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시민의 신뢰를 받는 언론이 되려면?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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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28%만 신뢰하고, 58% 비판하는 한국 언론

출처 : 디지털 리포트 2023 p.24

영국 옥스퍼대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되는 28%로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태영퍙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며, 2022년보다 2% 하락한 수치다.

출처 : 디지털 리포트 2023 p.41

또한, 기자나 언론 미디어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느냐는 응답에도 한국은 58%가 들은적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수치로만 판단한다면, 대한민국의 언론은 시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라 불리는 직업

국민이 언론을, 기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용어가 있다. 기레기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이 말은, 과거 세월호 참사가 있었을 당시부터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에 대한 공감 없이 무작정 단독과 속보를 내비치기 위한 경쟁의 결과였다.

당시 가장 황당한 기사 중 하나는 ‘[단독]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없는 치킨 주문" 이라는 기사였다. 299명의 학생과 5명의 어른이 세상을 떠난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책임 소재 파악만 보도해도 모자랄판에, 뼈없는 치킨 주문 소식을 ‘[단독]’이라며 기사로 쓴 것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해당 기사에 시민들은 “맥주는 안 시키더냐"라며 언론을 비판했다.

물론, 해당 기사의 제목을 [단독]이라며 보도한 건 해당 기자의 작품은 아니었다. 기사를 쓴 기자는 언론사 데스크에 보고만 했을 뿐인데, 데스크에서 [단독]을 붙여 내보냈다고 한다. 언론사 데스크의 과욕이었다. 실제 작성자가 누구든, 해당 기사를 언론이라는 이름하에 내보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 같은 과욕은 언론이 스스로 무엇에 집중하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고 생각한다.


[단독] [속보] 전쟁

뼈없는 치킨 주문 기사는, 언론이 시민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시민 대신 질문한다는 언론의 속성을 잊은채 단독과 속보에 눈이 멀었다는 걸 보여주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내가 쓰려고 하는 기사를 네이버에 검색해 아무도 쓰지 않았으면, [단독]을 내걸어 작성하고, 빠르게 전달해야 하는 기사는 누구보다 빠르게 [속보]를 붙여 쓴다.

이렇게 되면 기자는 이게 정말 시민이 원하는 기사인지, 시민이 듣고자 하는 기사인지, 시민이 묻고 싶은 질문인지를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해당 기사의 팩트가 맞는지도 불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언론의 역할 중 하나는 시민이 갖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시민을 대신해 정부, 기업, 의사결정자, 권력자에게 질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시민의 문제 의식을 정부, 기업, 권력자들에게 말하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기자가 어떤 시민들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하느냐는 소속된 언론사, 기자 개인의 신념이나 철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최소 이 정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으면 속도 경쟁만을 위한 [단독]과 [속보] 경쟁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속도 경쟁만 남은 상황에서 기자들이 하나의 문제의식을 깊이 고민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기사 하나를 때우려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오후 반나절 정도 있다 가는 기자는 어떤 종류가 됐든 진실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다가가는 일이 거의 없다.”*


왜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가?

글을 쓰기 위해 지인 5명에게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 언론에 대한 평소 생각을 물었다. 답변에는 신뢰하지 않는 이유도 있었고, 평소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특별한 의견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길지 않은 통화에서 얻은 몇 가지 이유를 나열하면 이랬다.

  • “(언론들) 쓰는 거 보면 보도자료 그대로 긁어와서 받아쓰기만 한다. 토씨하나 안 틀린다. 그게 언론이냐?”
  • “(언론사마다) 너무 편파적이다. 보수 언론은 보수쪽만 쓰고, 진보 언론은 진보쪽만 쓴다. 가끔 보면 언론사 기조에 맞게 대변하는 것 같다. 언론이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건가? 언론의 기본은 비판이라고 생각하는데, 비판은 없고 공격만 있다. 어떤 언론사를 보면 그냥 기관지인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 “일단 뭐가 너무 많고, 그 중에는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도 있다. 내가 궁금한 정보를 알려주는 기사는 없다. 있다 해도 다른 게 너무 많아서 찾기가 어렵다.”

각자의 이유는 다 달랐지만, 짧은 인터뷰에서 들었던 생각은 언론은 진영 논리나 광고주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시민에게 귀기울이는 것이 진정 ‘좋은 언론'으로 가는 길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좋은 언론을 시민은 믿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언론

“좋은 언론인은 증거에, 반박의 여지가 없는 사실에 의지한다.”**

“좋은 언론은 신뢰와 함께 시작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취재 대상이 당신을 신뢰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당신의 기사를 통해 청중들과 서서히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좋은 언론인은 균형을 찾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지도자가 전쟁 범죄를 저지르거나 시민들에게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도 균형을 찾는다면, 그것은 등가성의 오류로 귀결될 뿐이다. 언론인이 권력자를 대할 때 ‘균형 잡힌' 방식으로 기사를 쓰는게 더 쉽고 안전하다. 하지만 이는 비겁한 사람의 탈출구일 뿐이다.”**

출처 : open democraccy 왼쪽 마리아 레사

2021년 언론의 자유를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필리핀의 언론인 ‘마리이 레사'는 자신의 책,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에서 좋은 언론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그에 따르면, 좋은 언론은 증거와 사실에 기반해 기사를 쓰고, 그 기사를 통해 시민들의 신뢰를 얻는다. 또한 그 언론을 신뢰하는 시민들에 의해 더더욱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결국, 언론이 더욱 언론다워지기 위해선 진영 논리를 대변하고, 광고주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편에서 시민을 위한 기사를 쓰는 것이다. 물론 시민이라고 해서 다 같은 시민이 아니다. 입장이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르다. 이럴 때 대중을 취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언론인은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귀 기울여 듣고, 그가 그로부터 알게 된 내용을 통합해 대중이 각자의 정보에 입각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문제 의식을 형성하고, 다양한 차원에서 질문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해서 얻은 정보를 시민에게 전달해 주는 것. 그것이 좋은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시민은 그런 좋은 언론을 신뢰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언론을 그닥 신뢰하지 않는다. 진영에 맞춰진, 이익에 맞춰진 언론이 훨씬 많다고 생각해서다. 부디 언론이 시민의 편에 섰으면 좋겠다. 어느 한 진영에 있는 시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을 위한 언론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더 깊이 시민에게 귀 기울이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보]와 [단독]에 물든 언론이 아니라.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언론을 신뢰하고, 지지해 힘을 실어주는 시민이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언론인과 언론사는 자신들의 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민의 힘에서 나온다.”**

*<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엘리/ 2021) p.270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마리아 레사/ 북하우스/ 2022) p.110,111,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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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이 기사를 보고 이제 정말 신뢰가 되는지 이해하게 쓰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기사를 접하는 한 사람의 시민이자 소비자로서 좋은 기사와 언론을 감별하고 지지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야 건강한 언론 생태계가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일하기 바쁘고 뉴스 볼 시간은 없으니까 아무래도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봅니다. 포털 뉴스는 자극적이거나 속보, 단독이 유달리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더 안 믿게 되는 것 같네요.
인터넷매체 특히 포털뉴스공간이 커지면서 기사가 더더욱 쇼츠화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더 큰 맥락을 짚어주는 언론, 속보 이후의 상황도 차분히 짚어주는 기사들이 더 많이 눈에 띄면 좋겠습니다. 분명 그런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분들도 있으리라 믿는데요, 많아지기 어렵거나 드러나기 어려운 구조이지 않나 생각이 되어요.
언론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지 과제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점점더 질보다는 양 중심으로,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 중심으로 가는 이유가 플랫폼에서의 조회수를 바탕으로 하는 광고 수익이 영향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생각이지만, 생존 차원에서도 그런 경향이 커진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네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시민의 다양성을 고려해서 여러 입장을 취재해야 한다는 대목에 공감합니다. 한켠으론 잘못된 소비방식에 맞춰 기사를 만드는 언론도 있는 것 같습니다.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 특정 정파의 관점으로 사안을 해석하거나 사실을 취사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느껴지고요. 상황이 바뀌려면 '좋은 언론'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지금 시대에 맞는 좋은 저널리즘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게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