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업무 중 쉬는시간 OR 조기퇴근,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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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봐, 제제. 태양을 뜨겁게 달구자고"

지난 3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의 내용 중에는 다른 이슈(최대69시간 근로라던가, 근로시간저축계좌제라던가...)에 묻힌 감이 있지만, 아르바이트, 시간제노동자 등 하루 근로시간이 짧은 노동자에게 직접 화두가 될 내용이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서는 하루 4시간 일할 때 30분 이상, 8시간 일할 때 1시간 이상 ‘근무시간 중’에 휴게시간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하루 4시간 일하는 경우 휴게시간 30분이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의견에 따라 근무시간 중 30분 휴식 대신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입법 개선안이 제시되었습니다.



관련하여 2022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근로시간 4시간인 근로자 일 끝나면 휴게 없이 바로 퇴근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4시간 근로의 경우 노동강도가 세지 않은 분야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합의로 휴게시간을 선택하는 방안 ▴정부기관 청소근로자는 노사 합의로 계속근로 4시간 내에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방안 ▴청사관리 규정에 청소근로자 휴게실 면적을 규정해 청사 설계 시부터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 등에 대해 제도개선 검토를 내용으로 합니다. (2022.1.4. 국민권익위원회)

마트에서 주말에 단시간으로 일 했을 때 30분 휴게시간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쉴 곳도 할 것도 마땅치 않아서 푸트코트에 앉아 멍때렸던 기억이 납니다. 판촉 일 특성상 혼자 일하는 것이었고 연락처를 세워 놓고 쉬러 가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혹시나 고객이 제가 쉬는 동안 구매를 원하면 푸트코트에 앉아 있다가 달려가서 결제했습니다. 실제로 전화가 오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언제나 전화가 올 수 있다는 긴장 상태에 있다 보니 ‘이럴 거면 안 쉬고 말지’하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그런데 물류센터에서 일한 날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물건을 들고, 또 옮기느라 흐물거리는 팔다리에 휴게시간 30분은 있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휴게공간까지 왔다 갔다 하면 30분 중 절반이 날아가기 때문에 일용직노동자가 계단에 주욱 앉아 –숙련자들은 어디선가 상자를 구해서 깔고 앉기도-있던 장관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지만?) 

한편, 시간제근로자가 아닐 때는 어떻게 될까요? 하루에 8시간 일하는 직장인의 경우 통상 휴게시간 1시간은 점심시간입니다. (고용노동부는 4시간 이상 8시간 미만으로 일하며 30분 휴게를 보장받는 노동자에 관한 방안만 발표했습니다. 2022년 국민권익위의 발표 내용도 단시간근로자에 한정하는 내용입니다.) 정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8시간 일하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현행과 같이 일률적으로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하는 방안, 30분 휴게에 선택권을 두는 위의 안을 일부 절충하여 30분은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하고 30분만 근로시간 중 휴게로 보장하는 방안, 휴게시간 전체를 조기퇴근 으로 전환해 일하는 가운데 전혀 쉬지 않는 선택권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쉼’이 보장되지 않으면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말,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는 말에 백번 동의하면서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쉼에는 ‘차라리 퇴근을...!’이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노동강도가 높은 현장에서 그 쉼이 보장되지 않았을 때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생각하면 휴게시간 보장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선택권이라는 허울만 남아 실제로 쉼을 선택하려는 사람도 조직문화나 분위기 때문에 다 같이 쉼 없이 일해야 하는 ‘무휴식 무선택권’의 상황이 오지는 않을지 염려가 됩니다. 


?'휴게시간 선택권 강화' 개선안으로 논의를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노동자의 휴식은 선택의 문제일까요?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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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시간 30분을 근무 중간에 둘지 조기퇴근으로 전환할지의 문제는 역시 업계마다 다를 듯 합니다. 다른 분들 의견처럼 세부적인 제도화가 필요해보이네요.

한편 글을 읽어보니, 휴게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논의 이전에 제대로 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겠네요.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거나, 거리가 멀어 계단에서 쉰다거나... 어이가 없군요..

만약 퇴근이 완전히 보장된다면 조기퇴근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어떤 일이냐에 따라 조기 퇴근이 좋을지, 업무중 휴식 시간 보장이 좋을지는 다를 것 같아요. 특히 몸이 힘든 일은 중간에 쉬어줘야 하더라구요. 힘든 일 할 때 같이 낮잠 자는 시간이 괜히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언뜻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요. 차라리 마음 졸이며 편하게 못쉴바에 일찍 퇴근하는게 당연히 나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노동 관련해서 개편한다고 하면 노동자에게 안좋은 방향으로 악용될까봐 그것부터 걱정이 듭니다.

노동환경이 다르고 다양한 만큼 제도도 섬세하게 마련되면 좋겠어요. 부장님이 회식 메뉴 통일시키듯이 일괄 적용하면 제도 틈으로 새는 고단함은 작은 사업장이나 노동자들이 다 감내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최대한 세분화해서 업종이나 근로 환경에 따른 적절한 쉼이 보장되면 좋겠습니다.

고민되네요. 주로 키보드와 모니터 앞에서 일하는 저에겐 조기 퇴근이 더 좋은 선택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조기퇴근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적어주신 것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휴게시간이 '선호사항 선택'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필수'가 됩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해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충분히, 제대로 일 하기 위해선 잘 쉴 수 있는 환경이 당연하고, 이런 인식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면 좋겠습니다.

능률이 오르는 선에서 주기적인 휴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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