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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청소년 및 촉법소년의 범죄, 부모는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가?
후배 때려놓고 SNS 자랑...등교 정지 처분받고 가족여행 형사미성년자 여러분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촉법소년'.  걷다가 떨어진 돌에 참변…돌 던진 아이들 처벌 못해 심야 도심서 흉기 난동 벌인 10대 '우리는 청소년이기 때문에 처벌 안받아', '우리는 청소년이기 때문에 무적이야' 등... 많은 촉법소년들의 범죄들은 사회를 분노하게 했습니다.  인생이 완전히 망가진 피해자와 가족들, 그리고 무책임한 가해자의 가족... 저도 촉법소년 관련 소식들을 보면, 촉법소년의 부모들이 진심으로 먼저 사과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럴리가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거나, 심지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식만 소중하다는 태도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미국 사회와 법조계의 큰 관심을 받는 재판이 있었습니다.  바로 '옥스퍼드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재판이었습니다.  미성년자가 총기를 난사했다면 그 책임을 부모에게도 물어야 할까? 옥스퍼드 고교 총기난사 사건 옥스퍼드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은 학생 4명이 사망하고 총 7명이 부상당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범인 이선 크럼블리는 당시 15살이었습니다.  이선 크럼블리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것을 많이 보였습니다.  1. 범행 당일 시험지에 총탄에 맞은 사람, 총기, 사방에 뿌려진 피를 묘사한 그림을 그리고 '그 생각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를 도와달라'고 적었습니다.  2. 일기장에 작성한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되었습니다. '나는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고, 학교에서 총을 쏠 것 같다.', '나는 도움을 받고 싶지만, 우리 부모님은 내 말을 듣지 않으시고, 그래서 나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총기난사 사건으로 이선 크럼블리는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선 크럼블리의 부모님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나오게 되면서 미국에서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고교생 총기난사, 부모 책임 얼마나 있나 이선 크럼블리의 부모님은 아들의 폭력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결국 총기 난사를 불러왔다는 이유로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일단 검사와 검찰 측 의견입니다:  이선의 아버지인 제임스 크럼블리는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수일 전 아들에게 권총을 사줬으며 어머니인 제니퍼는 아들을 사격장까지 데리고 가 사격 연습을 시켰다. 크럼블리 부부는 사건 당일에도 총기와 피해자 모습 등을 그리는 등 아들의 이상행동으로 인해 학교에 불려 갔으나 당장 의학적인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전문상담교사의 권고를 무시한 채 아들이 그대로 수업받도록 했다. 크럼블리 부부는 아들이 총기를 가지고 등교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분명한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났는데도 제니퍼가 평범한 보살핌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제니퍼도 아들의 자행한 총기 난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 키스트 오클랜드 카운티 검사는 아들이 자행한 총기 난사에는 어머니 제니퍼의 책임도 있다면서 제니퍼는 자신도 알고 있던 위험을 의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에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크럼블리 부부가 아들이 체포된 뒤 자택을 떠나 디트로이트에서 숨어 살았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제니퍼는 사건 직후 거짓말을 하려 했고 그 다음에는 도망쳤다고 비난했다. 다음은 변호사 측 의견입니다:  검찰의 기소는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비난을 아들 양육에 최선을 다한 여인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시도일 뿐.  이선은 자신의 상태를 부모에게 숨겼고 학교 관계자들도 이선의 심각한 이상행동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크럼블리 부부가 사건 직후 디트로이트로 간 것은 살해 위협 때문이었고, 기소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자수하려 했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판결이 나왔습니다.  미국 ‘고교생 총기난사’ 가해자 부모에 첫 징역형 미국, 총기사건 '가해자 부모' 첫 형사책임 인정 판사는 제임스 크럼블리와 제니퍼 크럼블리 부부에게 10~1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자녀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이선의 어머니에게 책임을 물은 것은 그가 아들에게 총을 사준 점, 아들의 정신 건강 치료를 적절하게 하지 않은 점 등을 중대 과실로 봤기 때문이다. 이에 총기 난사 사건에 이른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법정 영상을 보다 울컥했는데, 바로 총기난사로 사망한 4명의 학생 유가족들이 법정에서 크럼블리 부부를 성토했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은 부모로서 실패했어요. 당신들이 받는 어떤 처벌도 우리에게는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제 딸은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당신들 중 누구도 아들 (이선 크럼블리)을 소중하게 여겼거나, 애지중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아들을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당신들의 실수가 우리 가족에게는 영원히 계속될 악몽을 만들었습니다.'  -'당신들이 아들과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을때, 저는 부모로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야 했습니다. 저의 소중한 딸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크럼블리 부부가 부모로서 할 일을 다 했다면 이런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판사는 "이번 판결은 잘못된 양육에 관한 것이 아니며, 다가올 폭주 열차를 멈출 수 있었던 행동을 하지 않은 반복된 부작위에 대한 유죄 판결"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소식에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법적보호자가 아이들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 책임', '일진, 학폭 가해자 부모들 잡아들여라', '학폭 가해자 부모들도 저래야되는데' 등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 학교폭력 등의 가해자 부모들에게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물론 이는 '연좌제'라는 반대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시점으로는 '내 자식만 소중하다'는 '과잉보호'와 '오냐오냐'식으로 키우는 잘못된 훈육 방식이 문제이기 때문에,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일부 찬성합니다.  물론 가해자 가정의 상태를 봐야 할 것입니다. (부모의 알코올 중독, 폭력, 도박중독, 빈곤, 이혼 등)  그러나 진정한 부모는 자식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인정하며 자식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부모입니다. 제가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저의 부모님이 어린 시절과 10대일때 저를 올바르게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네가 저지른 잘못은 네가 책임을 져야한다' 등 저에게 해주었던 말들이 생각납니다.  그만큼, 이번 미국의 판결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촉법소년의 범죄, 부모는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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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가습기 살균제 피해 29년, 아직도 탄원서를 씁니다
[6411의 목소리] 가습기 살균제 피해 29년, 아직도 탄원서를 씁니다 (2024.01.08) 허정자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 숨진 딸 의영이보다 두 살 많은 93년생 오빠와 엄마 뒤엔 당시 사용했던 가습기 통이 놓여 있다. 필자 제공제 딸 의영이는 1995년 10월5일 서울 은평구 응암동 한 산부인과에서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아기와 함께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는데, 며칠 뒤 의영이가 감기 증세를 보였습니다. 동네 소아과에 갔더니 건조하면 안 좋다며 가습기를 잘 틀어주라고 했습니다. 1993년 5월생 아들도 감기에 자주 걸려 집에서 가습기를 계속 사용했었는데, 때마침 티브이에서 방송인 김연주씨가 “세균과 물때를 다 없애준다”며 유공(현 에스케이) ‘가습기메이트’를 선전하는 광고에 혹해 남편에게 사 오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바로 동네 마트에서 ‘가습기메이트’를 사 왔습니다. 저는 매일 가습기를 틀었고, 아기 코밑에도 바로 대주며 쐬게 했습니다. 하지만 증세는 좀처럼 낫지 않고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더 큰 병원을 찾아 서울서부역 건너편 소화아동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영아실에 입원시키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오후 5시쯤 위급하다는 연락이 와 병원에 도착하니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기 좀 살려달라고 수없이 외쳤습니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우리 딸 의영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태어난 지 50일 만인 11월23일, 의영이의 짧은 삶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렇게 내 딸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참 힘들고 마음 아프게 살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해가 흘러 티브이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독성 화학약품이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내가, 엄마가 아기를 죽인 셈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아프지 말라고 살균제를 넣었던 가습기가 아기를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게 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광고 아직도 아기가 쌕쌕거리며 입술이 파랗게 되어 힘들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 딸을 그렇게 고통스럽고 힘들게 만들었으니 저도 딸아이 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습니다. 평생을 죄책감으로 살고 있으니까요. 한동안은 우울증이 심하게 찾아와 아기를 죽인 죄인이라는 생각에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도 없었습니다. 남편도 제가 힘들어할까 봐 표현은 안 하지만 너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29년이 지난 지금도 딸아이 또래 애들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볼 때면 의영이 생각이 납니다. 너무나도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현재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7891명, 사망 피해자는 1843명에 이릅니다. 이 보이지 않는 ‘공기 살인’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제 딸 의영이가 첫번째 사망자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제 딸은 아직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아니라네요. 너무나도 기가 막힌 일입니다. 억울하게 죽은 우리 딸 의영이는 “모세기관지염과 흡입성 폐렴”이 사망 원인이라는 사망진단서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환경관련성 평가서, 환경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환경평가서가 있지만 입원한 지 하루 만에 사망하였고, 시간이 많이 지나 의무 진료 기록이 없어서 아직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2019년 개정 시행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의해 ‘가습기 살균제 노출 확인자에 해당한다’는 환경부 통보만 받았을 뿐 개별 심사도 대기 중입니다. 흡입성 폐렴도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나왔는데, 정작 의영이는 피해자가 아니라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살균제의 특정 성분이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에서 전원 무죄 선고를 받은 에스케이케미칼(유공), 애경, 이마트 관계자들과 2023년 10월26일 재판에서도 서로 변명만 하는 변호인들을 보면서 분노한 남편은 탄원서를 썼습니다. 2024년 1월11일 이들 기업 관계자들의 과실치사 혐의 형사재판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에어로졸 형태로 분무되어 폐에 도달할 뿐만 아니라 염증을 일으킨다는 실험 결과도 나와 있는데, 가습기 살균제 피해 소멸시효는 30년이라고 합니다. 아직도 숨쉬기 힘들어하며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죽어간 사람들이 있는데, 도대체 제 딸 의영이가 살아보지 못한 29년은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까요.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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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안전] 좀 더 죽음을 존중했으면 합니다
겨울은 많은 것이 움츠러드는 계절입니다. 마음도 몸도 말이죠.  돈은 벌고 싶지만 일은 하고 싶지 않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누군가는 노동을 형벌에 빗대어 말했다고 하죠. 왜 매맞는 일은 우선과 나중이 있을 뿐 일까요. 이직이나 신규채용에도 찬바람이 불고, 숨만 쉬어도 늘어나는 지출에 아득한 연말입니다. 아늑한 구석에서 컨텐츠를 찾아 헤매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드라마 하나를 보게되었습니다. <언내추럴>이라는 일본 드라마인데요,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부검의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이 작품은 ‘부자연스러운 죽음’의 인과와 맥락을 부검을 통해 밝혀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강조합니다. 범죄 피해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나, 진실의 힘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라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에요.  세상에는 다양한 삶 만큼 다양한 죽음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태어나고 죽습니다. 알고 있지만 항상 외면하는 진실이지요. 이 드라마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다음과 같은 대사를 합니다.  “죽는 것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습니다. 어쩌다 목숨을 잃지요. 그리고 우리는 어쩌다 살고 있는 겁니다. 어쩌다 살고 있으니까 죽음을 불길하게 여겨선 안 돼요.”   유독 마음에 남는 말이었습니다. 아프지만 직면해야하고, 불편하더라도 기억해야 하는 것이 죽음의 존재니까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추모 공간을 혐오시설로 취급하거나 죽음을 터부시하는 일이 흔하지요.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쉽게 망자를 오해하거나 비난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에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다보니 사는 우리들이 먼저 떠난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애도하는 일일 겁니다.  사람들이 좀 더 죽음을 존중했으면 합니다. 죽음을 무겁게 여기지 않는 것은 곧 생명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 다치거나 죽는 일이 벌어졌을 때 그 규모를 숫자로 판단합니다. 숫자는 목숨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버립니다. 상대적으로 큰 숫자 옆에 있을 때는 특히 더 가벼워지죠. 예를 들어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조금씩 감소추세이긴 하나 매년 1천 명 가까운 삶이 산업재해로 마감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그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저 안에 내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숫자가 참 부조리하게 느껴집니다. 나의 삶과 모든 희망이 끝나고 거대한 숫자에 편입되어 잊혀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공허해지죠.  9월말 기준 산재 사망자 495명…중대재해감축 로드맵 시행 후 51명 줄어 중대재해감축 로드맵 1년…“정책효과 여전히 미흡”    사실 정말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특정 업종이나 직무에 사고발생율이 높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죽거나 다쳤을 때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대처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고율이라는 수치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일하다 죽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거죠. 어려운 일일까요? 하지만 마땅하고 당연한 목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안전 문제를 바라보면 좋겠어요. 뻔한 말이지만, 나의 일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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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추모의 마음만큼은 서로 나눌 수 있는
2022년 10월 29일, 저는 출장으로 유럽에 있었습니다. 자고 일어나 메세지를 확인하는데, 쌓여있는 메세지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메세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제가 지금 현실에 있는지 꿈 속에 있는지 헷갈렸습니다. 이태원, 할로윈, 압사라는 단어로 가득한 뉴스,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담긴 메세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용산에 살면서 종종 가곤 했던, 할로윈 때 가봐야지 생각도 해봤었던 이태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 저와 제 친구들 또한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충격이 슬픔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차로 인해 한국보다 8시간 더 느리게 생활하고 있었던 저는, 자고 일어날 때마다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났을까봐 조마조마하며 뉴스를 읽었습니다. 한국에 있었다고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면서도,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미안한 마음을 담아, 2023년 10월 29일 오늘만큼은 한국에서, 그날의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작년 이맘때와 같이 여전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느 주말보다는 더 일찍 일어나 이 글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보고 있습니다.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을, 고통과 슬픔 속에서 일상을 찾기 어려울 희생자의 유족 및 친구들을, 자책과 미안함을 가지고 계신 상인들을 포함해 구조에 애쓰신 분들을,  그날 그 장소에서 함께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을 시민들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국화꽃을 내려 놓으며, 이 참사를 잊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으로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닌지 올해 9년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리본을 달 일은 없겠지 했는데, 결국 노란 리본 옆에 보라 리본을 달았습니다. 절대 세번째 리본을 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럴려면 무엇이 바뀌어야할까, 생각하면서요.  그러다 문득, 올해 초 경험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었습니다. 제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을 보시고는, 어떤 분이 말을 거셨습니다. 말투는 나긋하셨는데,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미 9년이나 지난 일인데 아직까지도 가방에 리본을 달고 다니는 이유가 무엇이냐, 이제 그만 잊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 지금까지도 리본을 달고 있는 건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죠. 그 말을 들으니 처음에는 화가 나다가, 이내 슬프고 좌절스러워졌고, 한편으로는 무력하고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분명 사회적 참사임에도, 그러한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사회 구조와 정책과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그것은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었던 개인의 탓이다, 잊어야 한다 말한다는 것. 사회적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 여전히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추모의 마음을 정치적 의도로만 해석하고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것. 그런 생각과 말, 행동 앞에서 참사가 '사회적'인 것임을 이야기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참사를 막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변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게 얼마나 요원한 일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떤 제도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는 말보다는(이 역시도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앞서 일련의 '참사'를 사회적 문제로 인정하는 것, 참사로 인해 희생되고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추모와 위로의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하고 제 주변 사람들과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말을 건네보고자 합니다. 추모의 마음만큼은 그 마음 그대로 받아 들여질 수 있는, 나아가 추모하는 마음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10월 29일 오늘 더욱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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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 피해자의 절규와 비질란테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 사건 정보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은 부산에서 일어난 '묻지마 범죄'로, 범인 이현우는 이미 전과가 많은 범죄자였고, 나가면 배로 때려주겠다고 협박을 한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의 사이코패스 지수 죄의식이 없는 반성문 '피해자분은 회복이 되고 있으며,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 것을 봤다. 피해자라는 이유로 진단서, 소견서, 탄원서를 다 들어주는 것인가'라며 피해자가 입은 고통과 충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현우는 법정에서 징역 20년에 신상공개 10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았지만, 피해자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범죄 가해자는 앞으로 20년을 어떻게 살아야지 생각하겠지만, 범죄 피해자는 20년 뒤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평생 고민하며 살아가야 한다. 굉장히 슬프다."라고 씁쓸해 했으며, 국회에서 열린 전국 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재판과 아무 관련도 없는 반성과 임금과 가난한 불우환경이 그 재판의 양형기준이 되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나"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피해자에게 직접 말씀드리기는 죄송해서, 여기서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습니다.  "비질란테를 원하는 것입니까?"  사법불신의 원인 비질란테 비질란테는 웹툰이 원작으로, 이 웹툰은 엄청난 인기를 끌어 디즈니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었습니다.  주인공 김지용은 주로 야간에 비질란테 활동을 하면서 범죄자들을 처단합니다. 물론, 범죄자라고 무조건 처단하는 것이 아니며, 2가지 규칙으로 범죄자를 처단합니다:  1. 저지른 범죄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난 자  2. 그렇게 풀려나서도 계속 범죄를 저지르거나, 보복범죄를 하는 자 사실 주인공 김지용도, 솜방망이 처벌의 피해자였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건달에게 폭행당해 사망했고, 범인은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김지용은 '무슨 법이 이렇냐'고 원망하고 그 건달 (전과 18범)은 자신의 첫번째 목표물이 되었죠.  그렇게 김지용은 비질란테 활동을 하면서 사회의 주목을 받게되고, 기자 '최미려'의 관심, 그리고 경찰 '조헌'의 추격을 받게됩니다.  비질란테에 나오는 범죄자들은 주로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더더욱 인기를 끌었습니다.  '법은 구멍 나 있다. 선처를 받으면 안 되는 사람에게 선처를 남발한다.' '널 풀어준 법을 원망해! 그 구멍은 내가 메우겠다.' '법이 뭔데 나 대신 용서한다는 거야.' '사법체계를 지키려는 그 열정의 반의 반만이라도 피해자를 위해 썼었다면 나 같은 흉악범이 안 생겼을 텐데.' '법을 누구보다도 어기는 놈이 누구보다도 법의 보호를 받고 아무런 법도 어기지 않은 사람이 아무런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해. 불공평하지 않아?그래서 이건 내 생각인데, 어떤 범죄는 범죄로 다스려도 된다고 봐.선처를 구하고 있지? 판사님께 잘 말씀드려. 깊이 반성하고 있으니 법정 최고형을 달라고. 그렇지 않고 풀려나면, 날 만나게 될 거야.'  '쾌락이다. 법으로 어쩌지 못하는 인간들이 없어지는 걸 보기 위한 쾌락.'  '때로는 법의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잘 생각해볼 사항이 있습니다.  일단 비질란테 웹툰에서는 토론 장면이 나옵니다. 비질란테를 영웅취급하는 쪽과 범죄자 취급하는 쪽이 토론을 합니다.  1. 비질란테는 영웅 -비질란테는 우리나라의 사법체계가 실패했다는 명백한 증거이며, 모두가 사법체계가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왜 비질란테에게 사회가 열광하는 지를 생각해야한다.  실제 기자 '최미려'의 대사 중:  '범죄 피해자야말로 진짜 연좌제의 피해자입니다. 범죄는 당사자의 피해로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가족은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가장이라면, 부양가족까지 빈곤의 늪에 빠지게 되거나 어린 나이에 보호자를 잃은 자녀들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망가집니다. 그가 선량하고,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했을수록 범죄가 앗아간 피해자의 빈자리는 더욱 커집니다. 의원님, 이게 진짜 연좌제입니다. 그리고 범죄 피해의 연좌죄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진짜 2차 충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 이제는 자판기입니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는 이제 자동으로 튀어나옵니다. 그들이 잡히기만 하면 꺼내는 전가의 보도는 미성년자, 심신미약, 우발적 실수 3종세트!' '누가 범죄자의 인권을 짓밟자고 했습니까? 다만, 범죄자와, 피해자, 선량한 국민 중 누구의 인권을 우선시해야 하느냐의 상황에서 피해자의 편을 들어주자는 메시지는 애써 무시한 채 비질란테는 이하불문 범죄! 불순분자! 사회악! 범죄 피해를 입고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가 세상 풍파에 가랑잎처럼 휩쓸려 가라앉으며 선처받은 가해자가 아무렇지 않게 활개치는 걸 보는 심정은!' 2. 비질란테는 범죄자  -비질란테는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를 흔드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며,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  또한... 1. 헛지목 2. 버스 사건 그리고... '무조건 엄벌만을 외치는 사회' 부산 서면 돌려차기 강간 살인미수 사건의 댓글들을 보면:  -왜 판사가 용서하는가? 피해자는 용서하지 않았는데.  -판사의 지나친 자비가 피의자를 지켜주고 있다.  -대한민국 법은 피의자를 보호한다.  주로 판사와 법정을 비난하면서, 법이 피의자를 보호한다고 비난하는 글이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범인들의 입장이 같을 수는 없으며, 그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공정하고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양형에는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반성의 정도, 동종전과 유무 등 고려할 사항이 많으므로 일부 사실만 취사선택된, 언론의 단편적 보도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비질란테에서 '조헌':  '칼에는 손잡이가, 총에는 방아쇠가 있지. 아무리 훌륭해도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흉기야. 없는 게 나은.'  '넌 모른다. 공권력이, 질서가 무너진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애송이의 정의로 날뛰지만 그런 개똥철학을 추종하는 인간들이 결국 세상을 어떻게 망치는지. 불법으로 불법을 잡는다? 그게 얼마나 가소로운 말인지도 모르는 게! 조헌은 결말부에서 김지용을 남미로 데리고 가면서 한마디 합니다.  '감옥에 앉아서는 그 빚을 갚을 수 없다. 배우고 깨달아서 그 빚을 갚아야 한다. 말로 설명하지 않겠다. 보고 겪어서 깨달아라. 자유와 안녕이 얼마나 소중한지.당연한 듯 누리는 이 안전이 사실 바닷가 모래밭에 세운 소금기둥처럼 얼마나 위태롭게 지탱되고 있는지.'  아무래도 이런 메세지인듯 합니다:  '법이 불공평하고, 피의자를 지켜주는, 부당한 경우가 많다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만약 법이 없다면? 자경단, 비질란테가 대신 그 역할을 한다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피해자들이 억울한 사건들은 많지만, 때로는 그 부당한 법을 해결하겠다고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것이 꼭 해결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법불신 중에서는 법에 대한 무지로 인해 상식적인 판결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의 문제도 상당히 크다. 판결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다고 분개하면서도, 막상 어떤 법리와 과정으로 진행되어 이런 판결을 도출했는지에 대해 알아보려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다.'  이에 대해 제가 답을 발견했습니다.  당신이 판사입니다 직접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려보시고, 우리나라의 법과 거기서 오는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총 10개의 사건이 준비되어 있으며,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합니다:  1. 사건개요를 읽고 사건의 내용 파악  2. 재판전 자신이 생각하는 형량을 선택  3. 배우들의 재연영상으로 사건을 더 자세하게 파악  4. 사건에 해당되는 법률과 양형조건을 파악  5. 법정영상으로 검사 (피해자), 변호사 (피고인), 검사 및 변호사의 최종의견, 마지막으로 피고인의 최후진술을 듣습니다.  6. 피해자측(피해자의 가족, 관계자 등)의 탄원서, 피고인측(피고인의 가족, 관계자 등)의 탄원서를 읽습니다. 피해자측은 엄벌을 촉구하고 있으며, 피고인측은 선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7. 최종 판결을 내립니다. 이때 잘 고려해야 될 사항들은:  -피고인의 전과  -피고인의 범행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입혔는가? (피해자측의 탄원서 확인하기)  -피고인의 갱생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가?  -피고인의 범행동기는? (변호사 진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자신의 범행에 대한 사과 및 배상 등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했는가? (변호사 진술 및 피고인측 탄원서 확인) -피고인의 최후진술은 피고인이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끼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가, 아니면 감형을 받기 위한 '악어의 눈물'로 보이는가?  8. 판사가 실제로 내린 판결을 봅니다.  9. 체험통계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판결을 했는지 비교합니다. 
재해·위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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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이 만들어낼 사회의 모습
나는 최근의 상황이 굉장히 ‘문화연구적 모먼트’라고 생각한다. 근래 번역된 <위기 관리>가 딱 그러할텐데, 권위주의적 치안 메커니즘을 강화하면서 사회의 공통감각을 재구성하는 보수주의적 기획을 성사시킬 절호의 기회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언어와 정동들의 무수한 다발들 사이에 작용하는 여러 결의 흐름들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귀결되어 갈 것인지, 말하자면 어지러운 기상 상태에서 바람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예민하게 주시하는 풍향계가 되는 것이 문화연구의 역할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7월부터 잼버리까지 이어지는 무수한 ‘국가 실패’의 사건들 속에서 ‘칼부림’은 어떤 계기가 될지를 유심히 보게 된다. 바람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정권 차원에서의 정치적 기획만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찐따난동쇼’라는 명명이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데, 이 역시 고민되는 대목이다. 사실 굉장히 이기적인 명명이라고 생각한다. 범죄를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하고 범죄자 개개인의 성향에 그 원인을 둔다는 점에서, 작금의 사건들을 사회적 문제로 인정하지 않은 채 무정형의 특정한 사람들(‘찐따’)에게 낙인을 가하는 명명 방식이다. 이는 무엇보다 피해자들에 대한 예의를 결여하고 있으며, 가해자를 분석함으로써 사회를 개선할 여지도 차단한다. 만약 이 명명이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사태에 대한 정확한 명명이라서가 아니라,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들의 면면을 상상하는 대중들의 욕망이나 관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만 매우 ‘방어적’인 의도가 담긴 명명이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겠다. 말하자면 과거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그것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함으로써 그동안 가시화되지 않았던,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어온 폭력들을 드러낼 수 있었다. 반대로 ‘찐따난동쇼’는 예외적인 사건이고 별 것 아닌 이들이 피운 난동이므로, 별 것 아닌 일로 받아들이고 일상을 유지하자는 의지를 담은 명명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들에는 ‘포스트잇’ 애도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평화로운 일상 따윈 애초에 없었다는 선언을 통해 사회의 변화로 나아가는 대신, 평화로운 일상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 문제를 망각하고 덮어버리고자 하는 의도가 전제되어 있다. 이는 사실 그만큼 이미 ‘일상’을 온존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안이 공유되고 있다는 걸로 읽힌다. 비단 칼부림 사건들만이 아니라 최근 들어 사회가 무너지고 있다는 감각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방어적이고 회피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서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는 것일 게다. 더 큰 문제는 정치다.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 혹은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피해자들, 그리고 시민들에게 고통과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토록 사회가 무너지는 상황에 대해 자신이 큰 책임이 있다고 고백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시민들은 개인적인 해법 이상의 무언가를 상상하기 어려워진다. 자구책만이 범람하는 것이다. 이는 작금의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심화시킬 뿐이다. 칼부림들은 명백한 ’공동체‘의 문제다. 공동체라는 감각의 결여, 한국사회라는 공동체에 대한 사상의 부재는 정치로 하여금 작금의 사건들을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체의 해법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가능성 자체를 소거하고 있다. 그러니 어떤 사과나 책임의 표명 대신 고작해야 ’사형제‘ 운운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누구도 현재의 사건들을 ‘공동체 전체의 비극’으로 규정하고 집단적 애도를 표함으로써 사회에 대한 감각을 복원해내려고 하지 않는다. 사실 익숙하다면 익숙한 방식이다. 폭력적인 발달장애 아동을 분리해서 특수학교(또는 학급)으로 보내자거나, 생기부를 통해 학교폭력이나 교사를 향한 폭력이 대학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하게끔 만들자는 제도적 제안들은 사형제 운운과 같은 궤에 있다. 문제의 원인을 짚지 않는 편의주의적 임시방편책이자 한국사회가 지금껏 익숙하게 반복해온 대처방식을 더 강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실은 문제의 원인을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해야 정확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모순’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뒤르케임식으로 생각해보자면, 자살처럼 칼부림도 아노미적인 상태를 표현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온갖 살인예고들에서도 규범의 부재나 냉소가 강하게 읽힌다.) 개개인의 동기가 전적으로 사회의 아노미 상태로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범죄들의 ‘효과’는 지금 명백한 아노미를 가져오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소생할 수 있는가를 질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정치의 ‘상징정치적’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당연하게도 정치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타인과의 유대를 경험하고 그 가운에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상상할 수 있는 ‘작은 계기들’ 자체가 거의 멸종상태다. 포스트잇이 밀려난 자리에 스프레이와 삼단봉이 들어서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찰은 치안의 논리를 일상 더 깊숙한 곳까지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잼버리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정권이 앞으로 어떤 담론을 구성해 갈 것인지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매우 중요한 순간을 통과하는 중이라는 개인적인 예감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재해·위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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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역, 서현역. 묻지마 범죄, 엄벌만이 최선일까요?
묻지마 범죄 포비아 잇단 흉기난동에 커지는 불안감 최근 신림역 묻지마 흉기난동에 이어, 서현역 AK 플라자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언제 어디서든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공포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찰력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 가석방 없는 종신형 추진 일단 지금까지 나온 것들로 정리해보면, 신림역 사건의 범인 '조선'은 할머니 말고는 의지하는 사람이 없었고, 폭행 등 전과 3범, 소년부 송치 전력이 14건이였습니다.  현재 서현역 사건 범인은 경찰에 따르면,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이후 분열적 성격 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이는 범인측의 진술이라서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서현역 범인 정보 그러나 이 묻지마 범죄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엄벌만이 최선일까요?'  무조건 '엄벌'만을 외치는 사회  당장 포털사이트들이나 뉴스 댓글들을 보면 '엄벌'만을 외치는 글들로 가득합니다.  '사형에 처하라'  '흉기 들고 있는 사람은 무조건 현장사살이 답이다'  '사형제도가 부활해야 한다' '정신병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격리해야 한다'  신림역 사건 범인의 사형 선고를 원하는 유족 당장 신림역 사건의 유가족은 '피의자가 전과 3범에 소년원을 14번 오갔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을 사회에 무자비하게 풀어놓는 판결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면서, '피의자가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유족들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 없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을 받고 사회에 나올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마지막으로 '가장 엄정한 벌인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많은 분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엄벌만이 묻지마 범죄를 막을 수는 있을까요?  묻지마 범죄의 원인들은?  묻지마 범죄의 원인들은 다양합니다. 실제로 뉴스토마토는 2021년 5월 26일 작성한 기사에서 묻지마 범죄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1. 현실불만형 (사회에 대한 불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경쟁사회입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좋은 학교, 직장, 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과 경쟁을 경험합니다.  학교에서는 좋은 성적과 대학 입시를 위해, 학교를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직장을 구하면 승진하고 성공하는 인생을 살기위해...경쟁과 도전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실패자들과 경쟁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합격해 들어간 직장의 자리가, 어떤 사람에게는 반드시 원했던 자리였을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로 마지막 기회였을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내가 탑승한 마지막 성공의 자리, 내가 탑승한 '합격'이라는 막차를, 반드시 누군가는 놓치게 되는, 실패자, 낙오자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사회입니다.  결국 이렇게 실패하거나 낙오된 사람들은 점점 사회에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나는 이렇게 망했는데, 저기는 왜 저렇게 행복해?', '나는 정말 죽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는데, 외면당했어.' 이런 좌절감과 분노가 겹쳐 아무런 관계도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현실불만형'입니다  2. 정신장애형 (약물·본드 등 환각물질 흡입, 또는 정신장애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주로 정신장애 및 환각물질로 인한 이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정신장애는 초기에 치료를 받아야 참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정신질환에 대한 안 좋은 시선으로 치료를 미루다가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3. 만성분노형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의도를 잘못 해석하거나 분풀이로, 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재미로 저지르는 경우)  특히 제가 그동안 본 묻지마 범죄 범인들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1. 정신장애가 있거나 비슷한 증상이 있다.  2. 저소득층이거나, 극빈층이다.  3. 함께 지내는 가족 및 친구가 없거나, 있더라도 관계가 매우 약하다. (일본의 '히키코모리' 또는 은둔형 외톨이)  스펀지에서 방송되었던 묻지마 범죄. 악명높은 일본의 아카하바라 살인사건도 포함.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사회가 엄벌주의로 범인에게 사형만 선고하고 관심을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아무리 엄벌주의를 해도, 극빈층, 특히 은둔형 외톨이나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이 없으면 묻지마 범죄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양극화가 낳은 사람들, 은둔형 외톨이 위기의 청년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묻지마 범죄, 엄벌만이 최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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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오염수 대응을 IAEA 보고서에 근거할 수 있나?
예측은 단지 미래를 전망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를 통제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여 우리의 제한된 지적 능력으로는 완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희망은 우리가 불확실성을 알고 있다는 데 있다.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치열하게 오류를 줄이려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과 관련하여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보고서에 근거해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IAEA가 에너지와 관련해 과학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은 분명 맞다. 그렇다고 해서 IAEA 보고서의 오염수 예측을 그대로 확신해도 될까?  IAEA의 소위 자매기관인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WEO)은 에너지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자료는 정책 입안자와 투자자가 이를 기반으로 정책과 투자를 결정하는 데 사용된다.그런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2021년 기사에서 IEA가 재생에너지 예측을 늘 과소평가한다고 했다. IEA는 2021년 5월 풍력과 태양광의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에 발표한 수치에 비해 25% 더 상향 조정했다. 2021년뿐 아니라 IEA는 지난 10년 동안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예측을 반복적으로 상향 조정해 왔다. 즉, IEA는 전 세계가 재생 에너지 전환하는 속도를 늘 과소평가해 왔다.WEO 2010은 2024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이 180GW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15년 1월 이 목표에 도달했다. 2010년에 설치된 풍력 발전 용량은 WEO 2002와 2004의 전망치를 각각 260%와 104%를 넘었다. 2030년 풍력 에너지에 대한 WEO 2002 전망치는 2010년에 초과 달성되었다.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NEF)나 시티(citi)와 같은 다른 분석 기관들은 재생 에너지의 예측이 거의 정확했다. 반면, IEA의 부정확한 예측과 일치하는 결과를 내놓은 기관은 영국국영석유회사(BP), 셸(Shell), 엑손-모빌(Exxon Mobil)과 같은 화석연료 기업이었다. IEA는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산업의 입장을 반영해 왔다. 어쩌면 IEA가 미래 에너지 전망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취하는 것은 최근 급진적인 흐름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성장 트렌드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입장은 혁신 기술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과학자의 의견은 봉건사회의 종교인만큼이나 권위가 있었다. 하지만, 위험사회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위험한지를 과학자의 판단에만 맡길 수 없다. IEA 보고서처럼 과학자의 예측결과는 생각보다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은 결과의 확실함이 아니라 물질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의 합리성을 추구한다.  인간이 제한 없는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우리는 자신의 편향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이 다르다. 이성은 자신의 편향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자료를 선별해서 해석하기도 한다. 당연히 우리 각자의 판단이 절대적인 진실이 될 수 없다.과학자도 자기 분야 외에선 전문가가 아니긴 매한가지다. 전문가들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한 걸음만 벗어나면 자신의 전문 분야 권위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본 오염수는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염수 이동, 오염수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복잡한 작용을 한다. 이 모든 영역의 통합적인 이해는 개별 전문 영역을 넘어선다. IAEA는 방사능에 관한 전문기관이지만 다른 분야에 관해선 그렇지 않다. IAEA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과 관련하여 독립적인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대응 조치가 적절한지를 판단한다. 그러므로 2022년 11월에 발간한 IAEA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4차 보고서의 표지 다음 쪽에 “이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IAEA와 그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결국 오염수 위험 대응은 각 국가가 스스로 판단할 몫이라는 것이다. 위험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지려면, 제한적 합리성을 가진 사람들이 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감수할 위험이 어떤 사람에게는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 그러므로 위험 대응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를 가진 시민들 간 논쟁은 불가피하다. 위험에 대한 판단은 어떤 과학적 사실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위험에 대한 정부의 의사결정과 전문가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전문가가 위험 담론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카이스트 전치형 교수는 “우리의 신뢰는 과학지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사람과 조직, 이를 운용하고 감독하는 제도, 이 모든 과정을 뒷받침하고 책임지는 정부를 향한다.”라고 했다. 정부가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정보가 널리 공유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 민주적 합의를 이뤄내는 데 있다. 이는 불필요한 불안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괴담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다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염수에 대한 불안과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증폭된 근거 있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소설가 김훈은 “이 사회의 지배적인 언론과 담론들이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해버린다. 아마 당파성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정의라고, 신념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의견과 사실은 뒤죽박죽이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각자 의견에 따라 사실이 다른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사실에 대해 “내 것이 사실이야.”라고 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없어 우리 각자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 결국 우리 공동체는 하나가 되지 못하고 각자가 되어 위험에 속수무책인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하기는커녕 특정 기관의 권위를 빌어 시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이거야말로 확실한 것˝이라고 외치는 큰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신념이 확신이 되어 다른 것을 살펴보지 못하게 해 결국 우리 공동체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은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서 위험에 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확실성만을 추구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확실함은 현실의 복잡함과 모순을 놓치게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확실함을 부여잡으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욱 불안해진다. 자신감을 진실로 착각하는 세상에서 확신하지 않는 것은 나약한 태도가 아니라 진정 강인한 태도일 수 있다. 자신을 확신하지 않기에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모을 수 있어 위험에 함께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전치형, 후쿠시마 시찰단과 과학의 자리, 한겨레신문, 2023년 5월 26일 IAEA, 2023, IAEA Review of Safety Related Aspects of Handling ALPS-Treated Water at TEPCO’s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Report 4: Review Mission to TEPCO and METI World Economic Forum, 2021, Exceptional new normal: IEA raises growth forecast for wind and solar by another 25>#/li### 작성자: 조천호 (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ESC 회원)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 '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재해·위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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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와 소금 품귀 현상, 어떻게 보시나요?
신안군 자은도 백길해변 근처  때아닌 천일염 대란 : 소금 품귀 현상 가뜩이나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예상치도 못한 ‘소금 대란’이 가세했다. 당장 7월 김장철과 집안 먹거리, 아이들 급식, 맛집 탐방마저 걱정하는 사람들이 한숨부터 내쉬고 있다. 소금 가격이 치솟는 것도 치솟는 것이지만, 한국의 대표 음식 김치를 비롯해 소금이 들어가는 모든 음식―실상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있을까?―이 며칠 새 걱정거리로 돌변했다. 천일염 사재기가 시작됐고, 소금 가격은 10배 이상 뛰었다. 대형 슈퍼 천일염 판매대가 비고, 천일염 관련주가 폭등하는 등, 코로나19때 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소금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히말라야 핑크솔트로 김장할 판”...유통가 ‘소금대란’_2023.06.19.뉴시스). 도대체 왜 소금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도쿄 원전 처리수 문제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동일본 태평양 연안을 강타했다. 리히터 규모 9.0 강진은 쓰나미를 일으켜 1만 8000명 이상의 사망자, 실종자가 발생, 여러 도시가 파괴되고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후쿠시마현 오쿠마쵸와 후타비쵸에 걸친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도 수소폭발과 건물 손괴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태평양으로 흘러 나오며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 태평양 연안의 나라들 모두 이로 인한 피해와 두려움을 안고 있다. 원전 사고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에는 출입 금지 구역이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수조 원의 돈을 써서 복구하려 하고 있지만,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건과 연료봉, 100만 톤 이상의 오염수 등을 안전하게 제거하려면 앞으로 30, 40년간 수만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BBC JAPAN은 보고 있다.(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10년, 남은 영향은? 2021.03.10. BBC NEWS JAPAN)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출에 대한 입장 1)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출 계획에 찬성하는 입장 NRC(핵규제위원회)와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처리수 백만 톤을 방출하는 계획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2021.03.07.네이처NATURE) 백만 톤이더라도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방출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후쿠시마 외 다른 원전에서 방출하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할 뿐이라고 말한다.(2021.4.13.로이터REUTERS) 이 기사들에 따르면, 원전 처리수는 방출되기 전 국제안전기준에 맞추어야 하며, 그 점에서 문제가 없다. 또 물 속의 주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tritium)는 인간의 피부를 투과할 수 없어, 비교적 무해하다고 말한다. 2)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출 계획을 반대하는 입장 NRC는 위협적이지 않다고는 했으나, 원전 처리수 방출에 의도치 않은 삼중수소의 누출이 있었던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U.S.NRC). 또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단순히 지금 평가할 수는 없다며, 환경단체와 지역 사회, 그리고 일본의 인근 국가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례로 중국은 이에 “심히 무책임하다”며 방출을 반대한다.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후쿠시마 사람들을 또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일본의 어업인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2023.05.27. 아사히 신문). 이 해역에서의 해산물이 팔리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실제로 한국에서는 약 2개월간 일본산 해산물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2023.06.19.연합뉴스) 많은 이들이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첫 번째 반증이 ‘소금 품귀 현상’이다. 그것은 건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신안군 자은도 백길해변 과연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돌이키기엔 늦은 듯한 7월의 원전 처리수 방류는 과학자들이 안전을 말한다고 해도, 환경단체 및 일반인들이 느끼는 해양 오염의 불안과 우려를 금세 안정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설사 현재는 미미한 영향이라 하더라도, 바다에 뿌려진 오염물질들이 포식자와 상위 포식자를 거치며 누적돼 후대에 큰 영향이 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다. 과거 갯벌을 개척지로 생각하고 육지화 했지만, 현재는 갯벌이 바다의 허파 역할을 해서 오히려 정화 작용을 한다는 걸 새로이 알게 된 것처럼,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의 안전까지 예단할 수는 없다. 과연 원전 처리수 방류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수산업의 피해, 건강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잃어버릴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천일염의 천정부지의 가격 상승으로 화제가 된 신안군. 1004섬이라는 신안의 섬과 섬 사이를 채우고 있는 바다는 여전히 청정의 아름다움을 안고 있다. 이 아름다움과 청정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을까. 설사 수백 수천 년 후의 일이더라도, 갯벌 간척을 했던 안타까운 앞세대들처럼,  우리가 모르는 새에 이미 자연 오염에 동조해 버리는 무책임한 세대로 기억될 지도 모를 일이다. 신안 자은도 분계해변
재해·위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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