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적극적 우대조치와 평등을 위한 경영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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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활동가이자 청년 공론장 활동가

적극적 우대조치와 평등을 위한 경영


[시장의 투명성과 CSR 경영]

유소년 시절 넉넉한 환경에서 자란편은 아니었던 저는 대학 입시 당시 경영학과 가면 돈 많이 번다더라 얘기를 듣고 여러 선택지를 뒤로하고 경영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경영학은 시장의 흐름, 분위기, 경향 등을 다루는 학문이더라구요. 경영사례연구 등을 통해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구매자와 자본, 노동 등의 역동을 분석하고 더 나은 경영활동을 위해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함양했습니다. 주류 경영학에 대한 여러 비판점은 뒤로하고 오늘은 제가 경영학을 공부하며 13년 가량 관찰해온 ‘시장의 투명성’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대학 입시를 하던 2008년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인해 세계경제가 휘청거거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당시의 경제 위기는 끊임없이 자본을 욕망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특히, 정치,경제,사회학 분야) 경제위기 시점을 전후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에 대해 보다 더 강조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의 많은 기업에서도 CSR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CSR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시장의 투명성’ 때문입니다. 더 설명하자면, 시장을 움직인 큰 축인 구매자(고객)들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늘상 구매해 마시던 우유의 회사가 갑질이라든지, 성비위라든지 등의 여러 도덕적이지 못한 행보를 보이면 그 회사의 우유뿐 아니라 다른 유제품까지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 구매자들입니다. 시장의 주인들은 상당히 정직하고 상상 이상으로 투명하죠. 아울러 한 기업이 성장함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은 꽤 큽니다. 국가는 기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물적, 법적 지원 등)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국가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죠. 기업은 결코 자기 혼자서 성장할 수 없습니다. 고객인 시민과 국가의 눈치를 봐가면서 기업활동을 해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시장의 투명성’은 2019년 미국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이끌어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근본적인 약속을 공유한다. 우리는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직원들에게 투자하고, 공급자들과 공정하게 거래하고, 우리가 속한 지역사회를 지원하는데 노력을 다한다”(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2019) 

이 성명서는 1970년도부터 지금까지 시장을 지배해왔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늘리는 것이다”의 문장을 철학적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듣고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 


[시장의 투명성과 ESG 경영]

그리고 이제 ‘시장의 투명성’은 ESG[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경영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ESG 경영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경영활동에 따른 환경, 지역사회, 고객 등 경제,사회적 영향을 내재화하여 기업의 재무적, 비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제고하고자하는 경영활동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활성화 되어있지는 않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ESG 경영에 대한 경영성과 척도가 이미 만들어져있고,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이 척도를 가지고 투자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주인들인 시민들은 이제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들을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하지 않는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시장의 투명성’은 곧 시장의 주인들의 도덕적 추구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도덕적 추구는 꽤 많은 변화를 이끌어오고있습니다.


[사회취약계층과 적극적 우대조치]

이제는 적극적 우대조치와 관련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와 혜택을 누리 못하는 ‘사회 취약 계층’이 있습니다. 사회취약계층은 아래의 크게 세가지의 입장으로 정의 내려져 있습니다. 

(1)소득을 고려하여 빈곤계층을 취약계층으로 정의

(2)취업과 관련하여 통상적인 조건에서 취업이 어려운 계층(청년, 장애인, 노령자 등)을 취약계층으로 정의

(3)인적 속성을 바탕으로 여성, 여성가구주, 고령층, 저학력층, 장애인, 소수인종자, 이민자, 북한이탈주민, 교도소 출소(예정)자 등의 인구학적 집단을 취약계층으로 정의

세 입장의 취약계층에 대한 정의는 부분적으로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경제적, 신체적 또는 기타 조건으로 인하여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참여의 기회가 제한되고, 나아가 국가의 개입을 통하지 않고서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혜택을 제공받을 기회로부터 배제되기 쉬운 계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성, 청년, 장애인, 북한 이탈 주민, 다문화가족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일반인들과 동등하게 사회적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취업, 교육, 사회적 거래 등에 있어서 차별을 없어야 합니다. 이러한 차별을 적극적으로 시정하기 위한 조치로서 논의되어 온 것이 바로 ‘적극적 우대조치’입니다. 

한국에서의 적극적 우대조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 4호에서 “다만,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특정한 사람(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잠정적으로 우대하는 행위와 이를 내용으로 하는 법령의 제정ㆍ개정 및 정책의 수립ㆍ집행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이하 "차별행위"라 한다)로 보지 아니한다.”에 따라 명문화 되어있습니다. 


[적극적 우대조치와 평등을 위한 경영]

적극적 우대조치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등으로부터 사회 취약 계층이 받고 있는 정치, 경제, 교육, 고용 등의 영역에서의 구조적 차별과 집단적 불이익을 제도적으로 돕기 위한 수단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저는 적극적 우대조치가 필요한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해 시장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ESG 경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적극적 우대조치가 필요한 시민들을 지원하고 고용하고 훈련하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기업활동을 하는 경영이 지금보다는 더 보편화되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배제된 존재들을 다시 포용해나가는 이런 기업활동이 ‘시장의 투명성’의 결과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사회취약계층을 (잠재적)고객으로 삼지 않는 기업은 시장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요. 

사실 대기업들은 이런 부분들을 반영한 성과 지표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매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만들어서 공개합니다. 볼 때마다 답답한 것 중 하나는 여성 임원의 비율 부분입니다. 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대기업에서는 여성 임원의 비율이 1%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현재까지는 기업의 자체적 평가에 그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 기업을 평가하는 부분에서 그 비중이 더 커지게 되어서, 신경쓰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즉 ‘시장의 투명성’을 무시하면 안된다는 인식으로 전환되어져가길 바랍니다. 적극적으로요.

○출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2019 : https://www.businessroundtable... 

취약계층 정의 : 고용정보원 연구보고서 [여성 노동시장 취약계층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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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특히 최근 화두되고 있는 이슈인만큼 고민할 거리가 많은 것 같아요.

시장의 투명성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취약계층 고려나 여성임원 비율이 개별 기업의 선의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이 되네요.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때 고객들이 돌아서고 기업의 이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임원 비율은 사기업 공기업 정부를 망라하고 잘 늘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능력이 있으면 올라오겠지'라는 말을 언제까지 들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기업의 경영투명성과 적극적 우대조치를 우호적으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을 일크킨다면 더 눈치를 보는 기업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시민36 비회원

적극적우대조치의 대상이 취약계층을 비롯한 일반 시민의 범위에서 기업에 속한 노동자들까지 확대됐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키오스크등의 자동화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도 변화이지만, 노동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니까 더욱 신중하게 고려됐으면 좋겠어요. 기업 경영을 논할때, 기업의 이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이기 이전에 (장애인, 노인 등을 비롯한) 시민들, 노동자들도 고려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덕분에 CSR과 ESG, 그리고 적극적 우대조치에 대해 한 번에 공부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경제가 이윤지상주의의 신자유주의와 동일시 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전제하는 경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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