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폭력

[연구원정] 안전한 이별은 정말 여성만의 문제일까요?
들어가며 지난 여성운동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호주제 폐지부터 불법 촬영 법률 제정까지 여성운동을 통해 여성의 인권에 대한 제도와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새로운 여성혐오 문제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친밀한 관계(연인, 부부) 간에 일어나는 폭력(신체 폭력, 언어폭력, 폭행, 성폭력, 강간 등) 문제입니다.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의 문제로 대표되는 친밀한 관계 폭력은 여성의 건강을 침해하고 일상의 불안감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남성이 죽인 여성은 최소 138명입니다. 19시간에 1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범죄의 동기로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1위를 차지하죠. 그만큼 친밀한 관계 내에서 여성의 ‘거부 의사'는 살해를 정당화하는 주요 이유가 됩니다.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스토킹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의 교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만 9565건으로  전년 신고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스토킹 처벌을 위한 관련 법과 제도는 발전하지만, 여성이 느끼는 일상의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제 20~30대 여성들은 “안전한 이별"을 일상의 권리로 인식합니다. 젠더 폭력을 일상에서 여실히 체감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득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왜 남성들은 “안전한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남성들에게 “안전한 이별은" 상관없는 문제일까요?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은 왜 남성의 문제로 연결되지 않을까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문제가 일어날까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사전 탐구가 필요합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왜 일어날까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선 원인부터 살펴봤습니다. 크게 4가지 영역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인식과 문화 교육 법과 제도 언론 첫 번째 인식과 문화 영역에서는 통제와 폭력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위계적 남성 문화와 여성을 도구화하는 성차별적 문화로 세분화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교육 영역에서는 제도적으로 시행하는 인권/성교육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제도 특성상 충분한 교육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며 관계 맺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 하나의 분야로 법과 제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폭력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제도와 조치는 미비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제도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언론이 폭력을 보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해 사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사적 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 정도로 축소하고 왜곡하는 뉴스나 기사 말이죠. 써놓고 보니 새삼 놀랍습니다. 하나의 사회 문제에 이렇게 많은 분야가 원인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요. 솔직히 말하면 맥이 탁 풀렸습니다. 이렇게 많은 원인이 있는데 연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하지? 연구로 해결이 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한숨은 나오지만, 꾹 참고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미치는 영향들을 적어봤습니다. 모든 사회문제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그 이후에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니까요.  이 문제를 연구 주제로 고민하게 됐던 가장 큰 이유가 여성의 일상 불안감이었습니다. 젠더 폭력은 여성의 생명과 정신/신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뿐더러,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사회적 안전망(경찰, 법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렇게 한 번 낮아진 신뢰도를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폭력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통해 유사 범죄가 증가하고, 이것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화가 퍼지는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사람, 들리지 않는 사람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매우 빠르게 번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불안감이 증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폭력의 경험은 한 사람을 다르게 바꾸어 놓습니다.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그 이후의 새로운 친밀한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어쩌면 아예 새로운 관계를 맺기 두려울 수도 있고요. 그런데 관계는 늘 상호적입니다. 친밀한 관계에 놓인 파트너가 불안감을 호소하면 그 영향은 동시에 상대 파트너의 문제가 됩니다. 이것이 여성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남성이 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느껴야 하는 이유입니다. ‘너’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고, 동시에 ‘나’의 문제니까요. 이 부분에서 연구하고 싶은 주제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깐!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연구하기에는 생각보다 정의 내려야 하는 범위가 넓습니다. 우선 ‘친밀한 관계’에도 종류가 많습니다. 친구, 연인, 부부 관계를 생각하면 쉽지만, 가족과 파트너 등등 다양한 인간관계 형태를 고려했을 때 더 구체적으로 범위를 좁혀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연구의 주제 키워드를 ‘교제폭력'으로 수정했습니다. 교제폭력은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정서적·경제적·성적·신체적 폭력을 말합니다. 그럼 왜 데이트폭력 대신 교제폭력으로 설정했을까요?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이라는 표현은 공권력이 개입하여 처벌해야 할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하여 연인 사이에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로 가볍게 비칠 우려가 있어 ‘교제폭력’으로 용어를 바꿔 사용한다고 합니다. 선행 연구 등 연구를 위한 자료를 찾아보면 ‘데이트폭력'이라는 키워드가 훨씬 더 많이 등장합니다. 다만 제가 하고자 하는 연구는 사회 운동에 기여하는 연구입니다. 어떤 언어로 문제를 부르는지에 따라 그 영향력은 크게 달라지죠. 나름 ‘세상을 구할 연구'를 계획하고 있느니 운동적 의미를 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연구는 여성의 교제폭력으로 인해 겪는 불안감이 남성의 교제 만족도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어떤 연구가 있었을까? 모든 연구는 크게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합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다 보면 “네가 생각하고 있는 연구는 이미 누군가가 했을 거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죠. 대신에 기존의 연구를 탐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의 연구 문제를 뾰족하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제폭력'에 대해 어떤 학문 분과에서 어떤 연구를 해왔는지 키워드 중심으로 찾아봤습니다. (교제폭력, 데이트폭력, 불안감, 친밀한관계폭력, 젠더폭력, 관계만족도) 교제폭력을 연구하는 학문 분과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크게 5가지가 있습니다. 여성학: 젠더와 여성에 대한 연구 주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는 학과입니다. 교제폭력을 연구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가장 많습니다. 법학: 주로 데이트폭력에 대한 처벌 규정과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제폭력을 신고하고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체계를 경유하는 여성의 경험이 담긴 연구자료들이 있습니다. 사회심리학: ‘친밀한 관계'에 대한 정의를 가장 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의 경험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자료가 많습니다. 사회복지학: 세부 연구 분야로 여성복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로 ‘가정폭력'을 중심으로 선행 연구가 많습니다. (보건)간호학: 여성이 경험하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에 주목한 연구가 있습니다. 이렇게 조사하고 보니, 각 학문 분과마다 ‘교제폭력'을 중심으로 특색있는 연구들이 나뉩니다. 여성학과 사회심리학은 제가 하고자 하는 연구를 위해 가장 많은 선행 연구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학습 계획 그럼 앞으로 어떻게 조사를 이어나갈까요? 우선 연구 주제가 ‘관계'에 맞춰져 있는 만큼, 여성과 남성의 친밀한 관계(교제 관계)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특히 과거의 경험이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말이죠. 그리고 더 크게 확대해 한 사람의 생애 중 폭력 피해 경험이 추후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탐구할 계획입니다. 전반적으로 ‘과거 경험 → 요인 형성 → 현재 관계 형성→ 관계 영향'의 구조에 대해 조사하겠네요. 마무리하며 왜 여성이 겪는 문제는 여성만의 것으로 인식될까요? 우리는 일상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서로 연결되어 사회가 구성되는데 말이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변화를 인지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연구하려고 합니다. 행동까지 가기 전에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발견하고 알리기 위해서요. 제가 하고자 하는 연구가 세상을 단번에 바꿀 수 없을지라도, 변화를 위한 땔감 또는 성냥불 하나 정도는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고문헌] “지난해 친밀한 남성이 죽인 여성 최소 138명… 공식 통계도 없다” <여성신문> 2024.3.8 “‘스토킹 범죄 신고’ 2년 연속 최고치 찍나···처벌 강화했는데 왜?” <경향신문> 2023.9.14 한국여성의전화. 데이트폭력 대응을 위한 안내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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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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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 손’ 논란, 본질을 흐리는 건 누구인가
‘넥슨 집게 손 논란’ 들어보셨나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넥슨에서 제공하는 유명 게임 ‘메이플 스토리’의 캐릭터 홍보영상이 새로 공개되었는데, 영상 속 캐릭터가 ‘집게 손’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을 작업한 스튜디오의 한 직원(A 씨)이 개인 SNS에 ‘페미니즘’을 여러 번 언급한 점으로 미루어 이것이 의도된 표현이라고 판단, 넥슨과 해당 스튜디오에 거센 항의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비슷한 이슈에는 대체로 발 빠르게 대처했던 기업답게 넥슨은 바로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입장을 냈습니다. 어떤 이들은 넥슨의 빠른 대처에 감명받았고, 어떤 이들은 너무 섣불렀다고 말합니다. 넥슨이 공식 입장을 내면서 결국 온라인상에서 만들어진 ‘페미 직원의 의도된 혐오 표현 삽입 가설’이 큰 힘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넥슨의 뒤를 이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스튜디오에서도 입장문을 게시했는데요. 그러고나니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직원이 의도임을 인정했다’라는 이야기까지 떠돌았습니다.  ‘인정했다더라’라는 정보는 유저들의 분노를 더욱 들끓게 했습니다. 그리고 유저를 분노하게 한 책임은 아래로, 아래로 위임되었습니다. 넥슨에서 외주업체로, 다시 특정 직원에 대한 공격으로 점점 날이 선 분노가 쏟아졌죠. 업체는 한 차례 더 입장을 내며 해당 직원이 퇴사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직원은 아직 재직중이며, 퇴사했다고 발표한 것은 직원들을 보호하려는 조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낯선 사람들이 사무실을 찾아와 A 씨가 어디 있는지 묻거나 다른 직원들의 사진을 촬영하는 등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여러 상황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업체는 영상 속 문제가 된 장면을 작업한 담당자는 온라인상에서 지목된 A 씨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SNS에 ‘페미해줄게’라고 선언하는 여성으로 그려지던 작업자는 사실 40대 남성 (B 씨)이었습니다. 물론 남성이 남성을 혐오하는 일도 있겠습니다만, 작업 의도는 전혀 달랐습니다. B 씨의 SNS를 조사했다는 사람은  없었고요. 업체가 밝힌 바에 따르면 문제가 되었던 장면은 ‘캐릭터가 왼손으로 반쪽 하트를 만들면 손에서 하트가 나오는 연출’을 의도로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업의 특성상 작업자 개인이 의도를 가지고 특별한 손동작 같은 것을 그려 넣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케치부터 전 과정을 작업 감독과 원청의 담당자까지 다수의 인원이 검수하고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23.12.04] 넥슨 다른 ‘집게 손가락’도 남자가 그렸다···입 연 뿌리 - 경향신문 뜬구름도 잡을 수 있다 일부 유저들은 특정 순간을 포착한 한 장면을 보고 -> 캐릭터의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 -> 해당 영상을 제작한 넥슨의 외주 스튜디오 밝혀낸 뒤 -> 그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영상과 직원들의 개인 SNS를 조사 -> SNS에서 ‘페미니즘’ 언급한 직원을 발견 -> 그 언급을 ‘의도’로 해석한 뒤 이슈를 확산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벌어졌고요. 처음에는 작은 의심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더해지고 보태지면서 확신으로 흘렀죠. 이 과정에서 모인 분노는 타겟 색출에 열을 올립니다. 그리고 진상조사부터 책임까지 몽땅 외주를 맡겨버린 넥슨은 분노를 더 좁은 한곳으로 몰아넣는 역할을 했습니다. 페미니스트 직원이 남성 혐오를 조장할 목적으로 영상에 프레임 단위로 ‘집게 손가락’을 넣는 것은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분노는 이것을 가능한 일로 상정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흔히 “뜬구름 잡는 소리 한다”는 말을 하는데요. 실시간으로 이슈가 부풀고 왜곡될 수 있는 환경에서 다수의 목소리는 뜬구름도 잡을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전해지는 뉴스를 그대로 믿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드는군요. 넥슨이 바로 ‘손절’했던 이유 ‘특정 성별을 혐오할 의도로 집게손가락을 그려 넣었다’는 생각은 콘텐츠를 외면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공급자는 유저를 붙잡기 위해 ‘강경 대응’같은 입장을 내놓게 됩니다. 소위 ‘페미 묻었다’고 말이 나오는 작품이나 작업자를 배척함으로써 유저의 심기를 달랬던 일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메갈리아’라는 커뮤니티의 등장으로 시끄러웠던 2010년대 후반을 한참 지나온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관행입니다. 이번 사건은 의혹으로 시작한 것을 넥슨이 공식 입장을 통해 빠르게 사과하면서 기정사실이 되어 일이 더 커졌습니다. 콘텐츠의 최종 권리와 책임을 갖는 원청에서 해당 장면에 혐오가 표현된 것으로 규정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는 꼴이 된 것입니다. [23.12.01] ‘집게 손가락’ 향한 빗나간 손가락질…넥슨은 못 이긴 척 ‘여혐’ 거들었다 - 경향신문 업계 밖의 목소리도 한몫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고 몇몇 정치인들은 영상 속 캐릭터의 손 모양이 나쁜 의도를 띈다는 의견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장면을 그린 사람과 연출 의도가 전혀 다른 것이었음이 밝혀진 뒤 뱉은 말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장 의원은 "온라인에서 페미니즘을 공격하기 위해 조장되는 억지 논란 자체도 문제이지만, 공적인 권위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억지에 과도한 권위와 정당성을 부여함으로 인해 결국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일은 그로부터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어 왔다"라며 "자신의 정치적 언행이 사회에 가져오는 파급력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입을 닫고 있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23.12.05] 넥슨 사상검증에 동참한 의원들, 해명도 반성도 없다 - 오마이뉴스 언론의 부채질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수준입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나 개념조차 이해하지 않고 논란에 살만 더하는 글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개인 SNS 정보와 실명 등을 ‘나무위키’에 따른 정보라며 기사에 언급합니다. 보도 윤리는 고사하고 사실확인조차 되지 않은 내용을 옮겨적기 바쁘죠. 물론 이런 글을 쓴 사람들도 이 사태의 무게를 전혀 나눠지지 않습니다. 2021년, GS25의 이벤트 포스터에 들어간 집게 손가락 그림이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언론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났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취재도 팩트체크도 없이 익명성을 기초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출입처로 삼아 자극적인 소수 의견과 일방적인 문제 제기를 보도하는 것은 직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한 뒤 “언론은 온라인 여초·남초 커뮤니티 내의 현상만을 보도하는 행태를 멈추고 다각도로 사안을 취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은 “언론이 상업적 키워드로서 ‘여성과 남성의 대결’이 ‘잘 팔린다’는 학습이 된 것 같다”며 “기업도 억울한 피해를 보도록 해선 안 되는데 이를 구경하고 방조하고 부추기는 보도는 결과적으로 논란에 가담하는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21.06.04] “여초·남초 커뮤니티 출입처 삼는 취재 행태 멈춰야” - 미디어오늘 ‘게임업계 비상’ 등의 보도 문구는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하는 듯 다른 콘텐츠에 대한 전수조사까지 이뤄지면서 게임업계 다른 노동자들이 억울한 업무를 짊어지기도 했지요.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한 넥슨 직원이 프레임 단위로 ‘손가락’ 검열 업무를 하느라 겪는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올라왔고, 이것은 다시 언론에 의해 퍼졌습니다. 그림을 그린 당사자가 혐오를 의도한 연출이 아니라고 주장했음에도 불이 붙은 분노의 방향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하청업체로서 원청의 요구대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스튜디오 측 주장에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는 대답을 내놓습니다.  [23.12.07] 게임업계 남혐 논란 점입가경...뿌리 측 본질 흐리기에 넥슨 직원 반발 - 아시아에이 본질은 뭘까요? 분노한 사람들이 여전히 사건을 비난하는 이유는 콘텐츠에 ‘혐오 표현’이 들어가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슈 관련 기사나 영상의 댓글을 보면, ‘남혐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모든 혐오에 반대’한다는 의견들이 보입니다. 의도가 아닐지언정 어떤 요소가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유발한다면 수정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렇다면 콘텐츠 전수조사의 대상이 집게 손가락에 한정되어선 안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노출이 너무 심하지는 않은지, 대사에 장애인이나 이민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옛날 게임만 그랬을까? 슬프게도 이 시스템은 2017년의 게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붕괴3rd’는 현재 구글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권에 오른 액션 모바일 게임이다. 이 게임엔 여성 캐릭터를 성희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메뉴 화면에 있는 여성 캐릭터의 가슴, 배, 허벅지, 사타구니, 팔, 머리를 찌르면, 캐릭터가 “하지 말라”고 말하거나 부끄러워한다. 찌를 때마다 ‘호감도’가 올라가고, 캐릭터의 능력치가 증가한다. 게이머는 강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좋든 싫든 캐릭터를 성희롱해야 한다. 이런 기이한 게임 시스템의 바탕에는 ‘이 여성이 말은 싫다고 해도 내게 강간이나 성추행을 당하면 쾌감을 느낄 것이다’라는 왜곡된 믿음을 전파하는 강간문화가 있다.  [17.12.25] '여혐 재미' 가르치는 게임들 - 여성신문 본질은 쉽게 가려지곤 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지만 손가락으로도 본질은 가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몇 가지 당연한 부분이 잘 보이지 않게 가려져 있습니다. 일터에서 일어난 일로 사생활을 침해받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회사는 직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는 신체 구조상 가까이 붙어있죠. 주먹을 쥐었다 펴는 동작에서 한 프레임만 캡처하면 남혐 표현이 만들어집니다.  11월 28일, 한국여성민우회는 기자회견을 위해 개인 연명을 받으면서  취합한 의견을 문서로 공개했습니다. 9,429명의 목소리가 정리된 문서를 보면 많은 사람이 ‘평등한 게임 문화’를 소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집게 손가락에 분노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이 게임업계에서 혐오가 사라지길 원합니다. 게임업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하려면 넥슨처럼 영향력이 큰 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넥슨은 직원을 동원해서 게임 속 집게 손가락을 찾을 게 아니라, 평등한 게임 문화를 위해 책임 있는 행보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 논란을 멈춰라:  게임 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 몰이를 규탄한다>  기자회견 연명에 동의한 25,511명의 시민들 중  9,429명이 작성한 의견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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