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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5주기'와 대법원 : 일은 시켰는데 고용관계가 아니라고요?
(사진 : 언스플레시) 2018년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24살 김용균 씨가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습니다. 사건 관련, 검찰은 수사를 진행한 뒤 2020년 8월 원청인 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법인과 사장 등을 김용균씨 사망 사고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 판결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 무죄*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재판부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연평균 9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대부분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인 점 / 컨베이어 벨트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수차례 발생한 점 / 한국서부발전이 컨베이어 벨트를 비롯 모든 설비를 소유하고 운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점 / 한국서부발전이 한국발전기술 작업 인원에 관여하고, 안전 회의를 통해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에게 직접 작업 지시를 하는 등 관리 및 감독한 것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소속 노동자들 사이 실질적 고용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서부발전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라고 볼 수 없어 한국서부발전이 노동자 사망으로 인한 법 위반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점검 작업을 시행할 때 컨베이어 벨트 운전을 정지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인정된다며 판결했습니다.  즉,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사고가 많이 났어도, 서부발전이 설비들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와 운영권을 가지고 있어도,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려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서부발전 책임자 및 법인은 법 위반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업무 지시까지 내리는 상황에 고용관계가 아니라 사람이 사망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책임 없는데 업무지시를 내릴 권한은 어디 있는 건지, 이해하기 불가능합니다. 이에, 유족은 서부발전과 하청 노동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실질적인 고용관계에 있다는 의견서를 항소심에서 냈습니다. 2심 판결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 무죄*한국서부발전 법인 무죄 선고*한국서부발전 안전보건 총괄책임자 권유환 전 태안발전본부장 무죄 선고*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한국발전기술 법인 벌금 1200만 원으로 선고*태안발전본부 직원 2명에게 선고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700만 원 원심 판결이 무죄 선고 재판부는 서부발전의 한국발전기술에 대한 구체적 지시 및 감독 행위는 용역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급인으로서의 일반적 지시권에 기초한 권한 행사에 해당한다며 근로의 실질 종속 고용관계는 그 의미를 달리해 반드시 동일하게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용역계약의 목적은 부여하고 부여받은 서로의 일을 다 마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을 해야 합니다. 노동에는 구체적 지시와 감독 행위가 수반되는 것이고요. 계약서에 고용관계로 적시되지 않아도 지금과 같은 관계라면 실질적 종속 고용관계라고 부르는 게 합리적입니다. 그렇게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재판부의 판결이 1차원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가 구체적 설비의 형태나 작업 방식이 다른 컨베이어 벨트에 대해 사고 예방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즉,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에 대해서 재판부는 산업재해 사고 재발방지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위험성을 알면서 사고가 발생하게끔 고의로 방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의든 아니든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한 것을 보통 ‘직무유기’라고 합니다. 재판부는 다르게 생각하나 봅니다. 대법원 판결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 무죄 선고*한국서부발전 법인의 무죄 선고*한국서부발전 안전보건 총괄책임자 권유환 전 태안발전본부장 무죄*한국서부발전 관계자 6명 금고형의 집행유예*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형량 결정*한국발전기술 관계자 5명 벌금형, 금고형의 집행유예|*한국발전기술 법인 벌금 1200만 원 확정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에 대해 “원심 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죄의 사업주·고의·안전조치의무 위반·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말이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 내려진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진 사건입니다. 책임자 처벌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책임자들에 무죄 판결이 내려지며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법적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 질까요?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한 기분입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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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사건화, 끝나지 않는 노동자 죽음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또 한 명이 죽었다. 6일 오전, 금속노조 사업장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기자가 다급하게 물어왔다. 뉴스가 나오기 전이었다. “또 하청인가요?” 사건에 대한 팩트를 확인하고 취재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필자이기에 노동조합 내부적으로 사안을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외부업체인데 하청이라 봐야죠. 10미터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대응 중인 금속노조 충남지부 간부의 설명을 들었다. “또 하청” 기자의 예상은 늘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곧 뉴스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외주업체 직원 추락사” “현대제철, 깊은 애도 표해” 따위의 제목이 빠르게도 통일됐다. 현대제철 측은 “향후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 및 안전 점검을 최우선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말을 언론에 남겼다. 중대재해 사망 기사에서 한결같이 마지막 문장을 채운 말이었다. 말은 무색하게 통용됐다. 언론은 빠른 단신 처리로 적당한 조회수, 트래픽을 챙겨갈 것이다. ‘왜’라는 질문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사건으로 치부되고 후속 보도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후에 노동조합이 사고의 근본 원인을 찾고 책임을 묻는 항의에 나설 경우 그때는 언론 입장에서 ‘기사의 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감히 광고주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한국에선 매일 두 명이 퇴근하지 못한다. 오늘 두 명, 내일도 두 명 더, 그렇게 지난해 사고 사망으로 88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고 포함 산재 사망자는 2022년 2,062명에 달한다. 한국의 사망만인율은 0.43퍼밀리아로 OECD 국가 중 34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있다. 모두가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라 한국이란 사회를 치켜세우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노동자가 죽는 사회에 대해선 침묵한다. 침묵의 배경에는 ‘서사의 사건화’가 있다. 사라진 한 사람의 세계를 기억하는 것은 서사에 집중하는 일이다. 공동체가 하나의 서사에 집착할 때 그 서사는 집단의 문제로 부상하고 구조에 접근하는 지름길을 개척한다. 그렇지 않고 서사가 사건으로 그칠 때 공동체는 뉴스 소비자의 입장에서 반응을 내는 것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사건화가 방관자를 양산하는 셈이다. 계속되는 서사의 사건화로 우리 모두 ‘다른 이의 죽음’에 무감각해진다. 그 결과 ‘책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무지’는 더욱 커져만 간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쏘아올린 공 지난해 산재 사망자가 2천 명을 넘지만, 우리가 아는 죽음은 극히 일부다. 대다수 사건화되고 이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극히 일부 사례가 세간에 알려지고 사망한 노동자, 그 유족에 대한 서사가 대중에게 전달된다. 대중 전달 과정의 첫발은 유족, 동료의 투쟁이다. 죽지 않아도 될 목숨이었다고, 죽음의 책임은 기업에 있다고 주장하고 싸움에 나설 때 이슈는 출발한다. 5년 전 이맘때 길고 길었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투쟁이 그렇게 시작됐다. 유족이 처음 취재진 앞에 등장했을 때 필자는 현장에 있었다. 유족도, 노조 관계자도, 취재진도 모두 울음바다였다. 모두의 머릿속은 참담한 사고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자회견 진행은 불안정한 호흡에 따라 천천히 진행됐다. 적막 속에 넘어가는 사고 현장과 원인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에는 구조가 담겼다. 작동했어야 할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2인 1조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원청은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노동자들의 현장 개선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죽음의 외주화’라는 구조는 그렇게 이슈를 폭발시켰다. 원인이 없는 죽음은 없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그 선택을 내리게 된 배경은 존재한다.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은 구조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구조적 특징으로는 하청, 외주화, 비정규직, 50인 미만 사업장이란 특징이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고사망자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은 70%에 달한다. 또 사고사망자 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노동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화되고 환경이 불안정할수록 죽음의 문턱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주변으로 밀려날수록 임금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위험한 환경까지 감수해야 하는 사회의 구조는 양극화를 강화했다. 그렇게 자본과 정부는 죽음의 외주화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는 것을 포함해 현장 안전 등 각종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고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 원청의 책임을 희석했다. 하지만 진실은 감출 수 없는 법.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의 싸움은 고인의 죽음의 원인과 구조를 드러냈다. 구조가 드러나자 곧 책임이 떠올랐다. 고 김용균을 비롯한 노동자의 죽음에는 원청의 책임이 컸다. 사회와 사법부 등 당국이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고 안전 문제를 개선해야 비로소 노동자가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원청 책임’ 네 글자를 들고 유족과 동료 노동자들이 국회로, 청와대로, 광장으로 나섰다. 곡기를 끊으면서까지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시민들은 SNS에서 ‘그 쇳물 쓰지 마라’ 노래 부르기 챌린지로 화답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쏘아올린 공은 3년이 지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발돋움했다. ‘서사 말하기’가 사그라들자 거꾸로 간 시간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원청 책임’이다. 원청에 일터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 의무를 부여하고, 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시 원청 사용자,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것이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법 처벌의 전제는 사용자의 ‘안전 의무’에 있는데 정치권과 언론은 ‘처벌’에만 집중했다. 마치 죄 없는 기업가들이 ‘툭’ 하면 구속되고, 그 까닭으로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말했다. 안전과 책임은 다시 경제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존재로 전락했다. 기업가들은 ‘잠재적 피해자’, 약자의 위치로 옮겨갔고 이내 생명과 안전의 시간은 거꾸로 갔다. ‘e편한세상’ 건설사로 유명한 DL이앤씨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이후 지금까지 8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숨졌다. 지난 8월 목숨을 잃은 고 강보경 씨의 모친은 DL이앤씨 본사가 있는 서대문역 사거리 도심 한복판에서 상복을 입고 아들의 영정을 들었다. 필자도 사거리에서 원청이 사과하고 책임지라는 피켓을 들었다. 대기업이 밀집한 주요 도심에서 수많은 인파가 점심시간에 쏟아져 나왔다. 강남대로 한복판 못지않은 유동 인구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시민은 흘깃 보고서는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무관심 속 강보경 씨의 이야기는 외롭게만 울려 퍼졌다. 만약 더 많은 이가 강보경의 서사에 집중하고, 또 많은 이가 유족의 곁에 함께 서 있었다면 생명과 안전의 시간은 더디게라도 흘러가지 않았을까. 지난 3일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은 또 유예됐다. 대법원은 7일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에 대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 무죄를 선고했다. ‘죽음에 대해 책임 묻기’는 다시 멀어져 간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떠나간 이들의 서사를 다시 좇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죽은 이는 말이 없다. 그들의 말을 꺼내는 자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다. 그래서 죽지 말았어야 할 이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우리다. 그 이야기가 빠지고 덩그러니 영정만 남는다면 책임에 대한 사회의 무지는 걷히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일터에서의 죽음은 반복될 것이다. 차츰 나의 주변 영역으로 파고들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시, 죽음을 감각하기 위해 모든 이의 서사를 쉬지 않고 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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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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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안전] 수많은 ‘이름에게’
#1 그는 영화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이었기에 고등학교 방학 기간에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 노동을 했고, 취업을 위해 진로도 변경했습니다. 이 청년은 언제나 성실했지만 여느 20대가 겪는 것처럼 취업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원했던 일자리는 아니었지만 2018년 9월 화력발전소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경험을 쌓아 더 안정적인 일자리로 옮기길 꿈꿨습니다. 첫 월급으로 엄마가 평소에 즐겨 먹고, 쓰던 비타민, 보습크림, 홍삼을 사오는 살가운 아들이기도 했습니다. #2 그는 엄마가 해준 시금치 나물을 좋아했습니다. 누나들과 가족을 참 아꼈습니다. 노래도 좋아하고, 기타 연주도 잘 했습니다. 수학을 특히 잘했던 그는 수학과로 진학해 성적 장학금을 받기도 했지만 취업을 위해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지 고민했습니다. 군대를 졸업한 후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시간이 남을 때마다 아버지가 일하던 평택항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일해서 번 돈으로 누나, 조카들에게 간식을 베풀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아빠는 핸드폰에 그의 번호를 ‘삶의 희망’으로 저장했습니다. #3 그는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했습니다. 그의 어릴 적 꿈은 배구선수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배구를 했지만 꿈을 향한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 배구부 내 학교폭력 피해를 겪었고, 배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돈을 벌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직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했고, 엄마는 그에게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 애완동물과를 추천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그는 한 대기업 통신사의 콜센터에 ‘실습생’으로 취직하게 됐습니다. 앞서 설명한 세 사람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때로는 현실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했고, 가족을 아끼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는, 내 주변 어딘가, 혹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느껴지시나요?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던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10일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했습니다.  엄마가 해준 시금치 나물을 좋아했던 물류기업 동방의 일용직 아르바이트 노동자 이선호 씨는 2021년 4월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습니다.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했던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엘비휴넷 노동자 홍수연 씨는 업무 중 지속적인 폭언을 듣고, 실적압박을 받은 뒤 2017년 1월 23일 섬진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세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고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앞의 이야기를 듣고 보시니 조금 다르게 느껴지시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산업재해 사고를 마주할 때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곤 합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다 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걸 자주 느낍니다. 이 습관은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 생겼는데요. 동갑내기였던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여러모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일하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 사실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건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부터였습니다. 김용균 노동자와 저는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득권은 언제나 상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를 마주하며 한편으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운이 좋게도 키보드와 모니터 앞에서 노동을 하고 있던 저는 상대적으로 안전했기 때문에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노동을 하는 김용균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해 고민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나는 상대적 기득권이어서 너무 쉽게 산업재해 문제를 외면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어떤 일터가 안전한 일터인지 묻는다면 정확한 답을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적어도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문장은 너무 당연하지만 한국에선 당연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너무 많은 노동자가 일하러 출근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멀쩡히 살아서 일하고 있는 우리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상대적 기득권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산업재해를 돈의 문제로 보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면 산업재해로 기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내 주변, 혹은 또 다른 내가 일하다 죽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돈을 이유로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을 외면한다면 김용균, 이선호, 홍수연과 같은 또 다른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이름이 어쩌면 나 혹은 당신의 이름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수많은 이름이 헛되지 않도록 저는 잊고 싶지 않은 일이나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서 음악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특정한 가사를 들으면 장면이나 얼굴이 떠올라서 시계를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이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가수 아이유의 ‘이름에게’였습니다. TMI를 조금 풀자면 곡을 부른 아이유 씨는 2017년 콘서트에서 이 노래가 “어디에 살고, 무슨 직업을 가졌고 이런 조건 없이 어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하는 위로 같은 곡”,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잘 골라서 사람으로서 쓰고 사람으로서 부른 곡”이라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 곡은 아이유 씨가 조금 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창에 집중하기 위해 가사를 작사가 김이나 씨에게 부탁한 노래이기도 한데요. 저는 12월 언저리가 되거나 산업재해 사고 소식을 볼 때마다 이 곡을 항상 떠올립니다. 누군가에게 전하는 위로의 가사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다짐의 가사로 느껴지기도 해서요.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되새길 때도 찾아 듣곤 합니다. ‘김용균’, ‘이선호’, ‘홍수연’을 비롯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수많은 이름들이 헛되지 않도록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노래와 함께 산업재해 문제에 관심을 가져 기억해야 할 이름이 이제는 더 생기지 않길 바라며 곡의 마지막 가사를 공유합니다. 수 없이 잃었던 춥고 모진 날 사이로 조용히 잊혀진 네 이름을 알아멈추지 않을게 몇 번이라도 외칠게 믿을 수 없도록 멀어도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참고자료 내 아들, 내 친구, 우리 모두의 김용균(한겨레21.2018.12.28) 정규직 전환 희망하던 평범한 청년의 죽음(발전산업신문.2018.12.12)  “일터엔 주인잃은 전공노트…꿈도 희망도 안전부재에 스러져”(한겨레.2021.05.09)  “우리 딸 수연이 죽음 때도 반짝 관심…‘다음 소희’ 더는 없어야”(한겨레.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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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추모5주기 특별기획전시 <유감>에 대해 말하다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5주기를 맞아, 특별기획전시 <유감>이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문래동 대안공간 이포에서 열렸습니다. 문화연대 사회예술네트워크 신유아 활동가가 전시를 준비하며 어떤 고민을 했고, 전시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유아HERE] 고 김용균 추모5주기 특별기획전시 유감(Regret):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다 고 김용균 추모5주기 특별기획전시 <유감>은 지난 11월 25일~12월 3일까지 문래동 대안공간 이포에서 진행되었다. 이 전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과 산재로 인한 죽음, 살아 남은이들의 추모와 앞으로도 계속 살아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기획했다. 기획은 3가지 형식과 내용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지난 2018년 12월 10일 태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상태점검을 하다 벨트와 롤러사이에 끼여 사망한 고 김용균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고 김용균의 유품과 그의 유품들이 의미하는 것들을 생각해 보는 공간이다. 전면에 설치한 두 장의 사진. 한 장의 사진은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에 이름도 없는 수천 명의 ‘00현장 00사고로 사망’ 이라는 기록속의 한 줄로 남았을지도 모를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려주었고 하청노동자, 불법파견, 차별, 원청의 책임회피등등 비정규직의 문제와 산재사망, 중대재해기업처벌이라는 사회적 숙제를 던져주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한 장의 사진은 고 김용균 추모1주기 때 김미숙어머니가 아들의 묘지 앞에서 발언하는 사진으로 어머니 삶의 변곡점이라 생각했다.  두 장의 사진 아래 고 김용균의 유품은 청년노동자의 피곤한 일상이 보인다. 사발면과 치약, 작업복과 슬리퍼, 켜지지 않는 작은 랜턴, 우산, 이어폰과 과자. 유품을 설치하던 중 작업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열쇠 하나가 새로 발견되었다. 열쇠에는 준혁 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함께 일하던 친구의 이름이다. 발전소에서 온 분들도 정확하게 용도를 알지 못했으나 벨브작업장으로 들어가는 출입문 열쇠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전시기간 중 고 김용균의 시신을 처음 발견했던 이인구님의 방문으로 이 열쇠의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 작은 열쇠는 컨베이어벨트를 운전시키기 위해 쓰이는 열쇠였고 벨트운전을 책임지던 사람이 준혁이라는 것이었다. 준혁은 고 김용균 사고이후 벨트 책임자로 자신을 자책하며 엄청 힘들어했다고 한다. ‘제가 벨트만 안 돌렸어도...’ 이인구님의 시간도 준혁의 시간도 함께 일한 모두의 시간도 멈춰버린듯하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김미숙 어머니가 소중하게 보관 중이던 자격증과 학생증 그리고 군번줄과 용균이가 직접 종이로 만든 절대반지도 공개했다. 절대반지는 2018년 당시 인기 있던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이 자신의 영혼과 권능을 녹여 만든 반지로 소유주에게 걸 맞는 능력을 부여한다. 아마도 청년노동자의 삶에 희망 같은 반지가 아니었을까. 그가 죽기 전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절대반지는 그가 죽은 뒤 집으로 배송되었고 어머니는 이 반지를 모란공원 그의 묘역에 함께 넣어주었다. 마지막 유품으로 손목시계가 있다. 산산이 부셔진 시계는 벨트에 낀 그의 모습을 연상시켜 보고 있는 것도 버거웠다. 김미숙어머니가 유품을 가져 오던 날 눈치 없는 나는 왜 이리 기운이 없어 보이냐 물어봤었다. 다시 꺼내 봐야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고 김용균의 공간 옆에는 김미숙 어머니의 시간이다. 아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투사가 되어버린 어머니가 지난 5년간 어떻게 싸워왔는지 연표로 정리하여 설치했다. 김용균재단이 만들어지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재판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어머니의 시간 옆에는 고 김용균의 죽음이후 산재로 사망한 이들을 아카이브형식으로 구성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름들을 중심으로 연도순으로 서술해 놓았고 그 아래 팬과 ‘당신이 기억하는 죽음을 남겨주세요’라는 메모를 써 두었다. 관람자들 중에 나의 오빠가 00년 0월0일에 어느 현장에서 일하다 죽었다며 기록을 남기기도 하고, 기록이 잘못되었다며 연도를 수정해 주기도 했다. 기획 의도는 좀 더 많은 이들이 산재로 죽어간 이들을 기억하고 서로가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을 공유하여 새롭게 아카이브 하는 것이었다. 고용노동부의 이름 없는 공식기록이 아닌 이름으로 불려 지는 죽음들을 기록하고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벽에는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에서 정리한 수천 명의 이름 없는 산재 사망내용을 2018년 고 김용균의 죽음이후 부터 현재까지 나열식으로 정리하여 설치했다. 이 많은 죽음 앞에 고용주와 회사의 처벌은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두 번째는 산재사망으로 고통 받는 가족들에게 또는 언론을 통해 회사와 고용주들은 어떠한지 묻는 나쁜 말들의 나열이다. ‘병 있는데 숨기고 입사했지?’ ‘재수 없게 여기서 죽었냐’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죽은 거다’ ‘위험한 현장이 아니다’ ‘작업자가 부주의해서 죽은 거다’ ‘하청업체가 시킨 일이다. 우리와는 상관없다’ ‘근로 여건이 열악하지 않다’ ‘업무요청을 한 것이지 업무지시를 한 것이 아니다’ ‘얼마 원하냐’ 등등 이 어이없는 말들이 죽음을 대하는 책임자들과 회사의 입장이다. 처음엔 발뺌하고 마지막엔 유감으로 정리되는 노동자의 죽음과 사용자의 태도에 분노의 시간이 되길 바라는 설치였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이런 쓰레기 같은 말들로 기분이 엉망이 되길 바라는 기획이었다.  세 번째는 노동자의 안전장치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안전물품이 노동자에게 진심 안전한 것인지. 그나마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안전물품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노동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노조에 요청하여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의 물품을 전달받았다. 처음 기획의도는 현장에서 사용하다 버리는 물품이나 쓰고 있는 물품과 노동복이었다. 하지만 보내온 물품들은 대부분 깨끗한 새것들이 많았고 노동복은 일부현장의 것뿐이었다. 직종별 보내준 물품의 수는 많았지만 노동현장을 그대로 구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복장을 입체화 시키려하니 마네킹등 사람의 형태를 구현할 도구가 필요했는데 이 또한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 기획을 바꾸고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작업장의 사진을 배경으로 하고 안전물품을 오브제형식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노동의 직종을 정리하여 사진가들에게 사진요청을 했다. 급하게 요청했음에도 빠르게 사진들이 도착했고 전달받은 사진들은 전시장 벽 싸이즈에 맞게 편집하고 안전물품인 오브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흑백으로 전환해야했다. 사진가들은 이 모든 걸 아무런 요구 없이 사용가능하도록 해주었다. 콜센터 노동자는 사진이 없다.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곳이라 일하는 사람조차 현장 사진을 편하게 찍을 수 없다고 한다. 항공승무원은 노동자의 편의를 위한 승무복이 아니라 보여지기 위한 복장으로 신축성이 전혀 없다. 산림청 산불진화복은 방염처리 되어있지만 방수처리가 안돼 물호스 작업을 하거나 헬리콥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온 몸이 젖은 상태로 진화작업을 한다. 자동차노동자는 하청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가 하는 일이 같다. 복장도 같다. 다만 하청노동자의 경우 로고가 다르다. 급식노동자의 장화는 물기있는 조리공간에서 미끄러지기쉽고, 택배노동자의 잠바는 한겨울을 버티기엔 역부족이다. 조리사는 조리장갑을 개인돈으로 장만해야한다. 건설노동자 또한 하청노동자의 경우 작업화등 안전장비를 개인이 장만해야한다. 노동자들은 안전장비의 불안전함을 쉼없이 이야기한다. 우리의 노동은 안전한가!   김용균 추모5주기 특별전시 유감(Regret)은 김용균재단에서 매년 추모주기에 진행하는 기획사업의 하나이다. 기록을 위해 글로 정리하다보니 서술과 감정이 뒤죽박죽이지만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보내주신 물품들을 모두 전시에 사용하지 못한 것에 미안하고 대안공간 이포 전시공간을 빌려주신 관장님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공간 구성과 작품 설치등 관장님과 상의 할 수 있어서 큰 의지가 됐다. 전시장이 문래동 철공소 골목 안에 위치해 노동의 소리까지 전달 할 수 있어서 기획의도가 한층 잘 드러날 수 있었다.  철공소 골목 전시공간이 보인다. 옥상에서 전시현수막을 설치하는 중 신유아 | 문화연대 사회예술네트워크 몸은 움직일 수 있을 때 아끼지 말자는 생각으로 최선의 노력으로 최소한의 것을 쟁취하고 싶은 문화활동가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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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는 기업, 더이상 숨겨선 안됩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를 당한 재해자의 수는 모두 13만 348명에 달합니다. 한국의 취업자 수가 대략 2800만 명이니, 일하는 사람 200명 중 한 명은 산업재해를 경험한 셈입니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874명, 산재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349명입니다. 모두 222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해당 통계가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된 경우에 한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숫자로 집계되지 않은 죽음 역시 적지 않을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산업재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 산업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위험 기업'인지 물어본다면, 막상 쉽게 떠오르는 이름이 많지는 않습니다. 산재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더라도 SPC, 대형 참사가 연달아 발생한 현대산업개발, 역시 잇따른 인명사고가 일어난 DL이앤씨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년 2천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위험 기업'은 두세 곳 정도에 불과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느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다가 어떤 산재 사고가 발생했고,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거나 다쳤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애초에 산업재해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공개 되더라도 찾아보기도 힘든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산재 발생 사업장, 공개는 하지만 한계가 많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매년 한 차례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을 공표합니다. 이는 '연간 2명 이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 '사망 만인율이 규모별같은 업종의 평균 사망만인율 이상인 사업장', '화재, 폭발, 위험물질 누출 등 중대산업사고가 발생한 사업장',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한 사업장', '산업재해 발생 보고를 자주 누락한 사업장' 등을 공개하는 제도입니다. 어느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일어났는지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을 통해 “사업주의 명예·신용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통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의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겠다는 취지인데요. 문제는 이러한 공표 제도가 그 취지에 걸맞지 않게 매우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2022년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 공표'(2022년 12월 28일 공개) 자료를 살펴보면 '연간 2명 이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은 17개(원청), 사망자는 47명입니다. '사망 만인율이 규모별같은 업종의 평균 사망만인율 이상인 사업장'은 모두 210개(원청), 사망자는 286명입니다. 이를 합치면 227개 사업장, 333명의 사망재해자가 공표 대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년 2000명이 넘는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공개 대상에서 빠지는 곳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공개하는 정보 역시 부실합니다. 업종, 규모, 원하청 사업장명, 사업장소재지, 사망자 수 등을 공개하는데, 몇월 몇일에 일어난 어떤 사고였는지, 그 원인은 무엇이고, 사업주가 어떤 안전보건 의무를 어겼는지 등의 정보는 전혀 알수가 없습니다. 공개 대상에서 빠지는 사각지대도 넓으니, 연구 목적이나 통계 자료로 활용하기도 어렵습니다. 공개 시점 역시 문제입니다. 2022년 12월 28일에 공개한 자료인데, 2020년~2021년에 일어난 사고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심지어 2017년에 일어난 사고의 내용이 뒤늦게 실려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고가 일어난지 한참 후에야 '뒷북 공개'가 이뤄지는 이유는 재판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이 확정된 후에야 공개 절차를 밟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고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는 2018년 12월 11일에 사망사고를 당했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이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으로 공표된 날짜는 3년이 넘게 지난 2021년 12월 29일입니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공표 날짜 역시 질질 끌리고, 결국 사고가 관심에서 멀어질 무렵이 되서야 슬며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한 구석에 올라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실 공개', '늦장 공개'는 공표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재 예방을 위한 정보 전달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많습니다. 최근 여러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산업재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구조적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산재 사망 사고는 제대로 보도되지 못하고, 단신 기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취재를 거부하고, 고용노동부 역시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입을 닫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쓰고 싶어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니 취재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어느 기업에서 어떤 사고가 벌어졌는지 언론사도 기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들이 '위험 기업'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적극적인 정보공개가 노동자를 지킨다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살펴볼 수 있는 ‘사망 및 재난조사 요약’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벌어진 산업안전 사고들의 사고 발생일, 사업장 명칭, 사고 장소, 사고의 원인과 상세 내용, 부상 정도 등의 정보는 물론이고, 사업체가 무슨 법을 위반했고 그로 인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등의 내용을 키워드 검색을 통해 쉽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사망사고나 이에 준하는 심각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체를 조사한 후 조사 결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합니다. 이런 보도자료에는 사업체에 대한 기본정보와 함께 사고의 경위, 법 위반 사항, 범칙금,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한 교훈 등을 담아, 언론사들이 제대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영국 보건안전청(HSE) 역시 보건안전법을 위반해 유죄가 결정된 사건들에 대해 사업체의 정보, 법 위반 사항, 구형 내용, 사고 기록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사고의 내용과 원인, 조사 결과, 예방을 위한 필요 조치 등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도 미국과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기사) OSHA나 HSE가 이렇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중대재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공개하고, 사고 내용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이유는 기업에서 어떤 산업재해가 일어나고 있는지 더 많이 알릴수록 사고를 더 예방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미국의 노동경제학자 매튜 존슨은 [수치심을 통한 규제 Regulation by Shaming]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어느 기업이 산업안전법을 위반했는지 밝히는 언론보도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어떤 사업장이 산업안전법을 위반했는지 알리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반경 5km 이내에 위치한 같은 업종 사업장의 법 위반 사항이 73%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웃한 사업장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노동자들부터 안전을 위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기 때문입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을 이끌었던 데이비스 마이클스 전 청장은 “문제를 알리는 보도자료 하나가 210번의 근로감독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말을 통해 정보공개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임을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중대재해 일어난 '위험 기업' 공개하라 정보공개센터는 지난해 12월 '일하다 죽지않을 직장찾기'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2017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5년 동안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데이터를 공유하고, 어느 기업에서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나 몇 명이나 사망자가 발생했는지 검색할 수 있는 웹사이트입니다.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들의 순위도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대우건설, DL대림산업(DL이앤씨), GS건설 등이 5년간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한 위험 기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에는 이 웹사이트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2022년 한 해 동안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명단’을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요,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이름이 '수사 및 재판에 관한 정보'이며 '공개될 경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이름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과 무관하게,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불과한데도 말입니다. 결국 정보공개센터는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에 나섰습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이름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또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개되어야 할 정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중대재해 기업의 이름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공개 판결을 요구하는 탄원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소송이 '위험 기업'의 이름을 밝히는 것을 넘어서, 정보공개가 산재 예방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법정에서 인정 받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고용노동부가 더이상 기업과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산재를 줄이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수 있길 바랍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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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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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놈입니다 근데 이제 비정규직을 곁들인...
캠페인즈 미디어를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어마무시하게 큰 방송국 사옥 어딘가의 사무실에, 평균보다 작은 몸(?)을 집어넣고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방송작가'이고, 솔직하게 말하면 '방송국놈' 쯤 됩니다.   ‘작가’란 칭호로 불리긴 하지만, 저는 늘 글 쓰는 일을 부끄러워합니다. 글재주가 없음은 물론, 방송작가란 직업은 수려하고 짜임새 있는 글을 쓰는 진짜 ‘작가’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에요. 다만,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곳의 일을 일러바칠 수는 있을 것 같아(?) 나를 골리고 간 친구의 행동을 담임선생님 앞에서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 아이의 마음으로 방송작가가 살아가는 법을 슬쩍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 제 직업을 (불가피하게) 이야기할 때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어요.   "그럼 연예인 많이 봐요?!"     굳이 답을 하자면 그렇습니다. 당연합니다. 방송국이니까요. 연예인들이 '일'을 하러 옵니다. 연예인들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보단 "아, 저 사람도 일하러 왔구나" 싶어요. 모든 분들이 그러하듯 회사는 저의 일터고, 그 곳이 방송국일 뿐입니다. 평범한 회사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지만, 결국 ‘방송국’이라는 이 환경과 장소가 특수한 상황을 만들어내긴 하더라고요. 방송작가의 고용 형태를 설명할 때면, 어느새 4년차(!)가 된 지금도 순간 눈을 굴리고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정도로 꽤나 애를 먹습니다.    -   회사는 하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형태의 일이 있는 이 곳의 직업들은 크게 '앞'과 '뒤'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의 대표적인 직업들은 흔히들 생각하시는 아나운서, 기자, 각 국의 국장들을 비롯한 데스크(최종 책임 라인)들입니다. ‘뒤’의 직업들은 ‘앞’직업들을 제외한 모든 직업입니다. 각 프로그램의 카메라 담당 스탭, 영상취재 담당 기자와 VJ, AD, 조연출, 디자이너, 편집자, 그리고 저를 비롯한 방송작가들 등등이요. 그리고 예상하셨듯, '앞'과 '뒤'의 기준은 '카메라'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카메라 앞보단 뒤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이들의 약 80%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이는 저의 체감상 수치이고, 자세한 수치는 알지 못하지만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의 비율이 그만큼 예상보다 많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   방송작가인 저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흔히들 방송작가면 방송국에 소속이 되어 정규직 형태로 일을 한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외주업체 같은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직원으로 일을 하는 방송작가가 아닌 이상, 방송작가의 90% 이상은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방송국의 특수한 상황들, 일하는 방식들을 생각하면 이러한 형태가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소수의 레귤러(정규•정기 편성)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프로그램 런칭과 폐지가 흔한 일이고요. 세월호 참사나 10.29 참사 등 사회적인 사건사고로 인해 뉴스 위주로 편성이 잡힐 때엔 준비된 프로그램들이 방송되지 못할 때도 있고요. 시기에 따라 며칠, 혹은 몇 주 방송되고 마는 특집성 프로그램(ex. 명절 특집, 창사 특집 등)과 프로젝트성 프로그램(ex. 선거방송)들도 있기에 '방송일'의 특성상, 변동성이 매우 크죠.   일하는 상황도, 사람도, 사람의 구성도 너무나 많이 변하기에 모든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엔 무리가 있지요. 때문에 몸 담는 회사가 같아도 계약 형태와 조건, 단위, 기간 등 모든 게 천차만별입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지 않은 보도국(뉴스) 프로그램의 작가들은 정규직인 것이냐 물으실 수도 있겠는데요. 대답부터 드리자면 아닙니다. 파일럿(테스트용)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어 레귤러 프로그램이 된다면 작가들은 정규직으로 다시 계약을 하게 되는 것일까요? 이것 역시 아닙니다.   -   글쎄요, 저도 방송작가로서 몇 해 째 살고 있지만 잘 모르겠어요.      보도국 작가들 역시 '방송작가'라서 그냥 비정규직이 된 것일까요? 레귤러 프로그램 작가들은 정규직인 본사 PD와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 똑같은 사무실에 앉아, 똑같이 일을 하고, 야근하며 머리를 쥐어뜯다 퇴근하는데(물론 비정규직이기에 야근 수당은 없습니다) PD는 정규직이고 작가는 비정규직인,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법카로 밥 먹고 싶지만 법카따위 나오지 않아 나의 작고 소중한 월급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휴가 한 번 쉽게 낼 수 없는, 초과근무 수당은 그야말로 '판타지'에 가까운, 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소하고 선명한 불합리함들은 어디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하나둘씩 늘어가는 물음에 저는 명쾌한 대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고용 사항에 대해 회사 측으로부터 어떠한 명확한 설명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고, 되고 보니 비정규직이었고, 여전히 저의 일을 사랑하기에 그저 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떻게 불합리함까지 사랑하겠어요, 방송작가란 저의 일을 사랑하는 거죠.   퇴근 후 터져나온 한숨에 일을 마친 개운함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불안과 현타가 더 크게 섞여나오는 어느 날엔, 제 직업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 가야 할까요? 쓰라림을 삼키고, 외사랑임을 인정하며 또 하루 살아갈까요? 저는 제 일을 좀 더 오-래, 건강하고 현명하게 사랑하고 싶은데 말이에요.     'Loving clumsy of you' 제가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서툰 당신을 사랑한다는 뜻이에요. 혹은 서투름마저 사랑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요. 오늘도 서툴고 치열하게 노동 현장의 앞과 뒤, 옆에서 일하는 여러분을 같은 노동자로서 아주 많이 응원합니다. 여러분이 사랑하시는 그 일이, 지독한 외사랑은 아니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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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 일터안전, 그 일이 내일이 된다
“대한민국 사람들 다 아셔야 됩니다. 내 새끼가 10만 원 벌러 갔다가 죽어서 돌아올 수 있다는 거” - 청년노동자 故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의 발언 중에서 “저도 지금 옆에 지나가는 분들처럼 나의 일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내 일이 되고 말았어요” - 동국제강 산재사망 노동자 故이동우 씨의 아내 권금희 씨의 발언 중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었다는, 뉴스에 짤막하게 다뤄지고 마는 그 일이 사실은 나의 일이었다는 것을 가장 슬픈 방식으로 알게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유족과 지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정말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그러나 많은 산재사망 사건에 있어서, 떠나간 이를 온전히 애도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무슨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는지, 사고는 왜 발생한건지, 누가 이 죽음을 책임져야 하는지, 노동자를 죽게한 처벌은 누가 어떻게 받아야 하고, 이 죽음은 어떻게 배상받아야 하는지 제대로 규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된 이들은 죽음의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와 안전관리자 등 책임을 져야할 주체들은 여러 수단을 동원해 법적이고 도의적인 책임과 비판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은 그렇게 미디어에서 보던 ‘투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재래형 재해’는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에서 취재를 시작하면서 배운 단어입니다. 이는 말그대로 끼임사고 넘어지거나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재해를 일컫습니다(좋아하진 않지만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후진국형 재해’라고 불린다는 점도 덧붙입니다). 처음 이 단어를 취재 현장에서 들었을 때, 심장이 바닥에 쿵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일터에서의 죽음을 설명할 때, 재래형 사고였다고 말하는게,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고 자주 언급되는 게 맞나 하는 충격이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여전히 ‘재래형 재해’란 중대재해를 포함한 직업성 사망, 과로사 등 모든 산재사망을 통틀어봐도 가장 압도적인 발생원인으로 분류되고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9월까지의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 사망자수 459명 중 399명이 떨어짐, 물체에 맞음, 부딪힘, 끼임, 깔림·뒤집힘, 무너짐 사고로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이 재래형 재해는 최소한의 기초적인 안전장비와 설비만으로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안전요원이 한 명만 있었어도, 보호장치 고리가 하나만 있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죽음이 올해에만 이만큼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바로 그 ‘돈 몇 푼’을 아끼기 위해 빼먹은 안전 장비와 관리감독 부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산재유형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직업병, 과로사, 직장내괴롭힘이나 직장갑질으로 인한 자살 등 수없이 가슴아픈 산재사망이 비일비재한 가운데서도, 우리의 노동 현실은 이렇듯 아주 일차적인 안전 소홀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한때 경제대국이라고 불리던 대한민국이 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본다면, 한없이 부끄럽고 끔찍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지만, 모든 유족들이 투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족과 지인들이 투쟁을 시작하는데까지 이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망사건 발생 시, 많은 경우 회사측은 유족들에게 진상규명 약속이나 사과 대신 배상금 얘기를 먼저 꺼내며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합니다. 다음 단계로 자본과 기업은 유족(지인)에게 다가가려는 노동조합(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안전 활동가)들을 격리하거나, 이간질을 하면서 접촉을 방해합니다. 많은 산재사망이 이 과정에서 알려지지 못합니다. 지금껏 사회적으로 알려진 산재사망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이같은 자본의 훼방을 뚫고 투쟁의 길을 나서겠다고 다짐하는 유족들은 말합니다. 다시는 ‘내 일’같이 처참한 ‘내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상식적인 노동 현실을 폭로하고 고발해야겠다, 일하다가 죽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입니다. 청년노동자 故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가, <혼술남녀> PD였던 故이한빛 씨의 아버지인 이용관 씨가, 평택항에서 일하다 목숨 잃은 故 이선호 씨의 아버지 이재훈 씨가, 동국제강에서 일하다 목숨 잃은 故이동우 씨의 아내인 권금희 씨가, 디엘이앤씨 하청업체에서 건설노동을 하다가 사망한 강보경 씨의 누나와 어머니가 그렇게 세상과 싸우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문제를 문제로 만듭니다. 산재 피해를 사회적 문제로 만들고, 여론화 시키고 법 투쟁으로 끌고가는 핵심적인 주체입니다. 산재사건이 발생하면 자본이 재빠르게 유족과 노조를 갈라놓으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가 ‘구의역 김군 사망사건’을 기억합니다. 2인 1조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해야 했지만, 안전인력이 감축되며 혼자서 이 작업을 하다 결국 사고로 사망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앞서 3년 전 성수역에서, 9개월전 강남역에서 똑같은 이유로 사망사건이 일어난 것은 알지 못합니다. 똑같은 사고, 똑같은 죽음이지만 원인을 파헤치고, 지하철 안전인력 부재, 안전관리체계의 부재로 쟁점화 한 것은 김군이 민주노총의 노동조합 소속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슬픔을 슬픔으로만 두지 않는 유족의 결단과 일터의 문제를 포착하고 끝까지 바꿔내려는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작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빚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람보다 이윤을 앞세웠던 자본에 일정정도 부담을 가하고 있고, 계속되는 노동안전 활동은 시민들에게 꾸준히 닿고 있습니다. 안전한 노동을 위해서는 여전히 더 큰 마음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바꿔내는 일은 결코 유족들과 활동가만의 역량으로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계속되는 산업재해는 우리 모두의 오늘입니다. 어떤 내일을 마주할지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산재사망도, 일터의 안전도, 그 일은 내 일입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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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집회” VS “약속 지켜라” 건보공단에서 무슨 일이?
원주 혁신도시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건물 앞에 커다란 버스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하교하는 학생들이 지나가며 “저거 봐, 시위한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다 금방 화제를 바꾸며 멀어집니다. 얇은 외투를 걸치고 나들이 가기 좋은 가을 날씨에,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농성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500여 명의 노조원들이 11월 1일부터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고, 11명은 단식 농성을 병행합니다. 건보공단 측은 노조원들이 공단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정문에 차벽을 세우고 진입로를 방호 펜스로 둘렀는데, 노조원들이 공단 옆 방호 펜스를 넘어 공단 본부로 진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3일, 건보공단 측은 집회에 참여한 400여 명의 노조원을 폭력행위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23.11.03]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원 400명 폭력행위 등으로 고소 [23.11.03] KBS 보도 영상 👔공단 관계자: "이들의 농성 행위는 자신들의 권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타인의 권리와 권익은 일체 외면하는 행위다. 공단 본부 건물 광장 및 주 출입구 점거로 인해 방문 민원 대응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조:  "공단이 과도한 채용 절차를 들이밀고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전환의 취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23.11.03] 건보공단, 결국 고객센터 노조 고소‥갈등은 더욱 심화 익숙한 평행선입니다. 사측은 파업, 농성, 점거 등으로 인한 불편을 이야기하고 노동자 측은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 등을 주장합니다. 오래된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밖으로 분출된 모양새입니다. 사실, 건보공단을 비롯한 여러 공기업에는 고질적으로 고객센터 노동자의 처우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대부분 기관과 노동자 사이에 민간업체가 존재합니다. 공단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고용은 민간업체를 통해서 하므로 고용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올해 초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발표한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상담센터는 80% 이상이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김윤숙 한국장학재단 콜센터 상담사는 2년에 한 번씩 민간 위탁 재계약 때마다 노동자 수십 명이 강제 퇴사, 이전을 당하는 현실을 고발했다. 소속사가 바뀔 때마다 신규 입사로 처리되는 바람에 임금인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 김 상담사의 2019년 임금 실수령액은 160만 원대였다. 현재도 근속 수당, 식대를 포함해도 월급은 183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23.01.11] 정부가 외면하고 민간기업이 착취한다, 공공기관 민간 위탁 콜센터 전수조사 11월 8일, 전국의 민주노총 콜센터 노동자들이 원주에서 결의대회를 열게 된 것 또한 이런 문제가 비단 건보공단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의대회에서 노동자들은 아래 다섯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습니다.  저임금, 고용구조개선, 간접고용 직접고용 전환 제대로 된 표준용역계약서, 임금체계 마련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사업장 내 보호조치  노조를 설립할 권리 등 노동3권 보장 참가자들은 “감정노동자보호법 제정 5년이 지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정부 대책이 제시됐음에도 콜센터 상담 노동 현장은 그대로”라면서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간접고용”이라고 꼬집었다. 국가인권위가 조사하고 여러 정책연구 전문가들이 ‘간접고용’을 문제로 꼽았지만 사회적 대책은 더디기만 하다. 결의대회가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년 전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을 소속기관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만 지난 채 해고 협박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23.11.08] 약속을 지키지 않는 공단, 다시 파업에 나선 노동자… “직접고용 전환하라” 위에서 언급된 ‘약속’은 2021년 10월에 건보공단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소속기관을 공단으로 전환하기로 했던 일을 말합니다. 건보공단 본사는 2년 전에도 소란스러웠습니다. 소속기관 전환을 요구하며 노조가 파업과 농성을 진행했고, 공단 측은 노조원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참여자들의 본사 건물 진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을 설치하고, 건물 입구에는 공단 직원들이 24시간 대기했습니다. 고객센터 노조와 공단 노조의 합의를 촉구하며 이사장이 단식 농성을 하는 상황도 벌어졌죠. 노조원 진입 막으려…철조망 설치한 건보공단 (2021.07.09/뉴스투데이/MBC)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른 듯 하였으나, 2년이 지난 지금도 소속기관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데 1년 이상이 소요되었고 고용 전환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도 오랜 기간이 걸렸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소속 전환이 진행되지 않은 데에 더해 전환 대상과 채용 방식에 관한 부분에서 갈등은 촉발되었습니다. 노조 쪽 설명을 들어보면, 간접고용 상태인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 소속을 공단 소속기관으로 전환하는 합의가 이뤄진 지 2년째이나 이를 결정짓기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협의회 자리에서 공단이 제시한 안을 보면, 공단은 정규직화가 가시화한 2019년 2월 이후 입사자 700명을 대상으로 공개경쟁 채용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상담사 1,693명 중 41.3%에 해당한다. [23.11.01] 정규직화 과정 40% ‘물갈이’…건강보험 콜센터 노동자 파업 돌입 ‘정부 전환 기준일 이후 채용자 700여 명을 공단이 해고하려 한다’는 노조의 주장에 공단은 “2019년 2월27일 민간 위탁 정책 추진 방향 절차 발표 전까지 민간 위탁 수탁기관에 근로하는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정부 전환 기준일 이후 채용자 700여 명은 원칙적으로는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3.11.03]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조합 불법점거에 고소장 제출 공단은 올해 10월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 약속과 다른 안을 냈다. 안에 따르면 2017년 5월~2019년 2월27일 입사자는 ‘제한경쟁 대상자’, 2019년 2월28일 이후 입사자는 ‘공개채용 대상자’라고 했다. 제한경쟁 대상자는 소속기관으로 가기 위해 필기시험, 인성 검사, 두 번의 면접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하면 탈락, 즉 해고다. 공개채용 대상자는 새로 이력서를 내고 필기시험, 인성 검사,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운이 나쁘면 최대 700여 명이 해고될 수 있다. 노조가 고민 끝에 총파업에 돌입하고 집단 단식농성, 천막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3.11.09] 건강보험공단은 '소속기관 전환' 약속을 지켜라 - 김금영(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 ⛺ 건보공단 앞에서 시작된 단식과 노숙 농성은 이제 10일 차를 넘어섰습니다.  집회를 막기 위한 울타리를 설치, 그 울타리를 부수고 진입, 이를 경찰에 고소하는 등 서로의 강경책이 이어지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상담센터 소속 전환과 노동자의 권리 투쟁, 건보공단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의견을 이야기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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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대화'를 하자고 말을 걸기까지… - 에필로그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6편] 디지털 시대의 노동,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7편]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저희는 Chat GPT랑 토론을 했어요.” ‘디지털 노동'을 주제로 진행된 ‘10일의 대화', 각각 다른 계기로 모임이 진행 되었습니다. 디지털 기술 적응이 느린 청년 활동가들의 모임, ‘슬런치팀’. 요즘 이슈인 디지털 시대의 노동을 진지하게 대화해보지 못했던 점에 주목하고, 변화에 대한 공유와 이해를 도모하며 대화모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다양한 주제로 가벼운 대화를 즐기는 '정확한 회의주의자팀'에서는 빠띠에서 제공하는 흥미로운 주제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Chat GPT도 함께요. 일상에서 대화모임의 필요성을 느낀 이들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대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이 두 모임의 대화모임 후일담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슬런치팀 진행자 : 자야 정확한 회의주의자팀 진행자 :  조은초 👤 SAY, 진행자 Q. 거두절미하고 묻습니다. 일상 속의 공론장, 대화모임을 진행해보니 어떠셨어요?! 자야 : 아무래도 다른 정보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대화를 어떻게 진행하고 조율할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빠띠에서 제공한 콘텐츠들을 함께 읽고 시작하니 격차가 줄어든 상태로 대화모임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조은초 : 각자가 본업이 있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사실 대화주제를 정하고 정보를 모아서 어느정도 가이드가 있는 공론을 연다는게 어렵고 대화 요약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빠띠를 통해 대화 주제나 운영가이드가 있어서 평소 대화모임보다 체계가 있는 형태로 대화 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대화모임에 제공된 콘텐츠와 진행설명서 Q.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나요? 자야 : 저는 교육의 관점에서 디지털 노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는 생각해오지 못했거든요. 함께 한 친구들 덕분에 고민할 계기가 생겼어요. 교육계에서 이 디지털 노동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서 노동권 교육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은초 : CHAT GPT를 일상에서 업무에 크게 쓸일이 없기도 하고 제 분야에서는 사용하는 지인들이 거의 없어서 실제로 코딩할때 GPT를 이용한다던지, 한계는 어떤 점인지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일상에서 대화모임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또는 이슈)이 있으신가요? 자야 : 모든 사회문제들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사회는 대화가 참 부족하다고 느껴요. 사실 모임이 부족한 데에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적 이슈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대화의 자리를 만나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대화모임을 진행한 당일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시급해 보여요. 조은초 : 지인들을 만나면 대화 주제는 일정 범위 안에서 맴도는 것 같아요. 근황, 회사, 연예계 이슈.. 대화 주제가 한정적임에 아쉬워하고 있었어요. 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니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주장할 때도 있어 저도 혹시 편향된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 돌아볼 때가 있어요.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고 이야기를 듣는 대화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Q. 이후 대화모임을 진행할 시민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자야 : 질문을 미리 준비하되, 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적절하고 유연하게 질문하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조은초 : 모든 시민이 대화를 해보았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적인 이슈로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인구 자체가 적은 것 같습니다. 이번 CHAT GPT처럼 다가가기 쉬운 주제로 좀더 열린다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지털 기술, Chat GPT, 플랫폼 노동 등…. 관심은 있었지만 나눌 기회가 없었어요.” 디지털 기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함께 다양한 주제에 흥미를 갖고 있는 슬런치팀과 정확한 회의주의자의 참가자. 최근 고도로 발달하는 AI, 딥러닝 등의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지만, 이에 대한 토론과 관점 공유가 부족한 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 대화 모임에 참가하게된 계기라고 했습니다. 특히 올해 가장 이슈인 인공지능, 개인적 흥미도 있지만 ‘일터'에서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ChatGPT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10일의 대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나눈 경험이 어땠는지 들어봤습니다.  슬런치팀 : 니나, 마공 정확한 회의주의자팀 : 물비, 초록, 소모소솜, 은영, 몽뜨 👥 SAY, 참가자 Q. 이번 대화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초록 : 저희 모임에서는 Chat GPT에게 저녁 메뉴를 물어봤어요. 그 답변을 가지고 모임원들이랑 얘기하며 메뉴를 결정한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각자 직업도 주변 환경도 전혀 다르다보니 AI를 보는 시선이나 일화들이 전혀 다른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은영 : 직업에 따라서 각자 ChatGPT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자극적인 제목 작성, 자기소개서를 넣어서 업그레이드 시키는 등의 방법들이 기억에 남았어요. 또 사수 없는 현업에서 Chat GPT를 활용해 업무 도움을 받는 것도 흥미로워 고요. 몽뜨 : 인공지능 이야기에서 시작된 미래 기술에 대한 담론은 기대감과 동시에 윤리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했어요. 영화 속에서 있을 법한 미래 이야기, 가령 인공지능이 물속에 빠진 인간 두 명 중 살 확률이 높은 아버지를 구해 딸은 죽었다는 내용부터 시작해 현재 일상에서 느끼는 알고리즘의 단점 등에 대해서도 얘기했어요.  마공 :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대화모임을 관통했던 것은 ‘어떤 시대이든 노동관에 대한 정부, 기업, 시민의 입장은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이었어요. 시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마땅한 노동의 대가와 안전한 노동 환경, 또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과 사회적 정의를 외쳐왔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이 기준은 디지털 시대에서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 ‘정확한 회의주의자들 팀'이 Chat GPT에게 물은 저녁 메뉴 Q. 일상 속의 공론장, 대화모임에 참여한 소감은? 니나 : 디지털 기술에 대해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전문적인 영역은 몰라 정확한 토론을 한 지는 모르겠으나, 친구들과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친구들과 가끔씩 얼굴 보며 대화를 나누지만, 이번처럼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어딘가 새롭고 한편으로는 든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비 : 참여하기 전에는 뭘 준비해야 하나? 공부해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니 생각이 술술 나오더라고요. 초록 : 저도 처음엔 약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부담이 적었고,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연스레 입을 열게 되더라고요. 지인들뿐 아니라 처음 보는 분들과도 함께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평소 접점이 없던 환경에 계시는 분들의 새로운 시각을 듣고 의견 나눌 수 있어 의미있었어요.  은영 :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만날 수 있어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았어요. 또 뉴스로만 읽었던 주제에 대해 깊게 이야기 나눠볼 수 있어서 뜻깊었어요.  몽뜨 : 맞아요. TV 프로그램 이야기 하는 것보다 이런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Q. 일상에서 대화모임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또는 이슈)이 있으신가요? 니나 : 일상에서 대화 모임의 필요성을 종종 느낍니다. 친구, 가족, 애인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지만, 특정한 주제에 대해 깊게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관심사와 이해도가 필요하더라고요. 소모소솜 : 저도 비슷하게 일상의 대화 주제 폭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그래서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주제가 나오면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어요 물비 : 시민으로서 어떤 사안에 대한 관점을 가지는 것이 의무라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글보다는 말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거든요. 늘 대화모임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늘 아쉬웠거든요. 더 깊이있게 주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몽뜨 : 토론 문화가 활발하게 형성되면 좋겠다 생각해요. 양극화가 심한 요즘 서로의 입장이 양극단에 있어 배려하기보단 혐오가 더 커지고 있다고 느껴요. 이런 부분이 대화를 통해 해소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대화모임의 경험을 어떤 시민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틀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시민 모두요" 은영 : 쳇바퀴처럼 반복하는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무료한 일상에 리프레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몽뜨 : 2030 세대에 추천하고 싶어요. 저희 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잘 활용하는 세대니까 새로운 문화를 잘 수용하기도 하고, 트랜드를 만들어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좋겠어요. 결국 미래에 맞닥들일 우리가 책임지게 될 텐데 구조적으로 지금까지 윗 세대에 의존해 온 것 같아요.  니나 : 사실 이번 대화 모임과 같은 경험은 이미 많은 시민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번과 같이 발제 자료와 미니 다큐, 토론 질문, 다양한 지원이 주어진다면 더욱 풍요로운 대화가 오고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인터뷰 영상으로 만나보는 '10일의 대화'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6편] 디지털 시대의 노동,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7편]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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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7.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이 7편이 대화의 기록의 마지막 편으로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6편] 디지털 시대의 노동,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좋은 노동'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게 가능해요?”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좋은 노동'은 하늘의 별처럼 잡기 힘든 것이라 여겨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좋은 노동'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야 합니다.  내 삶의 방향과 목표가 무엇인지 구체화하고 그것을 따라가기 위해서요. “좋은 노동은 각자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정확히 좋은 노동은 이거라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사실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10일의 대화> 참가자 의견 중- ‘좋은 노동'에 대해선 그 누가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의 노동에 있어서는 바로 스스로가 전문가가 아닐까요? 그래서 ‘디지털 시대로 진입한 지금, 나에게 좋은 노동'은 무엇인지 시민과 함께 얘기를 나눴습니다.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유연한 노동 교과서에서 배운 일, 노동은 자아실현을 하는 것으로 인식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적정한 노동시간의 보장과 이후 개인시간에 삶의 질,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좋은 노동이라 생각해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재택/유연 근무 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이 가능해졌습니다. 실제로 함께 이야기한 한 분은 ‘재택근무를 하는 분이 있었는데, 그게 가능한 환경 자체이여야 좋은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막상 그걸 실행하는 회사를 보니 지역이 다양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서울에 살아야 일을 하기 쉬운 환경이겠다 싶더라.’ 라고 하더라구요.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먼 미래라는 생각도 들고요.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 그리고 지위를 보장해주는 노동 노동권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는데, 사회적으로 근로할 기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하더라고요. 좋은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적 질타로부터 자유롭고, 재난이나 재해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아요. 좋은 노동은 각자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노동을 명확하게 정의하긴 힘들지만, 지금 놓쳐지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들이 분명히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다른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대우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아실현이 가능한 노동좋은 노동의 조건에는 자아실현이 가장 중요해요. 빠띠 영상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술을 내 노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시간까지 근로의 연장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요. 이 제안이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 전문가 김홍태 대표는 디지털 전환으로 그만큼 자기개발 시간을 확대 및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다움'이 보장되는 노동 좋은 노동이란, 노동자가 도구처럼 사용되지 않고, 노동자의 개성, 업무 스타일이 발현될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노동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각자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때 좋은 노동이지 않을까. 그리고 노동의 결과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면 제일 좋은 것. 스스로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노동. 즐거움을 느껴도 좋고 자신만의 자부심을 느껴도 좋고, 각자 일련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면 그게 좋은 노동이라 생각합니다. 배제도, 기울어짐도, 구분 없이 ‘평등’한 노동 워케이션이 가능한 일이 모두 좋은 노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은 노동이란, 노동자 입장이 반영된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쪽 입장만 반영되어, 반대쪽이 피해받는 게 아니라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게 좋은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노동을 생각하면, 노동을 구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무직은 좋고, 생산직은 나쁘고. 이런 구분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인력을 제공했다면, 그것 자체로 존중받았으면 좋겠어요. 나이, 성별, 배경 등으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는 사람 없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사회적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 노동이 좋은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더해지면서 복잡해진 것 같아요. 새로운 기술과 환경의 맥락 파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노동, 일자리를 생각했을 때 유튜버, 스마트스토어 운영 등 다양한 일자리가 생기고 있어요. 우리 모두 한 사회 시민으로 노동권을 갖고 있고요. 그래서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어떤 형태의 일자리든 기존 일자리와 똑같이 재난재해와 사회적인 멸시 혹은 질타없이 경제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과 ‘좋은 노동'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좋은 노동의 정의나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지는 모르겠오요.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이 선택할 수 있으면 좋은 거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면 안 좋은 것 아닐까요? 좋은 노동의 본질은 변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노동’ 앞에 ‘디지털 시대’가 붙으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정의해야 할 것 같다는 조바심이 들기도 해요. 시민사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노동의 충분한 대가와 안전한 환경, 사회적 정의를 외쳐왔어요. 당연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이 기준을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좋은 노동은, 노동의 본질은 살리면서 근로자 권리도 동일하게 받는 게 좋은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때에, 최저생계비, 보험, 퇴직연금을 지원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게 좋은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공과 사가 없어진다. 워케이션 등의 개념이 긍정적인 부분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사적 영역까지 공적 영역이 완전히 침범을 넘어 일체화되는 건 무서운 일이예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노동자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고, 마땅히 투명하게 알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 조직 내 약속이나 합의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는 것이 좋은 노동이 아닐까요. 지금 플랫폼 노동자들의 문제가 디지털 시대가 닥쳤기 때문에 새로 등장한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가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 역시 대기업 중심의 새로운 수단이 등장한 거라고 생각하구요. 이런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규정하고 그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노동자가 아니여서 이번 주제가 어렵지만, 발제를 듣고 대화를 해보니 사용자도 좋아하고, 노동자도 좋아하는 노동이 ‘좋은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시대의 흐름이나 기준을 떠나 나에게 ‘좋은 노동', ‘좋은 일’이란?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또 정의하고 계신가요?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6편] 디지털 시대의 노동,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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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6.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이 매주 화, 목에 연재됩니다. 🏃🏻‍♀️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시민의 일상도 하루하루가 달라집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CHAT-GPT 같은 새로운 AI서비스가 출시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내일의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기도 하죠. 시민의 삶을 살펴보고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시민사회는 변화의 파도 위에서 어떻게 항해해야 할까요?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의 대응 방향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기술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하는 특정 주체가 독점적인 이윤과 통제를 추구한다는 점이 위험한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에 힘입은 새로운 산업 체제의 구축은 국가와 자본이 아닌 시민·노동자·사회적 소수자 등, 시민사회 차원의 다양한 주체의 대응이 없다면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고 고착화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차산업혁명, 산업 4.0등의 표현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다고, 옳거나 틀렸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고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지닌 디지털 기술에 의한 사회변화의 총체적인 흐름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묘사한 여러 장면들은 우리가 이미 그러한 변화의 한 복판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달리고 정부는 일부 지원하고 있는데, 시민사회는 우왕좌왕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 김연수(람시) / 캠페인즈 본문 중)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시민사회의 대응에 대해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자본과 기업을 견제하는 자리가 더 필요해요.”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체류하는 기간이 자본과 연결되다보니 자본가들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을 생산하는 걸 방치한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감시하고 벗어나려면 시민들이 만나는 토론의 장이 필요해요. 시민단체들은 가장 열악한 시민을 대변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가들과 자본가들의 언어를 잘 파악할 수 있어야 돼요. 특히 디지털 기술의 분배와 규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의식을 가지고 플랫폼 기업 등 거대 세력에 대항하고 연대하는 소수 시민 사회가 필요해요. “시민단체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발빠르게 변화해야 해요.” 시민사회도 디지털 감각과 기술을 배우고 강화해야해요. 그걸 바탕으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서 혐오와 차별을 하지 않는 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활성화하면 좋겠어요. 시민단체는 시민 계층 혹은 사회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거잖아요. 그럼 시민단체들도 디지털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야 해요.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사회가 활약하길 바래요.” 요즘 AI 서비스가 유료화되서 나오고 있잖아요? 시민이 할 수 있는 건 그 기술을 소비하는 것이구요. 시민도 소비자만이 아닌 적극적 주체로서  AI 기술의 시민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요.  AI 시대가 되면서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요구들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에 대한 상상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라고 느껴요. 디지털 시대는 바꿀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고 그 안에서 시민들이 정의롭고 민주주의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가야 되는 것이 과제인 것 같아요. 그런 논의들을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해주면 좋겠어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필요해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노동자도 계층화될 거예요. 시민사회가 이런 점에 집중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과거에 비해 비정규직, 정규직 안에서도 목소리가 분화되고 있는데 시민 단체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니 계층, 단위 별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시민 단체나 시민 사회에서 조례나 약속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는 노동조합이 AI에게 대체되는 노동자를 위해서 연대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디지털 시대라는 바꿀 수 없는 거대한 변화 안에서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자리를 시민사회가 열어주면 좋겠어요. 기술 발전으로 인해 다분화되는 노동자에 집중하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필요해요. 자본과 기업에 대한 견제는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시민사회의 역할이에요. 시민단체도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감각과 기술을 배우고 활용해야 해요.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시민단체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활용할 때, 그 기술을 만든 자본과 기업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가져야할까요? 점점 다양하게 분화되는 노동자 계층의 문제를 하나의 이슈 혹은 문제의식으로 묶을 수 있을까요? 시민사회와 시민이 온라인으로 만나고 소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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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5.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이 매주 화, 목에 연재됩니다. 🏃🏻‍♀️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무언가로부터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 있나요? 사회에서 소외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디지털 시대는 어떨까요?  경제학적으로 ‘소외’는 ‘인간이 만든 것(상품, 화폐, 제도 등)이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반대로 인간을 지배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출처 : [위키백과] 소외)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고 찬란한 유산을 만들어온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만을 주고 있을까요?  효율성을 극대화해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다준 디지털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노동에 대해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독일의 노동 시간에 대한 합의 과정을 보면 한국의 상황은 여전히 일방 통행이다. 산업의 파트너인 노동은 없고, 여전히 자본과 정치권의 일방 통행이다. 주 52시간 노동 정책에서 순식간에 주 69시간, 2주 최대 80.5시간 노동 정책이 강요된다. 그러면서 ‘디지털에 가장 앞선 나라’, ‘디지털 전환’이 논의된다. 선출된 권력이 무엇을 국민에게서 위임받았고, 무엇을 국민이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나 문화는 여전히 개도국 수준이다.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는 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결정할 때 가능하다. (사단법인 미래학회 부회장 이명호 / 캠페인즈 본문 중)  인간이 만든 기술로인해 인간이 소외되는 상황,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가 하는 육체 노동의 가치가 낮아지고 있어요.” 디지털로 인한 생산이 더 빛을 발할수록 어떤 노동은 더 평가절하될 것 같아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는 디지털 노동보다 육체 노동을 할 가능성이 커요. 그럼 그들의 노동이 더 평가절하 받는 거죠. 요즘은 집 청소도 그렇고 아이 돌봄도 그렇고 다 어플로 구한다고 하더라고요. 몸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이 점점 노동의 값을 있는 그대로 못 받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가 발생할 거예요.” 디지털 기술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향유하는 매체 자체가 비싸잖아요. 그러다 보면 점점 더 접근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이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뒤쳐지게 되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양극화뿐만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 방식의 양극화도 심해질 거다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을 덜 해야 되는 영역도 생기지만 그만큼 더 해야 되는 영역도 생겨요. 그런데 일하기 위한 기술들이 디지털 영역이기 때문에 계속 새로 배워야하잖아요? 그럼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앞서가는 사람들과의 격차가 너무 커지죠.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노력들이 더 많이 필요해졌어요. “디지털 연결망 안에서 노동과 인간은 파편화되기 쉬워요.”코로나 기간 동안에 ‘디지털 연결망은 한계가 있다’라는 것을 느꼈어요. 특히 노동과 인간 관계에서요. 점점 더 파편화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다뤄야 할 고민인 것 같아요. “청년 세대의 양극화 문제가 더 심해질 거예요.”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로의 진출’ 부분에서 양극단으로 나뉠 거예요. 디지털 기술을 잘 알고 사회적 혜택을 받는 청년은 사회의 높은 단계로 진출할 갈 가능성이 높죠. 반대로 혜택을 못 받는 청년은 점점 아래로 떨어질 거예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청년들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는 거죠. 재분배에서 사람들이 소외됐을 때, 사실 디지털 기술 자체의 문제는 아니예요. 왜냐하면 지금도 디지털 기술이 아니더라도 소외되는 것이 문제가 되잖아요?“자원의 재분배 문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이전부터 존재했어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디지털로 인한 생산이 더 빛을 발할수록 어떤 노동은 더 평가절하될 것 같아요. 사람들의 접근성이 점점 더 떨어지면 모든 면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노력들이 더 많이 필요해졌어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청년들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는 거죠. 재분배에서 사람들이 소외됐을 때, 사실 디지털 기술 자체의 문제는 아니예요.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몸으로 하는 노동이 디지털 노동보다 낮게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지털 정보와 기술에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돕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우리 사회의 차별과 소외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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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4.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이 매주 화, 목에 연재됩니다. 🏃🏻‍♀️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공유' 그리고 ‘경제' 모르는 단어가 아니지만, 두 단어가 함께 있으니 왠지 모르게 생소합니다. ‘공유경제’란,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를 의미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 활동입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공유경제 [sharing economy]) 기존 ‘상업 경제'에서는 기업과 개인관계로만 거래를 했다면, 개인과 개인의 거래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소유자 입장에서는 효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싼값에 이용하는 소비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숙박 공간을 공유하는 에어비엔비와 차량과 승객을 연결해 주는 우버입니다. 한국에도 쏘카, 스페이스 클라우드 등 플랫폼이 있죠. 공유경제 그리고 플랫폼은 효율을 높일 수일 수 있지만 노동자의 위치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의 저자인 알렉산드리아 J.레브넬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조교수 역시 저서를 통해 긱이코노미 생태계의 최첨단 플랫폼은 노동자를 초기 산업사회로 데려간다고 주장합니다. “초기 산업사회에는 노동자가 장시간을 일하더라도 시간이 아니라 생산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산업안전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긱이코노미도 종사자는 중계인만 있고 고용자가 없습니다. 소속된 직장도, 정식 계약도, 병가 휴가와 육아휴직도 없으며 노후를 위한 연금, 퇴직금도 없습니다. 플랫폼은 수수료만 가져갈 뿐 그 외의 책임을 일체 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서비스 처리 건수 기준으로 돈을 지급합니다. 심지어 요구에 늦게 응답하면 일을 주지 않거나 고객의 나쁜 평가를 검수하지 않고 노동 정지 처분을 일방적으로 내립니다.”("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할까?" / 캠페이너 박초롱)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플랫폼 기업은 고용주에 준하는 책임과 ‘노동자’에 대한 확실한 처우가 필요해요.”영화 <파운더>에서 맥도날드 창업자한테 ‘맥도날드의 본질은 햄버거를 파는 거냐?’고 질문을 해요. 대답은 ‘아니다, 우리는 임대업을 하고 있다.’고 하죠. 맥도날드를 햄버거 파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대중 인식과 달랐죠. 이처럼 배달의 민족도 본인들을 IT기업이라고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배달앱일 뿐이지만, 이 앱이 구동하기 위해선 라이더가 필요하죠. 라이더분들은 그 AI 구동과 앱 구동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관계가 성립된다고 생각해요.⏶ 영화 <파운더>  한 장면 (출처 : 네이버 영화) 고용관계가 아니려면,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페널티가 존재하고, 우리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알고리즘이 불공평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플랫폼이라는 정의가 성립되려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단순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고용관계의 갑이라 보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버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재판이 이루어졌어요. 그리고 승소했죠. 그 이유는 우버 기업이 원하는 바를 우버 운전자들이 하고 있다는 점이 인정된 거였어요. 우버의 이익을 위해 그들이 운전했다는 겁니다. 기업에 직접 연관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영업자라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유경제 덕분에 일부 사회, 경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해요.” 노동 부분에서 살짝 퇴보함에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 파리나, 뉴욕 등에서 더 나은 일자리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수입을 가져다줄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수단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해요. 플랫폼 일자리가 생기면서, 라이더 처우에 대한 논의도 시작하고 개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타다의 경우 택시 기사의 불친절 서비스, 택시 기사 사납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AI를 통해서 몇 km 이동했는지 파악이 되니까. 이 부분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이처럼 수요자와 생산자들이 겪었던 골칫거리 줄이고, 이득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플랫폼의 성장이 혁신을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공유경제가 만드는 쉬운 노동이 학습을 멈추게 할지도 몰라요.”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대학을 나오면 라이더 안 한다”라는 발언을 본 적 있어요. 이것은 ‘공부 또는 노력하지 않아도 돈을 벌 방법이 있으니, 교육이 필수가 아니라고 여기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됐어요. 만약 이렇게 된다면 자기 계발도 멈추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교육이 멈추면 플랫폼이 하라는 대로만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경제 뿐만 아니라, 나라 자체가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너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발전의 퇴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유경제 산업이 새로운 노동자를 만들고, 좋아하는 일을 할 기회를 확장할 거예요.”일의 형태가 점점 다양화되면서 과거에 획일화된 기준 기회를 얻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거라 생각해요. 대학 나와서도 배달 일을 할 수 있듯, 졸업장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교육 혁신이 이뤄질거라 생각합니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상품으로 ‘공유'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유를 좋게 해석하면 연결한다는 의미지만, 부정적으론 플랫폼을 통해 사람을 상품화 하고 상품으로서 공유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배달의 민족을 예로 들면, 사람들이 상품이 돼서 인간을 상품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것처럼 보이고요. <미안해요, 리키>라는 영화에서 택배 노동자가 사람으로 취급되지 않고, 빠른 운송 시스템하에서 빨리 처리해야 하는 상품처럼 다뤄져요. 공유가 사람을 연결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상품으로 만들어서 상품을 공유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유’라는 단어에 집중해 보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 영화 <미안해요, 리키> 중 한 장면 (출처 : 네이버 영화)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서 연결의 장, 투명성, 최소한의 가이드라인과 기준이 필요해요 ” 플랫폼 노동자들은 대부분 흩어져 있어요. 때문에 노동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플랫폼에 전달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해요. 그리고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해요.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밝히는 게 좋은 노동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제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과, 그 일에 관여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지 말이죠. 기업의 자산일 수 있지만, 그런 것을 밝히는 게 좋은 노동의 전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플랫폼 노동이 있으면, 서비스 평가를 해요. 사용자는 한두마디 하는 건데, 그게 노동자를 옭아매는 문구가 됐죠. 노동자의 자유를 위해서 데이터에 대한 분석 기준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했어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플랫폼이라는 정의가 성립되려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단순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고용관계의 갑이라 보는 게 합당 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유’라는 단어에 집중해 보고, 정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공유가 사람을 연결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상품으로 만들어서 상품을 공유하는 것인가.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이 뭔지를 먼저 질문하면 좋겠어요. 성장을 수요자 측면, 생산자 측면에서 생각해 봤을 때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보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제공되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이 노동이고, 그 일에 관여하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예요. 다만, 노동자라고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공유경제의 성장은 우리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플랫폼 기업은 IT 기업일까요? 라이더를 고용하는 운송업자일까요? 공유경제 사용은 이들을 긍정적으로 키웠나요? 부정적으로 키웠나요? 플랫폼과 노동자가 모두 좋아지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특정 주체가 이득을 얻는 방식이 아닌 '노동자'에게도 자유를 보장하는 디지털 일자리와 플랫폼 노동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요? 퇴보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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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배송, 로켓 배송
로켓처럼 하루면 받을 수 있는 택배, 심지어 밤 11시에 주문해도 다음날 7시 전에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버린 빠른 배송, 이러한 배송 서비스의 패러다임은 잘 알려진 소셜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바꿨다고 볼 수 있겠죠. 그로 인해 배송 업계에서는 빠른 속도가 핵심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를 이끈 기업, 쿠팡의 수익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요? 지난 2022년 3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 1,037억원, 당기순이익 1,214억원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흑자를 달성한 쿠팡은 현재까지 4분기 연속으로 1,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더욱 바빠졌을 쿠팡 야간 노동자들의 임금은 과연 얼마나 올랐을까요? ▲ 💰 개선이 시급한 쿠팡 시급 놀랍게도 얼마전, 쿠팡이 야간 노동자의 시급을 주간 노동자보다 낮게 책정하는 ‘임금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야간 노동자의 경우 야간 수당을 시급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지급받기에 야간 수당으로 지급되는 돈을 아끼기 위함이 그 이유일 것이라고 보는데요, 시급을 낮게 책정하여 쿠팡이 아낀 돈은 지난 4년간 최소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2023.08.29. 쿠팡, 밤 새는 야간 노동자에게 시급 덜 준다. 출처 뉴스타파  ⚠️ 2급 발암물질, 야간 노동 이렇게 더 적은 시급을 받고 일하는 야간 노동자의 업무는 어떨까요? 쿠팡의 신선식품 배송, 일명 로켓 프레시 배송이 우선 되어야 하기에 배송 구역을 하루 3번이나 돌아야 하는 ‘3회전 배송'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신선 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밤 9시에 출근해 아침 7시 퇴근, 즉 하루 10시간 이상, 주 6일을 근무하는 배달 노동자도 있습니다. 이러한 노동 시간은 지난 2020년 10월, 일주일 평균 60시간 넘게 일하다가 과로사로 돌아가신 장덕준씨의 노동시간과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이러한 야간 노동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 암 연구에서 선정한 2급 발암 추정 물질입니다. 이미 동물 실험을 통해서는 야간 노동이 발암물질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나왔지만, 아직 사람과 관련된 연구가 많지 않아 추정 물질이라고 부르는 상황입니다. 또한 산업재해 과로사 판정을 할 때 근로 시간이 중요한데, 그때 야간 노동은 1.3배로 계산합니다. 야간 노동은 주간에 일하는 것보다 30% 이상 신체에 부담을 준다고 보는 것이죠. 그리고 혈관계 질환이나 수면장애, 우울증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2023.08.28. "쿠팡 물류센터, 3층 구조 숨이 턱 막히더라". 출처 오마이뉴스 ▲출처 : istoke  📦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노동시간이나 강도와 더불어 근무 환경에 대한 열악함도 존재합니다. 택배를 분류하고 옮기는 작업을 하는 물류센터는 건축법상으로 창고시설로 분류되다보니 냉난방 시설 및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여름에는 더욱 덥고, 겨울에는 더욱 추운 환경입니다.  게다가 쿠팡의 물류센터는 다른 일반적인 물류센터보다 폭염에 더 취약합니다. 그 이유는 '메자닌'이라는 복층 구조 때문인데요, 메자닌 구조는 물건을 최대한 많이 쌓을 수 있도록 1개 층을 2~3개로 나눈 것입니다. 이러한 메자닌 구조는 물건을 많이 쌓을 수 있어 공간 대비 효율성이 높지만, 노동 환경은 더 열악하게 만듭니다. 층고는 더욱 낮아지고, 상품을 2~3배 많이 쌓아 내부 밀집도가 높아집니다. 이로인해 온도와 습도가 올라가고 환기에도 취약한 상황이 되는 것이죠. 2023.08.17. 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① '40도'의 찜통... 사람이 쓰러진다. 출처 뉴스타파   🚀 불편한 배송, 로켓 배송  ‘쉬는 시간을 달라,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 에어컨을 설치하라, 해고자를 복직시켜라’  위의 내용은 2022년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의 시위 피켓에 적혀있던 내용입니다. 쿠팡 노동자의 요구가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우리가 그동안 편하게 이용했던 배송 서비스 뒤에는 기본적인 노동권도 보장되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진실이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요?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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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3.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이 매주 화, 목에 연재됩니다. 🏃🏻‍♀️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인간은 하루 약 8시간을 일합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일'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죠. 시간의 비중은 달라지지만 ‘삶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면 보낸다.’는 사실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습니다. 시대는 빠르게 또 쉬지 않고 변화해 왔습니다. 그것에 맞춰가거나, 대비하거나, 준비해 왔죠. 지금, 이 변화에 대해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일자리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었습니다. 19세기 말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숙련공이 필요한 수공업과 다르게 방직 기계가 보급되자 비숙련자만으로도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비숙련자인 미성년자 고용, 도시로 몰려든 잉여 노동력이 넘쳐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문제가 부각되면서 부의 재분배 문제가 집단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방직공 1인당 생산량은 50배가 증가하고, 방적공 고용은 4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Economist, 2016) 우려와 달리 새로운 기술 진보와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전체 일자리는 증가했습니다. 디지털과 기술의 발전은 기존 일자리와 일의 속성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는 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생산성과 필요 기술의 변화는 더 큰 임금 격차와 불평등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나의 프로필과 경력을 공개하면 기업이 나를 찾아오는 프로세스로 변해가고 있죠. 자기소개서나 면접도 AI가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디지털 활용 기술 및 대응 역량에 따라 일자리 정보의 접근 기회가 달라진 것입니다.”  ((주)더와이랩 대표이사 김홍태 / 캠페인즈 본문 중)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계속 일자리를 찾고 또 일을 해야 하는 시민들,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평생 월급 노동자로 살고 싶지는 않아요” 평생 월급 노동자로 살고 싶지는 않아요. 한 번씩 직장을 다니다가 또 돈 모으면 그만두고, 다시 다니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월급 노동자로 살 계획은 없습니다. 그냥 저는 뭐냐 파이어족처럼 빨리 그냥 은퇴하고 싶어요. 얼른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요.  "일하면서 6시까지는 노동하고, 밤에는 바 하나 차려 병행해서 안정되면 불로소득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요?”“근데 진짜 영혼까지 끌어서 대출했는데 낮에 하는 일로 갚을 수가 없다면, 그럼 어떡해요?”“그때부터 이제 노동으로부터 평생 억압…” (노동도 계속 되고 고민도 계속 된다. 🤔) “디지털 전환으로 노동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 우려돼요.”생성형 AI로 인해서 글을 쓰는 노동에 대한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 우려돼요. AI가 글을 쓰는 데 참여해도 결국 세부적인 것은 인간이 써야 하잖아요. 하지만 AI의 기여를 더 크게 평가한다면, 인간의 글쓰기는 보조적인 것으로 전락해 버릴 것 같아요. ▲ AI 작가 집필에 대한 할리우드 작가 파업 현장 (출처 : BBC NEWS 코리아) “걱정하기엔 아직 일러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해요.”  아직 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기술이 발전하면 회계 업무 같은 것도 나중에 AI가 하는 거 아니냐? 그렇게 말은 하지만 AI는 책임을 지는 일을 하지 않잖아요. 어쨌든, 일에 대해서 책임지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은 대체되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디지털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결국 질문할 수 있는 직업이 살아남을 거고, 문제 해결력, 고도의 사고력, 감정적 공감, 창의성 등이 인간에게 요구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에 노동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어떻게 대비할 건지 본인들 생존 전략 하나씩 공유합시다.” 🙌 “조금씩 수용하고 상황에 맞춰 배워나가면 될 거 같아요.” 자신한테 필요한 것을 그때 그때 배우면 될 거 같아요. 취직할 때 필요한 상황이 오면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하진 않아도 될 거 같아요. 상황은 또 바뀔 테니까요. 예전에는 다 사람이 했던 일들을 일정 부분 이미 기계가 대체하고 있고 또 그런 것들을 누리고 살고 있는 입장에서 조금씩 수용하면 될 거 같아요. 특히 저희 세대는 최신 기술에 대해 거부감이 딱히 없죠. “위기로 인식하고 대비하기보다 가능성을 발견하고 활용하면 좋을 거 같아요.” 기술 발전이 되면 그 기술로 장애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만큼이나 데이터 라벨링 같은 비인격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도 생겨날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현실이지 않나요?  현재의 변화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수익을 잘 내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이 변화가 기존 공식을 깨고 부자가 될 기회를 줄 수도 있고요. “준비하고 대비하는 게 아닌,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건지 생각해야 해요.” 기존 노동 시장에서 반복되던 다를 바 없는 문제들이 기술 사회에서 다른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현상이 정말 해결될 수 있는 건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대체되지 않는 사회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미 먼 길을 왔어요. 이걸 인정하고 가야 하는데, 일부 사회는 여전히 러다이트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나는 솔직히 미시적인 관점이랑 거시적 관점이 아예 다른 것 같아요. 개인한테는 위기인데 전체로 봤을 때는 기회일 수 있다고 보거든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대체할 수 있는 사람들은 되게 빨리 바뀌고 어차피 대체 불가능한 진짜 최소수인 사람들은 대체가 안 되고, 그 사람들이 계속 살아남을 것 같아요. 기존 노동 시장에서 계속 반복되던 문제와 다를 바 없는 문제들이 다른 기술 사회에서 다른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이 현상이 정말 해결될 수 있는 건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변화가 클수록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시작은 나 스스로 '좋은 노동'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앞으로 어떤 노동을 하고 싶은가요? 디지털 기술 시대의 노동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좋은 노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디지털 시대에 노동 시장으로 진입해야 하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디지털 시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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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2.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이 매주 화, 목에 연재됩니다. 🏃🏻‍♀️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얼마 전, 지인이 CHAT-GPT로 보도자료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업무량이 조금 줄었다며, 백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추천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생성형 AI로 불리는 CHAT-GPT가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AI를 자신의 노동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획서, 보고서, PPT, 회의록까지 필요한 정보만 넣으면 준수한 결과물을 금새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가 탄생한 셈이죠. 그리고 우리 모두는 코로나 펜데믹 기간을 거쳐오며  비대면 원격회의에 점차 익숙해지기도 했습니다.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때, 우리는 편리함과 동시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바뀌어 갈까요? 비대면 노동의 확산에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유연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지고, 노동자의 만족과 생산성 향상이 기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중력 저하, 동료와의 소통 역량 약화, 사회적 고립 가능성의 증대와 같은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노동의 변화는 어느쪽에 가까울까요? 이미 놀랄 정도로 변했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급변할 것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 김연수(람시) / 캠페인즈 본문 중)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일 할 수 있어요.” 저는 지금 회사에 오지 않았으면 일을 그만뒀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었고 1년 동안 혼자 아이를 봤거든요. 조직이 유연하지 않아서 힘든 상황들이 반복 됐었어요. 일의 양보다도 ‘내가 이걸 컨트롤을 할 수도 있다’라는 자율성이 있고 각자의 상황이 유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저는 이런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해요. 전에 다니던 회사가 서류 중심의 올드한 타입이어서 제 삶의 노동과 디지털 변화가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어요. 요즘에는 뭔가를 배워서 경험하고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회사 와서 세상이 긍정적으로 180도 바뀌는 경험을 했어요. 우선 통근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그 시간에 개인 일을 한다든지 아니면 업무에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투여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내가 내 생활을 조정할 수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제가 영상 편집 일을 하는데요. AI가 편집을 3초 만에 해주는 기술이 있더라고요. 편집하고 있는 중에 보니까 약간 부정적인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넓게 봐야겠다. 그리고 이게 기회가 될 수 있는 과정을 겪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어요.” 원격 근무를 하면서 아직까지도 어려운 것 중에 하나는 누군가가 답을 바로 안해주시면 오매불망 기다린다는 점이예요. 대면이면  바로 물어볼텐데. 비공개 소통할 때는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코로나 기간에 이전 직장에서 스마트워크를 도입했었어요. 아예 사람을 온라인으로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다 보니까 적응하기 힘들었고요. 사람이 아니라 AI랑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컴퓨터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게 됐어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될수록 새로운 사회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제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라오면서 핸드폰이 스마트폰으로 옮겨진다든지 태블릿PC가 나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디지털 리터러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디지털 관련된 약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살아왔던 거죠. 청년 활동을 하다 보니 디지털 기술의 변화 때문에 노인들이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최근에 디지털 기술 변화를 살펴보면서 ‘내가 뭘 기여할 수 있지’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AI가 기존의 직업 종사자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거예요” 디지털 기술이 육체 노동을 대체할 거라는 생각도 많은데, 사람들이 지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들을 AI가 더 정확하고 명확하게 할 수 있다고 해요. AI가 지금 의사나 변호사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일을 해내지 않을까 싶어요. 감정의 교류가 필요한 노동은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보는데, 변호사 같은 분야에서는  ai가 하면 더 많은 정보를 빨리빨리 찾아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AI의 발전이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를 막을 거예요.” AI가 더 상용화될수록, 우리 사회가 더 피폐해진다고 해야 될까요? 변호사든 의사든 어떤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직업들인데 결국  AI는 ‘맞다, 아니다, 이렇게 해야 된다’만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이 없겠죠. 우리가 코로나를 겪고 나서 교류가 사라지는 사회를 경험했던 것처럼, 점점 팩트만 더 중요해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결국 AI를 도입함으로써 완전한 세상이 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불안전한 세상이 될 것 같아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일의 양보다도 ‘내가 이걸 컨트롤을 할 수도 있다’라는 자율성이 있고 각자의 상황이 유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저는 이런 점에서 긍정적이기는 해요. 사람이 아니라 AI랑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컴퓨터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더 노력하게 됐어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디지털 리터러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디지털 관련된 약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살아왔던 거죠. 사람들이 지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들을 AI가 더 정확하고 명확하게 할 수 있다고 해요. AI가 지금 의사나 변호사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일을 해내지 않을까 싶어요. 결국 AI를 도입함으로써 완전한 세상이 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불안전한 세상이 될 것 같아요.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디지털 기술의 효율성을 누리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생겨나는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 사회의 직업들과 AI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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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1.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이 매주 화, 목에 연재됩니다. 🏃🏻‍♀️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카페나 음식점에서 점원 대신 키오스크를 마주하고, 주문한 메뉴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가져다 주는 것을 목격할 때면, 우리 일상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회사가 앞다투어 AI를 개발한다는 뉴스를 보면 세상이 발전에 얼마나 속도를 내고 있는지 깨닫게 되죠. 어제 배운 기술로 오늘 일하고 있지만, 내일은 또 다른 기술을 배워야 일 할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몰라 두렵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 ‘워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장소와 상관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과 노동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미래 사회를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요? 새롭게 도입되는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까요, 아니면 우리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까요? (독일) ‘노동 4.0 백서’ 서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하루 8시간·주 36시간의 노동, 근무 조건의 개선 및 보장, 아동 노동의 금지. 이런 사항들이 미래의 노동이 지향할 이상향으로 그려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상향은 완전히 다르다. 시원한 바닷가에 편안히 앉아 노트북을 무릎에 놓고 일하는 창의적 지식 노동자, 혹은 컴퓨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하는 작업 스케줄을 짜는 생산직 노동자 등이 현재 우리의 이상향이다.”  (사단법인 미래학회 부회장 이명호 / 캠페인즈 본문 중)  그렇다면 시민들은 디지털 기술 발전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거예요” 값비싼 변호사가 AI로 대체된다고 하는 것처럼 기회인데, 사실 내가 직장에서 안 잘린다는 전제 하에 기회죠. 이런 사실을 받아들여야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노동시장이 많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직업이라든가 노동의 스타일이 새롭게 생길거고요. 당연히 효율성도 엄청 올라갈 수 있을 거고 그러면 인간들의 미래에 먹고사니즘이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조금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여러 위기를 불러올 거예요” 캐셔, 서빙, 알바 같이 단순 노동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의 일자리도 없어지지 않을까요? 결국 AI의 예측과 판단은 AI에게 어떤 데이터를 주는지에 달렸잖아요. 좋은 데이터는 양질의 비싼 데이터이기 때문에 그걸 확보할 수 있는 기업과 산업들에서만 좋은 AI를 만들 수 있을 거고요. 그 데이터를 지배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거죠.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쓰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AI가 데이터를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받아들이면 악성 댓글이나 인종 차별 같은 것을 그대로 학습한데요. 차별적인 내용의 데이터를 누군가는 걸러줘야죠. 최근에 디지털 기술이 고소득자에게는 자동화의 편리함이 되지만 저소득자에게는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위협이 되어서 계층 간에 느끼는 위력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는 글을 봤어요. 그래서 이 문제는 계층 관점으로도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AI로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생길 문제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이 사회 제도의 규제로 인한 위기로 다가와요. AI를 쓸 수 있는 노동자도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어느 정도의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주류화 된 사람들이 AI를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잖아요. 디지털 기술을 만들어내는 게 보통은 개인이 아니잖아요. 자본이 있는 기업이나 국가가 주도해서 만들고 소유할텐데.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들한테 노동시장이나 일상을 뺏기거나 통제 당하는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요. “소비자의 관점으로도 봐야하지 않을까요?” CHAT GPT의 경우처럼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노동자의 관점으로만 보기가 어려워요. 소비자의 관점으로 보기도 해야하거든요. 전 ‘디지털 기술이 발전되면서 우리는 편리함과 유용함을 소비하는 소비자이자 노동자’라는 개념이 너무 신기해요.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서 일을 하고 자동화, AI, CHAT GPT를 누리며 살잖아요? 그래서 같이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소비자이자 노동자이다. “위기일지 기회일지,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저는 미시적인 관점이랑 거시적 관점이 다른 것 같아요. 개인한테는 위기인데 전체로 봤을 때는 기회일 수 있다고 보거든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대체 가능한 사람들은 빨리 바뀌고, 대체 불가능한 진짜 소수인 사람들은 안 바뀌고 계속 살아남을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해요. 왜냐하면 변화가 오지 못하게 막는 상황이 말이 안 되서. 그러면 개개인이 잘 적응할 게 아니라,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되게끔 도와줄 수 있느냐를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죠.  결국 위기나 기회를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인 것 같거든요. 새로운 노동 시장이 열릴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정의롭지 않게 흘러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기회로 만들고 어떻게 해야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질까를 더 고민하면 좋겠어요. “새로운 논의가 필요해요” 선과 악의 개념이나 옳고 그름의 개념도 헷갈릴 것 같아요. 인간으로서 우리가 지켜야 될 거라든가 인간은 이래야 한다는 선의 개념이 있잖아요? 근데 디지털 시대에서는 이런 것의 구분이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쯤 이야기 나눠야 할 주제 중 하나가 저작권 개념이에요. 왜냐하면 기존의 저작권 개념은 구식의 개념이 될 거거든요. ‘이 시대에 자원의 재분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이야기를 해야 이 변화를 개개인의 기회가 아닌 우리 모두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캐셔, 서빙, 알바 같이 단순 노동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언젠가는 우리의 일자리도 없어지지 않을까요? AI로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이 사회 제도의 규제로 인한 위기로 다가와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들한테 노동시장이나 일상을 뺏기거나 통제 당하는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요. 인간으로서 우리가 지켜야 될 거라든가 인간은 이래야 한다는 선의 개념이 있잖아요? 근데 디지털 시대에서는 이런 것의 구분이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CHAT GPT의 경우처럼 우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노동자의 관점으로만 보기가 어려워요. 개개인이 잘 적응할 게 아니라, 어떻게 많은 이들에게 기회가 되게끔 도와줄 수 있느냐를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죠.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새롭게 등장하거나 없어질 일자리는 무엇일까? 시민 모두가 기술을 만들고 소유하고 활용하는 디지털 민주주의는 가능할까? 디지털 기술을 소비하는 소비자로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할까? 새롭게 논의해야 하는 사회적 기준과 개념에는 무엇이 있을까? 더 많은 사람이 디지털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요? 위기일까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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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 프롤로그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이 앞으로 화, 목에 연재됩니다. 🏃🏻‍♀️   📺 나의 이 작은 방도 방송국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누구나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유튜브나 SNS를 통해 송출할 수 있게 되었죠. 과거엔 ‘일'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직업'이 되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어디나 ‘일터'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우리 삶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화로 다양해진 ‘일'과 ‘일터'의 형태, 그렇다면 우리의 일자리도 늘어나게 될까요? 한국의 실업률 문제는 시대가 변하고 발전을 거듭해도 여전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인공지능의 등장과 발전으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 그래서 우리는 녹서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위기의 시대, 우리의 삶에서 이런 위기는 여러 번 반복될 거란 걸 예측하지 않아도 경험에서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를 기록합니다. 반복해서 맞닥뜨릴 위기를 어떻게 대화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 ‘좋은 사회적 대화' 모델을 남깁니다. 현재와 미래의 시민이자 노동자를 위해서요. 우리가 나눈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그 첫 장을 펼쳐봅니다.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대화를 이끈 핵심 목소리 시민들도 이 문제에 함께 공감하고 있을까요?  “노동의 미래 당사자로서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노동의 미래에 대해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한국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왔지만, 구조적으로 구멍이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여러 주제의 많은 담론이 형성되어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단절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사안들에 대해 의식하고, 생각해 보고, 자꾸 목소리를 내보는 그 자체가 목표입니다.” “저는 아직 ‘노동’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사용자도 좋아하고, 노동자도 좋아하는 노동이 ‘좋은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대화'한 사람들 참가한 시민들의 경향성  10일간 대화에 참가한 시민들은 ‘노동'에 가장 큰 관심과 문제의식을 갖고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로 인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취업 준비생', 그 당사자이자 또 경험자로서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얘기했습니다. 주목할 것 중 하나는 ‘사회적 약자', ‘배제', ‘ 여성' 등에 대한 키워드가 언급되었는데요. 이것은 ‘변화’ 앞에 취약한 대상을 떠올리고 그 당사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시민은 ‘서울'에 거주하는 분들이었고, 그 외에 경기, 부산에서 얘기를 나누고 직접 대화모임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을 이용해 서울-부산, 서울-경기에서 대화가 진행됐습니다.  현재 노동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노동하는 20대(32%), 30대(48%)가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눴습니다. 과거 노동과 비교해 현재 혹은 미래 노동에 대한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또 아직 노동 경험이 없어도 ‘디지털'과 ‘미래의 노동'에 관심을 가진 10대(1.9%) 시민도 함께 참가해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노동'에 대한 상을 얘기해 주었습니다. 녹서의 목소리 주인공들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녹서를 함께 만든 시민분들입니다. 10일의 대화 요약 10일의 대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수상하지만 친절한 설명회>부터 <대화모임 zip, 압축풀기> 결과나눔까지. ‘10일'이라는 기간 동안 원하는 날, 원하는 공간에서 진행한 ‘대화 모임' 과정과 결과를 소개합니다.  과정 온라인 토론과 대화 모임에 제공된 콘텐츠 전문가 글 4편 👉 [들썩들썩떠들썩]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캠페인즈) 미니 다큐 영상 👉 들썩들썩떠들썩 - 디지털 기술, 노동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결과 👨‍👩‍👧‍👦10일의 대화에 함께한 시민 총 350명 💬 온오프라인 대화 모임 총 9개 / 참가 시민 총 64명 👩🏻‍💻 온라인 토론(댓글) 47개 / 💚 공감 232개   이어질 7개의 녹서 질문 🙌 앞으로 총 7편의 질문과 그에 대한 시민들의 답이 이어집니다.이어지는 내용은 대화모임에 참가한 시민들이 나눈 ‘대화 기록'으로 사전 동의를 구하고 기록했으며, 최소한의 수정 및 편집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디지털 시대의 노동,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좋은 노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위 질문은 전문가의 질문 목록에서 시민이 선택하여 토론하고 도출한 질문들입니다.*전문가가 선정한 ‘녹서 질문'은 마지막 편[별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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