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억] 사회적 참사를 다루는 우리의 무게감
최근에 동료 활동가로부터,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간담회에 참여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진행자였던 중년의 활동가가 참여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안부장관 등 보기를 몇 개 던지며 제일 잘못한 사람이 누구인지 선택해서 손을 들어달라고 했다. 책임져야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누가 제일 문제였는지를 분명히하는 작업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선 질문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래서 대통령이 제일 문제가 많다고 선택되면 대통령을 탄핵하면 되고, 장관이 제일 문제였다고 뽑히면 장관을 탄핵하면 되는 것인지, 사회적 참사를 온전히 잘 다뤄보고자 모인 자리에 썩 맞는 질문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폭우로 인해 반지하주택과 지하차도에서 수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나며 재난, 특히 기후위기에 얼마나 우리 사회가 취약한지가 드러났다. 신림역과 서현역에의 묻지마 칼부림 소식, 관악구의 등산로 성폭행 살인 뉴스의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다. 국가 정책과 보증 아래 대출을 받고 입주한 전세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서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정치와 행정 시스템의 붕괴 속에 이태원 거리에서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다. 이 모든 일들이 1년 남짓 사이에 벌이진 일이다. 연거푸 이어지는 비극 속에 우리의 머릿속에는, 국가도 사회도 나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채워지고 만다. 각자도생의 생존방법만을 고민하고 만다.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참사만 떼어내서 생각하지 않게 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시스템의 무력함을 실감하며, 희생자 및 피해자의 규모가 크든 작든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반지하에 거주하든, 전세집을 계약하든, 비가 오는 날 운전을 하든, 축제 때 거리를 걸어다니든, 누구도 특별할 것 없고 잘못도 잘 한 것도 없고, 죽어야할 이유도 전혀 없었다. 하루 빨리 특별법의 통과와 함께 진상규명이 적절히 이뤄져서 책임자가 응당 잘못한 지점을 처벌받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사회적 참사를 개별적으로 뜯어내 장관 한 명 탄핵하며 끝내지 말고,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생명과 안전의 사안 중 하나로 계속 다뤄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회적 참사는 사회적 참사로 기억하며 무겁게 다루고, 이태원은 우리에게 그간 그랬던 것처럼 신나게 노는 공간으로 두고 싶다. 작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놀까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지하철 타기 번거로워서 을지로에서 멈춰 살 수 있었던 나를 떠올리며.
10.29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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