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6411의 목소리] 타투가 뭔지도 모르는 이들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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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재단은 6411 버스 속의 사람들처럼, 지치고 힘들 때 함께 비를 맞고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겠습니다.

[6411의 목소리] 타투가 뭔지도 모르는 이들 (2022-05-11)

김도윤 │ 타투유니온 지회장

지난해 9월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타투이스트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오른쪽)이 진정 및 긴급구제신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니야! 오랜만이다. 얼굴 맞대고 앉아본 건 고등학교 졸업하고 23년 만인가? 사법시험 준비한다는 얘기까지는 들었는데, 중년의 판사가 되었네. 잘 어울려. 진심이야. 나? 난 디자인 그만뒀어. 이제 17년차 타투이스트야. 까만 옷 입은 네 동료들은 나보고 불법의료시술자라고 말하지만.

지난달 헌법재판소에서 선고가 있다고 연락이 오더라. 급한 일을 미루고 가봤는데, 까만 옷 입은 이들이 나란히 앉아 판결문을 읽더니 휘리릭 들어가더라. 그럴 거면 그냥 인터넷에 공지하지 왜 시간 낭비 하는지 모르겠어. 하여튼 타투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타투는 의료행위라고 하더라. 폭력적인 코스프레 같았어. 결론은 자기들한테 묻지 말고, 국회의원 졸라서 입법을 하라는 거야. 매듭을 잘못 묶은 건 사법부인데, 엉망인 매듭은 입법부한테 풀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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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 그렇지, 케이(K)-삼권분립 최고지. 들어봐봐. 지난해부터 갑자기 국세청 직원들이 타투 스튜디오를 찾아왔어. 문신업으로 사업자등록을 내라는 거야. 몰랐어? 우리 정식 사업자등록 가능해.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의 미래유망신직업 17개에 타투이스트도 포함됐어. 물론 직업코드도 있고. 정말이야. 웃기지? 물론 우리도 정식으로 등록하고 세금 내면서 떳떳하게 하고 싶지. 그런데 국세청이 시키는 대로 하다가 단속당하면, ‘영리를 목적으로 불법의료행위를 했다’며 최저 형량 징역 2년을 선고받아야 해. 이게 말이 되니? 그림 그리고 징역 2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 내 동료들은 종종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해. 성실한 동료들이 그렇게 떠나가는 걸 보면서도 우린 할 수 있는 게 없어. 결국 우리는 투명인간이 되는 것을 선택해. 사업자등록 없이 일하면 단속돼도 보통 벌금형으로 끝나거든. 이게 케이-삼권분립이야. 삼권분립이 너무 잘돼서, 입법·사법·행정, 서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전혀 몰라.

웃으면서 말하지만 난 진짜 슬퍼. 타투가 의료라는 법원 판례는 1992년에 만들어졌거든. 정확하게 말하면, 일본 판례를 그대로 베껴왔어. 그런데 그 일본마저도 2020년에 이 판례 폐기했어. 이제 진짜 한국만 불법이야. 물론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 시절엔 모든 국민이 타투를 싫어했지. 우리 어렸을 때는 문신을 한 사람은 조폭 아니면 조폭 흉내 내고 싶은 양아치라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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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궤변이 30년이나 연명하다 보니 이제는 의사들이 타투로 돈을 벌어. 지금 네이버에서 ‘눈썹타투’라고 검색해봐. 유료광고하는 업체 100%가 의원들이거든. 이제 밥그릇이야, 큰 밥그릇. 궤변 위에 쌓아올린 겁나게 큰 밥그릇. 의사협회는 국민의 안전을 핑계대며 타투 법제화를 막아. 지지난달에는 의사협회가 타투합법화 저지 티에프(TF)도 만들었더라. 부끄러운 줄을 몰라. 정작 병·의원에서도 타투를 하는 건 의사가 아니야. 당연히 우리 같은 비의료인이지. 그러니 병·의원이 타투를 하면 더 큰 범죄가 돼. 의사면허 대여, 불법의료시술 지시 및 알선 그리고 홍보, 불법계약 등등. 이런 게 적발돼 의사면허가 정지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나 보더라. 1조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시장이니까.

더 웃긴 건 타투는 의사가 직접 해도 불법이라는 거야. 왜냐하면 전세계에서 의료기기 인증을 받고 생산되는 타투 용품은 없거든. 세계에서 타투를 의료행위로 분류한 곳이 한국밖에 없는데, 누가 한국만을 위해 의료기기 인증을 받겠냐고. 의사도 비의료기기로 타투를 할 수밖에 없는, 불법을 저질러야 하는 상황인 거지. 결국 한반도에서 이뤄지는 모든 타투는 불법이야. 제니야, 이것 봐. 네 동료들이 망쳐놓은 건 나랑 내 동료의 삶뿐만이 아니야. 양심 없는 의사들도 돈벌이에 혈안이 돼서 의료의 존엄함마저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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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니 너 눈썹 타투 했네? 아! 받는 건 불법이 아니고, 타투를 하는 것만 불법이라고? 물론 알지. 작업을 청탁한 손님이 갑자기 돌변해서 신고하겠다며, 되레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거든. 제니야, 같이 웃으면 어떻게 해? 내가 웃으면서 말한 건 진짜 웃겨서가 아니잖아.

갑자기 불안하네. 내가 연예인한테 타투를 해줬는데, 어떤 한가한 녀석이 신고를 했어. 곧 2심 재판이 시작돼. 판사들이 문화적 소양은 부족해도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웃음의 맥락도 파악 못 하는 너를 보니까 갑자기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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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리 10년쯤 지나거든 다시 보자. 그때는 나도 투명인간이 아닐 테니, 맥락을 파악하지 않아도 되는 웃음을 지니고 있을 거야. 널 위해 기도할게. 내 아내가 목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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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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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61명
저는 타투를 좋아하고 자주 하는 편입니다. 몸에 물리적인 피해가 있었던 한 사건 이후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준 것이 타투여서, 저에게는 오래 전부터 의미있는 하나의 의식이자 행위인데요. 그만큼 사실 공공연하게 타투가 드러나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타투가 여전히 불법이어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서로의 안전을 위해 합법화 후 구체적 규정을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전 세계에서 한국만 타투가 불법이군요... 대중목욕탕에는 타투가 있으면 입장조차 시켜주지 않는 일본마저 2020년에 판례 폐기가 되었는데.... 타투가 합법화 되면 조상님들이 무덤에서 들고일어나 좀비떼가 창궐하는 것도 아니고, 타투 시술을 받는 사람은 이미 너무너무너무 많은데(무려 1조원 시장) 왜?? 아직도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타투에 대해서 계속 홍보도 많고, 사람들도 실제로 타투하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네요..
타투가 불법이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빨리 합법화 되면 좋겠습니다!

토론을 통해 타투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타투는 예전에는 사회적인 편견이나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점점 더 일상화되고 인정받는 예술 형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토론을 통해 타투의 다양성과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도윤 님이 나온 타투 관련 방송을 뜻깊게 봤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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