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직접 에너지 생산하고 판매까지... 이런 동네, 가능합니다
▲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대응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언플래쉬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협력은 어떻게 가능할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태도 전반에 걸친 변화를 포함합니다. 작게는 일상에서 에너지 사용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도시의 구조,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변화, 에너지 소유와 통제 시스템까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상상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에너지를 어떤 식으로 전환할지, 우리 일상을 바꿔야 하는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협력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에너지자립마을은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공동체를 말합니다. 주민들이 에너지 생산, 공급에 직접 참여하여 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역의, 일상의 에너지 전환을 만들어 간 국내외 에너지자립마을의 사례를 통해 시민주도의 에너지 전환의 의미와 기후위기의 대응에서 시민협력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상상하고 나누는 노력, 에너지자립 마을 성대골 성대골은 서울시 동작구 상도 3, 4동 성대시장에 자리 잡은 도시형 마을입니다. 대도시 안에 있는 에너지자립마을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2011년부터 지금까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안 해 본 것이 없는 국내의 대표적인 에너지자립마을입니다. 성대골 마을은 일본 후쿠시마 제 1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주민들을 중심으로 ‘절전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주민 스스로 에너지 강사가 되어 학습과 실천을 통한 변화를 만들어 갔습니다. 또한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기업을 만들자는 데 뜻을 모으며 ‘마을닷살림'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기업 ‘에너지 슈퍼마켙’도 열었습니다. 특히 여성, 청소년, 다문화, 인권, 노동 등 성대골에 함께 있는 다양한 활동 커뮤니티와 연결됨으로써 주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운동이 확장되고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성대골의 에너지 전환운동은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에 반영되어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드는 파트너로 함께 성장했고, 일상의 실천을 넘어 시스템적인 변화에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시민회의를 조직한 것도, 온실가스 총량을 줄이지 않는 국가에 대한 소송도 성대골에서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성대골 마을의 활동 원동력은 참여하는 주민들이 에너지자립의 필요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쓰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고, 절약과 효율로 내가 쓰는 전기를 먼저 줄이는 것부터 시작한 후 자연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까지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민에게 저 멀리 떨어진 발전소와 송전탑을 거쳐 이 전기가 나에게 오는 동안 누군가의 희생과 부담이 있었을지 상상하고 나누려는 노력. 에너지전환은 이런 시민 스스로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실천과 이를 지원하고 확대하는 정책이 함께 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  성대골 마을기술학교의 ‘우리집 그린케어'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성대골 전환센터 '우리가 바꿀 수 있다' 오스트리아 무레크 에너지 전환 오스트리아의 무레크(Mureck)는 몇몇 주민의 아이디어로 마을에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 아이디어에 동의한 지역 농민 20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에너지 협동조합(SEEG)을 설립했습니다. 농민들은 협동조합의 설립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주민들의 투표로 임기제 사장을 선출하거나 주요 사항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주체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에너지 전환이 자신들의 일이 된 무레크 주민들은 지역의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매뉴얼에 따라 적극적으로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폐식용유 등 마을 자체에서 생산하는 연료로 지역의 난방, 주유 등의 에너지를 100%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쓰고 남은 70%의 잉여에너지는 다른 지역에 판매하여 수익까지 만들어냅니다. 지역 주민으로부터 시작한 아이디어가 주민들의 지지로 길을 열고,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개인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그 개인들의 행동이 모여 커다란 변화를 일구어낸 것. 무레크의 지역 주민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겪었습니다. 그리고 주민의 참여와 협력이 이 지역 전체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며, ‘우리가 해낼 수 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취감을 가지게 된 무레크 주민들은 이후 지역의 목재를 활용한 열에너지 전환과 전력 분야의 자립 등 에너지 전환 실험을 끊임없이 시도해나갑니다. 이처럼 중앙 정부의 주도로 진행한 하나의 정책이 아닌, 주민의 주도와 협력으로 이루어진 실험과 성공은 그 지역 주민들의 또다른 동력이자 귀한 자산이 됩니다. 무레크의 사례는 인근 지역인 그라츠(Graz)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라츠는 지역에서 생산할 에너지의 다양한 원료를 주민들의 일상에서 효과적으로 얻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앱(App)을 통해 폐기물의 정보와 수거방식 등을 적극적으로 공유했습니다. 특히, 주민들이 매뉴얼대로 폐기물을 버릴 뿐만 아니라 직접 폐기물의 사진을 촬영하여 앱에 업로드하면 GPS 기반으로 폐기물의 빠르고 정확한 수거로 이어지는 방식은 작은 실천을 통해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성취감을 안겨줍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라는 자기효능감은 개인의 변화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에도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  유채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있는 무레크 마을의 모습 ⒸSEEG Mureck 홈페이지 시민 중심의 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한 에너지 전환 독일의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역시 시민참여를 통해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해 온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독일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전체 생산 전력의 3.1%에 불과했지만, 2018년 기준으로 40%를 넘기며 발전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에너지전환 기조를 유지하며, 사회적 합의를 발전시켜온 가장 큰 동력으로 '주도적 시민참여'를 뽑았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2019)에 따르면 협동조합의 장점은 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창출한 경제적 수익을 분배한다는 점 외에도, 조합원들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돕는다는 데 있습니다. 주식회사와 달리 주민 모두가 동등한 의결권을 가짐으로써 지역의 에너지문제 해결과정에서 자발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에너지전환을 통한 협동조합 배당금(실질적 수익)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내 손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효능감과 만족감 덕분이기도 했습니다(프레시안, 2020). 확대된 시민의 역할을 바탕으로 진행된 지역의 에너지전환은 실제 에너지 공급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기존 화석연료가 바탕이 된 중앙집중식 전력수급 체계와 달리, 지역 단위의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도출된 해결책은 자급이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고 남은 에너지는 판매함으로써 중앙정부도 협동조합 활성화를 적극 권장하고 지방정부의 거버넌스를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시민 중심의 에너지전환이 지역을 넘어 중앙 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요. ▲  독일 재생에너지 기반 발전량과 에너지 협동조합 개수의 변화 (1990년~2017년)Ⓒ독일에너지전환대화(2018) 에너지 전환 속 시민주도성 국내외 에너지자립마을의 사례는 훨씬 많고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함께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 지구적 위기에 우리 스스로,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그만큼 확장되었기 때문이죠. 우수한 에너지자립마을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지점은 ‘시민주도’입니다. 에너지 정책의 파트너로, 변화의 주체자로, 의사결정자로, 다양한 시민주도 에너지 전환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협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은 삶의 전면적 전환이고 국가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나의 자리에서부터 에너지 자립을 실천하고 그 실천의 마음들이 계속 연결되어야 합니다. 빠띠도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작은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린워싱을 주제로 시민들과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협력해 공익데이터를 만들어 보는 데이터실험 활동(링크)입니다. 시민주도는 문제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해 작은 행동과 협력 이런 경험들이 서로를 성장시키며 우리 모두의 일로 공감을 확장하는 것에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확장된 연결들이 사회 변화의 축이 되어 시민이 중심이 된 에너지 전환을 더 많은 일상과 마을에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 우디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 / woody@parti.coop 이 글은 오마이뉴스, 빠띠 홈페이지, 빠띠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기후위기
·
4
·
환경오염이 지나간 자리의 사람들, 기후 난민
기후 난민,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단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 ‘인터스텔라’를 먼저 떠올려보겠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지구의 기후 변화로 인해, 기아 문제, 전염병 등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없다고 판단한 인류가 대체할 행성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기후 난민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쉬우시겠죠? 영화를 아직 시청하지 않으신 분들도 이해할 수 있게 기후 난민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기후란, 수십 년 동안 한 지역의 날씨를 평균화한 것입니다. 기후는 위도, 바다로부터의 거리, 식물, 산의 존재 또는 다른 지리적 요소에 의존하기 때문에 장소에 따라 다양하며, 또한 시간에 따라서도 다양합니다. 즉, 계절과 계절, 1년 주기, 10년 주기 그리고 빙하 시기 같은 시간의 규모에 따라서도 다르게 됩니다(기후변화 홍보 포털).   이어서, ‘난민’이라는 단어도 낯설진 않으실 겁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이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근거가 있을 때에 본인의 나라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어서 살던 곳을 떠나오는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국가법령정보센터). 따라서 유엔난민기구는 ‘기후 난민’의 양상이 기존의 ‘난민’의 정의와는 다른 부분이 있어,‘기후 난민’ 이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하며, 대신 ‘자연 재해 또는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 실향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 글에서는 용어의 혼동을 방지하고자 기후 난민이라는 용어를 채택하였음을 명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된 링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기후 변화와 강제 실향①] 기후 변화가 가져온 비극…강제 실향과 난민).   그렇다면 ‘기후’와 ‘난민’이 합쳐진 ‘기후 난민’이라는 단어는 기후와 관련이 있는 난민일까요?   맞습니다! 기후 난민이란,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이 망가지면서 이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자연재해가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에 따라, 스티브 킬레리아 IEP(비영리 독립 싱크탱크인 경제평화연구소) 회장은 “생태위협과 기후변화는 세계평화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대규모 인구이동은 난민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 세계가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제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세계일보). 대표적인 난민기구라고 할 수 있는 유엔난민기구 또한 기후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050년까지 약 2억 명 이상이 기후 변화로 인한 강제 실향민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기후 변화와 강제 실향①] 기후 변화가 가져온 비극…강제 실향과 난민).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듯, 아래의 표에서도 자연재해로 인한 난민의 수가 결코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후변화와 기후위기가 지속되면 ‘인터스텔라’에서처럼 기후 변화로 인해, 기아 문제, 전염병 등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어질 지도 모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변화는 극단적인 기상 이변을 일으키기 때문에 식량 생산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기아에 대한 우려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미 전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영양부족 상태에 있다고 합니다. 또한 산림들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는데요. 지금도 전 세계 5억 명의 사람들이 사막화 된 지역에 살고 있고, 토지가 유실되어 사람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점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분쟁으로 인한 이주보다, 기후와 관련된 재해로 본래 살던 곳을 떠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음을 아래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은 음식을 구하고 더 안전한 곳에서 살기 위해 이주를 선택하게 되었고, 당연하게도 전세계적인 이주민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위험에 처한 국가들은 대부분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 위치한 개발도상국과 최빈국들입니다. 이 국가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적습니다. 아래의 통계 자료는 기후변화 유발에 책임이 거의 없는 국가들이 더욱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인구의 20%이하인 선진국들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배출하지만, 기후변화의 피해는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3%만을 배출하는 저위도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불평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국가인권위원회). 이에 따라, 2003년 9월 24일, 투발루 수상인 Saufatu Sopoanga는 UN 총회에서 전세계를 향해 호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과 싸우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혹독한 기상이변은 산호섬에 살고 있는 모든 국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위협은 우리에게 직면한 심각한 현실이자, 숨죽이며 다가오는 테러와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기후 난민’과 거리가 멀게 느껴지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초등학생 때엔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다’라고 배웠던 것이 벌써 옛말이 되었을 정도로, 한국은 기후위기를 매년 실감하고 있습니다. 봄가을은 매년 짧아지고 있고, 여름은 비이상적으로 더워서 사람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하며, 비이상적으로 눈이 많이 오거나 눈이 오지 않아야 하는 계절에 눈이 오기도 합니다. 환경부와 기상청에서 발표한 대한민국의 폭염일수 변화를 보면 기후위기가 더욱 실감이 됩니다. 이와 같은 전망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또한 기후위기, 그리고 기후 난민이라는 주제에서 결코 동떨어져있지 않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땅이 너무 뜨거워지고, 이에 따라 전염병이 다시 전 세계를 강타하며, 가뭄과 홍수가 빈번히 발생한다면, 우리는 언젠가 ‘인터스텔라(행성 간의) 난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후위기
·
7
·
어렵기만 한 기후정의, 동네 도서관에서부터! : 느티나무도서관 사서 인터뷰
  탄소중립과 기후정의 등,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로 세상이 시끌시끌한 요즈음. 용어들은 어렵고, 정책들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고, 전문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탄소중립과 기후정의… 이런 어려운 용어들의 실천은 정말 정부나 기업, 기후운동단체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 입니다! 최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시민연대에서는 화석연료에 의존한 기존 문명을 넘어서는 도전과 책임이 필요하며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과 어떻게 연계시키고 행동할 것인지 논의하며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에너지데일리, 2021). 게다가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되면서 지역의 역할이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지기도 했지요(이로운넷, 2022).   이렇게 시민과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진 지금, 시민과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곳이 있습니다. 정부도, 기업도, 기후운동단체도 아닌, 바로 느티나무도서관입니다! 도서관과 기후운동? 두 단어의 나열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신다고요? 그래서 준비해보았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 사서님과의 인터뷰! 효경: 김경현 사서님(이하 경현) 안녕하세요!   경현: 안녕하세요, 느티나무도서관 사서 김경현이라고 합니다!   효경: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본격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다양한 행동을 이야기 해주시기 전에, 느티나무도서관에 대한 소개 먼저 부탁드려도 될까요?   경현: 물론이죠. 느티나무도서관은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운영이 되고 있는 사립공공 도서관이예요.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해있고요. 2000년도에 느티나무어린이 도서관으로 개관을 했는데, 2007년에는 지금의 자리로 위치를 옮기면서 느티나무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을 하게 되었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효경: 정말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홈페이지와 SNS 등, 느티나무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해본 적이 있는데요, 도서관으로서 멋진 시도를 하게 되신 느티나무도서관의 계기를 알 수 있을까요?   경현: 도서관이니까 기본적으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구요. (웃음) 여기에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러 활동들을 함께하고 있는데요, 느티나무재단 설립 목적 중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는 미래의 도서관의 상을 모색하고 실천하며 시민들 스스로 마을과 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서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기여함’이라는 부분이 있거든요. 따라서 시민들의 삶의 터전인 마을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소로서 도서관이 작동할 수 있게 하고 있고, 그 중에서 기후위기와 환경과 관련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효경: 와, 정말 흥미로워요! 더욱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경현: 그럼요. 굵직한 활동들부터 우선 이야기를 드리자면 저도 지금 열심히 참여하고 있고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 ‘자원순환 정거장’을 이야기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름에 ‘정거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죠? 여러 쓰레기들과 자원이 모일 수 있는 거점으로서의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주로 플라스틱, 캔, 페트병 등이 모여지고 있어요. 우리가 흔히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분리배출 쓰레기가 모인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우실 것 같아요. 조금 특이하게 병뚜껑을 또 모으고 있어요. 병뚜껑들을 모아서 치약짜개를 만든다거나, 독서대를 만든다거나 등등, 병뚜껑을 업사이클링 하는 곳으로 모아서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색 페트병 또한 모으고 있어요. 용인시에는 마을 곳곳에 ‘페트분쇄기’가 있거든요. 자판기 크기 정도 되는 분쇄기인데, 그 안에 페트병을 넣으면 실시간으로 페트병이 갈리는 것을 볼 수가 있고, 갈려진 페트병은 티셔츠와 제로웨이스트 수납 파우치로 업사이클링이 된답니다! 아 참, 우유팩도 모으고 있어요. 우유팩도 종종 종이로 분리수거가 되곤 하는데, 안쪽에 특수 코팅이 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우유팩도 따로 모으게 되면 재활용 퍼센트가 올라가기 때문에 따로 모으고, 일정 양 이상이 모이면 주민센터에 가져가요. 주민센터에서 우유팩을 모아가면 종량제 쓰레기 봉투와 재생휴지로 교환해주시거든요. 그럼 그렇게 모아진 자원은 다시 마을 주민들과 나누면서 진행되는 활동이라고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효경: 저도 일주일에 한 번씩 분리수거를 하는데,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도 많네요! 아파트나 단지에서 진행되는 분리수거와는 느낌이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쓰레기를 들고 도서관에 가는 건 상상해본 적이 없는데. (웃음) 지역사회의 주민 분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경현: 맞아요, 많은 분들이 도서관에 이렇게 자원순환, 쓰레기와 관련된 장소가 있다는 걸 보면 대부분 ‘신기하다! 도서관에서 이런 것도 해요?’ 하는 반응을 보여주세요. 그런데 여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이런 정보를 알게 된 뒤, 우유팩을 가져오신다거나 실천의 움직임이 있으세요. 그렇게 계속해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가져다주시고, 또 주변에 홍보도 많이 되고 있어요. 저도 집에서 쓰레기가 나오면 그냥 버렸었는데 이제는 ‘아 도서관 가져갈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한테도 변화가 있었던 거죠.   효경: 저도 정말 참여해보고 싶네요! 도서관에서는 따로 업사이클링을 진행하지는 않으시나요? 경현: 도서관 3층에 메이커스페이스가 있어요. 여기에는 작품을 만드는 활동을 하시는 느티나무 메이커스 분들이 입주해 계시거든요! 밀랍초, 비누 등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또 느티나무 메이커스 분들이 따로 마켓을 여실 때도 있는데 그때의 중심 주제가 제로웨이스트예요. 작년 겨울에는 ‘쓰레기 없는 크리스마스 장터’를 운영했답니다. 효경: 도서관 전 층을 활용한 기후활동이라니, 듣기만 해도 너무 흥미로워요! 또다른 프로그램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더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경현: 기후위기와 관련된 ‘우리는 일회용이 아니니까’와 같은 책을 다같이 모여서 소리 내어 읽는 ‘기후위기 낭독회’가 있었어요.    효경: 과거형이네요? 경현: 맞아요. (웃음) 이전에는 낭독회였지만, 지금은 ‘얼쑤수호대’라는 환경동아리로 변신했거든요. 얼쑤수호대는 기후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꾸준히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구요, 또한 도서관에서 나오는 쓰레기 재질 조사를 한 적도 있어요. 저도 그때 참여했는데, 생각보다 분리배출이 안 되는 쓰레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자주 먹는 두부 있잖아요. 두부가 담긴 두부 곽 또한 일부 처리장에서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분리배출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이 충격적이었고 신기했어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쓰레기들을 만들어내는데 체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니까 확실히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또 최근 핫한 활동인데요, ‘플로깅’이라고 해서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을 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어요. 또 마을에서 진행된 기후위기 행진에도 참여했어요. 어쩌면 플로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행사였던 것 같네요. 이렇게 지역사회 내의 여러 환경 단체 및 다른 단체들과도 연계를 맺으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답니다!   효경: 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정말 신기해요. 다양한 기후행동과 관련된 움직임을 보여주고 계시는데 다른 시민단체나 기후활동단체와는 달리 ‘느티나무도서관만의 특색은 이거다!’, 라고 해주실 게 있을까요? 경현: 아무래도 도서관 내의 공간이다보니까 도서관 내의 자료와 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색이죠. 일반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분류할 때에 종교, 역사, 문학 등등 이렇게 십진분류를 하거든요.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궁금증과 문제들의 실마리가 될 자료들을 주제별로 엮어두기도 해요. 돌봄, 페미니즘, 비거니즘 등, 우리가 정말 일상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주제들이죠? 그중에서 기후위기와 자원순환에 대한 칼럼, 기사, 책 등을 모아둔 컬렉션이 있어요. 그리고 이제 이 공간과 자원순환정거장을 공간의 연속성을 이용해 바로 옆에 위치시켜두었구요. 그렇다보니 이용자 분들이 책을 읽다가도 자원순환정거장을 보실 수 있고, 자원순환정거장을 들렀다가 책이나 기사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고, 또 특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효경: 도서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그리고 보여줄 수 있는 특색이네요! 조용하고 엄숙해야 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 아닌, 모두가 나누고 즐기며 앞으로의 공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도서관이라니. 정말 특별하고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들이 기대되는 공간이네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경현: 느티나무도서관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함에 있어서 예산이 정말 중요해요. 모든 활동들이 다 그렇듯요. 느티나무도서관은 사립도서관으로서 전국에 도서관 운동의 새바람을 일으키며 더 큰 세상을 향해 주민들과 함께 길을 열어왔어요. 그러나 올해 느티나무도서관은 존폐 위기를 맞는 상황에 직면해있어요. 그동안 후원자 분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경기도 용인시의 지원금으로 운영되어왔는데요, 지난해 12월 경기도의회가 사립공공도서관 운영지원금 1,500만원을 전액 삭감했어요. 따라서 시민 공공성의 보루인 느티나무도서관이 계속 문을 열고 시민들과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사립공공도서관 운영지원금을 재확보하기 위한 서명을 진행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기후정의! 도서관과 함께하니, 조금은 덜 어렵게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해진 지금의 시점에서 도서관 등 우리 마을의 ‘기후정의 거점’이 생긴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기후정의를 위한 노력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또 어떤 곳들이 기후정의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고 있을까요? 지역사회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며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기후정의 행동에 참여해주세요! *느티나무도서관에 대한 사립공공도서관 지원 예산 복원을 위한 서명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https://t.co/ceAEMSyNzs   **본 인터뷰의 내용 및 사진의 저작권은 전부 김경현 사서님께 있습니다. 무단 복사를 금합니다.
기후위기
·
5
·
따로국밥 기후정치_왜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의 뜻은 정치에 반영되지 않을까?
○ 기후위기 인식은 높으나, 제대로 다루지 않는 정치권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게 조사된다. ‘지구온난화로 이어지는 기후변화가 있다’라는 문항에 세계 39개국의 평균은 85%이지만, 한국은 95%로 두 번째로 높았다(WIN World Survey, 2019). 인간활동 때문에 기후변화가 발생했다고 믿는 비율도 미국 66%, 일본 53%보다 훨씬 높은 86%로 조사되었다(ipsos, 2020). 또한 다른 국내 조사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은 ‘미흡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73.5%, 정치권이 기후위기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의견이 70%로 높게 나왔다(녹색연합, 2021). 즉 많은 시민들은 기후위기가 인간활동 때문임을 알고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할 정부와 정치권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기후위기 대응을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왜 사라지고 마는가?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시민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거나, 목소리를 내더라도 정치권이 이를 반영하여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의 이유는 “왜 사람들은 심각한 기후위기 앞에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문제로, 중요한 주제지만 추후 기회가 있다면 다루기로 한다.   후자의 이유는 결국 “시민들의 뜻(민의)이 왜 정치인들에게, 구체적으로는 민의를 대의하는 국회에 반영되지 않는가?” 라는 질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둘 중 하나일 텐데, 시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지 않았거나, 요구했는데도 정치권이 듣지 않았거나. 먼저 시민들은 정치권에 요구하지 않았나? 정치제도를 바꾸는 것, 특히 선거제도 개혁 이슈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너무 중요한 주제임에도 시민들이 목소리 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물론 목소리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백 개가 넘는 시민사회 단체들이 모여 ‘정치개혁공동행동’을 꾸리고 꾸준히 제도개혁을 위한 노력을 해왔었다. 그럼 정치권은 시민들이 요구했음에도 듣지 않았나? 듣는 척은 했다. 그래서 지난 21대 총선 전에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결국 막판에 일부만 비례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후퇴했고, 여기에 ‘캡’을 씌워 더욱 후퇴했으며, 게다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결과적으로 과거 선거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되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글 중간에 좀 더 설명을 붙인다) 아무튼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이 직접적인 행동을 하고 목소리는 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있는데 바로 선거이다. 시민들은 2년 마다 돌아오는 선거에서 투표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다수 시민들의 목소리는 버려지는 표(사표)와 함께 버려지고, 이에 반복적으로 실망한 시민들은 이제 투표장에 나가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는 점이다.   ○ 한국 선거제도의 3가지 문제점 “이런 문제가 왜 발생하는가?” 라고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 잘못된 선거제도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의 선거제도, 과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첫째, 정당이 실제 받은 표와 의석수가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이다. 이를 '불비례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이는 총선 결과의 불비례성(받은 표 대비 의석수)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주요 국가만 살펴보면, 네덜란드 1.08%, 덴마크 1.60%, 일본 10.5%, 미국 13.35%, 한국 21.97%로 한국의 불비례성이 매우 높은 편이고, 같은 양당제 국가인 일본, 미국보다도 더 높다(뉴스타파).  이런 불비례성을 깨고 민의(국민의 뜻)가 그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비례대표제’ 선거제도인데, 비례대표제는 한 마디로, 표를 얻은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것이다. 한국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뽑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라 민의가 잘 반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9대 총선 부산, 울산, 경남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득표율과 의석수 차이는 무려 7배나 벌어지기도 했다. 20대 총선에서도 서울지역 더불어민주당의 득표율은 28%에 그쳤으나 실제의석은 71%를 가져갔다. 20대 총선 대구지역 새누리당의 득표율은 57%에 그쳤으나 실제의석은 89%를 가져갔다. 득표율과 의석비율이 서로 ‘사맛디’ 아니한 것이다. 적은 득표율로 다수 의석을 가져가며 두 거대양당이 해쳐먹고 있는 것이다. 둘째, 양당체제를 공고히 하는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선거구에서(소선거구제), 1등 한 명만 당선되는(다수대표제) 제도를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승자독식'이다. 이 같은 선거제도는 다수당에 유리하고, 소수정당은 의회 진출이 거의 불가능하며, 사표 심리 때문에 유권자들은 거대 정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선택을 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지금과 같은 ‘양당체제’를 공고히 하게 된다. 두 양당은 정책경쟁이 아닌 서로를 헐뜯기만 해도 다음 선거에서 정권을 잡거나 그게 실패해도 제1야당이 된다. 이렇게 해서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없으며, 이는 중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이 필수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치명적이다. 셋째, 다양한 시민의 계층과 구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 21대 국회의 구성을 보면, 여성의원 비율 19%, 50대 이상 의원 연령 비율은 약 60%, 20대 연령 의원 2명, SKY 출신이 3분의 1, 평균재산 40억(20대 국회). 한 마디로,  SKY 출신의 50대 남성이 주류다. 이렇게 국회는 국민의 성별과 연령, 재산, 학력조차 대의하지 못한다. 이러니 국민의 고민과 필요와는 동떨어진 법안이 논의되고 통과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와 달리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가진 덴마크는 20·30대 국회의원이 41.3%, 핀란드는 37.9%, 스웨덴은 34.1%이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도 스웨덴 45%, 핀란드 42.5%, 덴마크 39.1% 등 매우 높다(하승수 정치개혁 강의자료).  이런 상황이다보니 결과적으로 다수 국민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다. 2000년대 총선 투표율 평균은 57%이다. 같은 기간 총선 사표율은 거의 50%에 달한다. 그렇다면 절반 정도가 투표를 했고, 그 중 절반이 투표한 표는 버려졌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20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득표 비율을 보면 선거인수 대비 득표율이 28%밖에 안 되었다. 즉 전체 유권자의 절반, 그리그 그 중에서 28% 득표율로 뽑혔다는 것이다. 당선된 사람조차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선거제도가 바로 현행 제도인 것이다.  ○ 대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오랫동안 논의되었던 것이 있는데,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수를 정하되, 이를 지역구 당선결과와 연동시키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국회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하고, A정당이 30%를 득표했다면 일단 30석을 확보한 것이고, 지역구에서 10명이 당선되었다면, 그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20석을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차지하게 되는 방식이다. 독일이 대표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취하고 있는 국가이다. 지역구와 연동시키는 방식도 있고, 지역구 없이 정당득표로만 의석을 채우는 전면적 비례대표제도 있다. 비례제를 실시하는 국가별로도 조금씩은 다르지만, 핵심은 “득표한 만큼 그대로 의석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필연적으로 다당제의 정당구조를 형성한다. 예를들어 덴마크의 경우 유의미한 의석을 가진 원내정당이 13개나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주요 장점은 아래와 같다.  (1) 공정한 의석배분: 얻은 표만큼 의석으로 반영되는 선거제도이다. (2) 다양한 목소리 반영: 다양한 국민의 뜻이 의석에 반영된다. 예를들어, 네덜란드에는 '동물을 위한 당'이 있고, 상원의원 2석과 하원의원 5석을 가지고 있다. (3) 정책의 질 향상: 국민들은 자신의 정책을 대변해줄 정당에 투표하기 때문에 정당들은 정책 간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정책의 질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4) 지역구도 완화: 정당의 정책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이제 지역이 중요한 기준이 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지역을 위해 뭔가를 해준다는 후보를 뽑았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투표'가 중심이고, 그 정당의 방향성과 정책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구도가 완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진정한 현대 정당정치의 모습일 것이다.    ○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는 기후환경정책에 긍정적 영향 무엇보다 비례대표제는 기후환경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승수 변호사에 따르면, 비례대표제 국가가 환경정책에서 더 엄격하고(Frederiksson, 2004), 교토협정서(기후변화협약) 비준을 더 빨리 했으며(Cohen, 2010), 예일 환경성지수에서 10개 정책분야 중 6개 분야에서 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Lijphart, 2012)고 한다. 특히 1990년에서 2007년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구한 「살로몬 오렐라나(Salomon Orellana)의 연구」결과를 보면, 소선거구제 선거제도를 택한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5.5%나 증가한 반면, 비례대표제를 택한 국가들은 배출량이 9.5% 정도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뉴질랜드는 모두 행복도가 높고, 부패가 없이 투명하며,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의 선거제도는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며, 다당제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국가들은 화석연료의 대안인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OECD 회원국 재생에너지 공급비율, 2018). ○ 기후악당 후보가 당선되는 슬픈 현실 지난 대선 때, 기후 관련 대표적 시민사회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이 탈원전 지속, 석탄화력 건설중단,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8명의 대선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사자성어 같은 답변 결과를 통해 각 후보들 평가를 했는데, 거대양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검토검토’, 윤석열 후보는 ‘일단원전’이라고 평하며 낙제점을 주었지만,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의지확고’,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공공책임’, 사회주의 공투본 이백윤 후보는 ‘체제전환’,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는 ‘기본탄탄’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심지어 청소년기후행동은 5점 만점에 이재명 후보 1점, 윤석열 후보 0.5점을 주었지만,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3.7점을 주어 1등으로 평가 받았다. 즉 거대양당과 소수진보정당 후보의 기후위기 정책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며, 지난 총선 때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지긋지긋한 싸움판 정치 끝장낼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지금의 양당제는 어차피 당권잡기 또는 제1야당 되기 둘 중 하나이기에, 당선되고 나면 선거시기 외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러니 민생은 내팽겨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싸움에 몰두한다. 물론 정치, 국회에 싸움이 없을 수는 없다.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내용이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특정인물들의 비리나 스캔들을 봐야하는가? 정책을 가지고 경쟁하고 갈등해야 발전이 있고 국민들에게 좋은것이지 지금 벌어지는 있는 싸움들은 옳고 그름은 가를 수 있겠지만 정말 계속 지켜보기 힘들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로 인해 다당제가 되면 제1당 혼자 정부를 구성할 의석이 안되기 때문에 두 당 또는 세 당이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협상을 통해 각 정당의 주요 정책을 일정하게 정부 정책으로 반영할 수가 있다. 독일이 지금처럼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강국이 되고 꾸준히 기후위기 대응 및 녹색전환을 할수 있었던 이유도, 녹색당이 연립정부로 참여하여 제안한 정책이 일정기간 지속될수 있었던 것이다. ○ 결론,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 앞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결론을 내려보자.  국민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바뀌어야 하고, 국회 구성이 바뀌려면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 선거제도는, 형태는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비례성(얻은표만큼 의석이 되는)이 높은 비례대표제 제도여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으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논의가 정치개혁의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본질은 선거구제의 크기가 아니다. 민의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는가, 즉 얼마나 ‘비례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비례성 높은 비례대표제로 하되, 어떤 방식이 현 상황에서 더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고 도입에 어려움이 적을까를 중심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걸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100만이 훌쩍 넘게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고, 그걸로 대통령도 탄핵시켜봤고, 그래서 촛불 대통령도 뽑아봤고, 총선 때 표를 몰아줘 특정정당의 압도적 다수의석도 만들어봤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본질적으로 바뀐것이 있나? 이제 더이상 누굴 대통령으로 뽑을까, 어떤 정당을 밀어줄까 이런 얘기는 그만두자.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굴레일 뿐이다.  뉴질랜드도 우리와 비슷했다. 하지만 1993년 국민투표를 통해 선거제도를 바꾸고 난 뒤에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되었다.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단행, 산재보험 국유화, 노조 지위 강화와 노동자 실질임금 상승, 공공주택 임대사업 개선 등. 특히 녹색당이 제3당이 되면서 녹색당 대표가 기후변화부 장관이 되기도 했다. 우리도 가능하다. 물론 쉽지 않다. 선거제도가 복잡해 보여서 국민들이 관심을 갖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저력이 있다. 불가능하지 않다.  ○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민주주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지구가 회복력을 잃고 원 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는 마지노선 1.5도에 도달할 시간이 약 7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후위기는 정치의 위기이며,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기후위기를 고민하다보면 결국 다시 민주주의로 돌아오게 된다. 영어로 민주주의는 ‘Democracy’이고, 이는 Demos(시민)와 cracy(권력)의 합성어이다. 즉 민주주의는 시민에 의한 통치(권력)란 의미이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시민이 통치할 때, 즉 민의가 정치에 반영될 때 전대미문의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 문명의 위기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학 박사 박상훈은 그의 저서 『정치의 발견』에서 “더 바람직한 민주주의 사회가 되기 위해 국가 간 민주주의의 성취를 통계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나는 진보 정당의 경쟁력(집권 기간, 득표 경쟁력 등)이 커야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글의 주제에 한정해 진보정당의 경쟁력 부분만 살펴보자. 박상훈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념적, 계층적 대표의 범위가 충분히 넓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들의 관심과 이익이 평등하게 고려될 수 있다. 진보 정당의 경쟁력이 낮아 집권의 가능성이 없는 민주주의를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라 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그 사회의 하층이나 약자 집단의 이해는 대표되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한국의 제도는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정당도 국회의 다수 들어가는 다당제 국가로 가야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다음과 같이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말한다. “다수는 비록 한 명 한 명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함께 모였을 때에는 전체로서 가장 훌륭한 소수의 사람들보다 더 훌륭할 수 있다. 그들은 다수이고, 각자로는 나름대로 탁월함과 지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는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겠지만 서로를 믿어보자. 함께 모였을 때 우리는 훌륭할 수 있으며, 우리의 뜻이 국회로 그대로 반영 될 수만 있다면 기후위기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례대표제 선거제도가 꽉 잠긴 해결문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
·
6
·
기후위기, 정치위기, 그리고 기후정치
기후위기가 닥쳤습니다. 비상사태입니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폭우, 홍수, 산사태, 태풍, 해일, 폭염, 가뭄, 산불, 한파 등이 그 증거입니다. 지구의 기후가 위기에 처한 것, 그래서 온 인류와 뭇 생명이 멸종 위기로 치닫게 된 이유는 단순명료합니다. 지구의 기온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기온은 그동안 완만히 상승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넘어오는 약 1만 년 동안 지구의 기온은 약 4℃ 정도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지난 100년 동안에는 지구의 기온이 약 1℃ 상승했습니다. 인간도 체온이 약간 상승하면 이상과 불편을 느끼고 급격히 상승하면 고열과 오한 등에 시달리며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온 인류와 뭇 생명이 사는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인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지구가 아픈 상태, 그래서 지구별의 생명체들이 죽음의 위협으로 접어든 단계가 바로 기후위기입니다.  기후위기 기후위기의 주범은 휘황찬란한 산업발전의 대가로 내뿜은 온실가스입니다. 지구 대기에 펼쳐진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탄소 물질이, 태양에너지를 받아서 달궈진 지구가 다시 지구 밖으로 열을 내뱉는 것을 방해하면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데, 이 기체들이 지구를 마치 거대한 온실처럼 만든다고 해서 온실가스라 부릅니다. 요컨대 기후위기를 막이려면 온실가스를 줄이고 없애야 합니다.  그래서 세계 195개 국가들은 2015년에 ‘파리협정’을 맺었습니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막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막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 것입니다. 각 나라의 정부는 5년마다 국가 결정 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검증받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 협약의 종료 기한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2월 3일에 파리협정을 발효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소의 배출량과 감소량을 합쳐서, 즉 더하고 빼기 해서 ‘0’으로 만들겠다는 말입니다. (참 어려운 말들 쓰죠?)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석탄발전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모든 에너지원 중에서 석탄발전이 내뿜는 온실가스가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전세계에서 진행 중인 석탄발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OECD 국가들을 향해 탈석탄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정치위기 그렇다면 파리협정에 가입한, OECD 회원국인 대한민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온실가스 배출 세계 11위, OECD 국가 중 5위(2017년 기준)를 자랑하는 ‘기후악당’ 국가인 대한민국은 석탄발전을 줄일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에너지 중에서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비율이 44%(2022년 기준)로 가장 높은데, 현재 60여 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강릉과 삼척에는 각각 2개씩, 총 4개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짓고 있습니다. 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들은 모두 민간 투자를 받아 건설 중인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한 우리 정부는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신규석탄발전중단법(탈석탄법)’을 직접 만들어서 국회에 청원을 넣었습니다.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중단하고 앞으로 석탄발전은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2022년 8월 31일 동의를 받기 시작한 이 청원은 한 달이 채 안 된 같은 해 9월 29일에 청원 요건인 5만 명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정부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니 시민들이 직접 그 근거를 마련할 방법을 마련해준 것입니다. 그 사이 9월 24일에는 약 3만여 명의 시민들의 서울 시내에 모여 기후행진을 벌였습니다. 이제 ‘탈석탄’하고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게 되었을까요? 국회는 웬일인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4개월이 넘게 지난 올해 2월 14일이 되어서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청원소위원회를 열어 겨우 심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강릉과 삼척의 석탄화력발전소 1개씩은 불을 붙이고 시험 운행을 시작했고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에서, 이미 운행이 시작됐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바꾸려는 걸까요? 기후정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전 지구와 온 인류와 뭇 생명의 생존이 걸린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하루빨리 어떻게 석탄발전을 그만둘 것인지 대책을 세워야 하고,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신공항 건설’ 같은 토건 사업도 포기해야 합니다. 이미 닥쳐온 기후위기는 불평등하게도 가장 약한 사람과 뭇 생명부터 죽이기 시작합니다.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대안을 내놔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은 말뿐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유치한 말싸움과 괜한 자존심 대결을 펼치다가도, 석탄산업과 토건산업의 이익 앞에서는 한마음 한뜻으로 애국자가 된 것 마냥 찬성하고 통과시켜주니까요. 기후위기는 다름 아닌 정치위기이며, 정치위기가 기후위기를 더 빠르고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꿔서 생각해볼까요? 정치를 바꾸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2022년에 주간지 <시사인>은 ‘최초의 ‘기후정치 세력’, 핵심 유권자 집단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이 기사에서 조사 응답자의 38.8%는 “이번 대선에서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하겠다”고 응답했고, 36.8%는 “다른 어떤 공약보다 기후위기 공약이 중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들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유권자 집단이 되었는지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동료 인간 열 명 중 서너 명이 기후불평등을 인식하고 바꿔나가는, 기후정치의 주인공으로 거듭난다면… 전 지구와 온 인류와 뭇 생명의 공생 기간이 조금 더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제민'불평등한 서울을 평등한 서울로 만드는' 녹색당 서울시당에서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 위에 조사의 응답자 중에 15.8%는 기후위기를 잘 해결할 정당으로 ‘녹색당’을 꼽았군요.
기후위기
·
9
·
9월 24일 광화문으로, 기후정의행동에 함께 가요!
며칠 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파격적인 소식을 전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창업주 이본 쉬나드 회장이 자신들과 가족이 보유한 약 30억 달러(한화로 4조 2천억원)의 파타고니아 지분 전부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단과 비영리단체에 기부했기 때문인데요. 쉬나드 회장은 “지구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며 기후위기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을 강조했습니다.(한겨레, 22.09.16.)   파타고니아 사례와 같이 한국에도 최근 환경과 사회를 고려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듯합니다. 지난 2020년 환경부의 ‘생활폐기물 탈 플라스틱 대책’에 따라 카페와 음식점이 일회용품 배출의 적극적인 대안을 찾고 있고(위클리서울, 22.04.05.), 대기업들도 앞다투며 식물성 식품 개발에 힘쓰는 추세입니다.(한겨레, 22.08.08.)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1년 상장기업 ESG 평가 등급’에 따르면 풀무원, 네이버 등 대기업들이 통합 A+ 등급을 받았으며, 환경 분야에 대해 “기업의 환경경영 수준 향상 및 평가 참여”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구를 걱정하는 기업의 분위기에 따라 우리는 안심하고 소비를 지속하면 되는 것일까요? 최근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위장환경주의』의 저자 카트린 하르트만은 “사회에서 폐해에 맞서 항의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더 이상 시민이 아니라 소비자”라고 말합니다. 다른 방식의 요구보다 소비자의 목소리로 하여 기업의 제품 생산 및 유통 과정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바뀌는 식의 변화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르트만은 이러한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또는 ‘소비자 민주주의’는 결국 기후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 구조 속에 포함된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편입시킨다”며 “저항과 비판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합니다. 더불어 “이런 것들을 소비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어버리고” 그에 따라 시민들은 자주적인 행동이 아니라 수동적인 반응으로서 소비를 지속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에 더해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 라즈 파텔은 윤리적 소비의 한계로 “사람이 단지 혼자일뿐이라는 생각을 강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따금 윤리적 소비는 거대한 사회 문제 앞에서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서 소개되곤 하지만, 사실 시민들에게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변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곧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여러 시민의 행동은 큰 세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소비자 한 명으로 남는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파텔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가 순간뿐인 소비만이 아니라 시민의 역할로서 나설 때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어떻게, 누구와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 다가오는 9월 24일,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됩니다. 3년 전 기후위기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이 다시금 한 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내기로 했습니다. 올해 기후정의행동은 180여개의 다양한 시민단체와 시민개인이 주최합니다. 또한 이번 기후정의행동은 정부와 기업에 탄소중립을 요구하며 같은 선상에서 그간의 사회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착취 되어온 자연, 여성, 장애인, 이주민, 지역주민, 농어민의 권리를 외치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 기후위기를 불러온 기존의 구조를 더는 두고 보지 않고 사회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안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거세질 기후위기가 걱정되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기쁜 마음으로 제안합니다. 우리 곧 있을 9월 24일 광화문으로 기후정의행진에 같이 가요!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나 혼자 고민하지 말고, 누군가 대신하길 기다리지 말고, 서로의 손을 잡고 스스로 목소리 내며 함께 나아가보아요! 기후위기 시대를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기후 시민’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럼 모두 그때 보아요. :)
기후위기
·
5
·
기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개인으로부터 사회로
기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개인으로부터 사회로   기후위기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문제라는 인식이 전면화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발걸음은 여전히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광범위한 지구적 인식의 확산, 탄소 배출의 실질적인 저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대안 체제 마련이 필요하다. 개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각자가 기후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하나의 큰 문제이다. 이 글은 기후위기의 극복을 위해 개인들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맑스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앙상블’로 정의할 수 있다. 인간이 그 자체로 완벽한 의지를 가지는 주체인 것은 아니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태어나기 이전에 형성된 사회구조들(국가, 제도 등)과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규정되고 형성된다는 의미다.  인간은 특정 시기에 특정 지역에서 특정한 문화 속에서 각기 다른 다양한 경험과 만남들 속에서 공통성과 차이들을 동시에 지니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개인적이다. 개인은 사회적 관계들의 영향을 받아들이며 개인성을 끊임없이 재형성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제한적인 자율의지를 가진다. 생각이 같으면서도 다르게 형성되는 개인들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에 억압적일 수 있는 사회구조의 작동방식을 함께 사회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함께’ 더 나은 사회구조로의 변형을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실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어떤면에서 각 개인들의 의사소통의 가능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대화와 소통 그리고 토론과 논의, 논쟁 등을 바탕으로 하는 결정의 문제, 쟁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체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면 개인의 자율의지가 무시되고, 개인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면 각자 파편화되어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개인과 사회의 행복, 그리고 그것을 위한 개인과 사회의 실천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고, 연결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위와 같이 인간과 사회의 관계만을 고려하는 견해는 자연, 환경, 생태계를 동시에 다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우리는 지배적인 세계관에 따라 인간이 자연과 독립되어 존재하며, 자연은 객체로서 인간 주체에 의한 정복의 대상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 혹은 사회의 이익을 위해 벌어지는 과도한 생산은 자연ㆍ환경ㆍ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로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때문에 사고의 지평을 더욱 넓힐 필요가 있다. 인간과 사회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자연 또한 분리할 수 없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비롯하여 진화를 거쳐온 자연의 일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인간 사회는 ‘특수한’ 자연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인간=사회=자연’이 동일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삼자는 떼려야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구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인간에 의해 인식된) 자연은 ‘사회적’이다. 조합과 배치, 구성이 다를 뿐 자연과 같은 물질들로 이루어진 인간과 그러한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 사회는 자연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을 위해 자연을 파괴해 온 것이 자연 그 자체에, 그리고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환경이란 ‘생물을 둘러싸고 밀접한 관계에서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ㆍ사회적 조건과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환경을 보전한다는 것은 인간과 인간으로 이루어진 사회 그리고 이와 상호작용하는 자연의 ‘관계’를 보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생태계를 ‘어느 비유기적 환경 안에 사는 생물들(인간, 동물, 식물 등)과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제반 요인을 포함한 복합체계’라고 한다면, 환경을 보전한다는 것은 ‘관계’을 좀더 중시하는 표현으로 ‘생태의 보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생태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핵심은 다음과 같다.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상호작용하며, 기후위기는 그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서 자연과 인간 모두를 위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는‘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 ‘사회적 실천’은 무수히 많은 개인들의 실천을 전제로 한다. 개인적 실천들이 모여 사회적 실천을 이루고, 그러한 실천들이 조직의 차원, 그리고 제도의 차원으로 유기적으로 연결 될 때, 기후위기를 실질적으로 극복해낼 가능성이 열린다.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공허한 자기 만족이 되기 쉽고, 개인없는 사회적 실천은 사회적 실천의 시도는 권위적인 강요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실천의 차원으로 내려와 보고자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천들을 직접 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 하고, 분리수거를 일상화 해야 한다. 친환경 먹거리를 이용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의 개인인 실천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비건을 지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실천들만으로 거대한 기업이나 국가들에 의해 발생하는 더욱 근본적일지도 모르는 문제들까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윤이 지상목적인 전지구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업화와 난개발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후위기를 심화 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수정할 사회적 실천을 필요로 한다. 대중의 기후위기직접행동, 시민사회단체의 환경운동, 시민사회와 정치인들에 의한 환경보호 관련 제도화 등이 사회적 실천의 중요한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들의 사회적 인식 및 실천과 연결되지 않으면 형성되기 어렵다. 형성되었더라도 고립되어 힘을 가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만약 개인적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인식했다면, 개인적인 실천에만 멈출 것이 아니라, 환경단체에 후원하거나 직접 참여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을 지지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비관적이더라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기후위기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