 하는건 자존감이 낮을때나오는거입니다.


인격체존중,  타인배려사회로가면 강원도,8도는 좋아질것.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도 그렇고 지역별 임긍 차등을 두는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해서일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정말 말고 안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임금을 더 줘도 해당 지역에 남을까 말까인데 줄인다면 그 지역에 있을 이유가 없죠. 효비님의 문제제기에 동의합니다.

기업에게 최저임금 이슈는 채찍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강원도형 최저임금 도입이 결국 현행 최저임금보다 낮추자라고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것이 당근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덜 아픈 채찍이 되는 거겠죠.

기업에게 당근은 세금 혜택과 각종 지원금, 해당 지역에 구축된 인프라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해당 지역 기업, 기관 과의 네트워크도 좋은 당근일거라고 생각해요. 강원도에 어느정도 인프라와 혜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 공화국이라고 불릴만큼,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강원도형 최저임금을 도입한다고 하여 얼마나 강원도가 발전할 수 있을까 의문이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본문의 핵심적인 내용들에 대부분 공감과 지지를 표합니다. 정책적으로 직종별/지역별 임금차등제는 도입한다면 필연적으로 여러 직군/지역 간 비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와 탄탄한 주장이 필요한데, 마침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최저임금이 더 적게 설정된다면 지역 소멸을 부추기게 되겠어요.

하지만 최저임금 상승률에 대한 비교는 조금 더 넓게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최저임금 상승률은 언제나 전년도 대비 상승 비율을 통계를 내기 때문에 누적으로 상승분이 생기고, 이후 상승률은 누적 상승분에 더해지거든요. 100만원 -> 200만원으로 오른 다음 연도에 20만원이 오르면 10퍼 상승으로 통계에 잡히지만, 2년 전으로 보면 20퍼 상승입니다. 여기에 더해 사실 한국의 최저임금상승률은 다른 국가들 대비 높은 상태였어요. 노동자 임금이 낮다는 인식 하에 여러 정권에 걸쳐 꾸준히 높게 올리고 있었죠. 본문의 일부지만 통계적 해석 부분에 이견이 있어 덧글을 남깁니다..!

일본이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하고 있는데요. 그로인해 오키나와처럼 수도권에서 멀고 최저임금 낮은 지역에는 콜센터 등 저임금 노동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낮은 곳에 저임금 노동이 몰리는 경우가 한국에서도 발생하게 될까 두렵습니다

더 낮은 임금을 말하기 위해 '강원도형 최저임금제'라는 표현을 쓰다니... 취업하러 서울 가는 청년들이 더 늘겠네요. ;;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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