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의사 파업의 희생양 ‘간호사’, 언제까지 모른척하는 어른들일 것인가?
 2024년 2월 21일, 정부의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 약 3-4년 전인 2020년도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우리 간호사들은, 또다시 악몽이 시작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솔직하게는, 살을 맞대고 함께 일하는 의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정확히 어떤 경위로 이러한 파업 사태를 진행하는지 우린 또렷이 알지 못한다. 그들은 본인들의 행위가 간호사들의 업무를 극도로 가중시키는 일임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럼에도 묵인한다. 의사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병원이 문 닫는 상황을 본 적이 있는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이 사라지면 병원에는 고참 의사인 교수들, 그리고 간호사들만 남게 된다. 그럼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는가? 수술실을 예로 들어보자. 수술하는 동안 교수를 보조하는 인력은 ‘진료보조 간호사(PA)’라는 간호사들이 되겠고, 수술이 종료될 때까지 환자를 보는 것 또한 간호사가 되겠다. 의사들의 파업으로 간호사들의 근무표가 송두리째 바뀌고, 오프(OFF, 휴무일)가 급작스럽게 사라진다. 고참 교수들의 시중을 들며 그들이 하지 않는 세부적인 일까지 대신해서 한다. 교수를 포함한 그들 모두는 이 사태를 모르지 않는다. 또한, 의사가 파업하면 병원은 환자 수를 줄이고 간호사 3명이서 하던 일을 2명이서 하게 하고, 그 한 명의 간호사는 본인의 연차를 강제로 써가며 오프를 받게 된다. 업무가 많고 바쁠 땐 인력을 채워주는 것도 아니면서 갑자기 우린 일용직 노동자가 된다, “어이 아무개 씨, 내일 일 별로 없으니 나오지 마슈.”   정부는 돌연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시국이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공백에 간호사를 정면 승부수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그토록 간호사들이 목메어 외치던 ‘간호법 제정’에는 발 벗고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하더니, 필요할 때 아무 때나 부르는 희생양으로 쉽게 부려먹는다. 이렇게 억울하고 힘들기만 한 의료인이 되자고 우리가 4년을 공부하고 국가고시를 패스하며 치열한 병원 취업 문턱을 넘은 것이 아니다.   의사가 없어 불어난 업무를 하루하루 울며 겨자 먹기로 해내고 있는 와중에 더욱 화가 나는 건, 의사 파업으로 인해 병원들이 아픈 환자를 내몰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과,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도 본인들의 특권을 내세우는 의사들의 태도이다.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열악한 처우 환경 속에서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 하나로 간호사 일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인데, 그들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하며 기사 하나 하나에 우는 듯 웃어 넘긴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명백한 의사 중심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술을 의사랑 간호사가 같이 해도, 인센티브는 의사에게만 돌아간다. 하루 종일 환자 옆에 붙어있는 건 간호사지만 잠깐 지나가듯 들른 의사의 처치나 처방만 인정해 주는 게 현 대한민국 의료계 시스템이다. 의사들이 억울하든, 정부가 억울하든 그건 두 집단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타 직종에 명백한 피해를 주면서 하는 집단행동이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인지 의문스럽다.   파업이 시작된다는 기사와 함께 쉬게 되었다며 좋아하는 전공의들을 눈앞에서 보았고, 간호사 동료들과는 눈만 마주치면 한숨을 푹 내쉬고 퇴사를 논하고 억울함을 매일 토로하며 마음의 병을 쌓아가고 있다. 큰 허탈감을 갖고 우리네는 또 병원의 멀티 로봇으로 하루하루 출근한다. 제발 이번엔 정부가 간호사들의 애타는 울음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며..
의료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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