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개발의 뻘밭이 된 새만금... 지역개발,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달 29일, 새만금 위원회의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토교통부에 새만금 간척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는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습니다. 기존에 중앙부처에서 정한 새만금 예산이 6,626억 원에서 1,479억 원으로 약 78%가량 줄어든 것인데요. 이와 같은 정부의 조치들은 전라북도 지역사회와 정치권을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전북도, 지역 시민단체 등이 정부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물으며 ‘예산보복’과 동시에 “새만금 죽이기에 나섰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입니다. 새만금에서 8월 1일부터 12일간(8일차 조기철수)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온갖 논란으로 점철되고, 새만금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국제적 망신은 차치하고 한국 행정의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것부터,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떠넘기는 모습에, 새만금 사업 자체의 취약성까지. 잼버리 사태 하나만으로 우리 사회 이면의 온갖 문제들이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번 예산안 논란을 보면 거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역에서 진행되는 ‘한국식 지역개발’의 한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잼버리 파행에 붙여 어떤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실질적인 문제의 원인인 ‘한국식 지역개발’이 어떻게 소모되고 있는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글 맨 아래에 새만금의 역사와 사업개요를 간략히 소개해뒀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잼버리 파행 이후의 정치 공방 이번에 삭감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새만금 간척지의 기초 인프라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대체로 공항/항만/철도/도로를 건설하는 것에 쓰입니다. 전북도가 특히 정부 예산안에 반발하는 지점은 ‘새만금 국제공항’건설 예산의 89%가 삭감되어 내년 착공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특별히 SOC 예산이 깎인 이유가 바로 잼버리 파행과 관련한 정치적 책임전가 때문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잼버리가 실패하고, 그 책임 공방에서 윤석열 정부는 쉽게 발을 빼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떠나서 부실 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잼버리가 끝나자마자, 국민의힘은 ‘전북 책임론’을 들고나와 전라북도의 잼버리 파행 책임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지난 8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에는... 1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며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잼버리를 예산 확보를 위한 도구로 악용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당초 SOC 예산을 노리고 잼버리 유치를 따낸 전라북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북 책임론’을 제기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전북 책임론이 대두됨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는 곧바로 SOC예산을 삭감합니다. 이에 전북 지역사회는 이를 정부의 잘못을 전북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며, 곧장 반발에 나섰습니다. 김제시의회는 정부가 새만금 SOC예산을 삭감한 반면, 경북/울릉 공항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산은 늘렸다며 ‘전북 홀대론’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정치 공방 사태는 우리 사회에 실존하는 지역주의의 색채를 강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 양당으로 갈리는 정치 지형은, 근현대 한국 발전사에서 ‘전라도’란 공간/사람/인식에 가해진 차별과 더불어 이와 연관된 영호남 지역주의를 원인으로 한 ‘현상’인데요. 잼버리 파행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역주의의 부활’을 언급했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호남 갈라치기’가 의심되는 발언을 했습니다. 전라북도는 지역 홀대론을 내세우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런 논리라면 정부 비판은 국민 비하이고, 여가부 비판은 여성혐오인가”라며 전북 책임론을 지지했습니다. 정치 지형이 갈리는 현상이 잼버리를 기점으로 더욱 폭발한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이런 싸움의 향방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납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떠나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책임 ‘회피’공방과 때아닌 지역주의의 대두로 정작 잼버리 실패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잼버리 파행과 같은 사건은 왜 일어난 것일까요?   😯언젠가는 생겼을 일? 지역개발 방식의 문제가 크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김동인 기자는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가 한국식 지역개발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국제행사를 지렛대로 삼는 것은 2010년대 들어 반복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합니다. SOC 예산 확보를 위한 전북의 노력이 전국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주장인데요. 사실 지방정부가 정부지원을 노리고 행사를 개최한다는 주장이 최근에만 나온 건 아닙니다. 실제로 지자체가 “메가 이벤트” 개최가 정부의 도움으로 SOC를 싸게 건설할 수 있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분석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2년 여수엑스포, 2018년 평창올림픽 등의 이벤트는 모두 그 혜택을 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박복재·문영수. 2015) 과연 그 지역들은 예산 욕심이 없었을까요? 의문입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잼버리 대회 유치를 통해 새만금 신공항 및 기타 SOC 재원 확보를 기대했습니다. 이는 전라북도청 홈페이지에서 잼버리의 기대효과 중 하나로 ‘인프라 확충’ - “교통, 물류 중심지로 도약”을 적어둔 것만 봐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잼버리가 유례없는 실패를 기록했기에, 개발사업에만 매진하며 잼버리를 도구화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모든 지자체의 문제입니다.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대규모 SOC 확충을 꾀할 수 없으니, 메가 이벤트를 통해 재원을 확충하는 것은 지역 입장에선 당연히 취해야 할 전략이기도 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부산 엑스포의 가덕도 신공항과 더불어, 지역에서 유치하려는 모든 대규모 개발 시도를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지역개발 방식이 필요하다 ‘시민건강연구소’는 “메가 이벤트 증후군mega-event syndrome”이란 개념을 소개하며, 지역관료·개발업자·경제성장주의자들의 불확실한 선전에 의해 이뤄진 메가 이벤트가 되려 국가와 지역사회에 상당한 재정적·환경적 부담을 준 사례로 새만금 잼버리를 지목했습니다. 또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탕개발주의”를 지적하며 지역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지상주의가 전국 모든 곳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거론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지방소멸 이슈로 인해 전국 지자체가 너 나 할 것 없이 대규모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판입니다. 근현대 개발독재 시기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인 환경과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이 그 추세 속에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새만금은 건설이 시작된 지 32년 차에 다다른 엄청난 규모의 국책사업입니다. 그 과정에 숨어있는 지역주의, 대선마다 바뀌는 공약, 지역민의 숙원, 개발지상주의, 지역균형발전, 돈의 이해관계 등 너무나도 많은 이해관계가 섞여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을 해체하며 결국엔 여러 요인이 겹쳐 잼버리 파행이란 공으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32년 동안 스스로 없애버린 갯벌 수렁이 개발이란 굴레 속에서 재현된 셈입니다. 여러 문제가 섞여 있는 만큼, 그 수렁은 너무나도 깊어 보입니다. 예산안 삭감으로 번진 정치 공방은 서로 간의 책임 회피만을 그리며 이 굴레를 의도적으로 회피합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또 다른 개발은 계속되고 있고, 메가 이벤트 유치전을 벌어지며, 새만금 갯벌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난한 정치 싸움에서 벗어나, 정말 지역과 사회를 위한 개발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이뤄져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새로운 개발사업이 정말 타당한지, 제대로 논의해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개발에 대해 보다 더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지역개발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새만금 개요] 사업명 ‘새만금간척공사종합개발사업’ (국책사업) 위치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일원 규모 409㎢(토지조성 291㎢, 담수호 118㎢) *세계 최장 방조제 : 33.9㎢ 사업비 22.79조원(국비 12.14, 지방비 0.95, 민자 9.7) 토지이용계획 1권역(산업·연구용지) 26% 2권역(복합개발용지) 21% 3권역(관광·레저용지) 11% 4권역(배후도시용지) 3% 농생명권역 36% 기타 3% [새만금 역사] 1987년 노태우 후보 새만금 간척사업 대선 공약 1989년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 발표 (농지 100%) 1991년 11월 28일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기공식이 열림. 1990년대 중반부터 시민단체의 새만금 사업 반대운동이 시작됨. 2003년 6월 환경/시민단체 ‘새만금간척공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2004년 1월 서울고등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뒤집음. 공사 재개됨. 2006년 4월 21일 물막이 공사 끝 2007년 노무현 정부 새만금 땅 용도를 농업 100%에서 농업72%/산업28%로 변경. 2008년 이명박 정부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개발계획 발표 2010년 새만금 땅 용도를 농업 30%/산업70%로 변경. 2010년 4월 새만금 방조제 전 구간 완공(공사 시작 19년만) 2012년 새만금특별법 제정 2013년 새만금개발청 개청 2017년 8월 박근혜 정부 2023세계 잼버리 대회 새만금 유치 2018년 10월 문재인 정부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2019년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2020년 스마트그린산단 비전선포, 수변도시 착공, 육상태양광 착공 새만금 사업 2020년까지 총사업비 22조7900억원 가운데 8조4400억원(37.0%)만 투입됨. 2023년 6월 21일 영화 ‘수라’ 개봉 2023년 8월 1일 ~ 12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새만금에서 개최. 준비 미흡, 폭염 및 태풍 ‘카논’ 여파, 부실운영 등의 문제로 파행. 2023년 8월 29일 한덕수 국무총리 새만금 개발 전면 재검토 지시 2023년 8월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중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대폭 삭감.   [참고자료] 새만금개발청 전라북도청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새만금의 역사_ 한겨레 21. 2023.08.24  1991~2023 새만금 역사 32년 몰아보기_ KBS 뉴스 전북 유튜브. 2023.01.22  박복재 and 문영수 (2015). 메가 이벤트 개최 전후 개최지역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동태적 분석. 통상정보연구, 17( 1), 289- 307. 
지방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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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두 번 연임이 뭐가 문제야? 농협의 역사로 본 농협법 개정안 논란
여러분은 ‘농협’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대다수는 하나로마트와 ‘놈으옙흐’란 밈으로 더욱 유명해진 농협은행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대부분의 일상이 도시에서 이뤄지는 오늘날, 농촌과 농업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을 수 있는 조직으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농촌에 내려가면 상황은 조금 달라집니다. 하나로마트와 농협은행이 지역민의 주된 이용처임은 물론이고, 농작물의 생산/가공/유통/판매와 농업에 연관된 전후방 산업(농약, 농기계, 비료, 주유소 등) 모든 곳을 농협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농민 복지, 농업 연구, 영농 교육, 언론 등 다양한 방면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이 ‘농업협동조합’인 만큼 200만 명 이상의 농민을 조합원으로 하여, 농업 및 농촌 사회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요.   농협은 2021년 기준 농·축협 경제사업 규모만 56조 7,711억원에 달할 정도로 사업 범위가 넓고 조직규모가 매우 거대합니다. (농협중앙회, 2021) 그런데 농협이 계속 커져만 갈수록, 농업계 내부에서는 근심이 늘어가고 있는데요. 조직 내부의 온갖 부정과 비리, 비민주적 절차 등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권력의 고착화로 인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새로운 논쟁이 등장했는데요. 바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농협법 개정안’ 이슈입니다. 이 글에서는 농협의 다양한 문제들을 잠시 접어두고, 잘 알려지지 않은 농협의 역사를 살펴 최근의 농협법 개정 흐름을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농협 지배구조 변천과 단임제의 시작 농협은 1961년 8월 15일 정부에서 제정한 특별법인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기존의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이 통합되면서, 종합농협으로 재편성된 특수법인입니다. 그 조직구조는 중앙회와 농·축협 2단계로 나뉜 조직으로 편성되어 운영되는데요. 중앙회가 2개의 지주회사와 34개의 계열사를 운영해 농협은행, 하나로마트 등을 관리하고, 농·축협은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으로 구성되어 총 4,876개소의 사업장을 운영 중입니다. (본점+지점 계산, 2023년 기준)   종합농협은 처음부터 정부의 농촌조직 육성정책을 통해 설립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1989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선거제’로 바뀌기 전까지는 정부에서 중앙회장을 임명하고, 중앙회장이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지역 조합장을 임명하는 ‘임명제’를 유지했습니다. 자주적 협동조합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농촌을 대표하는 관변단체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지요. 직선제로 선거 방식이 개정된 이후엔 농·축협 조합장 등의 임원은 직선제를 통해 선출되고, 중앙회장 역시 농민 조합원이 뽑은 조합장에 의한 직선제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989년부터 유지된 직선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농협법 개정을 통해 중앙회장 4년 단임제 및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게 됩니다. 이는 1990~2007년 사이 세 명의 조합장 모두 연임에 성공한 동시에, 임기 중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처벌받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한국농정, 2023) 계속되는 중앙회장의 부정으로 공익성과 민주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판단한 18대 국회의 판단이었습니다.   11선에 도전하는 조합장, 연임을 원하는 현 중앙회장 농협법 개정을 통해 단임제로 바뀌었으나, 당시 21~22대 중앙회장은 개정법이 현직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에 의해 연임을 허용받습니다. 그리고 현재 24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시행되었음에도 명확히 적용되지 않은 단임제를 연임제로 바꾸려 하고 있는데요. 이에 2022년 12월 4명의 국회의원(윤재갑·김승남·김선교·이만희 의원)이 연임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후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와 농해수위 전체 회의를 신속하게 통과하여 2023년 현재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경인일보, 2023)   (2023년 8월 23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영상)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가장 크게 현 회장의 연임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정보와 인사를 장악한 현직 회장이 다음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반대의견과 다른 협동조합(신협, 산림조합)은 단임제가 강제되지 않는다는 찬성의견이 대립 중인데요. 농협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각 측의 찬반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 지역 조합에 내부통제기준을 정하도록 의무를 부과 - 비상임 조합장(자산이 2500억원을 넘어서는 지역농협의 조합장)의 경우에도 상임 조합장과 동일하게 연임을 두 차례로 제한 - 중앙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 허용   <현재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 찬성의견> - 회장의 연임을 강제하는 협동조합은 농협뿐이다. - 중앙회장의 업무수행 연속성과 책임성을 보장해야 한다. - 농협중앙회 및 지역조합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 농협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 반대의견> - 중앙회장 단임제가 제정되었으나, 성과가 드러나기엔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규정이 적용된 회장 역시 1명뿐이다. - 현 회장의 연임을 보장하려는 전략이다. - 지역 조합 통제를 위한 조항은 필요하나, 회장의 연임은 불필요하다. - 연임에 치중할 것이 아닌 조직 내부의 민주성과 공정성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회장의 연임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에 제한 없는 연임이 가능하던 일부 지역 조합장의 임기를 두 번의 연임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중앙회장의 권력을 강화하는 대신, 지역농협을 통제한다는 복잡한 전략이기에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앙회장과 지역 조합장은 거대한 농협 조직 속에서 핵심 사업들을 관리하는 주체로, 그 영향력 역시 막강합니다. 중앙회장은 거대한 조직의 수장이니 말할 것 없지만, 지역 조합장은 특히 지역에서 큰 권력을 가집니다. 농촌지역에서 농업에 연관된 경제사업 대부분을 4년간 주관할 수 있어, 명백한 지역유지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억대 연봉을 받고, 정치적 발판의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자리입니다. 더불어 비상임 조합장의 경우 횟수 제한이 없는 연임의 가능성 역시 존재해 10선, 즉 40년 가까이 연속 당선되어 큰 이익을 본 조합장 역시 존재합니다. (매일경제, 2023)   이처럼 지역 농협의 감시체계를 확대할 필요성은 있으나, 그것이 회장의 연임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현 농협법 개정안 심사는 여당/야당, 농업·농촌단체들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적절한 숙의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 농협의 찬성단체 포섭 정황 의심, 언론 통제 등이 이뤄지는 점에서도 많은 논란이 양산되고 있습니다.(한국농정, 2023)   연임이 과연 핵심일까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는 “농업 문제라 쓰고 농협 문제라 읽는다”라는 말로, 오늘날 농협의 다양한 농업농촌의 문제들이 농업계의 가장 큰 조직인 농협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을 정도라고 논했습니다. (경향신문, 2022) 농협은 오늘날 한국의 농업과 농촌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조직으로서, 농업농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농업농촌과 농협은 문제의 책임소재를 떠나서 함께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합니다.   현재의 농협법 개정안 논란은 ‘연임’이란 단어가 주는 거부감이 크기에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농협은 농업농촌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며 그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고, 편리성을 줬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 답지 않은 조직 내부의 비민주성, 조직장들의 부정과 비리는 그만큼 많은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실상 그러한 전례가 없었다면, 연임이든 단임이든 조합원과 각 단체는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의 경과를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연임에 치중하기보단 내부의 구조적 개혁을 통해 ‘농업농촌을 위하는 조직’이란 본연의 의미를 세우는 모습이 더욱 필요한 듯 보입니다.   하나로마트와 농협은행의 뒤에서는 농업농촌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농협은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모습을 보이며 협동조합 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자성과 동시에, 외부의 관심 역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농민과 도시민에게 “너무 예쁘다(‘놈으옙흐’)”는 소리를 듣는 농협을 기대해 봅니다.   참고자료 현직 회장 연임 허용한 농협법 개정안 논란, 찬반 의견은?(이코리아, 2023.01.31.) 법사위 심사정보 및 회의록(23.08.23)  농협중앙회. <한국농협 60년사>. 2021. 농협중앙회. <농업연감 2022>. 2022.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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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기후재난, 농민에게 필요한 기후정의
기후위기 취약계층인 농민 재난이 점차 일상화되어 가며, 많은 사람이 위기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똑같이 피해를 겪는 것은 아닙니다. 신체적 차이, 지역, 세대, 부, 성별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따라 위기에 노출되는 정도와 피해의 크기가 차이 나는데요. 즉, 특정의 사람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누구보다도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이들을 ‘기후위기 취약계층’이라 부르며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폭염·한파에 취약성을 보이는 노인, 영·유아, 어린이, 임신부,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생물학적 취약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 노숙자, 옥외근로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상습수해지역·노후화주택 등 취약시설 거주자”  - 국회입법조사처. 2022.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대책 개선 방안>. 5p. 기후위기 취약계층 개념은 기후위기 문제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폭우로 인한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 참변’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기후재난의 피해는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가장 먼저 감당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취약계층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적음에도, 먼저 희생당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필연적으로 ‘기후정의’를 외치게 합니다. 기후정의는 ‘기후악당’이 책임을 다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방식의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그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뉴스트리 2023.06.20) 올여름을 강타한 폭우는 한국에서 기후정의의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해줍니다. 매년 ‘유례없는 폭우’라는 단어를 갱신하며 찾아온 장마는 엄청난 침수 피해를 불러왔습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8일까지 발생한 폭우는 12년 만에 최악의 인명사고를 유발했습니다.(MBC 2023.07.17) 인명사고뿐만 아니라 재산 피해 역시 컸습니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서울 절반 크기 이상의 농경지(3만4천ha)가 물에 잠김과 동시에 많은 시설이 무너졌고, 가축 82만5천마리가 폐사했을 정도로 손실이 심각했습니다.(연합뉴스 2023.07.20) 순식간에 1년 농사와 기반이 무너진 농민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농촌의 농민은 기후재난에 따른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입니다. 땅과 기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농사의 특성상, 매년 발생하는 기후재난은 농민의 소득을 넘어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합니다.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작물 생산량과 보건, 자연재해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한국의 사례는 환경부가 유엔에 제출하기 위해 발간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잘 드러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 강우와 가뭄이 늘었고, 농업에서 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병해충 발생이 증가하는 등의 현상을 보이는데요. 이러한 상황은 매년 다양한 기후재난으로 농민들의 삶이 위협받는 것을 나타냅니다. 거기에다 늘어나는 기후재난에 농민들이 대처할 여력이 없다는 점 역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농촌 사회의 높은 고령화율, 인구 유출, 소득 감소, 행정력 공백 등 ‘지역소멸’ 위기는 기후변화 적응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이 곧 기후정의 정부는 매년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농작물 피해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농작물 재해 보험’/‘풍수해보험’ 등을 통해 피해액을 일정 부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농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게끔 ‘스마트팜’ 등의 온실 기반 디지털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피해 지원책은 피해복구/생계비 지원을 보험산정에 기반해 농민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점에서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국농민회총연합’은 보험에 기반한 피해 대책이 모호한 피해 산정 기준, 높은 보험료, 구호에 초점을 맞춘 지원 등의 문제를 지녀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빚을 내서 농사짓고, 소득이 낮은 농민이 재난으로 농업계를 이탈하는 것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정부의 스마트팜 양성 사업이 기후위기 적응의 전부가 아니라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스마트팜은 온실의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하고 농작물의 생육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설로, 이상기후에도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 농업소득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농민 개인이 막대한 빚을 지녀야 하고, 고령화된 농촌에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단점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기술력만을 우선시할 것이 아닌, 농민들이 재해에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재난의 최전선에서 피해를 감당하는 농민들에게는 기후정의가 필요합니다. 농민들의 피해에 대해 국가가 직접 보상하는 것은 물론, 농촌에서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나아가 농민들이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농민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담겨야 합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가 계속해서 논의되는 만큼, 농민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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