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안전교육보다 안전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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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을 기억하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4.16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강화된 안전교육의 의미

4.16 세월호 참사 가족 협의회는 “철저한 진상규명, 강력한 책임자 처벌,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참사 재발방지대책 수립,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대한민국의 건설”만이 304명의 죽음을 거룩한 희생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말을 근거하여 생각해 보면,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은 안전사회로 가는 길목의 지극히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이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이 밖에도 너무 많다고 생각됩니다. 왜 아이들이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전에, 막연한 사회적 공포감을 근거로 한 이런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너무 분명해 보입니다.

반복되는 안전 교육에는 빠진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참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또 이와 관련하여 하위 공무원 몇 명이 처벌을 받는 것으로 거의 대부분이 마무리되는 것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야말로 피해자였고, 앞으로도 그런 위험에 놓여질 아이들을 대상한 ‘안전교육’도 꾸준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은 학기당 51시간 이상, 교사는 연간 15시간 이상 안전교 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했습니다. 모든 초등학생은 의무적으로 생존 수영도 배우고 있습니다...김병욱 국민의미래 의원이 2022년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에 수영장을 보유한 초등학교는 81곳으로 전체 학교(6157개) 대비 1.3%에 불과합니다. 생존 수영 이론 및 실습교육에 참가한 초등학생은 전체의 57%에 불과했고 물에서 실기교육을 이수한 학생은 전체의 2%뿐이었습니다. (경향신문 2024.4.1. 보도 자료) 이와같이 안전교육이 이론 위주의 반복적인 교육형태만으로 남아지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정말 보호해야 할 이들은 피해자인데, 누군가를 보호하려고, 은밀히 그리고 넌지시 ‘너희들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점이 제일 큰 잘못이야’라고 반복하여 주문을 거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반복 주문 행위는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충분한 탈출 가능시간이 있었음에도(약 2시간) 승객들은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는 무책임한 방송을 듣고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이와같이 정작 중요한 안전법칙을 무시한 체, 각자도생의 방법만을 가르치는 안전교육은 우리에게 여전히 ‘너희들이 잘못한 것이다. 그것만을 기억해라, 오로지 너희들이 잘못한 것이다. 누구도 책임질 사람은 없다’는 주문을 외우게 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문제가 리더들의 판단착오와 책임감 부재로 만들어진 분명한 인재(人災)입니다. 사고 당시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시기적절한 유효 조치가 없었다는 점, 선장 이준석 등 선박직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뒤로 하고 1차 탈출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현재와 같은 반복적인 안전교육만으로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점을 놓치게 된다고 봅니다. 심지어, 세월호 선원들이 침몰사고 직전 자신들만 아는 통로를 이용해 배에서 탈출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당시 청와대에서는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의 명시적 규정에 따라 국가위기상황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어야 했다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안전교육’은 각자 도생을 근본으로 하는 재난 탈출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인데,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까? 크게 2가지 의문이 듭니다. 하나는 정작 배워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는 점, 또, 아이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배워야 할 게 이것 말고 또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사회구조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이들이 몰래 도망하는 형국에서 그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 항의하는 일이 진정한 용기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이런 불의한 일을 대면할 때에 그렇게 많은 용기를 갖지 않은 채로도 당당히 담담히 ‘아니다’,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라는 말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격려하는 일이 더 우선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안전교육”보다 더 중요한 “안전사회를 만드는 일”에 진심인 분들의 소리에 답이 있습니다.

사진 츨처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망각과 기억2:돌아봄-트레일러 영상 중

(사)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정식 명칭은 “(사) 4.16 세월호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입니다. 그분들의 목표는 이런 겁니다. “다시는 국가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는 일이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만 내 아이에게 덜 부끄럽고 덜 미안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반복하여 안전교육을 실시함과 동시에, 진정으로 이 땅에 안전사회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이 분들의 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정기적으로 꼭 주어지길 기대합니다. 그래야만 안전교육이 반복 구호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생생한 소리를 전달받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안전교육을 받는 아이들에게 이 사회가 아직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함께 일깨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의 이야기 속 어디에도 “우리 아이가 미처 안전교육을 잘 받았더라면...”, 혹은 “우리 아이가 인공호흡법을 미리 잘 알았더라면...”이런 말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꿈같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아주 잠시만이라도 그 우리가 늘상 해 오고 있는 안전교육 시작 전에 “진상규명은 어디까지 되었으며, 책임자는 어느 정도 처벌을 받았고, 참사 이후로 국가는 근본적이고 지속적으로 어떤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는지” 에 대한 설명이 꼭 주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미완이면, 미완인 채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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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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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담히 ‘아니다’,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라는 말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격려"
맞아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도록, 잘못이 없는 사람이 자책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안전교육, 물론 필요하지만 각자 안전을 챙기기보다는 안전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사회적인 큰 일 이후에 시스템 정비는 정말 중요한데요. 그 시스템으로 인해 해당 참사가 다 해결되었다는 인식은 만들어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생존수영을 교육하는건 필요한 일 일수도 있겠지만 그게 모두여서는 안됩니다.
교육과 책임이 같이 이뤄져야 합니다.

말씀대로 개인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이들이 몰래 도망하는 형국에서 그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 항의하는 일이 진정한 용기"임을 인식하고 구조와 제도 차원에서 위험과 재해를 방지하는 안전사회를 만들어가는 방향에서의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