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정당위기는 정말 '정당'의 위기일까?

2022.10.28

1,046
2
이것저것 배우고 씁니다

(출처: 동아일보 2022.6.1)

  일반적으로 정당의 위기가 언급되는 때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고 판단되는 정당의 입장이 표명되는 시점이다. 승리와 패배는 의석수라는 수치로 치환되고, 그렇다면 사실상 양당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항상 위기론을 직면해야 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진보정당이나 대안정당에 치중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특정 정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드러내는 것, 더 나아가서는 그 미래감이 정당을 유지시키는 힘이라는 점에서 선거에서의 승패여부는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정당이 내외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위기’를 더 큰 관점으로 조명해볼 수도 있다. 여당 국민의힘은 내부자들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데다가 계속되는 내홍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집적된 트러블이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으로 폭발했다. 그렇기에 여기서 거대양당과 대안정당이 각기 겪고 있는 ‘어려움’의 형태가 같은 층위에서 이해될 수는 없겠다. 다만 이런 어려움’들’이 초래된 이유는 결국 같은 지점으로 귀결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은 있다. 

  유권자의 투표율이 얼마나 되든지 간에, 그 투표율은 의석수 확보 시점에서는 100이 된다. 그 안에서 득표 비율에 따라 자리 수가 나눠지고, 외부적 맥락에 대한 큰 고려 없이 정당의 위치는 확인된다. 특히 투표율이 문제시되는 것은 선거 당일 정도에 머무르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별다르게 언급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당이 위기를 감지하는 지점은 낮은 투표율이 아니라 낮은 득표율이다. 좀처럼 투표율이 올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위기’의 프레임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모집단으로서의 유권자가 경험하는 사회적 위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정당이 경험하는 어려움에 국한된다. 

  특히 앞서 이야기했듯이 투표가 모종의 기대와 신뢰를 표하는 것이라고 할 때, 낮은 투표율(하락세라고 하기에도 난감한)은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무력감과 냉소를 의미하게 된다.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들의 요구가 ‘정치질’ 속에서는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더 이상 대의될 수도 없을 것이라는 무망함은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이렇게 사회적 요구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협의의 정치경제에 몰두함으로써, 그 필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당들의 행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이는 보수적으로 제도와 정책을 프레임화하면서 ‘주변’을 주변으로 밀어내는 과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 탓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젠더 중심의 보도가 많았다”는 서성룡 정의당 진주지역위원장의 발언(단디뉴스 2022.6.10)은 그들이 다기화되어 범람하는 의제들에 어떻게 급을 매기면서 외려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대정당의 맹목적인 사익추구, 대안정당과 진보정당 내부가 협소한 프레임을 두고 겪는 내홍. 이 ‘어려움’들은 어떻게 그들에게 ‘위기’로 인식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사이에서 대안적인 요구와 활동이 계속해서 다양화되고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되고 있다는 점은 이 교착상태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다. 이는 더 이상 기존의 대의민주주의가 다양화된 의제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테지만, 결국엔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슈

정치개혁

구독자 107명
무한 님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무한 님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정치인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요? 다들 뭔가 열심히 하시고 있을 것 같은데, 대체 세상은 왜 이런 걸까요?ㅠㅠ

양당이 실제로 알맹이는 없지만 상대방의 절멸을 추구하듯이 무한 적대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대안정당/진보정당이 양당정치 내에서의 제한적인 프레임을 넘어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들려주고, 양당도 '너 아니면 나'의 틀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강제되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이야기를 하고, 정책으로 경쟁하게 될 수 있는 그런 정치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현재의 위기를 어느정도는 극복하는 것이려나요? 당장은 이루기 어려워 보이는 꿈을 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