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기술의 미래를 시민이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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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소설책, 스릴러 영화를 좋아합니다. 오늘 부족했다면, 내일은 더 나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높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정보 공유와 소통에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가짜 뉴스와 정보 허위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개인화된 학습과 의료서비스 제공 등 산업과 사회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전망하지만 기술과 로봇이 역할을 대체하면서 실업과 복지에 대한 문제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양극화로 인한 정보 불균형, 개인 정보 보안 위험의 우려도 점점 심각하다. 정치, 경제, 교육, 일자리, 인간관계와 우리의 일상 사회의 모든 측면이 디지털 기술에 의해 재편되고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 

기술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나아가 기술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하는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기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사회에 유익을 가져다 주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역할이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기술, '시민'이 되는 기술

기술의 미래를 시민이 결정하도록 민주주의가 역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시민기술, 네트워크 사회의 공유경제와 정치>에서 조희정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ICT(Information Communications Technology)나 뉴미디어를 통해 시민은 사회 문제에 대해 창의적 해결 방안에 참여하고 공공 부문 변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시민의 협력•제안•실천하는 방식으로 시민기술을 소개한다. ‘추상적으로 보면 시민기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내가 기술을 이용해 이웃과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실천과정에서 스스로의 권리와 역할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민'이 될 수 있는 기술이다.’라며 시민기술이 정부 협력자로서 시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새롭고 다양한 기술을 시민 스스로 선택하여 기술을 매개로 더 나은 민주주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 더 나은 민주주의는 커뮤니티, 마을과 지역, 기관, 기업, 의회, 정부 등 사회의 다양한 층위에서 구성원들이 주체로 호명되고 실질적인 권한을 발휘하는 동시에 구성원들 간의 협력이 일어나는 실질적인 민주주의 상태를 구현하는 것이다. 

사회가 공통으로 신뢰하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정보공개), 스스로 생각하는 이슈와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모으며(캠페인, 청원),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문제에 대해 대안과 해결책을 스스로의 여건에 맞게 협력하여 실험하고 활동하며(커뮤니티, 액션그룹),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건강한 대화를 나누고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론화하는(시민주도 공론장, 미디어, 소통과 신뢰를 위한 기술), 그리하여 공론이 기관의 정책 수립, 법 개정, 예산 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기관 주도 공론장) 이 모든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시민이 있어야 한다. 

기술의 미래가 사회에 유익한 방향이 되도록 시민이 이끌기 위해서는 시민기술이 확대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2018년 TED 콘퍼런스에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IT 기술의 혁명적 발전은 독재를 더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라며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집중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 경고한다. 덧붙여 기술은 사람이 기술을 이해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하라리 교수의 경고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시민이 이에 대한 민주적 통제권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시민들의 소유와 경영으로 과정과 결과 모두 공공을 위한 것으로

시민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시민이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다. 그 사례와 의미를 플랫폼 협동조합을 통해 상상해본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플랫폼을 구성하는 참여자들, 즉 플랫폼 개발자, 서비스 제공자, 이용자, 노동조합, 지역사회가 주인이 되어 플랫폼 운영방향을 함께 결정하고 수익을 공정하게 공유하자는 사회운동이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이용자와 구성원들이 플랫폼의 소유와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구조를 제공하여 이용자들은 플랫폼의 발전 방향과 운영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여기며, 구성원들이 함께 미래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지역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노력한다.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이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노동자의 권리와 같은 윤리적인 부분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만을 우선시하는 것과 달리 플랫폼 협동조합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공공을 위한 책임 있는 기술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과 노동자의 복지는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자본이 부족하고 조합원이 적은 플랫폼 협동조합으로선 독점적 특성의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플랫폼 협동조합의 설립과 발전을 위한 투자와 자본을 위한 금융수단도 충분하지 않다. 많은 한계와 어려움으로 아직 국내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의 사례가 많지 않다. 하지만 공공재와 자원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플랫폼 협동조합의 방향은 기술과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이을 수 있는 시도임에 분명하고, 더 많은 사례와 가능성이 필요하다.  

 

기술의 미래는 우리의 미래다

디지털 기술은 분명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이 나타나고 혁신을 말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주권이 누구에게 있느냐,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 것이냐 이것이 미래를 결정한다. 기술의 미래는 민주주의 미래다. 바로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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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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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되는 글입니다.

'미래'는 공공재니까요. 장벽을 최대한 허물고 평등하게 논의되면 좋겠습니다..

이 글의 제목에 매우 동의합니다. 기술도 우리 사회의 결과물입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의 방향은 기술과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이을 수 있는 시도임에 분명하고, 더 많은 사례와 가능성이 필요하다" 특히나 공감합니다. 

연구자 또는 기업을 대상으로 만든 '아실로마 AI원칙'을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현 사회에 맞춰 구성된 '기술을 대할 때 유의해야 할 태도나 윤리'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 필요한 다양한 대화의 장을 빠띠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날, 그리고 미래에는 더욱더 우리 모두에게 밀접하게 닿아있는 문제인데, 그 심각성만큼 다양한 단위에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그 위기와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중요하고, 우리가 주위에 어떻게 확산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시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좋은 읽을거리, 생각할거리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키 비회원

"기술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나아가 기술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하는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 "기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사회에 유익을 가져다 주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역할이다." 라는 부분이 인상 깊습니다. 기술을 막연하게 보고 두려워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나 어려워 하다보니 무의식중에 '기술'을 제어할 수 없는 타자로 여기고 대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게 다루고 있는건 아닌가. 결국 기술의 미래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 것이 '우리' 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되었습니다. 

기술 독점을 독재와 연결하는 부분에서 발전된 기술로 가공/수집된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 과거의 언론 통제로 정보를 통제하는 것과 비슷한 문제를 만들어 나갈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거리 생협으로 인해 우리사회에 먹거리 기준이 많이 달라지게 된 것처럼 플랫폼 협동조합으로 인해 기술이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사실 시민들에게 매우 밀접한 기술에 대한 문화가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플랫폼 협동조합은 이용자와 구성원들이 플랫폼의 <소유와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구조를 제공하여 이용자들은 플랫폼의 발전 방향과 운영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급격한 사회변화가 추동되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 기술' 개념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대한 시민사회 차원의 대응을 의미하며, 그것이 민주주의에 핵심적임을 함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은 기업/자본이 플랫폼을 소유하여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플랫폼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유력하고도 중요한 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기술이 공동체에 이바지해야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지금껏 공공 영역에서 수행된 작업물들은 왜 시민들이 함께 소유하는 느낌을 주지 못했는지 의문도 들구요.

저는 플랫폼 협동조합이 사회운동으로 이어지는 구절이 인상 깊어요. 

자본이나 특정 기관/단체/인물이 소유하는 플랫폼이 아닌, 시민이 함께 가지는 플랫폼이 정말 필요하겠어요. 

"이 모든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시민이 있어야 한다." 공감합니다.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공공을 위한 책임 있는 기술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과 노동자의 복지는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이라는 방안이 인상적입니다. 기술의 소유와 관리부터 민주적으로 진행한다면, 분명 기술을 악용하여 반민주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