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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연속기고] 3. 저는 사기꾼의 빚을 대신해서 갚고 있습니다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 2023년 2월 28일, 첫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가 남긴 말입니다. 그 후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졌습니다. 피해자들의 죽음, 절규, 투쟁으로 2023년 5월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제대로 된 피해 구제와는 거리가 멀고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방치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전국 곳곳에서 새로운 피해 소식이 터져나오고, 기존 피해자들은 빚으로 빚을 돌려막거나 빚을 더 내서 피해주택을 떠안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4·10 총선을 앞둔 지금도 제대로 된 피해 구제 공약과 대책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이에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직접 호소하고자 합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공약과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관련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가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받아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답해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피해를 회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저는 전세사기 피해자이자 '선순위 임차인'입니다. 이는 피해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 순위로 배당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제3자가 피해주택을 낙찰받으면 낙찰자로부터 모든 보증금을 회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선순위 피해자'는 손쉽게 전세사기 피해 회복이 가능한 걸까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현실입니다.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시절이 지나고 우리들 모두 깡통전세, 업계약 등으로 시세보다 많은 보증금과 이자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경매 투자자 입장에서 이는 큰 부담일 것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시세가 2억인 주택을 경매로 사려는데, 추가로 낙찰자에게 승계되는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 3억을 인수해야 해서 2억은 배당으로 받더라도 추가로 1억을 더 임차인에게 지급해야 한다면 시세보다 1억이 비싼 3억을 주고 낙찰을 받으시겠습니까? 저라도 입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그러니 선순위 피해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피해주택을 셀프 낙찰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지원대책은 바로 '경락자금' 대출과 '특례채무조정'입니다. 경락자금이란 경매낙찰 시 필요한 자금을 말하는 것으로 여러 대출 상품들이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특례채무조정은 HF(한국주택금융공사)와 SGI(서울보증보험)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은 피해자가 피해주택 경공매 이후에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경우 보증기관인 HF와 SGI가 대출금을 우선변제하고 피해자는 이를 최장 20년간 무이자로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즉, 경락자금 대출을 받아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계속 내거나 특례채무조정을 통해 임대인이 갚아야 할 빚을 긴 시간에 걸쳐 갚아나가는 것입니다. 그나마 경매 신청 시 낙찰 대금에서 보증금 금액만큼은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간주하는 '상계신청'이 가능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결국 선순위 피해자들에게 남은 것은 원치 않았던 피해주택과 임대인이 갚아야 할 '빚'에 추가 '빚'까지 떠안는 일인 셈입니다. 전세사기라는 곪아터진 상처가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는 '빚'이라는 '빨간약'만 처방하고 있습니다. 기존 전세대출에 또 새로운 대출을 받거나 대출로 대출 이자를 갚으라는 그 잘난 '빚+빚' 정책이 지금의 전세사기 특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빚더미 정책이나마 지원을 받으려 해도 또 다른 난관이 있습니다. 바로 SGI(서울보증보험)의 무지막지한 행태입니다.  모든 것은 SGI의 비공개 공문으로부터 비롯되었다 SGI의 전세대출은 대출 실행 전 임대인에게 '질권설정'을 진행합니다. 질권이란 한 마디로 돈을 받을 권리입니다. 이 질권은 등기부등본에도 기재되지 않고 보증서로서만 존재합니다. 질권이 설정되면 경매 배당 시 선순위 임차인보다도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낙찰자가 확정되고 경매가 거의 종료되는 '배당기일' 직전까지도 배당요구(질권행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알기 어려웠습니다. SGI나 대출을 받은 은행에서 설명을 들은 적도 없습니다. 한 번 생각해봐주십시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서 피해주택이 경매에 넘어갔고, 도저히 보증금을 받을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최소한이라도 피해를 보전하고자 경매에 참여한 피해자의 입장을 말입니다. 이 피해자는 경락자금 대출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특례채무조정만이 유일한 선택지입니다.남은 마지막 희망은 보증금과 낙찰 대금을 상계처리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당장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라도 확보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이자로 조금씩 대출금을 갚아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은행이 뒤늦게 배당요구를 하는 경우, 피해자의 보증금은 상계처리가 불가능해집니다. 경매가 이미 진행된 만큼 입찰보증금(낙찰가의 10%)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이미 잃어버린 보증금을 어떻게든 구해와서 현금으로 일시납하지 않는 한 다시 해당주택의 경매에도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즉, 또 다시 대출을 받거나 집을 포기하거나입니다.이런 문제가 제기된 것은 작년 11월 경이었습니다. SGI는 당시 전세사기 피해의 경우 당시 질권자인 은행이 질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SGI가 은행이 가입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라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렇게 되면 앞서 말한 특례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는 데에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경매 개시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은행에서 배당요구를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SGI는 공문을 통해 은행에 엄포를 놓은 것입니다. 은행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전액을 배당받으면 이는 은행의 책임이므로 은행의 책임 소재를 따져보아 지급했던 보험금을 재청구할 수 있다, 전세사기피해주택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배당기일까지 배당요구를 하라는 경고였습니다. 이런 공문을 받은 은행 입장에서 어떻게 배당요구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심지어 이 공문은 은행에게만 배포된 비공개 자료여서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피해자 누구도 저 내용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은행에 변제할 보험금 지급을 줄여보겠다는 악덕한 심보를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공문 한 장에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선순위이면서 다른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 피해자들에게는 특례채무조정 제도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그것을 틀어막은 것입니다. 최저가로 낙찰 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 다른 대출을 이용하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하는 분도 있었지만 그조차 어렵습니다. 공문 내용을 미리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얼마나 더 긴 세월을 경매에 매달리라는 것입니까? 또 고금리 대출을 더하라는 말입니까? 8회차, 10회차, 또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유찰을 반복하며 올라가는 경매비용 역시 큰 부담입니다. 이미 긴 시간을 피말라가며 기다렸던 피해자들에게는 온전히 버텨내기 힘든 시간입니다. 그동안 많은 전세사기 피해자 분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선순위 임차인 분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SGI에게 묻고 싶습니다. 특례채무조정 하나만 바라보고 버텨온 사각지대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아닙니까? 선순위 임차인도 같은 피해자입니다.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마시기 바랍니다.SGI는 전세사기 특별법 취지에 맞게 질권설정의 계약이라는 이유로 은행에 피해자에 대한 배당요구를 하도록 종용해서는 안 됩니다. 비공개 공문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고 은행 역시 배당요구, 채권신고를 철회하여 피해자들이 낙찰대금으로 상계신청을 진행하고 채무조정이 가능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이미 대다수 선순위 피해자들은 돌려받지 못한 사기꾼의 빚을 대신해서 갚고 있습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투잡, 쓰리잡을 뛰며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것만이 피해자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부디 잊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 전세사기 피해자 강승현 님 -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가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받아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으며, 캠페인즈에도 중복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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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연속기고] 2.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아직도 '감옥' 같은 집에 갇혀있다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 2023년 2월 28일, 첫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가 남긴 말입니다. 그 후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졌습니다. 피해자들의 죽음, 절규, 투쟁으로 2023년 5월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제대로 된 피해 구제와는 거리가 멀고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방치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전국 곳곳에서 새로운 피해 소식이 터져나오고, 기존 피해자들은 빚으로 빚을 돌려막거나 빚을 더 내서 피해주택을 떠안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4·10 총선을 앞둔 지금도 제대로 된 피해 구제 공약과 대책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이에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직접 호소하고자 합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공약과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관련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가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받아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답해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여전히 암흑 속에 있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재호입니다.  애석하게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안녕하지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피해자로서 살아가는 매일이 안녕하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 전세사기 특별법이 마련되었지만 막상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피해자 지원 신청의 문턱을 넘기지 못한 경우도 있고, 피해자로 인정받아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제약이 너무 많습니다. 심지어 건물 관리 등 추가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회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하고 6개월마다 특별법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약 없는 약속이 방치되는 동안 피해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우선 피해자들이 제일 바라는 방안은 '선구제 후회수'를 통한 보증금 회수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보증금 전액이 아니라 최우선변제금 수준으로 회수하는 개정안조차도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투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현재의 전세사기 특별법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는 너무도 잔인한 방안만을 제시합니다.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세살라'에 이어서 '빚내서 피해주택을 떠안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존 빚에 추가 대출을 더 받으라는 것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정책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피해주택에 머무르고 있는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관리되지 않은 건물에 침수, 누수, 역류, 단전, 단수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입니다. 소방시설, 보일러, 승강기 등 시설 안전 관리에 수리 비용까지 피해자가 고스란히 책임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관리비를 성실히 납부하였음에도 임대인의 세금 체납과 관리업체의 미납으로 전기세가 연체되어 공용 전기가 단전되고 한전에서 독촉장을 받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임대인이 계약한 관리업체가 있어서 문의를 해보아도 업체 또한 연락이 두절되거나 조치를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접 수리를 진행하려고 해도 경우에 따라 몇백, 몇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 대체 어떤 전세사기 피해자가 이를 선뜻 부담할 수 있을까요.일반적으로 건물에 문제가 발생하면 집주인 즉, 임대인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는 그 당연한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피해주택에 '갇힌' 피해자들이 '감옥'인 주택에 대한 관리까지 떠맡고 있는 실정입니다.또다시 피해자들에게 '알아서 하라'니 경공매 과정에서도 피해자들은 이중 고통에 시달립니다. 보증금 회수를 포기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피해주택을 낙찰 받으려고 하면 낙찰금 마련이라는 숨 막히는 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 이미 전세대출 이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어, 추가 대출을 받고자 은행을 방문하면 그조차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존 전세 보증금 대출을 일시 상환하여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서 피해주택 경매에 내몰린 것인데 기존 대출을 갚을 돈이 어디 있을까요? 그 돈이 있었다면 원치 않는 집을 낙찰 받을 이유가 있을까요? 심지어 낙찰가의 10%는 현금으로 일시에 납부해야 합니다. 목숨과도 같은 전 재산, 보증금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에게 다시 그 목숨을 알아서 마련하라는 소리입니다. 너무나도 절망적입니다.이것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1년 가까이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생겼으니까 해결인 것 아니냐고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보증금 회수와 주거 안정과 같은 일상 회복보다는 빚더미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빚에 빚을 더하는 정책 대신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변을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전세사기 피해자의 상당수가 20~30대 청년과 신혼부부들입니다. 2006년부터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300조 원 가까이 쏟아부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결혼과 출산을 예정하고 있는 청년들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나라의 주역으로 살아갈 세대입니다. 이들이 지금 전세사기 문제로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전세사기 문제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300조 그 이상을 투입하더라도 출생률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일상과 안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아직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빛을 그리려면 어둠이 있어야 하고, 어둠을 그리려면 빛이 있어야 한다."전세사기 피해자가 된 이후 마음을 다잡기 위해 매일같이 되뇌는 말입니다. 저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지금의 어둠이 더 밝은 미래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 힘든 상황을 버텨 낼 수 있도록, 저희가 쓰러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저희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재호-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가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받아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으며, 캠페인즈에도 중복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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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연속기고] 1. 반지하 살며 모은 전 재산을 한순간 잃었습니다.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2023년 2월 28일, 첫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가 남긴 말입니다. 그 후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졌습니다. 피해자들의 죽음, 절규, 투쟁으로 2023년 5월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제대로 된 피해 구제와는 거리가 멀고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방치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전국 곳곳에서 새로운 피해 소식이 터져나오고, 기존 피해자들은 빚으로 빚을 돌려막거나 빚을 더 내서 피해주택을 떠안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4·10 총선을 앞둔 지금도 제대로 된 피해 구제 공약과 대책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이에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직접 호소하고자 합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공약과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관련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가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받아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답해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함수훈입니다.  행복하고 기쁜 날이어야 할 추석 연휴, 저는 전세사기 소식을 접했습니다. 집주인에게 아무리 전화를 걸어보아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반지하 방에서 살며 모은 3천만 원과 전세대출 1억 원, 열심히 일해서 모은 전 재산을 한 순간에 잃었습니다.단 한 번도 전세사기라는 불행이 저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습니다.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 사례로 떠들썩할 때에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일부 피해자들만의 이야기라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전세재난'의 먹구름은 우리 모두의 삶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전세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시기를 정부와 국회에 다시금 간곡히 요청드리려고 합니다.기러기 아빠로 생활하다 어렵게 구한 가족들과의 보금자리를 빼앗긴 분,아버지의 사망보험금으로 마련한 전세보증금을 잃어버린 분, 전세사기 피해를 겪고 유산까지 하게된 분, 그리고 결혼을 더 이상 꿈꾸게 되지 않게 된 저까지 많은 피해자들이 한 마음으로 외치는 요구가 있습니다. 바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입니다. 그 중에서도 '선구제 후회수' 조항이 왜 필요한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설명드리고 싶습니다.재난에 일상을 빼앗긴, 전세사기 피해자들 전세사기 피해자가 직접 보증금을 회수하려면 개별 피해자들이 일일히 경공매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경매신청부터 배당요구종기, 배당순위, 기일입찰 등 처음 들어보는 절차, 용어, 각종 서류를 파악하는 것만 해도 버거운 일인데 그 시간이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또, 상속문제와 국세 및 지방세 체납으로 경매가 진행되지 않거나 전세사기 피해주택으로 투기를 일삼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대체 왜 피해자들이 이러한 부담을 감당해야 하나요? 피해자 대부분이 재난에 일상을 빼앗겼습니다. 매일매일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피같은 보증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더 큰 고통을 경험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간단히 말해서 공공이 나서서 개별 피해자들의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고 이후 보증금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경공매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절약됩니다. 벼랑끝에 내몰린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주세요피해자들이 보증금 전액을 돌려달라는 하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기준으로 하면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피해자에게 주택임대차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금액인 최우선변제금 수준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그저 벼랑끝에 내몰린 피해자들이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달라는 것입니다.지난 2월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요구 건이 의결되자 국토교통부는 '수조 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의 실태조사 보고서를 참고하여 계산해본 소요 예산은 이와 전혀 달랐습니다(관련 내용).전체 피해자를 2만명이라고 가정할때 최대 370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공공에서 최우선변제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일부만 회수하더라도 그 비용은 훨씬 줄어든다고 합니다.  정부에게 묻고 싶습니다.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만 이렇게 가혹하십니까? 부동산PF 부실채권에는 수조 원을 지원하면서도 왜 '혈세'라고 하지 않습니까? 과거 금융위기 시기 부도임대아파트 채권을 매입한 사례가 있음에도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만 안 된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생각입니까?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이어져야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까?지난해부터 저와 전국의 피해자들은 정부와 국회에 꾸준히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세사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계속해서 외치겠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실효성 있는 전세사기 피해 예방 및 대책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이제는 부디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 경기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함수훈 부위원장 -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가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받아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으며, 캠페인즈에도 중복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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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대란 1년, 정치권은 응답하라!
2022년부터 본격화된 전세사기 대란이 평범한 사람들의 주거권을 위협하고 있다. 월 주거비를 줄이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잠깐 머물러 있을 집을 구하고자 전세계약을 체결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경매·공매가 진행되어 집에서 내쫓기고, 전세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도 빼앗기는 등 생존의 위협을 겪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023년 6월 1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2024년 2월 21일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1만 3천명에 달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지, 수만명의 피해자들 일상은 어떻게 복구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특별법 제정 및 정부대책 덕분에 전세사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지금까지 피해자 인정, 피해자 지원대책, 보증금 회수방안 모두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24일 보신각에서는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렸는데, 작년 2월 28일에 처음으로 세상을 떠난 전세사기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직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약 300명의 피해자와 시민들이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온 피해자들은 저마다 어느것 하나 눈물없이 들을수 없는 절절한 사연을 공유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보도자료)  총선이 다가오는 이 때, 각 정당은 계속해서 거리로 내몰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조속한 일상회복을 위해 어떤 논의를 해야할까? 1.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을 요약하자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피해자에게 금융지원, 경공매 지원을 통해 빚을 빚으로 돌려막거나, 빚을 더 내서 피해주택을 떠안으라는 대책이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보증금 회수 대책은 전무하고, 그나마 있는 금융 및 주거안정 대책도 별도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일선 지원기관, 은행 등에서 상담 및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피해자들은 약간의 시간을 벌어주는 대책 대신 보증금을 국가에서 먼저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그 비용은 시간을 들여 회수하는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외쳐왔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2023년 12월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특별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법제사법위로 회부했으나, 법제사법위에서 제대로 심사가 되지 않았고, 지난 2월 27일에 민주당 및 녹색정의당 등 야당이 합심하여 전세사기 특별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월 29일 본회의에는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했고, 총선 이전 본회의가 추가로 개최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특별법 개정안의 처리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피해자들은 총선 이후 본회의가 열리기를 손꼽아 기다려야하고, 그마저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70% 이상은 2030 청년들이고, 각 정당에서 이 사회를 이끌어갈 청년층을 귀중히 여긴다면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을 잊지 않아야 한다. 특히, 야당에서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한 목소리로 외치는데 비해, 정부와 여당에서는 피해자를 위한답시고 피해자 면담 0건, 특별법 개정안에 결사반대하는 기만적인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 지금이라도 피해자를 면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시민사회-각 정당-정부 등을 한 곳에 모아 협력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다가구주택 피해자, 불법건축물 피해자에 대한 세밀한 대책도 발표해야 한다.   2. 전세사기 예방 및 관리감독 방안 수립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전세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감독하는 방안도 심도깊게 논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인-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과 전세 관련 금융대책을 재점검하는 것, 전세사기에 대한 처벌 기준을 현실화하는 것 등이 있다. 먼저, 임대인-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은 여전히 심각하다. 대표적으로,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은 계약 체결 후 임대차계약 개시 전까지만 열람할 수 있다. 계약 후에 체납세액을 확인해서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수천만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 전에도 임대인의 세금 체납액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임대차계약이 개시된 이후 임대인의 변동 시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고, 임차인에게 전세계약을 종료할 권리와 이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다면 임대인의 세금 체납내역, 신용도, 자기자본 등에 대한 정보를 등기부등본에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로, 전세 관련 금융대책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전세대출 시, 집값의 80%까지는 정부에서 보증했기 때문에 은행에서 심사를 꼼꼼히 할 유인이 없었다. 정부에서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 비율을 하향해서 은행들이 전세대출에 대한 심사를 꼼꼼히 하고, 문제가 생기면 은행도 손실을 일부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세가는 매매가의 70% 이하로 설정하고,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의 채무로 반영하는 등 전세보증금 거래가 제대로 된 금융정책의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세사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범죄수익, 은닉재산 환수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피해금액이 5억원이 넘지 않는다면 범죄에 합산되지도 않고, 가중처벌해도 최고 15년형밖에 선고할 수 없다. 그리고 은닉한 범죄수익·부당이득을 몰수하거나 추징하는 절차도 현실적으로 여러 난관이 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안이한 대처,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전세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KBS에서는 전세사기 가해자 중 약 45%는 실형을 면하는 등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피해자의 인식과 수사·사법기관의 온도차는 여전한 상황이다. (관련 보도) 더 이상 전세사기로 돈을 벌고, 감옥에 몇 년 갔다오면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전세사기 가해자에 대해 수십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그 재산을 신속히 피해자들에게 반환할 수 있도록 법령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맺으며 : 전세지옥에서 탈출하는 길, 세입자 주거정책에 달려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간절한 바람은 전세를 떠나서 안정적인 주거를 누리며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벗어나서도 안정적으로, 적정한 가격에 거주할 주택이 없다면, 작금의 전세지옥 탈출은 영영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전세사기가 벌어진 이후에 대학가 중심으로 월세 100만원 시대가 열리고, 상대적으로 전세사기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진 아파트 전세수요가 급증하며,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신규 주택이나 오피스텔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모두 전세사기 대란의 풍선 효과로 볼 수 있으며, 집을 소유하지 못한 서민, 청년층의 주거여건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모든 사람들에게 월세-전세-(아파트) 매매라는 ‘주거 사다리 환상’을 주입하며 세입자 주거정책을 도외시한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이제는 더 이상 모래성같이 부실한 대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표준임대료 공시와 보증금 및 임대료 통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권리 보장, 양질의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의 사회주택 확충 등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 수립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4월 총선을 통해 꾸려질 제 22대 국회에서는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세입자가 괜찮은 주거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입법, 정치 활동이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주인이나 임대사업자가 과잉대표되지 않고, 국민의 절반인 세입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지금보다 더 많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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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4)
* 본 토론문은 8월 24일 청년 아고라 '청년 주거 빈곤, 무엇이 문제인가' 에서 발제한 내용으로, 원제는 '평생임차세대의 주거빈곤' 입니다. 각주 등이 반영된 원문은 https://docs.google.com/docume...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 9월 5일 '시민공익데이터 실험실' 2기 공론장에서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6. 점유안정성 : 세입자의 불안한 지위  1) 점유 형태 (1) 전연령대와의 비교  20대 월세 가구주(56.9%), 전연령대 평균(23.4%)의 2배 넘어  청년 가구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가 비율이 낮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20대의 자가 비율은 12.9%, 30대는 39.0%, 40대는 56.6%, 50대는 63.3%, 70대 이상은 76.4%이며, 전연령 평균 자가비율은 57.3%였습니다. 청년 가구 중에서도 20대는 전세(25.1%)보다 월세(56.9%) 비중이 2배 넘게 높았고, 30대는 전세(29.0%)와 월세(27.6%) 비중이 비슷했습니다.  특히 20~24세의 월세 거주 비율은 71.7%로, 가장 월세 거주 비율이 낮은 70~74세(13.5%)의 5.3배에 달합니다.  청년 가구, 전연령대 중 전세 임차 가구 비중이 가장 높아  주목할만한 점은 전세 형태로 살아가는 가구의 비중이 다른 연령대보다 현저히 높다는 것입니다. 40,50대는 전세 거주 비율이 각각 17.2%, 12.4%였고, 60,70대이상은 각각 9.2%, 7.5%였습니다. 연령대별 전세 거주 비율 평균이 15.5%인 것을 감안하면 2030 청년세대의 전세 거주 비율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청년 가구 구성에 따른 점유안정성의 차이 극명  청년 1인 가구는 보증부 월세, 청년부부 및 부모동거가구는 자가  박미선 외(2022)에 따르면, 청년 1인가구는 보증부 월세 59.4%, 순수월세 8.2%로 월세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 청년 부부가구는 자가(42.3%) 및 전세(37.0%) 비중이, 부모동거 청년가구는 자가(75.1.0%) 비중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청년층이 어떤 가구 구성으로 주거를 꾸리고 있느냐에 따라 점유 안정성의 차이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부부, 부모동거, 1인이라는 가구 형태의 특성에 끼치는 어떤 영향요인이 해당 가구의 점유안정성에도 긴밀히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아파트에 사는 청년부부가구, 단독주택이나 오피스텔에 사는 청년1인가구 청년부부가구의 주택 유형은 아파트(73.4%)가 가장 많았고, 청년 1인 가구는 단독주택(49.9%),이 가장 많았습니다. 종합해보면 청년부부가구는 자가,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고 저소득 비율이 감소하는 반면, 청년 1인가구는 월세, 단독주택 거주 비중이 높고 저소득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주거를 선택하는 요소와 주어진 여건이 서로 상이한 집단일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2) 세입자 권리 보호 체계 부족 : 전세사기, 깡통전세, 보증금미반환 (1) 중개 과정  “계약 전에 국세체납확인서도 확인했고, 등기에 근저당 없는 것도 확인 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세입자한테 피해가 갈 일 없는 집인 것처럼 저를 안심시켰고, 근저당 관련 특약도 썼습니다. 대항력 생기기 전까지는 근저당 없을 거고 위반 시에는 계약을 해지하겠다고요. 계약 당시에 이미 임대인 보다 비싼 돈을 내고 전세로 들어가는 상황이었지만, 매매시세나 공시지가 라거나 깡통이라거나 하는 얘기는 일절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보증보험에 대해서도 가입 가능하니까 그냥 신청하면 된다고 했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주택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세입자는 공인중개사로부터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받지 못합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중개대 상물확인설명서를 통해서 위반건축물 여부, 등록임대주택 여부, 등기부등본 등을 근거로 한 소유권과 권리관계에 대한 정보와 그에 따른 해석, 심지어 벽의 균열과 누수 여부까지도 중개사를 통해 확인받고 설명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의무사항이라 위반 시 영업정지 등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라는 걸 민달팽이유니온 주거교육에서 처음 들어봤다는 세입자 청년들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빈번한 일입니다.  (2) 보증금 미반환, 전세사기  “계약할 때 보증보험은 필수로 가입해준다고 계약서 특약사항에 적었어 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집주인이 들어주질 않고 있어요. 연락은 물론이고 전화, 문자, 카톡 다 답이 없어요. 계약했던 부동산도 연락이 정말 안 되지 만 어쩌다 연락이 닿으면, 경매가 진행되어도 선순위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만 해요. 경매로 넘어가도 100% 다 받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아무렇지 않 게 얘기하는 게 화가 나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하고요.” 많은 세입자 청년들이 주택임대차시장에서 전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으나, 임대인과 불균등한 권력 관계를 맺으며 부당한 관행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곤 합니다. 아래는 청년들이 일반적인 주택임대차 계약을 통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입니다. 보증금 내용 6천5백만 원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에게 돈을 받을때까지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3천만 원 “집이 나갈 때 까지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4천만 원 “임대인 부부가 제 전화를 착신금지하고, 카톡 탈퇴까지 하고 있습니다.” 3천7백만 원 “임대인이 전세금 반환을 한 없이 미루고 있고 잠적 상태 입니다.”  8천만 원 “임대인이 계약끝나고 3개월 뒤에 돌려주겠다며 계속 연락만 피하고 있습니다.” 1천만 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버텨서 계약 만료 후 한달 지난 시점에 받기로 했습니다.” 1억5천만 원 “새로운 임차인이 나오지 않으면 보증금을 반환해줄수 없다고 합니다.” 2억7천만 원 “집주인이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는데…” 1천만 원 “방을 비운지 한 달도 넘게 ... 최근에는 아예 임대인으로부터 연락이 끊겼습니다.” 2억6천9백만 원 “집주인도 알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는 돌려줄 수 없으니 기다리라고 합니다.” 4천만 원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가 기한 내에 들어오지 않으면 보증금을 줄수 없대요.” [표] 보증금 미반환 관련 주거상담 사례 만약 등록임대주택이라면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으니 설사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대위변제를 통해 보증금 반환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또 녹록치 않습니다. 우선 모든 임대주택에 의무화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현장에서 충분한 관리감독과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뻔히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한 주택을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해둔 뒤 세입자를 기망한 뒤 보증금을 편취하는 전세사기도 빈번합니다. (3) 세입자가 겪는 그 많은 불안 모두 사회적 재난과 다름없어 전세사기는 세입자가 더 똑똑해져서, 더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세사기는 기본적으로 깡통 전세가 가능한 주택임대차시장에 기반하여 만들어집니다. 이것은 세입자로 사는 모든 이가 겪는 불안이고, 정부의 역할이 부재한 주택임대차시장에서 터져 나온 사회적 재난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세입자라는 이유로 겪게 되는 사생활 침해, 주택 하자 보수의 책임 전가, 비합리적인 수준의 관리비 및 주거비 인상 요구, 일방적인 퇴거 통보 등 모두가 세입자가 자신의 점유 형태 때문에 겪어야 하는 주거불안의 내용들이며, 점유의 안정성이 훼손되는 사안 자체이기도 합니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보다 소유자의 재산권을 더 우선하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시스템을 이제 그만 멈춰야 합니다.  비수도권 세입자 청년의 주거불안 증가 주택임대차에서 불안을 느끼는 비수도권 청년 세입자의 비율 또한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습니다. 박미선 외(2022)에 따르면 계약기간 중 퇴거 요구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비수도권 청년 임차가구는 2017년 6.4%에서 2020년 20.7%로, 계약만료 후 재계약 거부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청년 임차가구는 2017년 8.0%에서 2020년 25.9%로 3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 세입자의 주거불안의 정도가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7. 청년 주거 빈곤, 무엇이 문제인가   1) 청년 주거 정책이라는 이름의 주거불평등 심화 정책을 바꿔야 월세 사는 20대 청년 1인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주거 정책은? 위에서 살펴봤듯이 청년세대의 주거 문제는 양극화 되어 갑니다. 그 와중에 가장 과소대표 되는 대상은 20대에 단독주택 등에 월세로 거주하는 1인 가구입니다. 이들이 이용할만한 정책으로는 우선 청년월세지원제도가 있겠으나, 이는 2024년 종료되는 한시 대책으로 분류되고 있어서 하루 빨리 정식으로 운영하는 주거비 지원 제도로 안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또는 청년주거급여 분리지급이 있겠으나, 30대 미만 미혼 청년이기에 원가족이 수급가구가 아니라면 신청 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외에는 월세 대출 정책을 이용하거나, 전세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세입자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제도가 미약해 무작정 대출을 이용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또한 대출제도 자체가 돈이 적은 사람은 적은 돈만 빌리고 높은 이자를 내는 반면, 돈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더 적은 이자로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대출을 장려하고 이에 대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때에 정 반대로 가기 바쁜 현 정부 한편, 공공임대주택은 윤석열 정부가 2023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을 5조 삭감하면서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입장에서는 공공임대로의 접근성이 더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자랑하는 청년안심주택(역세권청년주택)은 월세 100만원이 넘는 집들을 대거 양산하고 있고, LH와 SH 등은 매입임대 공급에 늦장을 부리고 있어 저렴하고 안전한 주거지가 필요한 세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LH 매입임대 주택 400여 호 입주자 모집 공고에 4만여명이 몰려 100대 1의 경쟁률이 나온 것은 정부가 그만큼 충분한 공공임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현 정부는 적극적인 주택 공급 및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소유를 원하는 청년들의 집에 대한 꿈과 희망을 복원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펼쳐지는 청년 주거 정책은 사실상 청년 주거 정책이라는 포장지를 덧씌웠을 뿐, 투기성 주택 공급, 주택의 상품화에 기름을 붓는 정책이 대다수입니다.  공공의 자원은 누구의 집을 방치하고 누구의 집을 늘리는 데에 쓰이고 있나  현 정부가 마련한 특례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면, 자부담금 3억원을 갖고 있는 청년이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이자만 내면서 5억원을 30년동안 빌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매매가 8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청년을 위해 국가의 재정과 기금이 투입됩니다. 해당 청년은 매달 250여만원을 상환하며 주택소유를 유지합니다. 1가구1주택 등의 요건을 충족시켜 종합부동산세는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주택가격 상승을 기다립니다. 매매가 11억원 정도가 되었을 때 매도를 추진하여 3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고 양도세에 대한 감면 혜택도 누릴 수 있는 여건 하에서 매매를 진행합니다.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 하에 시행되는 정책은 공공의 자원을 영구히 사적 영역으로 전이시킨 채 완료됩니다. 이러한 공정은 또다시 주택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보증금과 월세 또한 상승하면서 일반 세입자들이 시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 자체도 함께 상승합니다. 은행은 주택소유주에게 그리고 세입자에게 대출을 확대하면서 이윤을 창출하고, 세입자는 고혈을 짜내어 보증금과 월세 또는 은행이자를 마련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때부터 정부는 계속해서 빚 내서 집 사라, 빚 내서 세 살라는 말을 반복할 뿐, 세입자들이 오직 세입자라는 이유로 겪고 있는 고통이 곧 국가가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2) 주거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주거 정책의 필요  한국 사회가 오랜시간 다져 온 주택의 상품화가 견고해지는 과정에서 청년 주거 문제 또한 보다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현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주거 빈곤의 양상이 다층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한정된 공공의 자원은 청년의 이름으로 자산불평등을 공고히하고 주택상품화를 재생산 하는 데에 쓰입니다.  한편, 주거불평등이 심화될수록, 반대로 주거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변화가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주거안정을 사적 영역에서 온전히 꾀할 수 있는 계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 청년세대를 비롯해 더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세입자로 정체화하며 현재의 부조리한 사회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는 그 흐름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도록 미리 한국 사회가 변화해가야 할 방향과 이를 견인할 전략을 논의해야 합니다.  3) 점유안정성 확보를 중심으로   깡통전세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의 등장  주거사다리의 과정 중 하나였던 전세제도는 세입자의 삶 전체를 저당잡는 지옥도를 열었습니다. 무갭투기는 제때 규제되지 않았고, 시세를 부풀리고 전세가격을 올려치는 이들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보증보험이 세입자와 위험매물 사이의 오작교처럼 기능했습니다. 2010년대 중후반, 깡통전세 전세사기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들려왔고, 2022년을 기점으로 피해세입자들이 스스로 조직되어 2023년 본격적인 직접행동 실천을 이어왔습니다.  당신의, 우리의 잘못이 아닙니다  무자본 갭투기를 벌이다 망해버린 임대인, 처음부터 작정하고 세입자를 속였던 건축주와 중개사와 감정평가사와 대출브로커와 분양대행사 등 다양한 형태의 전세사기 유형이 쏟아져나왔습니다. 피해 세입자들은 처음 독립을 하면서, 가족구성원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더 나은 주거환경이 필요해지면서 구했던 전셋집에서, 그러니까 보통의 방식으로 집을 구하는 과정 속에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것들은 대체로 한국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했던 주택임대차시장의 나쁜 관행을 답습하면서 발생한 피해였고, 세입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주거불안은 보다 분명해졌습니다. 주택임대차계약 과정에 관여하는 관계자들을 믿기 어렵고, 임대인에게 전재산과 대출금을 맡기는 것이 위험하고 두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임대인 돈 많아요’, ‘임대인 집 많아요’, ‘선순위채권이 많아도 임대인 사업 잘나가니까 걱정없어요’, ‘이 동네 집값 더 오를거라 보증금 못돌려줄 일 없어요’ 라는 말은 중개사가 흔히 하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수용해줄 수 없는 일이 되어갑니다. 그렇게 덜컥 계약했다가 보증금을 떼이고 나면,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구조적 결함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을 많은 세입자들이 체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적정한 주거’를 잣대로 하며 김선미(2015)는 주거 정책의 설계 및 평가를 적정한 주거 요소를 잣대로 삼아 진행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집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위기와 불안을 겪고 있는 지금, 때를 놓치지 않고 보다 주거의 공공성을 되찾기 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에 발맞춰, 정책을 설계하고 제안하는 이들은 한국 사회가 현재까지 펼쳐 온 주거 정책, 특히 청년을 앞세워 만들어 온 주거 정책이 과연 누구의 어떤 적정 주거 요소를 보장하기 위해 설계 및 시행되어 왔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적정한 주거’를 잣대삼아 주거 정책 평가 하기    ① 점유 안정성(legal security of tenure) : 소유하지 않더라도 점유의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는 법적 수단의 확보(소유냐 사용이냐), 임차인의 권리에 대한 규정 등 ② 적절한 주거기반시설 및 서비스(availability of services, materials, facilities and nfrastructure) : 주거권을 물리적인 주거에 대한 권리뿐만 아니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에 대한 권리로 확장, 즉 주거(住居)권에서 거주(居住)권으로 그 개념 확장 ③ 경제적 적절성(affordability) : 권리로서의 주택보조금제도, 불합리한 집세에 대한 조정이나 불합리한 집세 인상에 대한 보호 ④ 최저기준 확보(habitability) : 집이 그 자체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들을 규정함과 동시에 면적과 구성은 거주인의 특성 및 관계를 충분히 고려 ⑤ 접근가능성(accessibility) : 취약집단의 특수한 필요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빈곤층의 토지 접근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 ⑥ 적절한 입지(location) : 공공역사 등 필수적인 시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 등 거처 뿐만 아니라 공간의 공공성 확보의 문제까지 확장하는 시각 필요 ⑦ 문화적 적절성(cultural adequacy) : 지역사회 커뮤니티에 대한 문화적 접근, 민주주의의 필요성, 당사자주권, 자기결정권의 차원  참고자료 김선미, “주거복지 주거권 그리고 주거빈곤의 실태”, 2015 김명수,  「내 집에 갇힌 사회 - 생존과 투기 사이에서」, 202020 김준형, “주택가격의 급등과 자산격차: 임차가구와 자가가구, 그리구 다주택가구”, 통계개발원(한국의 사회동향2022), 2022 김정아, “빚투·영끌은 곁다리? 청년들 ‘빚의 늪’ 빠진 진짜 이유”, 일요신문, 2023, https://ilyo.co.kr/?ac=article... 박미선, “청년주거정책: 불안한 대상과 혼란한 정책의 협주곡”, 국토연구원, 2021 박미선 외, “청년가구 구성별 주거여건 변화와 정책 시사점”, 국토연구원, 2022 이원호,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주거아카데미 세입자에게 살얼음판인 세상을 바꿀 방법 1강 “도시개발과 주거권운동의 역사”, 빈곤사회연대, 2023 주거권운동네트워크, 「개발에 저항하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 - 그 많던 동네는 어디로 갔을까」, 2010 지수, “불법건축물에서의 전세사기 피해 사례”, 민달팽이유니온 불법건축물x전세사기 국회토론회, 2023 지수, “청년들의 깡통전세 문제와 대안”, 도시와 빈곤 122호, 2023 지수 외, “민달팽이 청년주거상담 사례 분석”, 민달팽이유니온, 2022 천현숙 외, “청년임차가구 증가현상의 국제비교 연구”, 국토연구원, 2016 최은희 외, “주거빈곤가구 유형별 주거지원 강화 방향 연구”, 토지주택연구원, 2018  현대환 외,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1985~2020년)”, 통계개발원, 2022 홍정훈, 민달팽이유니온 청년주거아카데미 세입자에게 살얼음판인 세상을 바꿀 방법 4강 “해외 세입자 보호 제도를 통해 만들어야 할 미래”, 한국도시연구소, 2023 시리즈 읽기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1)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2)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3)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4)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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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3)
* 본 토론문은 8월 24일 청년 아고라 '청년 주거 빈곤, 무엇이 문제인가' 에서 발제한 내용으로, 원제는 '평생임차세대의 주거빈곤' 입니다. 각주 등이 반영된 원문은 https://docs.google.com/docume...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 9월 5일 '시민공익데이터 실험실' 2기 공론장에서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4. 물리적 측면 : 비적정한 주거환경  현대환 외(통계개발원,2022)는 주거빈곤의 범위를 ① ‘주거기본법’에 의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② 지하(반지하)·옥상(옥탑) 거주 가구 ③ 주택 이외의 거처(오피스텔 제외) 거주 가구 로 규정하고 주거빈곤 가구의 변화 추이를 파악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전국 20만 가구(6.7%)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며, 8만 가구가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고 있고, 총 35만 가구가 위 3가지에 해당하는 주거빈곤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2015년에는 총 45 만구가 해당 가구 수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주거빈곤 청년가구 규모는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청년가구의 주거빈곤 비율은 전국 11.4%, 서울 21.3%로 서울에서 약10%p가 더 높게 나타나며, 서울 1인 청년 가구의 주거빈곤비율은 23.9%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1) 최저주거기준  (1) 2020년 기준 전연령대와의 비교 : 전국적으로 청년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 높아 전국적으로 청년 가구주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국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청년층에서 가장 높은데(20~24세: 10.7%), 서울은 특히 전국 평균보다 7.2%p(20~24세) 높습니다. 전연령대에서는 청년기에 가장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높고,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다가, 고령층이 되면서 다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중이 증가합니다. (2) 2015년~2020년 비교 : 청년 가구주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감소 추세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가구주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중은 11.3%(2015년)에서 16.7%(2020년)으로 5.4%p 감소했습니다. 면적기준 미달 가구가 9.8%(2015년)에서 5.5%(2020년)으로 4.3%p 감소한 것의 영향이 큽니다. 특히 청년 1인 가구 중 면적기준 미달 가구가 18.5%(2015년)에서 11.9%(2020년)으로 6.6%p 감소했습니다.  2) 비적정 주거환경 : 지하, 옥상, 주택이외의 거처  (1) 2020년 기준 전연령대와의 비교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와 가장 큰 차이는 중년에서 노년층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중은 다시 증가하지만 비적정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중은 비교적 기울기가 완만한 그래프로 나타나는 것에 있습니다. (2) 2015년~2020년 비교 : 집이 아닌 곳에 사는 청년 1인 가구의 증가  변금선 외(2021)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20~34세 청년 1인가구 중 비주거용 건물 혹은 비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2015년 19.5%에서 2019년 27.7%로 10%p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3) 불법건축물  전입신고가 안되거나, 전세사기 피해 주택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경매에서 배당 순위에 참여할 수 없는 등 세입자를 곤혹에 빠뜨리는 주거공간들이 있습니다. 바로 위반건축물입니다. 위반건축물은 “건축 관련 법령 규정과 명령 등을 어기거나 지키지 않음으로써 건축법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게 시공되거나 사용 중인 건축물”을 의미합니다. 위반건축물의 주요 유형으로는 준공 당시 허가 받은 용도를 불법으로 변경하는 용도변경, 면적 증가 또는 방쪼개기를 위한 무단증개축이 있습니다. 보통 더 효율적으로 임대/분양 수익을 벌어들이기 위해서 이뤄집니다.  구청 단위에서 단속을 나와 위반건축물 적발 행위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주택소유주는 시정조치를 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합니다. 단속되지 않았으나 위반사항이 있는 주택까지 포함하여 불법건축물이라고 통칭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위반건축물 단속이 불시에, 상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반사항이 있음에도 적발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단속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인중개사나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이에 따른 위험부담요소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 ‘근린생활에 살아도 세입자니까 별 문제 없을거래요’, ‘전입신고 된다고 했어요’, ‘대출 나온다던데요’ 등의 100% 보장할 수 없는 회유에 이끌려 계약서에 서명했다가 추후 피해를 입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런 관행으로 인해, 불법건축물에 계약했다가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뒤 곤경에 처한 피해 세입자가 있습니다.  [그림] 불법건축물 전세사기 (지수,2023) [그림] 불법건축물 전세사기 (지수,2023) 불법건축물을 지자체별로 밀착하여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주택임대차계약이 이루어진 상세주소와 해당 주소의 건축물용도 및 면적 등의 건축물대장에 기재된 몇 가지 요소를 비교해볼 수 있다면 자동적으로 위반건축물에서 임대 수익을 벌어들이는 주택을 적발할 수 있겠으나, 현재는 관련 시스템이 없습니다.  많은 세입자들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이 위반건축물을 적발하고 시정조치를 명령하는 행위, 적발 여부를 세입자에게 설명해주고 충분한 이해 없이 무조건적으로 체결되는 계약을 방지하는 행위, 해당 주택에서 더 나은 주거환경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연계하는 행위 등이 필요하겠으나, 현재로써는 이에 관한 지원제도가 미비한 상황입니다.  5. 경제적 측면 : 주거비 부담 1) 20대 청년 가구주의 상대적 빈곤 위험 증가 기준중위소득 수준에 따른 청년가구 빈곤율 추이 : 상대적 빈곤 위험 증가 추세 변금선 외(2021)는 19~23세 청년 빈곤율이 9.5%(2018년)으로 전체 빈곤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이 증가한 것으로 인한 착시일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독립했을 때 주거비 마련 계획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는 경우 많은 청년들이 독립 자체를 하지 않거나, 독립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최대한 유예하곤 합니다.  한편, 20대 청년 가구주의 상대적 빈곤 위험은 1995년(74.9)보다 2016년(141.9)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것은 연령별로 가처분소득 기준 중위소득 50% 미만 인구의 비율을 기준으로 하였는데, 노인 가구주의 상대적 빈곤 위험이 1995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2) 청년가구의 소득 양극화 : 청년 1인 가구 4명 중 3명이 저소득층 청년세대 내 저소득 가구도 증가, 고소득 가구도 증가 청년 가구의 전반적인 소득수준은 전체가구보다 높지만 청년저소득가구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청년가구 중 저소득가구의 비중은 2010년(23.3%)보다 2020년(31.2%)에 더 높아졌습니다. 한편, 고소득가구의 비중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소득 청년 1인 가구의 증가, 저소득 청년부부 및 부모동거 가구의 감소 특히 청년 1인 가구의 저소득가구 비중이 매우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청년 1인가구 중 저소득가구 비중은 75.1%로, 청년 1인가구 4명 중 3명이 저소득층인 상황입니다. 박미선 외(2022)는 청년 1인 가구의 하위 소득 분포 증가는 청년 1인 가구의 양적 증가 자체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년가구 구성 차이에 따른 소득 격차 증가 : 청년부부가구 vs 청년1인가구  2010년 당시 청년부부가구(187.0만)와 청년 1인가구(172.7만원)의 균등화 소득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2020년에는 청년부부가구(261.2만원)와 청년 1인 가구(205.9만원)의 격차가 현저히 벌어졌습니다.  3) 주택 구입? 영끌담론이 과대 대표한 계급 영끌해서 주택 구매 한다? 30대 주택소유자 수만 감소 중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영끌담론이 주요 언론사와 정책 등을 통해 주목받던 시기에 실제 주택소유자 수 변화를 살펴보면, 주택 소유는 60대에서 가장 증가하였으며, 10만명 이상 증가한 연령대 모두 50대 이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0대 주택소유자 수는 2019년 174만명에서 2021년 164.7만 명으로 약 10만명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30대는 2019년-2021년 간 유일하게 주택 소유자 수가 감소한 연령대이기도 합니다.  연령대별로 주택소유주의 증가 수를 보면 30대미만은 41,134명 증가, 40대는 18,816명 증가, 50대 103,903명 증가, 60대는 456,410명 증가, 70대는 110,207명 증가, 80대는 125,548명 증가 했습니다. 전체 주택 소유자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3년간 5.4% 감소한 반면, 30세 미만의 주택소유자 비중은 16.5% 증가했습니다.  4)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증가  20대 이하 청년 가구주 세대의 부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말 2,393만원이었던 평균 부채가 2022년 3월 말 5,014만원으로 109.5%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가 29.2%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높은 수치입니다.  이들의 가계 부채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보증금 대출 때문입니다.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 건수 비율은 2017년 36.9%에서 2022년 64.5%로,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언론과 정부, 국회가 영끌하는 청년세대를 위한 주택공급과 규제 완화를 이야기 할 때 점차 늘어나고 있던 것은 청년층의 빚이었고, 그것의 실체 또한 주택 구입이 아니라 임대인에게 이전될 보증금을 자신의 신용으로 마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다음 장으로 이어집니다  시리즈 읽기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1)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2)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3)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4)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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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2)
* 본 토론문은 8월 24일 청년 아고라 '청년 주거 빈곤, 무엇이 문제인가' 에서 발제한 내용으로, 원제는 '평생임차세대의 주거빈곤' 입니다. 각주 등이 반영된 원문은 https://docs.google.com/docume...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 9월 5일 '시민공익데이터 실험실' 2기 공론장에서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2) 인구, 가구, 주택 수의 변화 (1) 인구 : 35세 미만 연령대, 전체 인구의 1/3수준에 불과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겪으며 꾸준히 유소년 인구 비율은 감소해왔고 반대로 고령 인구는 증가해왔습니다. 한국의 35세 미만 연령대 인구의 비율은 1990년 65.7%에서 2020년 36.4%로 절반 가량 낮아진 반면, 65세 이상의 연령대 인구 비율은 1990년 5.0%에서 2020년 16.4%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미혼·비혼인 상태를 유지하는 청년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30~34세 여성의 미혼비혼 인구 비율은 1990년 5.3%에 비해 2020년 46.0%로, 과거에 비해 9배 증가하였습니다.  (2) 가구 : 1·2인 가구는 증가하지만 청년 가구의 비중은 감소 추세  대가족이 해체되고 가구 분화가 늘어나면서 평균 가구원 수가 1985년 4.16명에서 2020년 2.35명으로 감소했고, 가구 증가율은 9.5%(2015~2020년)으로, 1990년대에 비해 다소 낮지만(1985~1990년에는 18.6%, 1990~1995년에는 14.1%), 여전히 10%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난 5년간 한국의 인구 증가율은 1.5%(2015~2020년)에 그쳤는데, 지난 1985년~1990년에 인구가 7.3% 증가하던 것과 현저한 차이를 보입니다. 가구 수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1인 가구의 증가 입니다. 35~54세 이외 모든 연령대에서 1,2인가구의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1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고, 전체 가구 중 1,2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29.6%에서 2020년 59.8%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한국의 많은 인구가 일생의 많은 시기를 1,2인가구의 구성원으로 보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수도권, 광역시, 도지역 각 지역별로 지역 내 비중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적으로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특히 도지역에서의 청년 가구 비중은 37.0%에서 30.7%로 큰 감소를 보이고 있습니다. (3) 가구 분포 지역 : 비수도권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  전국 가구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48.9%로, 서울의 비중은 감소한 가운데 경기, 인천의 가구 수 증가에 따라 결과적으로 비수도권 인구의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 가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청년 가구의 거주지역은 수도권(53.0%), 도지역(26.3%), 광역시(20.8%) 순으로 분포하고 있습니다. 전연령대의 추이가 비슷하게, 청년가구 또한 10년 전보다 수도권 거주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4) 청년 가구 구성의 변화 : 부모동거가구의 감소와 청년1인가구의 증가  한편, 청년가구의 가구 구성은 2020년 기준으로 각각 부모동거 49.8%, 청년 1인 가구 26.3%, 청년부부 19.7%, 기타 동거 4.2%입니다. 그 중에서도 청년 1인 가구의 규모가 2010년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하여, 청년 가구 내 비중이 16.5%p 높아졌습니다. 이는 청년부부가구(-1.6%p), 부모동거가구(-12.9%p), 기타 동거 가구(-2.0%p)의 가구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와 대조적입니다. 전체 가구 중 청년 1인 가구의 비중 또한 증가 추세로, 2020년 전체 가구 중 청년 1인 가구의 비중은 수도권 10.3%, 광역시 등 10.4%, 도지역 7.9%로 10년 전에 비해 많게는 6.6%p에서 적게는 5.4%p 증가하였습니다. 반면, 청년부모동거가구, 청년부부가구, 기타동거가구는 10년 동안 전국적으로 전체 가구 대비 비중이 감소하였습니다.  (5) 주택 : 인구보다 가구 수가 증가, 그보다 주택 수가 더 많이 증가  지난 25년(1995~2020년)간 인구는 4,461만 명에서 5,183만 명으로 16.2% 증가하였고, 가구는 1,296만 가구에서 2,093만 가구로 61.5% 증가하였습니다. 한편, 주택은 957만 호에서 1,853만 호로 93.6% 증가하였습니다. 주택 > 가구 > 인구 순으로 증가 규모 및 증가 율이 높습니다. 특히, 최근 5년(2015~2020년)간 인구 증가율은 1.5%로 감소하였고, 가구 증가율은 9.5%로 이전보다 감소하였는데, 주택 증가율은 2015~2020년 13.2%로 이전보다 증가하였습니다.  (4) 가구 증가보다 가파른 인구 감소, 그래도 더 많이 생산되는 주택  2020~2021년 사이에는 주택(29만 호)보다 가구(52만 가구)가 더 많이 증가하였는데, 인구(9만 명 감소)는 역사상 처음으로 절대 감소를 기록하였습니다. 현대환 외(2022)에 따르면,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최근까지 이어진 가구 증가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역대 정부는 1990년 이후 연간 40~50만호 이상을 늘 공급해오면서 절대적인 주택 수가 부족했던 문제를 완화해왔고, 이러한 주거 정책 기조는 인구 및 가구 대비 충분한 주택이 공급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림]연간 주택공급 실적(1990~2022) (이원호,2023) 3) 자산불평등 심화 (1) 주택보급률 : 사람보다 집이 더 많아   그간 한국 사회는 저렴한 주거지를 없애고 고가의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을 수십 년간 반복해왔습니다. 대규모 토건 사업은 국가 경제의 고속성장을 견인했고, 그 결과 한국은 사람보다 집이 더 많은 땅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전국 주택보급률이 103.6% (통계개발원,2022)에 달합니다.  [그림2] 전국,서울의 주택보급률 변화(2010~2020년) (현대환 외,2022) (2) 자가점유율 : 아무리 지어도 60%를 넘지 못해 주택은 계속해서 늘어난 반면, 한국의 자가점유율은 단 한 번도 60%를 넘어선 적이 없습니다.  자료: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원자료, 1995~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20% 표본, 원자료, 2015~2020년.  [그림] 전국 점유 형태 변화(1995~2020년) (현대환 외,2022) 자료: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전수, 원자료, 1995~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20% 표본, 원자료, 2015~2020년.  [그림] 서울 점유 형태 변화(1995~2020년) (현대환 외,2022) (3) 다주택자 비율 및 자산 규모 비교 : 자산불평등의 중심   공격적인 주택 공급 수에 비해, 실제로 주택 공급을 통해 자가를 소유하게 된 가구의 비중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다주택자 비율은 15.8%(2020년)에 달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다주택자가 갖고 있는 집들의 가격(순자산중위값)은 2018년 5억3천만원에서 2020년 7억6천만원으로, 2억3천만원이 늘었는데 이것은 3년만에 43.4%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다주택자 상위 100명이 보유한 주택의 수는 2016년 약1만7천채에서 약2만2천채(2020년)로 5년 만에 31.0%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이들의 주택자산 가액은 약1조5천억원에서 약2조2천억원으로 96.4%불어 거의 2배가 됐습니다. 한편, 같은 기간 무주택 임차 가구의 자산은 18.0% 증가하였고, 순자산중위값은 3390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단 610만원 증가했습니다. 다주택 가구와 무주택 가구의 순자산 격차는 2018년 15.6배에서 2021년 19.0배로 벌어졌습니다. 특히, 비수도권 광역시 이외 지역의 경우 무주택임차가구 대비 다주택 자가가구의 순자산 규모는 2018년 12.7배에서 2021년 20.2배로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이 주택가격 급등을 경험한 2018년과 2021년 기간 사이 무주택임차가구와 자가가구 간의 자산 격차가 벌어진 것입니다. 이 통계 수치들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집과 자산을 획득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갈수록 치솟는 보증금과 월세를 통해 계속해서 벌어지는 격차를 매일같이 체감하고 있는 것들을 수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4) 상속·증여  국세청에 신고된 상속, 증여 재산 총가액은 2015년 19조 원에서 2019년 35조 원으로 난 4년만에 86% 증가했습니다. 변금선 외(2021)에 따르면, 수도권 청년가구(20~34세 청년가구주) 자가비율은 2017년 15.7%에서 2019년 12.7%로 감소했는데, 한편 최초주택 마련 방법이 ‘상속이나 증여’라고 응답한 수도권 청년가구가 9.4%에서 14.5%로 증가했습니다.  3) 빚의 증가  (1) 학자금 미상환 체납 및 대출 연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의 미상환 체납 건수는 2014년 5,294건에서 2018년 17,145건으로 3배 이상 증가하였고, 학자금 대출 연체율도 2010년 3.4%에서 2019년 4.3%로 증가하였습니다.  (2) 금융상품의 역진성 : 저소득층의 고금리 대출 금융상품은 고소득 고자산의 개인에게 더 저렴한 금리로 더 많은 돈을 빌려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득이나 자산이 없는 청년이 삶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이용할 때에는 고금리 대출을 받거나, 대부업체 등을 통해 초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게 되는데, 2018년 대부업체 상위 20개에서 대출을 받은 20대의 89.6%가 초고금리 대출을 이용하였습니다.   양정숙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3년 3월까지 근로자햇살론‧햇살론유스 등 7개 주요 서민금융 대출 신청자 중 30세 미만 신청자는 102만 9234명(35.3%)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비율도 20대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3) 개인회생 증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2023년 1~5월 20대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6993건이었습니다. 2022년, 20대 청년층은 1만 3868건의 개인회생을 신청하였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었습니다. 이미 2023년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증가하는 추이는 작년보다 앞섭니다. 1~5월 동안 30대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만 3846건으로 지난해(2만 6626건)의 52% 수준으로, 작년보다 많은 수의 청년이 개인회생 신청 절차를 접수하고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어서 물리적 측면에서의 주거 빈곤 요소를 살펴봅니다.  시리즈 읽기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1)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2)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3)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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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1)
* 본 토론문은 8월 24일 청년 아고라 '청년 주거 빈곤, 무엇이 문제인가' 에서 발제한 내용으로, 원제는 '평생임차세대의 주거빈곤' 입니다. 각주 등이 반영된 원문은 https://docs.google.com/docume... 링크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 9월 5일 '시민공익데이터 실험실' 2기 공론장에서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1. 청년 주거 1) 민달팽이-유니온  평생 세입자로 살아갈 민달팽이들의 불안  2023년 현재, 민달팽이유니온은 평생 세입자로 살아가는 세대의 등장을 이야기 합니다.  집 없는 민달팽이의 주거권은 어디에  한국 사회가 자가 소유 중심, 개발 위주의 주거 정책을 고수하는 동안 주거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어 왔습니다. 다양한 점유 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소유 여부만을 중심으로 설계된 주거 정책은 세입자 권리 보호보다는 주택 공급과 이를 독려하기 위한 개발 추진에 치중되어 왔습니다. 수십 년간 한국의 세입자 보호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집 없고 돈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불합리는 쉬이 방치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현재 전세사기·깡통전세를 비롯한 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사회적 재난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년 1인가구 10명 중 8-9명은 세입자입니다. 실제로 많은 전세사기 일당이 청년층을 표적으로 삼았고, 그 과정에서 청년 전세 대출 정책이 악용되기도, 세입자 경험이 적은 청년층의 불안한 지위 자체가 악용되기도 합니다.  청년층의 주거 지표와 이들을 향한 부당한 시선   2020년 기준으로 청년 1인가구 4명 중 3명이 저소득층에 속하고, 2명 중 1명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택 구입자금 대출이 아닌 임차 보증금 마련 대출이 과거에 비해 2배 증가했으며, 주택임대차에서 불안을 느끼는 비수도권 청년 세입자의 비율 역시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청년이 혹은 세입자가 ‘지옥고’에 사는 것,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떼이는 것, 저렴하고 쾌적한 전월세 집구하기 어려운 일은 청년이라면, 세입자라면 당연하게 겪는 혹은 젋을 때 응당 경험하는 고생으로 취급해 왔습니다. 세입자가 주거안정을 꾀하려면 금융기관에 빚을 져서 주택소유자의 무리로 진입해야 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주택을 소유하지 않으면 주거안정의 상태에 도달할 길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이에 관한 이해관계로 인해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결과일 뿐,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청년이자 세입자인 이들은 일상적으로 덮쳐오는 주거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각자도생으로 능력껏 돈을 벌고 빚을 내서 주택 소유를 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 외에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지 한국 사회에 되물어볼 지점입니다. 청년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주거권 운동의 필요  민달팽이유니온은 2011년, 집을 돈벌이수단으로 전락시킨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집 없는 이의 삶을 착취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주거 빈곤을 겪는 청년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연대체로 설립되었습니다. 집을 항상 지고 다니는 달팽이와 달리, 집이 없는 동물 ‘민달팽이’가 집없는 청년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해 ‘민달팽이’라는 단체명을 붙였습니다. 설립 직전/직후에는 대학교 주거권 네트워크를 출범하고 대학교 내 기숙사 공급과 주거장학금 도입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청년 주거 문제는 생애주기 상 일시적 혹은 과도기적으로 겪는 잠시간의 고행이 아니라는 문제인식을 중심으로, 청년 세입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우리의 일상을 통해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당사자 운동을 조직해왔습니다.  청년 주거의 공공성 강화 및 세입자 권리 옹호 활동  민달팽이유니온은 2013년부터 청년 대상의 세입자 교육 및 주거상담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며 지역/광역 범위의 세입자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함과 동시에, 청년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비영리주거모델을 실천 및 공급하고, 주거급여 청년분리지급 및 청년월세지원 도입 등 빈곤층 청년을 배제하는 주거정책의 사각지대를 개선해왔습니다. 또한, 국내 최초로 지자체 내 청년주거상담센터 설립 및 운영, 집 구하기 동행 서비스 도입, 불법건축물 감독관 제도 도입, 임대인의 미납 세금 조회·확인에 권한에 관한 법 개정 등 세입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을 끊임없이 요구 및 실천해왔습니다. 현재는 전국을 활동지역으로 청년 세입자 전월세 집구하기 AtoZ 교육, 청년 세입자 주거 상담 및 현장 대응, 청년 주거 정책 제안 및 제도개선, 주택 세입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 주거권 담론 확장 및 연대 구축 등 주거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 행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 평생임차세대 평생 세입자로 살아가는 세대 (Generation Rent, 평생임차세대)  '청년'은 보통 학업을 마치고 노동시장으로 넘어가는, 그래서 독립된 개인이자 어엿한 경제활동인구로 자립하는 '이행기'에 놓여 있는 특정 연령대의 인구 집단을 가리킵니다. 이 때, 주거문제에 관한 청년의 '이행'은 보통 양육자(부모 등)가 마련해준 주거공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고 여겨졌습니다. 특히 한국은 여기에 더해,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를 올라타는 초입기로 청년기를 분류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청년 주거 정책 대상의 주요 분류범위 중 하나인 ‘사회초년생’이란, 주거사다리에 올라타기 시작한, 약간의 도움으로 주거 상향을 꾀할 수 있을 대상으로 유의미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거사다리를 올라타지 못할 세대, 주택을 구매할 만한 경제적 수준에 영영 이르지 못할 ‘평생임차세대(Generation Rent)’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높아진 주택가격과 민간임대시장에서의 불안으로 인해 지금의 청년세대가 평생 세입자로 사는 세대로 남을 것이라는 논의가 시작되었고, 이 논의에서 청년층을 ‘Generation Rent’라 칭하였습니다.  주거사다리는 부러졌다, 달려봐야 겨우 제자리 (Housing treadmill, 주택 러닝머신) 같은 맥락에서, 주거사다리론(housing ladder)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며 오히려 주택 러닝머신(housing treadmill)이라는 표현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당장의 임대료를 내기 위해 계속해서 달려야 하지만 제자리에 서 있게 되는 현상이야말로 앞으로 주택에 관한 이행 문제에 대한 접근으로 주거사다리보다 더 적절한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평생임차세대 보유 국가 체크리스트 : 저성장, 고령화, 수도권집중, 미혼비혼만혼의 증가  평생임차세대는 특정 요소를 갖춘 국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저성장국면에 진입하였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국토면적이 좁고 수도권 집중도가 높으며, 평균 초혼연령이 증가하는 국가에서 벌어집니다.  특히 한국은 학업을 마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취업이 어려워지고, 취업한다고 해도 비정규직, 불안정 직업군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열악한 주거여건을 벗어날 소득과 자산을 자력으로 축적하기 어려운 청년층이 계속해서 존재하며, 이런 상황이 구조적으로 고착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한 기성세대/지역에서 새로운 세대/지역 등으로 사회적 자원이 충분히 분배되기 어려운 조건이 형성되어 있어, 평생임차세대 현상이 앞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청년의 주거불안이 일시적이고 과도기적이었다고 여겨졌다면, 최근에는 구조적 문제라고 접근하는 경향이 지배적입니다.  청년층 임차 가구의 압도적인 증가 추세 영국 청년 임차 가구 비율은2006~2007년 44.3%에서 2012~2014년 61.8%로 대폭 증가하였습니다. 일본 청년 임차 가구 비율은 2005년 72.5%에서 2015년 72.8%로 소폭 증가하였는데, 천현숙 등(2016)에 따르면 이는 이미 임차가구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아 더 이상 급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한국이나 영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또한, 부모와 동거하는 가구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3) 청년 주거 빈곤에의 접근  청년세대의 주거 문제는 세입자 정체성을 중심으로 재배열됩니다. 2020년 하반기 한국의 보수경제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던 2030영끌담론은 청년층이 직면하고 있는 세입자로서의 정체성 불안과 전반적인 주거 빈곤 요소들로 인한 주거불평등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변금선 외(2021)에 따르면, 청년이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비해 기존의 사회보장제도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지 못함으로써 청년 빈곤층이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ILO는 전통적 취약층인 아동, 노인과 안정적 일을 통해 사회보장의 보호를 받는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집단은 ‘missing middle’이라고 칭하며, 여기에는 정의하기 어려운 고용관계에 놓였거나 임시일용직 혹은 소규모 사업장에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노동소득이 불안정하고 노동형태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청년층은 사회안정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을 수 있는데, 실제로 10명 중 3명의 청년이 사회보험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 또한, 기초보장제도 수급자 중 청년비율은 10.0%로 성인연령대 중 가장 낮은데, 인구대비 수급률은 1.2%에 불과합니다. 청년빈곤율이 9.5%~11.3%인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빈곤 청년이 사회안전망 밖에 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발제에서 민달팽이유니온은 주거권의 구체적 설명이 되는 적정한 주거의 구성요소 7가지를 바탕으로 주거 빈곤의 핵심 요인을 분류한 뒤, 청년 주거 빈곤 요소의 기준을 갖고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주거 빈곤의 내용을 통계 및 사례를 통해 검토해보고자 합니다. 이에 앞서, 본질적인 집의 의미를 돌아보고, 적정한 주거를 구성하기 위한 요소들을 설명합니다.  1. 적정한 주거와 주거 빈곤 1) 집의 의미 집은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우리는 집에서 밥을 차려먹고, 잠을 자고, 쉼을 통해 자아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것들은 모두 집이라는 그릇에 내 삶을 구성하는 재료들을 하나하나 담아 넣고 가꾸는 행위이기도 하고, 그것은 그 자체로 나를 향한 돌봄의 기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집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독립된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한편, 주체적인 삶을 담을 수 있는 집을 상실한 사람은 큰 위협을 받습니다. 그것은 때로 삶 전체를 뒤흔듭니다. 이에 관련하여, 국가는 모든 이가 주거로 인해 존엄을 훼손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책무가 있습니다. 이것은 국제사회에서도 함께 합의한 규약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1948년 <UN 세계인권선언>에서 모든 사람은 ‘적정 주거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천명한 것을 시발점으로, 1966년 사회권 규약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적정한 주거에 관한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을 명시해왔습니다. 그리고 1976년 제1차 세계주거회의 UN 해비타트 <인간정주에 관한 벤쿠버선언>과 1990년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 결의안 「적정 주거의 권리에 관한 일반논평4」를 통해 적정한 주거의 7가지 구성요소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적정한 주거 7가지 구성요소 ① 점유 안정성 : 점유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강제퇴거의 위협 및 괴롭힘, 기타 위협들로부터 법적인 보호를 보장받는 것. 점유의 법적 형태와 상관없이 주거 자체의 중요성을 존중하여 현재의 주거상태를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하는 것. ② 적절한 주거기반시설 및 서비스 : 깨끗한 물, 전기, 차광, 상하수도, 도로, 조리용 에너지 사용, 세면시설, 음식물 저장 등 건강, 안전, 안락, 영양에 필수적인 편의시설 및 설비를 갖추는 것. ③ 경제적 적절성 :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상태에서 적절한 주택을 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주거비부담가능성). 주거비부담이 다른 기본적 생필품을 충족시키는 것을 위태롭게 하지 않아야 하는 것. ④ 최저기준 확보 : 주거공간이 너무 좁아서는 안되며, 추위, 습기, 더위, 비 바람 등을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건강과 신체적 안전 수준을 가지는 것. ⑤ 접근가능성 : 노인, 장애인, 유아동, 환자 등의 조건에 관계없이 접근하기 용이한 주거조건을 갖추는 것. 즉 취약집단에 대한 우선적인 고려가 필요하며 조건에 무관하게 모두가 평화 안에서 존엄하게 살 안전한 공간의 권리를 누려야 하는 것. ⑥ 적절한 입지 : 생산활동의 기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야 하며 보건소, 학교, 유아보육기관 등의 사회시설들로부터 인접한 곳에 위치하는 것. 즉 사회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곳에 주거는 위치해야 하는 것. ⑦ 문화적 적절성 : 주택의 건설방식에서 그 재료나 형태 등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발이 문화적 특성을 희생시켜선 안되며 주거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 2) 주거빈곤과 최저주거기준   적정한 주거를 보장하기 위한 개념들은 주거빈곤의 요인이 됩니다. 누구나 점유 안정성, 물리적 측면의 안정성 및 경제적 측면의 지불능력이 보장되어야 적정 주거가 가능한데 이 중 하나라도 보장받지 못할 경우 주거빈곤이 발생합니다. 즉, 적정 주거가 되지 못한 상태를 주거빈곤상태로 보며, 이러한 주거빈곤상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가구를 주거빈곤가구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적정 주거를 위한 핵심적 구성 요건 점유안정성 <-> 점유형태, 임대료 연체, 강제퇴거, 철거민 양질의 주택 <-> 최저주거기준, 서비스가용성, 입지적합성, 접근가능성, 문화적적절성 등 적정주거비 <-> 주거비(또는 임대료) 비중, 주거비와 생계비 문제 위 구성 요건의 영향 요인 가구 특성 등 <-> 취약계층 지원, 인구/사회/문화적 측면  [그림1] 주거빈곤 요인과 적정 주거 요건의 개념도 (토지주택연구원,2018) 일반적으로는, 주거빈곤을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최저의 주거기준’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는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적정한 주거’가 되지 못한 상태, 그리고 ‘최저주거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가 무엇인지는 해당 사회의 주거상태 및 사회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하여 설정됩니다. 한국의 경우, 현행 최저주거기준은 ① 가구원수별 최소주거면적 및 방수 ② 필수설비 ③ 구조·성능 및 환경기준 으로 구성됩니다.  최저주거기준 ① 가구당 주거면적과 방 수 가구당 주거면적과 방 수는 가구원수에 따라 차등을 둡니다. 예를 들어 가구원수가 1인인 경우 표준 가구 구성은 1인가구로 규정하고 최소주거면적 및 방수를 각각 14제곱미터(4.2평), 1K로 정하고 있습니다. 가구원수가 3명이라면 표준 가구 구성은 부부+자녀1 이며, 최소주거면적 및 방수는 각각 36제곱미터(10.9평), 2DK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 방의 개수 설정을 위한 침실분리원칙이 있는데, 부부는 동일한 침실을 사용하고, 만6세 이상의 자녀는 부모와 분리하고, 만 8세 이상의 이성 자녀는 상호 분리하며, 노무보는 별도 침실을 사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만약 가구당 주거면적 및 방 수가 미달할 경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로 산정합니다.  ② 필수설비 필수설비로는 전용 입식부엌, 전용 수세식화장실 및 목욕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만약 부엌(입식), 화장실(수세식), 목욕시설 중 한 가지라도 단독 사용이 아닌 경우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로 산정합니다.  ③ 구조·성능 및 환경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그래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현행 제도만으로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현행 최저주거기준은 주거빈곤의 여건을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합니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거빈곤 상태가 아니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 정책과 제도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주거 7요소를 중심으로 설계 및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주거빈곤의 모습이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2. 청년 주거 빈곤 : 적정한 주거 요소를 중심으로  1) 청년 주거 빈곤 요소의 기준 적정한 주거를 위한 핵심적 구성 요건은 크게 ① 점유 안정성 ② 양질의 주택 등 물리적 환경의 안정성 ③ 적정주거비 등 경제적 환경의 안정성 총 3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구성 요건의 영향요인으로는 인구·사회·문화적 측면에 따른 가구 특성 등이 있습니다. 청년 가구에 관한 통계 및 사례를 바탕으로, 적정한 주거를 위한 구성 요건 및 영향요인 각각을 살펴보며 청년 주거 빈곤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3. 주거 빈곤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적정한 주거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로는 인구 구조, 사회적 환경, 문화적 환경 등이 있습니다.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사회적 여건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전국 및 전연령대와의 비교 등을 통해 확인합니다.  1) 청년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 변화 박미선(2022)은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주거 문제를 열악한 주거환경, 부모지원 여부, 부모세대의 경향, 점유형태 등을 과거와 현재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를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청년 주거 이슈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청년 주거 문제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의 주거불안이 다양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고, 부모 지원에 따른 격차가 커 사회적 불평등이 주택 부분에서 재생산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주거사다리가 붕괴하여 자가 마련이 요원해져 이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파급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림] 청년주거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 변화와 이슈 (박미선,2022) 다음 장에서 청년을 둘러싼 보다 자세한 사회적 요건들을 인구 구성 변화와 불평등 관련 통계 등을 통해 살펴봅니다.  시리즈 읽기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1)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2)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3) 우리는 어떻게 주거권을 이야기 해 나갈 수 있을까? (4)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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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본 데이터로 보는 사연 많은 집 : 대학동 OO번지 주택의 기쁨과 슬픔
캠페인즈 미디어를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2기 '공익중개사'팀은 지난 7월~8월 두 달여 간  대학동 주택의 등기부등본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세입자 주거권에 대한 이슈를 발견해보는 프로젝트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본 토론문은 9월 5일 공론장에서 함께 나눌 발제문입니다.  세입자의 주거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가 집 한 가구에 전세(혹은 월세)로 들어가 사는 동안, 우리가 아닌 집 문제로 우리가 받게 될 위험은 어떤 것들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안전하지 않은 집들은 등기부등본 상에서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등기부등본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발견되는 경향과 이슈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와 가설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2기는 관악구 대학동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하나의 데이터셋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주거 관련 이슈를 탐색했습니다. 유독 복잡하고 지저분한(?) 내역을 가진 등본들, 워낙 항목이 많아 10페이지가 넘어가는 등본도 있었습니다. 물론 복잡한 등기부 내역들을 본다고 해당 주택이 실제 어떤 상황인지 한눈에 그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번 등기부등본 데이터 수집의 시작은 관악동작녹색당과 민달팽이유니온의 대학동 건물 2,136채 등본떼기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등기부등본을 떼고자 했던 표본의 공간적 범위, 즉 관악구 대학동(법정동은 신림동) 내에서 등본 데이터를 수집한 구역 범위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이중 구획 별로 저마다의 특성에 따라 나눈 9개 구역 가운데 4, 5, 6, 9번구역 1,124개 주택의 등본 정보를 우선적으로 수집한 데이터셋을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구역 등본 역시 같은 형태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등본 항목별로 수집한 다양한 등본 데이터 가운데, ‘갑구' 항목을 조금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갑구에는 주택의 소유권과 함께 소유와 관련된 권리관계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소유자(혹은 공유자)가 누구인지, 소유권이 누구에게로 언제 넘어갔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죠. 소유권에 대한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경우, ‘압류’와 ‘가압류'부터, ‘가등기'나 ‘신탁', ‘경매'와 같은 단어들도 볼 수 있습니다.  실험실 멤버들은 갑구 항목의 주요 내역을 정리하면서, ‘사연 있는' 혹은 ‘수상해보이는' 집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위험 단어들이 발견되는지, 얼마나 발견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는데요. 가등기, 신탁, 압류, 가압류, 소유권이전등기가처분 내역의 유무 1의 내역이 하나 이상 있을 경우 해당 항목의 횟수 및 말소 유무 말소되지 않았다면 현재에도 유효한 처분이므로 세입자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 말소되었더라도 횟수가 많거나 혹은 동일소유자에게 잦은 빈도로 발생했다면 위험할 수 있음. 문제는 이런 단어들이 세입자에게 위협이 되는지 아닌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우선 위 용어들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입자(임차인) 주거권의 관점에서 이것이 어떤 위협이 되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 압류란? 가압류란? 압류는 소송결과에 의해 채무자의 채권을 말그대로 압류하는 것입니다. 세금을 미납 혹은 체납한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한 채권자가 신청하는 경우가 많겠지요. 가압류는 압류 이전에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처분, 은닉, 명의 변경을 제한하는 조치입니다. 압류 소송을 걸거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해버리지 않도록 임시로 압류를 걸어놓는 개념입니다. 압류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세금 체납이 있습니다. 자본이 없는 상태로도 갭투자로 주택을 매입한 전세사기 사례에서 보듯, 세금 체납 시 등기부상 압류가 설정되는데요. 전세 세입자로서 이는 등기부등본 갑구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신탁이란? (출처) 신탁은 신탁사에 신탁된 주택을 의미합니다. 등기부 상에서 신탁이 유효한 경우 반드시 원 소유자(수탁자)와 신탁사(위탁자)의 정보와 목적, 권리 관계 등을 기술한 '신탁 원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탁사와 맺은 임대차계약 금지조항 여부, 우선수익권자, 선순위채권 등에 대한 정보가 등기부등본에는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죠. 신탁사 동의 없이 임대계약을 체결해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사례가 대표적인 사기 예시입니다. 📌 소유권이전가등기란? 가등기는 쉽게 말해 계약에 변수가 있을 경우 매수인이 권리 보장을 위해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권리"를 미리 등기하는 것입니다. 순위보전을 위한 가등기와 채권담보를 위한 가등기의 성격이 다르나 등본 상에는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 소유권이전등기 가처분이란? 소유권이전등기 가처분은 쉽게 말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없다'는 등기입니다. 가압류와 동일한 원리이나 외적인 요소에 해당합니다. 법적 분쟁이나 소송 중에 마음대로 건물을 팔 수 없도록 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의 판결이 있을 시 채무의 변제나 소유권을 잃을 수 있습니다. 📌임의경매란? 강제경매란? 경매는 법원을 통해 채무자에게 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재산(보증금)을 회수하려는 목적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보증금(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 채권자가 담보를 매각하는 과정입니다. 반면 강제경매는 담보가 걸려있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자가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아 매각하는 경우입니다. 담보권(소유권과 직결)의 유무가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여부와 빈도를 체크할 수 있도록 로데이터셋을 만들었습니다. 6가지 항목 중 하나 이상의 이력(말소된 건 포함)이 있는 주택은 전체 1,124가구 중 364가구(약 32.4%)로 집계되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등본 상에서 문제가 되었거나 될 만한 위험이 한 번 이상 있다고 명시된 주택이 약 1/3 가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만약 해당 주택에 세입자가 살고 있었을 경우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과 권한을 박탈당한 상태로 말이지요. 1,124개 표본 내에서 사연 있는 집을 추리고, 그중에서도 사연이 많아보이는 집을 추려보는 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먼저 아래 14개의 주택을 추린 것은 절대적인 위험도의 기준에 따른 것은 아님을 밝힙니다. 주택별 특이사항에 따라 세입자의 위험도를 고려했을 때, 다양한 유형과 양상의 주택들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실험실 내에서 설정한 하나의 기준입니다. 우선 압류 및 가압류 등의 위험 이력이 눈에 띄게 많거나 아직 말소되지 않아 유효한 등본들을 추렸습니다. ‘압류가 9번, 가압류가 10번씩 이루어지는 집들은 대체 무슨 짓을 했던 걸까?’와 같은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빈도가 높은 주택 가운데 추가적으로 제3금융권에 근저당권 설정을 했거나, 다주택자로 추정되는 소유주에 대한 여부도 살펴보았습니다. 공익중개사팀이 선정한 ‘사연' 많은 집들 위 리스트 중 ✅표시한 5개의 주택의 사연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우선 갑구의 권리관계를 시간의 흐름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등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택(건물)의 연대기랄까요. 약 20년이 넘는 시간 주택이 거쳐온 이력들을 연표로 정리해보고, 특정 시간대에 발생한 조치가 세입자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지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물론 등본상으로는 임차 유무가 정확히 명시되지 않기 때문에 이 집들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세입자가 얼마나 살았는지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추측하고, 상상해보고자 했습니다. 집이 거쳐온 시간 동안의 사연들은 곧 그 집에 살았을 사람들의 사연이기도 하니까요. 안전하지 않은 주거환경 이력과, 그것이 실제로 세입자에게 충분히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연결해보고 싶었습니다. 1️⃣ ‘4번구역 205번’ 주택의 사연 주택 개요 : 관악구 신림동 OO번지 다세대주택 지하1층 주택의 권리관계 타임라인 1999년 9월 임의경매신청 (채권자 : 한국주택은행)2000년 12월 임의경매 낙찰 및 경매등기 말소 2004년 2월 가압류 (청구금액 약 3억 2천만원 / 채권자 : 주식회사OO캐피탈)2017년 6월 말소 2005년 3월 압류 (권리자 : 관악구)2014년 12월 말소 2005년 8월 가압류 (청구 금액 약 1억 7천만원 / 채권자 : 주식회사OO저축은행)2017년 3월 말소 2006년 1월 압류 (권리자 : 국)2007년 12월 말소 2007년 4월 압류 (채권자 : 국민건강보험공단)2007년 10월 말소 2010년 11월 압류 (권리자 : 안산시 단원구)2017년 3월 말소 2010년 12월 압류 (권리자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2012년 7월 말소 2014년 11월 압류 (권리자 : 서울특별시 관악구)2015년 6월 말소 2018년 1월 강제경매개시 결정2018년 1월 결정 취하 2021년 1월 압류 (권리자 : 서울특별시 관악구)2022년 4월 말소 이슈 요약 해당 주택은 2004년~2022년에 걸쳐 압류 7회, 가압류 2회가 이루어졌습니다. 경매에 넘어갔다가 낙찰된 이력도 2회가 있습니다.  물론 압류 및 가압류, 경매 건은 2022년 현재 등기부상으로 모두 말소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2005년 3월과 8월 발생한 압류와 가압류는 약 10년 동안 말소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었고, 2005년~2014년에 걸쳐 각기 다른 5명의 채권자에 의해 중복으로 압류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압류와 가압류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의미합니다. 특히 압류는 소송으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판결에 따라 권한이 박탈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물론 위 주택의 임차인 유무와 타인라인을 등기부등본 상에서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충분한 인과를 확인하지 않을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은 온전히 세입자의 몫입니다. 2️⃣‘6번구역 286번’ 주택의 사연 주택 개요 : 관악구 신림동 OO번지(슬라브/기와주택) 주택의 권리관계 타임라인 2010년 7월 가처분 (권리자 : 국, 소관청 : OO세무서재산세과)2010년 12월 등기 해제 2011년 1월 가압류 (청구금액 약 9천만원, 권리자 : 국) 2011년 7월 강제경매 개시결정 (권리자 : 대한민국)2012년 5월 말소 2012년 8월 지분 절반 압류 (권리자 : 관악구) 2014년 1월 압류 (권리자 : 국민건강보험공단) 2012년 8월 지분 절반 압류 (권리자 : 국, 2012년 8월 건과 동일 지분) 2014년 8월 임의경매 개시결정 (채권자 : OO신용협동조합) 2015년 6월 임의경매로 인한 매각가압류 1건, 압류3건, 경매개시결정 1건 모두 말소  2015년 6월 신탁 (수탁자 : 주식회사OO신탁) 이슈 요약 해당 주택은 압류 3건, 가압류 1건, 경매2건, 가처분 1건이 발생한 이력이 있습니다. 가처분 신청은 위험요소가 있는 주택의 매매, 증여, 전세권, 저당권, 임차권 설정 등을 일체 금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압류와 가압류가 중복되어 이루어지다가, 2014년 임의경매로 넘어가고, 2015년 신탁사에게 매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 등기는 모두 말소되었습니다. 신탁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집주인과 신탁사의 계약관계 등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매수자나 세입자에게 매우 위험합니다. 이를 위해 신탁원부 번호를 확인한 뒤 자세히 조회해보아야 합니다. 3️⃣ ‘9번구역 164번’ 주택의 사연 주택 개요 : 관악구 신림동 OO번지 다세대주택 B동 401호 주택의 권리관계 타임라인 2018년 7월 신탁 (수탁자 : (주)OO부동산신탁)2018년 10월 말소 (새로운 소유자에게 신탁재산의 귀속) 2021년 3월 가압류 (청구금액 : 약 2억3천만원, 채권자 : 조OO) 2021년 5월 강제경매 개시결정 (채권자 : (주)OO컨설팅대부) 2021년 6월 가압류 (청구금액 : 약 1억6천만원, 채권자 : 박OO) 2021년 8월 가압류 (청구금액 : 약 3천만원, 채권자 관악농업협동조합) 이슈 요약 2018년~2021년 발생한 신탁, 가압류(3건), 강제경매 어느 것 하나 말소되지 않은, 쉽게 말해 소유자에게 어떤 권한도 없고 어떠한 보증금도 돌려줄 리 없는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신탁사가 수탁했던 것이 그해 말 말소가 되어 새로운 개인 소유자에게 넘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년 후인 2021년 다시 가압류가 발생하고, 강제경매로 넘어가게 됩니다. 대부업체가 채권자인 점을 감안해 을구를 함께 살펴본 결과, 2건의 가압류를 신청한 채권자는 제3금융권 대부업체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둔 상황입니다. 4️⃣ ‘9번구역 263번’ 주택의 사연 주택 개요 :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 OOO번지 외 1필지 (고시원) 주택의 권리관계 타임라인 2019년 1월 지분 절반 가압류 (청구금액 약 2억, 채권자 : 윤OO)2019년 2월 가압류 등기 말소 2021년 2월 지분 절반 다시 가압류 (청구금액 약 2억3천, 채권자 : 조OO) 2021년 3월 남은 지분 절반 가압류 (청구금액 약 2억3천, 채권자 : 조OO) 2021년 5월 강제 경매 개시 결정 (채권자 : 주식회사OO컨설팅대부 ; 제 3금융권) 2021년 5월 두번째 강제 경매 개시 결정 (채권자 : 이OO) 2021년 4월 임의 경매 개시 결정 (채권자 : OO은행) 2021년 7월 지분 전체 압류 (권리자 :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슈 요약 3번의 가압류, 1번의 압류, 3번의 경매개시 결정이 있던 주택입니다. 이유는 을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설정한 근저당(빚)이 많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처럼 등본 확인시 건물의 시세 대비 집주인이 대출한 금액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주택의 경우 2011년 11월 8억 근저당권 설정하고, 다음 달인 12월에 6천만원 추가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자잘한 대출들을 돌려막듯 납입하고 큰 대출을 여전히 유효한 상황입니다. 근저당권 채권자가 일반은행이 아닌 제3금융권, 개인인 경우는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5️⃣ ‘5번구역 32번’ 주택의 사연 주택 개요 :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 OO번지 제1층 제102호 (연립주택) 주택의 권리관계 타임라인 1988년 3월 가압류 (청구 금액 : 약 1천만원, 권리자 : 주식회사OO실업)1999년 10월 가압류 등기 말소 2010년 4월 소유권 이전 (매매) 2013년 1월 압류 (권리자: 국민건강보험공단)2017년 2월 압류 등기 말소 2016년 8월 임의경매 개시결정 (채권자: 한국주택금융공사)2017년 2월, 취하로 말소 2017년 3월 소유권 이전 (매매) 17년 3월 근저당권 설정 계약 (약 8천만원, 채권자 : OO자산관리대부) 근저당권부질권(대출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 (채무자 : OO자산관리대부, 채권자: 박OO) 2021년 6월 가압류 (청구금액: 약1천2백만원, 채권자: OOO저축은행주식회사) 2021년 12월 강제 경매 개시 결정 (주식회사OO카드) 2021년 12월 압류 (권리자: 국민건강보험공단) 2022년 2월 가압류 (청구금액: 약 560만원) 이슈 요약흥미롭게도 위 발생한 압류 및 가압류는 동일 소유자에게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 차례 소유권이 이전되었음에도, 즉 집주인이 바뀌어도 압류가 반복되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다주택자들이 많기 때문일까요? 세금 체납 정도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관행이 있는 것일까요? -----*이 결과물은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2기 멤버 킴, 세모, 나기의 기여로 작성됐습니다.*더 많은 데이터 결과물이 궁금하다면? 👉 9월 중 공개할 공익중개사 캠페인즈 그룹을 확인해주세요!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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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개정해야 할까요? #전세사기 특별법 2번째 이야기
(쓰고 보니 긴 글이 되었습니다. 충분히 요약하지 못한 점 너그러운 양해를 구합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여야의 합의에 따라 12월 법 시행에 따른 결과를 보고받고 법 개정 논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법을 제정하면서 개정을 예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개정할 내용을 알고 있다면 처음부터 법 제정할 때 그 내용을 넣는 것이 맞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를 긴급히 지원해야 할 필요성(경매유예, 등)이 있었고 법 제정 논의 기간이 짧아 주거유형, 피해자의 경제적 처지 등에 따른 다양한 전세사기 피해 유형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때문에 법을 우선 시행하고 피해 조사 및 법의 사각지대를 확인하여 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법 제정한 지 2달이 지난 지금, 법 개정의 방향은?   지금 시기는 법 개정의 세세한 내용을 제시하기엔 이른 시기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이제 두 달 반이 지났고 피해자 지원 프로세스가 아직 초기 단계, 피해자 인정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피해지원 프로세스가 더 서둘러 구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확인되는 것만으로도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되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게 제기됩니다. 크게 세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①특별법의 피해지원 사각지대 ②피해자 범위 사각지대 ③특별법 피해구제책 자체의 한계입니다.   #피해지원 사각지대 : 피해자로 인정되어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었지만, 이렇다 할 실효적인 지원에서는 모두 배제되는 피해자에 관한 부분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의 주요 지원책은 ➀우선매수권 부여, ➁피해주택 공공매입 후 공공임대로 전환, 이 두 가지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저리 대출 지원, 최우선 변제금만큼의 무이자 대출, 경·공매 대행, 긴급주거지원 등의 정책이 있습니다만, 이 같은 정책은 금융지원, 수수료 지원에 그치는 정책이거나 혹은 법 제정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던 정책입니다. 따라서 법 제정에 따른 주요 지원책으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피해지원 사각지대 1 : 다가구 주택, 비주거용 주택 거주자   앞선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선매수권은 구분소유가 불가능한 다가구 주택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매입하게 되면 매년 과태료를 지불해야 하는 불법건축물 거주자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림의 떡과 같은 정책입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할 여력이 되지 않거나 사정상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피해자 역시 우선매수권은 소용이 없습니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공공매입 후 임대전환 정책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래도 전세사기 특별법의 지원을 통해 거주 안정이라도 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우선매수권을 활용할 수 없는 피해자 중 대부분은 공공매입 후 임대전환도 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는 현재까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한 바 없습니다. 최근 「공공주택사업자의 전세사기피해주택 매입 업무처리지침」을 고시하였습니다만 전세사기 피해주택 중 어떤 주택을 매입하고 매입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식, 비공식 회의에서 들리는 전언으로 정부는 다가구 주택, 불법건축 주택은 매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부가 피해주택을 매입하지 않으면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피해자의 주거는 극도로 불안정해집니다. 법원의 경매유예 조치도 무한정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특별법의 의미는 적극적인 피해구제는 못하더라도 피해자의 주거안정이라도 지원하는 법이라는 것인데, 어떤 피해자들에게는 그 기대조차 무너지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사업은 현재 LH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LH는 민간 주택을 매입하여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매입임대사업을 진행해 온 바 있습니다. 따라서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한 후 임대하는 사업 역량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LH가 종전에 민간 주택을 매입하던 기준을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에도 적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발생합니다. LH 매입임대 사업의 이력을 보면 다가구 주택 매입은 피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다가구 주택 내 기존 세입자와 마찰, 다가구 주택이 상대적으로 노후되어 있다는 점 등이 다가구 주택 매입을 LH가 피해 온 이유입니다. 비주거용 주택의 경우는 주거용으로 이용할 시 불법 주택이 되기 때문에 LH는 해당 주택을 매입임대사업으로 매입해오지 않았습니다.   전세사기와 같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LH의 선별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이사하지 않고 거주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가구, 비주거용 주택에 거주하는 피해자에겐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피해지원 사각지대 :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야 할 피해자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는 취업, 진학, 결혼 등의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세사기 특별법의 주요 지원책은 해당 주택을 매입하거나 혹은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따라서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피해자에게는 특별법의 주요 정책이 소용이 없습니다. 우선매수권과 공공매입 후 임대전환은 모두 그곳에 거주할 수 있는 피해자에게만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다가구 주택 및 비주거용 주택 거주자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전세사기 특별법의 주요 지원 정책이 모두 소용 없음을 인지하고 이 부분을 메우는 것이 특별법 개정의 첫 번째 방향입니다.   (법 개정 방향 요약)  1. 다가구 혹은 비주거용 전세사기 피해주택도 공공이 매입하여 피해자들의 거주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반영한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LH 지침을 세부적으로 마련하여 LH가 이 정책을 법 취지에 맞게 수행하게 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토지은행,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리츠 등의 방안을 검토하여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안정이 보장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2. 1번의 개선이 된다 하더라도 타지역으로 이주하는 피해자를 위한 정책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현행 진행되고 있는 긴급주거지원은 물론이고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 지원책을 추가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타지역으로 이주하는 피해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어느 선까지 국가가 선 보상 할 것인가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합니다만, 시장 가치로 매수하거나 혹은 최소 최우선 변제금 이상으로 국가가 피해자의 전세보증반환 채권을 매수하고 임대인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법 개정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피해자 인정 사각지대 :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전세사기 피해자   앞선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피해발생 시기, 피해 발생 후 피해자의 행위(소유권 양도), 피해 규모(1,2인 전세사기 피해) 등에 따라 특별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 발생 시기, 사기 입증 정도, 무권리 계약 사기, 피해 규모, 피해 발생 후 피해자의 행위 등으로 피해자 인정에서 억울하게 벗어나는 사각지대를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의 피해자로 인정하기 어려운 사례는 제가 파악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이며, 각 사각지대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가늠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데 객관적 자료 없이 이에 대한 법 개정 방안을 섣불리 제안하긴 어렵습니다. 어디까지 피해자로 인정해야 하는지 합리적으로 토론하기 위해선 피해자 범위에 대한 논쟁 이전에 객관적인 피해 현황이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조사가 없다는 것은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여당 의원에 의해 지적되기도 하였습니다.  전국적인 피해조사 없이 피해자 범위 조정에 대한 합리적 논의는 불가능합니다. 피해자 현황 조사 자료 없이 피해자 인정 범위를 ‘최대한 넓혀야 한다’ 혹은 ‘더 이상 늘릴 수는 없다’는 식의 주장은 정치적 입장이 될 수는 있으나 어느 쪽이든 상대측과 국민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일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 범위를 재조정하는 논의를 위해선 먼저 피해자 조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을 한 피해자에 한해서 피해 정보를 종합하여 전체 전세사기 피해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매우 제한적인 피해자에 한해서만 조사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은 현장의 피해와 간극이 크기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조사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피해자 범위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피해조사 시기도 중요합니다. 올 12월에 법 개정 논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1월 중에 피해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피해 조사 결과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역순으로 시간을 계산해 보면 적어도 9월이나 늦어도 10월 중에는 피해조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피해조사에 대한 계획은 더 빨리 수립해야 하겠지요. (법 개정을 위한 사전 조치 요약) 1. 전세사기 피해자 실태 조사 (9~10월 시작, 11월 완료) 2. 실태조사를 토대로 피해자 범위 논의 (12월)   # 전세사기 피해조사의 어려움   전세사기 피해를 포괄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의지를 세우더라도 제한된 시간 내에 피해조사를 완료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세사기 피해는 물리적/지리적으로 범주가 가시화된 피해가 아닙니다. 또한 계약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현시점에서 피해가 확정되지 않고 예정된 피해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피해조사를 시행하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조사할 것인지에 대한 숙의도 필요합니다.   하나의 피해조사 방식을 제안해 봅니다. 전세사기 피해조사가 1~2달 남짓 안에 완료되어야 하고, 피해자의 범위 자체가 정치적으로 논쟁거리인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피해조사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조사 기간을 공표하고 그 기간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접수를 모두 받고 분류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전세사기 피해 밀집 지역을 지정하고 해당 지역은 직접 조사원이 찾아가서 전세사기 피해와 피해자의 상황을 조사하는 방안입니다. 정부, 피해자대책위가 협업해서 조사 방법과 피해 신고 방안을 홍보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사례, 실거래를 토대로 한 전세가율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조사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조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확인하면 특별법상 피해자 / 특별법상 피해자는 아니지만 정부 지원 대상 피해자 / 피해자 및 지원 대상 제외자로 구분하는 논의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구제책 한계 보완 : 주거 안정에 그치는 전세사기 특별법   전세사기 특별법이 만들어진 후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6월 말 전세사기 피해를 확인한 50대 피해자는 ‘돈 받기는 틀렸다’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인천의 67세 전세사기 피해자는 아내와 평생 모은 돈으로 생애 첫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남편분(자신) 몸이 불편하여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으로 구했는데 그 주택이 전세사기 주택이 되었습니다. 자신 때문에 전세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남기고 건강이 악화하여 8월 4일 돌아가셨습니다. 현재 제정된 전세사기 특별법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보루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별법 보완은 시급합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국가가 구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투기가 아닌 거주를 위해 택한 일이자 공인중개사, 국가기관 보증 전세대출 위에서 벌어진 일이 전세사기 참사이기에 국가가 이 일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23년 6월 1일 자로 제정되고 시행되었지만, 어떤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 위안이나 희망의 보루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 제정 과정에서 빠졌던 구제책을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목돈이 지금 필요한 피해자에게 나중에 받을 것이라 예상되는 금액을 주는 방안(선 보상 후 구상권 제도), 최우선 변제금도 받지 못하고 보증금 전체를 잃어버린 피해자에게 일부라도 국가가 보상하는 방안(최우선 변제금 국가보상),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국가기관이 매수하여 피해금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금융기관 선순위 부실채권 매입) 등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증금 피해 구제 외에도 피해주택에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재난 위험, 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특별법 개정 논의 때 함께 포함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임대인의 부재로 주택 관리인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주택관리자(주택소유권자)가 부담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임차인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습니다. 주택 보수 및 관리 비용이 적은 경우야 피해자들이 자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침수, 누수 등 경제적 부담이 큰 관리 비용까지 임차인인 전세사기 피해자가 부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전국을 휩쓸었던 장마와 태풍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도 침수되거나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위한 조치도 법 개정 혹은 정부/지자체 차원의 지원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법 개정 방향 요약) 1. 선 보상 후 구상권 제도 2. 최우선 변제금 국가보상 3. 금융기관 선순위 부실채권 공공 매입 후 피해 보상 방안 4. 전세사기 피해주택 보수 및 관리 지원 방안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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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권은 수천만 원짜리다.
LH 철근 누락 사건으로 공공임대주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철근 누락 심각한 문제다.하지만, 이번엔 공공 및 민간 청년 주택 청약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최근 3-4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서울주택도시공사 SH, 경기주택도시공사 GH, 부산도시공사 BMC가 공급하는 청년매입주택, 행복주택, 청년전세임대, 역세권청년주택(민간포함) 등 다양한 청약을 신청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서 벗어나 좀 더 큰 도시로 나가기 위해서다. 공공 주택을 신청한 이유는 발품 들일 필요가 적고 국가가 임대해 주는 것인 만큼 보증금 및 퇴거 문제에 있어 골머리 앓을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지역의 행복주택, 서울 청년전세임대, 서울 민간 역세권청년주택 3번 당첨되었다. 행복주택은 LH, SH, GH, BMC에서 진행하는 청년과 신혼부부 및 주거약자(노약자 포함)를 위해 공급하는 주택이다. 행복주택은 공공에서 공급한다. 서울 역세권이나 강남 등 땅값이 비싼 지역에 위치한 행복주택을 제외하면 보증금과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주택 공급 유형에 속한다. 행복주택은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신축 건물이 많다.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공고도 많다. 그래서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의 행복주택은 경쟁률이 매우 높다. 반면, 지역에 위치한 행복주택의 경우 교통편이 편리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추가 공고가 발생할 만큼 입주가 더디게 이뤄진다. 현재 거주중인 행복주택은 수도권에 위치한 행복주택 보다 임대료와 보증금이 2-4배 정도 저렴하다. 청년전세임대는 LH에서 소득 수준이나 기타 기준을 근거로 보증금 1-2억 정도를 ~2% 정도의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보증금 지원 방식이다. 일반 전세처럼 임대료 부담에서 해방되게 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민간 주택 대출보다 이자가 저렴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은 LH가 공급하는 건물에 적용할 수 없다.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이 적용되는 집(집주인)을 직접 찾아야 한다. 그 후 권리 분석을 통해 계약이 치러진다. 하지만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이 가능한 집들이 많이 없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적용된다 해도 집이 오래된 경우도 많다.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을 받아도 계약한 건물에서 부과하는 관리비나 월세를 따로 받아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측면이 없잖아 있다. 그래서 해당 청약에 당첨돼도 마냥 기뻐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속 시끄러워 해당 방식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이번 7월 중순, 서울 O호역 근처 신축 역세권 청년주택 청약에 당첨이 되었다. 청년의 경우 4-5평(16형)만 공급되었다. 민간 역세권청년주택 청약 주택 신청은 큰 제한이 없어서 지역에 거주하는 나도 신청이 가능했다. 민간 청약 결과는 추첨 프로그램을 통해 확정된다. 공공에서 제공하는 역세권청년주택도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 제한은 없다. 민간에 비하면 몇 배 이상으로 저렴해 경쟁률이 높다. 공고에 따라선 공급 호수가 적은 경우도 많다. 무작위 추첨이 아니고 1, 2, 3순위 배점에 따라 청약 당첨이 결정된다. 당첨되었던 민간 역세권 청년주택 16형(4-5평)의 경우, 보증금을 최대로 했을 때 5990만 원이었다. 월 임대료는 41만 원. 관리비를 10만 원으로 잡아도 월 50만 원 수준이다. 방의 크기를 떠나 가장 큰 장점은 첫 입주 건물이라는 것과 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건물이라는 것이다. 방 크기에 비하면 비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서울 부동산 가격에 오랫동안 가스라이팅 당해와서 그런지 엄청 비싸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 계약 기간 1주일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6천만 원의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행하는 역세권청년주택 전용 임대 보증금 50% 무이자 대출을 알아봤다. 보증금 1억 원 이하의 경우 50%까지 최대 4500만 원 지원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 무이자 대출을 받아도 여전히 3천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머지 잔액은 주택도시기금의 청년 버팀목 전세 대출로 해결하려고 했다. 연 1.5~2.1% 사이 이자로 보증금의 80%를 빌려준다. 기타 대출보다 이자가 그나마 저렴해 많은 청년들이 선택하는 대출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최대 24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서울주택도시공사 3000만 원 +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 2400만 원 + 자비 600만 원으로 보증금 해결이 가능했다. 월세는 대출 이자 + 관리비 + 기타 요금을 합치면 넉넉잡아 60만 원으로 예상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고민하던 중 해당 역세권청년주택이 무량판 구조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었다.(현재는 목록 사진이 내려간 상태다.) 무량판이 문제가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날림 처리되었거나 누락된 것이 문제라 무량판은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주일간 고민했고 결국엔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하지 않았다. 그때, “대출을 받아 가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정상인가?” “아니, 이 정도면 괜찮은 가격 아닌가?”라는 상충하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서울이니까라고 답을 하면 모든 건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내가 한 생각들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해 보자. 사회 초년생에겐 수천만 원의 현금이 없다. 지극히 정상이다. 그런데 그들이 일자리를 위해 모이는 서울의 방 한 칸 보증금은 수천만 원이다. 월세도 수십만 원이다. 부모님에게 지원받거나 대출을 받아 기본적인 주거 상황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가지 방법이 아니라면 반지하에 거주해야 하거나.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 것인데. 현 정부는 전 정부에 비해 각종 복지 예산을 줄이고 공공임대주택 정책 예산을 전년 대비 5조 7729억 삭감했다. 반면 분양주택 지원 예산은 1조 1138억 원 증액했다. 정부 기조를 보면 대도시에 거주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민간 업체들이다. 민간은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지어 정부로부터 일반 분양 권리 혜택을 받아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분양이 시작되었을 때 인구가 줄어 보증금이나 월세가 내려갈까? 아니면, 서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비싸질까? 시설이나 위치를 따졌을 때 그럴만한 가격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주거 약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하다.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개개인의 문제일까? 폭주한 시장을 바로잡지 못한 정부 정책의 모자람일까? 아니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게 비정상적인 걸까? 결론은 다음과 같다. 서울 거주권은 수천만 원짜리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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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보행통로, 공익과 사익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사진 출처 : 헤럴드 경제 몇 년 전이다. 한참 SNS를 보는데, ‘건물에 통로 낸 부부`라는 글을 보았다. (게시물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뉘앙스였다) 사연은 이랬다. 전라북도에 있는 한 부부는 가지고 있던 땅에 주차장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 통행하지 못하도록, 쇠 파이프를 둘러뒀는데 인근 초등학생들이 자꾸만 그 밑을 기어가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유는 그곳을 바로 지나가면 학교로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차장을 지으려던 곳은, 학생들이 학교 통학로로 쓰던 장소였다. 사진에 나와 있는 것처럼, 초등학교(초록색 표시)와 인근 아파트(파란색 표시) 중간(빨간색)이 아이들의 통학로였다. 아이들의 통학로를 그대로 둘 것이냐, 아니면 기존 계획대로 할 것인가. 고심하던 부부는 통학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건물이 지어지고 난 뒤에도, 힘들게 빙 돌아서 가지 않고 통행로를 통해 쉽게 학교에 갈 수 있었다. 부부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전라북도교육청으로 부터 감사패를 수여 받았다. 필자는 부부가 뚫은 통행로가 일종의 공공보행통로라고 생각한다.  공공보행통로는 지구단위계획에서 대지안에 일반인이 보행통행에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24시간 개방된 통로를 말한다. 아파트 단지 내 주민 및 인근 주민들이 편하게 짧은 길을 선택해 보행 편리성과 연계성 증진을 위한 것이다. 이는 아파트 단지가 폐쇄적으로 조성되고, 단절되는 걸 막아주는 장점이 있다. 공공보행통로를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24시간 개방되어야 한다. 둘째, 보행에 지장이 되는 시설물이 없어야 한다. 해당 지역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이 왕래하고, 혹여 몸이 불편한 사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경사로 등이 없어야 한다. 공공보행통로를 잘만 활용된다면,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건 언제나 어렵다. 공공보행통로의 어려운 점은 사적인 장소에 설치된다는 점이다. 아파트라는 개인적인 공간에 설치되는 터라, 아파트 주민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갈등이 있다. 아파트 주민으로서는, 내 아파트 단지에 외부인이 왔다 갔다 하는 게 꺼려질 수 있다. 충분히 들 수 있는 생각이다 지난 2021년,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공공보행통로에 카드키를 찍어야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설치한 사례가 있다. 당시 수원시는 해당 아파트에 문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에 아파트 주민들이 항의한 사례가 있다. 사례는 또 있다.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인근 산에 오르는 등산객 등이 많다는 이유로, 아파트 상가 옆에 담장을 설치했다. 담장 설치는 일종의 건축이기 때문에, 허가가 있어야 하고 해당 허가 없이 설치해 벌금 100만 원이 부여된 것이다. 이외에 강남구 압구정동의 모 아파트에 공공보행통로를 설치에 대해서도 주민과 서울시 간에 마찰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아파트 주민은 “집 앞이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의 이익이냐, 사적인 이익이냐. 어떤 것이 더 좋다고, 우선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판단도 어렵다. 돈을 내고 해당 입주민 자격을 부여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누구를 우선해야 할까? 요즘 처럼 사회가 불안정하고, 안전을 안심할 수 없는 사회일수록 이러한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공공의 이익만 부각시킬 수도 없고, 사적인 이익만 추구할 수도 없다. 사회가 변할수록, 어쩔 수 없이 겪게되는 변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볼 때 마다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믿음과 신뢰 따위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타인에 대한 믿음, 정직성과 상호 신뢰, 그리고 개인의 일상적인 사교까지 줄어들어 사회적 자본이 크게 감소하였다.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 사회적 유대의 해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나 홀로 볼링’이다.”* 과거 아파트 단지 내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던 5일장은 이제 볼 수 없다. 인근 아파트에서 5일장이 있던 날이면, 친구들과, 부모님과 함께 나가서 장도 먹고, 음식도 먹고 왁자지껄 놀았던 기억이 있다. 5일장은 친구를 만나면 같이 놀고, 부모님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사교의 장이었다. 이제 그 기억은 찾아볼 수 없는, 잃어버린 사회적 자본이 된 게 아닐까 싶다. 공공보행통로를 보면서 사회가 점점 더 그런 사회적 자본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사연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 한 아파트가 있다. 아파트 통행로를 이용하면, 일직선으로 가로질러 갈 수 있어서 편한 길이 있다. 해당 아파트가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기에 그쪽으로 들어갔지만, 막상 들어가니 나가는 데 문이 있었다. 당연히 열릴 줄 알았던 문이 알고보니 카드키로 열 수 있는 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왔던 길을 돌아서 갔다. 필자 옆에는 배달을 하는 배달 라이더 분이 계셨고, 그분도 왔던 길을 돌아서 다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라이더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돌아가던 게 기억난다. 건축학자이자 교수인 유현준 교수는 좋은 건축이란 화목하게 하는 건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주택 담장에 있던 깨진 유리병을 깬 순간부터 사회가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파트 주민과 인근 주민이 함께 어울릴수 있도록 벤치를 놓자고 말했다. 벤치를 아무리 많이 놓는다고 해도, 거기에 앉을 사람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우리 사회에 공공보행통로를 통해 화목해지는 분위기가 생겨나면 좋겠다. 전북의 한 부부가 아이들이 통행할 때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흐믓하다고 말한 것처럼 흐믓해 질 길이 많아지면 좋겠다. * 나 홀로 볼링 (로버트 D.퍼트넘/ 페이퍼로드/ 2009/ p.699)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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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조건: 한국, 대만, 네덜란드, 덴마크의 공공임대주택
자가를 많이 보유한다고 해서 그게 곧 그 사회의 주거가 안정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집이든 세를 들어 살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한국의 집값을 두고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원리에 따라 알아서 조절되는 것이지 그게 뭐 문제냐’, ‘돈 있으면 부동산을 얼마나 가지건 말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느 재화나 무한한 것은 없습니다만 토지와 주택은 그 유한함이 비교적 눈에 잘 보이는 편입니다. 토지는 식물처럼 자라는 것도 아니고(증식하지 않음) 부동산(不動産: 움직일 수 없는 재산)이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다른 곳으로 가지고갈 수도 없습니다(이동할 수 없음). 또 같은 면적이라고 해도 주위 환경에 따라 그 가치가 확 달라지는데 이런 조건을 아주 약간은 바꿔볼 수도 있지만 음식에 양념 치듯이 완전히 인간 맘대로 할 수가 없다는 점도 있습니다(주위 환경을 바꾸는 데에 한계가 있음). 그리고 국토(國土)나 영토(領土)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 토지는 국가라는 전제가 없이는 개인이 소유하기 힘듭니다(토지 자체에 공공성이 있음). 그런 점에서 토지는 다른 재산과는 다르게 취급되어야 하며 매우 확실한 유한함이라는 조건 하에서 모든 것을 개발해야 합니다. 남한의 면적은 100,210km²이고 인구는 5174만 명이니까 다른 조건 다 무시하고 단순하게만 계산하면 우리는 1인당 대략 1936m²(약 585평)의 땅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영토에서 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4,300km²(전국토의 64%) 정도라고 하니까(탁한명, 김성환, 손일, 「지형학적 산지의 분포와 공간적 특성에 관한 연구」, 『대한지리학회지』, 2013) 산을 빼고 계산하면 1인당 대략 694m²(약 210평)의 땅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우리는 이 정도의 땅을 가지고 있을까요? 소유는 차치하고 우리가 주거, 노동, 여가 등을 위해 활용하는 공간을 다 합쳐도 210평이 되기는 할까요?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개발하고 분배하는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이규봉, 「한국과 일본의 공공임대주택정책연구」, 한국아시아학회, 2007) 대만 대만에서 공공임대주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지만, 정부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주택 가격이 급상승하자 1989년 민달팽이 운동(無殼蝸牛運動)이 일어났습니다. 이 당시에는 옥노(屋奴), ‘집의 노예’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1989년 8월 26일, 타이베이에서 약 5만 명의 시민들이 땅값이 제일 비싼 충효동로(忠孝東路)에 모여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대만에서는 계엄령이 해제된 이후 일어난 자발적인 도시사회 운동 중 가장 큰 운동이자 시위였습니다. (이 기록은 바로 다음 해인 1990년 민주주의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운동인 야백합학운野百合學運에 의해 깨졌습니다.) 이들은 20%의 민달팽이는 80%의 집 있는 달팽이에게 대항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민달팽이 운동을 계기로 주택 문제를 위한 사회단체인 중화민국 무주택자 단결조직(中華民國無住屋者團結組織), 학술단체 청셔(澄社, 영어 이름은 Taipei Sociaty), 대학생 무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주숙문제 전안소조(學生住宿問題專案小組) 등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계속해서 정부에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입법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만의 주택가격 문제나 공공주택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치대학 장진으어(張金鶚, 장금악) 교수는 ‘토지가 있어야 재물이 생긴다(有土斯有財)’라는 중화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가치관과 주택 소유를 위해 금융 지원이나 세금 우대 등을 행하는 전통적인 정책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토지나 주택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깨져야 그 다음을 진행할 수 있는데, 전통적인 가치관을 깨는 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정치인들이 ‘선거 전에는 머리를 세고, 선거 후에는 주먹을 센다’고 조롱했습니다. 선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당선이 되면 힘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계산하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건설사, 중개업자 등 부동산 사업가들이 바로 그 주먹이라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주택을 가진 자 80% 중 60%p에 해당하는 사람들 역시 주택가격상승의 피해자라고 이야기합니다.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자신의 집을 팔아도 지금과 비슷한 환경의 다른 집으로 이사갈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이로 인해 한 주택 소유자들의 거주 환경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20%의 무주택자들과 60%의 한 주택 소유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안을 주장했습니다.  1) 주택시장 메커니즘을 개선하여 시장정보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하고 실거래가 등록 제도를 개선할 것  2) 부동산 세제, 금융제도를 개혁해 주택상품화의 유인을 줄이고, 거주와 비거주소유를 엄격히 구분하고 비거주소유를 억제할 것  3) 다양한 주택보조금을 공적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것. 공영주택 건설 수만 강조하지 말고 취약가구에 대한 복지와 그 비율을 중시할 것  4) 주택의 안전, 환경을 중심으로 한 주택법을 시행해 임대주택의 주거 안전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품질을 개선할 것 (未來城市.2019.07.01.) 2016년, 총통 후보였던 차이잉원(蔡英文)은 2024년까지 공공주택 20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당선된 후에는 <주택법>을 개정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량을 30% 이상으로 늘리고, 지방정부의 공공주택 건설 지원을 실시했으며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대만의 공공임대주택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을까요?  2023년 기준, 전국에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6,253호, 차이 총통 당선 이후 건설된 주택은 19,647호, 건설 중인 주택은 33,429호, 건설하기로 결정된 주택은 20,501호라고 합니다. 이를 다 합치면 79,830호이고, 여기에 아직 실행은 못하고 계획만 한 주택이 46,683호라고 하니까 이것까지 다 더해도 126,513호네요. (社會住宅興辦進度統計表) 일부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건설이 수도인 타이베이시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방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공공임대 주택 건설에 소극적이라고 합니다. 일단 토지 가격이 너무 상승해서 지자체가 이를 매입하기 너무 어려워서 경찰이나 군부대, 정부부처 건물 등 정부 시설에 대해 특혜를 줄테니 부지를 달라고 요구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건설 원가 상승이 겹치면서 사업을 진행하기 더 어려운 실정이라고 합니다. (The News Lens 10. 2022.07.20.) 한국은 어떨까요? 토지와 주택을 거주를 위한 필수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투자가 가능한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많을까요? 부동산에서 투기성을 제거하는 게 가능할까요? 이와 관련해서 함께 보면 좋을 사례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입니다. 네덜란드 네덜란드에는 사회주택(sociale woningbouw)이 있습니다. 그 시작은 1901년 <주택법(Woningwet)>의 제정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법에 근거해 네덜란드에서는 주택협회(Woningcorporaties)라는 민간 사회적 기업이 있고, 이들이 임대하는 주택이 바로 사회주택입니다. 현재 네덜란드에는 300 여 개의 주택협회가 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자선사업에서 시작한 사회주택은 1901년에 관련 법이 제정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장려되었습니다. 2020년 기준, 네덜란드의 월 최대 주택 임대료는 740유로(약 98만 원)이라고 합니다. 사회주택의 경우에는 각 주택의 품질, 구성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그에 따라 최대 임대료가 책정됩니다. 보통의 임대사업자들은 가급적 법정 최대 임대료를 받으려고 하지만, 주택협회의 사회주택은 평균적으로 상한선의 72%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마리아 엘싱하(Marja Elsinga) 델프트 공대 교수는 네덜란드의 사회주택과 관련해 주택협회의 사회적 임무를 이야기합니다. (이로운넷.2020.12.07.)  1980년대 사회주택은 전체 주택의 42%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만, 2015년에는 34.1% 정도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 일단 저소득층, 취약계층이 사는 집이기 때문에 영리를 추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임대료를 올리기는 어려운데 주택 공급은 계속 해야하기 때문에 재정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여파로 네덜란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복지 재정은 축소되었고 주택협회에도 높은 세금이 부과되면서(임대수익의 25%) 사회주택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재정이 안정적인 주택협회도 주택을 더 공급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인구가 암스테르담에 몰리는 일이 가속화되면서 수도권에 사회주택은 물론 일반주택마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사회주택 공급은 더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사무실이나 사회복지시설, 산업시설 등을 개조해 사회주택을 늘리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고 토지임대부주택을 통해 정부가 토지를 저렴하게 빌려주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bizwatch.2019.08.07.)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덴마크 덴마크도 네덜란드와 같은 방식으로 주택협회와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에는 500개가 넘는 주택조합이 있고, 주택조합 협회는 베엘(BL; Boligselskabernes Landsforening)이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덴마크 공공주택(Danmarks Almene Boliger)으로 개명했습니다. 덴마크가 다른 나라의 사회주택과 다른 점은 우선 입주 자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매우 큰 규모의 사회주택만 아니라면 특별한 입주 자격 기준을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거주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죽을 때까지 살 수 있고 자식에게 우선거주권이 부여됩니다. 공공주택에 들어갈 때엔 장기담보대출에 가입을 합니다. 일종의 모기지 같은 것인데 30년 만기 변동금리라고 합니다. 원금을 다 갚으면 공공주택은 개인 소유가 되고, 굳이 주택을 소유하고 싶지 않으면 원금을 안 갚고 이자와 관리비를 월세처럼 내면 됩니다. 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그 이후에도 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책임으로써 임대료(세금)를 내는데 임대료의 3분의 2는 전국기금으로, 3분의 1은 지역기금으로 들어가 다시 사회주택을 위한 재정으로 사용됩니다. (한겨레.2017.11.08.) 2019년 기준으로 사회주택은 전체 주택의 21.2%에 달하고 전국민의 60%는 인생 중 한 번 이상 사회주택에 거주한다고 합니다. (이로운넷.2020.12.07.) 사회주택과 같은 공공임대주택의 물량은 정해져 있고 경제가 어려운 요즘 일수록 누구나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 어느 사회든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정하는 것이지요. 입주 자격이 없다면 그 수요를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요? 덴마크의 경우 사회주택의 임대료 상한, 보조금 액수 등은 중앙정부에서 결정하지만 신규 건설, 공급, 위치 등은 지자체와 조합에 의해 정해집니다. 새로 사회주택을 건설할 때 건설 자금은 임차인 자본 2%, 지자체 보조금 10%, 주택조합의 모기지 대출 88%의 비율로 조달됩니다. 매년 GDP의 0.5% 정도를 사회주택 보조금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사회주택에서 얻은 이익이나 이자, 모기지 원리금 상환 잔액은 전부 사회주택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주택 공급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임병권, 강민정, 장한익, 김병국, 「유럽국가의 사회주택 현황과 지원 정책에 관한 사례연구」, 『주택금융리서치』, 2018) 결론 1. 일단 사회 전반적으로 주택, 토지 등 부동산을 재물(투자나 투기 수단)로 보지 않고 거주와 생활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닭이냐 달걀이냐 같은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인식이 없으면 부동산 업자가 폭리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일을 막을 수 없습니다. 2. 공공주택 사업은 민관 협동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나 사회적 기업 둘 중 하나에서만 이런 일에 관심을 둔다거나 두 조직이 소통 없이 따로 논다면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3. 공공임대주택에서 나온 이익은 공공임대주택을 위해서 쓰여야 하고, 임대료는 건설 원가 수준에서 책정되어야 합니다.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과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서로 상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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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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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청년안심주택’, 정말 청년들은 안심하며 거주할 수 있게 될까요?
역세권청년주택은 통학 및 출근이 용이한 역세권에 청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청년 및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201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공급량 부족, 좁은 면적, 비싼 관리비 등의 이유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관심과 불평은 더욱 커져가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2022년 ‘빌라왕 사태'로 인해 전세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정부의 거주 지원 사업에 청년들은 더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2023년 4월 역세권청년주택을 청년안심주택으로 개편하여 제도 개선 및 공급 물량 확보를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2023년까지 서울 시내 청년안심주택을 총 12만호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년안심주택 주요 개선점 ‘주거비용 감소와 공급주택 증가’ 제도 개선에 대하여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주거비 부담완화ㅣ공급유형 중 민간임대 임대료를 종전 대비 10% 낮추고, 관리비도 10% 낮출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임대료 산정 과정과 부과에 대한 상세 내역도 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2. 사업대상지 확대ㅣ역세권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간선도로변 50m 내외까지 사업대상지를 확장합니다. 이를통해 더욱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지고 지역의 균형 발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청년주택 품질 제고ㅣ 도시 품격을 위한 건축 디자인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고, 각종 편의시설과 커뮤니티 시설을 통해 지속 가능한 주거형태를 만들고, 가능하다면 신혼생활도 꿈꿀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Hello tv NEWs,23.06.09)4. 입주자 및 사업자에 대한 지원강화ㅣ기존에 송파구 장지역에 있던 ‘청년안심주택 지원센터’는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으로 이전해 청년들이 더욱 편리하게 ‘입주자 지원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업자에게는 2023년 한정 건설자금 이자지원을 상향지원하여 이자 부담을 줄일 전망입니다.5. 지역사회와의 상생 ㅣ지역에 필요한 생활 SOC(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ead Capital)를 설치하고, 자치구 추천자 우선 입주를 하게하는 등 지역사회를 위한 방안을 적용합니다. 그래서 청년안심주택으로 인한 지역사회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합니다. (머니투데이,23.04.04) 청년안심주택 개편에 대한 반응 당장 거주 문제에 직면한 청년들이 많은 상황에서 제도 개편은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로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개편된 제도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요? 청년들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일단, 청년안심주택 입주를 위해서는 청약접수를 해야하는데요. 지원자는 1순위, 2순위로 나뉘게 됩니다. 하지만 적은 물량에 지원자가 몰리다보니 사실상 2순위인 지원자는 입주가 불가합니다. 2순위 자격조건을 갖춘 청년 김모(27)씨는 “2020년부터 꾸준히 청년안심주택에 지원했으나 한 번도 서류심사를 통과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 수요가 증가할 상황임을 지적하며 정부가 물량확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순위별로 추첨제는 더 급한 사람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급량을 늘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쿠키뉴스, 23.06.14)  까다로운 조건과 한정적인 물량, 전세사기 등으로 청년들의 거주지 마련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자격요건에 대한 기준이 완화되었고, 장기적으로는 물량 공급도 확대될 것이 때문에 청년들의 거주지 마련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조선비즈, 23.06.19) 참고: 빌라왕 사태: 유독 2030 노리는 전세 사기, 이유는?/ BBC NEWS 코리아달라진 ‘청년안심주택’, 청년 눈높이 맞출 수 있을까?/ KBS뉴스젊은층 주거안정위한 ‘청년주택’ 실효성 논란, 왜?/ 뉴데일리경제"시세의 75%"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12만호 풀린다…나도 해당될까/ 머니투데이사랑방 역할에 전세 사기도 안심…'청년안심주택'/ Hello tv NEWs“이럴 바엔 2순위 없애라"…청년안심주택에 뿔난 청년/ 쿠키뉴스청년안심주택 12만가구 7년래 공급...'더넓고 더싸진다'/ 뉴스핌[단독] 청년안심주택, 차 있어도 신청 가능해진다… ‘3683만원 이하’ 차량 소유주만/ 조선비즈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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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전세사기 문제는 해결되고 있는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전세사기 피해를 확인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기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졌음에도 왜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사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이번 대전 피해자 사망 사건 외에도 다수의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이 소용없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1 : 4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피해자.   우선 특별법이 제시하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 고충센터에서 전세사기 고충을 접수한 분들 900여명을 대상으로 법 개정 이후인 6월 22~27일(6일간) 온라인 설문을 진행하였습니다. 총 425명의 응답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임대인이 연락이 두절되거나, 계약 도중 임대인이 변경되는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은 사람들 중 전세사기 특별법이 인정하는 피해자 요건 4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사람의 비율은 78%에 그쳤습니다.   상당한 보증금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 특별법이 규정하는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율이 이번 설문에 따르면 20%가 넘는 것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조사가 없는 상황이기에 피해규모를 추정할 수 밖에 없는데, 최근 KBSx연세대연구팀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2만 6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자료를 토대로 본다면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지만 전세사기 특별법의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 피해자가 5천 2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2 : 똑같은 피해를 당했어도 21년 6월 이전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제외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시한 피해자 요건 4가지를 충족하더라도 21년 6월 이전에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특별법 상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시기에 따른 사각지대입니다.   시기에 따른 사각지대도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전세사기 범죄는 최근에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닙니다. 필자는 10년 전인 2013년 7월에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20대 중반의 청년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필자가 만난 1개 건물의 전세사기 사건이 아니더라도 2019년에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를 떠올려보면 21년 이전에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의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똑같은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음에도 특별법 제정 1,2년 전에 피해다를 당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3 : 보증금 반환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보증보험을 통한 보증금 수령, 경매 진행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는 피해자   앞서 언급한 피해자에 비해 피해의 규모는 적지만, 전세사기를 당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금리, 경매 비용 등을 홀로 감당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보증금 피해는 없는 것이니 지원해주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보증 보험을 수령하는데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경매를 넘겨서 보증금 반환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이 길게 2년이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보증금을 돌려받기까지 걸리는 기간동안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법률, 행정적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보증금 반환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과 어려움을 겪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구제책의 사각지대 : 다가구 주택, 불법건축물 거주자   특별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주거형태, 경제적 상황에 따라 아무런 도움을 못 받는 사각지대도 존재합니다.   주택 유형에 따른 사각지대 1 : 불법건축물   근린생활시설, 상업용 오피스텔, 불법 개조 건축물에 거주하면서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사실상 전세사기 특별법의 지원이 소용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불법건축물이라 불리는 주택에 살았냐고 피해자에게 질문할 수 있지만, 불법건축물이라 분류되는 주택도 모두 공인중개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거래되고, 심지어 전세자금 대출을 공식적으로 받기도 했던 주택들입니다. 그러니 불법건축물 거주 피해자 입장에선 “해당 주택을 거래할 때 잘못되었다는 안내를 받은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소개 받고 임대차 계약도 정상적으로 진행한 계약”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마련한 주요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책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해당 주택이 경매될 시 전세사기 피해자가 그 주택을 낙찰 받을 수 있도록 경매시 ‘우선매수권’을 피해자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낙찰 받지 못할 시 정부가 대신 매수해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여 해당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지원책이 불법건축물에 거주한 전세사기 피해자에겐 적용될 수 없습니다. 하나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로 정부는 불법건축물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이라 하더라도 불법건축물은 매입하지 않겠다고 하니, 해당 주택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되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공급될 수 없는 것입니다.   둘째로 우선매수권 부여는 피해자가 선택하기 어려운 선택지입니다. 불법건축물은 매입하여 주거용으로 쓸 경우 이행강제금 등 추가적인 비용을 매년 지불해야 합니다. 안그래도 경제적 피해를 입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대책은 사실상 무용한 것입니다.   이 같은 경우에 정부는 ‘긴급주거지원’ 정책으로 인근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에게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할 수 있겠다고 밝혔습니다만, 최근 확인된 사례를 보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필자가 7월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에서 확인한 사례가 있습니다. 부산에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정부는 ‘긴급주거지원’ 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의 위치가 서울 양천구에 있는 주택을 제공하였다고 합니다. 피해자는 부산에 거주하고 싶었지만 집에서 당장 쫓겨나게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서울로 가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정부의 ‘긴급주거지원’ 정책이 운영되고 있다면 이는 불법건축물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적절한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며 전세사기를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겐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택 유형에 따른 사각지대 2 : 다가구 주택 거주자   다가구 주택 거주자의 경우도 위의 불법건축물 거주자와 유사하게 전세사기 특별법의 지원책에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다가구 주택은 호별로 매매가 불가능하고 건물단위로 매매가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시 우선매수권을 부여받는다 하더라도 건물 전체를 사야하는 상황입니다. 수십 억 원에 달하는 건물을 살 수 있는 피해자는 없습니다.   또한 정부는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여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것에 소극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다가구 주택을 매입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나, 정부 관계자들을 인터뷰해보면 다가구 주택은 개별 임차인들의 동의를 다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매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가구 거주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 피해주택 매입 후 공공임대 전환은 모두 소용이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전세사기 지원책의 사각지대를 짚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전세사기 특별법 상 사각지대는 계속 보고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는 과정에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전세사기 특별법은 논의가 끝난 것이 아니라 완성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여야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하며 추가적인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올해 12월에 국회에서 개정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 논의를 위해선 피해자 조사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과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법 개정 논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방향에 대한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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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실패가 만들어낸 전세제도의 부작용과 출구전략
전세제도의 득과 실 일시에 목돈을 맡기고 2년의 사용권한을 빌리는 전세제도는 한국과 어깨를 견주는 OECD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도이다. 최근에는 전세제도가 대한민국 주거문제의 원흉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전세제도가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주거 유형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전세제도가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효용가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세제도의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월세에 비해 저렴한 주거비’와 ‘월세에서 자가로 가는 주거사다리 역할’이다. 실제로 한국은 OECD 선진국 중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비율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림 1>   OECD 국가별 가구소비 지출 대비 주거비 지출 비율 서구 선진국에서 보증금은 1-2개월치 월세 수준이기에 사실상 보증금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순월세다 보니 소득에서 20-30% 가량이 주거비 지출로 나간다. 하지만 한국은 일시에 목돈을 맡기는 전세가 임차 주거 유형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면서 주거비 지출 비율을 대폭 떨어뜨리는데 기여했다. 주거비 지출로 나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에 월세 거주자보다 빠르게 저축을 늘려 목돈을 만들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고 전세보증금은 내집마련의 종잣돈이 되어 월세주택에서 자가주택으로 가는 주거사다리의 중간 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경제성장속도가 가파르던 1970-80년대 개발도상국 시절의 대한민국은 고성장,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임대인 역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은행에 넣어 쏠쏠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가계금융이 발달하지 않았던 개발도상국 시절의 대한민국에서 전세제도는 가계금융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임차인의 주거안정과 내집마련의 종잣돈 역할을 하며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실익을 주었기에 서구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세제도가 지금까지 존속될 수 있었다. 그랬던 전세제도가 지금은 대한민국 주택시장을 교란시키는 원흉이 되었다.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전세보증금이 갭투기의 종잣돈이 되어 주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여 주택가격을 급등시켜 무주택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주택가격 하락기인 현재 윤석열정부에서는 주택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더 높은 깡통전세는 무주택서민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전세사기의 토대가 되고 있다. ‘그때 그시절’에는 임차인에게 내집마련의 주거사다리가 되고, 주거비 지출을 낮추어 주었던 전세제도가 지금은 왜 악순환의 고리가 되었을까? 전세제도는 그대로이지만 전세제도를 둘러싼 배경과 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세제도가 특별한 부작용없이 장점을 발휘하던 상황에서 전세제도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세주택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세 과잉보호가 만들어낸 시장 왜곡 전세주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이다. 2008년 이전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던 주택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택가격에 낀 거품이 붕괴하면서 주택가격은 하락하고 시세차익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주택을 매입하려던 가구는 대폭 줄고 임차로 머무르는 가구가 대폭 늘어나면서 전세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주택시장 침체기에 ‘전세대란’ 문제가 주요 주거이슈로 등장하면서 그전까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2008년에 도입되었고, 2013년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보호해주기 위한 전세보증보험 상품을 출시하였다. 주택시장 침체기인 이명박, 박근혜정부 시절 무주택서민인 전세임차인을 보호하고 전세보증금 마련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은 문재인정부 시절에 대출규모와 보증보험 보호 한도를 대폭 늘리면서 사실상 전세주택은 목돈이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임차유형이 아니라 목돈이 없더라도 누구나 다 받을 수 있는 임차유형이 되었다. 주택가격의 80-90%까지 월세보다 대폭 저렴한 낮은 이율의 전세자금대출이 나오고 주택가격을 상회하는 전세보증금까지도 100% 전세보증보험으로 보호해주겠다고 하는데 전세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선택인 세상이 되고 말았다.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기 전인 2008년 이전에는 전세보증금은 부모의 지원을 받거나 자신의 저축을 통해 조달해야 했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리고 싶어도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의 한계가 뚜렷했기에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이 출시된 이후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금 전체에 정부가 보증을 서주면서 은행도 위험부담없이 전세자금대출을 남발했다. <그림 2> 전세자금대출 잔액 추이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전세보증금 마련이 수월해지면서 전세보증금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저층주거지의 다세대주택, 오피스텔에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과 같거나 매매가격을 상회하는 주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임차인은 거주 주택의 경매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회수해야 하기에 매매가격에 근접하거나 상회하는 주택은 거래가 되기 쉽지 않다. 하지만 2020년 전후로 거래된 신축 다세대주택의 대다수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과 같거나 상회하였다. 시장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공공기관이 주택가격의 100%까지 전세보증금을 보호해주는 전세보증보험에 기인한다.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무주택서민의 재산을 보호하고 전세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꾀했던 정부의 선의는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을 폭등시키는 마중물을 지원하고 전세사기로 청년, 신혼부부들의 전재산을 잃게 만드는 지옥을 만들고 말았다.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유동성을 막고자 만든 각종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전세자금대출이라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어 전세자금대출로 부풀려진 전세보증금은 주택가격 폭등의 마중물이 되었으며, 주택가격 하락기에 들어서면서 깡통전세는 폭탄이 되어 무주택서민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전세사기의 토양이 되고 있다. 전세주택에 대한 정부의 어설프고, 대증적인 처방이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을 급등시켜 무주택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어렵게 만들고 전세사기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전세보증보험의 90% 이상을 취급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 역시 국민들의 혈세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임대차시장 선진화를 위한 첫단추 : 전세 인센티브 축소 전세제도가 임차인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획기적인 제도라면 주택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는 서구 선진국들이 한국의 전세제도를 왜 도입하지 않았겠는가? 선진국 중 어디도 모방하지 않는 이유는 그 나름의 한계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인위적으로 전세주택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면 여타 선진국처럼 한국에서도 전세주택의 비중은 줄어들고 월세 주택의 비중이 늘어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맞이했을 것이다. <그림 3> 주택 점유 형태별 추이 왜곡된 전세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전세주택에 대한 정부의 과잉보호를 줄여야 한다.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정부의 보증한도와 전세보증보험에 대한 정부의 보호한도를 주택가격의 50-70% 수준으로 차츰 낮추어 가야 한다. 전세주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면 그만큼 임차인들의 주거비 지출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임차인들의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은 월세에 대한 지원과 전세주택을 대체할 수 있는 지분공유형,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같은 중간형 주택 모델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월세 거주자는 ‘소작농’이라는 과도한 편견도 깰 필요가 있다. 자기자본도 전혀 없고 주택에 대한 운영관리 역량도 전혀 없이 수십, 수백채의 주택을 보유하며 시세차익을 얻기만을 기다리는 '악덕 지주'같은 한국형 임대사업자가 나타나는 원인은 집값과 비슷한 수준의 전세주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월세 중심으로 임대차시장이 재편되어야 운영관리 역량이 있는 임대사업자들이 양산될 수 있다. 전세제도의 부작용을 없애고 임대차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첫단추는 과도하게 전세주택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인센티브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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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 보완 및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포럼” 후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던 7월 1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전세사기 특별법 보완 및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 포럼”이 열렸습니다 .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김병욱 의원, 오기형 의원, 허영 의원이 주최하고 대전환포럼,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고충센터,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공동주관 했는데요. 전문가 발제는 ‘전제사기 피해자 대상 여론조사와 결과분석’를 실시한 권지웅 센터장, 마찬가지로 ‘피해자 심층인터뷰’를 실시한 김광중 변호사, 세종대 임재만 교수의 ‘전세사기 대응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진행됬습니다. 이후 전문가 박준 교수, 김준우 교수, 정윤남 교수와 함께 토론을 이어나갔는데요. 특별법을 중심으로 여론조사⋅심층인터뷰 결과를 자세하게 공유했고, 피해유형과 피해자 입장, 피해자를 둘러싼 상황 및 인식에 대해 공감하며 이날 토론은 피해자의 지원, 구제 방안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주거정책 전환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전세사기 특별법'은 정확히 무얼 말할까요? 이번 년도 6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정식명칭은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피해자들에게 경매⋅공매 절차, 조세 징수 등에 관한 특례를 부여함으로서 피해 최소화, 주거불안 해소 및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되었는데요. 특별법 지원과 관련해 간단히 정리해보면 ▲경매⋅공매 우선매수권 행사, ▲낙찰 주택에 대한 구입자금 대출 지원, ▲낙찰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우선매수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양도하고 LH가 경매에서 낙찰한 집에서 거주하는 공공임대 형식의 방안 등이 있습니다. 다만 ▲피해주택이나 채권을 공공이 매입하고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실질적 피해자 구제’ 방안은 보이스피싱과 같은 다른 피해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입법 초기, 국토부와 여당의 문제제기로 제외됐습니다. 포럼을 주최한 4인의 국회의원을 비롯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특별법에 대한 점검으로 이미 많은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음에, 보다 피해자 중심의 실질적인 법제도 보완 개정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 점검, 그리고 끝까지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요. 나아가 근본적인 우리 사회 주거안전망에 대한 점검과 금융시스템 차원에서 향후 주거부채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피해자를 외면하는 특별법 권지웅 센터장은 전세사기고충센터에 피해⋅고충 접수한 피해자 900명 중 약 430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에는 주택의 형태와 사기 유형, 피해자 상황에 따라 다양한 피해모형이 존재하며, 이와 과련해 개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전체 피해모형을 정확히 인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정된 특별법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고요. 응답자 85% 대다수가 관련 법제정에 피해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고, 다수가 지원에 대한 효과성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그간 마련된 정부의 대책이 한참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피해자 당사자들이 쉽게, 혹은 체계적으로 전달 받지 못하는 상황은 정확한 정보가 신뢰감있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권 센터장은 꼬집어 말했습니다. 전혀 도움되지 않는 대책으로 꼽은 방안들은 ▲우선 매수권 부여(다가구, 근린생활시설 형태는 사실상 이용이 어려움), ▲최우선 변제금 무이자 전세대출(해당시 모두 무이자가 아니라 소액임차인 대상), ▲긴급복지지원(피해자 대부분이 경제활동인구, 1인가구 기준 월소득 150만원 이하 해당), ▲심리상담지원(이용시간대 평일 낮시간, 근로자 이용 어려움. 일회성 지원) 등 입니다. 참고로 주요 피해 연령층를 특정하면 대다수 20대~30대가 70%를 차지(40대까지 넓힐 경우 90%)하고 있으며, 피해자 평균 피해규모는 약 1억 1천만에, 빚 7천~8천에 이르고 있어 연령을 고려하면 전재산에 가까운 규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권 센터장은 발제를 맺으며 피해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사각지대 해소 등 맞춤형 세밀한 피해구제, 지원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피해자 전수조사 실시가 매우 중요하며 현장에서 정책이 구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절차, 피해지원단과 피해자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고, 직접 피해 지원 및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 지원은 빚 더하기 빚으로 김광중 변호사는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인터뷰 대상자로 20대~40대가 참여한 상황은 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청년세대, 자산형성시기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피해현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결과를 통해 나타나는 피해자의 주요 공통인식을 정리해보자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나라에서 더이상 결혼, 나아가 출산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어려움. ▲피해자가 되는 순간부터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고통이며, ▲모든 초점은 대출을 정리하는 것에 몰두, ▲사법기관을 통한 고소고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사법 불신,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나 소관부서의 원활한 대처 및 답변에 신뢰성이 없어 행정시스템에 대한 불신, ▲공인중개사의 역할과 책무, 신뢰성 부재 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에 관한 문제점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법의 문제점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련 기관이나 지원조직에 상담을 해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새로 대출을 받아서 해결하는 방안으로, 임차인에게 대출을 더 해주고 문제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아닌가. 피해에 대한 범죄 은닉수익 환수, 구제 및 지원은 없고 개인 스스로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것이 피해자들이 갖는 생각입니다. 나아가 사기피해를 경험하지 않았어도 우리나라에서 임차인으로 살아가려면 상당히 많은 부동산 계약 등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고, 전세제도는 발전한 금융산업 시스템에 비해 아직도 40년 전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스템이 주는 장점보다 단점과 리스크가 더 많은 지금의 시점에서 “보증금 반환을 임대인 리스크에게서 절연해 내고, 임차인 중심의 전세제도로 바껴야 한다”, “전세사기 문제 이상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보증금 돌려받기 힘든 피해 임차인에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대안 세종대 임재만 교수는 ‘전세사기 대응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발표했습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임차인의 보증금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측면에서 공공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선순위채권과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에 대한 의견을 주셨는데요. 우선 보증금 반환 채권 즉 세입자가 갖고 있는 보증금 반환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 금융기관이 매입해 집단적 문제해결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임차인의 지위를 양도 받는, 지위 승계와 관련한 말씀을 주셨고요. 두번째로 선순위 채권 할인매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경⋅공매가 진행되면 선순위 채권에 따라 보증금이 배당되는데 피해자가 후순위로 밀릴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 낮거나 없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럴 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금융기관이 가져갈 선순위 채권을 할인 매입하여 가져감으로서 피해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보전해 줄 수 있다고 합니다.(참고로 금융기관은 재무 건전성 관리 등으로 BIS 비율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제3기관으로 이전함) 임 교수 역시 전세제도 개선 및 개혁이 매우 중요하고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공감해주셨는데요. 전세권의 물권화만 되어도 전세사기에 대한 상당 부분 리스크 관리가 될 것으로 덧붙여 주셨습니다. #1.전세권 : 임대차 계약에 있어 정상적인 보증금을 지급하고 임대인의 동의하에 임대인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금액과 기간을 기재하여 등기로 등록하는 물권(배타적 효력 발생) #2.채권의 물권화 : 임차권은 채권으로 원칙적으로는 선순위(날짜가 먼저)여도 물권인 전세권보다 경매시 배당 순위에서 후순위로 배당 받으나 예외적으로 주택임대차 보호법상 대항력(전입+점유)과 확정일자를 갖추면 후순위인 전세권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을 임차권만 특이하게 채권이지만 물권의 효력을 미친다 *전문가 발제에 대한 본문 설명은 글쓴이의 개인적인 이해에 기반하여 작성했기에 다소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토론자로 나선 박준 교수, 김준우 교수, 정윤남 교수는발제에 대한 의견과 정책대안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우선 박준 교수는 피해 구체대책과 정부의 책임 법안, 특별법 이외의 제도 개선에 대해 세밀하게 짚어주셨는데요. 피해자 확정 여건과 관련해 의도적 사기범죄를 개인이 입증해야 한다는 점. 한시적(2년) 법령이라는 점, 비교적 최근의 동일 전세사기 수법에 대한 소급 적용이 불가하다는 점과 관련해 법제도 개선 및 정부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의 여러가지 원인으로 임대사업자 종합 관리 실패로 인한 사각지대 방치, 전세시장에 대한 관리 부족, 전세대출 관련 정책 방향 등을 지목했습니다. 박 교수는 여러가지 제안을 제시해주셨는데요. 전월세 신고제를 전수로 확대, 주택 임대 등록의 의무화 진행,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하고 민간 임대 시장에 대한 의존도 축소 등을 부연해주셨습니다. 김준우 교수는 전세사기는 주 피해자가 청년세대과 저소득층 중심인 문제로 피해자의 막막함, 좌절감 등에 대한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전세계약은 금융기관 전세대출과 공인중개사 수임을 통한 적법한 계약임에도 고스란히 임차인 세입자에게 피해가 가는 구조적인 문제이고, 이런 특징들은 정책적 법리적으로 개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사회의 주거와 재산형성 과정을 고려하면 전세시장은 분양시장과도 밀접한 영향이 있기에 명확하게 문제제기하고 풀어낼 필요가 있고 그런 면에서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으로 볼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향후 6개월의 시간 동안 잘 극복하고 대처하기 위해 논의를 나누고,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제시했는데요. 원칙적으로는 지금 법안은 개인의 사기 피해로서 지원 확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결국 구조적인 문제로서 피해보상 문제로 가야 하고, 기존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제도를 통해 피해자 결정 시 전세보증금 반환 제도의 보증한도 그리고 선순위 채권 신청 자격, 주택 유형 등으로 확대 적용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나아가 포스트 전세 제도에 대한 고민으로서 기존 시장의 개선, 또는 10년 단위로 오는 반복되는 전세시장 위기에서 벗어나고 공공임대 영역이 성장하는 주거 정책의 전환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정윤남 교수는 특별법 한계와 모순에 대해 공감하면서, 특별법과 관련해 전체적인 논의 방향과 대책에 대해 동의하며, 주요한 부분들을 다시 한번 강조해 짚어주었습니다. 우선 피해자들은 전세제도를 투자나 투기 목적이 아닌 순수 거주 목적이었는데 피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대다수가 건전하고 건강하게, 활발한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중산층에서부터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사회 구조상 심각한 문제로 보았습니다. 전세제도가 온전히 운영되려면 적어도 ▲주택 가격의 지속적 상승, ▲지속적인 금리 인상, ▲세입자 확보, 세 가지 조건이 만족해야 온전하게 운영되는데 사실 제도 자체적으로 안전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이기에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같이 논의하고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전세 비율이 과반이 넘고 또 전세 제도가 주는 실질적 순기능 역할도 있어서 어려움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정 교수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나, 보증금 신탁 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를 해서 적용을 해야 하며, 이런 지원 방안은 피해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정상화 그리고 정상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건전하고 건강한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조속하게 이 사태에 대한 좋은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주거정책 대전환의 시작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몇 일간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많은 전문가와 현실의 문제를 경고해도 관심이 없었던 특별법은 누군가의 안타까운 사고로 사회의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제정된 특별법에 대한 관심은 이제 조용히 침전하며 다시 잠들고 있습니다. 법의 한계성을 잠시 떠나서 특별법 개정에 재고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문제와 파급력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날 좌장으로 나선 이창현 교수는 정부 시행령은 이렇듯 법률이 미비할 때 선행적 시행령으로서 법이 갖는 한계성을 보완한다면 피해자의 아픔과 호소에 조응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거, 주택정책은 김준우 교수의 표현처럼 재산형성을 위한 사다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을 지켜주기 위한 정책으로도 보입니다. 여기에는 민간 부문 주도의 공급 정책과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금융지원 정책이 포함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부동산 자산은 은퇴 후 노후 삶의 복지와 결합하는 구조적 성격을 띄게 되는데요. 이로 인해 전세시장과 분양시장은 밀접한 연관을 띄고 있다, 주거 안정성 차원에서 금융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2021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는 주택 3000호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회사의 주택을 수용하자는 안건으로 주민 투표가 실시됬습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민간 부동산회사가 보유한 20여만 채의 주택을 대상으로 했는데요. 유권자 약 56%가 공유화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표는 전체 39%에 그쳤습니다. 법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아니기에 법, 정책적 구속력을 띄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민의 목소리로 모아낸 결과를 존중해 의회에서 해당 안건과 관련한 법안을 논의, 제정하고 검토하라는 메세지로 충분했습니다.(‘도이체보넨 몰수 운동’) 독일이 자본주의사회가 아니어서 주민투표에 56%의 찬성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기에,  특정 누군가가 더 많이 소유했다는 근거로  무한정 사익 추구가 가능한 것도 아닐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도 이와 같이 시민의 의견을 묻는 공적 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주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적어도 전세사기에 관해서는 복지 측면에서, 그리고 주거권을 인권문제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주거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져 “결국 전세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내 집이 있어야 되는구나”로 사고의 전환되는 것에는 또 다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토론한 정윤남 교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관심은 어디쯤 일까요? 전세사기 피해 사례를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건으로 보고 동일선상에서의 피해자 형평성으로 직접 지원이 어렵다는 특정인들의 지적이 과연 옳은지, 또 그것이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고 말하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아가 전세사기를 넘어서 주거와 관련해 우리의 공감은 어디에 있는지 캠페인즈에 게시한 전문가 발제를 비롯, 관련 글들을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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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막으려면 전세제도 ‘보증금 의무신탁’으로 개혁해야
전세사기는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보증금을 모두 잃은 피해자들을 수 없이 남겼습니다. 관련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피해구제에 턱 없이 부족합니다. 한편 2021년, 2022년 급등했던 전세가격이 최근 급격히 하락하면서 깡통전세 대란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 받지 못하는 피해는 사기적 범행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 경제사정의 악화, 주택∙전세가격의 하락 등에 의해서도 발생합니다. 사기적 범행이 없더라도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맡기고, 다시 임대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상황, 그 반환을 해당 주택으로만 담보하는 상황에서는 계속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여러 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은 위와 같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계 때문입니다.   지금의 제도는 1980년대 초 만들어진 틀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수도권 인구 집중 등 우리 경제구조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40년 전의 틀을 계속 유지하면서 조금씩 고치는 것만 했기 때문에 전세사기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40년 된 낡은 틀을 지금에 맞게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야 합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보증금을 임대인 리스크로부터 절연시켜야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보증금 의무신탁’을 하는 방법으로 전세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필자가 구상하는 위 제도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전세계약을 체결하면 임차인은 임대인과 합의한 보증금을 임대인이 지정한 금융회사(수탁자)에 신탁합니다. 임대인은 위 신탁의 수익권자가 됩니다. 금융회사는 특정금전신탁상품과 유사한 방식으로 수익권자인 임대인의 지시에 따라 보증금을 운용하고, 그 수익을 임대인에게 지급합니다. 단, 그 운용은 정기예금, MMF, 국공채 매입 등 원금 보장형 상품으로 제한합니다. 신탁의 기간은 전세계약의 기간과 동일하게 하여, 전세기간 중에는 임차인이 이를 돌려 받지 못하고, 기간이 만료되면 금융회사가 임차인에게 반환합니다. 전세기간을 갱신하면 그에 따라 보증금 신탁의 기간도 갱신됩니다. 반전세에서 미지급 차임이 있으면 금융회사는 보증금에서 미지급액을 공제하여 수익권자인 임대인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합니다.   임대인에게 많은 채무가 있더라도 그 채권자들이 강제집행할 수 있는 것은 임대인이 가진 수익권일 뿐, 신탁된 보증금은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임대주택이 매매나, 경매∙공매로 넘어가더라도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을 담보하는 것은 임대주택이 아니라 금융회사이므로 임차인은 온전히 보증금을 반환 받을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달라질 경우 새로운 소유자가 기존 임대인의 지위와 수익권자 지위를 승계 받아 신탁을 존속하게 함으로써 원래 약정된 전세기간까지 임차인은 계속 거주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 하에서는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이 금융회사에 의해 담보되므로 임차인에게 우선변제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이 없으므로 임대인은 임대주택에 근저당권 등을 설정하여 다른 곳에서 돈을 차용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임대주택을 온전히 담보물로 활용하더라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 받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미 거액의 담보대출이 이뤄진 주택을 임차하더라도 임차인은 불안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증금의 상한 제한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선순위 담보권이 설정된 주택도 우량한 임차주택이 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은 보장되면서도, 현재 제도에서 담보대출이 된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그대로 가능합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하는 유일한 위험은 금융회사의 도산입니다. 그러나, 이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위험입니다. 그마저도 보증금 신탁을 받을 수 있는 금융회사의 자격을 제한하고 건전성 관리를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보증금 의무신탁’ 제도는 전세제도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전세제도를 유지하되, 보증금을 관리하는 주체가 임대인에서 금융회사로 달라지는 것입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해 임차보증금 반환책임을 직접 부담하지는 않고,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이 없어서 그에 의한 담보가치 감소가 없으므로 기존의 전세제도와는 달리 주택의 담보가치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데 장애를 초래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전세제도가 가진 사금융의 기능은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신탁된 보증금은 임대인의 지시에 따라 운용되고 임대인이 그 수익을 모두 갖게 됩니다. 지금 제도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특정금전신탁상품에 투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임대인은 주택을 이용한 금융이 가능하면서도, 보증금 운용을 통한 수익도 얻게 되므로 월세보다 전세를 이용하려는 유인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렇게 전세제도를 개혁하면 전세사기, 깡통전세를 비롯한 임차인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지도 않습니다. 전세의 주거사다리 역할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전세 공급 물량 축소 가능성은 임대인의 운용 수익에 대한 과세를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선순위 담보권이 설정된 주택도 월세가 아니라 전세로 공급될 수 있습니다. 선순위 담보권이 있더라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금융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일부 은행이 보증금 ‘에스크로’ 상품을 출시했으나 수수료가 적은 은행의 소극적 영업과 중개사들의 소극적 태도로 이용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보증금 신탁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합니다. 보증금 신탁이 의무화될 경우 금융회사는 수 십조 원 규모의 특정금전신탁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의 수익을 얻게 되므로 오히려 금융회사가 더 적극적일 수 있습니다.   위와 유사한 제도는 이미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독일민법(§551, BGB)은 주택임대차에서 보증금(Kaution) 수수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수령한 보증금을 자기의 고유재산과는 분리하여 금융기관에 저축성 예금으로 예치해야 합니다. 그 결과 보증금은 임대인의 고유재산과 분리된 독립재산이 되고, 임대인의 채권자들이 보증금에 대해 압류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현재는 보증금이 임대인을 통해 다시 갭투자, 다주택 매입 등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보증금 의무신탁’ 제도에 의하면 신탁된 보증금이 국공채 매입, 정기예금, MMF 등 원금 보장형 금융상품에 투자됩니다. 그래서 부동산시장으로 흐르던 자금이 금융시장에 유입되게 함으로써 국가경제 전체의 효율적 자원 배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보증금이 다시 주택 매입에 활용되어 주택가격∙전세가격 상승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끊어내고, 산업자본에 가게 함으로써 국가경제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습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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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권력
‘집’에는 두 종류가 있다. ‘내 집’과 ‘남의 집’. ‘집’을 꿈꾸는 사람 대부분은 나의 집을 그린다. ‘나의 집’은 유목으로부터, 금리 변동으로부터 자유롭다. ‘나의 집’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영원한 이상이다. 대부분의 삶은 남의 집에서 시작된다. 세입자로서 좋은 집 소유자, 도덕적인 공인중개사를 만나기를 간절히 빌며 일상의 근간을 행운에 맡긴다. 집은 곧 권력이다.  2023년 상반기, 희대의 전세사기 피해로 네 명의 희생자가 삶을 포기했다. 인천,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잃고 집을 빼앗기게 되는 상황 속에서 문제가 해결될 희망이 보이지 않아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이들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사기꾼 가해자는 ‘빌라왕‘과 ’빌라의 신‘이라는 이름으로 조명됐다. 열 명이 채 안 되는 소수의 사기 가해자들은 혼자서 수 십 채, 수 백 채에 달하는 집을 소유했다.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펼쳐진 대대적인 전세 사기극은 공인중개사, 금융 당국, 정부의 전세 대란 유발 정책 속에서 기가막히게 짜였다.  전세사기극의 피해, 이제 시작일 뿐 한 개인이 수도권 내 수천 채의 집을 소유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리적 조건에 대한 물음이 아니다. 그 ’발상‘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에 대한 물음이다. 어떤 목적과 목표를 두고 이런 플랜이 시작됐을까. 처음에는 아마 어마어마한 자본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구상했을 수도 있다. 초기 투자자본 없이 큰돈을 쥐기 위해 살펴봤을 때 부동산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봤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주택 대출규제 완화와 문재인 정권의 임대차 3법 도입 등 주거정책이 시행될 때면 부동산 시장에는 큰 물결이 친다. 정책의 의도가 어쨌든, 한국 사회의 부동산 시장에 큰 파동을 일으키고, 그 피해와 타격은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 전세라는 기형적인 제도는 갭투자자들을 위한 영역으로서 투자 완화의 입김을 철저히 거부하고 오로지 시장 변화를 바라본다.  ’집‘이 아무리 투기의 영역이라고 해도, 마음먹은 몇몇의 개인이 무자본으로 수천 채의 집을 소유한 사례는 한국 사회의 집 투기 구조가 극도로 비정상임을 증명한다. 여기에는 시나리오를 짜고 플랜대로 움직인 사기꾼과 공인중개사들뿐만 아니라 이 구조에 편승하여 거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금융당국도 포함된다. 대출상품을 있는 대로 팔아치우고 전세금 회수를 못하면 경매로 팔아넘기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겨우 살아거나 몽땅 잃거나 집은 더이상 개인의 삶의 터전과 같은 안전한 권리가 아니다. 집은 소유자가 세입자에게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 되었다. 국가 정책도, 자본 시장 논리도 거주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주변 함께 활동하는 청년들 중 서울에 자취하는 청년들은 기본 1~2년에 한 번씩 집을 옮겨 다닌다. 관리비가 기준도 없이 너무 많이 올라서, 반지하 집이 장마로 침수되서, 한 칸짜리 방에서 삶이 유지가 안되서 등 이유도 다양하다. 이제는 이사다니는 풍경이 너무도 흔하고 자연스러워서 정착이나 뿌리내리기 같은 삶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권리의 가치는 지하로 떨어져 침수되는 와중에 집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져만 간다.   이번의 심각한 전세사기 사태는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성, 그 어긋난 균형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가혹하게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집은 권력이 아닌 권리가 되어야 한다. 집 계약은 (어찌됐든) 새로운 시작이며 전환점이다. 그 속에서 집은 새로운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일상의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부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와 함께 일상으로의 복귀를 바란다. 거대한 구조 속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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