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내 몸이 어때서!' 평등한 여성의 몸을 말한다 #1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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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운동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이 한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및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동참합니다.

@ British Vogue May 2018 Magazine Models Cover

미국 힙합 가수 잭스의 노래 Victoria’s Secret은 이렇게 시작한다. “God, I wish somebody would've told me when I was younger that all bodies aren't the same”(참, 내가 어릴 때 누가 좀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의 몸이 전부 같진 않다고)


깡마른 모델을 내세우고,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을 거식증으로 내몬다는 비판을 받아온 패션계에 바디 포지티브(body-positive) 운동이 퍼지고 있다. 한때 전속모델 ‘엔젤’을 내세워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달라진 소비자 가치를 인정하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모델을 선정했다. 이제 전문 모델 대신 IT기업 투자자, 축구선수, 사진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빅토리아 시크릿의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외모보다는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브랜드의 가치로 삼겠다는 것이다.

유튜버 치도(CHEEDO)는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이즈를 대표한다. 유튜버 치도는 샌드박스 및 스파오와 협업하여 <사이즈 차별없는 패션쇼>와 ‘사이즈 차별없는 마네킹’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남성 190cm, 여성 184cm에 달하던 마네킹 키는 우리나라 평균 신장을 반영해 172cm, 160cm가 되었다. 국내 브랜드 더잠은 동양인에 맞춘 26가지 사이즈의 속옷을 출시하고, 체형에 따라 속옷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밖에도 컴포트랩, 비브비브, 에어리 등 여러 국내외 브랜드가 다양한 신체 사이즈를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 나는 인생 최저 몸무게인 58kg를 기록한다. 이 몸무게는 굶어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 중간고사 직후, 한 남자 선생님께서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보름달이 되었네’라고 하셨다. 스스로 통통하다고 생각해 자신감이 없던 나는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식단조절을 했다. 밥을 정말 새 모이만큼 먹었다. 체력 유지를 위해 점심/저녁 시간에 뛰던 줄넘기는 그 수를 배로 늘렸다. 그렇게 58kg가 되었다.

이 몸무게는 나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학업 성적은 떨어지고 기운은 없었다. 극단적인 식생활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이어졌고, 결국 1학년 여름방학에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몸무게는 다시 62kg로 돌아왔다. 그 이후 나는 극단적인 식사량 조절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내 몸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데 필요한 식사량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몸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몇 년 전 여자 아이돌 남자 아이돌 가리지 않고 예뻐서 좋아한다던 동생이 있었다. ‘살을 빼야지’하면서도 운동을 게을리하거나 음식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스스로 자책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폭식으로 이어졌다. 선망의 대상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미워하던 그 친구에게 나는 별다른 말을 해 줄 수 없었다. 직접 경험하는 것과 다른 이를 설득하는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당시에는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의 신체의 사람들이 자신 있게 살아간다. 이제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도 된다고 좀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여성이 운동하면 늘씬한 몸매를 목적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다르다. ‘예쁜 몸’보다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한다. 그리고 근육이 있는 여성을 멋있다고 생각한다.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라는 책 제목을 보시라.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는 <근육 있는 여자들>이라는 주제로 화보를 제작했다. 이제 여성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 근육 있는 여자들 

작성자: 노다해
복잡계 연구의 대표적인 대중서 <세상 물정의 물리학>을 읽고 통계물리학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위대한 여정은 척척석사로 마무리할 예정이다(23년도 8월 졸업). 복잡계 '연결'망을 연구한 만큼 '연결'하는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과학과 대중 사이에,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 사람과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다.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관심사는 그 밖의 모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읽고 쓰는 재미에 빠져 책 모임과 글 모임을 오랫동안 꾸려왔다.

출처
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에 등록된 정보입니다.
ESC: https://www.esckorea.org/
숲사이: https://so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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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에서 '아름'이라는 말의 어원은 '나'를 뜻한다고 합니다. 라고 합니다. '나'다울때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라고 하더라구요. 남들에게 보여지는 '미'말고 나를 사랑하기 위한 '미'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