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모두의숲 편
‘모두의숲’은 23년 4월 강릉 산불 재난이 일어난 이후 재난대피소에서 겪은 사람들의 경험을 성평등 관점에서 기록하고, 더 나은 재난 대피소를 상상하고자 <그럼에도 우리는> 2기에 참여했다. <모두를 위한 재난 대피소> 제안서를 통해 단순히 생존에 대한 구호가 아닌, 서로의 돌봄을 위해 관계를 지키고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꿈꾸고 있다. ‘모두의숲’ 활동가 ‘솜씨’, ‘열매’, ‘짜이’를 만나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재난 대피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2023년에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빠띠는 협력을 통해 참여 팀들의 새로운 시도를 돕고 연대를 통해 성평등 문화 시민 네트워크를 확장하고자 한다.   모두가 찾아오고, 모두가 되고싶은 ‘모두의숲'   ‘모두의숲'은 지친 여성 활동가들의 소진을 방지하는 모임에서 시작했다. 구성원들이 활동했던 영역은 환경, 여성, 교육 등 모두 달랐지만, 숲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쌓여있는 감정을 얘기하고, 강릉에서 활동하는 여성 활동가로서 힘들고 어려웠던 점을 나누며 서로를 돌봤다. 사업 외에는 마주하기 힘들었던 여성 활동가들이 서로를 통해 몸과 마음의 회복은 물론, 느슨하지만 끈끈한 연대를 만들어낸 시간이었다. 이 경험이 좋아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면 짧게 협업하는 방식으로 ‘모두의숲’을 이어가게 되었다. 환경과 생태 교육을 공부한 ‘솜씨’를 중심으로 ‘모두의숲’은 산림복지서비스를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변의 여성활동가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2021년에는 버터나이프크루* 3기에도 참여하며 <성평등한 숲 학교 활동을> 진행했다. 성평등한 관점에서 숲을 바라보는 안내서를 만들고 숲이 가진 건강성과 회복성을 통해 성평등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 올해 초까지 ‘모두의숲’은 숲을 기반으로 한 활동가의 회복에 초점을 맞췄었다. 하지만 2023년 4월, 강릉 산불 재난이 발생하고 숲과 집이 불길에 휩싸이며 재로 사라졌다. 숲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가 파괴되고 강릉 시민의 터전이 무너진 가운데 ‘모두의숲’은 재난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 회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버터나이프크루 : 여성가족부가 2019년부터 시작한, 일상에서 성평등 의제를 찾아내는 청년 프로젝트 지원 사업   다양한 시민들이 달려가는 대피소   2023년 4월,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형 화재 참사로 이어졌다. 많은 주민이 터전을 잃었고 긴급대피소와 임시주거시설에 머물렀다. 구호단체나, 군인, 시청 직원을 비롯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일상을 잃어버린 이재민을 찾아왔다. 예술, 생태, 환경, 미디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저마다 캐리어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담아 이재민을 도왔다. ‘마술캐리어'로 불리는 캐리어에는 재난 현장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법 같은 물건들이 가득했다. 강릉에서 독립출판을 하는 사장님은 아이들을 위해 그림 도구와 종이를 지원했다. 봉사하러 왔던 숲 해설가와 씨앗 연구자는 그 자리에서 팀을 꾸려 아이들 놀이 활동에 보조 교사로 활약해주었다. 세월호 가족의 현장지원도 있었다. 배식봉사, 식기류 설거지, 심리지원 봉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힘써주셨다. 이재민들이 재난현장에서 벗어나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갔다.      ‘모두의숲’은 몇몇 구호단체와 함께 아이들의 심리지원부스를 운영했다. 높은 난간이나 계단이 아닌 <어린이 쉼터>를 만들어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는 활동을 했다. 대피소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머무는 아이들의 심리 표현을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진 작업에 익숙한 팀원은 <추억의 사진관>을 운영했다. 핸드폰에 있는 사진 혹은 화재로 전소된 집에서 훼손된 사진을 인화하거나 복원하는 활동을 했다. 서로의 얼굴을 그리며 아이들이 웃고 떠든다. 인화된 사진을 손에 쥔 이재민은 사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화재로 생긴 상처를 되돌릴 수 없지만 잔상이 옅어지기를 희망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대피소 내에서 아이들이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생일을 앞두고 아이들이 기대가 많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방문하여 깜짝 생일 파티도 해주시고, 선물도 주셔서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 했어요. “엄마 나 행복해" 이러면서 좋아했습니다.” 출처 : 「재난현장에도 00이 필요해!」 45p   이재민들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여러 단체와 개인이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관 중심의 일방 소통과 매뉴얼은 여러 주체가 섞인 재난현장에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다양한 모양으로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거칠 때 기후재난 이후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세대로 이루어진 재난 대피소에는 어린이 쉼터가 필요하다. 그림으로 아이들의 심리적 지원 활동을 진행하며 나온 결과물 ⓒ모두의숲   이재민의 다양한 목소리   ‘모두의숲’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재난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그럼에도 우리는’ 2기에 참여했다. 대피소 내 성중립 화장실이 왜 필요한지, 물품이나 자원을 분배할 때 사회적 정체성에 따른 선택권 부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피소 내 소통방법이 ‘이재민'이라는 큰 이름으로 묶여 내・외부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등 매뉴얼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매뉴얼이 제시하는 정형화된 안내보다 이재민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담아내는 게 선행되어야 했다. 내부적으로 열띤 논의를 거쳤다.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이며, 이를 현실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논의 끝에 프로젝트의 방향을 매뉴얼이 아닌 재난 대피소 제안서를 만드는 것으로 선회했다.  ‘모두의숲' 참가자 ‘열매'는 인터뷰를 통해 제안서를 만들기 위해 산불 피해자 인터뷰를 진행하며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음을 고백한다. 하나의 예로 집을 잃은 건 똑같은데 주거 형태가 세입자인지 자가인지에 따라 보상금액이 달라졌다. 세입자는 기존에 사는 집의 계약이 해소되어 또 다른 집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보상받은 금액으로 새로운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재민이자 세입자인 시민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여유도 없이 임시로 머무는 대피소에서 경제생활을 이어가야만 했다. 이재민의 실생활권 문제도 있었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고령의 이재민은 임시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거주 시설에 머물게 되었다. 자식의 거동이 불편하므로 이곳에 왔지만 밭을 일구며 생활했던 기존의 일상은 잃어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점점 악화되었다. 주거 지원은 있지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깊어져 갔다. ‘이재민'이란 뭉뚱그려진 이름에는 제 각각 살아온 일상의 모습이 지워져버리고 있었다.      ‘솜씨’도 공간에 대한 문제를 언급한다. 이동식 주택에 거주하는 이재민은 가족 단위로 생활하게 되는데, 주거 공간이 원룸처럼 되어 있어 성별・연령 차이에 따른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대피소는 설치된 화장실이 성별로 구분되어 있어 아들이 장애가 있거나 부모가 치매가 있는 경우 보호자가 보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임시 주거시설은 말 그대로 ‘임시'이기 때문에 집처럼 편안함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 다만, 다양한 맥락이 고려되지 않는 시설에 오래 머물수록 이재민들의 일상 회복도 더디게 진행되지 않을까.  그럼, 같은 강릉이지만 재난피해에 비교적 피해를 받지 않는 시민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짜이’는 피해 주변 지역을 인터뷰하며 그렇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인터뷰에 응한 할머니는 겨울을 대비한 땔감을 많이 갖추고 계셨는데,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집에는 장애가 있는 아들이 누워있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화재 경보는 알림 등을 이용해 소리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데, 듣기 어려운 노년층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화재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컸다. 기후위기로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서둘러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였다.   모두의숲 솜씨가 재난 현장에서 자료 수집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의숲   모두의 회복을 위한 모두의 제안서   ‘모두의숲’이 만들어낸 제안서는 성평등한 관점을 바탕으로 대피소 생활을 말하고자 한다. 여성청소년이 월경대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표시를 하거나 배부처를 만든다. 반려견과 임산부가 편히 쉴 수 있는 쉼터를 조성한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는 성별에 따른 구분이 아닌,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적지향을 지닌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모두가 안전하고 회복할 수 있는 대피소가 되도록 공간을 이끌고 싶다. 그리고 이 제안서가 2023년 강릉 산불의 재난 현장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재난 현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꼭 재난 당사자가 아니어도 좋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면 재난 대피소가 몸만 피신하는 공간을 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회복의 공간으로 바뀌지 않을까.     “짝꿍도 제가 피해자 인터뷰를 가면 “너는 왜 그걸 하니” 라고 할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주변에 있는 피해자를 보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니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이재민들을 보기 시작한 거죠. 이렇게 주변이 바뀌는 모습들. 대학원 동기들이 기사가 한 번 나고 이후 산불에 대한 소식이 없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되고 있느냐” 이런 것들을 물어봐 주는데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게 제가 기대하는 변화 같아요.”(열매)   “보통 강릉 산불 재난처럼 사건이 일어나면 재난, 사회적 이슈 이런 큰 이름으로 덮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금방 사라지죠. 근데 피해 당사자들은 계속 남아있어요. 사라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개인의 개별성이나 관점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불이 나고 망했어.”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생태적으로 지낼 수 없나?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거지? 대피소도 조금만 공적으로 접근하면 좋아질 것 같은데? 이런 고민하고 있어야 해요. 저는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잊지 않고 다시 해내는 힘 그걸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뭔가 다시 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 같아요.”(솜씨)   “주변 친구들이 “왜 자꾸 거기 가서 그렇게 열심히 해?”라고 할 때 화도 내고 부딪히기도 많이 부딪혔는데 친구들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는데 한 번은 다시 물어보더라고요. 저도 그런 관심이 결국에는 변화된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 이런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이재민 중에서도 몇몇 분들은 산불로 힘들긴 하지만 내가 상황이 좋아진다면 이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을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따뜻함을 많이 느꼈어요.”(짜이)             👉모두의숲이 제안하는 <모두를 위한 재난 대피소> 제안서가 궁금하다면?  https://bit.ly/guide4_00   📝 글ㅣ우디 (데모스X5팀 크루) 소소한 주변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활동가 📷 사진 | 데모스X5팀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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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서페대연 편
'서페대연'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 동아리'라는 풀네임에서 알 수 있듯 서울 기반의 페미니즘 운동단체인 '서울여성회'에서 이끄는 공동체로, 대학에서부터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자 한다. 2017년 공식으로 출범해 6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나,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와 동시에 더욱 거세진 '백래시(backlash)'로 인해 대학사회에서 점차 비가시화하는 페미니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올해 <그럼에도 우리는> 2기에 참여해 <페미니즘 원데이 클래스 : 원데이가 평생이 될지도>를 진행한 것도 페미니즘 운동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서페대연 활동가 지수를 만나 대학 내 페미니즘 운동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서페대연 활동가 지수(왼쪽)와  빠띠 활동가 리디아가 <그럼에도 우리는2>에서 서페대연이 진행한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Parti 대학 내 점점 강해지는 '안티-페미니즘'에 대항하기 위하여 서페대연은  대학 내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있고 일부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의 문제로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 서울여성회의 선배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학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7년부터 대학 내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을 해왔으나, 코로나19 이후 대학 캠퍼스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뒤로도 페미니즘은 백래시로 인해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에브리타임(전국 400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업 지원 서비스 및 커뮤니티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커뮤니티 활동은 철저하게 필터링됐다. 이렇게 페미니즘 공동체가 차별과 억압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다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리가 더 가까이, 더 넓게 다가가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럼에도 우리는>에 참여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기로 했다.   페미니즘의 문턱을 낮추는 ‘원데이 클래스’  초반에는 방학 중에 주1회씩 총 3회차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그런데 서페대연 기존 회원들만 대상으로 한다면 참여자를 모으는 데 무리가 없겠지만, 우리의 취지는 기존 회원 외 더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이었기 때문에 방학 중에 프로그램을 여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학기 시작 무렵으로 진행 시기를 옮기고, 더 쉽고 가볍게 참여할 수 있도록 원데이 클래스로 형태를 변경했다. 그리고 원데이클래스를 열기에 앞서 기존 회원들과 '페미니스트데이'란 이름으로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워크숍에서는 서페대연이 지향해야 하는 페미니스트 공동체 상(像)은 무엇인지, 페미니스트 공동체로서 어떤 문화와 언어와 규칙을 만들어가야 할지 논의하고 마음을 맞춰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원데이클래스는 페미니즘 연구자 선생님들의 강연을 중심으로 참여자들이 편하게 서로의 관심사나 고민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획해 9월 11일, 12일 2회에 걸쳐 이화여대와 덕성여대에서 진행했다. 첫 회는 이화여대에서 진행되었는데,  여성학자 전희경 선생님께서 <페미니즘으로 다시 만난 세계>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쉽게 잘 설명해주셨다. 선생님께서 페미니즘과 차별, 인권을 연결해 설명해주셔서,  참여하신 분들도 페미니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관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모이고 뭉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원데이 클래스에서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전에 선생님께 페미니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십사 부탁드렸고,  이를 반영해 선생님께서는 강의 중에 '지속가능성'으로서의 페미니즘 공동체의 필요성에 관해서도  잘 설명해주셨다. 강의에 이어진 참여자 토론에서는 인상 깊었던 강의 내용과 함께, 책이나 강의로만 접하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실제 대학 사회에서 구현하는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 회차에서는 김주희 덕성여대 차미리사교양대학 교수님께서 <백래시, 동시대 경향성과 페미니스트 대안>이란 주제로 백래시에 관한 강의를 해주셨다. 김주희 선생님께서도 서페대연 단체를 소개해주시며 '함께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페미니즘을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피드백이 나오기도 했다. 두 차례 원데이클래스를 마친 후에도 참여했던 분들과 연을 이어가기 위해 영화 모임이나 운동 모임을 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서페대연이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했다(웃음). 원데이클래스 이후 서페대연에 가입한 참여자들도 있다.   "원데이클래스 참여자분이 "이런 게 없는 줄 알고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홍보 포스터 보고 남들 몰래 사진 찍어놓고 찾아왔어요"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기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대학 캠퍼스 안에서 페미니즘 활동 홍보물을 찾아보는 것조차 힘들어진 상황이 된거죠. 서페대연 홍보물이 거의 유일한데, 그마저도 내가 이걸 보고 있는 장면을 누가 볼까봐 무서워서 몰래 봐야 하고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서페대연이 학내에서 계속 페미니즘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싶어서요."  (지수) 서페대연이 기획한 ‘원데이 클래스'에서 김주희 교수님의 백래시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서페대연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쉽고 가까이 다가가려면 다양한 활동 방식이 필요하다 동아리를 운영하려면 지켜야 할 형식 같은 것들이 있어서, 활동을 기획할 때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을 적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우리는2>에서 다른 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창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좋은 영감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등대’ 팀이 게임을 매체로 활용한다거나, ‘선을넘는몫소리’ 팀이 이주여성 당사자가 이야기하는 자리를 열거나, 이런 방식이 저희에게는 낯선 것들이었다. 페미니즘도 전통적인 ‘운동’ 방식이 아니라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원데이클래스 참여자들과 운동 모임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 같았다면 ‘페미니스트끼리 왜 운동을?’ 했을 거다(웃음). 사실 이번에  원데이클래스를 4회 정도 하고 싶었는데 강사 섭외에 실패해서 2회밖에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또 2회 모두 남녀공학이 아니라 여대에서 진행한 것도 아쉽다. 앞으로 원데이클래스는 꾸준히 했으면 좋겠고, 처음 기획대로 방학 중 3주차 워크숍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페대연이 대학 내 페미니즘 불씨를 살려내려는 이유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면 안 된다’는, 세상이 성평등하게, 더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 운동을 지속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다. 세상을 바꾸려면 행동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나 또한 그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존엄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다. 활동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을 지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운 세상 아닌가.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사는 ‘고집’을 부리다 보면 활동을 지속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 하나는, ‘사람’이다. 서페대연 회원들 중에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운동을 계속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공동체다. 페미니즘 공동체를 재건하고 새로 구축해 나가는 것. 서페대연은 대학사회 안에 페미니즘 공동체를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대학사회를 변화시키고, 이 변화를 대한민국 사회 전체로 확장하고자 한다. 그래서 대학 내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만들어 이 공동체의 힘으로 대학 문화와 제도, 구조를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 문화, 대학 사회 자체가 붕괴된 상황에서 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이 ‘주인’이기 보다 ‘소비자’, ‘고객’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정말 슬플 때는 서페대연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사람들이 모를 때다. 코로나 시국에 정말 힘들고 답답했던 게, 학교에 갈 수 없다 보니 에브리타임에서 우리를 필터링하면 존재를 알릴 방법이 없는 셈이었다. 그래서 회원들이 순번을 짜서 각자 아이디로 저희 홍보물을 계속 올렸다. 삭제되면 다음 사람이 다시 올리는 식이었다. 그렇게 최대한 서페대연 소식이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학기 초에는 서페대연 회원들 에브리타임 계정이 다 신고 당해서 정지되곤 한다(웃음). 그렇게 어렵게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에브리타임에서 보고 왔다”고 하면 정말 감격스럽다. 이 한 명을 위해 우리는 계속 회원 수십 명 계정이 정지되어도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 찾아오는 회원 한 명을 위해 캠퍼스 안에 홍보물 붙였다가 떼이면 다시 붙이고, 욕 먹고, 다시 붙이고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가 여기 있다, 당신 혼자가 아니다”라고 알려주기 위해서.     “(숫자로 꿈꾸는 세상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서울 지역 내 대학이 몇 곳이나 되죠? 서울 지역 전 대학에  페미니즘 공동체가 생기는 것. 서페대연 지회면 더욱 좋겠지만(웃음)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페미니즘 공동체 자체가 없는 학교가 많거든요. 어느 학교에나 페미니스트가 있으니, 이들이 자기가 있는 곳에서 활동하고 지지 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가는 게 서페대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수) 워크샵 활동을 하며 변화를 만드는 실천을 고민하는 서페대연 팀 ⓒ서페대연 📝 글ㅣ한승희기자로 소셜 섹터에 발을 들여놓은 뒤 다양한 조직에서 매니저, 활동가, 연구원, 기획자로서 이런저런 글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과 현장 이야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진 | 데모스X5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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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닛더피스클럽 편
평화라는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 단어이고, 희생이 따르는 단어인지 알게 되는 요즘이다. 연일 국제적으로 안 좋은 뉴스가 나온다. 그런 뉴스들을 접하면 모두가 다 같이 평화를 추구하고, 연대할 수는 없는 걸까.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 나만 추구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고, 그 모임이 커뮤니티가 되고, 그 커뮤니티가 다시 다른 커뮤니티와 엮여 확장성을 갖게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닛더피스클럽은 뜨개질을 통해 평화를 엮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뜨개질을 통해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전하는 장을 만들고, 함께 행동한다. 이런 모임이 새로운 모임으로 계속 엮이고 확장될 수 있다면, 어쩌면 정말 평화가 올지도 모르겠다.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 인터뷰하면서 계속해서 뜨개질하는 닛더피스클럽을 만나 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닛더피스클럽’의 팀원 라일락(왼쪽)과 봄봄(오른쪽)이 워크숍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닛더피스클럽   닛더피스클럽의 탄생   닛더피스는 평화를 엮는다는 의미다. 영어단어 닛(Knit) 자체가 바늘을 의미하기도 한다. 단순 뜨개질이 소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엮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추구하는 가치를 나열해보면, 생태주의, 비건, 동물권, 퀴어 등이다. 이런 가치들을 뜨개질하면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뜨개질을 통해 기후 행진에 필요한 깃대와 퀴어한 모자를 만들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라일락과 봄봄. 두 사람은 이벤트를 통해 만났다. 라일락이 운영하던 작업실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봄봄이 당첨됐다. 인스타 이벤트였는데, 봄봄은 출근하기 전에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고, 각자의 이야기를 하던 중 서로가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같이하게 됐다.  둘 다 제로 웨이스트 방식으로 뜨개질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다. 소재도 친환경으로 쓰고 싶었다. 대개 아크릴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쓰는데 값이 싸고 취급하는 곳도 많지만 둘 다 그런 제품 사용을 지양했다. 재사용 면실을 사용하자는 등 소재 면에서도 니즈가 일치했다. 또한,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몰두하지 않았다. 뜨개질하면 물질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만, 더 중요한 건 같이 하는 사람들과 활동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의 생각이 잘 맞았다.   ‘닛더피스클럽’의 라일락이 워크숍 참가자에게 뜨개질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닛더피스클럽   닛더피스클럽의 닛(Knit) : 기후위기 행진과 연말 모임 활동   기후위기 행진은 라일락, 봄봄 모두 처음부터 하고 싶은 활동이었다. 둘 다 관심 주제가 기후위기여서 당연히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예전에 페미니스트 그룹에서 뜨개질로 현수막을 크게 만들어 행진했던 걸 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우리도 우리만의 가치를 담은 제품을 만들어서 행진해보자는 쪽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뜨개질 워크숍을 열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뜨개질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었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뜨개질을 하며 깃발을 만들었다. 7~8명이 함께 작업을 했는데 힘들면 잠깐 뜨개질을 내려놓고 소파에 기대거나 스몰토크로 쌓인 긴장을 푸는 편안함이 좋았다. 이후 기후위기 행진에 참여했다. 피켓이나 박스로 만든 게 아니다 보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신 분들도 계셨고 사진도 많이 찍으셨다.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의 방식으로 가치를 전달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다줄 때 또 다른 연결고리가 생기는 거 같았다.   기후위기 행진이라는 큰 산을 넘으니까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워크샵을 하고,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등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건 깃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기들과 결과를 어떻게 아카이빙 하고, 기후위기 행진 후기 나눔을 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을 다음에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2023년 우리의 일정은 마무리 단계다. 기후위기 행진했을 때가 하이라이트였다. 현재는 그동안 했던 것들을 아카이빙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말에는 <퀸의 뜨개질>을 보면서 뜨개질 모임을 할 예정이다. 퀴어와 뜨개질이 섞여 있는 영화인데 활동 마무리도 영화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돌보는 시간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닛더피스클럽’의 봄봄과 라일락 및 워크숍 참여자들이 923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닛더피스클럽   뜨개질로 만드는 커뮤니티와 자기 효능감   “가장 뿌듯했던 건, 코바늘을 처음 사셨던 분들이 지금은 각자 알아서 실과 코바늘을 사서 활동하고 계시다는 점이다. 뜨개질이 본인만의 취미가 된 거다.” (라일락)   현재 오픈 채팅방도 운영중인데, 구성원들이 알아서 기획하고 모임을 하신다. 이런 느슨한 관계가 만들어졌다는 게 변화라고 생각한다.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게 다양하고 일상에서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신 것 같다. 본인이 만든 걸 단톡방에 올리면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또한, 뜨개질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찾은 분들도 있다. 뜨개질은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어떤 모양이든, 서툴든 아니든 내가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그러다 보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자기효능감을 되찾은 분도 계셔서 뿌듯하다.   “초반에는 제가 알려주는 선생님이었는제 이제 참여자들이 저를 알려주고 있다. 이것 역시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봄봄)   “일상이 무료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뜨개질로 다시 자기 효능감을 되찾은 분도 있다고 느꼈다. 큰 행위가 아님에도 성취감을 주고, 효능감이 증가하는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라일락)   유튜브에는 다양한 도안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영상도 있고 멋진 결과물을 지향하는 오프라인 모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임에서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면서 만드는 것 자체로 새로운 도안이 되게 하고 싶었다.  뜨개질이 서툴러 한 코 한 코가 일정하지 않아도, 모양내는 대로 자유롭게 만들며 예쁨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느낌으로 모임을 이끌었다. 뜨개질은 열린 기술과 같다. 각자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뜨개질을 누구에게도 공유할 수 있고 활용하면서 수정할 수 있다. 참여자들도 자연스럽게 이 부분을 이해하면서 좋아해 주셨다. 한편, 뜨개질이 사회적으로 여성적인 취미로 이야기되기도 하고, 여성들이 많이 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서 접근을 다르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이번 워크숍에도 성별을 구분해 참가자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자 성별의 편향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남성분들 참여는 없었고 논바이너리, 퀴어 분들은 참여하셨다. 활동을 성별로 가늠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참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 되도록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워크숍에서 산호초 모양의 뜨개질을 공유하고 있는 닛더피스클럽 워크숍 참가들 ⓒ닛더피스클럽 ⓒParti   닛더피스클럽의 또 다른 ‘엮음'을 위해   “작은 목표 중 하나는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동물해방운동을 하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겨울을 날 때 필요한 돼지 옷이 필요한데 시중에서 돼지 옷을 팔지 않으니까 이불을 많이 쓴다. 그런 돼지에게 뜨개질로 만든 옷을 주면 좋지 않을까. 물론 돼지가 잘 입지 않는다고 한다. (웃음) 아무튼, 필요할 것 같은데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찾아서 만들어 보고 싶다.” (봄봄)   “닛더피스클럽과 더불어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잘 엮고, 각각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필요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 뜨개질을 통한 효능감과 함께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 한강에서 비건 포틀럭 파티를 하며 산호초를 뜨개질했다. 자연스럽게 기후위기와 산호초의 멸종 위기가 나오며 다양한 정보를 나눴다. 뜨개질의 목표가 제품의 아름다움이 아닌, 과정을 통한 또 다른 가치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잘 엮고 싶다.” (라일락)   📝 글ㅣ한승희기자로 소셜 섹터에 발을 들여놓은 뒤 다양한 조직에서 매니저, 활동가, 연구원, 기획자로서 이런저런 글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과 현장 이야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진 | 데모스X5팀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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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등대 편
등대(Lighthouse) 팀은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프로젝트에서 성평등 문화에 대해서 관련된 보드게임 만들고 있는 팀이다. 보드게임을 통해 단어 블록을 쌓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성평등 및 성소수자 단어나 이슈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는 등대팀을 만나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포터가 그럼에도 우리는 참여팀 ‘등대’의 팀원 일리(왼쪽부터), 화영, 혜연, 한결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Parti   서로의 가치가 뭉쳐 ‘등대’가 되기까지   한국에서 무섭게 다뤄지는 성평등,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먼저, 화영의 경우 프랑스에 살면서 소수자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성평등 이슈에도 관심과 경험이 많아졌다. 그런데 화영이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성평등 이슈에 있어서 한국에서는 이미 관심있거나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성평등 관련 활동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이런 맥락에서 등대팀의 활동 방향과 개인적인 니즈가 잘 맞았다.  일리 또한 성소수자 주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게임을 통해 주변 친구들에게도 성소수자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 합류하기로 했다. 특히, 기능적으로나 가치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포괄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에 관한 관심도 있었는데, 이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았다. 혜연은 대학원 친구들을 만나면서 성평등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성소수자 이슈와 성평등에 대한 가치관을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다. 또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하면서 항상 컴퓨터로만 작업을 했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적인 활동 중심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한결은 이전에 교육이나 환경에 관련된 사회 문제에 대해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성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그 활동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러던 중 대학원에서 디지털과 융합하여 어려운 문제들을 재밌게 풀어내는 작업을 보게 되었다. 특히, 대학원에서 혜연이 만든 VR로 혐오표현을 지우는 게임*을 보면서 사회적인 이슈를 흥미로운 경험을 통해 풀어낼 수 있구나 알게 되면서 성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어두운 바다의 길을 밝혀준 등대를 좋아한 한결은 어느 날 학과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교수님이 꺼지지 않는 대학원 연구실의 불빛이 등대 같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았다. 이후 다양한 팀프로젝트의 활동명을 ‘등대’로 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원생은 고단하고 치열하게 지내니까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을 등대로 표현하는 건 자조적인 면이 있지만, 연구자이자 예술가인 우리가 등대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의 가치를 밝히고 그 외연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의미로써 등대라고 팀 이름을 정했다.   VR로 혐오표현을 지우는 게임 : 오늘의 행동 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든  '혐오에 대항하는 도구KIT'를 VR로 구현한 게임(자세히 보기) ⓒ오늘의행동   등대의 불빛이 만들어지는 과정   처음에는 여러 보드게임을 직접 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결이 보드게임 워크숍을 다녀와 책자와 5가지 게임을 들고 왔다. 직접 해보고 논의하면서 어떤 게임을 모티브로 삼을지 함께 고민한 끝에,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는 단어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어렵지 않으면서 재밌고 교육용으로도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단어게임에서 어떤 요소를 더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쌓기 시작했다. 교구를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납작한 카드 모양의 모형을 준비했다가 우연히 연구실에 있던 정사면체 목재 블록이 눈에 들어와 그걸 활용해 교구로 만들어보게 되었다. 만들어 보니 목재라는 재료가 주는 따듯함이 좋았다. 또 단어를 쌓아간다는 행위도 게임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록은 바닥에 두고 조합할 수도, 위로도 쌓을 수도 있다. 단어 블록을 쌓으면 예컨대 책상에 두는 DP(전시용 사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려고 한다. 게임 중이 아닌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주고 싶어 고안한 아이디어다.  게임의 취지에 따라서 게임을 할 때 최대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포괄적인 디자인을 적용하여 자음과 모음의 글씨체는 다색의 글씨체인  길벗체*를 사용했다. 받침이 없는 단어 블록의 빈칸에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나타내는 프라이드 플래그**도 추가할 수도 있어 시각적으로도 재밌는 요소를 주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방식은 대부분의 한국이나 아시아의 보드게임처럼 점수제 같은 경쟁방식보다는 협동게임을 중심으로 제안하려고 한다. *길벗체 : 성적소수자 활동가이자 자긍심의 무지개를 고안한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를 기리는 길버트체처럼 한글 글꼴 글자색을 무지개색으로 한 한글 글꼴이다. (자세히 보기) **프라이드플래그(pride flag) :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나타내는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한 깃발이다.   등대팀이 만든 프로토타입 보드게임으로 '빠띠'단어를 만든 모습 ⓒParti   함께 단어를 쌓고 발화하는 시간   발화의 사전적인 의미는 ‘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현실적인 언어 행위’ 다. 한국에서는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의 주제가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이에 대한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또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전혀 많지 않다. 등대는 보드게임을 매개로 좀 더 일상적으로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단어, 예컨대 ‘퀴어'에 대해 입으로 꺼내고 또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것은 성평등 활동가나 성소수자 당사자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 간 대화의 장이 될 것이다. 막상 말해지기 시작하면 어렵게 느껴졌던 주제들이 침묵의 무게를 벗고 한편의 후련함을 주지 않을까.   “알지만 모르는 척하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런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일리)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게임을 해봤다. 뿌리는 같은 곳에서 출발하는데, 뻗어 나가는 가지가 다른 방향으로 가지만 동시에 따뜻하게 한곳에 모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화영)   먼저 대학원에 같이 있는 연구실의 동료와 게임을 해보고 싶다.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단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이 단어 알아? 이게 뭐게.”라고 물어보면서 이런 문화에 익숙해 질 수 있는 활동을 동료와 해보고 싶다.  또한 퀴어동아리 친구들,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부모님과 게임을 해보고 싶다. 작년까지 퀴어동아리 청소년들과 글을 쓰는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게임을 하면서 한 번 더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가들에게 게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친구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가인데, 특히 그 친구와 부모님과 해보고 싶다. 부모님과 청년, 아이들 세대 간에도 편하게 이야기할 매개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든다. 이렇게 점점 확장하다 보면 야외 부스에서 게임을 들고 나가 다른 시민이랑 대화하는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등대의 한결과 화영이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피드백 살롱'에서 보드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있다. ⓒParti   등대 팀이 밝히고자 하는 앞으로의 변화   “팀으로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패키지도 제작해서 완성품으로 만들고 2차 생산도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예술 공모단체같이 큰 단체들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공모가 많이 열리고 작품들도 활발히 나왔으면 좋겠다.” (화영)    “이 프로젝트가 사람들이 꺼내기 무거워하는 주제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고 논의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해서 관심을 둘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혜연)   “우리의 활동도 학회들에 조금씩 내보내면서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다른 성평등이나 성소수자 이슈에 관해 연구하는 연구자 뿐만 아니라, 일반 창작자나 대중에게도 참고되면 좋겠다. 한국에는 퀴어에 대한 작품이나 활동의 절대적인 양이 너무 적다는게 항상 아쉽다. 등대 팀의 활동처럼 다양한 게임을 만들면서 성평등 활동에 관한 사례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결)   “친구 중에 성평등이나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사실은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른척 하고 싶어하거나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 할수록 되게 재밌다는 점, 오히려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게임을 같이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은 알면 알수록 다양한데 이를 잊고 살기도 하니까. 자신을 알아가면서 해방을 느끼면 좋겠다.” (일리) 글ㅣ오다움 사람들이 모여야만 경험할 수 있는 순간들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경직된 몸을 이완시키는 글쓰기나 움직임 활동을 구상하며 지낸다. 아마추어 정신의 프로가 되는 것이 최종 꿈이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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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 편
“디자이너는 작업물로 말해야 해.” 과거 디자이너와 대화 중 들은 말이다. 그 말을 증명하듯 디자이너들은 항상 포트폴리오를 쌓는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외주를 따거나, 회사 입사 지원을 한다. 그런데 만약 디자이너가 자기 작업물을 포트폴리오로 가져갈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디자이너의 언어가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언어와 말을 없애는 게 과연 맞을까?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이하 FDSC)는 디자인 업계의 불공정 계약이나 법적 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만연한 문제에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 과거 디자인 외주를 맡겼던 여성 디자이너가 내게 말했다. “이거 혹시 제 포트폴리오로 올려도 될까요?” “당연하죠"라고 말하면서도 ‘왜 당연한 걸 묻지?’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FDSC와의 대화를 통해 그때의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 FDSC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우디(맨 오른쪽 아래)가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FDSC’(이하 FDSC)의 팀원 윰(위쪽 중간), 지경(맨 오른쪽 위). 경주(맨 왼쪽 아래), 소미(아래 중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arti   사라지는 것에 ‘왜?’라는 의문을 갖고 시작된 ‘FDSC’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이하 FDSC)의 시작은 간단했다. 여성 디자이너끼리 모여 정보 공유하고, 공부하는 모임이었다. 모임의 질문이 있었다면, “왜 여성 디자이너가 35세 이상이 되면 사라지는가?”였다. ‘사라진다’에 집중된 것. 그러던 중 사라지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왜 사라지는가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 의문을 갖고 그렇게 되는 문제를 하나씩 뒤집어 보자고 생각하고 운영하게 됐다. “모임을 통해 나보다 가진 게 많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다양한 사람이 이야기를 나눠서 목소리를 내면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FDSC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겠구나 생각했다.” (소미)   “참여 계기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디자인 업계에서 느꼈던 공통 분모가 있었다. 무엇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디자인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필요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점점 디자인 업계를 떠나는 걸 보면서 더욱더 갈구 했던 것 같다.” (윰)   “디자이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신청했다.” (경주)   “디자이너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주변에 아는 디자이너가 많이 없어서 외로웠다. FDSC에서 동료가 많이 생기고, 관심사 표출도 가능했다.” (지경)   동료가 필요해서 들어온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에 관심도 많았다. 또한, FDSC의 활동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내가 차별을 받았구나, 평범하지 않았구나.”라는 걸 자각하기도 했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존중하는 문화, FDSC에 남아있게 하는 힘   FDSC의 매력은 다양하다. 이곳에 오면 일로 쌓인 긴장감을 풀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된다. 디자이너들은 멋진 결과물을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 때론 나와 다른 디자이너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 점이 긴장을 만든다. 하지만, FDSC는 그런 게 없다. 너무나 많은 디자이너가 있고, 작업물이 있다. 나만의 디자인이 있고, 그게 존중받는다.   “이 안에는 너무나 많은 디자이너가 있고, 다양한 작업물이 있다. 그 때문에 나도 나만의 디자인이 있고, 내가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지경)   “기존 디자인업계는 항상 스타 디자이너만 주목하고, 그런 사람들이. 인터뷰나 행사에 초청받는다. 그러나 FDSC에서는 꼭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게 쌓인 긴장도를 해소할 수 있는 것 같다. 그게 매력이다.” (윰)   활동을 하면 할수록 긴장도가 내려간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 알아가고, 일에서 오는 번아웃이 해소가 된다. 그것이 FDSC에 남아 있게 되는 힘인 것 같다.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다. FDSC를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여기서 알게 된 걸 현장에서 직접 말해 변화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힘을 얻는 게 매력이자 장점이다.   디자이너의 ‘몫+소리’를 지켜내기 위해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들이 겪는 불공정 계약이나 법적 분쟁에 대응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콘텐츠는 칼럼 형태다. 변호사님과 3편을 만들고, 노무사님과 2편을 만든다. 현재 3회 분량 녹음이 진행됐고, 3회가 공개된 상태다. 칼럼은 FDSC와 협력하고 있는 변호사님이 작성해 주신다. 디자이너들이 겪는 사연을 모아서 변호사님께 전달해 드렸다. 전달해 드린 내용은 디자인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법적 문제점 등이다. 이 부분에 변호사님이 답변하는 형태로 칼럼이 진행된다. 이 콘텐츠를 통해 공정한 계약과 협상, 디자이너 본인의 권리를 지키는 법에 대한 법률 정보를 알리려고 한다. 12월 2일(토)에는 디자이너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진행했다. 꼭 디자인 업계가 아니어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40명 정도 규모로 계획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행사에 함께 해주셨다.   디자이너의 목소리로 여성의 일을 말하는 팟캐스트 디자인FM을 통해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디자이너가 법을 근거로 대응하는 방법을 들을 수 있다. ⓒFDSC   FDSC 활동 자체가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말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중에 여성 비중이 높다. 70% 이상이 여성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의 수는 많지만 정규직 형태가 아닌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외주를 받을 때 회사와 비교하면 협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개인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벅찬데 법적인 권리를 찾아 배우는 게 쉽지 않다. FDSC의 활동이 그런 여성 디자이너들에게 내 권리를 알려주고 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현실적인 면에서 계약서를 잘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여성 프리랜서 비율이 70% 이상으로 높다. 회사와 계약을 진행할 때 협상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 여성 디자이너들이 혼자 전전긍긍 하는 게 아니라,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소미)    또한 비단 여성에게만 도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약자를 위한 무언가가 존재할 때, 그것이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FDSC 활동도 여성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소수자 혹은 약자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약자에 대한 권리를 옮기는 게 아니라 모두의 권리를 옮기는 것이다.   12월 2일(토)에 진행한 ‘법딱뚝딱' 행사 장의 모습.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법 지식을 다루고 있다. ⓒFDSC   FDSC가 꿈꾸는 변화   현재 팟캐스트를 3화까지 녹음했다. 내용이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다. 디자인권, 저작권 권리 관련 내용을 다뤘다. 결론적으로 현재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바꿔야 할 부분도 많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예를 들면, 작업물이 회사에 귀속되어 내가 쓰지 못하는 게 현재 법이다.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로 말하는데, 내 작업물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법은 이런 디자이너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회사와 협약을 통해 바꿔야 한다. 시작은 작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확산이 된다면 디자인 업계 전체에 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하고 싶다.   “최근 스타트업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계약서상 내용을 변경했었다. 저작물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부분이었다. 스타트업에 직접 말씀드려서 수정했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전혀 몰랐다며 오히려 고마워하셨다. 이런 점에서 자신감을 얻고, 법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경주)   FDSC의 프로젝트 강연 ‘법딱뚝딱'의 강연을 듣고 있는 참가자의 모습 중 ⓒFDSC   FDSC 팟캐스트를 통해 디자이너가 아님에도 디자이너 문화에 대해 이해했다는 분들이 계셨다. 꼭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프리랜서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공감되는 내용이 많을 거 같다. 이렇게 그동안 넘어갔던 부분들을 되짚어 보고, 문제를 제기를 함으로써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팟캐스트도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화를 상상하는 사람이 변화를 만드는 것 같다. 내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목소리를 내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같다. FDSC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경험이 쌓여서, 내 권리와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지경)   “법이라는 게 완벽하지 않고, 개선되어야 하고, 더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법이나 법정이 염라대왕 앞에 가는 느낌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그처럼 법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보고 싶다. 법적으로 주장하지 못할 때, 같이 권리를 요청할 수 있는 연대가 강화됐으면 좋겠다.” (윰)   “'디자인 업계가 디자인 작업만 잘하면 되고, 다른 건 문제가 아니야' 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권력이나 높은 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일에서 소외된 채 기존 질서에 따라가거나 참고 견딘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외된 사람들은 본인들의 경험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디자인하면서 접해야 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인식개선을 하고 싶다. 이런 활동이 넓게 보면 디자인 업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궁극적으로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디자인업계에 들어오는 후배들이 억울하거나 부당한 경험을 더 이상 겪지 않도록, 앞으로의 나에게도 이런 일을 미연에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활동을 하고 싶다.” (소미)   “법이나 저작권뿐만 아니라 디자인 업계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분야에서 바꿔야 할 부분들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향후에는 내가 기획해서 목소리를 직접 내보고 싶다.” (경주)   글ㅣ윤성민 한량이다. 말과 글,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게 많다. 우선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해내려고 한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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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위민후코드 서울 편
위민후코드 서울(Women Who Code Seoul)은 설립된지는 5년 된 글로벌 단체로,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했다. 글로벌 단체 활동이 먼저 시작되고 이후 서울 지부가 만들어졌다. WWCode까지는 모두 이름이 같고, 맨 뒤에 오는 이름만 도시 이름을 따른다. 현재 약 147개국에서 320,000명의 멤버와 함께하며, 타이페이, 도쿄 등에 지부가 있다.  각 지부별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Tech Lounge>와 동아시아 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했던 <Empowering Yourself, Empowering Others>는 테크업계에서 시니어로 활약하는 여성들을 초청해 일에 대한 노하우, 커리어에 대한 멘토링, 다양성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토크쇼다. 또한 여성 시니어를 인터뷰하는 <Nailed IT> 프로젝트와 <하프타임>과 같은 컨퍼런스도 진행했다. 이 밖에도 지부와 상관없이 위민후코드 운영진이 공통으로 송출하는 글로벌 이벤트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나기(맨 오른쪽)가 ‘WWCode Seoul(위민후코드 서울)’의 팀원 (맨 왼쪽을 기준으로)원지, 경희, 정원, 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arti   WWCode Seoul(위민후코드 서울), 어떤 조직인지 궁금하다   위민후코드 서울(Women Who Code Seoul)이 설립된지는 5년이 됐다. 위민후코드는 글로벌 단체인데, 활동 자체는 2011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했다. 글로벌 단체 활동이 먼저 시작되고 이후 서울 지부가 만들어졌다. WWCode까지는 모두 이름이 같고, 맨 뒤에 오는 이름만 도시 이름을 따른다. 현재 약 147개국에서 320,000명의 멤버와 함께하며, 타이페이, 도쿄 등에 지부가 있다.  각 지부별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Tech Lounge>와 동아시아 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했던 <Empowering Yourself, Empowering Others>는 테크업계에서 시니어로 활약하는 여성들을 초청해 일에 대한 노하우, 커리어에 대한 멘토링, 다양성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토크쇼다. 또한 여성 시니어를 인터뷰하는 <Nailed IT> 프로젝트와 <하프타임>과 같은 컨퍼런스도 진행했다. 이 밖에도 지부와 상관없이 위민후코드 운영진이 공통으로 송출하는 글로벌 이벤트도 존재한다. 조직에 들어온 계기는 각자 다르다. 세미나를 통해 알게 되기도 하고, 블로그를 통해 WWCode Seoul의 존재를 알게 되기도 한다. IT 업계에 있으면서 느낀 바를 각자가 실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들어오게 됐다. IT 업에서 일하며 느낀 조직문화와 생태계의 특성이 있었다. 성장만을 장려하고 태도,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 등으로 생겨나는 여러 문제들이 많은 가운데 여성으로서 IT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또한, IT 업계 여성의 리더십을 키우고 싶었다.   “IT업계에서 여성들이 리더십을 갖고, 서포트하고, 정보도 얻게 한다는 취지를 듣고 처음에는 번역으로 참여를 했다.“(혜선)   “IT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의 IT 인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 WWCode Seoul에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합류했다.”(정원)   “WWCode Seoul에서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T업계에는 성공, 빠른 성장 외에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런 분위기 자체에 피로감을 느꼈고, 좀 더 포용적인 커뮤니티 안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주도적으로 커리어 여정을 만들어나가고 싶어 WWCode Seoul을 찾게 됐다.”(경희)   그럼에도 우리는, IT 업계에서 느끼는 갈증과 고민을 나누기 위해    대부분의 IT 업계에서는 힘들거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려는 말을 하면 “네가 이상한 거 아니야?” 라는 눈초리를 받는다. 개인화 되어 있다. 성장도 개인이고, 증명도 개인이 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가 어렵다. 마땅히 모아져야 하는 이야기도 파편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다고 느껴진다. 공감대 형성이 안 되는 분위기다.   “서로의 아픈 지점을 언어화 하고 표현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혜선) “너무 개인의 능력으로만 환원되는 분위기가 나의 어려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말하는 걸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경희) 이런 고민들이 있던 것을 처음에는 주로 디스코드에서 어떤 활동을 해볼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4월에 ‘그럼에도 우리는(이하 그리는)' 지원사업을 발견했다. 어떻게 하면 IT업계에서 느끼는 갈증과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그리는'에 참여하면서 기획단계부터 아이데이션에 많은 시간을 쏟고, 진행하면서 가다듬을수 있었다.  “기술적 성취보다, IT 업계의 한계점과 개선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성주의적으로 IT업계를 바라보자가 핵심이었다.” (정원)   그 중 한 프로그램으로 여성주의 자체에 대해 듣는 시간과 개발 업계에서 오래도록 일한 여성분을 연사로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2011년부터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공공기관 그리고 올해는 프리랜서까지 다양한 조직에서 여러 방식으로 일을 경험한 경숙님은 조직생활을 하며 겪은 일상적인 성차별과 이에 대응했던 경험을 통해 ‘내가 경험한 테크업계 조직문화'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강연자 중심의 대화가 아닌, 참여자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IT업계에서 ‘좋은 여성 선배'가 되려면 뭘 하면 좋을지?, 조직 문화에서 좋은 오프 보딩(Off-boarding, 조직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함)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WWCode Seoul 안에서도 다양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하다면 👉https://bit.ly/테크업계의조직문화)   ‘위민후코드서울'이 <그럼에도 우리는>에 참여해 진행한 Redirect to ____ : 내가 경험한 테크 업계의 조직 문화 ⓒParti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하다   글방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커리어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활동이다. IT 업계에서 글이라고 하면, 기술적인 것에 치중된다. 이런 글은 질리도록 많다. 글방은 그런 쪽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쓰는 활동이다. 나의 정신적인 부분을 풀어내는 작업이다.   “글방은 온라인으로 4주에 한 번씩 진행된다. 열명 내외가 참여한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IT 업계 사람들이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생각들을 글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 글을 쓰며 기능하는 나 이외의 나를 돌아보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게 목적이다” (경희)   앞서 말했듯 IT 업계만의 강박이 있다. 또한 이직이 잦은 분야다 보니, 내가 오늘 한 이야기가 다음 직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때문에 완벽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게 될까? 라는 고민도 있지만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글방을 파일럿으로 시도했을 때, 생각보다 내면의 이야기를 많이 말하는 게 신기했었다. 그래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아, 이게 필요 하구나.’ 라고.” (정원)   또, 그리는 활동을 통해 ‘변화의 월담' 분들을 알게 됐다. 협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글방이 정신이라면, 변화의 월담과는 신체 활동을 할 예정이다. 12월 9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WWCode Seoul'과 ‘변화의월담’이 기획한 몸을 살리는 기술 워크샵. ⓒhyejeong_photo   WWCode Seoul(위민후코드 서울)이 만들어낸 변화, 꿈꾸는 변화   IT 업계의 조직문화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한 게 가장 큰 변화이자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IT 업계의 공론장에서는 화두가 제한되어 있다.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외에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WWCode Seoul의 ‘그리는’ 활동을 통해 내가 겪는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IT 업계의 시스템과 조직문화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감각을 공유하며 다른 관점의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만든 게 큰 변화다. 또한, 연사님을 비롯한 롤모델을 알아갈 수 있던 게 좋았다. 그렇게 롤모델을 만나고, 여성이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장려했다는 게 성과다. 조경숙 연사님을 모시고 토크쇼를 했을 때, 네트워킹 세션이 있었다. 그때 만났던 분을 실무에서 또다시 만났었다. 참여자를 만났던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네트워킹 행사에서는 주로 내가 가진 기술 중심으로 서로를 소개하게 된다. 행사 끝나고 만났던 사람들을 돌아보면 직무와 회사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사람과 다른 차원에서 연결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는 행사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경희)   'WWCode Seoul(위민후코드 서울)’의 경희, 정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arti    “각자 온 사람이 한 명의 에이전트가 되서, 원래 자리로 돌아갔을 때 대안적인 단어를 쓰거나, 기획을 하는 등 실제 행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게 그분의 환경을 바꾸고 서서히 다른 부분들도 바꾸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원지) “사람들이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으면 좋겠다. 어느 수준에서는 다 개인화 될 수밖에 없는 게 있다. 하지만, 여성주의는 따뜻한 거라고 생각한다. 물어봐주고 필요하면 돌봐주고. 문제가 있다는 걸 파악하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 짐을 서로가 나눠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문화에서의 변화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혜선) “비슷한 활동을 쭉 해나갈 것 같다. 현장에서는 물론 말하기 어렵지만, 그 말을 쉽게하기 위해서 WWCode Seoul 활동을 하는 것이다. 기술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데, 여기에 몸담고 있는 여성 분들이 적고 40대가 되면 사라진다. 집으로 간다거나, 더 유연한 직종으로 간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일조하고 싶다.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다. 작은 워크샵을 운영하는 것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임팩트가 있다. 워낙 없다보니까. 동료들이 안 없어질 수 있게 하고, 동료를 많이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정원) 12월 1일부터 WWCode Seoul 운영진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위민후코드서울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확인해보세요.@wwcode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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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선을넘는몫소리 편
<선을넘는몫소리>는 대한민국 사회에 버젓이 존재하나 그 마땅한 '몫'을 누리지 못하는 주제 혹은 주체에 주목하는 세 팀으로 이루어진 크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그럼에도 우리는>을 시작하며 '성평등' 담론의 저변을 넓히고자 했던 빠띠에게는 '이주여성'이라는 주제/주체를 제안한 ‘선을넘는몫소리’가 내심 반가웠다. 일주일 전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의 결실인 이주여성 사람책도서관 <당신의 세계로 데려다주세요>를 무사히 마친 선을넘는몫소리 팀원 주연과 동찬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이나영책방'에서 만났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우디(맨 왼쪽)가 ‘선을넘는몫소리’의 팀원 주연(가운데), 동찬(맨 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arti    비슷한 듯 다른 세 팀의 교집합에서 탄생한 <선을넘는몫소리>     ‘선을넘는몫소리’는 빠띠의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젝트를 계기로 구성한 프로젝트 팀으로,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곳 '이나영책방'(나영)과 책방을 함께 운영하는 출판사 '힐데와소피'(주연, 애란), 그리고 이들과 꾸준히 협업해온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동찬) 이렇게 3개 주체가 모여 만들어졌다. 힐데와소피와 이나영책방의 주요 관심 주제가 사회변혁, 평화, 북한이라면,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는 디아스포라, 이주민 문제에 주목해왔다. 세 팀은 수시로 연락하며 관심 주제에 관해 자유롭게 논의하며 활동의 교집합을 모색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있다. 올해는 '트랜스내셔널', '이주' 등을 주요 키워드로 삼아 선을넘는몫소리를 비롯한 프로젝트들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나영책방의 이웃 동네이자 이주민 밀집 지역인 대림동을 참가자들과 함께 탐방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대림동 탐방> 프로그램이다. 동찬이 주도적으로 진행해온 것인데, 이나영책방·힐데와소피가 '우리도 책방 손님들과 함께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협업을 제안해 함께하게 됐다. 사실 선을넘는몫소리도 이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진 팀이라고 볼 수 있다. <대림동 탐방>에 참여하셨던 분들 대상으로 프로그램 후기 설문조사를 하면, '당사자와 만나 교류하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없어서 아쉽다'는 의견이 항상 나온다. 그래서 '사람책 도서관*' 형식으로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의 필요성을 줄곧 인식하고 있었다. *사람책 도서관이란 ‘사람’이 한 권의 ‘책’이 되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독자/청자에게 전달하는 소통·교류 형식을 뜻한다.   "대구의 한 비영리단체에서 일했는데, 행사를 해도 매번 그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게 늘 아쉬웠어요.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이미 인식이 개선된 사람들만 오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하지만 책방은 대중과의 접점이 넓기 때문에 저희가 만날 일 없는 사람들, 지나가다가 책방에 들어와서 "어? 북한?"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들에게도 저희 활동을 알릴 수 있죠."(주연)   대한민국 성평등 담론 경계 밖에 있는 '이주여성'의 '몫소리'를 전한다   세 팀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던 참에 동찬이 빠띠의 <그럼에도우리는> 사업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의 주제는 '성평등'인데, 한국사회에서 이 주제를 다룰 때 일반적으로 그 대상을 '한국여성'으로 상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영역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해보자는 취지에서 <그럼에도 우리는>에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여성의 성평등권을 중심으로 이야가 오가는 자리에서 이질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주여성은 젠더폭력을 넘어 인종차별 등 복합적인 차별 층위에 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란 존재가 비가시화되고 은닉되는 측면이 있다면, 이주여성은 여기서 한번 더 비가시화되고 은닉되고 있다. 이들 존재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성평등 운동을 하는 여성인권단체이나 페미니즘 단체에선 이주여성 문제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의식이었어요. 이주여성은 이주인권 운동 측면에서만 다뤄지고 있죠. 저희가 성평등을 주제로 한 <그럼에도 우리는>에서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한다면, 여성인권과 이주인권이 만나 교차하는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동찬)   이때 이주여성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이주인권 관련 학회에 가보면 이주민 당사자는 한 명도 없다는 게 늘 불편했다. 왜 우리는 뭔가를 매개하지 않고서는 이주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까? 또 다른 문제는 우리가 이주민, 탈북민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할 때 사실은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어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주연이 대구에서 활동할 때 탈북민 사람책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끝나고 소감을 나눌 때 한 참가자가 "탈북 경험이나 북한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하더라. 당시 사람책을 진행한 탈북민은 현재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지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대중은 '탈북민이니 탈북 이야기를 할 것'이라 기대했던 것 같다. 이렇게 누군가가 이주민, 탈북민이라는 '집단'으로 타자화, 대상화되는 걸 피하고 싶었다.   선을넘는몫소리가 <그럼에도 우리는>에 참여해 진행한 이주여성 사람책 도서관 <당신의 세계로 데려다주세요> ⓒ선을넘는몫소리   그래서 이주여성 사람책 도서관 <당신의 세계로 데려다주세요>를 기획할 때도 연사들이 한국사회가 이주민에게 기대하는 전형적인 서사를 구현하지 않길 바랐다. 한국 사회가 이주여성에게 기대하는 서사, 얼마나 어렵게 한국사회에 정착했고 마침내 어떻게 성공했는지, 그리하여 한국에 얼마나 감사하는지로 끝맺는 서사를 탈피하길 바랐다. 연사들과 행사 전 온라인 미팅을 할 때 이런 전형적인 서사를 피하기 위해 ‘진짜’ 사적인 이야기, 사소해보이지만 사실은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를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 결국 그렇게 연애사, 한국어 정복기처럼 저희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었다. 연애 이야기를 하신 최설(북한) 선생님은 “참가자 연령 제한이 있느냐, 야한 이야기 해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웃음). 그리고 부티탄화(베트남) 선생님은 행사를 녹화한다거나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지 재차 확인하셨는데, 사전 미팅에서 공유하지 않았던 내용을 사람책 도서관에서 이야기하셨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사전 미팅에서 저희에게 하지 않은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들려주신 거라 들으면서 더 신이 났다. 저희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스스로 ‘이주여성’이라는 프레임을 깨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내고서 매우 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 같다.     “결혼이주여성이 ‘결혼’이란 행위를 계기로 한국에 온다는 건 곧 한국 특유의 가부장적 환경으로 진입하는 것이라서, 처음부터 성차별을 경험하기 마련이에요.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사회에서 ‘나’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며느리’ 혹은 ‘부인’으로, 한국 남성과 결합했을 때 비로소 그 존재를 인정 받는 종속적 위치에 놓이는 거죠. 이분들에게 ‘온전한 나’로써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서사를 가치 있는 역사로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동찬)   "<당신의 세계로 데려다주세요>에서 가능하면 다양한 배경의 이주여성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북한, 베트남, 콩고민주공화국, 마다가스카르에서 이주한 연사들을 어렵게 모셨는데, 행사 끝나고 북한에서 오신 최설 선생님께서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을 만난 건 처음”이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아요. ‘내 이야기 실컷해서 좋았다’를 넘어 ‘다른 이주여성의 삶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라는 소감 듣고 나니까, 다음 기회가 있다면 다양한 배경의 이주여성들이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연)     선을넘는몫소리가 꿈꾸는 변화   그야말로 ‘꿈꾸는’ 변화라면- 일단 법을 싹 고치고 싶다(웃음).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들의 존재가 제도적으로 안정되지 않으면 위치성 문제는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이주민 인구 중 중국 동포가 많은 것도 이들이 상대적으로 대한민국 비자를 받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제도가 사는 변함없이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틀거리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계속 똑같이 돌아갈 거다. 기존의 무언가를 지키려고 하다 보면 차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무엇을 지켜야 한다는 관념을 깨뜨리고 큰 틀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정체성인 것 같다. 하지만 타자와 구분되는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있다는 건 착각이라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또한 사후적으로 구성된 허구라고 생각한다. 동찬은 중국 선양(瀋陽) 태생으로 국경 넘어 한국으로 이주한 지 8년 됐는데, 오랫동안 “중국이 한국과 축구 시합을 하면 어느 팀을 응원하느냐” 같은 질문에 시달리며 정체성과 한국에 대한 충정 여부를 검증당해왔다. 국적을 비롯한 여러 정체성은 인위적으로 구성된 산물이지 고유한 무엇이 아니다. 국적, 인종, 민족처럼 인위적인 정체성에 의해 구분되고 대상화되지 않고, 각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존중 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여기 살아있음이 곧 정체성이 되는 ‘존재의 정체성’을 토대로 만남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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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섭식장애건강권연대 편
섭식 장애,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을 뜻했다. 대표적 질환은 거식증과 폭식증. 거식증은 몸매에 대한 강박으로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고, 먹은 것 마저 토해내는 것을 말했다. 폭식증도 있다. 음식 섭취에 대한 자제력을 잃고, 한번에 많이 먹은 뒤 다시 토해내는 것을 말한다. 마른 것이 이쁜 것이라는 인식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기준에 맞춰서 사람들을 보지 않았나 싶다. 더 나아가 여성은 이런 몸매를 가져야 해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건 아닐까. 그리고 이런 시선이 누군가에겐 강박이 되지 않았을까. 누군가 내 몸매에 대해, 내 식사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더욱 건강한 식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밥 먹는 하루, 누군가에겐 꿈이고 이상일지 모른다. 그런 꿈과 이상을 가진, 섭식장애건강연대의 선민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섭식장애건강권연대, 시작이 궁금하다 섭식장애 당사자로서 섭식장애를 가진 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구체적 방법보다는 이 화두가 강하게 있었다. 그러다 인권 운동을 하는 친구들에게 화두를 제안했고, “한번 연대를 만들어봐"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게 됐다.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살아갈 수 있으려면, 의료적 법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섭식장애 당사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야기 하고, 그들이 오늘 하루를 사는데 고통스럽지 않게 사는 방법에 대해 먼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우선 당사자의 글을 모아서, 섭식 장애가 단순히 굶는 것, 살찌기 싫어서 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당사자들이 어떻게 그 삶과 식습관을 갖게 됐는지 알리고 싶다.     섭식장애건강권연대, 이름이 궁금하다 우선 섭식장애 단어를 넣은 건,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 은유적으로 말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히려 직설적으로 이야기 했을 때 나오는 질문과 이야기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본 사람들에 따라 다르지만,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서 짓게 됐다. 또 의외로 섭식장애를 모르는 분들도 많아서, 직접적으로 노출 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건강권이라고 하니까 “건강해져야 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게 아니라, 섭식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두 단어를 합치니까, 갖추어진 느낌도 나서 좋다고 생각한다.   팀이 만들어진 과정도 궁금하다 문화 예술 기획 쪽에서 오래 종사했다. 섭식 장애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예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랑 친구가 떠올랐다. 연혜원이라는 친구가 진행했던 몸에 대한 프로젝트였다. 처음으로 섭식장애를 발견한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혜원이를 만난 게 첫 시작이다. 혜원이를 만나서 섭식장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연대를 만들어 보면 어때?”라는 제안을 해줬다. 마침 그때가 유명 패션 브랜드에서 데이트 폭력 관련한 캠페인을 했을 때였는데, 그걸 보고 “아, 우리 사회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주권을 말하는 시대가 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대를 만들어보자 생각하게 됐고, 혜원이가 ‘여름' 이라는 친구를 소개해줘서 팀을 만들게 됐다. 그렇게 3명이 함께 시작했다.   팀 결성 이후 행보가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 자금이 넉넉치 않으니 운영이 힘들었다. 나는 전적으로 하지만, 다른 두 친구는 다른 일과 함께 병행하던 중이었다. 또 스스로도 명확하게 “이걸하자, 이걸해야 돼" 이런 게 명확치 않은 시기였다. 그러다 지원 사업을 하면 다른 두 친구도 적극 참여할 수 있고, 운영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여러 지원사업을 넣었다. 다 떨어졌다. (웃음). 그러다가 빠띠의 ‘그럼에도 우리는 2기' 사업에 다행히 선정되어, 여름이와 저 두 명이서 함께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자에게 어떤 기대를 하는지? 사실 진행을 하면서도 예상이 안 됐다. 섭식장애 당사자 분들이 온다는 생각은 했지만, 인식조사를 했을 때 당사자가 아닌 분들도 오고, 섭식 장애를 전혀 모르는 분들도 오셨다. 신기했는데, 그러다보니 예상이 더 안 됐다. 섭식장애건강권연대가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을 하면, 당사자 분들에게는 “당신이 겪는 고통이 결코 혼자서 겪는 고통과 문제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섭식 장애가 뭔지 고민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각기 다른 상황의 사람들이 얻어 가는 게 있으면 좋겠다. 세미나를 했었을 때, 섭식 장애 당사자분들도 오시고, 그 분들의 애인분들도 많이 오셨다. 여성 인권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셨던 것 같고, 다양한 분들이 오신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분들이 오셨는지? 워크샵을 진행했는데, 1회차 때 총 다섯 분이 오셨다. 남자 두 분, 여자 세 분. 의외로 남자 분들이 오셔서 놀랐다. 그 남자 분 중 한 분은, 되게 재밌으셨어서 기억에 남는다. 본인과 애인이 섭식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본인의 식습관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이었다. 그 식습관과 환경을 연관지어서 고민을 하셨는데, 그렇게 연관지어서 생각하시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구술생애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작가분도 오셨었다. 중년을 지나고 있는 작가님은 섭식에 대한 책도 쓰시고, 자신의 과거에 대한 고민도 말씀하셨다. 그 분 이야기를 들으며, 섭식 장애가 나이가 든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보통 20~30대에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 갖고 계신 분들이 분명 있다. 증상 호전이 안 되는 분들도 계시고. 그 분을 보면서, “특정 나이가 지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데, 저 나이대의 섭식 장애 분들에 대한 콘텐츠가 너무 없구나.” 생각했다.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다른 여성분은 10대 학생분이였는데,본인이 갖고 있는 섭식 장애가 불편한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분이셨다. 예전의 나는 그냥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참 다르구나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10대를 쉽게 만날 수 없다보니 이번 만남이 더욱 특별했다. 그 학생의 생각과 받아들이는 방식을 많이 배웠다. 내가 그 학생 나이에 섭식 장애를 얻었는데, 나는 “이럴 수밖에 없다"라며 체념한 반면, 그 학생은 극복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스스로 찾아보고, 불편을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많이 배우고 인상이 많이 남는다.   “혼자서 공부하고, 홈 스쿨링을 하는 친구였어요. 아무래도 또래보다 빨리 많은 걸 접하는 것 같아요. (중략) ‘프로아나'라는 커뮤니티를 알게 되서 참여하고, 섭식장애를 알게 되고, 고쳐봐야겠다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선민)     참여자 중에 남성분들 비중이 높은 것도, 섭식 장애가 여성에 국한 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같다 섭식 장애가 꼭 몸매와 연관되고, 여성에 국한된 게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먹는다는 건 각자의 고충이 다 있다. 그런 것들이 삶에 투영되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맵고 짠 걸 먹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샐러드와 닭가슴살을 먹는다. 이렇게 남녀, 연령에 구분없이 모두가 먹는다는 행위, 식사 행위를 통해 삶을 투영하고,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하고 잘 먹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상 모두의 삶과 직결 된다고 생각한다.     섭식장애건강권연대의 활동이 성평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앞서 말씀 드렸듯이, 남녀 연령 불문하고 신체 강박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들 살이 쪘네, 다이어트 해야겠네 생각한다. 명절 때 어른들을 만났을 때 “살쪘네? 살 좀 빼라"라는 말은 남녀 모두가 듣는다. 이처럼 모두가 듣고 있고, 모두가 크던 작던 고통 받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서 받는 고통의 정도는 다르다. 그 문제가 여성에게 조금 더 카테고리화 되고, 문제로서 적용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인만큼, 섭식장애건강권연대의 활동이 성평등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생각은 개개인 마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건강함’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건강함’의 이미지로 타인을 판단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폭력적인 일이다. 예를 들어 내가 케이크를 좋아해서 많이 먹으면, 미래에 당뇨가 올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당장 내가 오늘 케이크를 조금 먹어서 기분이 너무 좋다면 그건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면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모두가 건강한 식습관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게 남에게 건강한 식사를 항시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누군가의 식습관에 대해 평가하고 말하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개인의 식습관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평가에서 남녀가 구분이 없기 때문에 섭식장애건강권연대의 활동이 성평등에도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틀린 몸매와 식사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질병으로 부터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그런 식습관을 선택하는 거죠. 그거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선민)   “식이장애 치료를 결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 (빨리 치료가 되어야한다는 생각들)이 강했습니다. 선민님이 섭식장애와 함께 살아가기 프로그램 당시 "치료 받아야하고 교정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너무 스스로를 괴롭힐때까지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우리는 이것과 함께 살아야한다"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이 엄청난 위로가 되고 제가 겪고 있는 병과 제 상황에 대해서 좀 더 힘을 빼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말이 었어요.”(워크숍 참가자 후기 중)     꿈꾸는 변화 : 앞으로 만들고 싶은 변화의 모습은? 고민이 많다. 뭘 해야 될까. 지금은 오프라인에서 하는 게 당장 힘드니까, 다른 친구들 2명이랑 해서 간단한 SNS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또, 섭식 장애 당사자 분들의 글을 모으는 작업을 오랜 기간 해서, 콘텐츠화 하고 아카이빙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또, 워크샵도 1년에 2번 정도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밥 먹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서 밥을 먹을 때, “살 쪗네 건강해 졌다 혹은 예뼈졌다.” 라는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정말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하면서 밥 먹는 그런 모습이 되면 좋겠다. 가끔 이런 순간들을 마주치는 순간이 있다. 그때 마음이 너무 편하다. 살을 찌어서 갔는데,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밥 먹는 그런 모습.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이고, 만들어보고 싶은 사회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임산부가 되면 몸매에 대해서 평가에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임산부도 6개월 치의 몸매가 있는 거에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상은 만났을 때 몸매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는 세상.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꿈꾼다면.”(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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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변화의월담 편
몸을 도구화﹒대상화하는 사회에서, 바디(Body)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통해 억눌린 몸의 목소리와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변화의월담’!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프로젝트로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놀이-돌봄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는 이 팀을 만났다. 더 건강하고 활기찬 성평등 영역을 위해 몸으로 맞닿고 놀이하는 게 더더욱 필요하다는 변화의 월담 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변화의월담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둘은(리조와 윤일) 대학교 학부 때 처음 만났다가 5년 뒤 서로 다른 맥락에서 다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위험감수놀이’를 주제로 교육학 석사과정을 시작했던 윤일은, 막상 자신이 일하는 현장(유치원)에서는 이러한 놀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리조는 퇴사를 하고, 회복의 여정을 찾아가는 시기였고 ‘파쿠르(맨몸으로 건물이나 다리, 벽 등의 지형을 이동하는 운동)’를 대안교육의 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었다. 리조는 윤일에게 함께함을 제안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파쿠르 교육을 하면서 신체 기능 중심적인 몸 교육뿐만이 아니라, 몸을 규정하는 사회적 맥락과 사람들이 겪는 감정, 느낌도 다루면서 관계 중심의 신체 교육을 해야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고, ‘파이팅 몽키’ 워크숍이 이러한 교육을 만드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젠더와 나이와 상관없이 함께 몸을 탐색할 수 있는 파이팅 몽키 워크숍에서 받았던 영감을 ‘바디 커뮤니케이션 교육’으로 정립하였고, 이를 발전시켜나가는 중에 교육 참여자였던 ‘수민’까지 변화의 월담에 합류했다.    “딱 그 시기였어요. 뭔가 몸으로 하고 싶은데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면서 엄청 여러 교육들을 참여하고 하다가 저도 월담 교육에 참여한게 너무 좋았고..”(수민)    변화의월담 멤버(왼쪽부터 수민, 리조, 윤일) 사진 출처 : @hyejeong_photo   변화의월담, 이름이 궁금하다.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하나는 정말 물리적으로 담을 넘는 활동이다. 우리 주변의 건축물을 보면 몸을 자유롭게 하기 보다는 몸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환경인 경우가 많다. 예들 들어, 길도 여기는 갈 수 있지만, 이 곳은 가지마라. 여기서는 앉아만 있어라. 이런 식으로 규범으로 둘러 싸인 물리적인 환경이 많다. 물리적인 환경 속에서 그런 담을 실제로 넘어보면서(월담) 내 몸에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어떤 규범이 작동하고 있는지 발견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한편으로, 내 몸이 받고 있는 억눌림, 경직, 힘듦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몸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심리적인 장벽이 크기 때문이다. 몸이 자유로워진다는 게 어떤 세계인지 전혀 모르지만 그 알지 못하는 세계로 한 발자국 가려면 도전을 해야 된다. 우리도 그런 마음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에 세상과 자기 내면의 장벽을 넘어서 좀 더 몸을 자유롭게 하거나 몸을 해방시키거나 아니면 좀 뭔가 약간 더 즐거운 관계,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보자라는 맥락에서 변화의월담이 쌓았던 경험들을 가지고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하는지?   함께 팀으로 활동하기 전까지의 배경이 다르다보니, 각자 가지고 있는 습관과 선입견을 깨고, 서로를 인정하고 맞춰가는데 시간이 걸렸다. 리조는 기업에서 일했다보니 기본적인 마인드셋(mindset)이 실수하면 안되고 효율적으로 일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 분야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이다보니 비효율성이 중요하기도 하다. 즉, 실험 정신도 중요한데 머리로는 그런 개념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도 막상 몸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에서 실수가 나오거나, 교육 준비물이 빠졌거나 이러면 불안해하고 경직되고, 서로 책망하기도 했다.    “일의 방식, 이런 것을 다 허물어야 새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한 과정이 3년 넘게 걸렸다.”(리조)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가정환경과도 연결되어있다. 예를 들어, 부모님과 갈등이 있을때 어떻게 해왔는지, 어떻게 감정표현을 해왔는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갈등이 일어나면 회피한다는지, 적극적으로 촉발한다든지, 이런 차이점을 드러내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에서 나는 어떤 맥락에서 성장해온 사람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나랑 일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너가 원하는 상의 사람과 일하고 싶은 거냐” (윤일)   서로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들도, 받아들이면서, 서로가 자신과 상대를 알아가는 시간을 거쳤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제는 일에 있어서도 태스크(task, 업무) 중심으로 계획하는 게 아니라 그 태스크를 둘러싼 과정과 각자의 생체 리듬을 중심에 두려한다.    “서로 너 이거 지금 안 괜찮다. 이런 역할을 제일 많이 해 주는 것 같아요. 자기는 알기가 진짜 힘든데(윤일)”     사람의 몸은 하나의 어떤 닫힌 시스템이 아니다. 보통은 내 안에서 나 혼자 해결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오픈 시스템 안에서 되게 다른 방식으로 효율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일터에서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살면서 성장하려면 다른 방식으로 일을 인식해야한다.   “내 치부를 드러내거나 상처를 드러내거나 힘듦을 드러내는 것이 정말 더 효율적일 수 있겠구나”(리조)   감정 표현이나 아니면 이 상황에 대한 해석을 공유했을 때 당연히 충돌한 경우가 있는데 이를 서로에 대한 질책이나 비난 혹은 원망으로 잇지 않는다. 이것은 어떤 신호일까? 내가 뭘 놓치고 있을까? 소위 우리 인지 체계에 대한 정보로 인식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독특한 것이 아니다. 해외 지성 네트워크의 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는 몸에 대해 이야기 하는게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바뀌고 있다. 이제는 내가 책임을 지기로 했어도 노(no)할 수 있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나에 대해서 잘아는 것이 프로페셔널함이다. 그래야 문제를 빨리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월담과 성평등의 연결고리   스마트폰이 우리 손에 쥐어진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소셜미디어가 일상이 된 동시에 가장 우울하고 자살률이 높은 세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연구들이 함께 나오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문제로 보여지지만, 이곳에는 젠더 맥락이 들어가 있다. 연구를 들여다보면, 이런 영향이 누구한테, 어떤 집단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냐 했을 때 10대 20대 여성이라고 한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몸에 어떤 돌봄 또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교육이 필요할까?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고, 몸의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대화가 드러나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뭔가 말로는 겪을 수 없는 몸의 놀이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고 있고, 보이는 팟캐스트도 그런 고민 중 하나다. 누구에게 어떤 첫마디를 던져서 어떤 대화를 이어나갈 것인지, 그리고 어디로 이어져야 되는지 등 구체적인 구성에 있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성평등은 내가 어떤 성 정체성이나 젠더로 태어나든, 가지고 있는 게 내 삶의 선택지를 제한하거나 아니면 차단시키지 않아야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나의 젠더 정체성에 상관없이 어떤 기회나 경험을 동등하게 누리고, 내가 누가 될 수 있는지 함부로 정의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가능성을 찾아가는 게 성평등이라고 본다.    “성평등은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게 하는 기회를 최대한 장벽없이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봐요”(리조)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젠더 규범 때문에 내 가능성 탐색을 크게 영향받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사회에서 장려하는 문화에 따라서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역할은 놀이를 통해 이런 장벽을 깰 수 있는 경험들을 제안하고, 여기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걸 경험하는 동시에 내 몸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는 기회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와 만난 사람들이 이런 경험들을 해 나가면서, 소위 말하는 성평등을 추구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성평등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플레이풀(playful) 함을 불어넣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수민)   한편, 성평등 활동을 하다보면 끔찍한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공격과 방어의 구도가 만들어지기에, 위험을 통제하고 소거하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말과 몸이 경직되고 보수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게 우리가 원하는 변화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위험을 차단하는게 가장 덜 위험하고 쉬운방법이긴 한데, 접촉을 통해 큰 위로와 지지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위험으로 인식하게 하는 사건들과 여기에 반응하는 나의 역할과 감각을 안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해주고 싶다.      기억나는 변화의 순간이 있는지?   휠체어 타신 여성참가자가 생각난다. 말랑말랑한 공을 20번 정도주고 받는 동안 그 참가자 분은 매번 공을 놓치면서도, 그 모습이 매번 그리고 점점 달라졌다. 공을 못 잡아도 몸을 움직이면서 계속 학습하고 시도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또 이런 환경이 이 사람에게 매일 주어진다면 1년 뒤, 3년 뒤, 10년 뒤 이 사람의 이 몸은 어떤 미래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전율이 느껴졌다.    이분은 같이 노는 걸 진짜 좋아했다. 활짝활짝 웃으시고..같이 막 침 흘리면서 하는데 그게 너무나도 좋았다. 침 흘리는 것에 대한 어떤 인식이 있으면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너무나도 많은 경직에 쌓인 몸이랑 1시간 정도만 같이 놀았는데도 너무나도 많은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경계의 부당함과 이런 경계가 사라질때 누릴 수 있는 기쁨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 생각난다. 아마 장애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장애를 가진 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인해 가능성이 규정 지어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것을 주물러서 확장시키고 싶다. 이런 마음이 되게 크게 들었다.    도봉의 성평등 활동센터에서 만난 분도 인상적이었다. 엄마와 딸이 함께 수업을 신청했는데, 딸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업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이 짝을 맺어서, 한 사람이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이 막 태어난 아이한테 세상을 처음 경험시켜준다면 어떤 것들을 안내해줄까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안내해주는 시간이었다.   활동 후 이분(엄마)이 눈을 뜨면서 하시는 말씀이, “엄청 나한테 집중되네요. 60 평생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않아 약간의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우리 딸에게도 이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고 덧붙이면서, 엄마로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던 삶을 사셨을, 그래서 타인이 아니라 자신(본인)을 감각하며, 깊숙히 안으로 들어갔던 경험이 처음이었을, 그 참여자와 장면이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매번 봤어요. 한 명의 몸을 만날 때마다 월담이 진화한답니다. 배우고.. (윤일)”     앞으로 만들고 싶은 변화의 모습은?   “2017년도에 퇴사하고,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찾아갔던 곳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이쪽인데 제 첫 직장이 실리콘밸리였거든요. 그때 되게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ODC 센터에요. 그 곳은 경계가 없는, 그러니까 장애든 성 정체성이든 그 어떤 경계도 허물고 365일 내내 연극, 무용, 음악 등 몸을 다루는 수업을 여는 곳이에요. 그 센터를 알게 된 계기는 장애인들이 만드는 퍼포먼스 때문인데요. 장애인들이나 뮤지션과 예술가로서 퍼포먼스를 하는데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친 수준의 솔직함과 위트로 표현하는 것들을 보면서 의식이 약간 진짜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는 것 같았어요. 다양한 몸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 자기의 어떤 가능성이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그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존재하는 도시가 우리 주변에도 있길 바래요. 우리가 그 장을 만드는 사람이 될지 아니면 그 장에 이웃이 될지 그런 건 상관없이 그런 장이 커뮤니티에서 계속해서 존재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리조)   “몸이나 마음의 감각을 억누르는 게 어른스럽고 바람직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평생에 걸쳐서 젠더,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 같은 것에 상관없이 누구나 많이 노는 그런 세상이길 바래요. 그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요. 우울, 갈등 이런 것들이 다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윤일) “몸의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관계나 일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지금의 활동이 그 맥락인 것 같은데 이것을 이제 이렇게 넓혀보고 싶어요. 옷을 만드는 어떤 여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옷이 나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몸을 가장 가까이서 감싸고 있는 집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한국 사회에서는 옷이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많은 평가와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어떤 그 사람만의 모습, 정말 아름다운 모습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유지해 줄 수 있는 집(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게 추가된 몸의 느낌이 되거나 지워지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수민)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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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는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피드백 살롱 이야기
“우리는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그럼에도 우리는’ 피드백 살롱 현장 소식 을 전합니다. 성평등을 주제로 프로젝트 실험을 펼치고 있는 그럼에도 우리는 2기 9개 팀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5월 시작된 프로젝트의 중간 지점을 함께 돌아보는 ‘피드백 살롱'이 열렸는데요. 달마다 정기모임을 통해 진행해온 과정을 소통하며 서로의 프로젝트에 대해 가볍게 공유해왔다면 오늘은 좀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팀별로 만든 콘텐츠나 제작물, 기획안을 프로토타입 형태로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얻거나 고민되는 지점을 나눌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요. 성평등에 대한 공통의 관심과 관점을 가진 팀들이기에 서로에게 가장 와닿는 피드백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죠. 또 남은 길을 함께 뛰어줄 든든한 응원군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고요. 피드백살롱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½ 작은 성공 축하하기  먼저, 완성된 결과물이나 큰 성공이 아니라 과정에서 이루어진 작은 성공을 발견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팀별로 ‘진전 곡선'을 그려보았습니다. 진전 곡선은 가로축에는 ‘시간’, 세로축에는 ‘진전(성취감)’이 있는 곡선 그래프 입니다. 팀별로 시간 순서에 따라 성취한 일이나 경험을 적어보면서 그동안 이룬 작은 성공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변화를 위한 활동에서 빠른 성장을 기대하며 작은 규모의 성장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변화가 드러나기까지 기다리지 못해 너무 일찍 포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피터 스트로(2015)의 ‘사회변화를 위한 시스템 사고’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성장)는 ‘일직선’이 아니라, ‘점진적인 곡선’을 가지는 것이 자연적이라고 합니다.   팀별로 현재의 진전 곡선과 위 곡선을 비교해보면서,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작은 성공'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되새겨보았습니다. 한편, 그 이후 성장 단계를 위해 활동의 결과를 정량화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되었습니다. 변화를 위한 임계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의 활동을 처음보는 다른 사람의 시각과 언어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한 것입니다.      변화의 데이터 데이터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과 연대를 이룰 때 효과적인 소통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성평등 활동에 관심이 있거나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의 시선이 아닌 우리가 직접 만드는 의미있는 변화지표를 만들어서, 스스로 성장을 확인하는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 이 만든 ‘사회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에는 무엇이 있을지 팀별로 아이디어를 모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위해 팀 활동으로 발생 가능한 사회 변화가 나타나는 곳을 ‘수혜’, ‘사회구성원', ‘사회변화자본' 3가지 영역으로 나누었습니다.   예를 들어, ‘FDSC’ 팀의 경우 여성 디자이너들의 법적 이슈 상담을 통해 20명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고(수혜 영역), ‘모두의 숲’ 팀의 경우 정부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 산불에 대해서 사회구성원들에게 알려서 정부에 대한 책임 의식을 높이는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사회 구성원 영역). 등대 팀의 경우 성평등 인식에 대한 사회적 경험을 확산할 수 있는 보드게임의 개발을 하나의 지적 자본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사회변화자본 영역).  이러한 과정은 NPO를 위한 사회성과 측정 가이드북(서울시 NPO 지원센터)을 참고하여 이루어졌고, 향후 팀별 데이터를 다시 한번 수집해서, 그럼에도 우리는 2기, 변화의 데이터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피드백 라운딩 5월 오리엔테이션 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공유하였던 9개팀은 4개월의 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다시 만났습니다. 피드백 라운딩은 그동안에 진행했던 활동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통한 서로 배움과 지지의 경험을 만들기 위해 마련하였습니다.  서로가 안전하고,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고 받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이 피드백을 받고 싶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팀별로 아래와 같이 어떤 피드백을 받고 싶은지, 그리고 피드백을 줄때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 미리 준비해왔습니다. 피드백 받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이 피드백을 주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가요? 피드백을 받을 때 다른 크루가 어떤 점을 고려해주면 좋을 까요? 총 3라운드에 걸쳐서 라운드별 3팀씩 30분정도의 피드백 시간을 가졌는데요. 앞서 준비해온 피드백 살롱 준비물을 바탕으로 팀별로 요약발표를 하고, 다른 크루들은 피드백을 주고 싶은 팀을 선택하여 조별로 나누어 이동하였습니다. 이후 다시 한번 상세하게 피드백을 받고 싶은 주제에 대해 공유하였고, 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기획과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싶어했던 팀, 프로그램 활동이나 프로토타입 제품을 시연하고 피드백을 들었던 팀,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던 팀들이 있었습니다.  서페대연팀의 경우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대학사회에서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요?’ 라는 고민을 나누어주었고, 다른 크루들은 환경 운동가들이 겪었던 이슈와 학과에서 먼저 지지하던 사례 등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뜨개질 커뮤니티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닛더피스 클럽의 시간에는 뜨개질을 할때 참여자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실제로 다른 크루들이 해보면서 피드백을 나누었고, 스트레칭하는 시간과 구체적인 시간 배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팀 안에서만 다루어졌던 이슈에 대해서 피드백라운딩을 통해 다른 팀 크루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시각과 지지적 힘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피드백 라운딩에서 나누었던 대화는 휘발되지 않고, 앞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팀별 피드백 게시판에 정리하여 공유하였습니다. 참고 : <피드백 살롱>에서 우리의 여정을 되돌아봐요.☕️ - 캠페인즈 그룹   <피드백 살롱 참가 후기>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하기 ‘그럼에도 우리는’ 2기는 12월에 그동안의 활동 과정과 결과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고자 모금함도 열었습니다.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성평등 페스타(축제)를 만들고자 합니다. 관심과 응원으로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하기(클릭)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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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의 성평등을 위한 발걸음을 다시 이어갑니다."
성평등 문화 액션 크루 '그럼에도 우리는' 2기  「백래시 정치」의 저자 신경아 교수는 2023년 ‘한국형 백래시'를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로 얘기합니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기회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나 활동에 명백한 또는 암묵적인 반대를 가하며, 여성이나 페미니스트에게 집단적 공격을 가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여성가족부 폐지’, ‘성평등 정책 이름 지우기' , ‘남성 역차별론’ 등이 있습니다. ‘안티페미니스트 백래시’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여성운동과 페미니스트의 활동이 위축되고 일반 시민들의 성평등에 대한 관심을 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성평등 민주주의 실천을 위해 '그럼에도 우리는' 여성가족부 사업이었던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는 중단되었지만, 성평등의 목소리를 지우는 백리시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질문하고, 생각하며, 토론하고, 연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청년들은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럼에도 우리는’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일상에서의 실험을 이어갑니다. 지난 1기에서는 13개의 팀들이 프로젝트를 지속하였고, 성평등 페스타에서 200명 가까운 시민들과 함께 프로젝트 활동을 공유하며, 성평등한 시민 사회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차별과 혐오에도 굴하지 않고 일상의 성평등을 지켜내고 싶었습니다.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개최된 '성평등 페스타, 우리는 멈추지 않아' 전시부스를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다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성평등’, ‘페미니스트’가 한국 사회의 주홍글씨가 되어버렸지만, 우리는 편을 가르자는 것이 아닙니다.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해 우리의 삶과 시야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일과 육아를 잘 병행하고 싶은 부부 사이의 역할 분배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성평등 관점에서 과학기술을 바라보고 고정관념을 발견합니다. 취업을 희망하는 직장인은 가부장적 권위주의 직장 문화에서 탈피한 대안적인 직장 문화를 상상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편을 나누지 않고도 일상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2기'오리엔테이션이 서울 을지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성평등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하는 9개 팀을 또 만났습니다. 빠띠와 9개의 프로젝트팀은 <그럼에도 우리는 2기>를 시작합니다. ‘섭식장애건강권연대' 팀은 ‘섭식’과 ‘나의 몸’에서도 주도권을 지니며 살아가지 못하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혼자가 아니고 모두가’ 라는 것에서부터 오는 자신감과 용기를 나눕니다. ‘등대' 팀은 보드게임 제작을 통해 성평등 문화를 보다 쉽고 재밌게 접하는 경험을 만듦으로써 평등, 다양성, 공감, 공존과 같은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 마냥 어려운 일만은 아님을 전달합니다. ‘선을 넘는 몫소리' 팀은 이주여성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방식이 아닌, 이주여성들이 경험해온 고통에 대하여 스스로 해석할 힘과 언어를 가져,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세상의 지배적 서사에 맞설 용기를 북돋아 줌으로써 이 경험을 통해 더 큰 ‘우리'로의 확장을 시도합니다.   나머지 다른 팀들의 이야기도 궁금하다면??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FDSC - "법률 상담으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나의 권리를 찾아요." 섭식장애건강권연대 - "<섭식장애 세미나>, <안전한 식탁> 워크샵을 통해 '나의 몸'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아요." 선을넘는몫소리 - "다양한 문화적 측면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람 도서관을 통해 이주 여성들의 몫소리를 모아봐요." 서페대연 - "백래시로 지친 몸과 마음을 마음돌봄으로 채우고 연대를 통해 더 나은 방법으로 백래시에 맞서고자 해요." 변화의월담 - "자신의 몸을 기반으로 향유하는 놀이를 통해 경계를 허물고 삶의 지평을 확장하는 건강한 삶을 전해요." 모두의숲 - "기후재난 현장에 남겨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얘기해요." 등대 - "보드게임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성평등, 성적 다양성을 얘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요." 닛더피스클럽 - "뜨개질 모임을 통해 만들어진 능동적인 경험으로 '나'와 '우리'를 유쾌하게 알려요." WWCS 위민 후 코드 서울 - "공론장, 워크샵을 통해 IT업계에서 여성주의적 조직 문화의 가능성을 말하고자 해요.   |우리의 경험이 사회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아이디어와 실험이 몇몇 이들의 경험으로 끝나는 건 너무 아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9개 팀의 결과물은 우리 모두의 것, 우리 사회의 자산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12월에 뜨거운 성평등 페스타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활동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고자 모금함도 열었습니다. 모금을 통해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의 경험을 나누고 모두의 성평등 축제를 만들겠습니다. 관심과 응원으로 함께 해 주세요. 그럼에도 우리는 모금함 구경하기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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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2022 활동 매거진을 공유합니다❞
청년 성평등 문화 액션크루 '그럼에도 우리는'의 13개 팀이 지나온 2022년의 여정, 그리고 2023 성평등 페스타 '우리는 멈추지 않아!'의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이 발행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연대, 지지와 응원으로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던 '그럼에도 우리는'.  담롱, 산성비, 스여일삶, 온에어, F.STS, 뿌리탐사, 변화의월담, ISTI, 우먼스베이스캠프, 페미리하우스, 어나더스, 페미위키, 몸다양성교육단체 프리즘 13개 팀과 빠띠가 그 길을 함께 걸어 완주한 이야기를 매거진으로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그럼에도 우리는> 매거진 다운받기 : https://bit.ly/3lfu66p 목차 소개 : 그럼에도 우리는 말하고, 경험하고, 연대한다. 6p [스피치] 그럼에도 우리는 말하고 산성비주의보 세상에 굳어진 차별을 녹여야 하는 순간 by산성비 여울 12p 그럼에도 우리는 경험하고   담롱 :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 20p                                               산성비 : 세상에 굳어진 차별을 녹이는 산성비 25p                                            스여일삶 : 여성 중심 스타트업 커뮤니티 30p  온에어 :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는 여성들 36p FSTS : 페미니즘이라는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과학기술학으로 40p 그럼에도 우리는 말하고 여성들이 모험을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 by우먼스베이스캠프 김지영 44p 그럼에도 우리는 경험하고 변화의월담 : 몸을 대상화, 도구화하는 문화를 넘어 목소리와 활력을 회복하는 ‘바디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합니다. 52p I.STI : I sport therefore i am! : 운동하는 여성들을 이야기 합니다 58p 우먼스베이스캠프 : 모험하는 여성들의 아웃도어 커뮤니티 62p 페미리하우스 : 가치-잇게 여성 아티스트의 창작 활동을 응원합니다. 68p 그럼에도 우리는 말하고 대학 페미니스트 마음돌봄 여정기 “지속 가능한 활동”을 꿈꾸며 by뿌리탐사 잎싹, 고래 72p 그럼에도 우리는 경험하고 어나더스 : 연결 80p 뿌리탐사 : 서로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지켜주는 페이스메이커 85p 페미위키 : 온라인 상의 남성중심적/소수자차별적 정보에 문제의식을 느껴 시작한 여성주의적 관점의 정보집합체 90p 몸다양성교육단체 프리즘 : 예술과 교육으로 여성주의 몸문화를 질문하고 실천합니다. 94p [토크콘서트] 그럼에도 우리는 연대하고 : 백래시의 시간 존버하는 우리를 위해 100p 마무리 : 그럼에도 우리는 커뮤니티는? 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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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비주의보: 차별을 녹여야하는 순간
산성비주의보: 차별을 녹여야하는 순간 산성비 팀은 세상에 굳어진 차별과 일상에서 겪는 차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여성들을 모집하여 기사를 작성하고 신문을 만듭니다. 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활자로 전달하고, 공감과 연대를 형성하여 여성들이 자유롭게 발언하는 공론장을 만들고자 하는 산성비의 이야기. 산성비 팀의 '여울'의 목소리로 아래 영상에서 만나보고, 여러분의 다양한 목소리도 함께 들려주세요! "세상을 구하는 건 영웅이 아니라,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고 포기하지 않고 맞서는 이들입니다.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지치더라도 멈추지 않고, 멈추더라도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구하고, 세상을 바꿨고, 또 바꾸더라고요.(중략) 그래서 앞으로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 때,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었던 가능성들 그리고 발자취들. 그걸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그리고 느끼면서 나아가겠습니다." - 산성비 팀 스피치 중 ✓ 본 게시물은 청년 성평등 문화 액션크루 '그럼에도 우리는' 팀들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함께 열었던 2023 성평등 페스타 "우리는 멈추지 않아"의 <세바크> 프로그램을 담고 있습니다. <세바크>는 '세상을 바꾸는 크루들의 스피치'의 줄임말로, '그럼에도 우리는' 팀 크루들의 생생한 성평등 프로젝트 활동 이야기를 풀어낸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대학 페미니스트 마음돌봄 여정기 : "지속 가능한 활동" 을 꿈꾸며 - 뿌리탐사 팀 여성들이 모험을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 - 우먼스베이스캠프 팀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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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모험을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
여성들이 모험을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 우먼스베이스캠프 팀은 모험하는 여성들의 아웃도어 커뮤니티로, "자연 속에서 나를 마주하고 몸으로 연대합니다.” 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캠핑과 같이 삶의 기술을 엮어내며 몸으로 연대하는 커뮤니티는 찾기 어려우며, 자연에서의 경험이 제한되거나 안전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먼스베이스캠프 팀은 20~60대 여성들에게 '자연에서의 첫 하룻밤'을 선물하고, 이들의 일상 모험을 지지하고자 합니다. '지영'의 경험을 토대로 펼쳐나가는 우먼스베이스캠프 팀의 이야기를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보세요! "언젠가 나의 모험의 불씨도 꺼뜨려지거나 흐려질 수 있다는 것. 내가 내 삶에서 지쳤을 때, 내가 이렇게 지금 뜨겁게 삶을 생산하는 사람이길 원하지만 이 용기와 이런 마음들이 언젠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럴 때 우리가 지금 옮겨붙인 불씨들이 저에게 인생의 모험을 계속 해 나갈 용기를 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불씨를 지피고 싶습니다." - 우먼스베이스캠프 팀 스피치 중 ✓ 본 게시물은 청년 성평등 문화 액션크루 '그럼에도 우리는' 팀들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함께 열었던 2023 성평등 페스타 "우리는 멈추지 않아"의 <세바크> 프로그램을 담고 있습니다. <세바크>는 '세상을 바꾸는 크루들의 스피치'의 줄임말로, '그럼에도 우리는' 팀 크루들의 생생한 성평등 프로젝트 활동 이야기를 풀어낸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대학 페미니스트 마음돌봄 여정기 : "지속 가능한 활동" 을 꿈꾸며 - 뿌리탐사팀 산성비주의보: 차별을 녹여야하는 순간 - 산성비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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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페미니스트 마음돌봄 여정기 : "지속 가능한 활동" 을 꿈꾸며
대학 페미니스트 마음돌봄 여정기 : "지속 가능한 활동" 을 꿈꾸며 뿌리탐사 팀은 캠퍼스 내의 인권이슈들과 성차별 이슈들을 다루는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팀으로, 18~19년도를 기점으로 대학 내 성평등 활동 조직들이 각자의 난항을 겪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존재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개개인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조직 구성원(페미니스트)의 마음돌봄을 공동의 영역으로 끌고와서 함께 만들어나가는 마음돌봄을 상상하며 2022년에 '담장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잎싹'과 '고래'가 전하는 뿌리탐사 팀의 이야기,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나눠주세요! "언젠가 '페미니즘은 나 혼자서만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운동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요. (중략) 우리가 소진되지 않고,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마음돌봄이 절실하다는 것을 그 때 깨닫게 된 것이죠." "뿌리탐사의 담장넘어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그 연결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직면할 문제들에 맞서 나와 나의 동료들을 더 이상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함께 연대하고 마음돌봄을 통한 지속가능한 페미니즘으로,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 뿌리탐사 팀 스피치 중 ✓ 본 게시물은 청년 성평등 문화 액션크루 '그럼에도 우리는' 팀들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함께 열었던 2023 성평등 페스타 "우리는 멈추지 않아"의 <세바크> 프로그램을 담고 있습니다. <세바크>는 '세상을 바꾸는 크루들의 스피치'의 줄임말로, '그럼에도 우리는' 팀 크루들의 생생한 성평등 프로젝트 활동 이야기를 풀어낸 프로그램입니다.   다른 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여성들이 모험을 시작할 때 일어나는 일 - 우먼스베이스캠프 팀 산성비주의보: 차별을 녹여야하는 순간 - 산성비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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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의 시간, '존버'하는 우리를 위해
2016년에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미투 공론화, 2020년 N번방, 그리고 작년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까지 우리는 수많은 백래시를 목격하고 경험해왔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사업으로 4년째 이어왔던 버터나이크 크루 역시 작년 여름 일방적인 통보로 하루아침에 활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죠. 하지만 버터나이프 크루 참여팀들과 협력 파트너인 빠띠는 사업 중단 이후에도 ‘그럼에도 우리는’이라는 이름으로 성평등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 의미를 돌아보며 백래시의 시대에 멈추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로의 경험을 꺼내고 연결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초청 패널과, 프로젝트 참여 크루와, 시민들이 백래시를 주제로 함께 꺼낸 경험과 대안의 목소리는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이 글은 지난 1월 진행한 ‘2023 그럼에도 우리는 성평등페스타 - 우리는 멈추지 않아’ 토크콘서트의 내용을 요약해 정리한 글 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윤가현 :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윤가현이라고 합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서 저랑 이름이 같은 가현이들을 만나 여성의 아르바이트 노동과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가현이들>, 그리고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만든 ‘불꽃페미액션’이라는 페미니스트 단체를 4년 동안 기록한 <바운더리>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슬기 : 안녕하세요. 저는 백래시가 가장 극심했던 작년과 재작년 서울신문에서 젠더 담당 기자로 일했던 이슬기라고 합니다. ‘일했던’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지난달에 퇴직을 했거든요. ‘전' 기자라는 타이틀로나마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나임윤경 : 저도 반갑습니다. 저는 사실 오늘 여기 도착해서 ‘내가 잘 온 건가’ 살짝 생각했어요. 일단 패널 평균 연령을 좀 많이 높여놓은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나잇값을 좀 해야 될 텐데 어떤 얘기를 해야 나이 값을 할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달 : 저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담롱’이라는 팀에서 함께하고 있는 수달이라고 합니다. 담롱은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소수자 의제를 다루는 인터뷰 영상들을 만들고 있어요. 이번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에서도 지역 커뮤니티를 찾아가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Q. 여는 질문으로, 각자 생각하는 '백래시는 OOO다'라는 짧은 한 마디를 부탁드릴게요! 수달 : 저희 팀원들한테 한번 물어봤어요. “애들아 백래시가 뭘까?” 하나로 모인 답변은 “정.말. 싫.다."였어요(웃음). 맞지 않을까요? 저희가 이렇게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단어로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당연히 너무 지긋지긋하다, 너무 싫다, 너무 짜증 난다,라는 의미였다고 해석해봅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답변은,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 스스로를 주저하게 하고, 서로 연결되지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들렸고, 되게 공감이 됐어요. 윤가현 : 저는 ‘우리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일련의 사건들을 우리가 백래시라고 불러줄 수 있는 이유도 운동의 주체인 우리가 있기 때문이고, 저는 노동 운동이든 페미니즘 운동이든 운동이라는 건 파도와 같아서 어떤 ‘벽’에 부딪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척 견고하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백래시의 주체들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가 또 굉장히 노골적인 인간들이잖아요. ‘너네가 뭔데 갑자기?’라거나, ‘왜 너 뭐 돼?’라고 생각할 만한. 이슬기 : 방금 감독님 얘기 들으면서 백래시를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시는 것에 저는 어떤 감탄(?)이 들었어요. 저는 기자 생활 10년 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직접적인 역풍 혹은 공격을 받는다는 느낌을 백래시 기간에 처음 느꼈거든요. 사실은 저도 의연한 마음으로 백래시를 맞이하고 싶지만, 제게 지난 2년간 백래시는 집요하고 조직적인 공격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느꼈어요. 그전에는 오히려 저는 좀 백래시에 대해 ‘성차별적인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관성’ 정도로 치부했거든요. 사건 사고의 피해자분들을 숱하게 보면서도 ‘그럼에도 내 일'이라는 생각을 크게 못했는데, (여가부 관련 사건들과) 유독 깊이 붙어있으면서 힘든 시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나임윤경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공공기관에서 잠깐 일을 했는데요. 거기서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고 하는 제목의 굉장히 좋은(!) 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게 이슈가 돼서 국회의원과 변호사들이 달라붙어서 명예훼손이라고 욕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런 과정을 느끼면서 들었던 생각은 백래시라는 게 되게 “최근 일인 것처럼 이슈가 되지만 옛날부터 했던 문제제기들을 한결같이 외면하고 있다가, 페미니스트 영향력이 확대되니까 화들짝 놀라고 있는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각자의 자리에서 느낀 경험들이 다른 듯 비슷한 게 인상적이네요. 백래시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 혹은 어려움은 뭘까요?  나임윤경 : 사실 저는 오늘 여기 앉아계신 분들하고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페미니즘의 언어가 조금 어렵지 않나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여기 앉아 계신 분께 마이크를 넘겨서 “구조적 성차별이 뭐예요?”라고 설명을 부탁드리면, 느낌으로는 아는데 실체가 무엇인지, 성차별을 당한 당사자들은 감각적으로 그걸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백래시는 그 이해를 잘못하면서 너무 겁을 먹고 혹은 겁 먹은 척하고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제 직업상 좀 더 설득적인 언어를 개발해내고 대중적으로 유포하는 일에 백래시를 해체하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달 : 바로 그 겁 먹은 분들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저희 담롱 팀에서도 페미니즘이나 여성노동 같은 주제로 영상을 올리면 여전히 좌표가 찍히고 악플이 달려요. 좌표 찍는 방법도 악의적이에요. 영상을 캡쳐해서 저희 메시지는 쏙 빼고 입맛대로 편집을 해서 그걸 이미지로 이어붙인 다음에 커뮤니티 등지에 뿌리면 그분들이 찾아오셔서 이제 열심히 댓글을 달아요. 이슬기 : 수달 님 말씀과 저도 조금 비슷한데, 개인적으로는 기자로서 악플에 되게 초연한 편이거든요. 근데 저희 부모님이 초연하지 않아서, 요새도 대댓글을 많이 달고 계세요. 이 기자 나쁜 사람 아니라고(웃음). 저희 부모님은 진짜로 상처를 받으셔서, 그때 정말 이런 식의 공격이 정말 효과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수달 : ‘페미니즘 정치' 관련한 인터뷰 영상을 만든 적이 있는데, 그런 걸 올리면 진짜 페미니즘 정치에 관심 있는 분들이 올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좌표 찍어 욕하는 분들이 사서 검색을 해서 들어오시더라고요. ‘페미니즘 정책’이라는 키워드 영상에 남성 시청자의 비율이 70%인데, 유입 경로나 검색 키워드를 보면 대부분이 ‘페미니즘 참교육’ ‘페미' 이런 것들이에요. 다양한 검색어를 조합해서 굳이굳이 찾아오여서 굳이굳이 댓글을 남기시더라고요. 이슬기 : 비슷하게, 여성 페미니스트 인터뷰를 기사화했을 때 착한 반응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거든요. 그건 그냥 인터뷰이에게 몹쓸 짓이 아닌가. 제가 오히려 대놓고 욕 먹을 판만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실제로 그런 악플을 받고 저한테 댓글창을 내려달라고 해 주셨던 분도 계셨고요. 제가 받는 아픔에는 스스로 조금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면, 익숙하지 않은 분이 그런 일을 겪는 것을 제가 보호할 수 없고, 그분의 행보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주저함이 있죠. 요청을 주저하거나, 저도 모르게 “그럼 익명으로 하실래요?”하기도 하죠. 익명 인터뷰는 힘이 없는 걸 아는데도. 자꾸 이런 식으로 제가 작아지는 그 모습이 백래시의 효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을 해 가야 되니까 그런 면이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윤가현 : <바운더리>라는 영화 편집할 때 한창 편집이 너무 하기 싫어서 여초 카페를 들락거린 적이 있거든요. 거기 익명 게시판에 어떤 여자가 둘이서 얼굴도 모르고 닉네임도 모르는데 만나서 동반 자살을 하려다 실패했다라는 기사가 나가고, 카페가 완전 난리가 난 거예요. 그 익명 게시판을 닫아야 된다, 자살이나 죽고 싶다라는 단어 금지화시켜야 된다 등등 되게 많은 논의가 오가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제가 들었던 고민은, ‘너무 많이 죽는다.’ 20대 여성이 너무 많이 자살을 한다는 거였어요. 여성들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죽기까지 하는 것, 그게 저한테는 가장 두려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정책이 나아진다고 그 여성들이 죽는 걸 붙잡을 있을까, 그런 고민들은 있습니다. Q. 가볍지 않지만 비관적이지도 않은, 대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면 어떨까 싶어요. 백래시의 범람 속에서도 성평등 활동이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이슬기 : 앞서 기사나 영상에 선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는데, 또 없지는 않아요. 이전에 어디 강연을 갔다가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분이, “기자님 기사 잘 보고 있다”라고 하시면서 “근데 댓글이 엉망진창이던데 거기에 힘을 못 보태드려서 죄송하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좀 많이 놀랐어요. 저도 짠하고 서로 짠한데, 한편으로 그런 기운들이 이 백래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윤가현 : 저는 가끔 지역에 가서 영화 상영을 하는데, 할아버지나 할머니 분들이 무료상영이라고 하니까 무조건 와서 보시거든요. 근데 이 영화에는 막 찌찌도 나오고, 여자들끼리 손 잡고 행진하고 이러는데 보시다가 이거 뭐야 소리지르고 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 되게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놀랐던 건, 솔직함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는 거였어요. 페미니스트랑 동성애랑 무슨 상관이냐 이런 되게 정직한 질문을 해 주시기도 하고, 예전부터 여성들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오고 있다는 걸 나누기도 하고, 이런 시간 속에서 저도 약간 페미니스트로서 편견 없는 마음을 좀 가져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꺾이지 않는 마음을 좀 더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스스로… 수달 : 페미니스트 커뮤니티나 성평등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저희 지역에 내려가서도 많이 드렸거든요. 청주, 대구, 지리산에서 받은 대답들을 모아봤는데, 놀랍게도 대답들이 너무 비슷한 거예요. ‘할 수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리고 우리는 우정으로 뭉치는 게 즐거운 공동체’라는 것. 때로는 여가부 폐지 반대나 여성혐오 반대 시위에도 나가고, 때론 지역사회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공동체적 해결방안도 고민하다가, 또 어떤 때는 망한 섹스썰 파티를 하고, 내 최애가 얼마나 빠는지 얘기를 하고, 연말 파티를 하고, 잔디밭에서 보물 찾기를 하고, 그런다는 거예요. 그런 일상화된 활동이 늘 같이 가는 게 지치지 않고 즐거울 수 있는 마음인 것 같아요. 힘든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즐거운 일도 하고 우리 안에 있는 어떤 길티 플레져도 꺼내서 한번 얘기해보고 우리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고 그래야겠다!는 생각. 윤가현 : 한 가지,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그냥 그 마음만으로도 관심만으로도 저는 운동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뭘 해야지 막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지금은 좀 쉬어도 되고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으니, 강박으로 함께 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슬기 : 저도 좀 비슷한데, 페미니스트로 살면서는 약간 성공은 좀 작게 느껴지고 실패만 크게 와 닿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에 많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신당역 사건을 겪었을 때의 어떤 처참함. 엄청난 실패인 건 맞지만, 그 사이에 저희가 조금씩 이루어 온 것들이 있거든요. 버터나이프크루 보면서도 같은 마음이에요. 제가 여가부 출입할 때 버나크에 대해서 기사를 많이 썼고 계속해서 마음이 동화되어 아픈 것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보니까 17개 팀 중에서 13개 팀이 꾸준히 이어왔다는 것, ‘중꺾마'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이 첫 번째 마음이고요. 두 번째는 페미니스트는 자기 자신한테 좀 후했으면 좋겠어요. 성공을 열심히 자세히 바라봐주는 일도 하셨으면 좋겠다. 그건 이제 저한테도 같이 드리는 말씀입니다. 청중과의 일문일답. Q. (나임윤경 교수님께) 좀 더 설득적인 언어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가장 다듬기 어렵다 싶은 개념이나 표현이 있는지? 나임윤경 : 저의 요즘 강의 기법은 제가 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지지난 학기에 가족과 젠더라는 수업을 했었는데, 그때 <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를 소개했어요. 봉태규 씨하고 정유미 씨가 썸타는 장면인데, 정말 썸 타는 장면인데 제가 거기서 성적 억압과 통제라는 개념을 끄집어내기를 바랐어요. 왜 저 사람은 저런 질문을 하고, 저 사람은 저런 대답을 할까, 그냥 볼 때는 보다가 제가 질문을 계속하니까 그 영상들이 달리 보이는 거죠. 모든 사람은 단순히 썸 타고 연애하는 거지만, 그거 알아보는데 90분이 걸렸어요. 굉장히 어렵지만, 이렇게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경험이었어요. Q. (수달 님께) 버터나이프크 참여 크로로서 느꼈을 막막함이 크셨을 것 같은데, 사업 중단 소식을 듣고 당사자로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수달 : 제일 큰 마음은, 황당했죠. 왜 황당했냐면 여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써요. 그리고 그다음 날 사업이 없어진대요. 그게 하루 사이에 일어난 것도 너무 황당한 일이지만 저희로서는 그 일이 있기 며칠 전에 발대식을 했거든요. 여가부 장관이 와서 잘 해보라 축사까지 하고, 저희도 처음 만나서 네트워킹 파티도 하고 한바탕 킥오프를 했는데, 이럴 거면 발대식에 장관은 왜 왔나, 그 자리에 무슨 자리인지는 알고 왔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취재 요청이 오고 어쩌다 어떻게 됐냐 물어보시는데 저희도 경황이 없고, 입장도 정리해야 되고. 근데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전에 입장을 정리해야 되고, 상식적이지 못한 건 저쪽인데 왜 우리가 피곤한 건지 하는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 다른 팀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걱정되는 면도 있었고요. 아예 못 하게 되려나, 하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저는 불안과 분노도 물론 있지만, 버터나이프크루가 엎어졌지만, 우리가 우리 프로젝트는 엎지 않고 결국에는 새로운 이름으로 마무리했다는 걸 꼭 기억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Q. (윤가현 감독님께) 바운더리라는 작품에서 선 받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고 그게 강력하게 선을 넘으면 그만큼 강력한 백래시를 경험할 거라 생각하는데, 두려움으로 다가온 적이 없었는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윤가현 : 제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월경페스티벌에서 가슴을 까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거든요. 그런데 페이스북이 음란물로 규정하고 막무가내로 내렸어요. 열 받아서 페이스북 코리아 앞에서 그냥 가슴을 까버리는 그런 활동을 하고 제가 그 현장에서 촬영을 했었어요. 그때 제 친구가 그랬어요. “큰일 났다. 다 잡혀가면 알바를 못 가.” 그런 종류의 두려움도 있었고, 또 하나는 집에서 가족들과 밥을 먹는데 그 뉴스가 나오는 거예요. 남이 나한테 욕을 한다거나 모르는 사람 댓글로 욕을 하는 건 별 상관없는데, 모자이크가 쳐진 뉴스 장면을 아빠와 남동생과 함께 보며 밥을 먹는다 이런 건 상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저도 두려움이 많고, 마음 속으로 어쩌라고를 말하는 연습을 하거든요. 마음속으로 누가 뭐라고 얘기하면 어쩌라고요 이렇게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도 되게 많이 하고 그래요. 사실 두려움이 없진 않죠. 저희도 다 똑같이 두렵죠. Q. 마지막으로 간단한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슬기 : 오늘 이 행사에 전 기자라는 타이틀로나마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요. 혹시나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저는 백래시로 인해서 퇴사한 것은 아니에요(웃음). 근데 이제 일반지 호흡이 아닌 좀 다른 플랫폼으로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퇴사하게 됐고 앞으로 활동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나임윤경 : 사실 여성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한국 사회 같은 곳에서는 늘 성차별 성폭력의 문제가 내가 겪지 않아도 내가 겪은 것만큼 힘들고 참 어렵죠. 그런데 우리 아까 다 모두 어려움을 얘기를 했지만, 차별받는 사람들의 힘은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해서 무한히 꿈꾸는 거잖아요. 정말 차별 없고 폭력 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마음껏 키우고 정말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바로 피해자인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있잖아요. 그 사실을 기억하면서 피해자 정체성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물론 분노하고 슬퍼하고 노여워하되 그 상상력을 계속 서로에게 독려하면서 정말 정말 더 나은 삶을 페미니스트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오늘 이 공간을 나가셨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윤가현 : 스스로의 멘탈 관리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끔 저는 스스로 나 페미니스트인데 이래도 될까라는 말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어요. 저 같이 페미니스트도도 있는 거죠. 그래서 여러분들도 조금 덜 두렵게 사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분들도 그냥 좀 자신 있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우리가 오래 갈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수달 : 담롱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든 영상 시리즈의 이름이 ‘여기선 안 된다 말했지만’이에요. 여기선 안 된다 말했지만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만든 영상이고, 그게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됩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하는 얘기보다 훨씬 좋은 이야기를 지역에서 실천하고 계신 분들의 입으로 들을 수 있으니, 꼭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저희 담롱도 지역을 왔다갔다하는 게 고되지만, 사실 사이드 프로젝트거든요. 내가 왜 무슨 부귀영화들을 누리려고 이런 걸 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이게 다 재밌게 살려고 하는 짓이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요. 재밌게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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