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우리의 대화가 기후정의 데이터가 될 수 있을까?
크고 작은 공론장이 늘어나면서, 우리 주변에 참여와 숙의를 경험하는 시민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안전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대화참여의 효능감은 우리 주변이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게 하는데요. 시민 주도의 공론장을 만들어가면서 기획자로서 느끼게 되는 성취감 중에 하나는 단연 다양한 주제로 여는 대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부분은 공론장 기획 운영 프로세스 중에서 의제 선정(Agenda setting)과 연관되어 있는데요. 우리가 공론장에서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의 범위와 대상이라고 가볍게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매번 너무 나도 다른, 그리고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틈틈이 시사 이슈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때에 따라서는 개론 정도의 공부도 필수가 됬습니다. 여러 주제로 시민들을 만나고, 공론장을 열며 가장 많이 이야기한 주제는 아마도 환경문제, 기후위기와 관련된 이슈가 아닐까 해요. 점차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더해지면서, 일상에서는 자연스럽게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각종 실천방안을 이야기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관심이 높아지는 주제의 대화들을 다시 한번 모아보니 공론장 안에서 다루는 시민의 관심과 키워드가 조금씩 변화하는 경향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빠띠가 그동안 수행했던 대표적인 환경 이슈 관련 공론장 사례와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다양한 주제의 환경문제와 일상의 공론장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고 해결 대안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이 잦아질 수 있도록 약간의 관심만 더하면 알 수 있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론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는데요. 빠띠의 공론장 기획자들은 근본적인 이유를 시민 주도 공론장 활성화와 디지털 민주주의 확산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일상의 공론장을 경험하면서, 전문적인 지식의 경계를 조금씩 허물고 예전보다 더 균등한 정보를 갖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그간 꾸준한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 촉구, 대화의 노력, 결과의 확산과 공유라는 과정을 통해 다같이 공론장을 만들고 알리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빠띠의 공론장에는 자유롭고 평등한 토론 문화를 기반으로, 참여자 모두의 의견에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그리고 시민들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공감대와 협력을 넓혀 나가는 공론장을 만들고 있는데요. 특히 시민들은 유기적 결합한 온오프라인 공론장에 다양한 역할과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대안을 찾는 논의의 장은  전문적 지식을 가진 연구자들이 주로 발언하는 형식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그리고 빠띠가 만드는 공론장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를 활용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시민 캠페이너’, ‘새로운 활동가’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도 재미있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팩트체크를 통한 사실관계 확인이나 올바른 정보 습득과 데이터 공유에도 큰 역할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무엇보다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를 경험해내면서 온오프라인으로 일상의 공론장을 경험했고, 그 안에서 대화의 필요성, 효능감을 알게 되어서가 아닐까요?. 다음은 비교적 최근까지 빠띠가 만들어 낸 크고 작은 공론장 사례 중 기후위기, 환경문제와 관련한 사례 데이터를 중심으로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기후위기 대응, 환경문제와 연관된 여러 공론장의 소그룹토론 결과를 모아 워드클라우드를 생성했습니다. 2020-2023까지 빠띠가 함께 만든 시민 주도의 공론장은 양적으로는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제로웨이스트와 관련한 용어들의 빈도수가 높게 나왔고, 이후 주제가 다변화되면서 ‘시민’, ’국회’, ’정부’ 각각의 주체가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방안에 대한 논의도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사례들을 간단히 설명 드리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우선 “은평구 기후정의 대응 시민공론장”에서는 기후정의에 관심 있는 은평구민을 대상으로 기후정의 대응을 위한 주체별(개인, 정부, 지역사회) 실천방안 발굴 및 지역사회 자원 탐색에 대해 알아 보았어요. "▲에너지, ▲소비, ▲이동, ▲자원절약과 재활용 ▲녹지"와 같이 각각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그룹토론을 진행했는데요. 실천사례와 활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린뉴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빠띠 작은공론장 ‘그린뉴딜' 편에서는 그린뉴딜 추진계획과 방향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해보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했는데요. 시민활동가의 발제가 경제적 효과 이외에 기후위기 대응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었구요. 결과적으로 그린뉴딜이 원문 그대로의 ‘New Deal’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과 이행과정이 필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논의, 기존 삶의 양식에 대한 전환으로서 고민하고 제안했는데요. 참여하신 분들은 보다 더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사회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중론을 모아주었어요.  “소비자가 행동하면 생산자는 대안을 찾을 것” 세모워크숍 ‘환경’ 편에서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사례를 살펴보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했어요. ‘그린뉴딜’ 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과점의 논의를 위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활동을 중심으로 소개했는데요. "▲일회용품 사용 감소, ▲재활용률 높이기, ▲소비자의 적극적 행동이 중요, ▲공론장의 확대가 한국사회의 유의미한 전환에 기여할 것" 등을 나누어 주셨어요. “안 참는 시민들의 제로 쓰레기 정책 공론장” 쓰레기 줄이기는 개인의 실천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책이 시민의 노력을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의식의 공유에서 출발해요. 청년참여연대와 빠띠는 쓰레기 감량 제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개인의 실천과 인식개선이 필요하고, 다양한 정책과 대안체계가 필요하다고 구체적인 결과들을 나누었습니다. 빠띠 공론장팀은 2022년부터 '들썩들썩떠들썩'이라는 이름으로 좋은 사회적 대화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 3월에는 “탄소중립, 정치로 풀자”를 통해 그 동안 탄소중립 실천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던 점에 주목, 시민협력과 거버넌스 실현을 위한 중요성과 각자의 역할 수행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정리한 공론장 사례를 간략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눈에 띄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보면 “실천과 인식개선, 주체별 역할”, “다양한 분야에서의 논의, 정책과 대안”, “시민의 목소리, 협력과 거버넌스 중요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사회체제 인식 변화 필요” 등으로 범주화해 볼 수 있었는데요. 대화의 주요 키워드가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서 시작해, "소비에 대한 관점, 제로웨이스트와 재활용률 제고"에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주체들의 대화와 협력, 시민 공론장의 확대, 에너지 불평등”과 같이 보다 근본적인 사회체제 및 인식의 변화를 강조하는 기후정의로 의제가 확장됨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빠띠가 시민들과 함께 만든 시민 주도 공론장의 데이터를 분석해봤어요. 원데이터는 ▲공론장 운영 결과보고서, ▲후기글, ▲캠페인즈 시민제안, ▲믹스에 업로드된 콘텐츠를 참고했습니다.  기후・환경을 주제로 열린 공론장을 살펴보고, ▲발제 주제, ▲소그룹토론 기록, ▲시민 제안 등에서 추출한 공통 분모를 노드(Node)로 설정해봤는데요. 이후 각 공론장을 ▲주최한 단체, ▲발제자, ▲의제, ▲소그룹토론 결과의 키워드를 분류하여 당년도에서 차년도로 이어지는 내용을 링크(Link)하여 연도별 의제 흐름과 변화를 시각화하였습니다. 아울러, 시민 주도 공론장이 늘어갈수록 의제도 구체적으로 변화하고 다양해져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담론이 생성되었다기 보다는, 기존의 담론과 연결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흐름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 본 데이터의 노드(Node)는 빠띠 공론장팀에서 분류한 것으로 함께 협력한 공동주최와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더 많고, 더 나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더 해봐야할까요?  그동안 빠띠는 기후정의와 관련한 시민 주도 공론장을 만들며, 여러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 동안에 나누었던 질문들을 다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자원순환공론장] 우리의 일상에서 겪는 환경 문제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내가 일상에서 실천하는 ‘잘하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할때 어려운/불편한 점은 무엇인가요? 또는 언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나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쓰레기 줄이기의 ‘어려운 / 불편한’ 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기후위기 대응]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 사례나 경험을 나누어 주세요. 나아가 우리는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린뉴딜은 무엇인가요? 그린뉴딜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시나요? [기후정의 실현] 탄소중립에서 배제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정부/국회/사회구성원에게 요구/요청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기후위기와 연결해 사회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상의 공론장이 확산하고 다양한 주제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건강하고 안전한 대화의 장’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빠띠가 시민들과 함께 만들었던 질문과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기를 바랍니다. 읽어 볼만한 캠페인즈 글 [후기] 들썩들썩떠들썩③ 탄소중립, 정치로 풀자 '탄소중립, 시민실천이 답'이란 주장... 이 문장이 미완성인 이유 [캠페인즈 토론] 기후위기의 극복 [기후정의 토의 시리즈1] 기후위기 속 주거불안정, 어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까요? [기후정의 토의 시리즈2] ‘장마철 침수피해’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요? [기후변화 토의 시리즈1]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 언제 체감하게 되나요? 참고 사례 은평구 기후위기 대응 시민 공론장 결과보고서 들썩들썩떠들썩 탄소중립 결과보고 ‘그린뉴딜‘, 기후정의에 대응할 수 있을까? - 빠띠 작은공론장 ‘그린뉴딜’ 편 “소비자가 행동하면 생산자는 대안을 찾을 것” - 세모워크숍 ‘환경’ 편 [후기] 청년기후긴급행동X빠띠 작은공론장 "서울시 기후정의를 위한 시민정책제안" - 믹스 안 참는 시민들의 제로 쓰레기 정책 공론장 결과보고서 녹색오리 믹스온 ✏️글 : 지누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 / jinu@parti.coop ✏️데이터 시각화 : 조아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 / joah@parti.coop
기후위기
·
8
·
bada
552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건 당신의 작은 행동
여러분은 기후위기를 언제 체감하시나요? 여러 순간이 있겠지만 저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 뉴스를 보면서 체감하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매년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것’, ‘가장 긴 장마가 올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 것 같은데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걸까?’ 생각하게 됩니다. 기후위기 앞에 놓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F1 챔피언과 기후 위기 오늘은 기후위기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 원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자동차 경주’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엄청나게 큰 배기음과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그 대회가 맞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포뮬러 원 이야기냐고요? 기후위기에 누구보다 진심인 포뮬러 원 챔피언이 있기 때문입니다. 포뮬러 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고가는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자연스레 포뮬러 원 챔피언은 세계 최고 연봉 직장인(?) 반열에 오릅니다. 막대한 연봉을 받는 포뮬러 원 챔피언의 일상은 대부분 화려한 면모로 주목을 받습니다. 하지만 포뮬러 원 챔피언 중 경기장 밖에서의 삶이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은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포뮬러 원을 네 번이나 우승한 전설적인 선수 세바스티안 베텔입니다. 베텔은 4회 우승을 이룬 후 큰 명성을 얻은 뒤 꾸준히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내어 왔습니다. 포뮬러 원의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팀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했고요. 은퇴 시즌이 진행되던 시기 BBC에 출연해 기후변화 속에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동차 경주를 펼치는 직업에 의문을 품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베텔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해 미국 마이애미 대회에서 나왔습니다. 마이애미는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피해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중 하나입니다. 이에 베텔은 기후위기에 대한 행동이 없다면 2060년 마이애미 그랑프리가 물 속에서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입고 나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베텔은 영국 그랑프리가 끝난 이후에 경기장을 직접 청소하기도 했는데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작은 실천을 통해 세계 최고의 포뮬러 원 선수이자 기후위기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줬죠.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이 만드는 변화 세바스티안 베텔이 보여준 행동은 사회적 지위, 직업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기후위기 활동가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듯이 기후위기도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으로 해결의 시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는데요. 음료를 테이크 아웃할 때 보증금을 지불하고 컵을 반납할 때 보증금을 받는 방식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제정 과정에는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캠페인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알리고, 입법을 촉구한 것인데요.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 온라인에서 전국에 버려져 있는 일회용 컵의 사진을 지도에 모으고, 오프라인에서 버려진 일회용 컵을 직접 수거한 뒤 세척 후 반환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어 실질적인 법적 제도 마련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입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죠. 그 결과 2020년 5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국회에서 통과되는 성과를 냈습니다. 장마 피해를 줄이는 막힌 빗물받이 점검 지난 여름,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중 호우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다시 여름이 찾아오고, 올해도 장마철 비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변화는 평범한 시민들의 작은 행동에서부터 만들어집니다. 기후위기를 멈추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과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활동들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작은 실천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빗물받이 지도 제작 캠페인 참여를 제안드립니다. 빗물받이는 빗물을 하수관까지 이동시켜 침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빗물받이가 담배꽁초, 각종 오물, 고무판 등으로 막혀있다면 침수가 3배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빗물이 원활하게 하수관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주변에 막힌 빗물받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내 주변의 빗물받이 점검하고, 막힌 빗물받이를 찍어 사진을 업로드 하는 것만으로도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피해를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제보해주신 막힌 빗물받이는 매주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될 예정입니다. 더 많은 시민이 막힌 빗물받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속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빗물받이 지도 제작 캠페인 참여하기(클릭) ✏️글 : 바다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캠페인즈팀 활동가 / bada@parti.coop
기후위기
·
6
·
서울의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연세로를 지켜야하는 이유
연세로 차 없는 거리가 사라진다? 언제나처럼 업무를 하던 날, 동료 활동가가 기사를 보내주었습니다.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해제 하겠다는 신임 서대문구청장의 인터뷰였습니다. 올해 서울환경연합은 차 없는 거리를 주제로 활동하며 차 없는 거리를 확대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는데, 확대는커녕 있는 걸 없어지지 않게 지켜야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연세로는 2011년 말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검토를 시작해 최종 후보로 선정하고, 2012년 3월~ 2013년 12월까지 총 2년에 걸쳐 차로를 줄이고 보행로를 넓히는 공사 후 2014년 1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도입부터 운영시작까지 거의 3년 가까이 걸렸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운영만 10년 가까이 되어왔던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다시 자동차가 들어오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막기 위해,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연세로 공동행동’이 구성되었습니다.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기후위기서대문비상행동, 녹색교통운동, 연세로공론장, 청년하다, 체인지워크 등 서대문에서 활동하는 있는 단체 및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단체가 연대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 즈음부터 시작해 벌써 1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절차도 근거도 부족한 서대문구 서대문구청은 연세로 차량통행을 허용하기 위해, 우선 차 없는 거리부터 해제했습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얘기하다가 갑자기 웬 차 없는 거리냐고요?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 없는 거리와 대중교통전용지구, 비교해 봤습니다. 명칭 대중교통전용지구 차 없는 거리 특징 버스, 트램 등 대중교통수단만 통행할 수 있음 모든 차량의 통행이 제한됨 지정·해제 권한 서울시 관할구청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도입된 이후 서대문구는 연세로를 차 없는 거리로 지정했습니다. 그래서 평일에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금요일 14시~일요일 22시까지는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되며 버스의 통행마저 제한되었습니다. 차가 없으니 그 공간은 축제, 공연 등 여러 행사로 채워졌습니다. 자연스레 연세로는 문화의 장으로 대표되었습니다.   하지만 9월 16일, 서대문구 홈페이지에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에 대한 행정예고(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공고 제 2022 - 1219호)’가 올라왔습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니, 차 없는 거리부터 해제하려고 한 셈이죠. 행정예고 기간은 9월 20일부터 10월 11일까지 21일이었습니다. 행정예고에 관련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시간은 단 3주, 그 안에 최대한 많은 반대 의견을 모아야 했습니다. 연세로 공동행동 집행팀에서는 꾸준히 연세로 스타광장 앞에 나가 반대 의견서를 받았습니다. 지나가던 많은 학생, 주민 분들이 동참해 주셨고, 대부분은 차 없는 거리가 해제되는지 전혀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온라인으로는 빠띠를 활용해 연세로와 멀리 계신 분들도 동참해 주셨습니다. 서명한 인원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주소, 이름, 전화번호 등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 시행 예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주세요.) 그렇게 온라인 1,148명, 오프라인 1,280명 총 2,428명의 서명을 모아 서대문구청 교통행정과에 직접 찾아가 제출했습니다.   서대문구청은 처음부터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해제하기 위해 편파적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서대문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을 살펴보면 창천교회, 현대백화점, 세브란스 병원 등 자동차 이용자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해제 찬성 의견이 높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정작 서대문구 주민의 의견은 알 수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학생의 90%가 넘게 반대했고, 서울환경연합이 서울시민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반대의견이 67.5%를 차지했습니다.   차 없는 거리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 수렴일은 10월 11일 까지였지만, 차 없는 거리는 10월 9일 22시부터 해제되었고, ‘차 없는 거리 운영 종료’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걸렸습니다. 제출한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서대문구 관계자는 ‘행정예고한 것에 대해 무슨 의견이 있는지는 알아야 하니 의견을 내라고 한 것일 뿐, 시민들이 행정예고 기간에 낸 의견이 해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며 절차가 형식에 불과함을 스스로 증명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도 신촌 상권의 침체 원인이 대중교통전용지구 때문인지 밝혀진 바가 전혀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상권 침체의 원인은 한 곳에만 있지 않으며, 코로나 상황, 임대료, 새로운 상권 생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서대문구도 우리동네 상권서비스에서 신촌상권의 폐업률이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근거를 들었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가 상권 활성화에 얼마나 미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밝혔습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님은 요즘 연일 인터뷰를 통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로 상권이 살아났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었던 2019년이랑 비교하면 매출이 줄어드는 게 이상한 일 아닐까요?   작년 11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의견수렴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주최했는데, 시와 구가 서로 다른 시기의 자료를 가져와 혼란을 주기도 하였고, 연세로에 차량이 통행하게 되었을 때도 서울시는 많은 정체가 예상된다고 했지만, 서대문구는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로 다른 예측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미 행정에서부터 말이 다르니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서울시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걷기 좋은 도시 서울은 허울일 뿐인 것 같습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도입된 이후에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보완해야 했지만, 2016년 이후 모니터링은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연세로 차 없는 거리가 해제될 때도 구청 소관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이었습니다. 있는 정책마저도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데, 보행친화 도시는 어떻게 추진하려는걸까요? 서울시가 정말로 보행친화 도시를 만들고 싶다면, 해제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시민을 설득하고, 문제는 개선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확대해야하지 않을까요?   연세로 공동행동 활동 연세로 공동행동은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수시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논평과 성명서를 배포하며, 토론회에 참석하여 해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더불어 다양한 행사 및 퍼포먼스도 진행했는데요, 연세로 차 없는 거리 해제를 앞두고, ‘연세로 문화제 - 거리난장, 거리장난’을 개최했습니다. 연세로 롤링페이퍼 쓰기, 보드게임, 버스킹 공연 등등 도로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교통정의 보행정책 기후대응 사망’ 피켓과 ‘차보다 사람이다’만장을 들고 연세로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6월 4일에는 연세로를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로 채워보는 ‘제 1회 따릉이 대행진’도 개최했습니다. 또 한 번 후퇴하는 보행정책 이러한 활동들에도 불구하고 차 없는 거리는 결국 해제되었습니다. 주말에도 대중교통이 다니기 시작했으며, 이어 서대문구청은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도 서울시에 요청했습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을 검토해보겠다며 임시로 운영을 중단하였고, 올해 1월 24일부터 연세로에 모든 차량이 통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6월까지 통행량, 상권 등을 모니터링 한 후, 7~9월 동안 분석해 10월 중 최종 운영방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으로 연세로 공동행동은 모니터링 결과와 분석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할 예정입니다. 열린 논의의 장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납득할 수 있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자동차는 정답이 아니다 얼마 전 7월 5일에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10년 평가와 향후 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발제 및 토론자들의 “연세로를 떠나서, 교통정책이 보행 활성화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자”는 발언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자동차로 인한 수많은 문제들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의 20%는 수송부문이 차지하고 있고, 증가하는 교통혼잡비용, 부족한 주차공간, 불법주정차와 이로인한 교통사고 등 지금도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단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고, 2021년 318만 대를 달성했습니다. 서울시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 자동차는 점점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겨우 500m 되는 곳에 차량이 안 들어온다고 기후위기 막을 수 있냐!”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겨우 500m로는 부족합니다. 더 많은, 더 긴 대중교통전용지구와 차 없는 거리가 필요합니다. 2021년 기준 서울시의 도로는 8,328km, 자전거 도로는 1,290km, 보행로는 1,698km입니다. 이미 자동차를 위한 도로는 이렇게 많은데, 그나마 차가 못 들어갔던 곳마저 없애려고 논의하는 사실이 슬프기만 합니다.   연세로 차량통행 허용은 단순히 차가 다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차를 이용하도록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자동차 유류세 감면, 대부분 도로건설에 쓰이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전기차 보조금 지원까지. 자동차를 위한 정책은 넘쳐나지만 정작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혜택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우리에겐 대체교통 이용자들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며, 서울시 보행도시 전환의 시작은 대중교통전용지구 확대부터입니다. 서울의 유일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연세로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기후위기
·
6
·
한량
1,458
민관 협력으로, 재난에 대응하다
최근 이상적인 기후가 한국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짧은 시간 극한 호우가 쏟아지다가, 무더위가 이어진다. 학계에서는 ‘장마'라는 말 대신, ‘우기'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장마 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쓰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 중 하나는 폭우다. 폭우는 실질적인 위협이다. 지난 15일 충북 괴산댐에 월류가 발생했다. 이는 댐에 물이 넘쳤다는 의미다. 컵 용량을 넘도록 물을 부어 물이 넘치는 것과 같다. 갑작스러운 많은 양의 비로 댐이 넘쳤고, 홍수 주의보가 발령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종자가 나타났고, 일부 사망자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계속됐다. 기후변화가 실질적인 변화와 위협이 된 증거다. 파키스탄 같은 개발도상국과 기반 시설이 부족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대한민국에서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위협이다. 이런 위기는 어느 한 곳의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고, NGO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민관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민관협력이란, 공공가치 실현을 위해 정부, 기업, 지역사회, 일반 등이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공공가치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정부 혼자선 다양한 사회문제와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 가장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이자,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는 기업이다. 아이러니하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안 좋은 뉴스 중에서 기업 경영으로 인한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기후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배출하는 막대한 탄소량, 원유 누출 사고 등 기업이 일으킨 문제를 수도 없이 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업과 함께 해야 한다. 기업의 영향력은 크다. 긍정적으로 쓰인다면, 사회와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적 재난 상황을 미리 대비해 대처하는 데 기업의 영향력을 쓸 수도 있다. 버드와이저를 생산 회사인 ‘앤호이저부시’의 경우, 적십자와 긴밀히 협업해 재난에 대비해 맥주 생산을 중단하고, 물을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물은, 허리케인 등 긴급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재민에게 바로 배송된다. 지난 2022년에는 허리케인 이안으로 인해 피래를 본 플로리다 지역에 100만 캔의 생수를 공급한 바 있다.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 리테일 역시 긴급구호를 위해 움직인다. BGF 리테일은 행정안전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국가 긴급 재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댐 월류와 홍수 피해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바로 움직여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두 개 사례는 정부처럼 큰 조직이 움직이기 이전에, 전국에 퍼져있는 기업 자원을 이용해 바로 재난에 대응하는 사례다. 또한, 만약 기업과 정부, NGO가 긴밀히 협업한다면 국가적 재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문제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질 수록 어느 한 쪽의 솔루션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조직이 함께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 민관이 협력해 재난에 대응할 체계를 구축하고, 함께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물론, 본질적인 문제는 애초 저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부당하고 바뀌어야 하는 것에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불평등, 불공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음 글에서는 기업들이 협업을 통해 어떻게 환경적, 사회적 비즈니스를 위해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런 목소리가 높아지고 많아질 때,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원인이 조금씩 제거되고, 사회 연대의 힘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기후위기
·
12
·
마공
1,477
오송 지하차도 참사, 자연재해는 없다
기상재해가 인재로 불리는 이유 *대체텍스트 있음  애도의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사람을 살리고 싶어 자연을 살려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태풍, 홍수, 가뭄, 산사태, 낙뢰 등의 자연현상은 인간을 만날 때만 재해로 일컬어집니다. 자연의 현상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인간과 충돌하지 않으려면 인간의 행동양식을 자연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고민합니다. 저에게 기후위기는 자연을 살려야 하는 절박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자연의 뜻풀이에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저절로’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자연을 해하는 성장으로 계속된 ‘힘’을 가하는 상황에서 기후위기의 피해는 인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잦아지는 기상재해는 인간 생활의 탄소배출량과 연결되어 있고, 어쩌다 우연히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 되고 있습니다. 인류세가 왔다고도 하죠. 그렇게 천 년에 한 번 올까 하는 폭우를 마주했습니다.  작년 8월 초, 인천 침수 피해로 시작해서 서울 침수 피해로 뉴스 헤드라인이 바뀌어 가던 여름이었습니다.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안일한 예방책이 드러났고, 불평등한 피해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무심코 버렸던 쓰레기와 담배꽁초로 인해 하수구 물길이 막혀 피해는 커졌습니다. 건축법 제정 당시 불법이었던 지하층 거주가 1976년 합법화되면서 반지하 주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침수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조명되지도 못하고 스러져가는 작은 생명들이 있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에는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있습니다. 나의 삶은 타인의 노동 위에 있고 타인의 노동에 기대야만 살아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후위기 대응에는 모든 주체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것과 연결되어 있고, 어떤 것을 주목해야 할지 개략적으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먼저 이상기후가 잦아지는 원인에 대해서 지구가열화의 이름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가려져 있습니다. 정치하는 노동자들은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 예산을 삭감하고, 온실가스 효과가 증폭되는 이동수단인 공항을 증설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비민주이고 소극적이며, 친자본반기후 정책 노동을 합니다. 저는 이 노동에는 기대어 살아가기 두렵습니다.    또한 비수도권의 재난은 수도권의 재난과 같지 않았습니다. 충남, 충북, 경북, 전북, 경남, 대전 등의 지역에서 공공시설 피해, 사유시설 피해, 농경지 침수 등이 있었습니다. 비수도권의 환경은 재난을 대비하는 자원이 부족합니다. 사람이 부족하고, 시설이 부족하고,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언론의 주목도 부족했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재난 상황에서 그 격차만큼 피해가 증가했습니다. 수도권 중심주의를 해체하고, 지방소멸위기 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은 재난 피해 대책 속도 차이를 줄여나가는 일과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작년 수도권 집중 호우에는 서울시의 중대재해 안전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안전총괄실 책임자 실장과 국장 자리가 공백이었습니다. 올해에는 비 예보가 봄철부터 시민들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 했는데 행정적 대비가 부족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재난관리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컸습니다. 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으로부터 하천 범람 위험성을 통보 받고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도로 통제가 되지 않았고, 도 내부에서 상향 보고가 되지 않았습니다. 환경부의 제방관리시스템 또한 재난을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수문이 닫혀 마을이 잠기고, 배수펌프장이 없고, 빗물저류시설이 없어 피해가 커졌습니다.  물길을 다루지 못했고, 인간에 의해 갇힌 비인간동물이 물에 잠겨 죽었습니다. 닭, 오리 등의 비인간동물 830,000명(命)이 죽었습니다. 비인간동물의 입장에서는 재산 피해가 아니었습니다. 대규모 밀집 공장식 축산 동물들은 갇혀 있었고, 시설 안팎에서의 예정된 죽음이었습니다.  긴급재난문자의 “대비하세요”, “주의하세요” 말은 대응책이 될 수 없습니다. 시민에게 책임을 지우는 긴급재난문자는 최선일 수 없습니다. 폭염에 대비하라는 말은 폭염에 대비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흑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폭염 사망자가 더 많습니다. 더위를 피할 공간이 없고,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비책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해야 합니다.  지난해 폭우 이후, 건축 관련 법령 개정 등을 통해 반지하 주택 건축을 제한하고, 서울시는 반지하 주거 개선 대책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반지하 거주자에게 물을 일시적으로 막는 차수판 설치를 무료로 시행했지만 소극적인 홍보로 저조한 설치율을 보였습니다. 안전을 위하는 일은 시민이 정보를 알고 선택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필수 설치해야 하는 일입니다. 저는 기후위기 대응과 안전을 만들어가는 노동과 일자리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싶습니다. 준비를 해서 피해를 최소화 해나가고 싶습니다. 산을 튼튼하게, 흙을 튼튼하게, 지반을 튼튼하게, 바다를 건강하게, 음식을 건강하게, 삶의 전반을 자연스러움으로 전환해가고 싶습니다. 호우로 인한 참사와 침수 피해는 갑작스럽고 어쩔 수 없었던 특별 상황이 아닐 겁니다. 예견되어 왔고, 앞으로도 예견되어 있습니다. 이분법적인 대책을 넘어서 연결을 살리는 방향의 고민들을 함께 해나가고 싶습니다. 다양성과 연결되는 유기체로 살고 싶은 소망과 함께, 온생명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마칩니다. *희생의 크기에 따라 주목이 달라지는 현상을 우려합니다. 재해로 인해 피해를 받은 모든 생명을 애도합니다.
기후위기
·
9
·
서로를 구하기 위한 공동행동
<기후 책>에서 미국의 과학자 마이클 오펜하이머는 뼈아프게 한탄한다. “그때 전 세계가, 특히 북반부 국가들이 조직적인 대응 조치를 시행했다면, 지금쯤 우리는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데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을 것이고, 지금처럼 무수한 재해에 시달리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1) 그때란 1986년과 1988년을 가리킨다. 오펜하이머는 1986년 미국 상원의 어느 위원회에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이 이미 위기에 처해 있음을 전했다. 2년 뒤 폭염이 미국 동부를 강타했을 때 그는 다시금 강조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 대비 60퍼센트 수준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극심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같은 해 유엔은 전 세계 수천 명의 과학자들을 조직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를 창립했다. 그러나 이 협의체의 협의는 단지 협의에 그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1988년 이후에도 탄소배출량 그래프는 줄곧 가파르게 치솟기만 했으니까. 이는 미국과 세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오펜하이머의 한탄은 지금 여기의 것이라 해도 그리 이상할 게 없다. 지금 여기라고 하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어렵지 않게 떠올릴 것이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7일, 충북 오송에서 14명이 집중호우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경북에서도 19명의 사망자와 8명의 실종자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여름에 일어났던 일이 지역만 바뀌어 되풀이해 일어났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지난해에도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7명이 목숨을 잃었고, 서울 신림동에 사는 세 여성이 물이 밀려든 자신들의 반지하 방을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했다. 내가 뚜렷이 아는 연이은 이 두 번의 여름 폭우는, 떠내려가며 울부짖던 너무 많은 동물들의 목숨으로 기억되는 여름이기도 할 것이다. 애써 감정을 누르고 말해본다. 이들 희생은 모두 기후재난으로 인한 희생이다. 책임의 부재와 재난 대비 시스템의 구조적 결여와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 입안자들의 감각의 해이로 인한 희생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같은 희생이 어김없이 되풀이될 뿐만 아니라 더 잦아지고 또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지금 여기에서도 오펜하이머와 마찬가지로 되묻고 한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때, 20년 전, 아니 10년 전에라도 이 나라가 조직적인 대응 조치를 시행했더라면 기후재난과 그 재난으로 인한 희생을 막는 데 훨씬 나은 상황이지 않았을까. 한국의 경우 2008년 7월, 일본에서 열린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위기 공동대처를 위한 G8확대정상회의>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2005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9위였고, 1990~2004년 사이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2009년에 기후변화 대책 워크숍을 열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기도 했지만, 그것은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지도, 근본 대책을 구상하지도 않은 채 그럴 의지도 없이 세워진 목표였다. 단지 보기에 좋은 숫자를 기입하고 전시해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이 당시의 정부가 말하는 선언이자 쇄신이었다.(2) 그렇게 시간만 흘려보내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이에 떠밀린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세 개 안 중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안은 한 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 또한 기업과 자본에 대한 책임과 감축의무는 명시하지 않은 채였다. 대신 현실성 없는 미래기술 개발 계획과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 대책이 그 자리를 메웠다. 위원회를 꾸리는 과정과 위원 구성 또한 비민주적이었는데, 탄소중립위원회의 주체가 되어야 할 기후위기 당사자는 77명의 위원 중 단 한 명뿐이었다.(3) 시간은 다시 흘렀다. 체감상으로는 손가락 사이로 무수한 모래알이 속수무책으로 흘러내리듯 시간이 빠져나갔다고 해야겠다. 2023년 3월 21일, 정부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본계획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향후 20년간의 기장 핵심적인 국가 계획이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14.5%에서 11.4%로 줄이고, 부족한 감축분은 원자력 발전, 국외감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로 보충한다는 내용을 이 기본계획의 뼈대로 삼았다. 이미 빠져나간 시간을 구둣발로 한 번 더 짓이기는 행보에 다름 아니었다.(4)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확실하게 억제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앞에서 어떤 나라도 노력에 예외일 순 없다. 사실 이 노력은 국경이라는 인위적 경계를 뛰어넘는 영역이라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여기의 한국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보는 그 보폭과 모양조차 문제적이므로 거듭 꼬집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나열한 온실가스 감축·탄소중립 등에 관한 형편없는 수준의 수치적 계획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넘어서는 무참한 행보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열대우림보다도 몇십 배 뛰어난 탄소흡수원인 갯벌을 파괴하고 뭇 생명들의 삶을 황폐화시키면서까지 끝내 짓고야 말겠다는 새만금신공항,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건설을 포함한 10개에 달하는 신공항 건설 계획, 고작 30년을 쓰겠다고 십수년 동안이나 동해 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만들어가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좋은 수단인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는커녕 교통요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공공성 와해시키기, 끊이지 않는 도로확장 및 대규모 토건사업, 대형 쇼핑몰 건설사업, 도심 재개발 등이 그 행보에 해당한다. 이 밖에도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지면이 모자라 멈추는 것이다. 더 나열하다 터져나오는 탄식에 삼켜지고 말까 봐 멈추는 것이다. 다시 처음의 인용 문장을 불러오고 싶다. 그때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한탄하던 문장. 한국이 그때, 20년 전, 10년 전에 바로잡지 않았기에 그때의 미래가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 바로 바꾸지 않는다면, 머잖아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때 그랬더라면... 이제라도 우리, 미래를 훔쳐 쓰는 일을 그만 멈춰야 하지 않을까. 멈추라고 더 크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아는 것과 믿는 것을 목소리로 만들고, 그 목소리를 더 큰 덩어리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뜻 있는 이들은, 몇몇 단체와 곳곳의 활동가들은 목이 쉬도록 외쳤다는 것을 소문으로, 기록으로 만나 알고 있다. 2019년 9월의 대규모 기후정의행진, 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 2023년 414 기후정의파업에서도 수천, 수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이대로 살 수 없다’고 외쳤다. 각자의 하루를 멈추고, 서로를 구하고 너머의 생명들을 구하기 위한 몸짓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 정부와 대부분의 지자체는 쉼 없이 미래 훔치기를 자행하고 있다. 그럴수록 시민들의 몸짓과 목소리는 더욱 커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공동행동이냐 집단 자살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라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더 많은 이들의 공동행동만이 위정자와 부자, 기업가들의 관성을 흔들 수 있을 것이다. 손에 쥔 모래를 씨앗으로 바꾸는 마법이 더 많은 이들의 공동행동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지금의 개발과 채굴과 발전과 자본주의의 쳇바퀴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하고 명하는 공동행동이다. 공동행동에는 스스로에게 하는 요구도 포함된다. 생산 및 처리 과정이 말끔히 사라진, 표백된 소비와 폐기의 쳇바퀴라는 생활양식에서 벗어나자는 요구. 착취와 경쟁과 성과의 시간이 아닌 돌봄의 시간을 삶의 중심에 들여놓자는 요구. 이제, 할 수 있는 안팎의 모든 것들을 스스로와 서로에게 다 해보자고 말해야 한다. 모든 것을 구하기에는 너무 늦었더라도 나머지를 포기하기에는 언제나 너무 이르니까.(5) 적어도 우리가 우리의 이웃과 함께 여기에 남아 있고, 먼 곳의 존재들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말이다. (1) <기후 책> 49쪽 문단 직접 인용, 그레타 툰베리 외, 이순희 옮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감수, 김영사 (2) <기후위기에 맞선 새로운 사회운동> 참조, 구준모, 플랫폼C. (3) 시민사회·노동계 “탄소중립위 해체하고 공대위 꾸리자” (4) 탄소중립 기본계획 최종 확정...환경단체 “전면 재수립해야” (5)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 27쪽 문장 간접 인용, 아야나 엘리자베스 존슨, 캐서린 K. 윌킨슨 엮음, 김현우 외 옮김, 나름북스.
기후위기
·
7
·
기후위기의 얼굴, 시민데이터로 마주하다.
한반도의 여름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 하루에도 폭우와 폭염 소식이 번갈아 전해진다. 기상학계에서는 500년 동안 사용돼온 ‘장마’라는 단어가 아니라 ‘우기’라는 이름으로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년간 기후변화의 여파로 여름철 강수 패턴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장마가 끝났다고 믿었던 8월 초에 중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기는 등 전국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라는 기후활동가들의 주장은 이제 더 이상 구호로만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의 얼굴은 같지 않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폭우, 폭설, 태풍, 가뭄, 홍수, 산불 등과 같은 이상기후의 영향은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욱 큰 고통을 초래한다. 특히 빈곤층, 여성, 아동, 장애인, 노인, 원주민, 소수민족, 이주민, 난민 등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 한 국가 내에서도 종사하는 산업이나 거주하는 지역, 사회경제적 능력과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1차 산업 종사자들일수록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도서 지역이나 저지대, 해안가에 사는 주민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다.  그렇다. 기후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기후정의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이 초래하는 비윤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운동이다. 기후정의는 다음과 같은 정의를 추구한다. 인종이나 성별, 소득, 문화, 특정 사회의 구성원 등과 무관하게 기후위험으로부터 평등하게 보호받고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릴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실질적 정의). 기후변화를 야기한 책임과 그로 인한 피해 간의 불일치를 교정해야 하며(분배적 정의), 기후변화로 가장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절차적 정의).  기후위기 불평등에 대한 살아있는 증언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정의를 위한 목소리는 집에 앉아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면 조용해진다.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우와 폭염의 이상기후에도 배달은 30분 만에, 하루만에 시간을 어기지 않고 도착한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불평등은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기후정의의 원칙이 보다 입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우리 삶에서 기후위기와 그 불평등에 대한 살아있는 증언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2019년 한겨레21, 녹색연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폭염 시민모니터링’을 진행했다. 129명이 모니터링에 참여해 7월22일부터 8월9일까지 각자 일터에서 노출되는 온도를 측정했다. 건설노동자, 농민, 배달노동자, 인터넷 설치기사, 가스검침원, 방문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직군의 참가자들은 기온을 자동 기록해주는 명함 크기의 온도기록계를 착용하고 출퇴근했다. 총 82명(실내노동자 31명, 야외노동자 51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외노동자의 평균 노출온도는 29.97℃로 실내노동자의 평균 노출온도 28.73℃보다 1.2℃ 높았다. 이는 동일한 온도라도 대상자의 근로환경 및 신체적 조건에 따라 폭염의 영향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며, 폭염시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폭염시 작업중지권을 법제화를 강조했다. (현행법상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실행하기란 고용관계상 실제로 어렵다.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에 대해 사업주의 제재 및 손배청구 등을 막는 규정도 필요하다.) 여성환경연대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기후 재난이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5월30일~6월12일 성인 12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지난 5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거주 공간의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사람이 54.5%에 이르렀다. ‘지난 5년간 폭염·폭우 등의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경제활동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소득 감소(13.9%), 권고사직 및 실직(6.5%), 휴직·경제활동 중지(6.4%) 등 경제적 피해를 봤다고 답한 응답자가 30% 가까이 됐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상에서 체감하는 건 수도권(4.15점)보다 비수도권(4.2점)이, 소득이 많은 응답자(월 소득 500만원 이상. 4.05점)보다 소득이 적은 응답자(월 소득 100만원 미만. 4.45점)가 더 컸다. 우리가 기후위기에 어떻게,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도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활동이다. 그린피스는 시민모니터링단을 구성해 2022년 한 해 동안 국회의원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의정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입법안과 국정감사 회의록을 통해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 관련 법안의 대표 발의 건수를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 70건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 국민의힘은 31건에 불과했다. 의석당 발의 건수로 보면 정의당이 1.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본소득당 1건, 더불어민주당 0.41건 국민의힘 0.27건 순이었다. 모니터링단에서 꼽은 주요 기후법안은 모두 계류중인 상태로 머물렀다. 모니터링단은 전반적인 의정활동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시민데이터 몇 가지 사례로 살펴봤지만, 기후정의는 더 많은 시민데이터로 확장되어야 한다. 기후정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난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정부가 수집하는 정보가 실제로 적절한지 혹은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가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는지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비롯한 시민 참여의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기후위기 불평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는 적어도 의문을 갖게 할 것이다. 지금의 이 방식이 정말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말이다.   라이더 일을 시작하고 맞은 첫 장마철,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도 그랬다. 빗물 속에서 오토바이에 앉아 울어버린 날이었다. 서울 이태원 쪽에서 남산 2호 터널을 넘어 명동까지 가는 콜이 하나 떴다. “추가금이 많이 붙었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잡아버렸어요.” 이태원에서 음식을 받고 터널은 일단 넘었는데, 터널 밖으로 나오니 헬멧 앞으로 쏟아지는 빗물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못 가겠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고, 어찌할 바를 몰라 눈물만 흘리다가 일 시작 후 처음으로 배민 관제팀에 전화를 걸었다. “‘도저히 못 갈 것 같은데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나’ 물어본 뒤, 너무 궁금해서 또 물어봤어요. ‘저기 죄송한데… 지금 이런 날씨에도 일하는 사람 있어요?’라고. 웃더라고요. ‘네, 많아요’ 하더라고요.” - [시사IN 827호 극한 기후, 극한 노동] '뜨겁고 불안하고 숨 막히는 2023 여름 노동 이야기' 중 - 
기후위기
·
7
·
esc
459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입니까?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성명서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입니까?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은 대폭 수정되어야 합니다. * 본 글은 올해 3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발표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서 수정을 요구하고자 낸 ESC 성명서입니다.    불확실한 CCUS(탄소포집이용 및 저장), 국제 감축 부문으로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떠넘기지 마십시오. 긁지 않은 복권을 믿고 미래를 맡길 순 없습니다. 산업 부문 감축 목표 축소는 기업에도, 국민에도, 지구에도 해로울 뿐입니다. 산업 부문 감축 목표는 상향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적 배출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다음 정부로 책임을 넘기지 말고, 현 정부 임기 중 최대한 많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을 받았다.”라고 한 대통령이 기후위기로 인한 전환시대에는 왜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1. 산업계의 감축 목표는 축소가 아니라 상향되어야 합니다.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부문에 가장 낮은 감축 목표를 부여했음에도 또다시 더 낮추는, 왜곡된 기업 편들기 정책은 멈춰야 한다. 감축 여력이 충분하고 탄소국경세 등 감축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대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오히려 상향되어야 한다. RE100과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정부가 우리 기업을 온실 안에 가두어 키워온 결과, 에너지 전환 시대라는 비바람에 우리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산업계 감축량을 줄이는 것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국내 산업의 고탄소 산업구조 특성 때문에 더는 줄일 수 없다고 한다. 고탄소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변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해야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탄녹위의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국가 경제와 탄소중립 실현을 진정으로 걱정한 것이라면, 산업계의 감축 목표는 축소가 아니라 상향되어야 한다.2. 떠넘기지 마십시오. 무책임할 뿐 아니라 과학적이지도 않습니다.탄녹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윤석열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매년 1.99% 줄이고, 2028~2030년 동안 연평균 9.29% 감축하겠다고 했다. 기술 등이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IPCC 6차 저감 평가보고서(WG III)는 초반에는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적어진다고 했다. 초반에는 과소비되고 있는 화석연료의 감축과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부분의 배출에서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가장 빠른 기술혁신과 대량 생산이 있었던 분야는 태양광, 풍력과 전력 저장에 필요한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분야이다. 이미 기술은 있다.이번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다음 정권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책임을 지고 감축해야 한다.3. 재생에너지는 확대되어야 하고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 신규 건설, 노후 원전 수명 연장으로 막지 마십시오.대통령은 과학적으로, 탄녹위는 합리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겠다고 했다. 과학이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국제기구인 IEA, IPCC를 비롯해 수많은 데이터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급락과 발전량 비율의 확대를, 원자력은 그 반대의 경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비용 대비 온실가스 저감 기여가 재생에너지에 비해 매우 낮음을 알려주고 있다.지난 10여 년 동안 재생에너지 전망을 실제보다 낮게 전망해 온 IEA조차도 태양광, 풍력 발전이 2030년까지 2020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핵발전은 같은 기간 단 15% 증가할 뿐이며, 주로 중국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다. 증명은 이미 끝났다. 과학기술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체제의 급격한 대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주었고, 전 세계는 이미 그 길 위에서 달려가고 있다.국내 원자력 발전비용은 세계기준에 비해 낮고, 재생에너지는 높다. 이처럼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현실은 지역적 한계, 기술의 부족 탓이 아니라 원자력을 중심에 둔 정책 때문이다. 왜 한국을 에너지 후진국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5%에서 21.6%로 대거 축소하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 선택은 심각한 오류를 만들어냈다. 각 에너지 원별 활용 비율 계획인 에너지 믹스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재생에너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러스알파(+α)까지 등장하는 궁색한 계획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해결책임을 가리려는 눈속임일 뿐이다.4. 불확실한 국제 감축분 상향 조정을 반대합니다.국제감축으로 돈세탁하듯 탄소 감축량을 세탁하려고 하는가? 감축 목표 부족분을 400만 톤이나 국제감축으로 떠넘겼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도 국제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아 2030년 목표로 한꺼번에 숫자만 넣은 상황이다. 2,000만 톤은 이미 확보했다고 말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교토의정서 체제 시 확보한 분량에 대해서는 환경 건전성을 해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들이 나오고 있다. 치사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으며, 스스로도 인정하는 불확실한 부분에 목표를 늘리는 것은 성실하게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5. 지금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에 산업계의 배출 목표를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CCUS(탄소포집이용ㆍ저장)기술은 탄녹위 스스로도 기술 확보 상용화 R&D를 목표로 하는 유효한 감축 성과가 발생하지 않은 기술이다. 불확실한 CCU, CCS 기술에 산업계의 감축분을 떠넘기는 비합리적 목표는 수정되어야 한다. 땅속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가두거나 이용하는 방식은 연구하고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석탄화력발전 및 화석연료 퇴출 계획의 수립과 실행이다. CCUS는 현재 산업 공정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일부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며, CCUS의 안정성에 최우선을 두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6. 불평등의 해소는 기후위기의 적응을 통한 기후위기 저감의 중요한 방법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합니다.27차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기후위기 피해 당사국은 차관이나 원조가 아닌 배상을 요구했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거의 없는 저개발 국가에 피해가 집중되는 현실에서 당연한 권리이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기후위기의 피해지역, 피해 당사자가 정당하게 배상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나, 법에 보장된 이들의 탄녹위의 참여조차 효율적 회의체계를 핑계로 배제되었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피해지역과 농어민, 노동자, 청년, 여성 등 피해 당사자에 대한 대책은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않았고, 예산조차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일자리와 안전한 생계가 보장되어야 한다. 보건, 교육, 돌봄 등 공공 부문 강화 정책을 시행하여,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이상과 같이 탄녹위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수정을 요구한다.2023. 4. 11.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 단체 성명 발표 절차당 법인의 내규에 따라,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라는 법인 명의 성명은 전체 회원 과반수 투표와 투표 인원 ⅔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발표할 수 있다. 이에 2023년 3월 29일에서 4월 4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회원 536명 중 303명(56.53%)이 투표, 투표회원 중 292명(96.37%) 동의하였기에 이 성명을 발표한다. ※ 참고자료 참고자료 #1. 탄소국경세에 대한 대비, 우리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이 답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규 규제가 또 하나 탄생했다.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키로 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바로 그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수입 공업품에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기준치보다 초과된 배출량에 대해 수입업자가 비용을 더 내도록 하는 제도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역내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지만, 해외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추가 관세다.    이번 합의로 적용되는 품목은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력·수소 등 6개다. 유럽연합은 내년 10월부터 이들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추가 부과하는 조치를 시범 운영한다.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비료·알루미늄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제도 시행 후 첫 3년간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시행 후에는 수출기업의 상품 생산 탄소 배출량이 유럽연합 평균치보다 많을 경우 탄소국경조정제도 인증서나 탄소배출권을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생산 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국내 철강 기업이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유럽연합 간 철강 수출 규모는 43억 달러(5조 6,000억 원)에 이른다. 알루미늄 5억 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 비료 480만 달러 등 다른 대상 품목과 비교하면 철강의 수출액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3일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을 위한 범부처 회의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철강 등 대(對) EU 수출산업이 받을 영향에 대비해 중소·중견 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참고자료 #2. 떠넘기지 마십시오. 무책임할 뿐 아니라 과학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림 1> IPCC 6차 종합평가보고서(AR6 SYR) 유엔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가 제시한 기온상승 1.5도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경로는 초반에는 많이 줄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이는 것이다. 초반에는 현재 기술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크고 과잉으로 쓰는 화석연료가 많아 줄이는 것이 수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필수 불가결하게 쓸 수밖에 없는 양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 성적이 50점인 학생이 1시간 더 공부해서 60점으로 올릴 수 있다고 해서 90점인 학생이 1시간 더 공부해서 100점으로 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림 2>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 연차별 온실가스 증감분 참고자료 #3. 재생에너지는 확대되어야 하고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 신규 건설, 노후 원전 수명 연장으로 막지 마십시오.  참고자료 #5. 지금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에 산업계의 배출 목표를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 <그림 3> IPCC 6차 정책결정자를 위한 저감 평가보고서(AR6 WGIII SPM) IPCC 6차 저감 평가보고서(WG III)는 다양한 부분에서 이미 실현 가능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비용으로 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온실가스 1톤당 비용이 100달러 이하인 탄소 저감 방법으로 2030년까지 2019년 수준보다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중 온실가스 1톤당 비용이 20달러 미만인 탄소 저감 방법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태양과 풍력 에너지, 에너지 효율 개선, 자연 생태계 파괴 감소, 그리고 메탄 배출 감축(석탄 채굴, 석유 및 가스, 폐기물) 등이 포함되었다.   이 보고서에서 핵발전과 탄소포집저장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2030년까지 핵발전과 탄소포집저장은 태양광·풍력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크기가 각각 10분의 1 정도이며 비용이 훨씬 비싸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가장 빠른 기술혁신과 대량 생산이 있었던 분야는 핵발전과 탄소포집저장이 아니라, 태양광, 풍력과 전력 저장에 필요한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림 4> IPCC 6차 저감 평가보고서(AR6 WGIII) 2020년 기준 전력원별 설치 용량의 변화율, '참조와 현재 정책(Reference and current policies)'은 지구 가열을 3°C 또는 4°C로 제한하는 시나리오 (실선)이며, '2℃와 1.5℃'는 지구 가열을 2℃ 이하로 제한하는 시나리오이다 (점선). 기온상승을 2도 이내로 막는 경우, 2050년까지 태양열(풍력) 발전 용량은 15(1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석탄 발전은 거의 완전한 퇴출(-87%)을 하게 된다. 기온상승이 2도를 넘을 경우에도 2050년까지 태양열(풍력) 발전 용량은 7.5(4.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세가 될 것이다. 한편 핵발전의 증가는 재생에너지에 비해 미비하다.    IPCC 6차 종합보고서에서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자본은 충분하지만 이를 전환하는 데 장벽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기술이 부족하고 돈이 없어 탄소중립에 도달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할 수 있다고 제시한 이 목표의 달성 여부는 정치적 의지와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참고자료 #4. 불확실한 국제 감축분 상향 조정을 반대합니다.    박근혜 정부 때 9,600만 톤, 2020년에는 1,620만 톤, 탄녹위는 3,750만 톤. 이처럼 명확한 근거 없이 큰 폭으로 감축 목표가 달라진다는 것이 국제 감축분의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표 1> 시기별 감축 목표 참고자료 #6. 불평등의 해소는 기후위기의 적응을 통한 기후위기 저감의 중요한 방법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의 대표적 예인 폭염 문제를 살펴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폭염과 관련하여 어느 계층을 대상으로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가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표 2> 폭염 민감 계층 실태조사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 '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기후위기
·
4
·
ESG 시대, 주주의 권리를 더욱 행사하기 위해선?
제목 : ESG 시대, 주주의 권리를 더욱 행사하기 위해선? ESG(환경∙사회∙거버넌스)가 여전히 뜨겁다. ESG 붐이라고 할 정도로 거세게 논의 됐던 터라, 이제는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도 없을 정도다. 그만큼 ESG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화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ESG는 활황이지만, 비교적 논의가 적고, 어렵다고 여겨지는 것이 G(거버넌스) 부분이다. 많은 언론에서 G를 지배구조로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지배구조에 한정해서 보는 건 전체 의미를 제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지배구조보다 거버넌스, 즉 의사결정체계로 보는 편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의사결정 주체에 앞서,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주인이 의사결정의 주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의 주인은 누구일까? 삼성오너일가? 이재용 회장? 어떻게 보면 맞고, 어떻게 보면 틀리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의 주인이라는 것에 신빙성이 있는 이유는, 그가 삼성전자를 경영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관련 뉴스에 항상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영인일 뿐이지, 삼성전자의 소유자가 아니다. 의사회에서 선출되어, 잠시 경영을 맡은 전문 경영인 즉, 대리인일 뿐이다. 이재용 회장이 경영 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의사회 의결을 통해 대체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결정에 표를 던지는 것이 바로 ‘주주'다. 삼성전자 주식(보통주)을 사게 되면,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가진다. 이 의결권은 주주총회에서 특정 경영 방침, 이사회 선출, 전문 경영인 선출에 표를 던질 수 있다. 기업 경영 방침은 의결권 투표에 달렸다. 누구든 주식을 사게 되면, 이 의결권을 가질 수 있고, 기업에 대한 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의결권을 더 많이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주 1 의결권 이기 때문에, 큰돈을 들여 주식을 많이 사면 그만큼 의결권을 많이 갖는다. 때문에, 대주주에 의한 의사결정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소액 주주가 판을 흔들지 못하는 건 아니다. 대표적 사태가 몇 달 전에 있었던,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의 사태다. 상황을 요약하면, 소액 주주였던 행동주의 펀드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제동을 건 사건이었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 행동주의 펀드가 소액 주주로부터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주주총회에서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기존 소액 주주들은 주식 가격을 높게 팔 수 있으니 수지맞은 기회였다. 상황이 어쨌든, 개인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사태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주주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어떻게 되는지, 또한, 소액 주주들의 기업 경영에 관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한편, ESG 시대에 주주 제안을 더욱 활발히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13일 ‘주주가치 제고 및 ESG 강화를 위한 주주제안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됐다. 논의 내용은 기후위기 시대에, 주주 제안을 더욱 활발히 하는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 제안이 활발히 되어야 하는 이유는, 소액 주주들은 총회에서 의결권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주에 1 의결권인 상황에서, 돈 많은 사람의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는 삼성전자처럼, 주주가 경영인인 상황이다. 대주주가 경영인까지 맡을 경우, 자신의 결정에 맞는 데 의결권을 행사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ESG 강화를 위한 주주제안의 개선 방안이 논의되는 이유는, 소액 주주들의 생각은 관철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소액 주주도 제안하고, 안건으로 상장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 의사결정에서, 어느 한 사람의 의견만이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자의 다양화를 이루고, 이를 통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논의되는 것이, 권고적 주주제안이다. 이는 주주 제안을 하되, 강제성은 없는 것이다.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무슨 효력이 있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다수 주주가 해당 안건에 동의할 경우 경영진은 그 의사결정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주주 가치 제고를 노리는 것이다. 만약, 이런 내용이 활발히 진행될 경우 기업의 환경, 사회 문제에 대해서 주주들이 더욱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기업이 일으키는 환경 문제(E),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이슈 등 사회(S) 이슈에 대해 주주들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시스템(G)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풀어야 할 이슈는 많다. 주주가 많다고 해도, 단타를 치는 사람들이 많고, 진득하게 오래도록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적다. 그 모든 사람을 포함할 수는 없기에,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최소 요건을 마련하고, 직접 시행에 옮기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그럼에도 주주제안이 더욱 활성화 된다면, 기업이 일으키는 문제에 제안 안건 상정과 의결권 행사를 통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 경영진이 환경과 사회를 더욱 생각하는 의사결정을 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른다. ESG 시대에, G를 어떻게 다를 지가 중요한 이유다.
기후위기
·
1
·
국민연금 투자에 국민이 집중해야 하는 이유
국민연금이 한 해 굴리는 돈은 970조가 넘는다. 이중, 140조가 국내 주식, 280조가 해외 주식에 투자된다. 국내 채권은 322조, 해외 채권은 71조, 대체 투자는 약 157조 규모다. 엄청난 규모다. 국민연금은 투자에 큰 손이다. 세계 3대 연기금이며, 국내 주요 상장사 중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지 않은 곳이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현대차, 삼성SDI, 카카오, 기아 등은 모두 국민연금이 약 7% 이상의 지분율을 가진 곳이다.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종목별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약 1,100개 이상의 국내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금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노후 보장을 위해 낸 돈이 국민연금의 투자금이다. 이 돈으로 투자하고, 수익을 올려 은퇴 후 연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때문에, 국민연금 마음대로 투자할 할 수 없다. 자신 돈이 아니고, 국민의 연금을 잠시 맡아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초, 크게 이슈가 됐던 ‘스튜어드십 코드'가 나온 맥락이다. 집을 운영하는 집사처럼, 연금을 잠시 맡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투자에 있어서 왜 그런 투자를 했는지 설명하고,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내는 모든 사람의 집사인 셈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으로서, 국민연금을 내는 모든 사람이 국민연금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노후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투자해야 할 국민연금의 투자로, 오히려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6월 20일, 핀란드 대기 환경 연구단체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한국 기후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국민연금의 ‘언행불일치' 탈석탄, 대기오염∙건강피해 요인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로 경제적 손실은 1조 4,000억 원, 사망자는 220명에 달한다. 또한, 새롭게 천식에 걸린 어린이는 67명, 미숙아 출산은 32건, 천식 관련 응급실 진료는 63건이었다.  연구진은 해당 결과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에 원인이 있다고 말하며, △공적 연기금으로서 파리기후협약에 도출된 1.5℃ 목표를 위한 적극적인 기후행동 △석탄기업 분류 정량 기준은 매출 비중 기준(발전기업의 경우 발전량 비중 기준) 최소 30%를 설정하고 지속 강화 △석탄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 활동 기준 수립 및 투명성 강화 등을 제언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5월 28일 탈석탄을 선언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런 방침이 공공성의 훼손이며, 탈석탄 제한의 구체적인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연금법 102조 4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탈탄소 시장으로 가고 있는 게 전 세계 흐름이다. 현재 비판은 국민연금의 투자가 시대적 흐름과 역행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수익 증대와 국민에게 이롭지 않다고 말한다. 수탁자의 책임이란, 맡은 기금을 잘 운용해 국민의 노후에 이상이 없고,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흐름은 탈석탄이고, 기후변화 문제 해결이다. 이 모든 것은 국민의 안정과도 연관된다.  국민연금의 기금은 국민의 돈이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국민의 노후를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국민연금은 마땅히 그 돈을 안정적이고, 국민의 노후와 안정을 위해 써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국민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낸 돈을 어떻게 쓰는지, 제대로 감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탁자가 마음대로 쓰게 된다. 국민으로서,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집중하고 주목해야 할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건강한 노후가 아닌 치명적 위험에 노출된 노후를 맞을지도 모른다.
기후위기
·
5
·
‘불평등’이라는 이름의 재난☹
영화<기생충>에서 무섭게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하던 한 가족의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이들이 사는 반지하 집은 성인 허리까지 물이 차고 화장실 변기가 역류합니다. 구정물 사이에서 중요한 물건만 간신히 챙긴 가족들은 열악한 대피소에서 쪽잠을 자고 출근하죠. 다시 맑아진 낮에 기택(송강호)은 박 사장(이선균)이 탄 차를 운전하는데, 박 사장은 무심한 얼굴로 창밖을 보며 “싸악 씻겨 내려가서 깨끗하네.”라고 내뱉습니다. 마음이 서늘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경험하는 현실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집니다. 기생충은 그 선을 눈에 보이게 드러내는 이야기였죠. 한편 기후위기는 우리에게 그 ‘선’을 피부로 느끼게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집안에서 바라보는 ‘날씨’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집 안까지 들이닥치는 ‘재난’이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요.  이런 지구기온의 변화는 재난을 만들어내고 있다. 폭염과 폭우, 한파와 폭설, 태풍과, 가뭄뿐만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대규모 ‘감염병’까지 모두 지구기온 상승과 연결된다. 지난 8월, 115년 만에 중부지방에 집중되어 쏟아진 ‘역사적’ 폭우 역시 이러한 기후변화와 연관성을 갖는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장마철을 제외하고도 폭염과 폭우가 시도 때도 없이 오고, 연평균 강수량은 30년 전에 비해 늘었지만, 강수일수는 21.2일로 줄어 사실상 ‘폭우’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한다. 이번 집중호우에 대해서도 기상청장의 말을 인용하면, “1시간에 141.5㎜ 집중호우는 기후변화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거주불능 지구🔥 우리의 주거권은?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엄청난 폭우로 강남 한복판이 마비되었습니다. 당시 물에 잠긴 고급 승용차에 걸터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남성의 사진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지며 유쾌하게 소비되었죠.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반지하에 거주하던 한 가족은 수해 때문에 집안에서 사망했습니다. 보안을 위한 방범창이 재난 상황과 탈출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치되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죠. 같은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벌어진 일이고 모두 재난으로 피해를 본 경우이지만, 도시는 한쪽에 유독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의 불평등한 영향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건강 피해는 폭염, 홍수, 폭우 등과 같은 직접적 재난이 주는 상해와 죽음 그리고 질병이다. 환기가 어렵고, 밀집도가 높은 빈곤한 주거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에도 취약했지만, 폭염과 홍수와 같은 기후 재난에도 취약하다.’,  ‘국내 온열질환 사망자 중 의료급여 환자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4배 많았던 사실은 기후위기와 그 재난이 불평등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획4] 고열로 들끓는 세계를 구출하기 - 기후위기와 건강정책의 전환 - 참여연대 - 아프게 생명을 잃고 난 뒤 정부가 재난 방지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안의 위급함에 비해 진척 속도가 더딘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재해 취약 주택을 줄이는 방안으로 반지하 주택의 신축을 금지, 현재 반지하에 거주하는 세대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수립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들이닥친 여름을 어떻게 나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현 상황이 국가에 대한 믿음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재해 취약주택 줄인다… 반지하 주택, 커뮤니티 시설 활용 등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선택지가 된 반지하는 서울 가구 비율의 5%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번 폭우에서 서울 사망자 8명 중 절반이 반지하에서 나왔다.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살아남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마주해야할 기후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알아서’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인가. [김지학의 미리미리] 기후탄력성: 주거정의와 탈성장 지난 6월 23일, 안세창 기후변화정책관의 정책 브리핑이 진행되었습니다. 환경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하여,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 전체 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는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 대책’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후 감시・예측 시스템을 보다 과학화하고 적응정보의 대국민 활용 기후재난 극복을 위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여 안전 사회 실현 기후재난 사전 예·경보 강화 등 재난 대응 역량을 높여서 국민 피해를 최소화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적 보호를 강화하고 적응 협력체계를 강화 내용이 많아 소제목으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사회 전반의 적응 인프라를 강화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행 계획으로 보강’하였다는 설명에 비해 내용은 그다지 구체적이지 못합니다. 뭔가 강화하고 확충하겠다는 것 같은데 대상이 추상적입니다. 정책 브리핑 자료를 보면 기자들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는지, 보다 자세한 내용에 대해 질문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변도 구체적이지는 못했습니다. ‘기후위기 취약계층에 대한 국가적 보호’가 서둘러 시행되지 않으면 당장 올여름부터 불안하긴 작년과 매한가지입니다.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 수립 - 부처 브리핑 “불평등이 재난이다.”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불평등을 이야기 하는 것은 사회의 어떤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발견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함이죠. 불공평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애초에 모든 인간이 평등할 수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다름을 이해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차이를 좁힐 방법을 구해내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고, 안전한 집에 살 수 있고, 중증 장애가 있는 사람도 일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우리 사이의 여러 가지 차이점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지만, 어떻게든 차이를 만회하고 모두가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입니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위한 韓美日정책 비교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대책 개선 방안(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대한민국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대책 개선 방안] 자료에서는 현행 재난방지 정책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입법과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더욱 적극적인 실태조사로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홍수나 폭염 등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재해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지원되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피부로 느껴지는데 이를 대처하는 국가의 존재는 멀게만 느껴진다면, 영화<기생충>에서 본 것처럼 보이지 않는 선에 의해 갈라진 사람들 사이에 적대감과 갈등만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후위기
·
6
·
더 이상 경제성장이 불가능한(탈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
지난 글에서 예고드린대로 ‘탈성장의 전략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려 하였으나, 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더 많이 형성되어야 탈성장 논의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성장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은 김병권님의 생태경제학 입문서인 <기후를 위한 경제학>를 주로 참고하였습니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성장이 불가능한 5가지 이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이미 제로성장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기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6%에 불과했지만, 20세기 초반에는 2.2%로 비약했고, 1950년대부터는 무려 3.7%(1950~2010)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선진국부터 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기 시작해서 미국은 현재 1~2%, 일본은 21세기 들어와서 20년째 0~1% 사이로 거의 제로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 역시 1인당 국민소득 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와서 1%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중국은 점점 떨어지고 있고, 한국은 이제 2%대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기후를 위한 경제학』에서는 “당장 경제규모를 늘리지 않고 ‘제로성장’을 시작한다고 해도 이전 연도에 온실가스를 배출한 만큼은 계속 배출할테니 글로벌 온실가스 1년 배출량인 500억톤이 기존의 누적량에 어김없이 보태진다.”고 지적합니다.   2.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경제성장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기후를 위한 경제학』에서 “다보스포럼 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파리협약 기준을 넘어서 2.0~2.6도로 진입할 경우 2050년까지 경제 손실이 GDP의 평균 10퍼센트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을 소개하고 있고, 또한 “코로나19 재앙이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3퍼센트 추락시켰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미래에 극단적인 기후재난이 경제성장률을 수시로 붕괴시킬 개연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WEF(세계경제포럼)는 올해 1월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공동작성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약 5경)이 기후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기후재난만으로도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Christian Aid의 ‘세계 10대 기후재난 보고서’에서 2019~2020년은 약 150조, 2020~2021년은 약 200조로 피해규모가 계속 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7년 태풍 ‘하비’와 ‘어마’만으로 피해규모를 약 300조원으로 추산했을 정도로 앞으로는 단일 재난으로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2년 국토의 1/3이 잠기는 대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의 경우 인명·재산 피해 규모가 57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점점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폭염, 가뭄, 산불, 홍수, 한파, 태풍, 해수면 상승 등은 그 자체로도 피해가 크지만, 식량위기나 기후난민 등의 사회적 피해로 이어져 피해규모가 연쇄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3. 현재의 무한성장 추구의 경제성장 목표는 그 자체로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여전히 많은 국제기구나 정부들이 앞으로도 매년 2~3%씩 성장할 것으로 가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2015년 기준으로 전 지구의 GDP가 약 80조 달러이고 세계경제는 약 연 3%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3%의 성장은 24년마다 경제규모가 두 배가 된다는 뜻이며, 이 성장률이 계속 된다면 2050년에 세계경제는 약 세 배, 2100년에는 열 배가 넘을 것입니다.(도넛경제학, 286) 이는 경제의 생물리학적 한계를 무시하는 발상입니다. 이렇게 큰 폭으로 늘어나는 이유는, 성장률이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한동안은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복리의 특징입니다. 지난 첫 번째 글에서도 살펴봤지만, 이미 인류는 앞으로 1.7개의 지구가 더 있어야 할 정도로 지구생태용량을 초과했으며, 지구의 지속가능한 한계인 물질 사용 한계치인 50억톤을 훌쩍 뛰어넘어 90억톤의 물질발자국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즉 지금과 같은 경제성장 목표와 전망은 불가능합니다.   4. 이미 지구가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 현재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경제는 ‘물질적 성장’을 고려하지 않고, ‘화폐적 성장’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물리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지구의 자원을 이용해 화석연료를 어마어마하게 태워 만든 에너지를 통해 상품을 생산하고 폐기했기 때문에 이제 한계가 멀지 않았습니다. 이미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지난 50년 동안 글로벌 물질발자국, 글로벌 GDP,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모두 비례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한 요한 록스트룀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26명의 석학들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9개의 “행성 생명유지 시스템 (planetary life support systems)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인간이 하나 이상의 지구위험한계선을 침범할 경우 기하급수적인 환경 변화가 일어나게 되어 대륙 또는 전체 지구가 영향을 받게 되며, 이로 인해 재앙적인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구해 보니 9가지 시스템 중 이미 4개가 한계선을 넘었고, 그 중 두 가지는 고위험한계선을 넘은 상황입니다.https://ko.wikipedia.org/wiki/...  최신 연구에 따르면, 기존의 잠재적 티핑포인트 목록을 9가지에서 16가지로 세부화했는데, 그 중 그린란드 빙상 붕괴, 남극 서부 빙상 붕괴, 광범위한 영구동토층 해빙, 래브라도해의 대류붕괴, 열대 산호초 소멸 등 5가지는 이미 티핑포인트를 통과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더욱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임계점 혹은 변곡점으로 번역되는 티핑 포인트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구 곳곳의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지점(온도)"을 말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    5. 계속 경제성장을 추구하면 부채, 불평등, 금융 위기를 낳기 때문입니다. - 자유방임주의라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 이후, ‘각국 정부는 성과를 부유층에게 유리하게 재분배함으로써 국내·국가 간 불평등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GDP가 3배 성장했음에도 40년간 평균임금의 구매력이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 줄리엣 쇼어는 이 기간의 소비증가와, 개인 부채와, 평균 유급노동시간의 매우 가파른 증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각국 경제는 성장을 위해 빚을 진 다음에는 이 빚을 갚기 위해 성장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는데, ‘전 세계 부채는 2018년 1/4분기에 24경 7,000조 달러라는 기록적 수치에 이르렀고, 이 수치는 매년 11.1%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빈국들의 부채 상환액은 2010년 이후 곱절로 늘어’났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는 성장 가속화의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지 잘 드러내 보였는데, ‘금융 위기 이전에 더 큰 GDP 성장을 보인 국가일수록 위기 중에 더 큰 피해와 쇠퇴를 겪었’습니다. 즉 성장을 추구하면 할수록 부채가 늘고, 이로 인한 불평등 심화, 결국에는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참고 자료 『기후를 위한 경제학』 : 김병권 지음, 착한책가게, 2023 - 지구 한계 안에서 좋은 삶을 모색하는 생태경제학 입문 『디그로쓰』 : 요르고스 칼리스, 수전 폴슨, 자코모 달리사, 페데리코 데마리아 지음, 우석영, 장석준 옮김, 산현재, 2021 『도넛 경제학』 : 케이트 레이워스 지음, 홍기반 옮김, 학고재, 2018  
기후위기
·
1
·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탈탄소화 전환과 지역의 과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실천했던 노회찬 5주기를 맞이해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불평등 심화 등 복합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을 나누며,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진보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는 노회찬재단 공식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됩니다👉심포지엄 안내 보러가기 http://hcroh.org/notice/462/ 탈탄소화 산업전환과 지역의 과제 남종석(경남연구원 연구위원)   1.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기후위기, 한국경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1980년대 이후 세계경제성장을 추동한 힘은 진전된 무역자유화와 자본 이동성의 증대였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통해 선진국 기업들은 자유롭에 역외투자를 실행하면서 신흥시장이 성장했으며, 교통혁명 및 통신혁명에 힘 입어 세계 경제는 점점더 상호의존적이 되고 공급망(supply chain)을 통해 공급비용은 크게 감소했다. 특히 1990년대 중국의 개방화와 함께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글로생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2009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 주요국들은 양적완화, 제로금리 정책 등 비전통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총수요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 위기가 폭발하면서 세계경제는 동시에 셧다운이 되었으며, 이는 다시 중앙은행의 발권을 통한 경기부양을 하도록 만들었다. 더불어 중국경제의 급속한 성장,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지면서 세계는 점차 경쟁하는 진영간 갈등으로 균열되고 있으며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성장을 견재하기 위해 첨단산업(ICT, 바이오 등)과 미래자동차 산업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균열되고 있으며 핵심소재의 확보, 기술적 지대의 독점, 진영내 공급망 구축 등을 위해 무역장벽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공급비용을 높여 비용인상형 인플레이션의 조건이 된다. 더불어 기후위기로 인한 주요국들의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이대로가 면 비가역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탈탄소화를 강제하며, 산업-수송체계-건물 등 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발전산업의 경우 국가에 따라 태양광발전은 전주기 균등화 원가에서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비용보아 낮아진 곳도 있지만 한국처럼 그와 같은 원가인하고 녹녹하지 않은 국가도 있다. 또한 자동차-조선-항공-건설기계 등 동력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탈탄소화는 일정에 올라있다. 철강와 석유화학 같은 탄소배출 비중이 큰 산업은 원천기술의 변화(수소환원제철)와 새로운 소재개발(코발트, 니켈, 흑연, 희토류 등의 공급망 구축 등)이 중요한 과제로 요구된다. 이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국가들은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화선연료 기반 설비의 좌초자산화로 세계시장에 퇴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산업에서 필요한 신기술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와 같은 동력체계의 변화는 제품의 기술적 기반, 생산과정 전체의 변화를 요구한다. 포괄적으로 보아 탈탄소화 전환은 한편으로 새로운 기술혁명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기존 산업에서의 비용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2. 한국경제와 지역산업의 탈탄소화 한국경제는 지난 50년간 눈부신 성장을 지속해왔다.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을 꾸준히 증가시키면서 한국은 1944~2015년 사이 1인당 GDP 성장률과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의 성장률이 가장 큰 국가가 되었다. 2005년~2018년 사이 동유럽 국가들을 제외하고 OECD 국가 중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며 이스라엘과 함께 실질임금 상승률도 가장 높은 국가였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정체 및 무역수요의 증가율 둔화와 함께 한국경제의 성장률도 꾸준히 하락했으며, 2019년 이후 세계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선진국’이 되었다. 더불어 한국은 탄소배출 비중이 높은 중후장대형 중화학공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탈탄소화 전환의 과제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동시에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라고 한다면 그것은 탈탄소화는 더 많은 비용의 청구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해상풍력을 확대할 수 있지만 ‘바람의 질’이 그렇게 좋은 지형을 갖고 있지도 않다. 더군다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필용성을 느끼지 못하는 집단이 집권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투자(태양광발전관련 금융부실 조사)를 억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주요국에서 가장 작고, 관련 제도의 전환도 지체되고 있다. 기업들은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다면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생산경로는 변경시킬 것이다. 이것은 한국 핵심 제조업의 탈산업화(역외 이탈)를 의미한다. 이미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해외직접투자 비중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RE100이 무역장벽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한국보다 이에 훨씬 앞서 있으며, 동시에 이를 무역 규제의 수단으로 사용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이고 로드맵도 구체화되어 있다. 한국은 수출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원전에 맹목이다. 기회 요인도 있다. 한국 제조업은 첨단산업(ICT분야)과 중후장대형 중화학공업(조선, 석유화학, 철강, 기계산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ICT분야가 발전되어 있어서 한국 제조업의 디지털전환은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결코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경쟁력은 테슬라를 바짝 추격하는 수준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좋다. 전기자동차에서 현대기아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과 비교해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중화학공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중국에 거의 추격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선산업에서 환경기준 강화(온실가스 규제 강화: 탄소,이산화황 등)로 인해 LNG 추진선 및 LNG벙커링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면서 조선업을 다시 살리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서 한국은 높은 경쟁우위를 나타낸다. 발전산업의 경우 가스터빈제조, 풍력터빈제조에서 한국은 추격자이지만 기술적 격차가 크다고볼 수 없다. 두산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신규주자이지만 기술진보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에서는 기계산업 및 철강산업, 소재산업이 동시에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발전산업에서 요구하는 주요 소재를 국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어서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다만 발전산업의 경우 그동안 국내수요가 부재했기 때문에 ‘실행을통한 학습’을 매개로 한 기술역량 축적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것이 지멘스나 GE, 미츠비시 등 주요 경쟁기업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뒤처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이후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철강 생산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철강산업의 탈탄소화의 기술표준을 선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할 기술적 과제가 많으며, 갈탄보다 수소공급 비용이 크기 때문에 비용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말해 탈탄소 산업전환은 중화학 공업의 탈탄소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우연하게도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술적인 선두주자이다보니 탈탄소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다시 새로운 동력체제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되며, 저가격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낼 수 있는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동남권은 앞서 논한 한국 중화학 공업의 중심지이다. 포항(제철산업)-울산(경주 포함)-부산-창원(김해 포함)-사천-여수광양으로 이어지는 단지에는 제철산업,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기계산업(발전산업)-조선산업 중심지다. 중국경제의 부상, 중위기술산업에서의 경쟁우위 약화, 전세계적인 동반침체, 업황주기 등이 겹치면서 이 지역은 지난 10년동안 제조업 음의 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에 따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 인구 유출도 지속되어왔다. 최근 동남권 제조업이 조금씩 살아나는 데는 조선산업이 부활하면서 철강수요 증대, 기계(부품)산업 수요 증가, 금속산업(2차금속)이 동반 증가하기 때문이다. 앞서 썼듯이 조선사업은 국제해사기구의 온실가스 규제 강화에 따른 것이다. 발전산업의 탈탄소화는 두산중공업 등의 침체를 이끌었지만 동시에 수소혼소터빈 개발-풍력터빈 개발 등을 통해 두산중공업은 미래성장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포스코는 음극재, 양극재와 같은 배터리 핵심소재 생산을 통해 미래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탈탄소화는 동남권 산업의 구조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풍력수요 증가는 부유체 시설, 플랜트, 터빈, 타워 등의 수요를 증가시키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탈탄소화 전환이 산업적으로 동남권의 새로운 성장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3. 무엇을 할 것인가 산업측면에서 탈탄소화는 새로운 기술혁명을 요구한다. 1찬 산업혁명은 석탁의 산업활용과 함께 시작되었고, 2차 산업혁명은 석유의 사용과 함께 성장했다. 디지털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해 그것은 3차 산업혁명(정보통신혁명)의 급진화라 할 수 있다. 반면 탈탄소화는 새로운 동력체제에 의한 제품, 제조과정, 에너지 체제 전체의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4차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산업의 디지털전환과 탈탄소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이다.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지구생태계에 가하는 위협은 비가역적인 것이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줄이는 요구는 인류전체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므로 급진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현실주의적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판단한다. 첫째, 근본주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태양광 발전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하기 위해 개발이 제한된 숲의 일부를 용도변경할 수 있다. 녹지는 국내 정책으로 조성할 수 있지만 지구온난화는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든 이에 대응해야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위험하니 신규 확대는 금지하고, 태양광발전시설은 녹지보호를 위해 제한하며, 화석연료발전은 탄소배출의 주범이기 때문에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그럼 전기는 어디서 오나! 둘째, 토건주의/대기업 비판도 가려서 해야 한다. 해상풍력이든, 육상풍력이든 대규모 단지 조성은 대규모 토건 사업과 맞물려 있으며 대기업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1GWH 설비에 약 6조원 투자)되며 REC 포함 발전단가는 매우 높다. 건설과정에서 대기업(글로벌 기업 포함)의 엄청난 이윤창출 기회를 준다. 그래도 해야한다. 대기업을 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탈탄소화 산업, 건설에 투자하도록 이윤 기회를 주되, 공공이 관리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토건이 나쁜게 아니고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반대가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셋째 비용의 지불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의 경우 태양광 발전시설이든, 풍력이든 발전단가가 화석연료 발전이나 원전보다 비싸다. (원전의 경우 ‘전주기 발전단가’가 태양광발전보다 낮지는 않을 것이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 비용 및 원전이 지닌 잠재적인 비용까지 고려하면 그렇다. 그러나 현재 원전을 통한 전기 보급 가격에는 이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발전공기업이 전기를 공급한다고 해도 국가든, 개인이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세금으로 하든, 직접 전기료로 하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릴 수 있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발전시설을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 폐쇄하거나 대폭 축소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국가 책임으로 물어서는 안된다. 국가 책임을 묻더라고 결국 가계가 세금을 내는 주체이기 때문에 가계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기후위기
·
10
·
우리가 제주를 망가뜨렸다
제주는 변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다. 혹시라도 불편하셨던 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린다. 강조하고 싶었다. 더는 우리가 알던 옛 제주 모습을 못 볼지도 모른다. 제주 생태계가 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푸른 바다는 어쩌면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제주도, 푸르렀던 바다 제주도 해안의 갯녹음을 더불어, 기존에 없던 생물 종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갯녹음은 백화현상으로,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석회가루)이 석출되어 해저생물이나 해저의 바닥, 바위 등에 하얗게 달라붙는 현상을 말한다. 갯녹음이 발생할 경우, 해조류가 서식이 어렵다. 해조류 서식이 어려움에 따라, 바다 동물의 먹잇감이 사라지고, 황폐해진다. 이 때문에 갯녹음을 바다의 사막화 현상이라고도 한다. 갯녹음 현상 제주도 해안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갯녹음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 당시 이미 제주 연안 어장 40%에서 갯녹음 현상이 발견됐다. 해조류가 없어서, 먹이 생물이 자라지 않고, 기존에 있던 생물은 먹이가 없어 살이 찌지도, 성장하지도 못한다.  또한, 연안이 아열대화되어 기존에 없던 생물이 출현한다. 독소를 가진 해파리, 바다뱀, 파란고리문어 등이다. 해당 생물들은 기존 생물들이 없어진 자리를 채우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이다. 지난 80년간 지구 온난화로 제주 해안 온도가 1.5ºC 상승한 결과다. 해안가 온도 상승 메커니즘은 이렇다. 태양으로부터 열에너지가 들어오면, 지구는 일부는 흡수하고, 일부는 반사한다. 이때 극지방의 빙하는 열에너지를 반사하는 효과를 낸다. 반면,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가스는 반사되는 에너지가 우주로 나가지 못하고, 지구 대기에 가둬놓는 역할을 한다. 열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면 그만큼 대기 온도가 상승한다. 상승한 대기는 극지방의 빙하를 녹여 반사 효과를 줄이고,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게 한다. 그 결과 온도상승과 기후변화가 더욱 심해지는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대기 온도 상승이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상상해보자. 방 안에 차가운 물이 든 컵이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입김을 불어야, 차가운 물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을까? 혹은 얼마나 방안의 온도를 높여야 차가운 물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을까? 얼핏 봐도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해수면 온도는 이미 상승하고 있고, 제주 앞바다 생태계는 이미 변하고 있다. 출처 : http://jeju.ekfem.or.kr/archives/15991  위 제주도 갯녹음 발생 지도와 실제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제주도 해안 생태계는 이미 많이 변했다. 문제는 이것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갯녹음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해조류가 없어지면 이는 또 다른 악순환을 만든다. 해조류는 CO2를 흡수하여 바다의 산성화를 막는다. 해조류가 없어지면, 이는 다시 해양 산성화의 가속도를 높인다. 해양 산성화의 무서움은 해양생물의 껍데기나 뼈대를 녹인다는 점이다. 해양 생물 껍데기나 뼈대가 되는 탄산칼슘은 높은 산성도의 물과 만나면 녹게 된다. 쉽게 말해 소라, 조개, 전복 등이 껍데기를 형성하지 못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해양 산성화는 산호초 부식을 초래한다. 산호초는 해양 생물 다양성의 필수로 뽑힌다. 산호초는 전제 해양 생물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에 불과하지만, 해양 서식지의 25%를 제공한다. 즉, 0.2%의 산호초가 전체 해양 생물 25%에게 집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2009년부터 2018년 사이 전체 산호초의 14%가 사라졌고, 그 면적은 11,700km²에 달한다. 이는 경기도 전체 면적인 10,195km² 보다 넓은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 변화는 또 다른 파괴로 이어지고, 결국은 우리 인간의 삶에 더욱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비단 제주도 앞바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우리 모두 원인을 제공한다 제주도의 문제가 비단 제주도만의, 제주도민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는 나 역시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모두 전기를 쓰고, 가전제품을 쓰고, 자동차를 타며, 쓰레기를 버린다. 이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은 이루어지고 있다. 다소 과격할 수 있으나, 우리가 하는 일이 탄소 배출이 필연적이라면, 우리는 모두 생태계 변화에 원인을 제공하고, 그 변화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 만의 생태계 변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우리가 사는 생태계의 변화라는 생각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 함께 생각을 모아 생태계 변화 문제에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으로 행동했으면 좋겠다.
기후위기
·
5
·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기후위기 시대, 녹색전환의 비전과 전략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실천했던 노회찬 5주기를 맞이해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불평등 심화 등 복합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을 나누며,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진보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는 노회찬재단 공식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됩니다?심포지엄 안내 보러가기 http://hcroh.org/notice/462/ 1. 지속가능성은 가능한가? 복합위기 시대, 지속가능성의 불가능성  ‘지구적 위험 한계’ 논의들, 특히 ‘도넛 경제학’이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도넛의 외부 경계인 ‘생태적 한계’ 내에서, 그리고 내부 경계인 ‘사회적 기초’ 위에서 ‘균형으로 찾아가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계’가 바람직할 뿐 아니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경제성장에 대한 맹신을 폐기하고, 대신 재생적·분배적 경제를 설계하는 필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대부분 나라는 인구의 기본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구적 한계를 초과하여 지속가능한 자원 사용 수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 사회에서는 녹색전환의 백래시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2022년 시행)과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2023년 수립)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그런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기후변화, 코로나19, 저성장 및 사회양극화 등 복합위기에 처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전환정치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지향적인 실험과 학습의 공간을 구상하고 실천해야 한다. 기후 관련 배출격차·생산격차 이외 다양한 수준의 전환격차를 확인하고, 전환과학, 전환운동, 전환정치 사이의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   2. 기후정의운동의 성장, 쟁점과 과제  ‘기후정의포럼’이 제시하는 ‘기후정의선언 2021’의 20가지 테제는 국내 기후정의 운동과 정치를 논의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2011년 ‘기후정의연대’ 결성 이후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과 2022년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등을 통해 기후정의운동이 조직화·대중화·다양화되고, 직접행동·비폭력 시민불복종이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외 정세 변화에 조응하면서 기후대응이 제도화·보수화되는 가운데 운동의 분화 및 급진화도 동시 진행 중이다. 기후정의운동에서 제기하는 ‘체제전환’은 ‘화석연료 문명에서 벗어나 탈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탈성장사회로의 전환’, ‘자본주의 임금노동 관계에서 벗어나 탈자본주의로의 전환’”까지 포괄한다. 그러나 담론과 실제 정책 사이의 간극 극복,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기후 거버넌스 구축, 사회운동의 작동 방식 혁신, 그리고 기후정책 역행과 잘못된 해결책(그린워싱)에 저항, 공공 부문 탈환 및 활용(생태적 공공성), 대중적·급진적 기후정의운동 형성, 탈성장·포스트성장 경제로의 전환 탐색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3. 녹색전환론의 과거와 현재  2000년대 초반부터 녹색복지, 녹색국가, 녹색복지국가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검토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생태진영-복지진영, 국가 중심-지방·공동체 중심, 녹색자본주의-녹색사회주의 등을 둘러싼 쟁점이 있지만, 최근 ‘회복탄력적 복지국가’ 등 생태위기 시대에 복지국가의 전면적 재구성과 녹색전환을 이끄는 녹색복지국가 비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편적 기본 정책’에 해당하는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녹색 헌법’, ‘자연의 권리’, ‘기후 소송’과 ‘생태학살 범죄’ 등 법률적 접근, 나아가 ‘새로운 생태사회계약’으로 녹색전환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2010년대 후반 재점화된 그린뉴딜은 탈성장과 생태사회주의 등의 다양한 사상적 조류와 교차하면서 녹색전환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특히 생태경제학, 탈성장·포스트성장과 생태사회주의 등 주류적 입장에서 벗어나 있던 대안적 제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태경제학은 지속가능한 한계선 내에서, 즉 에너지·물질 총량 제한을 전제하거나 목표로 하는 생산, 소비, 분배, 노동, 조세, 재정, 금융 분야에서 대대적인 개혁을 추구한다. 이보다 선명한 탈성장·포스트성장은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간 웰빙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경제시스템을 생활세계와의 균형을 맞추도록 설계하여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계획적으로 감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탈성장 계획 및 계획적 전환의 목표는 한계선과 우선순위 설정, 민주적 참여 보장, 노동의 재조직화와 노동시장 개편, 생산방식과 경제구조 개편, 사회적·경제적 불안정 관리이며, 이를 통해 사회-생태적 조정이 강조된다. 그리고 체제전환의 대안으로서 생태사회주의나 ‘생태사회주의적 탈성장’도 검토되고 있다. 이렇듯 탈성장론과 생태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이론과 실천의 연대는 기존의 범주를 단순히 연결하는 것을 넘어서 상호 교차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창출하는 것을 포함한다.   4. 녹색전환의 비전과 전략 모색, ‘심층 녹색전환 국가’  정의당과 녹색당 등 소수정당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정책공약은 현행 선거제도의 한계 속에서 주류정당에 위협적이지 않다. 보수적 성향의 주류정당 간의 선거경쟁에서 기후변화 이슈는 정체된 상태이며, 탈성장은커녕 생태적 현대화나 지속가능한 발전보다 경제성장이 강조되고 있다. 선거제도 개선 등을 통해 기후변화 공약이 다양한 이념 지향의 정당 간 정책경쟁 이슈로 제기될 수 있을 때, 정부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해외 녹색전환의 비전과 전략은 ‘탈성장 지향 그린뉴딜’ 종합구상과 ‘추출경제에서 생성경제로의 전환’, 그리고 ‘정의로운 도시전환’이나 ‘도시 커먼즈 전환’ 등의 개념과 사례를 통해 전환의 다중 스케일 접근을 접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인류세 또는 자본세를 살아가는 우리는, 기후 파시즘, 녹색자본주의, 그린뉴딜, 탈성장, 생태사회주의 등 잠정적 미래 선택지와 이념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게 된다. 이 지점에서 ‘이론과 현실의 간극’과 ‘운동과 정치의 격차’를 해결하고 전환동맹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틈새적 변혁, 공생적 변혁, 단절적 변혁 등 녹색전환의 경로와 전략을 통해 자율적 공간과 대안적 실험, 비개혁주의적 개혁, 대항 헤게모니 형성 등 다층적 기획이 필요하다. ‘심층 녹색전환 국가’라는 새로운 공화국은 복합위기 시대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민주적, 참여적 계획과 정의로운 전환 관리를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 질서를 의미한다. 경제성장주의 생산-분배 시스템의 역사적 모델인 전통적 복지국가의 지속불가능성을 인정하고, 동시에 전환적·생태적 공공성과 자율성의 원칙을 갱신해야 한다. 심층 녹색전환 국가는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권력관계의 적대와 경합 속에서 전환의 비전과 전략의 다양성을 전제·상정하는 공유비전과 공통지반을 추구한다. 
기후위기
·
12
·
기후악당 대한민국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제목 : 기후악당 대한민국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지난해 11월에 이집트에서 열린 제 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릴 당시, 저먼워치, 뉴클라이밋연구소, 기후행동네트워크는 ‘2023 기후변화행동 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CCPI)’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60위 최하위권에 머물며, 기후변화 대응에서 매우 미흡(Very Low)이라고 평가 받았다. CCPI는 올해로 18년을 맞은 오래된 기후변화 대응 평가 지수로, 온실가스 다 배출 국가 상위 약 60개국의 온실가스 배출(40%), 재생에너지(20%), 에너지 소비(20%), 기후 정책(20%) 총 네 가지 요소를 총합한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순위 나라는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뿐이었다. 지난 2022년에도 60위, 2021년 53위, 2020년 58위로 전체 61개국 중 항상 최하위에 머물렀다. 기후 악당 대한민국 CCPI세계 최하위,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 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하위 2위, 석탄발전 비중 상위 4위, 모두 대한민국의 수치다. 이러한 수치로 인해 환경단체들은 우리나라를 기후 악당이라고 부른다. 주저함이 없다. 실제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1인당 배출량 변화 추세를 빼면, 모든 항목에서 ‘매우 저조함(Very Low)’을 기록했다. 위 사진에 나와 있는 것처럼, 현재 추세를 제외하곤 모두 매우 저조함을 나타내는 걸 알 수 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재생에너지 비중, 에너지 소비량, 기후정책 모두 매우 저조하다. 해당 통계로 알 수 있는 건, 우리나라의 기후 정책과 활동량이 국제 흐름에 비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전 세계는 산업화 대비 온도상승을 1.5ºC 이하로 낮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이미 1.5ºC 방어는 불가능하고, 이미 깨졌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미 올해 6월 1.5ºC 방어선이 깨졌다는 뉴스도 보도됐다. 현실적으로 1.5ºC가 아닌 2ºC를 정하고,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2ºC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만약, 지구 기온이 2ºC 상승할 경우, 동토층 전체 면적의 40퍼센트가 사라지고, 수십억명에게 식량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1.5ºC가 되었건, 2ºC가 되었건 인간에게 위기인 건 마찬가지다. 위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뭘까? 캐나다 언론인 나오미 클라인은 기후 위기에 있어서, 인간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하면서, 동의하지 않는다.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텀블러 사용, 대중교통 이용 등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연합하고, 연대해서 환경 이슈에 대해 기업에, 정부에 크게 목소리를 내는 것 등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고, 국민의 권한을 잠깐 위임받는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비록 내가 하는 일이 아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되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개의 촛불은 작은 방을 비추고, 1만 개 촛불은 큰 저택을 비출 수 있다. 그리고 100만 개 촛불은 어쩌면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변화하기 위해선, 내가 변해야 한다는 것부터 인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마주 봐야 한다.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질문드리고 싶다.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는지? 각자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세종/ 2022) p.117, 127 ** 『미래가 불타고 있다 - 기후재앙 대 그린뉴딜』 (나오미 클라인, 열린 책들, 2021) p.181
기후위기
·
6
·
우리 삶은 누가 만들어 주나?
기후난민이란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을 말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잦은 가뭄과 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최근 사례로는 파키스탄이 있다.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파키스탄에는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했다. 이로인해 1,100여 명이 사망했고, 57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후 추가적인 이재민이 발생해 총 1,700여 명의 사망자와 800만 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도로, 교통, 주택 등 삶의 터전이 파괴됐고, 파키스탄은 피해복구 금액 163억 달러 한화 약 20조 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글로벌 사우스 북반구의 저위도나 남반구에 위치한 아시아·아프리카·남미·오세아니아의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을 일컬어 글로벌 사우스라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이며, 전세계 글로벌 기업과 선진국들이 저임금 노동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진출한다. 인간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옷, 커피, 초콜릿, 쌀 등 대부분 생활 필수품은 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서 만들어진다. 이들이 없으면,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앞서 파키스탄 역시 글로벌 사우스에 속한다. 개발도상국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이들 나라에는 사회 제반 시설이 부족하다. 사회 제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그만큼 위기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이들 나라에 홍수와 가뭄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나라의 사람들은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파키스탄은 그 결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기후변화에 원인 제공은 누가하나? 2021년 국가별 탄소배출량을 보면, 중국이 약 100억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27%를 차지한다. 그 뒤를 미국 약 53억 톤, 유럽연합 35억 톤으로 뒤따른다. 대한민국은 약 6억 톤으로 세계 10위의 탄소 배출국이다. 해당 통계자료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탄소 배출 대다수가 선진국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도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인구 때문이다. 실제, 1인당 탄소 배출량을 따져보면 중국은 1인당 7.6톤, 인도는 1.78톤이다. 앞서 홍수로 재해민이 발생한 파키스탄의 경우 0.85톤이다. 반면, 선진국인 캐나다는 1인당 20.62톤, 미국은 19.27톤, 독일 10.62톤, 일본 9.99톤 등을 배출한다.  해당 통계에서 알 수 있는 건, 기후변화의 직접 원인인 탄소 배출은 선진국에서 나오고 있지만, 그 악영향은 개발도상국에서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삶은 에너지 소비 삶이다. 지하철, 버스, 스마트폰, 노트북, 데스크탑, TV, 냉장고, 수도 등등 모두 에너지를 소비한다. 에너지를 소비량은 탄소 소비량이다. 누리는 게 많으면, 배출하는 것도 많다. 이렇게 수많은 걸 누리는 현대인의 삶은 과거 귀족이 노예 30명을 거느린 삶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는 제국도 노예도 없다. 하지만, 제국주의적 삶은 있고, 온갖 수모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 제국적인 삶의 양식이 계속되는 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게다가  “제국적 생활양식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 폭력성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대인에게 현대의 삶을 포기하고, 과거의 삶으로 회귀하라고 할 수 없다. 가능하지도 않고, 적절하지도 않다.  다만 그 시작은, 내가 누리는 삶의 양식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며 누군가의 희생 위에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며 말하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에게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내게 오는 제품과 서비스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떤 흉터를 남기고 오는지 인지하는 것이다. 시민 차원에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시선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 더 나아간다면 그런 문제 있음을 인지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고 있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응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사이토 다케시, 다다서재, 초판 1쇄, 2020)
기후위기
·
2
·
기후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 탈성장
지난 글에서 성장만을 추구하다 결국 기후위기, 인류문명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대표적 성장 지표인 GDP가 늘어날수록 물질발자국이 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서 지구를 더 뜨겁게 한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성장주의를 버려야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는 가능할까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탈성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탈성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탈성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오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탈성장이 아닌 것을 살펴보고, 이후 탈성장의 여러 정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 탈성장은 OOO이 아니다. (1) 탈성장은 70년대로의 회귀, 동굴에서 풀만 먹고 살기, 생산활동 없음이 아닙니다. - ‘탈성장’을 말하면 가장 흔하게 나오는 반응들입니다. 물론 현재 엄청난 규모의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일정부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종종 예전에 우리나라가 못 살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술, 제도 등 인류가 이뤄놓은 성과를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위기를 인류가 이룩한 성과들, 역량을 총 동원하여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전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CCUS’나 ‘지구공학’처럼 아직 검증되지 않았거나, 언제 상용화될지 모르거나, 현재 인류가 기대어 왔던 시스템을 성찰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들은 경계해야 합니다.   (2) 탈성장은 수동적으로 인내를 강조하는 마이너스 성장과는 다릅니다. 탈성장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달라진 경제상황이나 경제위기로 원치 않게 맞게 된 마이너스 성장과 같을 수 없습니다. 선제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면 외부충격 등에도 잘 견디며 번영을 향해 갈 수 있습니다.   (3) 성장사회와의 결별이 의미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경제성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은, 한국을 비롯한 현재 많은 국가들, 특히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하는 국가들조차 ‘녹색성장’을 주된 방향으로 삼고 있다는 점입니다. 녹색성장은 한 마디로 온실가스 배출을 하면서도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를 좀 어려운 말로 ‘탈동조화’ 또는 ‘디커플링’이라고 부릅니다. 독일이 탈동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유럽환경국이 발표한 “<폭로된 탈동조화(Decoupling Debunked)>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각국의 사례분석 결과 탈동조화가 되었다고 해도 상대적(relative)이거나 일시적(temporarily)이거나, 아니면 국지적(locally)인 수준에서만 확인되었고, 대부분은 상대적 탈동조화였다는 사실입니다. 절대적 탈동조화가 일어나는 경우에도 단기간이었거나, 특정자원에 국한되거나, 아니면 특정 지역에 한정하거나, 또는 매우 소소한 비율에 불과했다”고 보고서는 결론짓습니다. 한 마디로 절대적 탈동조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레디앙, 김병권) (https://eeb.org/library/decoupling-debunked/) 그럼 탈성장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탈성장은 OOO이다.  탈성장(Degrowth)은 단순히 성장을 멈추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의 전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럼 여러 학자들은 탈성장을 어떻게 정의하고 표현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탈성정 개념어 사전』의 저자들은, “탈성장은 무엇보다도 성장에 대한 비판을 의미한다. 탈성장은 경제 지상주의의 언어로부터 공적 토론을 분리하고, 경제 성장을 사회의 공동 목표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한다. 또한 탈성장은 더 적은 자연 자원을 이용하고, 오늘날과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반영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첫 번째는 성장에 대한 비판이고, 두 번째는 영속적인 성장을 필요로 하는 사회 구조인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라면서 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디그로쓰』의 저자들은, 탈성장은 “물질 사용량·시장 거래량 증대를 억지하는 것, 그리고 경제성장 없이도 잘 살도록 새로운 개인, 관계, 제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탈성장은 “단순한 경제 축소가 아니라, 의미 있게 살아가고, 단순한 즐거움을 누리고,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이 관계 맺고 공유하며, 더 평등한 사회에서 더 적게 일하기라는 프로젝트다. 탈성장은 삶의 행복을 개선할 수 있다.”라고도 말합니다. (3) 『적을수록 풍요롭다』의 저자 제이슨 히켈은, 탈성장을 “에너지와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계획적으로 줄임으로써 경제가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방식으로 생명세계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며 이것이 탈성장의 핵심 원리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소득과 자원을 더 공정하게 배분하고, 사람들을 불필요한 노동에서 해방시키며, 사람들이 번영하는 데 필요한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 “급진적인 재분배, 세계 경제의 물질적 규모 축소, 보살핌, 연대 및 자율성을 향한 공통 가치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탈성장은 한 개의 대안 모델이 아닌 다양한 대안의 모태이다”라고 합니다. 따라서 “탈성장의 주체는 다양한 개인으로서의 모든 사람들이고 특수하고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입니다. 이렇듯 탈성장 운동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 관련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인 IPCC 보고서에서 언급된 ‘탈성장’ 관련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IPCC 보고서에 ‘탈성장’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매우 놀랍다거나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 전 세계적 흐름   ○ 전 세계 과학자들의 움직임 “2018년 238명의 과학자들은 유럽의회에 GDP 성장을 포기하는 대신 인간의 행복과 생태적 안정성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2019년,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1만 1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세계의 정부들에게 ‘GDP 성장과 과잉으로부터 벗어나 생태계를 지속시키고 좋은 삶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전해집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 p56~57)   ○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보고서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기관으로, IPCC 보고서는 총 3개의 실무그룹 보고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영향, 적응 및 취약성을 다룬 ‘제 2 실무그룹 보고서’에는 본문에 ‘탈성장’이 15회, 참고문헌에 12회, 총 27회 언급되고 있습니다(「IPCC 6차보고서에 담긴 탈성장과 정의로운 전환」, 민정희). 이 중 몇 가지 구절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예방 원칙에 기반한 논거를 사용하여, 탈성장은 GDP와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의 의도적인 감소를 목표로 하며,(중략)” (1장: Point of Departure and Key Concepts, p.67~68)   • 대안적 지속가능성의 세계로서 탈성장 “탈성장, 포스트-성장과 기타 환경주의 학문은 포스트-발전과 같이 개발에 대한 비판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더 나은 지표가 아니라 기후 위기를 계기로, 체계적인 변화를 상상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자는 것이다.”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21). “탈성장은 경제 성장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회정의, 행복 사이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81-82).   • 지속가능 발전과 경제성장에 대해 “현재 상당히 많은 문헌들이 현재의 발전 패턴과 그 발전을 뒷받침하는 경제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하며(Washington and Twomey, 2016), 따라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줄이는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경제 성장이 반드시 무한정 지속되지는 않을 수 있다.” (18장: Climate Resilient Development Pathways, p.80)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자연에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 중에 성인이 되어도 계속해서 키가 크는 인간은 없습니다. 물리적으로 성장이 끝난 후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아닌 ‘성숙’을 하게 됩니다. 지금의 위기는 예전과 달리 ‘결핍’이 아닌 ‘과잉’에서 온 것입니다. 이제 총량을 줄일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르게 분배하고, 자원은 적게 사용하며, 함께 사용해야 할 공공재와 커먼즈를 늘리고, 생태계와는 균형을 이루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탈성장의 전략과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1. [탈성장 개념어 사전] 자코모 달리사 외, 강이현 옮김, 그물코 (2018)2. [디그로쓰] 요르고스 칼리스, 수전 폴슨, 자카모 달리사, 페데리코 데마리아, 우석영,장석준 옮김, 산현재 (2021)3.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김현우,민정의 옮김, 창비4. 경제성장과 탄소중립, 같이 갈 수 있나? [정의로운 경제] 탈-탄소경제와 불평등 해소의 결합(정의정책연구소장 김병권)5. 「IPCC 6차보고서에 담긴 탈성장과 정의로운 전환」, 민정희   *(이전 글) [토론] 성장주의와 인류의 생존,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가능할까? (시리즈 1)https://campaigns.do/discussio...
기후위기
·
3
·
성장주의와 인류의 생존,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가능할까?
우리는 현재의 분배 구조나 산업 발전을 통해 발전된 기술이 너무나도 당연한 사회에서 태어나 지금과 다른 삶을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지금의 분배구조와 고도화된 기술 집약적 삶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와 산업사회가 시작된 것은 불과 60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로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이루어 냈습니다. 원하는 곳이면 먼 곳 이어도 빠르게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발달했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클릭 한번이면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편리해 지고 있고, 우주여행도 현실이 된 현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사회를살고 있는 동안 지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1.7개가 더 필요한 지구(지구생태용량 초과의날) 1971년 부터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는 지구가 재생 가능한 생태용량을 정하고 생태용량보다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날, 바로 ‘생태용량 초과의 날’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처음 계산한 1971년에는 생태용량초과의 날이 12월 25일 이었습니다. 이미 그 때부터 우리는 지구의 생태용량을 넘어서고 있었는데요 이후로 날짜가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작년(2022년)에는 7월 28일까지 앞당겨졌습니다. 지금처럼 지구를 사용한다면 1년에 지구가 1.75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다음 세대가 사용해야할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빼앗아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균으로는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구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까요? 바로 4개가 필요합니다. 우리 나라  기준으로 했을 때는 4월 2일에 1년치 생태한계치를 초과해 버렸습니다. IPCC에서는  매년 날짜를 열흘 씩 앞당겨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성장의 한계 제2차 세계대전 후 산업화로 인한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던 1970년에, 세계 각국의 과학자, 경제학자, 교육자, 기업가 들이 모여 성장으로 인한 사회의 위기를 연구하기 위해 로마클럽을 결성하였습니다. 로마클럽은 MIT 연구소에 의뢰해서 <성장의 한계> 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과 같은 성장 사회를 지속한다면 인류는 100년 밖에 지속하지 못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다음 보시는 표는 1970년 부터 2010년까지 성장의 한계에서 예측한 그래프와 실제 해당지표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표인데요. 놀랍게도 거의 동일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습니다. 2030년에는 성장이 멈추고 사회적 혼란이 시작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것은 IPCC 보고서의 예측과도 동일한데요 이렇게 인류의 시스템을 유지하면 2030년에 1.5도를 넘어서고 티핑포인트를 넘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22년은 책이 발간된 후로 딱 50년이 지난해였습니다. 성장의 한계의 저자인 데니스 교수는 지난 50년간 되돌려놓을 시간이 있었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GDP 성장과 물질발자국 지구를 많이 사용한 것과 성장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전세계는 국가의 성장지표로 GDP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성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말하는 것인데요. 매년 작년대비 GDP성장률을 얼마나 기록했는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곤 합니다.  아래 왼쪽의 그래프는 GDP성장과 물질발자국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물질발자국 그래프는 우리가 해마다 물질을 얼만큼 사용하고 있는지를 측정한 표입니다. 표에서는 GDP와 물질발자국이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습니다. 성장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올라가고 있지만 물질 사용도 그에 비례해서 가파른 속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의 생태용량초과의 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구는 사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오른쪽 그래프는 지구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수준의 물질 사용 한계치를 50억 톤으로 추산했고 현재 이미 아득히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1900년대의 물질발자국이 10억톤이었던 것에서 한계치인 50억톤이 되는 데에 100년이 걸렸다면 50억톤에서 90억톤이 되는데에는 2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GDP가 증가한다는 것은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의 이윤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 매번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여야 합니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 하기 위해 제품의 수명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구매회전율이 높아지게 합니다.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물질을 사용하게 되고 결국 GDP가 증가할수록 물질발자국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그에 따른 물질사용과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습니다. GDP성장과 대기중 탄소농도 아래 그래프는 GDP 성장 그래프와 대기 중 탄소 농도를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GDP 성장 그래프와 대기중 탄소 농도의 그래프가 거의 동일하게 증가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0만년 동안의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80ppm을 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환경운동가들은 350ppm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고 현재는 420ppm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탄소배출량 또한 성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생산, 유통, 소비 전 단계에서 값싼 에너지가 없이는 유지 될 수가 없습니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했지만 에너지원은 한결같이 화석에너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석탄화력에너지 비중이 높습니다. 전세계 재생에너지 비율은 32%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마저도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8%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성장의 지표인 GDP는 지구의 물질을 사용하면서 상승하고, 지구의 물질을 사용하여 생산하고 소비할수록 탄소를 배출해 지구는 더 뜨거워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국가의 경제성장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GDP를 처음 연구한 경제학자 쿠즈네츠는 GDP를 국가의 경제성장지표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쿠즈네츠 박사는 우리가 기업에 돈을 낼 때 GDP는 올라가지만 상품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등 자연을 훼손하는 기업 행위는 측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학자의 경고도 무시하고 GDP를 경제성장지표로 사용한 결과는 현재의 기후위기를 당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 GDP는 당연히 올라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제성장율이 감소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야할 지구가 망가지고 있는 지금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성장이 아닌 다른 모델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아닐까요?  나가며 | 기술을 통한 성장 집착이 아닌 다른 모델이 필요하다 인간과 모든 생물들을 봐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성장을 멈추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왜 경제성장만큼은 끝없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심지어 주류경제의 대표적 기구인 IMF마저 어느정도 경제성장을 이루면 소득이 낮은계층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효과’는 완전히 틀렸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성장 할 수록 불평등과 환경 문제가 해결될거라고 말하던 쿠즈네츠의 이론도 틀렸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성장할수록 불평등은 심해지고 지구도 망가지고 있습니다. IPCC 6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금과 같은 성장과 탄소배출을 유지한다면 2100년에는 7도 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마크 라이너스는 그의 저서 <6도의 멸종>에서 4도가 넘으면 지구의 대부분이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6도가 넘으면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고 말하고있습니다.  기술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안으로 제시되는 기술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CCUS 기술 뿐입니다. 계속해서 성장하며 필요한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때 필연적으로 더 많은 물질발자국을 남기게 됩니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CCUS는 탄소포집저장기술입니다. 호주에서 5년간 시도한 결과에 따르면 2조 6600억원을 투자해 저장한 탄소는 130만톤에 불과했고, 탄소 포집, 운송, 저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과 비교하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결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장 과정에서 토양 오염과 탄소누출 사고 등 안전성 문제까지 안고 있습니다.  GDP 성장 지표는 매년 복리로 계산됩니다. 때문에 성장의 속도가 매우 빠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말은 점점 빠른 속도로 지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지구를 우리는 얼마나 더 사용하게 될까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이제는 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구를 회복시키고 인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다른 모델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성장주의에 대한 한계와 비판 속에서 탈성장에 대한 새로운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탈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다음글 : 기후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 탈성장 <참고도서> 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임스 히켈 도넛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성장의 한계, 도넬라 H. 메도즈, 데니스 L. 메도즈, 요르겐 랜더스 <참고 웹사이트> - 글로벌생태발자국네트워크 https://www.footprintnetwork.org - [한겨레] IMF “하위 20% 소득 늘어야 경제 성장”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globaleconomy/696275.html [제주의소리]불편한 진실, 부활한 ‘성장의 한계’의 40년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46228
기후위기
·
4
·
패스트패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환경 오염 관련 이슈가 논의되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그중에서도 의류 쓰레기가 일으키는 환경 문제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2022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수상작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2021년 KBS에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의류가 일으키는 환경 문제에 관한 내용으로 2022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22 방통위 방송대상 수상작] 오늘 당신이 버린 옷, 어디로 갔을까? (KBS 20210701 방송)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내용을 하나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지금 지구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옷의 양은 무려 ‘천억 벌’이라고 해요.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수치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산되는 옷이 몇 벌인지가 아닌 옷을 생산할 때 드는 자원의 양입니다. 흰색 면 티셔츠 1장을 만드는데 드는 물의 양은 무려 2,700L로 사람이 3년간 먹는 물의 양과 같다고 해요. 심지어 이렇게 생산되는 천억 벌의 옷 중 버려지는 옷은 330억벌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를 비율로 환산하면 33%니 정말 어마어마하죠? 이렇게 입지도 않은 새 옷들이 버려지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먼저 패스트패션이라는 현대 사회의 트렌드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패스트패션이란?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란 간편하고, 싸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뜻의 패스트푸드에서 파생된 단어로 최신유행에 맞는 옷이 빠르고 싸게 대량 생산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패스트패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최신유행에 맞춘 옷들이 유행을 지나면 팔리지 않아 고스란히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의류 마케팅  패스트패션과 더불어 옷이 과도하게 생겨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의류 마케팅 때문인데요, 유튜브를 보거나 웹서핑을 할 때 의류 광고가 뜬 경험 다들 있으시죠? 이런 식으로 의류업체들은 알고리즘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많은 양의 광고를 내보냅니다. 또 일부 의류 어플은 정교한 데이터 기반으로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해 인공지능이 추천한 옷을 구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옷으로 인한 환경 오염  아까 옷이 버려지는 비율이 33%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이번에는 이렇게 대량으로 버려진 옷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알아볼 환경 문제는 공기 오염입니다. 우리는 보통 항공기나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공기를 오염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 항공기나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패션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더 많다고 해요. 그 예시 중 하나로 청바지 한 벌을 제작할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자동차가 111km를 이동했을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비슷하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또 옷을 만들거나 폐기하는데 드는 탄소 배출량이 세계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라고 하니 얼마나 심각한지 감이 오시나요? 22.11.17, 한철 입고 버린 옷, 썩지 않는 쓰레기산 된다, 출처 한국경제 ▲ 산처럼 쌓인 의류쓰레기  두 번째로 알아볼 문제는 개발도상국의 의류 쓰레기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옷 중 5%는 국내 빈티지샵 등으로 유통되고, 나머지 95%는 개발도상국 등으로 수출된다고 해요.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가난하니까 옷이 생기면 좋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서아프리카의 칸타만토 시장에는 매주 헌 옷 1500만개가 도착한다고 해요. 하지만 많은 양의 옷이 도착해도 그중에서 쓸 만한 옷은 별로 없기에 도착한 옷 중 판매할 옷을 뺀 나머지 옷들은 그대로 버려져 시장 근처 강에 떠다니거나 근처 평지에 그대로 쌓여 마치 산과 같은 모습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상술한 문제 외에도 옷을 제작할 때 사용되는 염료나 표백제는 바다를 매우 오염시키고, 버려진 옷을 먹은 해양 생물들이 아파하는 등 지금도 의류 쓰레기로 인해 수없이 많은 환경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안 사례 소개  그렇다면 이런 의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쓰레기도 아름답게 변하는, 트래션쇼 ▲ 트래션쇼의 예시  먼저 외국의 사례를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최근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거주하는 10대 환경운동가들은 버려진 폐기물을 활용해 만든 옷으로 ‘트래션쇼’를 개최했다고 해요. 2022.12.04 '쓰레기를 작품으로'…나이지리아 10대들 패션쇼 눈길, 출처 뉴스펭귄  여기서 트래션쇼란 쓰레기와 패션쇼의 합성어를 의미합니다. 해당 트래션쇼는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재활용을 장려하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마련됐다고 해요.  이 쇼의 개최자들은 지역사회, 해변, 배수로 등을 청소하면서 나온 폐기물을 모아 패션쇼에 사용할 의류를 제작했습니다. 플라스틱 가방을 넓게 펼쳐 만든 원피스, 카프리썬 주스 봉지로 만든 귀걸이,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제작한 목걸이 등을 착용한 채 런웨이를 걸었습니다. 또 행사를 주최한 나이지리아 비영리단체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는 환경 오염과 기후 문제에 대한 교육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 패션쇼와 같은 오락 행사가 교육을 위한 완벽한 수단’이라 덧붙였다고 해요.  2) 옷 없이 옷을 파는, 레지넌스  다음으로 미국의 주문형 의류회사 ‘레지넌스’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주문형 의류회사라는 것이 많이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이 회사는 주문형이라는 말 그대로 주문이 들어오면 옷을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그렇기에 이 회사의 좌우명도 ‘재고 없음’이라고 합니다.  또 레지넌스에서 옷을 판매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만드는 방식 또한 친환경적입니다. 옷을 제작할 때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디지털 인쇄를 사용하기 때문에 물과 잉크가 30% 절감되며, 모든 옷에는 QR코드를 넣어 사용된 직물과 염료가 무엇인지, 물과 소비전력은 얼마나 들었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을 소비자가 알 수 있다고 해요.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입니다.   3) 안 입는 옷들로 여는 파티, 21% 파티  지금까지 외국의 사례를 알아봤으니 이번에는 한국의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파티를 좋아하시나요? 여기 의류 낭비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파티가 있습니다.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에서 개최하는 ‘21% 파티’인데요, 이 파티의 참석자들은 예전에 구매했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입지 않는 깨끗한 옷을 가져와 서로 바꿔 입는다고 해요. 재미있는 점은 가격표 부분에 가격 대신 옷에 대한 소개를 적어 붙인다는 것입니다. 옷의 종류는 무엇인지, 언제 샀는지, 몇 회 입었는지, 왜 내놓는지에 대한 이유를 짧게 작성합니다. 그래서 이 옷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고, 옷에 대한 애정도 생기며 환경도 챙길 수 있는 재미있는 파티입니다.  그리고 다시입다 연구소는 작년 4월 캠페인즈에서 ‘패션기업들의 재고 폐기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서명도 진행했어요. 해당 서명은 아직도 진행중이니 여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 들어가 서명에 참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패션기업이 ‘재고와 반품을 폐기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주세요!   4) 상품가치 없는 옷들도 팔리는, 애프터어스  다음으로 소개할 사례는 한국의 의류 브랜드 애프터어스입니다. 애프터어스는 ‘만들어진 옷들이 모든 의미를 다 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패션 문화를 지향’한다는 좌우명으로 만든 브랜드입니다. 애프터어스는 재고 제품, 미세 스크래치가 있는 리퍼브 제품과 같이 의류 자체에 문제가 없어도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옷들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선보입니다. 소비자는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좋고, 옷들도 이유 없이 버려지지 않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점이 의미 있습니다.   5) 재활용을 한곳에 모은, 서울새활용플라자 ▲ 새활용플라자에 전시된 재활용품들  다음은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소개하려 합니다. 해당 플라자는 서울시에서 버려지는 자원들을 더 새롭게 활용하는 소재와 디자인, 제조, 유통을 한곳에 모은 곳으로 전시/팝업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개방한 장소입니다. 이곳에 방문하면 위에서 소개한 애프터어스와 같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다양한 기업들의 제품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활동인데요, 쓰레기로 의자 만들기, 장난감을 분해해 새로운 장난감 작품 만들기, 고장난 시계나 자전거, 청소기를 고쳐주는 등의 다양한 행사도 열립니다.     그렇다면 의류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이렇게 지금까지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다양한 대안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최근에는 유명한 패션 기업들도 의류로 인한 환경 문제를 인지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아까 옷이 과생산되는 이유는 바로 의류회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이에 몇몇 기업들은 의류 광고 패턴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 중 자라는 “우리는 수요를 촉진하거나 과소비 촉진을 위해 광고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고, 아디다스도 “오는 2025년까지 아디다스 광고 10건 중 9건은 지속가능한 것이 될 것”이라 밝혔다고 합니다. 22.06.26, 환경 우려 부르는 패스트 패션... 해결책은?, 출처 BBC NEWS 코리아  또 얼마 전에는 H&M과 아디다스, 자라가 유기농 원료와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컬렉션을 출시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기업이 환경을 살리기 위해 폐페트병으로 만든 의류를 생산 중이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친환경적인 재료로 만든 옷을 입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요. 아무리 친환경적 원료를 사용해 옷을 제작해도 결국 전체 옷의 개수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친환경적 소재로 옷을 제작하는 것도 좋지만 초점을 전체 옷의 수요를 줄이는 것으로 맞춰야 의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기업이 생산량을 감소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소비자들의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요, 우선 의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생활화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패딩을 사고 싶다면 아까 언급한 빈티지샵에 가본다거나, 친환경적인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일상 속에서 조그만 실천을 하나씩 해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미 패딩이 많은데 환경 보호에 동참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것을 구매하면 안 된다는 것이에요. 패션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의 핵심은 그것이 아무리 친환경적이더라도 무작정 새로운 것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필요한 것만 딱 사용하고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니까요.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의식적으로 한 번씩 더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의류로 인한 환경 오염이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기후위기
·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