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명백한 의사 파업의 희생양 ‘간호사’, 언제까지 모른척하는 어른들일 것인가?

2024.03.11

1,943
8
작은 행복을 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싶은 !

 2024년 2월 21일, 정부의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 약 3-4년 전인 2020년도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우리 간호사들은, 또다시 악몽이 시작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솔직하게는, 살을 맞대고 함께 일하는 의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정확히 어떤 경위로 이러한 파업 사태를 진행하는지 우린 또렷이 알지 못한다. 그들은 본인들의 행위가 간호사들의 업무를 극도로 가중시키는 일임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럼에도 묵인한다. 의사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병원이 문 닫는 상황을 본 적이 있는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이 사라지면 병원에는 고참 의사인 교수들, 그리고 간호사들만 남게 된다. 그럼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는가? 수술실을 예로 들어보자. 수술하는 동안 교수를 보조하는 인력은 ‘진료보조 간호사(PA)’라는 간호사들이 되겠고, 수술이 종료될 때까지 환자를 보는 것 또한 간호사가 되겠다. 의사들의 파업으로 간호사들의 근무표가 송두리째 바뀌고, 오프(OFF, 휴무일)가 급작스럽게 사라진다. 고참 교수들의 시중을 들며 그들이 하지 않는 세부적인 일까지 대신해서 한다. 교수를 포함한 그들 모두는 이 사태를 모르지 않는다. 또한, 의사가 파업하면 병원은 환자 수를 줄이고 간호사 3명이서 하던 일을 2명이서 하게 하고, 그 한 명의 간호사는 본인의 연차를 강제로 써가며 오프를 받게 된다. 업무가 많고 바쁠 땐 인력을 채워주는 것도 아니면서 갑자기 우린 일용직 노동자가 된다, “어이 아무개 씨, 내일 일 별로 없으니 나오지 마슈.”

  정부는 돌연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시국이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공백에 간호사를 정면 승부수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그토록 간호사들이 목메어 외치던 ‘간호법 제정’에는 발 벗고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하더니, 필요할 때 아무 때나 부르는 희생양으로 쉽게 부려먹는다. 이렇게 억울하고 힘들기만 한 의료인이 되자고 우리가 4년을 공부하고 국가고시를 패스하며 치열한 병원 취업 문턱을 넘은 것이 아니다. 

 의사가 없어 불어난 업무를 하루하루 울며 겨자 먹기로 해내고 있는 와중에 더욱 화가 나는 건, 의사 파업으로 인해 병원들이 아픈 환자를 내몰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과,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도 본인들의 특권을 내세우는 의사들의 태도이다.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열악한 처우 환경 속에서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 하나로 간호사 일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인데, 그들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하며 기사 하나 하나에 우는 듯 웃어 넘긴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명백한 의사 중심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술을 의사랑 간호사가 같이 해도, 인센티브는 의사에게만 돌아간다. 하루 종일 환자 옆에 붙어있는 건 간호사지만 잠깐 지나가듯 들른 의사의 처치나 처방만 인정해 주는 게 현 대한민국 의료계 시스템이다. 의사들이 억울하든, 정부가 억울하든 그건 두 집단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타 직종에 명백한 피해를 주면서 하는 집단행동이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인지 의문스럽다. 

 파업이 시작된다는 기사와 함께 쉬게 되었다며 좋아하는 전공의들을 눈앞에서 보았고, 간호사 동료들과는 눈만 마주치면 한숨을 푹 내쉬고 퇴사를 논하고 억울함을 매일 토로하며 마음의 병을 쌓아가고 있다. 큰 허탈감을 갖고 우리네는 또 병원의 멀티 로봇으로 하루하루 출근한다. 제발 이번엔 정부가 간호사들의 애타는 울음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며..

이슈

의료 공공성

구독자 49명

저마다 입장차가 커서 간호사들의 입장을 알고 싶었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제 MBC 스트레이트를 보니 참 잘 정리되었습니다. 지난 과거에는 의사들의 이기주의도 분명 작용했지만 현재는 의사의 이기주의 , 대화없이 몰아부치는 정부들, 그 가운데 희생양으로 끼여 있는 간호사들이 있습니다만 함께 모여 논의해야 할 것은 2000명이다 아니다가 아니라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의료개혁을 하고 공공의료를 지켜내며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임금격차해소를 위한 의료개혁과 간호사들의 다양한 의료전문성으로 참여의 길을 열 수 있도록 논의를 먼저 하고 공론화해야 합니다.

감사와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들려주신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벌어지는 갈등 밖의 사람들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에 당사자들은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무척 염려됩니다.

"그토록 간호사들이 목메어 외치던 ‘간호법 제정’에는 발 벗고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하더니, 필요할 때 아무 때나 부르는 희생양으로 쉽게 부려먹는다." ...
정부말이 맞는건지 의협말이 맞는건지 도통 모르겠지만...써주신 글을 보니 그 둘다 틀렸을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네요.
간호사든 의사든 일하는 사람..아픈 사람...서로의 처지를 보고 균형점을 찾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안에서 저는 몰랐던 간호사분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네요. 해주신 이야기 잊지 않겠습니다.

"그토록 간호사들이 목메어 외치던 ‘간호법 제정’에는 발 벗고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하더니, 필요할 때 아무 때나 부르는 희생양으로 쉽게 부려먹는다. 이렇게 억울하고 힘들기만 한 의료인이 되자고 우리가 4년을 공부하고 국가고시를 패스하며 치열한 병원 취업 문턱을 넘은 것이 아니다."


"의사들이 억울하든, 정부가 억울하든 그건 두 집단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타 직종에 명백한 피해를 주면서 하는 집단행동이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인지 의문스럽다."


위 두 개 내용이 눈에 들어 옵니다. 간호법 제정을 거부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하는 건, 언제든 상황이 바뀌면 또다시 딴 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의사 두 집단이 해결할 문제로, 타집단에 피해를 준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언론에서 병원이 환자를 외면한다 말하는 것도 잘 못된거라 생각합니다. 병원엔 의사만 있는게 아니라, 간호사도 있으며 환자 곁을 지키고 있으니까요.


부디 전공의 사태가, 의료 시스템 전반을 돌아보고 개선하며 간호사분들의 처우도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이슈에서 정부가 의사들과 싸우기 위해 간호사들을 이용한다는 느낌이 너무 들었어요. 간호사들이 거리에서 외쳤던 간호법을 자기들이 급하게 꺼내기 급급한 모습을 보니 울화통이 터지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어느 일터에서도 울며 겨자먹으며 일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의료계의 명백한 의사 중심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숫자만 늘릴게 아니라 노동권 문제도 다뤄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식을 접하고 간호사 분들의 노동 환경이 걱정되었습니다. “’또‘ 병원의 멀티 로봇으로 하루하루 출근한다”는 마지막 말씀에 마음이 정말 아프네요... 파업 의료진들의 선택과 별개로, 같은 병원 안에서도 노동 기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분들(간호사, 청소노동자 등)이 계시다는 점이 속상하기도 합니다. 모든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 안전하길, 그리고 상식적으로 적당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캠페인

투표

토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