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내 이름은 김재경, 시민팩트체커죠.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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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프리랜서
Unsplash의Soumyojit Sinha


 ‘명탐정 코난’(이하 코난)은 만화책 기준 올해까지 약 30년째 연재중인 유명한 추리 만화다. 필자는 애니메이션으로 코난을 자주 봤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증거들을 수집해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코난의 모습이 정말 멋있고 재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난 만화에 대한 흥미는 떨어졌지만, 비슷하게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바로 JTBC의 ‘팩트체크’코너다. 수많은 가짜 정보(뉴스)를 ‘의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해 일반 시민들도 알기 쉽게 근거를 들며 통쾌하게 검증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팩트체크는 멋있고, 나도 따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와중, 캠페인즈에서 시민팩트체커를 모집하고, ‘시민팩트체크 기초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해 빠르게 신청했다. 나는 전체 교육 중 2회차와 3회차 교육을 들었다. 팩트체크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들 중 인상깊었던 점 3가지를 후기로 남기고자 한다.

핵오염수 영상 팩트체크 글에서 발췌(사진 클릭 시 이동)

우선, 팩트체크 대상을 찾는 건 쉬우면서 어렵다.  팩트체크 교육중에 인상 깊었던 예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현장이라며 틱톡에 돌아다니던 영상을 검증한 것인데, 영상 속에 등장하는 호텔을 구글 어스에 검색해 영상과 동일한 구도의 이미지를 찾았던 것이다. 이런 팩트체크의 경우, 크게 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팩트체크 아이템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본격적인 팩트체크를 하지 않을 때는 왠지 많이 본 것 같은 허위정보들은 사실 평소에 꼼꼼하고 비판적으로 여러 정보를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볼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실제로 내가 선정하고 준비한 팩트체크 아이템인 ‘의대 정원 확대의 공익성’의 경우, 검증하기가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 이미 검증된 내용도 많아 새로 팩트체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팩트체크 교육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이 준비해온, 재밌거나 검증하기 용이한 팩트체크 아이템을 보며 ‘와 세상은 넓구나’라는 감상이 들었다.

다음으로, 팩트체크의 정의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 팩트체크 교육을 듣기 전에는 막연하게 팩트’체크’니까, 단순히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팩트체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핵심 요약, 배경 확인’에 불과했다. 팩트체크는 1)검증대상이 존재하며 2)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해 3)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검증할 대상이 실제로 공익성,중대성,시급성을 가지는지도 판단해야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어제 먹은 저녁 메뉴에 대한 팩트체크는 공익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중대사항도 아니며 시급하게 검증할 필요가 없다. 

시민팩트체크 교육 3회차 자료 중

마지막으로, 팩트체크는 중립을 지키고 투명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평소 사회문제에 대한 글을 쓸 때도 보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의견과 주장을 펼치는 글 위주로 작성해왔다. 이 습관이 팩트체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꾸 드러나려고 했지만, 팩트체크에는 팩트체커의 입장이 반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실히 배워 신경쓰며 팩트체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팩트체크 과정에서 사용된 근거나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저작권을 지키는 걸 포함해서 이런 원칙들은 평소에 다른 글을 쓸 때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팩트체크는 다른 글 종류와 다르게 사실에 대한 검증을 다루고 있으므로 더 엄격하게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민팩트체크 교육을 들으며 알게 된 심주형님의 아이템을 가지고 공동으로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팩트체크 교육을 들으면 팩트체크의 이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내가 팩트체크를 진행해보고 이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으며, 좋은 동료 팩트체커와 함께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코난처럼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은 현실에서 어렵겠지만, 가짜 뉴스를 보며 눈살이 찌푸려졌던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가짜 뉴스라는 범인 잡기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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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다섯가지 원칙 얻어 갑니당 ㅎㅎ

재미있네요. 개인적으로 '전문성'이 가장 모호한 표현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시민들이 하는 팩트체크에 전문성의 잣대를 들이밀거나 언론인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일들 모두에 이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더 자주, 더 세밀하게 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생긴다고 생각해서요. 시민 개인의 변화가 팩트체크 문화를 만들고, 이 문화가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팩트체크는 쉬우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콘텐츠를 볼 때마다 나라면 어떻게 검증했을지, 어떤 아이템을 선정했을지 상상이 되기도 하구요 ㅎㅎ 덕분에 더 나은 판단을 하며 이슈를 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펙트 체크를 통해 알게 되는 가짜 정보들에 경악을 합니다.
기자들은 왜 사실을 외면하고 가짜 뉴스를 쓰는 것도 아니고 퍼 나르는지...
모른다면 기자로서의 자질 부족이고 게으름인데 알고도 한다면 끔찍한 일이예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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