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더보기
토론
박지성이 정치를 한다면
[스포츠 티키타카] 박지성이 정치를 한다면 언젠가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더니, 어디 어디 언론사 기자라며, 최근 운동선수가 TV 예능에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다. 은근히 내가 조금 비평적으로 말해주기를 기대했던 것 같았는데, 나는 그의 기대를 무시하고 “좋은 현상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우리의 통화는 길지 않았다. 이후, 그 기자가 지칭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여전하고, 심지어 유사한 프로그램이 더 생겼다. 이제, 국대(국가대표)와 선출(선수출신)의 유튜브 또한 낯설지 않다. 기자의 의도는 대충 알만하다. 우리가 통화했던 그때도 그러했지만, 여전히 몇몇 체육계 원로들은 선수의 외도(?)에 매우 비판적이다. 메달을 따고 유능했던 선수가 현장에서 후배 선수를 양성하기도 바쁘고 힘들 판에, 대중 앞에서 품위를 버리고 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기존 체육인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소위 체육인의 다양한 사회진출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그들이 체육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체육인이기 전에,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생애 어떤 단계에서든지, 자신의 진로와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체육인이 체육계를 떠나는 것은, 또는 체육계 이외의 사회로 진출하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은 아니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유가 뭐든, 그들의 판단과 결정에 무슨 얘기를 덧댈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사회 어느 영역에 도전하고 진출할 수 있고, 있어야 한다. 체육인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체육인이라 더욱 그렇다. 그들이 가진 인생의 경험과 과정이, 개인뿐 아니라 사회가 얻고 배울 수 있는 콘텐츠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국대와 선출의 경험은 소설로, 예술로, 학문으로, 사진으로, 오페라로, 예능으로, 교육으로, 산업으로, 외교로, 정치로 등등, 거의 모든 영역으로 연결될 수 있다. 내년 총선에 맞물려, 어제, 박지성 디렉터(전북 현대모터스FC)가 특정 정당의 영입 인사로 거론된 듯하다. 기본적으로 체육인의 사회 모든 영역 진출에 찬성인 나는, 박지성 디렉터의 정계 진출 또한 적극 찬성한다. 여전히 그의 유명세와 경험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매우 중요한 조건이 전제된다. 누구든 정치를 하려면, 우리 사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좋은 정치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과정을 거치고, 결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박지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누구도 준비 없이, 자격 없이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음을 선출과 국대는 누구보다 잘 안다. 불행하게도, 많은 선출과 국대는 보통의 사회적 경험에서 격리된 채 성장한다. 대부분의 선수는 보통의 사회적 관계 형성 방식에 서툴고, 정치에 필수적인 사람과의 효과적 소통 능력을 훈련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선출이 정치에서 배제되어야 할 이유를 나는 찾지 못한다. 우리가 사랑했던 선수가 정치에서 더럽혀질까 두려운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준비된 사람이라면 막을 이유 없다. 판단은 우리 몫이다. 이대택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기본적으로 인간사회의 거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간의 몸과 스포츠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에, 여기에 대해선 특별히 말이 많다.
스포츠
·
3
·
혹시 벌써 아시안게임이 잊혔나요?
[스포츠 티키타카] 혹시 벌써 아시안게임이 잊혔나요? 혹시 아시안게임 보셨나요? 축구나 야구팬이라면 분명 봤을 것에 한 표! 좋아하는 선수나 한일전 때문이라도, 중국팀은 어떻게 할까 하는 호기심에서라도 또는 연일 포털에 등장하는 뉴스 때문이라도 어쨌든 봤을 겁니다. 물론 남자 선수의 경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군대도 혜택을 받는다니, 관심이 아닐 수 없죠. 그러고 보니 아시안게임이 끝난지 세 달이나 지났군요. 시간이 빠른 건지 우리 기억이 짧은 것인지. 먼 옛날얘기 같기도 하고, 뭔 이유든 대회가 뿜어주던 열기도 바로 식은 듯합니다.  체육판에서 먹고 사는 사람이지만, 사실 저는 그리 열성적 스포츠팬은 아닙니다. 물론 주요한 게임이나 대회 진행 관련 뉴스는, 순발력이 조금 떨어질지언정, 최소한 헤딩이라도 찾아보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눈에 확 띄는 뉴스를 봤죠. 아시안게임이 끝나가는 막바지에 대한체육회장이 그랬다는군요. 내년 2024 올림픽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 올림픽 준비를 위해 진천선수촌에 들어오는 국가대표는, 선수촌에 들어오기 전에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게 한다고요. 그러면서 대한체육회장 자신도 해병대 훈련을 받겠노라 했다네요.  △“내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촌하기 전에 모두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게 하겠다.”고 말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 뉴스에 많은 사람이 ‘이게 뭐냐’ ‘시대가 어느 시댄데’ ‘꼰대’ ‘적폐’ 하며, 댓글은 주로 비판적인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 부정적이지만 대한체육회장이 자신만의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몇몇은 해병대 훈련을 찬성하기도 하죠. 곳곳에 샤이 해병대 훈련 동의자가 숨어 있습니다. 국가대표의 해병대 훈련의 필요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제쳐놓고,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대한체육회장은 진심이었을까? 정말로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 3위를 차지한 것이 그리도 문제였을까? 그래서 단호한 결정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까? 그는 진정 해병대 훈련이 뭔가 아쉬운 국가대표의 실적을 더 올려줄 것이라 믿는 걸까?  마음 한구석의 답답함은 대한체육회장이 표정 변화 없이, 사실 진지하게, 자신의 재량으로 이러한 결정을 하고 공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하던, 하지 않던, 대한체육회장은 그러한 권한이 충분히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여전히 국가대표는 국가의, 또는 대한체육회장의 결정권 아래 있다는 암시적 내면 인식을 표현한 것이죠. 저와 우리 모두 대부분의 생각과는 다르게 말이죠.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대부분은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세상이 뭐 다 그런 거지만, 벌써 잊힌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아쉽긴 합니다. 우리가 경기와 선수만을 보고 있는 사이, 그리고 기어이 금방 잊는 사이, 체육계 이면에서는 ‘해병대 훈련’과 같은 우리의 상식과 다른 일들이 벌어집니다. 선수들은 우리와 딴 세상을 마주해야만 하죠. 우리가 열광한 만큼 선수들에게는 우리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면의 이상한 일들이 없도록 말이죠. 이대택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기본적으로 인간사회의 거의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간의 몸과 스포츠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에, 여기에 대해선 특별히 말이 많다. 덧. 그저 실언이길 바랬는데,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정말 국가대표 선수의 해병대 훈련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에 지난 12월 18일, 시민사회단체들이 사과 및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함께 분노해주세요.
스포츠
·
3
·
[모두의 스포츠] 지속가능한 호호체육관 어떻게 만들까?
지속가능한 호호체육관 어떻게 만들까? 호호체육관에도 ‘자립’이 필요해   대학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실현하는 호호체육관 프로젝트가 다음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12월 서강대학교에서 파일럿 프로그램 ‘움직이는 여사들’로 시작해 2023년 상반기 배구와 요가 클래스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사단법인 시민의 프로젝트 마일스톤 지원 사업을 통해 진행됐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는 별도로 할당된 예산이 없었다. 아직 재정적 기반과 사회적 기반이 다져지기 전이었기에 이대로라면 프로젝트를 잠시 쉬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청소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투쟁을 통해 소중한 승리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일상 속에서도 소중한 성취감과 연대의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호호체육관이다. 호호체육관 활동을 통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조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노동운동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후원자들의 ‘토스’가 절실했다. 시민사회와 함께 힘차게 “소셜 펀치!” 지난 9월 문화연대는 사회운동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소셜펀치’를 통해 호호체육관의 자립을 준비하는 모금을 시작했다. 강사비, 퍼실리테이터 인건비 등 최소한의 운영 자금을 마련해 호호체육관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후원자들에게 호호체육관을 소개하기 위해 윤성희 기자가 상반기에 촬영한 활동 사진도 소셜펀치에서 함께 선보였다. 체육관에서 즐겁게 몸을 날리는 청소노동자들의 생생한 표정이 어떤 말보다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목표 금액을 넘으면 어떡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역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펀딩 종료일이 다가왔을 때 목표액 2,300,000원을 근소하게 넘어 2,330,000원을 모금할 수 있었다. 펀딩에는 문화연대의 친구들을 비롯해 평소 노동권과 스포츠권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반가운 이름 중 하나는 ‘서강대 맑음’이다. 서강대 맑음은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해온 학생회 특별자치기구이다. 노래로 영어 배우기와 같은 청소노동자 연대교실을 비롯해, 한 끼에 400원이었던 청소노동자들의 식대를 인상하기 위한 투쟁 등 다양한 연대활동을 조직해 왔다. 이에 화답하듯 여성노조 서강대지회 조합원 수십 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민들레장학금’을 조성하기도 하는 등 아름다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학생활동가들이 졸업하고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2020년대 초 맑음은 해소되었지만 그 졸업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다시 호호체육관에 후원을 보내 온 것이다.   2023년 가을, 더 유쾌하고 다정하게!   이번 학기 호호체육관은 청소노동자들과의 유대감 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지난 학기에 서강대학교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와 공동주최로 배구 클래스를 진행하긴 했지만 시간이 충분치 못했고 기획도 부족했다. 이번 학기 프로젝트는 퍼실리테이터와 함께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연대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획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류한승 조직부장의 제안으로, 학업을 위해 단기노동을 해야 하는 학생활동가를 위한 호호체육관의 인건비도 마련했다.   이번 학기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는 서강대학교 학생 활동가는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의 김한울이다. 첫 만남에도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묘한 유쾌함을 지닌 사람이다. 졸업생임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이 사업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모임의 공용메일로 회의록을 보내는 등, 꼼꼼함도 갖추고 있다. 현재 서강대학교 교지 활동도 하고 있는데, 바로 옆방이 여성노조 서강대지회 사무실이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학기 호호체육관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을 다시 초대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참가자를 모집하는 등 홍보와 조직에도 열정적이다. 앞으로 학생과 청소노동자가 함께 연대하고 소통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     2024년도, 공공상생연대공모전으로 확장하다   소셜펀치 모금을 통해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과 만날 수 있으려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은 필수불가결하다. 돌아보면 청소노동자의 노동권 투쟁은 울타리를 넘어 다른 대학과 연대했기에, 그리고 이들의 노동권이 공론장에 올랐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 역시 마찬가지의 전략이 필요하다. 호호체육관도 하나의 대학을 넘어 여러 대학에서 진행하고, 노동자들이 함께 교류하는 프로그램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이슈화 즉 공론화도 이어져야 한다. 청소노동자를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스포츠권 관련 연구가 선행되고,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알리는 캠페인 콘텐츠도 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주목한 지원 사업이 ‘공공상생연대 공모전’이다. 공공상생연대 공모전은 한국 사회 내 다양한 노동약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한국 사회에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지난 5년간 시행해온 사업이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호호체육관 프로젝트가 제6회 공공상생연대 공모전 비영리부문(노동약자 처우개선)에 최종 당선되었다. 그리하여 내년에도 호호체육관을 꾸려갈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서부권역 4개 대학(서강대, 연대, 홍대, 이대)으로 사업을 확장해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호호체육관은 대학지부 간 연대를 다질 수 있는 공동행사를 개최하고,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스포츠 활동 환경에 대해 조사 및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나아가 취약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옹호하는 컨텐츠를 제작해 스포츠권의 필요성도 함께 공론화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내년에도 호호체육관은 여러 학생, 활동가, 노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청소노동자와 스포츠권에 대해 이해를 넓혀 나아갈 것이다. 청소노동자가 자신의 노동 현장인 체육관에서 ‘호호’ 웃으며 일하고 운동하는 미래를 앞당기며. [지속가능한 호호체육관 어떻게 만들까?]은 스포츠계에 만연한 영웅 서사와 승리 지상주의를 걷어내고 스포츠에서 소외되거나 들리지 않던 다양한 스포츠 서사를 발굴하는 웹진<움직> 2호 _두근두근 운동회에 실린 글.  글쓴이 _ 문화연대 박이현 활동가 | 앞산의 불을 끄는 일만큼, 너른 삶의 터를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 활동가. 잠든 감각을 깨우고, 마음과 마음을 잇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씨앗을 심고 있다. '이태원 기억 담기' 활동을 비롯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실천을 도모하는 한편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위해 운동으로 노동운동하고 있다. [모두의 스포츠] 웹사이트 : https://culturalaction.org/sportsforall [모두의 스포츠]웹사이트에서 웹진<움직>, 호호체육관, 모두의 운동회 전반의 소식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모두의스포츠 #스포츠권 #청소노동자 #여성노동자 #체육관노동자 #스포츠 #모두의스포츠 #노동자의스포츠권 #호호체육관 #모두의운동회 #차별없는스포츠 #메달보다인권 #대안체육회 #대안스포츠 #스포츠시민운동 #성평등스포츠 
스포츠
·
3
·
[모두의 스포츠] ‘스포츠 하는 삶’이 가져온 변화 _ 호호체육관 그 의미와 가능성
‘스포츠 하는 삶’이 가져온 변화  호호체육관 그 의미와 가능성   우리 같이 운동할까요?   “많이 늘었네? 이 사람이 딴 날 오는 사람보다 잘 가르치더라구~” “안녕하세요, 이모님. 역시 여기서 오래, 많이 보셔서 그런가? 보는 눈이 있으시네. 저 보다 나으시네요. 운동 좀 해 보셨어요? 같이 테니스 해 보시는 거 어때요?” “아휴~ 일이 너무 힘들어서 운동 같은 건 못해. 하고 싶지 않아. 종종 이용하는 근린체육시설의 청소 및 관리를 해 주시는 분과 나눈 대화이다. 운동하러 갈 때 마다 그가 테니스 코트와 축구장 주변을 돌며 쓰레기 등을 치우고 나서 한 동안 벤치나 스탠드에 앉아 운동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목격했을 때다. 꽤 즐겁게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정작 직접 하는 것은 저리 꺼려하시니 스포츠가 얼마나 즐거운지, 힘을 쓰게 하면서도 힘나게 한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었다. 스포츠 시설의 청소노동은 스포츠 시설과 시설 이용자들을 위한 돌봄이며 필수 노동임에도 그 노동의 당사자는 스포츠에서 소외되어 있는 현실이 부당하고 불편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접하고 보니 ‘일상 속에서 즐기는 스포츠’, ‘유·청소년, 장애인, 여성, 노인 등 소외계층 대상 맞춤형 지원’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생활체육 정책은 그 그물의 코가 너무 듬성하고 커서 빠지는 것이 많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 ‘모두가 일상에서 일생동안 즐기는 스포츠’라는 의의를 가진 ‘Sports for All,’, 즉 생활체육의 의미가 무색하다. 이런 문제의식을 문화연대 내에서 공유하고 논의 한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호호체육관이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 노동자의 기본권, 보편권으로서 스포츠권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스포츠 활동은 인간의 권리이다. 모든 인간은 차별 없이 올림픽 정신 안에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헌장에 명시하고 있다. UN, EU 등의 국제기구들도 스포츠와 신체활동이 가지는 다양한 교육적, 사회적, 공동체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 실현을 위한 잠재력에 주목하며 ‘모두를 위한 스포츠 Sports for All’라는 정책 슬로건을 실천하는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몸을 움직임으로써 행하는 신체활동의 자유를 차별 없이 누려고 스포츠와 신체활동을 통해 얻는 가치와 효과도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스포츠는 인간의 기본 권리와 다양한 욕구를 실현하는 문화 매개이며 신체의 자유, 평등권과 교육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공동체 참여권 등의 차원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이런 스포츠가 기본권으로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행사되려면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토대가 필요하고 현실적 정책 프로그램의 수립과 실행이 요구된다.   “허리가 밥줄이다보니 허리가 아플 때마다 겁이 난다. 허리가 안 좋을 때는 성질이 완전히 더러워진다.”“정년퇴직할 때까지 청소할 힘이 남아 있을까? 허리, 다리, 머리 등 나는 내 자신을 위해 청소할 힘이 없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음: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2022, 교유당 좋은 삶이란 일과 삶의 선순환 체제에서 능동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자기 돌봄을 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협동적 자아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지하는 노동 즉, 사회적 필요에 의해 명령된 노동만이 아니라 개인의 욕구와 일치하는 자발적 활동인 자율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반비, 2021). 자율노동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유연성에서 오는 의미 있는 관계, 자발성과 자기 능동성의 회복, 기쁨과 활력을 만들어가는 모든 행위들을 의미한다. 스포츠는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기본권일 뿐 아니라 자율노동으로서 자기 돌봄과 의미 있는 관계와 연대를 만드는 활동이다. 실제로 1기 호호체육관 청소노동자들은 요가 수업을 통해 몸의 현실을 자각하고 몸을 잘 사용하는 법과 자기 기술의 익혔다. 달라지는 몸을 인식하고 운동의 즐거움과 이 즐거움을 동료들과 공유하고자 하였다. 호호 체육관은 생활체육, 여성 스포츠, 노동자의 문화 운동과 여가에서도 소외되었던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을 위해 청소(노동)할 힘을 얻는 노동자를 위한 문화충전소이다.     노동자 문화운동으로서 스포츠; 운동으로 운동하기   호호 체육관 실행을 위해 필요한 준비 요건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운동할 장소의 섭외, 그리고 노동자들의 운동 가능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운동할 장소는 문화연대 집행위원이 서강대학교 체육관 관장 보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 담당자와 조율이 가능했다. 아울러 청소 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회사의 팀장과도 소통하여 제안과 협의를 할 수 있었다. 청소 노동자들의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호호 체육관의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노동계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노동자문화를 생산하는 노동자문화사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일상, 퇴근 후의 삶, 재생산 영역에 대한 고민과 함께 노동자를 둘러싼 문화 환경의 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의식과 정서를 바꾸고, 노동자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노동자 삶 속에서의 문화, 노동자의 일상을 아우를 수 있는 노동자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지금까지도 노동자들의 문화 활동 제약과 관련하여 시간보장의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노동자문화운동 연구; 전노협과 민주노총의 문화 사업을 중심으로>, 박선봉,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2). 노동자가 스포츠 할 권리의 실현은 스포츠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스포츠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적절한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의 보장, 시설과 교육의 제공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모든 노동자가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것, 노동자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향유하는 스포츠권의 실현은 적절한 노동시간 조정과 노동 환경 개선 등 사회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체육계를 넘어 노동, 복지, 사회 문화 전반의 이슈이다. 모두가, 노동자가 일상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비판적 개입과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자가 스포츠 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호호 체육관을 통해 우리는 그 현실을 더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고 그 조건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호호 체육관을 통해 스포츠를 하는 삶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의제를 제시할 수 있다. 누구나 스포츠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가 일상에서 스포츠를 향유하기 위해, 운동(스포츠)으로 운동(노동자 문화운동)해야 한다.     호호 체육관, 연대를 만드는 스포츠   자본의 관점에서 스포츠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갈등을 가리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기능한다. 자본에 의해서 다듬어진 문화 상품으로 스포츠를 소비할 때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민중이 주체적으로 이용, 참가하는 스포츠가 저항과 투쟁, 그리고 변화의 기제로 작동한 사례의 역사도 존재한다. 스포츠가 가진 보편성 때문이다. 스포츠에 참여한 누구나 경험하는 즐거움과 성취감, 이를 공유한 참가자들과 자연스럽게 형성된 연대 때문이다. 이것이 자율노동으로서 스포츠의 기능이다. 호호 체육관은 스포츠를 통해 대학과 학생, 시민단체, 청소 노동자가 맺은 우호적 관계의 매개물이자 결과물이다. 스포츠가 사회운동 단체들 간의 연대를 구축하고 우호적 사회여론을 조직하는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 실현이 사회문화운동으로서 모든 사람과 노동자를 위한 일상의 투쟁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스포츠 하는 삶’이 가져온 변화 _ 호호체육관 그 의미와 가능성]은 스포츠계에 만연한 영웅 서사와 승리 지상주의를 걷어내고 스포츠에서 소외되거나 들리지 않던 다양한 스포츠 서사를 발굴하는 웹진<움직> 1호 _워밍업에 실린 첫 번재 글.  글쓴이 _ 문화연대 집행위원, 대안체육회 _ 함은주 | 전(前) 하키 선수이자 스포츠혁신위원회 정상화 분과에서 활동했으며, 하키를 그만두고 스포츠 사회학을 공부하여 스포츠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문화연대 집행위원 [모두의 스포츠] 웹사이트 : https://culturalaction.org/sportsforall [모두의 스포츠]웹사이트에서 웹진<움직>, 호호체육관, 모두의 운동회 전반의 소식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모두의스포츠 #스포츠권 #청소노동자 #여성노동자 #체육관노동자 #스포츠 #모두의스포츠 #노동자의스포츠권 #호호체육관 #모두의운동회 #차별없는스포츠 #메달보다인권 #대안체육회 #대안스포츠 #스포츠시민운동 #성평등스포츠 
스포츠
·
3
·
[모두의 스포츠] 나화린 선수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
나화린 선수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 성전환 여성 사이클 선수에 대한 논란들   이 글에 성전환 선수를 향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필자의 주된 목적이다. 독자의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실패작은 아닐 것이라는 마음으로 펜을 든다. 지난 6월 7일, 숱한 논란을 남기며 강원도민체육대회가 끝났다. 나화린 성전환 여성 선수의 여성 사이클 경기 출전 때문이다. 나 선수는 국내 최초 성전환 여성 선수로 출전해 경륜과 스크래치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60~80km 개인 도로에서 2위를 차지해 아쉽게도 3관왕에 오르지는 못했다. 나 선수는 대회 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반응은 뜨거웠다. 출전 소식을 접한 언론은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신체조건과 운동 수행능력을 기술하며 나 선수의 유리함을 들었다. 그리고 공정성과 형평성을 논했다. 각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출전 타당성을 논했다. 익명성 뒤에 숨어 독설을 쓰는 무분별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논란을 예견한 듯 나 선수는 말했다.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참고 기사 :  [인터뷰] 트렌스젠더 사이클 선수 나화린 “내 출전으로 불공정함을 말하고 싶었다” 여성신문. 2023.07.01 LGBT: 트랜스젠더 사이클 선수 나화린이 꿈꾸는 '명예로운 우승 BBCnews 코리아. 2023.07.07   스포츠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의 ‘스포츠’는 특정 신체활동을 통해 목적을 이루는 놀이, 즉 재미를 주는 행위다. 그 어원 역시 마찬가지다. 라틴어로 ‘Desportare’는 ‘즐기다’라는 뜻이다. 고대 프랑스어에서는 라틴어의 영향을 받아서 ‘Deport’ 또는 ‘se Desporter’로 바꿔 썼다. 프랑스의 윌리엄 1세가 영국을 지배하게 되면서 영어에 흔적을 남긴 프랑스어 중 하나가 ‘Desport’다. 영어로 ‘Disport’로 바뀌었고 재미나 흥미 또는 휴식을 주는 활동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현재는 Di가 빠진 Sport로 쓰이고 있다.   사전 및 어원적 의미는 이제 접어두고 어느 고대 의철학자의 눈으로 스포츠(운동)를 보자.  검투사들의 의사이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주치의였던 클라우디우스 갈레누스는 명의였다. 아우렐리우스는 갈레누스를 “의사 중 첫째요, 철학자 중 유일무이다”라고 평하며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갈레누스는 스포츠의 효험에 대해 <작은 공으로 운동하는 것에 대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작은 공으로 하는 스포츠는 신체를 건강하게 해줄 뿐 아니라 영혼을 기쁘게 한다. 이는 신분, 부(富), 시간에 제한 없다.” 갈레누스의 눈에도 스포츠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심신을 건강하고 즐겁게 하는 놀이다.   21세기 스포츠가 자본주의, 물질주의 그리고 미디어와 결합했어도, 본래 모습인 놀이와 즐거움은 그대로다. 다만, 즐기는 대상과 범위가 다양화된 매체를 통해 늘었을 뿐이다. 이제 세계화와 미디어 발전에 맞춰 해외 스포츠를 안방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추세에 사람들은 좋아하는 해외 선수의 유니폼을 구매하고, 동영상을 시청하며, 따라 한다. 그리고 즐긴다. 또 새벽을 깨워 좋아하는 선수와 팀을 보는 즐거움은 말릴 수 없다.  한 마디로 21세기엔 놀고 즐기는 행위가 세계화되었다.     근육량이 공정성의 유일한 잣대인가   한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 정의와 공정을 원한다. 하지만 공정한 사회는 늘 멀리에만 존재한다. 따라서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불공정한 지옥 같은 조선에서 떠나 더 나은 새로운 삶을 바라는 마음을 투영한 단어다. 하지만 현실은 힘들고 냉정하다.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갑갑하다. 공정한 사회 대체재로 스포츠는 마음을 달래기에 제격이다. 스포츠는 불공정과는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나 선수의 등장은 단번에 공정을 앗아간 듯 보였다. 대중의 감정은 긍·부정으로 뒤섞였다. 불공정에 분노한 대중은 나 선수를 불의의 화신으로 낙인찍고 배설 같은 폭언을 뱉었다. 이것도 모자라 나 선수 개인 블로그까지 방문하여 부정한 댓글로 공격했다. 분노의 불은 시민의식까지 태워버렸다. 동시에 응원의 글도 있었다. 응원은 나 선수의 버팀목이었다.   분노엔 언론도 한몫했다. 대다수 언론은 나 선수의 신체조건 즉 180cm의 키, 몸무게 72kg 그리고 골격근량 32.7kg을 나열한다. 그리고 일반 여성의 평균 골격근량이 20~22kg임을 비교한다. 그러나 이는 비교 대상 오류다. 왜냐하면 여성 사이클 선수들의 평균 골격근량과 비교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와 일반 평균 여성의 골격근량을 비교하면 선수의 골격근량이 월등한 건 당연하다. 언론은 비합리적인 근거로 나 선수가 유리하다고 독자를 유도했다.   골격근량 말고도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그들이 사용하는 근육과 그 근육의 분포다. 사이클 선수는 하체 근육이 다른 신체 부위보다 많이 사용한다. 페달링의 반대급부로 균형을 잡아주는 팔, 어깨, 코어 근육도 같이 사용된다. 이는 기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언급 없이 근육량이 많다, 고로 유리하다는 식의 논의는 전성기 시절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랜스 암스트롱을 비교한 후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근육량이 많으니 사이클 경기에 유리하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비교다.   이뿐 아니라 기타 운동 생리학적 요소 역시 언급조차 없었다. 운동은 단순히 근육량과 신체구조만으로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 운동은 협응력, 근 신경, 균형 감각 등이 하나로 합쳐 수행능력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외부조건을 극복한다. 극복한 결과는 기록이다. 이는 배제한 채 근육량과 신체조건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다. 덧붙이자면 위와 같은 이유로 랜스 암스트롱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가상 대결은 단연 랜스 암스트롱이 승자다. 석판, 파피루스에서 종이를 거쳐 디지털까지, 매체 무게만큼 쓰는 이의 책임도 가벼워졌다.   나 선수가 한국 사회에 던진 화두   성전환 선수인 미국의 수영 선수 리아 토머스, 뉴질랜드의 역도 선수 로렐 허버드, 한국의 나화린 선수의 출전을 대하는 반응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여성 경기에 참가한다는 소식과 함께 엄청난 양의 보도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또 언론 대다수와 누리꾼 사이에서는 성전환 선수가 여성 스포츠를 지배하리라는 둥, 여성 스포츠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둥 억측과 불신이 난무했다. 소수 언론만이 그들의 참가를 응원했다. 경기 결과는 다수 언론과 누리꾼의 예측과 달랐다. 리아 토머스와 나 선수의 위력은 특정 레이스에서만 유효했다. 로렐 허버드는 시상대에 서지도 못했다.   차이점도 있다. 두 서양 국가는 성전환 선수의 여성 경기 참여에 대한 논의가 일찍이 시작했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미국의 찬반 양 진형은 극렬하게 대립한다. 뉴질랜드는 미국보단 성전환 선수에 대해 좀 더 포용적이다. 이제 한국 사회도 이 논의를 시작할 때다. 차별금지법도 계류 중인 때에 성전환 선수의 여성 경기 참여 논의는 이른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 선수의 등장으로 미룰 수 없게 됐다.   스포츠는 즐거운 놀이 그 자체다. 놀이에 경쟁과 타이틀이 붙으면서 공정성 문제가 대두됐다. 성전환 선수의 출전은 공정성이라는 믿음에 반한다고 믿는 대중의 분노에 불을 지핀다. 하지만 생물학적 남성성이란 믿음 외에 성전환 선수의 절대 경쟁우위는 아직 과학이 밝히기 어렵다. 따라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덧붙여, 나 선수는 “저의 대회 출전이 이슈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냉혹한 사회의 시선에도 물러서지 않고 용기를 내어 대회에 출전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페리 클래스는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은 인생에서 단맛과 쓴맛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아서 앞으로 다가올 일에 물러서지 않는다”고 했다. 나화린 선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나화린 선수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영웅 서사와 승리 지상주의를 걷어내고 스포츠에서 소외되거나 들리지 않던 다양한 스포츠 서사를 발굴하는 웹진<움직> 2호 _스타트에 실린 글.  글쓴이 _ 자피러스 |  모두의 운동장 저자 (북저널리즘)  [모두의 스포츠] 웹사이트 : https://culturalaction.org/sportsforall [모두의 스포츠]웹사이트에서 웹진<움직>, 호호체육관, 모두의 운동회 전반의 소식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모두의스포츠 #스포츠권 #청소노동자 #여성노동자 #체육관노동자 #스포츠 #모두의스포츠 #노동자의스포츠권 #호호체육관 #모두의운동회 #차별없는스포츠 #메달보다인권 #대안체육회 #대안스포츠 #스포츠시민운동      
스포츠
·
4
·
[모두의 스포츠] 대한민국 스포츠 담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한민국 스포츠 담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다음 시대로 넘어온 스포츠, 과거로 돌아가려는 대한민국 체육계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가 메달을 따면 가슴이 웅장해지던 시절이 있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태극기가 올라가면 머리에 붕대를 묶고 투혼을 발휘한 선수가 복받치는 듯 눈물을 쏟고 온 국민이 함께 훌쩍였다. 오랫동안 스포츠는 대한민국을 세상에 알릴 유일한 기회였다. 멀게는 손기정, 양정모, 차범근으로부터 가까이는 박세리, 박찬호,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 손흥민까지.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던 그들은 곧 국가를 상징했다. 어쩔 수 없이 스포츠는 무거웠고 비장했다. 한일전이 벌어질 때마다 경기에 지면 현해탄에 빠져 죽으라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곤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젠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대표팀에 대패한 한국 대표팀에게도 그런 악담을 퍼붓진 않는다. 비록 한국야구의 후진성을 비아냥거리고 KBO의 책임을 탓할지언정 일본에 졌다고 세상이 무너진 양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오타니를 보면서 부러워하고 강백호의 경박함에 잠시 부끄러워도 그들의 뛰어남이나 우리의 부족함이 나에게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내가 어떤 변화를 감지했던 건 소치올림픽 때 김연아의 인터뷰에서다. 완벽한 경기를 하고도 미심쩍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친 김연아를 대신해 대한의 열혈 팬들이 밤새 조직위에 항의 청원을 넣었다. 그 청원의 수가 짧은 시간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자 외신에서 한국인 집단행동의 병리적 원인을 물을 정도였다. 당시 흥분했던 국민과는 달리 당사자인 김연아 선수는 매우 의연한 자세로 은메달에 만족하며 실수 없이 마지막 경기를 마쳐 후련하다는 요지의 인터뷰를 남겼다. 대중이 소위 국뽕이라 불리는 광란의 국가주의에 머물고 있을 때 한 선수는 이미 다음 시대의 스포츠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지 보여주고 있었다. 비슷한 상황이 평창에서도 벌어졌다. 보니 블레어 이후 첫 올림픽 3연패의 기회라는 언론의 의미 부여로 이상화의 500미터 금메달에 대한 기대(라고 쓰고 부담이라 읽는다)가 컸다. 결승에서 만난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경쟁해온 라이벌이자 친구로 이상화가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할 때 고다이라는 이상화를 롤모델로 삼아 스케이트를 탔다. 2018년 평창에선 고다이라가 이상화를 제치고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을 때 경기를 마치고 엉엉 우는 이상화를 안고 고다이라는 ‘너는 나의 영원한 챔피언’이란 말을 남겼다. 스포츠에는 우리가 죽기 살기로 매달려온 메달보다 숭고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다음 시대로 성큼 건너갔다.  죽기 살기로 운동하는 시절엔 온갖 반인권적 방법이 넘쳐났다. 욕하고 때리는 건 기본이고 경기력을 올릴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당시 한국의 훈련 방식을 전문가들은 ‘JJ(조져!) 트레이닝’이라고 불렀다. 빨래를 쥐어짜듯 극한의 상황까지 밀어붙이면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 훈련 중에 웃으면 신성한 훈련장에서 웃음이 나오냐며 처맞던 시절이다. 국가가 앞장서서 소수의 어린 선수를 선발하고 모든 자원을 집중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개인을 갈아 넣었다. 갈려 들어가던 선수들이 스스로 스포츠인으로서의 존엄을 선포한 것이다. 국가 주도 메달지상주의 담론의 한계였다.  2019년 조재범 사건 이후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개혁의 요구가 거셌다. 대통령까지 나서 스포츠계의 일대 변혁을 요구했고 사상 유래 없는 민관합동 스포츠혁신위원회가 구성되었다. 1년간의 활동을 통해 일곱 개의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이 새로운 스포츠 담론의 기저에는 ‘모두를 위한 스포츠’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 스포츠를 지배해온 국가주의, 메달지상주의 담론을 대체할 인권 담론을 천명한 것이다. 불행히도 대한민국 스포츠 개혁은 현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기존 체육계의 거센 반발과 혁신위 권고안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운 현 정부의 출범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일례로 학교 운동부의 주말대회 참가와 관련해 단계적으로 줄어가던 출석 인정 결석일 수는 올해 오히려 늘어났다. 목소리를 내야 할 체육계 학자들은 운동권이라는 해괴한 개념을 운운하며 인권 중심 담론의 태동을 막기 바쁘다. 운동권은 공부에 찌든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더 많은 운동할 권리를 요구하는 그런 권리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과도한 훈련으로 학습권을 박탈당한 채 전 세계 최장 시간 훈련을 이어가는 학교 운동부 학생 선수에게 더 많은 운동시간을 허용해 달라는 시대착오적 요구다. * 참고 : 스포츠혁신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2022.6. 문화연대 흔들이슈 4호) ‘모두의 운동장’을 향한 움찔거림을 시작하다 전문체육에 과하게 치우친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기형적 모습을 바로잡고 스포츠의 균형 잡힌 성장을 만들어내고자 일군의 사람들이 그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싸워왔다. 그리고 이제, 더 많은 사람이 온전히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모두의 스포츠’ ‘모두의 운동장’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위기의 시대에, 우선 스포츠에 관심을 가진 모든 시민이 함께 새로운 담론을 상상해야 한다. 말 그대로 시민의 힘, 시민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만나고, 함께 활동하며 개별적인 힘도 기르고 팀으로 발휘하는 힘도 키워야 한다. 스포츠 인권 운동과 대안스포츠 운동에 함께할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꾸준하게 교류하고 협업하는 안전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마련하고, 대안스포츠의 상과 스포츠 시민운동의 장기적인 전망을 모색할 때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운동이 있다.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는 운동(exercise)과 마음을 움직여 우리가 발 딛고 사는 공동체를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려고 애쓰는 운동(movement). 우리의 제안은 이 둘이 엮이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운동으로 운동하자는 제안.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이 스포츠를 바라보는 다양한 언어의 생산이다. 국위선양과 영웅 서사로 점철된 스포츠계의 획일적인 언어에서 스포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일상의 한 부분으로 들이는 이야기를 많이 생산하고 널리 퍼트리고 싶다. <움직>은 이러한 담론 형성의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새로운 시선으로 스포츠를 해석하는 다양한 목소리는 꼭 운동선수나 스포츠 관련 학자가 아니라도 자신의 스포츠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민 중심의 스포츠 담론 확장을 통해 가능하다.  한편 주류 스포츠 서사에서 보이지 않는 숨겨진 목소리를 담아내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스포츠 시설물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분들이 바로 그 스포츠 시절에서 소외되는 현실을 바꾸고 ‘기본권’으로서의 ‘스포츠권’을 실현하려고 <호호 체육관>을 열었다. 이곳에서 여성 청소노동자들은 요가로 몸을 풀고 배구를 배우며 공을 때린다. 닦고 쓰느라 늘 바닥을 향했던 시선을 마침내 하늘로 치켜들고 공을 기다린다. 그들에게 체육관은 노동의 현장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삶의 공간으로 바뀐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담론을 실험할 ‘모두의 운동회’.  주류 스포츠장에서 밀려나거나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모여 모두가 즐겁고 안전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공간이다. 성별, 장애, 인종, 나이로 인해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함께 즐기는 스포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모두의 운동회>는 성평등한 스포츠, 난민 아동을 위한 운동장, 대안적인 스포츠 교육과 환경, 더이상 환경을 해치지 않는 스포츠 행사 등을 고민하는 모든 시민이 함께 만드는 운동회다. 참고 : 모두의 운동회 가이드북 만약 이 시점에서 누군가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묻는다면, 당장은 “어떻게든”이라고 밖에 답하지 못하겠다. 위기의 시기에 어떻게든 모여 아직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스포츠 담론을 상상하고 퍼트릴 생각이다.  우리의 작은 움찔이 모두의 거대한 움직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움직여 주시길. “우리, 운동으로 운동해요!”  [대한민국 스포츠 담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영웅 서사와 승리 지상주의를 걷어내고 스포츠에서 소외되거나 들리지 않던 다양한 스포츠 서사를 발굴하는 웹진<움직> 1호 _워밍업에 실린 첫 번재 글.  글쓴이 _ 문화연대 집행위원, 대안체육회 _ 정용철 |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다 그들의 반복되는 어두운 이야기에 깊은 빡침을 느끼고 스포츠와 인권, 평화에 대해 떠들기 시작한 문화연대 집행위원.  [모두의 스포츠] 웹사이트 : https://culturalaction.org/sportsforall [모두의 스포츠]웹사이트에서 웹진<움직>, 호호체육관, 모두의 운동회 전반의 소식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모두의스포츠 #스포츠권 #청소노동자 #여성노동자 #체육관노동자 #스포츠 #모두의스포츠 #노동자의스포츠권 #호호체육관 #모두의운동회 #차별없는스포츠 #메달보다인권 #대안체육회 #대안스포츠 #스포츠시민운동
스포츠
·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