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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는 통화녹음처벌법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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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배우고 씁니다

  얼마 전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여당 11명의 의원이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녹음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타인 간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를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과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제시한 것인데요. 윤상현 의원은 “(현행법은)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발의의 배경을 밝혔습니다.  

  한국 현행법상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라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도 녹음하는 것이 합법입니다(제3자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했을 경우에는 불법이지만, 사용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증거로 인정한 판례 존재(BBC뉴스 코리아 2022.9.14)). 윤상현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음성권’은 구체적으로 명시된 개념은 아니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 재생, 녹취,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음성권은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헌법 제10조 제1문)”라고 밝힌 하급심 판결이 있었습니다(BBC뉴스 코리아 2022.9.14). 

  그러나 여론은 이를 두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공익제보와 약자를 위해 통화녹음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윤상현 의원이 제시하는 통계(한길리서치)와 미디어트리뷴이 공개한 통계(리얼미터) 결과 사이에 간극이 있어 논란은 더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김정환 JY법률사무소 변호사 “개정안에 따르면 통화 녹음은 위법수집증거가 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 “본 법안은 결국 ‘권력자 막말비호법’”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검사장 “일상에서 상대방으로부터 녹음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본권 침해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문수정 변호사 “통비법 개정안은…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된 것"



김정환 JY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화의 상대방은 이미 대화의 내용을 들었는데, 이것을 녹음하면 처벌하겠다는 발상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언급된 내용을 기록물로서 남길 수 없게 하는 해당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공개나 유출이 아님에도 녹음 자체를 처벌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개정안에 따르면 통화녹음은 위법수집증거가 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지적하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녹음은 보통 사회적 약자가 부당한 대우나 압력에 대항해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발의된 개정안이 별다른 예외조항 없이 통화 녹음을 “일률적으로 법으로 금지”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고故 이예람 중사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이 중사 사건에서도 이 중사와 유족들의 녹음이 범죄피해와 관련한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강조합니다(법률신문뉴스 2022.9.15).  

사단법인 오픈넷도 논평을 통해 해당 개정안 발의에 반대했습니다. “대화란 하나의 사건이며, 녹음은 이러한 사건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결과물로 진실 증명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비슷한 논지의 주장을 전개합니다. “사건을 기록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진실을 기록하고 알렸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는데요. 과연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개정안인지 의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치인들이 통화 녹음이나 메신저 내용의 공개를 통해 본인들이 무책임하게 내뱉었던 말들이 도마 위에 올라 곤혹을 치르는 사건이 많아지면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며 개정안 발의의 배경을 밝힐 필요가 있음을 주장합니다. 결국 “이를 녹음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고자 하는 본 법안은 결국 '권력자 막말비호법’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죠(아시아경제 2022.8.29).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검사장은 현실, 특히 언론계에서 통화 내용의 녹음이 어떤 식으로 악용되고 있는지를 지적합니다. 특히 이것이 주로 언론에 보도되는 과정에서 “통화 내용 중 전후 맥락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은 채 공표되면 진의나 진실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통화 내용이 ‘공표’되는 과정에서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명확한 것도 아니”고,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으며, “명예훼손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면서 문제점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공표하는 측에서는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공적 감시 기능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 “동의없는 녹음행위는 개인의 음성이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침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격권 등의 헌법상 기본권과 함께 자기정보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통화 녹음을 포함한 녹음의 제공 등의 행위는 “이러한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민사적 책임을 넘어 일정한 경우 제도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경상일보 2022.2.14). 

발의 당시 찬성 측 패널로 참석한 문수정 변호사는 윤상현 의원이 “도촬 못지 않게 큰 문제가 되는 도록, 즉 불법 녹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근거를 제시한 것에 동의하면서 “몰카는 휴대폰으로 촬영할 때 ‘찰칵’ 소리가 나고, 촬영할 때 특유의 동작이 있어서 상대방이 방어할 여지가 있지만, 녹음은 몰래 하더라도 이와 달리 방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요컨대 통화 내용 녹음이 더 ‘취약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적어도 몰카에 준하는 정도의 문제의식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따라서 “단순히 음성파일만 공개했을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음성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방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개정안을 유지하되 “전반적으로 동의 없이 상대방이 음성을 녹음했을 경우 이를 금지하되 위법성조각사유를 명문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예외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법조신문 2022.9.13). 



통화내용녹음금지법, 시민주도 공론장에서 논의하자!

기술 발전에 따라 개인의 사생활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통화내용녹음방지법도 이러한 논의의 일환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요. 윤상현 의원은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가열되자 “조항이나 단서를 추가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다만 이 수정안에 대한 비판 역시 속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결국 녹음본이 공개되고 유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들을 중심으로 통화내용녹음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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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내용녹음은 사회적 약자와 공적 이익을 위해 허용되어야 해요! 음성권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개정안을 보완해야 해요!

기본적으로는 필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방법이죠. 그러나 무조건적이기보다는 조금 더 보완책을 찾을 필요는 있다고 봐요.

통화내용녹음은 사회적 약자와 공적 이익을 위해 허용되어야 해요!

갑질, 성범죄, 부패와 비리, 통화녹음이 없었다면 입증해 잡아내기 힘든 범죄들입니다. 음성권의 구체화에 동의하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 부분을 조금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성권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개정안을 보완해야 해요!

통화녹음이 보통 약자들이 사용한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녹음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말에도 동의가 됩니다. 개정안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음성권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개정안을 보완해야 해요!

취지에 공감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성범죄, 명예훼손 등등이 벌어질까봐 우려가 되네요. 구체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통화내용녹음이 허용되면 좋겠습니다.

통화내용녹음은 사회적 약자와 공적 이익을 위해 허용되어야 해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녹음 금지 주장은 주장 자체로는 공감할만한 부분이 있지만, 어떤 주장이든 그 주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는 일상이 촘촘하게 구조적/제도적으로 권위주의적으로 조직화 되어 있는 편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기 위해서 가질 수 있는 무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음성 녹음은 이를 위한 핵심 무기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한국적 맥락에서는 통화내용녹음금지법을 추진하는 이유가 힘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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