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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검사출신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
대한민국 노조, 기업·공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윤대통령은 지난 12월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조 부패가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는 지난 12월에 일어난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하게 박차를 가한 이후로 계속되는 노조에 대한 탄압인데요. ‘노조 부패’를 언급하고 이후에 노조 회계를 투명화하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선 몇 가지 체크를 하고 싶네요. 여러분은 노조 부패가 대한민국 3대 부패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저는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기업과 공직부패만큼이나 부패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권력과 자본, 그리고 영향력이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대한민국 노조가 일반 기업만큼 부패할 수있을만큼 영향력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기업과 노조 간 횡령과 같은 부패의 스케일(?) 차이를 비교해 보기 위해 지난 12월 29일 프레시안에 보도된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수사기관에서 개별적으로 파악한 수천만 원 내지 수억 원가량의 노조 관련 횡령 범죄 사례를 지난 2년간 2건, 서울시에서 노조에 지원한 지원금의 경우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모두 4건의 부정 사용이 파악됐다고 합니다.  반면 ‘기업 부패’의 경우 최근 우리은행 사건의 경우 횡령액만 707억 원에 달하고, 올해 초의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의 경우 횡령, 배임액이 무려 2215억 원이라고 합니다. ‘공직 부패’ 역시 이상직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이사트항공에서 횡령, 배임한 것으로 법원에서 인정한 금액이 500억 원에 육박하고, 최근 사면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사건 횡령액은 252억 원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노조에 대한 국고지원금은 지원금액 전체가 10년간 346억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횡령으로 끼친 한 건의 손해액이 10년간 정부가 노조에 지원한 국고지원금의 두 배 가량 되는 것입니다. (출처 : 2022.12.29. 프레시안)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 ’노조 부패‘ 프레임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화물연대 파업 이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노동운동 탄압 조치입니다. 노동조합이 실제로 부패했는지, 어떤 비리와 부패 문제가 있는지 팩트와 자료를 위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부패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입니다. 앞서 노조 부패가 대한민국의 3대 부패라는 말에 실소를 머금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프레임은 결코 웃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노조 측은 이제 공인회계감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민 여론으로 하여금 ‘뭔가 켕기는 것이 있나’ 하는 의혹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공인회계감사를 받아들이면 난데없이 회계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하고 무수한 재정, 시간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등 결국 노조 활동이 위축될 것입니다. 돈과 관련된 문제이니 만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작은 건수 하나라도 크게 부풀려져 노동운동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요.  근본적으로 노조의 조합비 출처는 조합원입니다. 조합원들 간 회계 재정 운용이 공유되고 나의 조합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출처를 확인하고 조직 내 자체적 회계감사로 시스템화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노조 내 회계비리는 당연하게도 형사처벌의 영역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고 재발방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순리지요. 노조 자체적으로 회계 운영과  감사는 노조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노조가 부패했다’는 근거로 회계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직접 들여다보고 공인회계의 잣대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나 윤대통령에게 이러한 노조 운영의 회계시스템이 ’정말로‘ 문제적인지, 혹은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사실과 상관없이 문제가 있다고 규정하고, 그러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니 말입니다.  여성권리, 노동권, 그 다음 차례는 누구? 사실 이러한 노조 때리기는 예견된 문제였습니다. 임기 초기에는 ‘여성 인권 운동 때리기’에 혈안이었지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활용한 젠더갈라치기 전략으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노조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여성단체,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의 회계감사를 강행했습니다.  그렇다면 노조 회계 투명화를 요구하는 윤석열 대통령실 당사의 상황은 어떨까요? 공직자야  말로 권력과 연봉의 출처는 국민의 세금이지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과 운영비라면, 모든 내용을 국민에게 철저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합니다. 대통령실 재정, 장관과 의원들의 특수활동비 영역에도 똑같은 투명화화 공개 의지는 없는 것인지요. 윤석열정부의 이번 노조 때리기 행보를 보면서 의문이 듭니다. 이 정부는 다른 집단을 짓밟지 않고, 스스로 유능함을 증명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여성 인권 탄압, 언론 탄압, 노동운동 탄압을 거치지 않고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유능한 정권을 바라는 것은 저의 욕심일까요?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일 년 도 채 되지 않은 시점입니다. 약 4년을 더 현 정부와 지내야 하는데요, 그다음 ‘때리기’ 타겟은 누가 될까요. 부디 이번 정권을 무사히 견딜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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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지는 노동에도 윤리와 권리는 있다
길 위에서 안전하고 싶다는 권리로서의 안전운임제   올해 6월과 11월, 두 차례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이 정부의 강경 대응에 맞서다 끝내 막을 내렸습니다. 화물연대 총파업의 주요 논점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였는데요. 안전운임제란 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제’와 같이, 화물차 기사들의 최저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화물차 기사들이 낮은 운임 때문에 과로, 과적, 과속의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2020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화물 운송은 화물의 주인인 화주에서, 운송사, 화물차주 즉 화물 기사까지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 속에서 돌아갑니다. 먼저 화주는 운송사에 화물 운송을 의뢰하며 운송료를 지불합니다. 운송사는 받은 운송료에서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이후 운송사는 화물 기사에게 화물 운송을 맡기며 남은 운송료를 운임으로 지급합니다. 다시 말해 화주가 처음 지급하는 운송료가 하청 단계를 거치며 줄어들어 결국 화물 기사의 몫으로 떨어지는 운임이 적어지는 것이지요.(경향신문. 22.12.05.) 또 많은 경우 화물 기사는 계약서상 화주와 운송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간접 고용된 개인사업자 혹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되곤 합니다. 이때 화물 기사는 노동자가 갖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더하여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화물 기사는 스스로 화물차와 기름값을 마련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운임을 받으며 매달 고정된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한겨레, 22.12.08.) 따라서 화물 기사들은 적은 운임으로 적정 수익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이, 더 빨리 화물을 옮기다 보니 길 위에서의 위험에 쉽게 노출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적용 품목을 확대하길 요구한 것입니다.   제도 밖으로 내몰리는 위험, ‘위험의 외주화’ 물론 우리 사회 속 다방면의 산업에서 위험의 소지는 항상 있어왔습니다. 특히 1960년대부터 한국 사회가 고도 성장을 거치며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체가 등장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생산과 효율이 우선되던 당시 분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뒤로 밀려나곤 했습니다. 이후 한국 산업의 안전 및 보건 수준이 크게 향상되어 산업재해율이 꾸준히 낮아져 1995년에는 0.99%로 나타났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의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했습니다.(DBR, 22.03.) 경제침체 앞에서 대규모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노동의 유연화’가 진행되었고, 그에 따라 기피되는 노동은 보다 불안정한 위치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원·하청 이중구조가 만연해졌습니다. 학자들은 위험이 예상되는 노동을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떠넘기는 현상을 ‘위험의 외주화’라고 일컫기도 합니다.(문화과학, 2021) 위험의 외주화는 화물 운송 사례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지난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군’은 서울메트로 소속이 아니라 스크린도어 외주 업체 노동자였습니다. 또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김용균 역시 서부발전본부 소속이 아닌 연료운전 외주 업체 노동자였습니다. 2021년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 택배, 제조업 분야에서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한 9개 회사에서 2016년부터 2020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82.5%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시사저널, 21.02.22.)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업재해를 방지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올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유사한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하여 위험의 외주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욱 복잡한 현상을 보입니다.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디지털 인프라 확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성화했고, 산업을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형태도 변화한 것인데요. 플랫폼을 통한 노동시장은 대개 플랫폼이 소비자와 노동자 사이를 중개하며, 노동자는 연결된 노동을 수행하는 형태로 구성됩니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형성된 노동시장 때문에 노동 시간, 환경, 임금에 적절한 기준을 세울 법과 제도가 부재한 상태이고, 많은 경우 화물 기사와 같이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각자도생하도록 합니다. 그에 따라 점차 확장되는 플랫폼 노동이 더욱 안전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노동시장과 산업재해에 대한 개념을 다시금 정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민주주의 이슈와 전망, 2018) 쪼개지는 노동에도 윤리와 권리는 있다 사실 위험의 외주화를 둘러싼 이야기는 이전부터 수면 위로 떠 올랐던 주제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매일 같이 산업재해가 일어나고 있고, 이를 나타내는 산업재해율도 오랜 시간 큰 진척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곧 아직까지 노동자의 안전과 위험은 산업 성장, 효율, 그리고 자본 앞에서 부수적인 피해일뿐,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현실을 뜻합니다.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오늘날 발생하는 위험의 외주화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위험’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을 보호해줄 법과 제도가 부재한 노동자, 산업의 수직 구조 맨 밑에 위치한 노동자, 불안정하기에 더 많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는 단지 노동의 정도가 가중되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권한에 있어서 중층적인 배제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재해 예방 및 보상과 관련된 법과 제도적 장치가 있다는 것은 노동자와 위험이 공적으로 인정받는 기제가 되며, 반대의 경우는 노동자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됩니다. 따라서 그는 더이상 산업에서 나타나는 위험은 기계 장치와 인간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부재 사이에서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문화과학, 2021) 우리 사회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오래된 말을 교묘하게 피해 법과 제도에 적용되지 않는 위험한 노동시장을 양산하며 산업을 지탱할 노동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직 산업의 발전을 위해 쪼개지는 노동시장에서는 당연하게도 사회적 윤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노동자가 안전할 권리는 정부와 국가가 수행해야 할 과제입니다. 근로기준법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도, 한국이 가입한 국제노동기구의 노동기본권에서도 채택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국가는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취약한 노동에도 동등한 권리가 주어질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법과 제도를 확장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와 정부의 해묵은 과제는 불법 딱지와 같은 일방적인 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해에는 눈앞에 놓인 문제를 깊이 관철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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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동시간 논의에 대하여: 모욕감을 주는 정치
서기 2000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간 우리는 로켓트타고 멀리 저 별 사이로 날으리 그때는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 그대가 부르는 노래소리 이세상을 수 놓으리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그날이 오면은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행복해 다가오는 서기 2000년은 모든 꿈이 이뤄지는 해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행복한 그날을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기다려 서기 2000년이 오면 더욱더 편리한 시대 그대의 즐거운 모습 나는 그 어디서나 보리라 그때는 가난도 없고 저마다 행복한 마음 우리가 부르는 노래소리 이세상을 수 놓으리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그날이 오면은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행복해 다가오는 서기 2000년은 모든 꿈이 이뤄지는 해 <서기 2000년> 노래: 민해경, 작사: 박건우, 1982년 노래 2021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 깔려있는 기본 정서를 저는 반사회적 범죄주의, 쉬운 말로 사이코패시즘(Psychopathism)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생각이 그런 후보를 대선판으로 불러들였고,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에게 모욕감을 주자 이제 와서 자기가 윤석열을 뽑은 것은 자기 탓이 아니라 다른 사람 누구누구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모두 반사회적인 정서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양주(楊朱)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세상에는 죽느니만 못한 삶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바르지 못한 일을 당하고 괴롭고 혐오스러운 것을 계속해서 보고 들어야 하는 삶은 그것을 모르느니만 못한데, 그런 것을 모른다는 것은 우리의 인지작용이 멈추어야 가능한 것이고, 우리의 인지작용이 멈춘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므로, 이 세상에는 죽음보다 못한 삶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썩은 쥐고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요,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상한 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 핍박받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嗜肉者,非腐鼠之謂也;嗜酒者,非敗酒之謂也;尊生者,非迫生之謂也。(『여씨춘추』「귀생(貴生)」中)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 삶이면 너무나 좋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원치 않는 것과 뜻하지 않는 것을 피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은 어떠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해 마지않던 새천년이 20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대통령의 노동시간론 지난 2022년 8월 3일, 빠띠에서는 <주4일제 도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설문을 진행한 적 있었습니다. (캠페인즈 투표) 주4일제를 놓고 토론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정부는 노동시간 연장과 주휴수당 폐지를 거론합니다. 2022년 12월 20일,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국회를 향해 올해 종료 예정인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를 계속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추 장관은 주52시간 노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603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은 급격한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추가연장근로제도에 기대어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  "추가연장근로제도가 일몰 종료된다면 취약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감내할 고통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조선산업과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IT 분야에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막대한 고통도 우려된다. 최대 52시간의 근로수입만으로 생계를 담보할 수 없어 이탈하거나 투잡으로 내몰리는 근로자도 속출할 것이다. 특히 중소조선업 등 특근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급격한 소득 하락, 삶의 질 저하의 부작용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근로자들부터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2022.12.20.)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 노동시간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이미 있었습니다. 후보 시절에는 120시간 노동을 이야기했고, 인수위 시절에는 주52시간을 유연화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며 (이데일리.2022.04.18.) 당선 이후 6월에는 고용노동부에서 노동시간을 주단위에서 월단위로 바꾸자는 이야기를 했었죠 (SBS.2022.06.23.).  이제 우리는 주4일제는 커녕, 지금 가진 한줌의 권리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지만 어쨌든 발전을 향해 간다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지금의 후퇴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모든 정권마다 다 나름의 문제가 있었지만, 이 정도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정부가 또 있었는지, 이렇게 국민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정부가 있었는지요.  농민들에게 수입 농산물을 선물로 주고 (굿모닝충청.2022.12.18.), 자기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하사품을 내리는 정부(서울신문.2022.12.20.). 탄핵이다 뭐다, 1찍이냐 2찍이냐 이야기 하기 전에 우리는 왜 이런 사람을 선출하였나 라는 반성부터 해야할 것입니다. 본인에게 사이코패시즘이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노동 지난 8월, 서울에 있었던 대규모 폭우로 인해 강남을 비롯한 서울 일부가 완전히 물에 잠기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던 그 때, 대통령은 자기 집에 있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자택에서 보고를 받고 대응을 했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대통령실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애초에 비상상황에 대통령이 집, 그것도 민간 아파트에 앉아서 전화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요. 또, 호우 피해가 조금씩 드러나던 8월 8일 오후에 자기 집으로 퇴근을 했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가고요.  "내가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부산일보.2022.08.09.) 심지어 자신의 퇴근을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국군 장병들을 동원해 자신의 퇴근길을 손보게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2022.09.30.) (한겨레21.2022.08.12.) 8월 3일, 미국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방한 했을 때 자신은 휴가중이라는 이유로 만나지 않았고요(프레시안.2022.08.29.), 빵을 사거나 술을 마시기 위해, 지방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경호인력을 동원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문명을 건설했고, 노동을 통해 수많은 가치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노동을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노동은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피지배자이고 자유를 빼앗겼음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노동은 노동일 뿐입니다. 그 자체로 악도 선도 아닌 것입니다. 결국 노동이 신성하다는 것 또한 하나의 프로파간다인 것입니다.  대통령이 노조의 파업이나 노동시간의 증가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은 자기와 자기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인간들을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만 여기며 노동자들이 노동의 신성함을 알지 못하고 감히 불성실을 꾀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하지만 당장 대통령 본인부터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는 그가 불성실한 노동자라는 것을 많은 곳에서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회사에서 저렇게 일하면 해고당하기 쉽습니다. 본인의 불성실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아직 유해도 발견하지 못하고 30명의 실종자를 그대로 둔 채 (한경.2006.04.03.) 역대 최악의 재해 장소, 발견될지도 모를 시신 위에 세워진 아파트에 살면서, 노조의 파업을 북핵과 동급이라고 말하는 대통령과 (경향신문.2022.12.05.) 그를 뽑은 사람들. 그리고 나는 그를 뽑지 않았다며 다시 탄핵을 외치는 사람들. 그 어디에도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은 없습니다.  제가 지금의 정치를 보며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는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이 벌이는 망령된 언행과 눈에 뻔하게 보이는 비리의 흔적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기가 살아온 세월만큼 이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고 있는 저를 가리키며 너는 얼마나 사회에 기여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세상을 이 정도로 밖에 만들지 못한 죄책감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매일 저녁 듭니다. 번외: 그의 어록들 “부정식품이라 그러면은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된다 이거야... 이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 (위생) 단속은 별로 가벌성이 높지도 않고 안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인제 소위 공권력의 발동을 막는 데에 많이 써먹었습니다.” (매일경제.2021.07.19. 21:10 부터) “집도 생필품이어서 세금을 과세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머니에스.2021.08.04.)  "사람이 이렇게 손발 노동으로, 그렇게 해 가지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이제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 (뉴시스.2021.09.16.)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를 못합니다.” (한겨레.2021.12.22.) “한국 국민,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하고 중국 청년들도 대부분 한국을 싫어한다.” (YTN.2021.12.28.) "나라가 없으면 국민이 있겠습니까?" (부산일보.2021.12.31.)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우리말로)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다" (오마이뉴스.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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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속 인간 노동, '미세 노동'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보이지 않는 노동, ‘미세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은 (제 기준으로)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랍니다. (영어, 전문용어가 다소 등장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엔 어렵지 않습니다!) 현대 노동 방식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 디자인 노동, 연구 노동, 돌봄 노동 등. 과거에는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노동들이 우리의 일상의 기반이 됩니다.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가장 큰 영향력은 ‘기계화’와 ‘자동화’입니다. 실제로 카페와 음식점에서 키오스크가 주문을 대신 받고 무인로봇이 서빙을 하는 풍경을 심심찮게 마주합니다. 또한 AI와 같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대 플랫폼 기업은 성장을 멈출 줄 모릅니다.  기계화와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 일상에 많은 편의를 가져다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편의는 누군가의 노동에 기반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가져다주는 편의 또한 마찬가지지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노동을 흔히 플랫폼 노동이라고 부릅니다. 플랫폼 노동에는 두 가지 노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크라우드 워크와 플랫폼 서비스 노동입니다. 플랫폼 서비스 노동 중 대표적인 노동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대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이지요. 배달의민족은 가게와 라이더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반면, 크라우드워크는 조금 생소합니다. 말 그대로 ‘많은 인원이 매달려서 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위해 공장 라인별로 노동자들이 달려들어 누군가는 눈을 꿰매고 누군가는 솜을 끼우는 일을 하지요. 이제는 온라인 기반에서 이러한 노동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수행해야 하는 노동을 쪼개고 쪼개 ‘미세 노동’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미세 노동은 대표적으로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미케니컬 터크 (Mechanical Turk - MKturk)’ 서비스가 있습니다. 미케니컬 터크란, 1769년에 만든 체스 대전 로봇의 이름입니다. 1700년대에 체스 로봇이 인간을 상대하면서 무패의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미케니컬 터크 로봇 속에는 ‘체스 명인’이 숨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기계와 대적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기계 속에 숨어있는 사람과 체스 게임을 둔 것이었습니다. 미케니컬 터크 기계 모습 아마존은 이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아웃소싱 플랫폼을 창안합니다. 자동화와 AI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아마존의 미케니컬 터크 페이지에서 기업이 업무를 고시하면 불특정 다수의 노동자가 참여합니다. 아무런 국적도 배경도 없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작업을 수행합니다. 주로 대량의 데이터를 정교한 노동으로 처리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IT업체가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테스크를 아웃소싱합니다. 인공지능이 고양이를 알아보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수백만 장의 고양이 사진을 컴퓨터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이때 수백만 장의 사진을 보며 어느 사진에 고양이가 있고 어느 사진에 고양이가 없는지 라벨을 붙이는 작업이 미케니컬 터크에서 아웃소싱하는 테스크입니다.   아래 사진은 인간 언어를 이해,학습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만드는 연구소의 소개 페이지와 해당 기업에서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에 고시한 업무 내용입니다. 컴퓨터가 인간언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노동자가 무수한 인간언어를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는 일입니다.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보수는 건별 25센트, 한화로 약 250원 정도입니다. 약 400개의 문장을 완성하면 한국 돈으로 1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왼쪽은 자동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홈페이지, 오른쪽은 아마존 메케니컬 터크에 고시된 업무 내용)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자와 계약 관계로 맺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 연금과 같은 지출비용을 처리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자는 노동을 수행하더라도 임금 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미세 노동에서 주어지는 업무는 평균적으로 시간당 2,000원도 안 될 정도로 저조합니다. 노동의 질은 낮아지지만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플랫폼으로 맺어진 노동관계는 계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극단적인 저임금, 낮은 질의 노동을 수행하지만 시간당 2,000원의 임금을 얻기도 힘듭니다. 분명히 노동을 수행하지만, 이들은 노동자 지위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 페이지에 고시된 업무 목록들) 미세 노동과 같은 노동의 세분화는 노동의 질 하락을 야기합니다. 단순노동을 반복하고 제대로 된 노동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데 이러한 노동을 생계로 삼는 이들은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확대되면서 플랫폼 시장의 규모 또한 확대되는데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을 복지가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자동화 시스템과 기술을 발전은 사실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력의 착취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한 번 실현된 기술은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더 빠르고 더 자동화된 시스템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노동권을 보장해줄 제도도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할 일입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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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파업은 불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는 스스로 옥쇄를 만들고 자기 발로 들어가 50일 넘게 파업했다. 결국 노사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2022년 8월 26일, 대우조선은 파업을 이유로 노조에 47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연합뉴스TV 2022.10.3). 6월에는 하이트진로도 화물연대 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화물운수노조 기사를 상대로 27억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월에는 CJ 대한통운이 파업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20억 원의 손배소를… 노조의 파업으로 사용자 측이 손해를 입었으니 그에 대한 배상을 파업 당사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표면적으로 손해를 메우는 것 이외에도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노조의 파업을 단순히 부당한 것, 불법인 것으로 몰아가고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금액을 뒤집어 씌움으로써 노동자/노조에 대한 기업의 막강한 지배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모든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고 노조를 탈퇴하는 경우에는 소 취하를 계속 해주는” 방식(연합뉴스TV 2022.10.3). 그리고 그동안 이 과시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어 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최근 이와 같은 사용자, 그러니까 기업의 “손배소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알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 손배소 소송을 걸었고, 법원이 이에 47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한 시민은 이에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는 의미로 한 언론사에 4만 7천 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냈고, 뒤이어 많은 독자들이 이에 합류했다. 아름다운재단이 맡게 된 이 모금 행렬은 14억 7천만 원을 달성했다. 사실 이 노란봉투법은 2015년에 처음 발의된 이후로 두 번,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지만 연달아 폐기되었고,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화두에 올랐다.     당연히 경영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상이하다. 경영계를 감싸는 여당 또한 여기에 함께 반발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단언했다(매일노동뉴스 2022.7.20).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란봉투법이 제정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잃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노동계는 이것이 노동3권(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세 가지의 기본권으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있다(네이버지식백과))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는 하청업체의 경영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결국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인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하므로,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파업’이 유일한 것이 현실이다(MBC뉴스 2022.10.1). 원청과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노란봉투법이 제정된다면, ‘사용자’에는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원청 또한 포함되어 원청은 스스로 파업에 대해서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발뺌할 수 없고, 법의 적용으로 무분별한 손배소 제기 등을 제한당한다. 경영계는 ‘불법’파업에 대한 유일한 대응수단이 손배소라고 주장하고, 또한 “회사의 손해배상소송 청구는 실제로 법적인 책임을 물어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의미보다는 노조의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번지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애초에 교섭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파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정부 중재 없이 기업이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손배소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장(MoneyS 2022.10.2)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중재에 나서지 않는가?    이미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한 합법파업에의 경로는 노동자들에게 너무나도 복잡하다.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선 안” 되고, 이 “파업 목적은 근로조건 향상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임금/근로조건 사항을 놓고 충실한 협상을 했는데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에만 파업할 수 있다.”(매일노동뉴스 2022.7.20).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가 이야기했던 노조의 파업은 모두 불법파업이었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다시 근원적 차원으로 되돌아가서,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어떻게 ‘충실’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법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중재란 과연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하는가?   해우법률사무소 권영국 변호사는 “큰 손실을 끼쳐서 불법이라는 표현도 하는데, 원래 파업/쟁의행위라는 것은 업무의 정상적 행위로 손실을 수인하는 것이고, 손실이 많이 난다고 불법은 아닌데 그런 식으로 몰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윤효원도 이러한 관행에 대해 “쟁의행위에 형법이나 민법을 적용해 사실상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매일노동뉴스 2022.10.3). 정부는 중재가 아닌 “쟁의행위를…진압”(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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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선 1호 과제로 검토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57만표를 획득하여 1위를 차지했으나, 결국 ‘어뷰징(반복 행위를 통해 클릭수를 조작하는 것)’ 논란이 일면서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모두가 알고 있듯 핵심적인 논란의 발원은 다른 데 있다. 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매우 거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논란거리가 되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존속 여부와 관련하여  “지금 당장 제도를 변경하거나 이런 것 없이 현행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특히 소상공인 의견을 많이 경청하겠다”고 밝혔다(최상목 경제수석 브리핑). 이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업”이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영업시간 제한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도입”(중앙일보 2022.8.1)된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발언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했던 커다란 두 축 중에 하나인 노동계의 입장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윤석열 정부가 당사자와의 대화나 의견수렴도 없이 역린을 건드렸다”고 직접적으로 꼬집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현행 제도 유지가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대화’나 협상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2012년에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의무로 부여한 이유 중 하나는 “마트 노동자들의 신체적 건강과 일/삶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했다(아주경제 2022.8.25).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휴일은 의무휴업일인 이틀을 빼고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일이 많다. 주말의 경우 매출이 평일보다 높기 때문에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고, 연휴는 거의 없다시피 할 뿐만 아니라 명절 때도 마트가 영업하지 않는 당일을 빼고는 근무를 독촉한다. 마트가 영업을 종료하는 자정 직전까지는 매장을 비워둘 수 없다. 게다가 마트에 입점해 있는 개별 매장은 이중으로 휴일을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노동자 중 대부분이 중장년층, 그 중에서도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문제적이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협상력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휴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휴일이 없어 유동적인 스케줄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이러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자 하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불안정한 노동의 문제가 안건에서 배제되어 왔던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유독 노동의제가 적었던 이번 대선을 지나 왔고 그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소상공인의 보호 구도이지(혹은 간혹 대형마트, 대기업의 횡포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휴식권은 여전히 아득한 뒷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 이슈는 어떤 충돌 구도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차원에서 재고찰되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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