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2050 탄소 중립 거버넌스에 시민의 자리는 있는가?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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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배우고 씁니다


  기후위기가 각종 사건사고들로 현실화되면서 탄소 중립은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여름 폭우로 잦은 침수사고가 일어나는가 하면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변으로 마련된 매뉴얼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응책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어서 폭설, 폭우, 기온 급상승/강하 등으로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최근 2015년 파리기후협약(*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으로, 산업회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가 최우선 사안으로 재조명되었고,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의결하면서, 한국에서도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환경/탄소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제시될 것인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현재보다 40%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2022.8.19).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탈-탈원전 방식을 통해서 ‘에너지 사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나 탄소 중립 문제와 관련한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논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2023년 1월 9일 ‘기후위기 경기비상행동’에서 발표한 <경기도 및 도내 31개 시군 탄소중립 이행기반 구축현황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들 역시도 탄소 중립 및 정의로운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제도적・행정적・재정적 측면은 물론 시민사회와 거버넌스 구조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었다(경기일보 2023.1.17).

  탄소중립에 대해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지금까지는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면 이제는 실현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주장했고, 많은 전문가들의 입장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오마이뉴스 2022.8.19). 특히 탄소 중립이 생존의 문제와 결부된 이상 정책을 실질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적극적인 협력과 책임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뉴스토마토 2022.10.20).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한 거버넌스(민관협력) 형성에 대한 의지는 앞서 설명했듯이 단순히 중앙정부-지자체의 움직임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만 개입되는 등 ‘삶’과 접속되어 있는 시민사회의 입장과 관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배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구조 전환-노동시장 재편과 관련된 문제(빠띠캠페인즈 기후위기 토의3편 참고)는 여전히 제대로 논의된 바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확장을 위해서 비수도권의 농지가 타겟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역시도 별다른 이견 없이 탄소중립이라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위해 손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그 이데올로기적인 목표 아래서 실질적인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민중'의 삶은 외면되고 더 나아가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참세상 2022.9.26). 탈-탈원전은 또 어떠한가? 존폐가 위태로운 수준까지 낡아버린 원전이 재가동되면서 방사능 유출과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증은 이미 일상이 되어 있지는 않은가?  

  사실상 그동안 탁상공론 수준에서 논의되어 왔던, 탄소 중립을 위한 협업 내지 거버넌스라는 용법은 철저히 제한적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상적이고 원칙적인 차원에서라도 거버넌스에 개입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시민사회’의 범위는 더 넓어져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서 ‘거버넌스’ 자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결국 그동안의 탄소 중립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고, 다수 대기업의 ESG 경영 역시도 (독려할 만하지만) 성장 이데올로기 아래 이와 같은 현실을 은폐하기 위해 활용되었음을 인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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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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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에서 정부와 전문가의 목소리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시민/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빠져있다면, 이곳에서 살아가야할 사람들과 정부/전문가의 목소리에 (필요하다면)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라도 구색만 맞추려 하지 말고 날것의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할 이슈 같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때 거버넌스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결방법이 나오곤 하는데요, 불가능해 보일지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꼭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전문가들, 혹은 정치인들, 기업들만의 영역이어서는 안됩니다. 당사자 시민, 그리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의 언어 안에 감추어진 국가적인 경제성장 지향과 기업의 이윤 보장 등의 이해관계들을 드러내고, 더하기빼기의 숫자로서의 탄소중립이 아닌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통해 기후위기의 극복을 공동체 차원에서 고민하고 지향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상 그동안 탁상공론 수준에서 논의되어 왔던, 탄소 중립을 위한 협업 내지 거버넌스라는 용법은 철저히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에 너무 공감이 됩니다. 시민사회라는 공간이 헐거워질 때, 거버넌스는 아주 가벼운 의견수렴의 창구가 될 뿐이라는 게 동감이 되어요...

지적에 무척 공감합니다. 더 넓게 정의된 '시민사회'가 거버넌스에 참여하거나 개입해야 하고, '녹색성장'이란 표현을 붙이고서야 출발한 탄소중립기본법조차도 위원회의 구성에 관해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습니다만, 15조 2항에서 100명 가까운 위원들을 구성하라고 한 취지나 15조 5항의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하라는 규정을 현재의 탄중위가 지켰는지 무척 의문스럽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
② 위원회는 위원장 2명을 포함한 50명 이상 10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④ 위원회의 위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한다.
1. 기획재정부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환경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 국무조정실장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무원
2. 기후과학, 온실가스 감축, 기후위기 예방 및 적응, 에너지ㆍ자원, 녹색기술ㆍ녹색산업, 정의로운 전환 등의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위촉하는 사람
⑤ 제4항제2호에 따라 위원을 위촉할 때에는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난 1기 탄중위에서는 각계각층의 인사로 구성된 국민참여분과를 과감하게 시도하였습니다만(새로운 탄중위에서 곧바로 없어졌죠), 제가 해당 분과의 1기 위원으로서 경험한 바로는 여전히 탄소중립이란 주제는 전문가들이 논의할 전문 영역이고, 시민의 역할은 각자의 생활 속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란 시각이 다수였습니다. 시민회의와 토론회 생중계 등의 시도가 있었지만, 다수의 국민참여 정책은 '생활 속 실천을 위한 홍보와 이벤트'에 치우쳐 있었죠. 그 시각 역시 앞으로 반드시 넘어야 할 대상이네요.

쓰신 글의 문제의식에 매우 공감합니다. 탈석탄, 탈탄소, 친환경 같은 말이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늘 환경 대 성장 같은 구도로 이야기를 해왔던 것 같아요. 저 역시 반성합니다....

공감합니다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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