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언론의 자유, 언로의 자유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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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 기자
본 저작물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2023년 작성하여 공공누리 제1유형으로 개방한 '「2023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시상식 개최'를 이용하였으며, 해당 저작물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금 긴급심의에 올라가 있죠. 방심위 차원에서도 엄중제재를 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방통위는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 때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 중 MBC 등을 대상으로 '엄중 제재' 방침을 밝혔다.  

현행법상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방송사 프로그램 내용을 심의를 하거나 제재수위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이는 형식상 민간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권한이다. 방통위는 이날 이동관 위원장의 발언을 "방통위는 제재처분을 해당 방송사에 통보하는 절차가 있다"고 정정했다. 

지난 12일 방심위는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KBS·MBC·SBS·JTBC·YTN 5개 방송사에 대해 법정 제재를 전제로 하는 '의견 진술'을 결정했다. TV조선·채널A·MBN·연합뉴스TV도 같은 일자에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보도했지만 긴급심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여권에서는 "사형감" "폐간"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의 발언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향후 윤석열 정부 언론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윤석열 정부 방송기관 인사교체가 눈에 띄는 이유

정치권력의 '언론 장악' 논란은 크게 공영방송 인적 교체와 제도적 권한의 남용에서 비롯된다. 지난 5월 30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임기 두 달을 남기고 해임된 이후 방통위, 방심위,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진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감사·수사기관이 등장해 방송기관을 들여다보고, 임기가 보장된 인사를 해임하는 일은 이명박 정부 방통위 출범 이래 정권의 성향을 불문하고 반복되어 온 일이다. 때마다 방송정책에서, 특히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 정치권의 입김(후견주의)을 배제해야 한다는 제도개선 요구가 일었지만 정치권은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윤석열 정부의 방송기관 인사교체에 일정 부분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여권이 "최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나"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배경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당 7명, 야당 6명 추천으로 구성해 이사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뽑는 민주당 발의 법안에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해당 법안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회 정치권 추천 몫을 명문화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라는 목표와 거리가 먼 법안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 발언 이후 집권당인 민주당에서 개선안이 추진·처리되지는 않았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방송기관 인사 교체는 '속도전' 측면에서 과거 정부와 궤를 달리한다. 무리한 속도전은 빈약한 법적근거 아래 추진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감사원 감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방통위 검사·감독 등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하는 일이 반복됐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과 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은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 해임 속도전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의 해임에 관해 법원은 집행정지 가처분은 기각하고, 해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려온 만큼 권태선 이사장의 업무 복귀는 이례적이다. 

방통위가 권태선 이사장에게 해임 통보를 한 시점에 방문진은 감사원 감사를 받는 중이었고, 방통위 현장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법원은 권태선 이사장 해임사유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공영방송 이사의 임기는 관계법상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방통위가 권태선 이사장 후임 보궐이사로 김성근 전 MBC 방송인프라본부장을 임명하면서 현행법상 9인 체제 방문진은 10인 체제로 운영되는 법 위반 상태에 놓였다. 

18일 법원이 김성근 방문진 보궐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하면서 재차 방통위의 행정처분에 제동이 걸렸다. 이날 방통위는 야권 추천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을 의결했다. 김기중 이사의 해임사유는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 사유와 유사하다. 김기중 이사는 곧바로 해임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해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영방송 이사 해임 속도전은 내년 4월 총선 시간표와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수개월 전에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권 우위로 재편해 KBS·MBC 사장을 교체하고, 방송환경을 여권에 유리하게 조성해둬야 한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보는 분석이다. 권태선 이사장의 업무 복귀로 방문진 여소야대 구도가 유지되면서 내년 총선 이전에 권력이 MBC 사장을 교체하기는 어려워졌다. 반면 KBS 이사장 교체에 성공한 여권은 곧바로 김의철 KBS 사장 해임을 종결지었다. 김의철 사장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여권에서 '방송 정상화의 적임자'인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법적 부담(탄핵 등)을 덜어주기 위해 속도전을 펼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상혁 위원장 해임 이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 방통위는 3개월 간 공영방송 이사 5인을 해임하고 방심위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의 해임 근거가 된 회계검사를 실시했다. 지난달 23일 임기를 마친 김효재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 이사장 최종 후보에 올랐다. 언론계에서 '김효재 언론재단 이사장 내정설'이 한 달여 전부터 돌았다. 

인적 교체 과정에서 5인 독립협의체 방통위가 3인·2인 체제로 운영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해임하고 국회 본회의를 거쳐 추천된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의 임명을 5개월 넘게 미루면서 비정상적 방통위 구조가 만들어졌다. 김효재 대행 체제에서는 여야 2대 1 구조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현재 방통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이동관·이상인 위원 2인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방통위가 사실상 독임제 부처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동관의 가짜뉴스 척결론, ‘언론’ 넘어 ‘언로’ 향할수도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인적교체는 막바지 수순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제도적 압박이다. 방통위는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몇몇 인용보도 방송사에 대한 '팩트체크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재허가·재승인을 거론하며 인용보도를 한 경위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라고 방송사에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사실상 보도 검열"이라며 이동관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방통위의 이번 조치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짜뉴스'인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언론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실 문건으로 검증된다.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인은 'VIP(대통령) 전화 격려 대상'으로 분류해 보고하고, 정부 비판적 보도는 '문제 보도'로 관리했다는 점에서 이동관 위원장은 왜곡된 언론관을 지녔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 여권의 '가짜뉴스' 공세 기준과 일맥상통한다.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논란에서 허위사실이 무엇인지, 그 여파가 사회에 얼마만큼의 악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해 여권과 검찰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프레임은 '윤석열 커피', '대선 개입' 등으로 작동하고 있다.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는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보도에서 '대장동 사건' 김만배 씨가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사건 주임 검사,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밝힌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뉴스타파 보도에서 김만배 씨는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박OO(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만배의 말 중 '허위'라고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은 윤석열 중수2과장이 조우형과 대면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지 '윤석열이 커피타줬다'가 아니다.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이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은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과 연관돼 있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 씨가 2009년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에 1155억 원의 불법 대출을 알선했다. 조우형 씨는 그 대가로 10억 3000만 원을 받았다. 

현재 조우형 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알선 혐의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우형 씨는 2014년 1월 경기경찰청 수사2계에 출석해  '대검 중수부에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조우형 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1년 대검 중수부가 광범위한 계좌추적까지 실시하며 자신의 대장동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결론낸 만큼 자신의 결백이 입증됐다는 주장을 폈다. 이후 조우형 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알선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금전거래는 언론 윤리상 용납될 수 없는 문제지만 이를 근거로 뉴스타파의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뒤따른다. 

더 큰 문제는 뉴스타파 보도를 고리로 한 방통위의 칼날이 방송사를 넘어 인터넷 매체,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를 통해 '인터넷 매체 가짜뉴스'를 제재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방심위 통신소위는 인터넷상 불법·유해정보(도박·마약·무기·음란·성매매 등)를 삭제·차단한다. 방통위는 지난 6일 "가짜뉴스 문제가 주요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폐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며 "뉴스타파의 이른바 '허위 인터뷰 기사' 등 심각한 가짜뉴스 문제와 관련,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해 방송·통신 분야의 가짜뉴스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악의적 허위 정보를 방송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법제'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합 심의법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방심위 통신소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방심위 통신소위는 제기된 민원 중 언론보도 관련 민원은 언론중재위원회로 보내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답변이다. 방심위원들을 통해 인터넷 매체의 기사가 삭제·차단될 가능성이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은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인터넷상에 게재한 정보도 '가짜뉴스'로 지목될 경우 심의와 삭제·차단이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상 정해져 있는 불법정보 외에도 동법상 법 위반을 목적으로 한 부분들은 방심위가 심의를 일부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팩트체크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인지 고민을 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18일 방통위는 방심위 신속심의와 포털사업자 자율규제를 통해 '가짜뉴스'를 차단하는 '패스트트랙' 방안을 발표했다.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TF' 단장은 '가짜뉴스'의 정의와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방심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이동관 위원장 아들 학교폭력 사건 공익제보자를 문제 삼은 TV조선 보도가 언론중재위를 통해 바로 잡혔다. TV조선은 오는 19일까지 "사실 확인 결과, 전경원 씨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 아들의 학폭 은폐 의혹 등을 처음 제보할 당시에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2015년 공익제보 당시 전교조 소속이 아니었고, 2021년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으로 있으면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실이 없어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문구를 홈페이지·유튜브·포털 등에 게재해야 한다. 

TV조선 보도 전후로 이동관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같은 취지의 내용으로 공익제보자를 깎아내렸다. TV조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점철됐지만 이와 관련해 방심위가 심의에 나섰다거나, 방통위가 재승인을 거론하며 실태점검에 착수했다거나, 여권이 “폐간”을 거론했다는 소식은 현재까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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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나가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설정해야겠네요.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라는 문제의식이 언론에 대한 공격, 시민들에 대한 공격,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귀결되는 모순적인 상황만큼은 피하면 좋겠습니다.
정권 교체기마다 일명 방송장악이라고 불리는 행태가 이뤄졌는요. 이번엔 너무 노골적이고 눈치를 안보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명분이라도 있었는데, 그런 것도 없구요... 가짜뉴스라는 기준이 명확해야하는 단어가 개인 입맛에 맞춰 쓰이는 것도 많이 걱정됩니다.
'가짜뉴스'라는 표현의 정의도 모호하지만 '척결'될 수 있는 대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까지 비판 보도와 오보, 취재윤리 위반 보도를 '가짜뉴스'로 정의하고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세 가지 경우 모두 '척결'의 대상이 되긴 힘들다고 느껴집니다. 언론 내부에서 자성과 성찰 등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지만 그걸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라고 느껴지네요. 마지막에 적어주신 것처럼 우호적 보도를 지속하는 언론에서 벌어지는 동일한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