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하고 심난한 청년정책
지난 6월 4일, TV조선 특별프로그램으로 '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이 방영되었다. 40초짜리 짧은 클립영상에서 눈에 띄었던 장면은 '실망스럽습니다. 생각이 아니라 상상 같은데요' 라고 말하는 심사위원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말에 '눈물을 흘리는 한 청년', '기뻐하는 청년들'이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뒤늦게 유튜브에서 방송을 찾아봤다. "소울메이트의 손을 잡아주시겠습니까?" 정책 발표가 끝난 뒤 진행자가 심사위원의 점수를 확인하기 전에 하는 멘트다.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는 악수하는 모양의 아이콘으로 표시한다. '당신에게 기회를 주겠다!'라는 의미를 아주 잘 표현했다. 중앙부처가 같이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라면, 연출을 맡은 PD의 마음대로 작업을 했을리는 없을 것이다. 이 방송의 발주처가 청년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해석하는지 잘 느낄 수 있는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3 대한민국 청년정책 공모전’은 국무조정실과 청년재단이 3월 1일부터 21일까지 접수를 받았고, 712건의 제안이 접수되어 총 2,000명 이상의 청년(3명이 1팀)이 공모전에 참여했다. 추후 총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한 최종 과제를 선정, 전문가 특강 및 부처 정책담당자 멘토링 후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심사가 방영되었다.(보도자료) 사실 2022년에도 '서울 청년정책 콘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정책 오디션이 진행되었고, 그 이전부터 청년정책을 공모전 형식으로 제안 받는 사업은 늘 있어왔다. 시혜적인 관점으로 청년을 바라보는 청년정책이나 단기간 공모전 형식으로 청년정책을 만들어내는 일이 이번 정부에 새롭게 등장한 것도 아니다. 공모전 하나만 가지고 전체를 비판할 이유도 없다. 다만, 이러한 방식으로 청년을 호명하면서도, 청년 세대 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정책을 강화하지 않는 것에는 의문이 든다. 한겨례 공동기획 기사 [윤석열 정부 1년 ③불평등 청년예산]윤석열 정부 청년예산, 저소득층 몫 줄이고 중산층은 늘렸다연봉 2800, 적금 두 달도 버겁더라…목돈은 중산층 청년 몫공공분양 목돈 들고, 공공임대 줄어…‘노크’ 못하는 저소득층중소기업 청년 16만명 받던 교통비 지원 올스톱 정부의 의지는 말이 아니라, 정책에 실제로 투여하는 예산의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청년정책의 결정 권한을 가진 이들은 누구에게 악수를 건내고 있는걸까. 정부가 국정 과제로 제시한 390개 청년정책을 분석한 한겨례 공동기획 기사에서 "청년정책도 빈익빈 부익부인 것 같다"는 한 인터뷰이의 말에 크게 공감이 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청년 시기를 안정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청년의 삶에 필요한 기반을 만드는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심란한 마음으로 방송을 보러 왔다가, 심난한 미래를 상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